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 - 군인에서 상인 그리고 게이샤까지
다카사키 소지 지음, 이규수 옮김 / 역사비평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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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구입한 지 2년여 만에 드디어 책장에서 벗어나 표지를 열고 한 장 한 장 넘기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괜히 짠한 마음이 든다. 짠한 마음에 뭔가 끄적거리고 싶어 알라딘에 들어와 검색을 했는데 이럴수가! 이 책이 품절도서란다. 더 짠해진다......

 

 이 책은 개항 후부터 1945년 패전까지 시기별로 구분해 조선에 거주한 다양한 계층의 일본인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시기별 구분 안에서도 소주제로 나뉘어 일본인 개개인의 회고, 활동상 등이 설명되었다. 몇년 몇월 아무개는 어떠했다 는 문장이 대다수인 나열식 구성이어서 종종 지루한 감도 있지만 시기별, 성격별 등 구체적으로 구분해 서술하였고, 흥미로운 사례들도 많아 사료집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재조 일본인들이 등장하는데 눈에 번쩍 들어오는 이름이 있다. 가네코 후미코. 그녀는 아나키스트 박열의 연인으로 일본제국주의와 천황을 비판했던 인물로 알려져있다. 그녀는 1912년 충북 부강에 사는 숙모의 양녀로 조선에 들어와 1919년까지 거주했다고 한다. 재조 일본인들 개개인이 다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겠지만 책을 번역할 때 그녀에 대한 부연설명이 들어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개항 후부터 패전까지 재조 일본인들의 모습들을 열거하는 구성때문인지 해당 사안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평가가 적다. 그러나 책의 첫페이지부터 등장한 '역사를 모르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연구되고 쓰여진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식민정책을 연구할 때 정책을 입안하는 고급관료들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국가의 정책에 따라 조선에 들어와 살았던 '평범한 일본인들'의 모습에도 주목해야함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조선으로 이주해서 자랑스러운 식민정책의 첨병이 될 것을 국가로부터 강요당하기도 했을 것이, 자신의 의지로 한탕을 꿈꾸며 온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었든 그들 역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경제, 외교, 군사 등 모든 분야의 권한을 침탈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자국의 식민정책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점은 비난받아야 한다. 조선에 살던 '평범한 일본인들'이 일제의 식민지배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식민지배의 책임을 물을 때 관료 등 지배층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을 말하고 있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는 현재를 살고 있는 평범한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우리 역시 어떤 식으로든 자유롭지 않다. 모두가 이 점을 인식하는 순간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는 일은 더이상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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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10
박지원 지음, 김문수 엮음 / 돋을새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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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 박지원의 인간적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술 좋아하고 때로 허세(?)도 부리는 인간적인 모습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사실 연암에 대해서 말하자면 조선시대 실학자, 북학파, 이용후생, 수레의 중요성 강조 등의 내용으로 설명되어 왔다. 물론 그가 주장한 내용들로도 충분히 그의 개혁적인 면모를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열하일기>를 더해본다면 분명히 연암을 사랑하는 팬들이 더욱 늘 것만 같다.

 

 <열하일기>는 연암이 1780년 청나라 황제의 사절인 삼종형 박명원을 따라 연경(북경), 열하 등을 여행하며 경험했던 일들을 정리한 글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연암은 약 3년에 걸쳐 당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에는 18세기 후반 중국과 조선의 생활상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과 다양한 인간상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기행문이라고 하겠다.

또한 내용 중간 연암의 생각들-수레의 중요성 강조, 조선 관리들의 목마(牧馬) 경시풍조 비판, 호질(虎叱)이라는 작품에서 보여준 양반 풍자 등-이 흥미롭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는 물론 역사공부로도 손색이 없다. 국사시간에 실학자들에 대해 배우면서 단순하게 박지원은 북학파, 이용후생학파 라고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났다. 연암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공식처럼 외운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열하일기>를 읽는다면, 교과서에 나온 단순한 문장들에 생명력이 더해져 연암과 그의 주장들이 확실히 각인될 것이다.

