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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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언, 정말 유감인데요, 당신이 맡긴 돈은 어디에도 투자된 적이 없어요. 단 한 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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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맡긴 돈이 다 사라진 거예요. 사기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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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사기 ;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 수법.

이 작품은 2008년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메이도프 폰지 사기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
그 때 당시 피해액은 650억 달러, 한화로 약 72조 5천억 원에 달한다.

사기의 중심 인물이었던 '버나드 메이도프'는 150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
캐나다 밴쿠버섬 최북단의 오성급 호텔 '카이에트'.
이복남매인 폴과 빈센트는 이 곳에서 각자 청소일과 바텐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같은 날 둘은 그만두게 되는데,
폴은 유리창에 끔찍한 낙서를 해서 쫓겨났으며 빈센트는 전날밤 바에서 만난 호텔 소유주인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눈에 들어 그의 저택으로 들어가게 된다.

빈센트에겐 매일이 호화스러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33살의 나이차가 나는 이들은 서로에게 확실한 역할을 해주었다.

빈센트는 그의 완벽한 '트로피 와이프'를 연기했으며 그는 빈센트에게 한도 없는 신용카드를 제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금 반환 요구가 빗발치자 회사는 고객의 환매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렇게 대국민 사기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회사 앞에서 울부짖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면서 끝없는 지옥을 맛보게 되고, 주요 관계자들은 발빠르게 해외로 도피하거나 회사에서 체포된다.

이 책은 1999년부터 2029년까지의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서술한다.
개개인의 어리고 젊었던 시절의 일화부터 그 사건 이후 각자 사는 모습들까지 그야말로 드라마 같다.
이들의 공통점은 언제고 '조너선'과 엮인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
오성급 호텔의 강인하고 멋있는 유리창.
하지만 창이 깨지고 유리가 흩뿌려지자 그제서야 보이는 유리의 이면.

알면서도 유혹에 못이겨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기극이었다.

실제 인물들처럼 등장하는 이 하나하나가 다 입체적이고 개성 있다.
각자 그 사건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까지 보여주면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 더욱 몰입도가 높았으며 자유자재로 시간을 넘나들기 때문에 파도에 휩쓸리듯 정신없이 따라가게 된다.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과 후회가 뒤섞인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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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
도몬 후유지 지음, 이정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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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CEO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최고 경영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화 및 경영 방식을 풀어낸 이 책은 무려 1993년도에 쓰여졌는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경영 지침서로 사랑 받고 있다.

<역사+경영>의 조합이라니 처음엔 너무 어렵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없이 읽혔고 오히려 일화 하나하나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
최고 경영자로 일컬어지는 도쿠가와의 어린 시절은 가혹했다.
할아버지가 부하에게 살해당하고 고작 6세였던 소년 도쿠가와는 인질로 잡혀가 무려 13년이나 멸시를 받으며 지낸다.

그 때문이었는지 도쿠가와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이미 사람을 볼 줄 알았고, 특히나 어른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무서운 면이 있었다.

그는 결코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깊은 눈으로 때를 기다렸다.

사람을 다루는 데 있어 탁월한 재능을 보인 도쿠가와는 손쉽게 자신의 사람들을 늘려 나갔고 점차 위로 올라가지만 일화를 읽다 보면 참 일도 많았다.

원치 않는 악처와의 정략결혼에 이번엔 유부녀와의 결혼까지.
후에는 동맹을 지키기 위해 본처와 가장 아끼던 장남을 살해하기도 한다.

도쿠가와가 75세까지 장수하면서 이룬 업적과 경영 방식, 사람을 다루는 방법 역시 잘 소개가 되어 있다.

친인척이라도 측근에 두지 않았고 정신이 깨어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등용한다.
그럼으로써 안일하던 측근들에게 늘 긴장감과 경쟁심을 심어 주었고, 친구를 두지 않았으며 사람을 믿지 않고 오로지 상황만을 믿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살한 적장의 머리를 정중히 받들어 명복을 비는 모습에서는 적장의 부하들까지 감격하게 하여 결국 그의 사람으로 만든다.
또한 개개인의 쓰임새를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러다보니 사람이 늘 따를 수밖에.
공격적이고 무자비했던 기존 정권이 도쿠가와에게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언론'을 잘 활용했던 그는 어떻게 하면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너무나 잘 알았다.

