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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청을 설립하라 -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
박상익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평점 :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어라는 유용한 도구가 표현해낼 '컨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그렇다.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험난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소비만 하는 사람인지.
저자는 한국사회의 엘리트가 가진 난민의식을 비판한다. '난민'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정치,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자국을 떠나 타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사회의 엘리트와 난민이라니... 뭔가 안 맞는 조합인 것 같은데... 그런데 난민이라는 개념을 확장시켜 보자.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발 붙이고 있는 장소가 살기 어려워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것도 난민의 한 갈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에게서 보이는 선민의식, 나는 너희와는 다르다는 생각, 언제든 이곳을 떠나면 된다는 생각.... 이런 생각으로는 현재 자신이 있는 공간의 문제점이 보여도 고칠 필요가 없다. 왜?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가면 되니까.
이런 의식들이 공고해지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대신, 나는 이 곳에 어울리지 않아, 다른 곳을 찾아 떠나겠어... 라며 회피하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역시 '나의 현실'을 얼마나 회피하고 방관해왔는지...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힘, 자신이 있는 공간의 문제점을 방관하지 않는 힘, 대안을 찾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 이런 힘을 기르는 한 해가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