  

 연암은 무척이나 술을 즐겼던 것 같다. 술이 무척 세서 중국인들의 감탄도 자아내고 말이다.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세어 보니 약 15회 정도가 되었다. 이미 누군가가 연구했는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술의 역사를 말할 때 연암이 빠지면 많이 섭섭하겠다. '연암과 술'이라는 제목으로 재미있는 글을 써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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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Sophie Gets Angry-Really, Really Angry (Paperback) - 느리게100권읽기 4색과정 (빨강) 느리게100권읽기-1차추천도서
몰리 뱅 지음 / Scholastic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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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하고 화가 나면 이 책을 열고 소피가 되어 본다. 화가 난 소피가 자신을 다스리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림책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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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부곡인, <경계인>으로 살다 - 부곡인과 부곡 집단의 기원과 전개 한국역사연구회 역사책장 1
박종기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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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과서에서 본 ˝특수계층-향, 소, 부곡˝이라는 내용을 기억하는지. 대체 어떤 집단인걸까, 무엇이 특수한 걸까 궁금했는데 드디어 그 실체를 만났다! 덤으로 작가의 학문여정을 엿본 것도 책이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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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갈색 눈 -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 수업 이야기
윌리엄 피터스 지음, 김희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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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체질로 나를 분석해보니 나는 태음인에 가깝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어떤 유형에 특히 가깝다는 것이지 100% 일치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찌 오묘하고 복잡한 인간을 하나의 유형으로만 규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태음인의 성향 중 나와 딱 들어맞는다고 느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경험주의자'라는 것이었다. 몇번씩 경험해봐야 마음이 움직이는, 대상을 보고 판단할 때 경험에 의지하는 면이 크다는 것. "나 태음인 맞나봐~^_^"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우리는 모두 '경험'에 크게 의지하고 있지 않나? 책에서만 보고 말로만 듣던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상상만 했던 일들을 내가 직접 경험했을 때 확실히 다르다. 더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우리는 말로는 차별 없는 세상을 열심히 외쳐댄다. 그런데 실제로 어떤가? 무의식적으로 세상을 나와 너, 우리와 그들로 구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경험'이 선물한 내면의 변화

 

   교사 엘리어트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주었다. 눈의 색깔이 푸른색이냐, 갈색이냐에 따라 차별하고 차별당하는 경험을 실제로 하게 한 것이다. 아이들은 차별을 하면서 누군가의 위에 서서 많은 혜택을 받고 우쭐해지는 경험을 해보았다. 동시에 차별을 당하면서 자신이 열등하고 쓸모없는 존재임을 경험해보았다. 단지 눈 색깔이 푸르고 또는 갈색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아이들은 실험을 마친 마지막 순간에 눈 색깔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며, 나아가 피부색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동시에 한없이 아름다운 우정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실험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는 교육법의 효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그런데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엘리어트의 이 실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아이들 중에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차별할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차별받는 것을 경험하게 해서 정서적으로 큰 상처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론이다. 나 역시 이 실험에 대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경험에 의거한 교육의 중요성을 적극 인정하는 목소리, 실험의 내용을 듣자마자 손사래를 치며 "비인간적이야, 상처를 주는 잔인한 행동이야!'라는  비명들, 관련 사례를 담은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을 통해서 충분히 알려줄 수 있다는 의견 등 정말 다양한 생각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조금씩 생각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엘리어트의 차별실험이 완전무결함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크게 상처를 받을 것이다. 실험을 하면서 엘리어트 본인도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삶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내면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내면의 움직임은 자신이 스스로 겪었을 때 더 강렬하게 일어난다. 바로 이 '경험'의 중요성을 알려준 것이다.

 

 

역사 속 '수많은 개인들'의 책임

 

   이후 엘리어트는 성인들에게도 이 차별실험을 진행했다. 1984년 7월, 교정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아이오와시 워크숍에서 일어난 일은 매우 인상적이다. 역시 이들도 눈 색깔로 분리되어 차별을 하고 당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런데 차별을 당하는 입장에 있던 푸른눈의 사람들은 이 실험에 동조하는 갈색눈의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워크숍을 진행한 엘리어트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저항했다. 이것은 "마치 푸른눈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갈색눈의 사람들의 공모를 무시하고, 문제는 순전히 권력을 가졌고 비합리적인 단 한 명의 개인에게 있다고 가정하는 듯 했다."  단지 이 실험에서만 국한된 모습일까?  이것은 다른 국가를 식민지배한 경험을 가진 나라들의 국민들에게도 해당되는 것 아닐까? 20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독일 나치즘의 광풍(狂風)이 오직 히틀러라는 개인의 책임인 걸까? 일본의 식민지배 역사는 천황이라는 인물의 책임인가? 엘리어트의 차별실험이 의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역사에 등장했던 잔혹한 식민지배의 책임이 '단 한 명의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수많은 개인들'에게도 있다는 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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