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 군함의 살인 - 제3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오카모토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
망망대해에 떠 있는 범선 군함.
육지와는 다른 법과 규칙 아래 수백명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 제대로 된 의사나 경찰도 없는 군함은 말그대로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철저하게 고립된 상황, 세상과 단절된 세상.
그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사체는 있는데, 범인은 없다.
누구도 범선에서 내리지 않았는데, 누구도 범인을 본 사람이 없다. 클로즈드 서클의 정형적인 플롯으로 이야기는 서스펜스 분위기를 자아내며 흡입력이 상당하다.
또 다시 발생하는 살인 사건.

"도대체 범인은 누구지?"
"왜 이 사람을 죽인 거야?"

프랑스와의 전쟁을 위해 젊은 남자들을 무조건 징병하는 영국 해군. 직업과 나이는 상관없었다.
술집에 앉아 있다가 끌려간 네빌도 그런 케이스였다.
배에 관련된 일은 하나도 모르는 구두장이.
곧 태어날 아기도 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아내도 언제 보게 될 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는 그를 패닉에 빠지게 했다.
헐버트호는 2층 건물과 맞먹는 크기의 범선이었고, 해군들은 철저히 계급에 따라 움직이고, 상명하복의 규칙이 엄격했다. 규칙과 명령에 따르지 않을 시, 수병이 다 모인 앞에서 징벌을 받는다.
채찍으로 몇대 맞기, 기둥에 매달려있기, 영창에 감금되기. 그 어떤 형벌보다, 영창에 감금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해군들.
영창에 감금되어 있던 프랑스 함장이 자살한 후, 프랑스 함장 망령에 의해 영창에 감금되었던 수병은 비운의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소문은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술에 취해 수병을 구타한 벌로 영창에 감금됐던 에릭 홀란드가 사망에 이르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배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범선 위에서 펼쳐지는 생활 모습 묘사와 범행 수사 장면이 오차없이 펼쳐진다.
딱 필요한 만큼 보여 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했어. 이게 뭘 의미할까?"
필자의 펜이 움직이는대로 독자는 함께 수사하는 듯, 팽팽한 긴장감에 사로잡힌다.
빠르게 설명되는 이야기는 상황에 몰입하게 했고,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는 가독성을 높였다.

빠져나갈 곳 없는 범선 위, 살인이 시작되는 곳.
어느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된 상황.
범인은 바로 그곳에 있다.
'정말 망령의 짓이었을까?'
스미추를 사랑하는 독자나 미스터리 입문자에게도 추천할만한 소실이니 후더닛, 와이더닛, 하우더닛의 묘미를 한껏 느껴보시길 바란다.



>>
>밑줄_p120
"영창에 다녀온 사람은 다들 비운의 죽음을 맞는다고 들었는데요. 정말입니까?" (...)
"그 영창에는 사연이 있거든. 죽은 프랑스인 함장의 망령이 붙었어."

>밑줄_p152
"정수리가 깨졌어." (...)
수병들은 저마다 놀라움에 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수병이 질병이나 당직 중 사고로 죽는 일은 드물지 않았지만, 함내에서 살인이 발생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 이 서평은 톰캣출판사(@tomcat_book)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범선군함의살인 #오카모토요시키 #톰캣
#장편소설 #일본소설 #미스터리 #추리소설
#신간도서 #신간소설 #책추천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지음 / 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
책 곳곳에서 저자가 느끼는 죄책감을 가장 먼저 찾을 수 있었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엄마를 정신병원에 데려 갔을 때. 엄마는 또 술 마시러 나갈거라고 확신할 때. 손녀와 함께 하는 외출 시간에 어디 잠깐 다녀온다는 말에 손을 놓았을 때.
그 외에도 많은 순간, 저자는 스스로를 못난 딸이라고 나쁜 사람이라고 내몰았다.

