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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십자가의 숲
길혜연 지음 / 공중정원 / 2024년 6월
평점 :
#서평
🇰🇷1919년 영국 함선을 타고 탈출한 한국인 노동자들의 삶.
🇰🇷일제 강점기, 세계 대전, 한국 전쟁을 겪는 한국을 지켜보는 정해용.
🇰🇷 프랑스에서 한국인으로도 프랑스인으로도 살지 못했던 정해용의 발자취.
🇰🇷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와 현재에 이르러 과거의 이야기가 가진 의미를 찾아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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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파리 근교에 살던 한 노인이 먼길을 떠났다.
앙투안은 자신의 누이 마리즈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그들은 서둘러 병원에 도착했다. 끝내 알 수 없었던 사람. 그의 과거도, 현재도 어둠 속에 묻혔다.
한국에서 온 사람. 끝끝내 프랑스로 귀화하지 않고 대만 여권을 가진 채 죽은 사람.
떠나온 한국은 분단되어 그가 알던 한국이 아니었다.
마리즈는 아버지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메일을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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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파리에서 고서적을 파는 곳에서 한국인이 쓴 <거울, 불행의 원인 / 서영해 져>을 발견했다.
현우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먼 타국에서 한국의 민담 모음집을 쓴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 책을 구매한다. 현우는 한국의 과거에 궁금한 것이 많았다.
실향민으로 산 아버지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제대로 묻지도 않았고, 제대로 말해준 적 없는 그들의 과거.
하지만, 우연히 신문에서 정해용 기사를 본 후 그의 딸인 마리안에게 연락을 취한다.
아버지 정해용의 생전 모습을 비디오에 담았던 마리안은 현우의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싶어하는데...
📍p15
정해용은 흰 시트에 덮여, 벽이며 천장이 온통 하얗기만 한 병실 가운데에 한 개의 커다란 검은 물음표처럼 누워 있었다. 머리끝까지 덮여 있던 시트를 걷어내니 얼굴이 드러났다.
📍p34
현우는 승차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남루한 옷차림의 사내 수십 명이 자신과 함께 도착한 느낌이었다. 구름인 듯, 연기인 듯, 그들이 현우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인지, 귀신에 홀린 것처럼 현우가 그들의 그림자를 쫓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때로는 그가 쫓았고, 때로는 그가 쫓겼다.
📍p42
현우는 가벼운 취기에 휩싸인 채, 마을 사람이 알려 준 시청 광장 뒤편의 국군묘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 쉬이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은 곳이었다. 먹구름이 몰려와 점점 잿빛으로 변하고 있는 하늘과 대조적으로, 십자가는 더욱 하얗게 빛났고, 얼핏 하얀 나무처럼 보였다. 하얀 십자가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p130
아주 반듯하게 서양식 정장을 차려입은 조선인이 말을 걸었다. 해용은 의아했다. 자신은 짐을 놓고 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잘 좀 전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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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상하이, 무르만스크, 에든버러, 1920년 프랑스 동부 쉬이프, 1920년대의 파리, 1935년 경성, 1960년 파리, 제네바, 동베를린, 1990년대 후반의 서울 등 공간적 배경도 넓지만, 시대적 배경 역시 방대하다.
일제 치하를 피해 영국 함선을 타고 도망친 한국인 노동자들의 프랑스에서의 삶.
광복이 된 후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곧 분단으로 시끄러워진 한국의 전쟁까지.
분단된 한국을 보며 정해용은 자신이 알던 한국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리웠던 게 아닐까.
그가 끝내 프랑스로 귀화하지 않고 대만 여권을 가진 채 삶을 마감했던 사실.
녹음테이프에 육성으로 녹음한 목소리에선 그의 자녀들은 알아듣지 못할 한국어로 녹음한 부분을 보며 애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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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성이다.
단순하게 과거와 현재로 나뉘는 게 아니라
더 과거와 가까운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니,
년도별로 사건의 흐름을 정리하며 읽기를 추천한다.
그 모든 시간을 살아온 정해용의 삶.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의 감정.
한국에서 겪는 실향민의 상실감까지.
다양한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그때 그 시절은 처절하고 아팠다.
🙋 근현대 역사 관련 소설을 읽고 싶다면
다양한 시선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보게 하는 소설이라 추천합니다.✨️✨️✨️✨️✨️
⭕️ 이 서평은 공중정원(@h.gardens1004)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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