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에 쓴 인생론
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박목월이라는 저자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학생 때 '나그네' 시를 공부하며 암기했던 경주 출생으로 청록파 시인이며 교수이기도 하였다는 사실정도였다. 기회가 된다면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박목월 에세이집 '밤에 쓴 인생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1975년 '삼중당(三中堂)'에서 간행된 초판을 바탕으로 현대에 맞게 내용을 재정리 한 것이라 한다.
책을 받고 표지에 적힌 부제 '작은 일상의 이야기에서 건져 올린 큰 울림' 이라는 짤막한 글귀에서 묘한 끌림을 느꼈다. 마치 '나그네'시중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표현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한 줄의 글귀로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능력에 부러움을 느끼며, 어떠한 소소한 이야기들로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지 내심 기대감을 갖게 한다.
본문은 총 26개의 짧은 이야기를 엮어 놓은 글로써, 틈틈이 가볍게 읽기 좋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유대인의 '탈무드' 못지않은 지혜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1975년에 초판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시대의 시대상을 넘어 현대사회에 접목 가능한 이야기들로 엮여있다. 몇 가지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은 '부부 사이의 관계는 인간이 인간에게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신뢰를 의미하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남다르게 다가 올 것이다. 나 또한 부부란 무엇이며, 어떠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임하는것이 최선인지에 대해 고민해본적이 있다. 저자의 이 한 줄을 만나게 됨으로써 조그만 깨달음을 얻을수 있었다. 현대의 부부관계라는게 이혼율도 높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데 서로에 대한 최대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문제들도 다수 줄어들 것으로 생각이 된다.
KBS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서 '최소의 물품으로 살기'라는 주제를 방연한 적이 있다. 그땐 재미로 보고 무심코 넘겼었는데 여기서도 그와 맥을 같이하는 저자의 생각을 볼 수 있다. '과연 인간 생활에 절실하게 필요한 그야말로 절대적인 필수품의 한계가 어느 정도냐고 묻고 싶다. 대체로는 일종의 허영으로서의 필요 이상의 살림을 갖게 됨으로써 우리들의 생활이 복잡해지고 우리가 생활하기보다는 생활 그것에 우리가 쫓기는 것이 아닐까'라며 저자는 평생을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한다. 나도 모르게 내 주위를 둘러보며 하나둘 체크를 해보기 시작하였다. 의외로 필요 없는 물건과 쓰지 않는 물건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며 나를 타이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릴케, 톨스토이, 헤르만헤세, 괴테 등 여러 작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중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죄를 짓고 지상에 쫓겨난 천사 미카엘이 그에게 주어진 세 가지 과제의 답을 깨닫고 마치 불교의 '염화미소(拈花微笑)'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천상계로 복귀하는 이야기가 흥미를 자극하게 된다. 위대한 박애주의자로서 톨스토이의 정신세계를 집약한 작품으로 결국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주위에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며 '미카엘의 미소'를 갖게 되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이 처럼 다양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로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밤에 쓴 인생론'은 오늘날의 어떤 계발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책 한권으로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하는 이들,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이들, 딸자식을 갖은 부모들, 실연에 아파하는 이들, 고독하다 느끼는 이들, 시인을 꿈꾸는 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그리고, 글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여러 유명작가의 글들을 덧붙여 사용함으로써 저자의 글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를 돕고, 시인답게 중간 중간 시와 시적인 표현을 감이하여 마치 한권의 시집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움점이라면 1975년 초판된 내용이므로 난해한 단어나 시대에 맞지 않는 표현들이 더러있는것은 글을 읽으며 감안해야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독서의 즐거움에 대한 저자의 한마디를 가슴에 세기며 며칠간의 즐거웠던 서평을 마무리 한다.
'책을 사랑하는 것은 삶을 사랑하는 일이며 진리를 사랑하는 일이다. 또한 독서를 즐기는 일은 삶을 즐기고 진리를 체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