그는 후계자 역시 장남이 아닌, 자신이 뒤에서 섭정할 수 있는 온화한 아들로 정하였고 실제로도 자신이 지혜를 내리면 그의 아들인 '노부타다'는 실행했다.

이 2대 쇼군인 노부타다의 경영방식도 후에 나오는데 평범한 줄로만 알았던 인물이었는데 강한 부드러움을 타고나 나중에는 아버지보다도 더 추앙받는 쇼군으로 자리매김한다.
아버지에게 없었던 단 한 가지, 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에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
이렇게 일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다.

지금까지도 도쿠가와의 경영방식이 통용되는 것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환경만 달라졌을 뿐 사람을 다루는 것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책 알러지가 있는 나조차도 재밌게 읽은 경영책이니 누구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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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밤인 세계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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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얘기하고 시작하자면, 이 책은 내가 읽었던 국내 문학작품 중 거의 베스트다.
첫 충격은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 그랬고 이 책 역시 그만한 충격을 내게 주었다.

나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한 책.
첫 장부터 무서우리만치 빠져들게 만들었다.

신선하고도 아름다운 문체와 눈 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뛰어난 묘사, 동화스러운 분위기, 신비한 존재들, 무덤덤한 잔인함까지.

📖
이야기는 샴쌍둥이로 태어난 에녹-아길라 남매가 수술대에 오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의사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말했고 남작 부부는 좀 더 온전해보이는 에녹(아들)을 살리기로 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아이들을 수술실에 들여보낸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수술은 대성공으로 끝나 아길라(딸) 역시 하반신은 없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남작 부부는 매우 기뻐했으며 이들 가족은 그렇게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다.
아이들이 일곱 살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신은 왜 하반신이 없는 채로 태어났는지 항상 궁금해하던 아길라에게 한 하녀가 "아가씨는 원래 죽을 운명이었다."고 말해준다.

그 진실을 듣기 위해 찾아간 부모의 방에서 그녀는 둘의 대화를 엿듣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이 버려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때부터 아길라는 자신의 몸을 찾기 위해 흑주술에 관한 모든 서적을 섭렵하고 날이 갈수록 사악해져 그녀 곁에 있던 모든 이들이 다치거나 죽어나간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날, 사랑스러운 남동생 에녹을 불러 "너의 몸은 본디 나의 것이기도 했으며 내가 양보했으니 너 또한 나에게 협조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부모 몰래 보름달이 뜬 겨울의 새벽, 그들은 달빛 아래서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 아길라는 드디어 그토록 갈망하던 다리를 얻게 된다.
남동생인 에녹의 몸에 들어간 채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밝혀진 남매의 출생의 비밀.
왜 그렇게 태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아기를 갖기 위해 그들의 어머니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348p.
무엇보다 큰 문제는 네가 원죄를 짓지 않고 태어났다는 거였지.
밤에 속할 존재라면 누구나 짊어지고 태어나게 되어 있는 그것, 너의 원죄는 그러니까......

형제 살해였다.

너는 너와 함께 잉태된 형제를 어머니의 배 속에서 죽이고 태어날 운명이었지. 네 형제는 오직 그걸 위해 너와 생명을 나누어 가졌을 뿐이다.
그러나 죽은 채 태어났어야 할 그 아기가 살아 태어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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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를 가지고 태어났어야 할 아이가 순수하게 태어나 버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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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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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하려는 소녀 앞에 계속해서 나타나 그녀를 방해하는 남자.
그는 소녀가 어디서 시도하든 귀신같이 나타나 그녀의 손목을 잡아챈다.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매번 그녀 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일까.