알콜 중독자. 엄마.
엄마는 이혼을 한 후 혼자 딸을 키워야 한다는 막막한 마음에 한잔 두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에 잠식당한 채, 어느날 인생이 송두리째 뽑혀나갈 줄 모르고.
저자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는 며칠은 말짱했다가, 며칠은 술만 마셨다고 한다. 술 마시느라 신경쓰지 못했다는 생각에 말짱한 정신이면 저자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퍼부었다고 추억한다.
그러다 다시 술을 아낌없이 마셨지만.
저자가 엄마를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저자를 손녀를 사위를 아끼는 모습에 '그래도' 엄마가 있어 참 좋다라는 마음을 느꼈으니까.

차라리 완전히 못된 엄마였다면 대놓고 미워라도 했을텐데.
그러면 저자가 이렇게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신이 나쁜 딸이라는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을테니까. 그 마음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지 못했다.
책 후반부에 갈색으로 챌갈피를 해놓은 듯한 페이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기억을 붙들고 엄마를 사랑해야 할 이유를 찾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엄마지만 엄마는 나를 사랑했어."
"그런 엄마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를 사랑해."

알콜중독이 한가정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중독자의 보호자로서의 삶이 얼마나 무거운 형벌인지도 사실적으로 그려낸 에세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두려움 속에서 삶은 엉망이 되었다.
과거의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만 보아도 트리거가 되어, 그 시절 감정 속으로 무참히 빨려들어간다는 저자의 글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럼에도 엄마에 대한 글 속엔 원망 대신 사랑이 자리했다.
알콜중독자 엄마와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저자의 글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시길 바란다.



>>
>밑줄_p56
나는 쉽사리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지 못했따. 고작 두 시간 정도였지만 나는 나를 기른 엄마에게 내 아이를 맡길 수 없었따. 언제고 나를 두고 나가 취했던 엄마였으니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지만 혼자 남겨진 채 울고 있는 내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동시에 엄마를 믿지 못하는 내가 참 못되고 나쁜 딸이라고 느껴졌다.


>밑줄_p223
빨리 엄마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왜 나는 엄마가 나를 홀로 키운 것처럼 정성을 다하지 않느냐는 마음, 이 두 마음은 늘 동시에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내가 엄마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게 엄마의 중독이 심해지지 않도록,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터널을 내가 지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 이 서평은 달출판사(@dalpublishers)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죽이고싶은엄마에게 #한시영 #달출판사
#에세이 #국내에세이 #알콜중독 #애증 #미움 #사랑
#신간에세이 #신간도서 #신간추천도서 #에세이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숫타니파타 마음공부 -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부처의 지혜 불경 마음공부 시리즈
김성옥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
"오늘 하루도 애썼어."
이 말이 참 벅차다.
힘든 하루를 보낸 날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고, 술술 잘 풀리는 날은 성취감을 한껏 드높여 자존감까지 상승하게 하는 말.
하지만, 이 말을 들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날도 있다.
바로 고민이 고민을 부르는 시간.
내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세상에서 나를 이해해 줄 이는 하나도 없는 것 같을 때.
불안을 부르는 생각을 멈추라고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 <숫타니파타 마음공부>에 소개된 경전 속 문장들이 독자의 어지러운 마음을 번뇌로부터 벗어나게 도울 것이다.
짧은 시로 쓰여 있어 한 번에 이해할 순 없지만, 곱씹게 되는 문장들. 자신의 상황과 맞닥뜨리는 문장을 만날 땐 큰 울림을 줄 것이다.
큰 스님과 대화하듯, 내 안의 부처를 만나듯.
한 문장 한 문장 공들여 읽어야 할 책을 만났다.

<숫타니파타>에 담긴 부처의 가르침은 복잡한 개념 설명보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에는, 외부의 평가나 기준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라는 뜻을 가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문장이지만,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숫타니파타>은 불안과 스트레스로 힘든 중생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줄 목적을 부처의 말씀을 담은 경전이라, 여러 상황에서 도움이 될 말씀을 전한다.

