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과 지배 - 원주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마흐무드 맘다니 지음, 최대희 옮김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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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적 통치성에 대한 계보학적 분석을 통해, 19세기 중반 이후 통치성의 변화를 <분리와 지배에서규정과 지배로>라는 압축적이고 선명한 개념으로 제시한 훌륭한 책. <민족지적 국가>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한 인류학적 앎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그런데 아드님이 혹시 최근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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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leejeehun 2025-10-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 진짜로 아들이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네요 ㅋㅋㅋ
 
극우, 권위주의, 독재 - 무솔리니에서 트럼프까지
루스 벤 기앳 지음, 박은선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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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980 사북>을 보다가 두환이 얼굴 나오는 장면에서 피가 역류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유행했던 독재자의 <두뇌구조>를 그려본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이 다소 산만한 것이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각 장의 키워드가 그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 8장 폭력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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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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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 줄 평을 달았으니까.. 

6월 16일 읽기 시작.. 

하지만 6월 중하순.. 학기말은 항상 그렇듯 이동수가 많고, 치워야 할 눈들이 쌓여 있어서(눈 치우기 작업!) 벽돌책 읽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동안 띄엄띄엄 다른 책들도 읽긴 했지만.. 이 책은 6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완독..


결론이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아.. 굳이 600여 페이지를 읽어야 했는가 하는 '사특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항상 역사는 디테일에 깃드는 법이니..


어쨌거나.. 서문에 제시한 흥미로운 퍼즐..

소련 붕괴 원인에 대한 여러 시각들..

(1)미국의 우월성과 냉전 정책이 소련을 후퇴하고 굴복하게 만들었다. 

(2)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 노선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을 훼손했고 소련 체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3)소련은 경제가 내부적으로 붕괴했기 때문에 멸망했다. 

(4)가장 막강한 소련 엘리트층이 고르바초프의 개혁에 반대했고, 뜻하지 않게 소련의 종말을 야기했다..

이 시각들을 나열한 이유는 물론 이 원인 가운데 어느 것도 개별적으로는 소련을 무너트릴 수 없었음을 논증하기 위해서일 터이고.. 그리고 이 모든 가닥가닥이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통치로 인해 촉발된 일종의 퍼펙트 스톰 안에서 어떻게 합쳐졌는지 이해하기까지는 얼마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 얼마간의 시간이 80년대 말부터 91년 겨울의 실질적인 소련 붕괴까지의 시간일 것이고.. 그 시간들은 엄청난 속도와 규모의 여느 역사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주요 행위자들이 딜레마에 직면하고 결정적 선택을 내리거나 회피한 여러 전환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이 책은 그 타임 라인에 따라 소련과 서구의 주요 행위자들(정치가들)의 궤적을 꼼꼼하게 추적한 노작이다.. 


자.. 이제 결론으로 가보자..

1. 역시 소련 붕괴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행위자는 고르바초프_ 고르바초프의 리더십, 성격, 신념은 소련의 자멸에 주요 요인이었다. 그는 이데올로기적 개혁가적 열성과 정치적 소심함을, 도식적인 메시아주의와 현실과의 거리 두기를, 비전이 넘치고 숨막히는 외교정책과 결정적인 국내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모두 갖췄다. 그러한 특징이 그를 소련사에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2. 소련이라는 단일 연방의 붕괴를 막을 수 있었던 하나의 가능성/대안으로서의 당 독재를 왜 추구하지 않았는가_ 당 독재는 적어도 고통스럽고 어려운 개혁을 시작하고 통제할 수 있다. 당 독재를 대체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시스템은 해방과 자유화를 의미했지만, 견제와 균형을 제공하지 않고 특히 러시아연방에서 악성 포퓰리즘과 민족 분리주의로 가는 관문도 열었다. ... 그가 국내적으로 그렇게 행동했다면 소련의 미래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레닌의 찬미자는 마법사의 제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풀어헤친 힘들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방법을 몰랐다. .. 하지만 역사에서 마법사의 제자가 한 둘이던가.. 


3. 소련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될 때까지 구 지배계급은 무엇을 했는가_ 구 지배계급의 급속한 해체는 단일 국가성의 사망을 뜻했다. 거대한 요인은 잠자는 거인 러시아의 각성과 연방 최대 공화국에서 자유로운 민선으로 합법화된, '모스크바의 '러시아' 대항 엘리트의 등장이었다. But 나라를 갈라지게 한 시스템의 위기에서 줄곧 중요 요인이었던 것은 '러시아 야권;의 강성함이 아니라 크렘린 지도부의 허약함이었다는 것. 


