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선으로 - 해방된 조국, 돌아온 자들과 무너진 공동체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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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평점은 책의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닌, 순전히 책의 만듦새에 관한 것이다.. 문제는 출판사다.. 동일한 출판사에서 시리즈에 가까운 두 권의 책(조선을 떠나며/다시 조선으로)이 출간되었다면. 어느 정도 통일성을 유지해줘야하지 않은가.. 어떻게 가장 쉬운 책의 사이즈조차 맞추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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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인양' 연구와 포스트제국 포문동학당 동아시아의 문화권력 총서 2
가토 기요후미 지음, 김경옥 외 옮김 / 소명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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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이고, 또 책 가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충분한 검수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번역이 너무 엉망이다. 한국어 문장이라고 할 수 없는 문장들이 너무 많다.. 연구소의 이름을 먹칠하는 안타까운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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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4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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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메 카브레의 단편소설집이 번역되었다..

중세의 이단심판과 아우슈비츠, 이행기 시대의 스페인이라는 세 시공간의 역사를 우르젤의 그림 속에 겹쳐쓰면서(팔림프세스투스) 이미 저질러진 악을 바로잡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던 <나는 고백한다>라는 작품에 한동안 압도된 적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책을 구했다.. 이번에 번역된 작품은 단편소설집이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전작을 연상시키는 <나는 기억한다>


제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지배하던 우크라이나의 어느 지방. 자신의 기침 때문에 독일군에게 가족의 위치가 들통나 트레블링카로 강제이송된 이자크 가족의 이야기다. 그곳에서 친위대 대장은 이자크의 아버지에게 악마같은 제안을 한다.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핵심은 너희 가족 중 단 한 사람만 살려주겠다는 것.. 가족들은 아들 이자크를 살리기로 결심하고, 친위대장과 대머리 의사가 문밖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 요제프는 이자크에게 권총을 쥐어주고 마치 모든게 놀이의 일종이란 듯 자신감과 소름이 돋을 정도의 차분함으로, 이자크의 동생 에디트, 어머니 미리암, 할아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총을 쏘게 한다. 


아버지는 나에게, 이자크, 내 아들아 너는 살아 나갈 것이다. 우리를 위해 살 것이다. 네가 우리의 눈과 우리의 기억이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으로 가거라, 그곳에 뿌리를 내리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에서 너를 위해 살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자크의 손을 잡아 권총을 입안에 넣고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지? 그냥 놀이일 뿐이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축 처진 이자크의 손과 함께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손에 루거를 든 이자크는 이제 자신을 죽일 차례라는 생각을 해내지 못했다. 아홉 살의 아이가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생각해 내기란 불가능했던 것이다. 감시병들은 승리의 웃음을 지으며 방 안에 들어왔고, 대머리 의사는 여러분이 방금 보신 것은 열등 인종들이 취하는 방어적인 행도으이 전형으로서, 이들은 고결한 자살을 생각하는 대신 자신들의 아들과 부모를 죽이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다른 병사들에게 설명했다. 


소설은 이자크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팔레스타인에 정착한 후에도 과거의 기억-가족을 비극으로 몰고 간 자신의 기침, 그리고 트레블링카의 방에서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살에 이르는 그의 내면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기억한다>는 결코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라는 것(고쿠분 고이치로의 말처럼 '중동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기억이 말하기 시작하는> 그 상황이, 그 기억의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가히 압도적이다..


그의 책임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 중 일부만을 지켰다. 이스라엘에 남았다. 하지만 자식도 없었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며 총구를 입안에 집어넣었다. 금속의 차가움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 행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그에게 격한 기침, 참을 수 없는 기침 세계라 다시 찾아왔다. ... 그리고 그는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방아쇠를 당겼다. 처음 기침을 한지 사십년 만의 일이었다. 

  

자우메 카브레의 작품을 다시금 한글로 읽을 수 있게 해준 역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악의 연대기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환관의 그림자>, <파마노의 목소리>도 빠른 시기에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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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04-2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나는 고백한다..를 너무 재밌게 읽어서 단편도 냉큼 구매해서 읽고 있는데 단편인데 단편같지 않은 느낌. 특히 협상과 겨울여행이 너무 좋았습니다. 너무도 다른스타일의 작품이라..

생쥐스뜨 2025-04-2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말씀하신 <협상>을 읽으면서, 왜 작가는 이런 난해한 구도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동시에 렘브란트의 그림이 소유주를 바꿔가며 움직이는 궤적은, <나는 고백한다>의 그 바이올린의 궤적과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개별 단편들이 또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해서(발자크의 <인간희극>처럼) 작품 전체를 읽어야 그 퍼즐들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좋은 긴장감입니다~
 
자백의 대가 - 크메르 루즈 살인고문관의 정신세계 걸작 논픽션 1
티에리 크루벨리에 지음, 전혜영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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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재출간되었네요.. 악의 해부.. 가해자 연구의 중요한 참고도서가 재출간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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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주톈신 지음, 전남윤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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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식민지기 타이베이 고지도와 현재(90년대)의 여행 지도를 겹쳐 읽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고도>와 자신의 작품을 이어 쓰기.. 자신의 포스트식민주의적인 몸에 대해 민감하게 의식하는 타이완과, 하이모던으로 식민주의를 압살해버리는(버렸다고 착각하는?) 한국이라는 대비는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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