인생의 번뇌에서 벗어나는 법.
관계를 조화롭게 만드는 법.
인생을 대하는 중도의 법.
마음의 주인이 되는 법.
살고 죽는 일에 휘둘리지 않는 법.
홀가분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
저자는 경전에 실린 문장을 발췌하고,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 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숫타니타파 마음공부>엔 발췌문을 직접 적어볼 수 있는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어,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필사하며 읽을 수 있는 장점도 가진 책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출가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며, 중도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당신의 오늘이 평온하기를.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자유롭기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지혜를 만나기를.
<숫타니파타>를 이정표 삼아 삶의 지혜를 얻길 바란다.

>>
>밑줄_p74
멈추고 단지 바라보기만 하라는 것. (...)
좋으니까 붙잡고, 싫으니까 버리고자 하는 나의 생각과 판단이 행위로 이어집니다. 나쁜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생각과 분리시킴으로써 보다 긍정적인 마음 상태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밑줄_p106
"여러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자신의 입을 살피고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의 마음을 살피라."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야 할 말입니다. 내 입 안에 도끼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도끼가 나와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 이 서평은 유노북스(@uknowbooks)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숫타니파타마음공부 #김성옥#유노책주
#불교경전 #마음공부 #마음수양 #중도
#신간도서 #명언집추천 #필사북추천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귤의 맛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
학창시절, 꿈꾸기도 모자랄 시간, 우리는 친구가 왜 그리 중요했을까?
이제껏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귤의 맛>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소란은 가장 친한 친구가 이사를 갔다. 가기 싫다고, 가지 말라고 해서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질리 없으니 자주 보자는 덧없는 약속만 할 뿐이었다.
다윤은 동생이 없어 외로웠다. 동생이 곧 태어난다는 소식에 얼마나 들떴는지, 다윤은 동생과 재밌게 놀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태어난 동생이 아팠고, 다윤이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해인이는 가부장적인 아빠와 희생하는 엄마 사이에서 늘 불안했다. 공부만 하라는 기대도 버거웠고, 집이 망해서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것도 속상했다.
은지는 친구 무리에서 이유없는 왕따를 당했고, 학폭으로 가해자는 학교를 떠났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아무 이유없다는 사실이 더욱 가혹했다. 결국 은지도 다니던 학교를 떠나왔다.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진 채 만난 친구들. 우연히 한 동아리에 등록한 인연으로 뭉쳐다니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우정도 서서히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구 샘솟았다. 질투, 의심, 불안...

다시는 아픈 경험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봐도, 자신도 모르게 또 다시 반복되는 굴레 속에 갇히고 마는 아이들.
그땐 그게 가장 중요하고, 아프고, 가슴 뛰는 일이였으리라.
잘 이겨내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그 사이엔 또 다른 상처가 자리했다. 가족의 부재.
믿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은 아이들을 외롭게 했고, 맹목적인 갈망에 허우적대는 좀비와 같았다.
어른들에게 받아야 할 인정과 사랑을,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어버리는 감정에 기대고 있으니, 살얼음 위를 걷듯 위태로울 수밖에.

내가 겪었고, 누군가 경험했던 십대의 우정을 담은 소설.
잘못된 선택을 하고, 또 다시 기회를 얻고, 실패를 하고, 다시 시작하는 동안 아이들은 배우고 성장한다.
또 다른 기회가 온다는 것을.
지금 딱 소설 속 아이와 같은 나이대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보니, 감정이입 돼서 혼났다.
그시절의 나도 그랬다는 공감보다도, 아이들에게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청소년 소설 <귤의 맛>을 사춘기 자녀를 둔 학부모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이들의 고민과 걱정, 불안을 느껴보시는 것과 더불어 아이에겐 어떤 어른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
>밑줄_p16
소란은 세 사람 사이에서 느꼈던 안정돠 온기, 충만,, 기대와 그만큼의 소외, 불안, 허무, 실망의 감정들을 떠올렸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은 만큼 한 덩어리로 묶이는 것도 싫었다. 중학교만 졸업하면 끝이구나 후련하다가도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 (...)
함께 놀고 싸우며 자랐던 친구들이 하나둘 더 나은 곳으로 떠나면서 제자리에 있던 소란이 뒷걸음한 것처럼 되었고, 둘러보니 어느새 까마득히 뒤처져 있었다. 더 이상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밑줄_p120
은지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때 은지는 처음으로 잘못하지 않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에 영향을 받고 책임을 지고 때고는 해결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도. (...)
동화 이후에도 은지가 회복되지 않자 은지 엄마는 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도 은지의 것은 아니었다.