4. 그렇다면 러시아 대항 엘리트의 실체는?_ 이렇듯 글라스노스트가 레닌주의적 신화를 포함해 사회주의 유토피아 전체를 박살 내는 동안 이상과 현실 사이 벌어지는 간극은 냉소적인 폭리 취득 추구는 물론이고 민족주의, 반공주의, 포퓰리즘이 채웠다는 것. 당시와 이후 많은 사람에게 믿기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러시아 지도자들은 기가 막히도록 순진하게 서방에 인정되고, 정당화되고, 받아들여지고, 편입되기를 원했다. 이데올로기적 혁명에 가까운 그러한 기대를 빼고는 소련이 내부적으로 무너진 이야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5. 마지막으로 소련 붕괴에 있어 서방의 역할은?_ 소련의 개혁과 붕괴에서 서방 요인은 비록 서방과 소련 모두에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 책이 입증하듯이 언제나 중심적이었다는 것. 미국 주도의 서방이 소련을 '보존'하려고 노력했다면 생존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서방은 붕괴하는 소련에 투자하지 않았고(소련 엘리트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새로운 마셜플랜 따위는 없었다), 미국의 정책 형성자들은 소련을 갱생이 불가능한 '악의 제국'으로 취급했다. 



6. 소련의 붕괴가 그 땅에 불러일으킨 파국을 보여주는 놀라운 수치..

러시아인의 기대 수명은 1990년 69세에서 1994년 64.5세로 떨어졌다. 남성의 경우는 64에서 58세로 급락했다. 1990년대 말에 이르자 러시아의 아동 인구는 1990년보다 370만 명 감소했다. 노동 연령 남성 가운데 340만 명이 조기 사망했다. 많은 젊은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를 여력이 없었다. 이것은 평화 시의 인구학적 파국으로, 러시아는 오늘날까지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7. 그리고 소련 붕괴가 전 세계에 가져다 준 여파_ 과연 냉전으로부터의 행복한 탈출, 공산주의에 대한 승리, 자유주의적 가치의 승리, 그리고 영구적 평화와 번영이었을까?

크림반도를 둘러싸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의 즉각적 점화, 러시아-발트 긴장, 트란스니스트리아, 체첸, 그루지야,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의 계속된 분쟁들.. 

소련의 붕괴와 서방에서 최근에 전개되는 일련의 사태 간의 병렬 관계? 결국엔 소련 수수께끼(퍼즐)가 우리 시대에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역사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필연적 승리에 관한 도덕극이었던 적은 없다. 그 대신 세계는 항상 그래 왔던 대로, 이상주의와 권력, 훌륭한 통치와 부패, 자유의 고조와 비상시에 자유를 제한해야 할 필요 사이의 투쟁의 장이다. 


사라져버린 소련의 유령은 유럽과 아시아, 세계를 떠돌고 있지 않다. 그러나 소련의 갑작스러운 소멸에 대한 수수께끼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상상 속을 여전히 떠돌고 있다. 전에 승승장구하던 서구 자유주의적 질서의 확실성이 우리 발 아래서 흔들리고 깎여나가는 모습을 목도하는 지금 특히 그렇다. 소련의 종식은 거대한 역사적 의미와 어마어마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인간 드라마였다. 그것은 냉전 종식과 탈식민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지구적 서사에서 하나의 각주로 축소될 수 없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지속성의 외관상 확실성을 믿지 말라고 가르쳐주며 미래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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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 개정증보판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 기억의 파노라마
줄리언 반스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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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이미 훌륭한 주석들이 많이 나와 있다. 또 그를 불멸의 음악가로 만든 레닌그라드 전투와 교향곡 7번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서도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작년 겨울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을 읽은 후, 반스의 이 책과, 그가 작품 집필에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엘리자베스 윌슨의 <쇼스타코비치> 평전, 그리고 위작이 의심되는.. 그래서 '쇼스타코비치 전쟁(논란)'을 야기했던 그의 회고록도 관련 도서로 함께 구입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이런 <무용한 글읽기>를 이어가게 해 줄만큼 이 세상은 한가하지 않고.. 그래서 또 <절박한 글읽기>를 계속 하면서, 시간이 속절 없이 흘러버렸다.. 그나마 <무용한 글읽기>가 가능해지는 <마법의 시간>인 6월 하순이 도래하여.. 먼지 쌓인 책장에서 우선, 그나마 얇은 반스의 책을 꺼내 읽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훌륭한 평전들 및 역사서가 많이 출간된 상황에서.. 이 책의 의의는 무엇보다 강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음악으로, '시대의 소음'에 맞섰던 한 음악가의 일생을 픽션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이상주의적 음악가를 둘러싼 온갖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언어를 '시대의 소음'이라는 메타포로 표현해낸 것도 인상적이다..


