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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의 밤 - 네덜란드 은손가락상 수상작
안나 볼츠 지음, 오승민 그림,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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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 떨어지는 하늘. 회색빛 하늘.
자신의 집이 부서지는 건 아닐까, 대피한 지하철역으로 폭탄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잠들 수 없는 사람들.
런던은 나치의 공격으로 거뭇거뭇한 때가 묻은 옷처럼 엉망이었다.
엘라는 9살 된 장난꾸러기 남동생 로비와 지하철역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오늘 밤 하늘에서 떨어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 런던의 많은 사람들이 여기로 모였다.
그런데, 모두가 똑같은 처지이건만, 제이는 자리를 미리 선점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서로 돕는 게 맞는 거잖아. 제이의 행동이 못마땅한 엘라였다.
전쟁이 시작 된 후, 일상 생활은 모두 멈췄다. 학교도 나가지 못했고, 평범한 일상은 꿈에서도 보기 힘들었다. 그럴 때 엘라는 노트를 펼쳐 글을 썼다. 세상을 여행하고,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하는 것만이 현실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귀족의 딸 크윈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삼은 소설은 많다. 나치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나 핍박을 받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은 유대인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 소설은 조금 다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전쟁이 일어난 국민들의 불안한 하루하루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평범했던 마을은 부지불식간에 지뢰밭을 걷는 듯 불안한 곳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주인공 엘라만 해도 하늘에서 떨어진 불발탄을 밟고 다리를 다쳐 평생 절름발이로 살게 되었다. 제이는 먹고 살기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대가를 받거나, 물건을 보관하는 대가를 받기도 했다. 전쟁이 낳은 경제활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무조건 그를 욕할 수 있을까? 크윈은 공주처럼 자란 소녀다. 하지만, 자신도 전쟁에 나가 적을 무찌르거나, 간호사가 되어 도움이 되고자 했다. 현실은 어리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거란 생각을 엘라에게 심어주는 특별한 인연이 된다.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고통받는 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라, 다른 소설과는 차별성을 가진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의 나날 속에서도 사람들은 변한다. 꾀를 내 살길을 만들고,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것에 집중했던 사람들 틈에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던 엘라의 변화가 그것을 증명한다.
전쟁이라는 현실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들을 하나씩 깨우치는 엘라를 보며,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었다.
전쟁의 공포와 아픔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와 엘라, 로비, 제이, 크윈의 성장 스토리까지 다루고 있는 소설이니 청소년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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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60
"정부가 우리를 곤경에 빠뜨렸고, 대피소도 너무 적다고. 저 사람들은 폭격이 시작됐을 때 이 지하철역에 갇힌 거야! 런던에서 진짜 안전한 그 유일한 장소에는 우리가 숨어 있을 수 없어. 그렇다고 우리가 삶을 포기할 순 없잖아."
>밑줄_p79
그러나 그 지옥으로, 땅속 아래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윈도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어.
나는 결정할 수 있다.
나는 남은 인생을 절름발이로 살아야 할 거다. 그건 나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두려워하며 살 필요는 없다.
>> 이 서평은 문학과지성사(@moonji_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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