>> 이 서평은 독파(@dokpa_challenge) 앰배서더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독파앰배서서6기 #독파챌린지
#귤의맛 #조남주 #문학동네
#청소년소설 #국내소설 #우정 #미래 #약속
#책추천 #소설추천 #독파챌린지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귤의 맛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
학창시절, 꿈꾸기도 모자랄 시간, 우리는 친구가 왜 그리 중요했을까?
이제껏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귤의 맛>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소란은 가장 친한 친구가 이사를 갔다. 가기 싫다고, 가지 말라고 해서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질리 없으니 자주 보자는 덧없는 약속만 할 뿐이었다.
다윤은 동생이 없어 외로웠다. 동생이 곧 태어난다는 소식에 얼마나 들떴는지, 다윤은 동생과 재밌게 놀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태어난 동생이 아팠고, 다윤이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해인이는 가부장적인 아빠와 희생하는 엄마 사이에서 늘 불안했다. 공부만 하라는 기대도 버거웠고, 집이 망해서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것도 속상했다.
은지는 친구 무리에서 이유없는 왕따를 당했고, 학폭으로 가해자는 학교를 떠났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아무 이유없다는 사실이 더욱 가혹했다. 결국 은지도 다니던 학교를 떠나왔다.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진 채 만난 친구들. 우연히 한 동아리에 등록한 인연으로 뭉쳐다니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우정도 서서히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구 샘솟았다. 질투, 의심, 불안...

다시는 아픈 경험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봐도, 자신도 모르게 또 다시 반복되는 굴레 속에 갇히고 마는 아이들.
그땐 그게 가장 중요하고, 아프고, 가슴 뛰는 일이였으리라.
잘 이겨내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그 사이엔 또 다른 상처가 자리했다. 가족의 부재.
믿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은 아이들을 외롭게 했고, 맹목적인 갈망에 허우적대는 좀비와 같았다.
어른들에게 받아야 할 인정과 사랑을,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어버리는 감정에 기대고 있으니, 살얼음 위를 걷듯 위태로울 수밖에.

내가 겪었고, 누군가 경험했던 십대의 우정을 담은 소설.
잘못된 선택을 하고, 또 다시 기회를 얻고, 실패를 하고, 다시 시작하는 동안 아이들은 배우고 성장한다.
또 다른 기회가 온다는 것을.
지금 딱 소설 속 아이와 같은 나이대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보니, 감정이입 돼서 혼났다.
그시절의 나도 그랬다는 공감보다도, 아이들에게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청소년 소설 <귤의 맛>을 사춘기 자녀를 둔 학부모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이들의 고민과 걱정, 불안을 느껴보시는 것과 더불어 아이에겐 어떤 어른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
>밑줄_p16
소란은 세 사람 사이에서 느꼈던 안정돠 온기, 충만,, 기대와 그만큼의 소외, 불안, 허무, 실망의 감정들을 떠올렸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은 만큼 한 덩어리로 묶이는 것도 싫었다. 중학교만 졸업하면 끝이구나 후련하다가도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 (...)
함께 놀고 싸우며 자랐던 친구들이 하나둘 더 나은 곳으로 떠나면서 제자리에 있던 소란이 뒷걸음한 것처럼 되었고, 둘러보니 어느새 까마득히 뒤처져 있었다. 더 이상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밑줄_p120
은지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때 은지는 처음으로 잘못하지 않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에 영향을 받고 책임을 지고 때고는 해결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도. (...)
동화 이후에도 은지가 회복되지 않자 은지 엄마는 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도 은지의 것은 아니었다.






>> 이 서평은 독파(@dokpa_challenge) 앰배서더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독파앰배서서6기 #독파챌린지
#귤의맛 #조남주 #문학동네
#청소년소설 #국내소설 #우정 #미래 #약속
#책추천 #소설추천 #독파챌린지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