'아이바'라는 스무살 남자가 있다.
아기 때 부모에게서 버려지고 다섯 살 때 지금의 양부모님에게 입양되었으나 귀염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껏 남처럼 지내고 있다.
더욱이 자신은 가지지 못한 가족이란 것을 당연스레 누리는 동급생들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 채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자에게 남은 것은 없다.

'새해가 되기 전에 죽자.'
12월 25일, 모두가 행복해보이는 크리스마스날 아이바는 다리 위에 선다.

그리고 죽기 직전 그의 앞에 나타난 사신.

사신은 그에게 3년의 시간을 주고 나머지 수명을 뺏는 대신, 24시간 전으로 돌릴 수 있는 은시계를 건넨다.
남자는 죽기 전 이 시계로 3년간 맘껏 즐기다 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 제안을 수락한다.

"당신은 3년 후 12월 26일 밤 12시에 숨을 거둘 겁니다.
남은 3년 동안 즐겁게 보내십시오."

그렇게 마음껏 은시계를 이용하며 살던 어느 날, 뉴스에서 자신이 원래 자살하려고 했던 다리에서 한 여중생이 투신자살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고 왠지 신경이 쓰여 시간을 24시간 전으로 돌려 그녀를 찾아간다.

그렇게 죽고 싶은 소녀와 곧 죽게 될 남자의 시곗바늘이 만난다.

✏️
이런 류의 소설 간만에 읽으니 몽그르르하니 재밌었다.
일단 표지부터가 영롱하고 예뻐서 마음에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신'의 등장과 약간의 판타지적인 요소, 시공간의 초월 등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소재였다.

요즘 같은 봄, 가벼이 즐기기에 딱 좋을 듯한 로맨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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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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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를 걷고 싶은 당신과, 물 속으로 잠기고 싶은 여자의 (자세히 보면) 사랑 이야기.

"이승우는 묘사하지 않고 진술한다. 심문하고 색출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심문과정은 한층 더 차갑고 치밀해진다."_박혜진(문학평론가)

📖
아내와는 사실상 종료된 것과 다름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남자는, 출장을 위해 멕시코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관광가이드인 그녀를 만나게 된다.

신비한 고대 마야 문명의 유적지에서 둘은 키스했고 남자는 그 강렬한 충격을 잊지 못한 채 돌아온다.

🏷32p.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대는 순간 당신의 모든 감각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당신은 식물의 잎맥들이 뿌리에서 줄기까지 수분과 양분을 운반하며 내는 소리를 들었고,
풀 위에 맺힌 이슬들이 진주알처럼 또르르 구르는 모습을 보았고,
달빛이 공기 속으로 섞여들어 가 몸을 부비는 모습을 보았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이 미리 발산하는 향기를 맡았다.

그로부터 십육 개월이 지나 남자는 발령을 받고 그녀가 사는 H시로 내려가게 되고, 그들은 재회한다.
하지만 과거의 강렬했던 기억과는 사뭇 다른 날것 그대로의 동거생활에서 그는 다시 도망치고 만다.

상처 입고 욕조에 잠겨있는 그녀를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둘이 만나기 이전, 그녀에게로 오던 남편과 다섯살짜리 아이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녀는 그때부터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나서 다시 그녀가 보고 싶어 찾아가는 남자.

저자는 이 이야기가 연애소설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마지막엔 사랑이 있기나 한거냐며 다시금 도발한다.

'그러게. 사랑이 있기나 했던가?'

"이 소설은 사랑이 끝나는 자리에서 시작되어 사랑이 시작된 자리로 거슬러 올라가, 다시 사랑이 끝난 자리로 돌아온다."_정여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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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작가정신의 '소설, 향' 중편소설 시리즈로, 새로운 시대의 독자를 위해 16년 만에 다시 나온 개정판이다.

120페이지 분량의 작품에 두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55페이지 가량 첨가되어 있는 이 소설은 가볍지만은 않다.

표면적인 줄거리보다는 저자가 서술하는 '사랑'에 대한 탐색에 같이 마음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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