그는 평생을 아이러니에 의지하며 살았다..

물론 (반스도 쓰는 것처럼) 이상적인 세계에서라면 젊은이는 아이러니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 나이 대에는 아이러니가 성장을 막고 상상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남을 믿고,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며, 모든 것에 대해 모든 이에게 솔직하게 대하는, 활기차고 개방적인 마음 상태에서 삶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과연 2025년의 한국 사회에서도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니는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버린 사람들이 취하는 전략이다..낙관주의에서 비관주의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 삶에서, 아이러니의 감각은 비관주의를 누그러뜨려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현재 나의 삶 자체가 아이러니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성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삶이 이러할 것이라고 상상하거나 가정하거나 바라는 것과 실제 삶 사이의 간격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는 자아와 영혼을 지켜주는 수단이자, 우리가 매일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무기이다.. 쇼스타코비치 역시 아이러니에 기대하며 무시무시한 스탈린 체제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후르시초프 체제 하의 그로테스크한 소비에트 치하에서 살아남았다. (그와 비슷한 탄압을 받았던 프로코피예프가 스탈린이 죽던 날과 같은 날, 하지만 그보다 6시간 빨리 죽었다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다른 여느 의미들이나 마찬가지로 삶의 우연과 시간에 취약하다는 것.. 그래서 아이러니에 등을 돌리게 되면 그것은 냉소주의로 굳어진다는 것.. 말년의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를 저자는 냉소주의로.. 영혼을 잃은 아이러니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말년에 그는 현악사중주에 모렌도를 점점 더 많이 썼다. '사라지듯이', '마치 죽어가듯이'. 그가 자기 삶에 부틴 표시도 이것이었다. 포르티시모에 장조로 끝나는 삶은 거의 없었다. 제때 죽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무소륵스키, 푸시킨, 레르몬토프 -너무 일찍 죽었다. 아치콥스키, 로시니, 고골- 이들은 더 일찍 죽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베토벤도 그럴지도 몰랐다. 물론 유명한 작곡가나 작가들에게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적절한 수명을 넘어서까지, 삶이 더는 기쁨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실망과 무시무시한 일들만 일어나게 될 때까지 살게 되는 문제. 


영화를 전공하는 지인에게..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룬 영화는 없는지 물어봤다.. 이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천재음악가를 영화감독이 놓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대답은 "영화음악은 많이 있는데 영화는 기억나는게 없네요.."였다.. 쇼스타코비치가 영화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에트의 국책사업이었던 영화 사업에 그가 동원된 것은 사실이다.. 반스 역시 이 점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관련된 질문 하나, 훌륭한 작곡가의 나쁜 음악이 어디까지 허용될까? 한때는 그 답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정말 형편없는 수많은 영화들에 삽입될 많은 나쁜 음악을 작곡했다. 그의 음악 탓에 그 영화들이 훨씬 더 나빠졌고, 그렇게 진실과 예술에 봉사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니면 그건 그저 궤변에 불과한가?"


그래도 그는 재빨리 검색해서(실로 검색의 여왕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다큐멘터리 한 편을 찾아주었다..  

알렉산더 소쿠로프, <비올라를 위한 소나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81)

한 예술가가 죽을 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자신의 예술인생에 관한 이미지들의 모음.. 또는 전지적 시점으로 한 예술가를 회고하는 이미지들의 모음.. 이란다..

벤야민을 떠올리게 하는 한 줄 평이다.. 역시 영화는 기억을 다루는 가장 훌륭한 장치인가보다..


하지만 이런 다큐멘터리를 소개받을 때마다 항상 맞닥뜨리는 난제..

이런 영화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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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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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가장 결정적 사건이 러시아혁명과 소비에트의 탄생이라면,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기억되지 못한 사건은 소비에트의 붕괴가 아닐까. 지금 우리 시대의 모든 정치적 반목과 증오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 붕괴와 해체의 기록은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 훌륭한 책, 훌륭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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