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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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아. 그러니 걸어, 아가씨야."

* 대학 캠퍼스에 피어나는 풋풋한 연애 이야기와 뜬금없이 훅훅 치고 들어오는 요괴들, 아무렇지 않게 집어넣은 환상적인 판타지 요소가 이 한 권에서 손을 잡고 뛰노는 듯하다.

모리미 판타지에 어서오세요!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
🥇<다빈치> 선정 '올해의 책' 1위
🥈일본 서점대상 2위

✏️
모리미 판타지 최고의 수작이라 꼽히는 이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지라 처음엔 정신없는 이 전개에 적응이 안됐다.

'분명 청춘소설이랬는데. 뭐지 이 신박한 전개는?'

작품은 총 네 파트로 나뉘어있는데 봄부터 시작해서 겨울로 끝난다.

주된 내용만 보자면 작고 마른 체구에 빛나는 검은 단발머리를 한 여대생에게 반해 그녀를 좇는 한 남자의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그녀는 너무나 순진무구했고 그는 너무나 용기가 없었다.

그는 '최눈알(최대한 눈 앞에 알짱거리기)' 계획을 밀고 나가지만 그렇게 마주침에도 해맑은 그녀는
"어머, 또 만났네요!" 하고 지나쳐버리기 일쑤.

하지만 그는 사계절동안 굴하지 않고 그녀의 마음을 얻어 이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겠노라며 고군분투한다.

📖
<봄>
술자리가 끝나고 그녀가 한밤의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녀를 좇아가지만, 신나게 스탭을 밟던 그녀를 놓쳐버리고 괴한의 습격을 받아 골목에서 바지와 팬티를 빼앗겨버린 그.
같은 시간 순진무구의 그녀는 신비로운 사람들을 만나 교토의 밤을 즐기고 있었는데...

<여름>
이번엔 그녀가 헌책시장에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는 또다시 우연을 가장해 알짱거리기 위해 헌책시장에 가서 그녀를 찾아헤맨다.
그러다 왠 도깨비 같은 예쁜 꼬맹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어릴적 잃어버린 그림책을 찾아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책을 찾아주기 위해 그는 고약한 '이백 옹'에게 도전하고 한여름에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방 안에서 화롯불을 쬐며 세상에서 가장 맵고 뜨거운 탕을 먹는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가을>
그녀를 따라다닌지 벌써 반 년!
이번엔 대학축제에서 그녀를 찾아헤매는 남자.

각종 해괴한 일들이 넘쳐나는 이 곳에서 그는 종횡무진 활보하는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겨울>
'이백 옹'이 심한 감기에 들자 이백 옹의 기침 한 번으로 교토의 온 마을이 지독한 감기로 휩싸이고 거리는 마치 지구 멸망 직전인 것처럼 정적에 잠긴다.

인간들은 하나 둘 감기에 쓰러지고 딱 한명 걸리지 않은 사람,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모두 몸져 눕자 심심해서 매우 슬퍼하다가, 전설의 명약인 '윤폐로'를 구해 이백 옹과 사람들을 감기로부터 구하려 한다.

그와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될 것인가.

💬
옮긴이 역시 후기에서
"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작품을 앞에 두고 이것저것 단어를 늘어놓는 것이 공허해진다. 그냥 '읽어봐'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매 문장이 이상하고 기묘하고 아름다워서 하나하나 적기보다는 나 또한 그냥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그런 책!
어쩐지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수집해 읽고 싶어졌다.

나도 모르게 중독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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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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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도, 악의도 없는 미나토 가나에 순한 맛은 어떤 맛일까?
이야기는 <하늘 저편>이라는, 결말 짓지 않은 한 작가미상의 수기로부터 시작된다.

📘<하늘 저편>
산에 둘러싸인 산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에미는 한 번도 마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 항상 산 너머에 대해 생각하며 공상하기를 즐기는 여중생이다.

그러다 친구의 제안으로 그 공상을 글로 쓰며 이야기로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부모의 빵집에서 일을 돕다 만난 고교생과 책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지게 되고, 둘은 에미가 스무 살이 되자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 때, 에미 인생에 너무나 좋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

늘 동경하던 작가 '마쓰키 류세이'의 제자로 들어와 가정일을 도우면서 글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고 에미는 약혼자와 부모에게 자신을 보내달라 청하지만 극심한 반대로 인해 그 꿈은 벽에 부딪히고 만다.

결국 에미는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산 너머 역으로 나가기로 한다.

하지만 역 앞에는 에미의 약혼자가 서 있었다…

📖
수기는 여기서 끝난다.

처음엔 '이게 뭐야?' 했지만 뒤에 이어지는 단편들이 이야기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수기의 결말도 자연히 알 수 있게 된다.

단편 속 화자들은 나이도,성별도,사는 곳도,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 각자의 고민거리를 안고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온다.

직장암에 걸린 임산부에게 한 소녀가 이 수기를 전해주게 되고 이 임산부 역시 여행 중에 만난 다른 이에게 이 수기를 선물하면서 각자마다 자신의 상황을 투영시키고 자신만의 결말을 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달 받은 사람은 에미의 남편이 되는데…

✏️
무슨 내용인지 아예 모르고 시작한 책.
서로 계속 이어지는 듯한 단편들이 모여 나중엔 하나로 완성된다.
끝까지 매운 맛은 없었다.
다만,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고 각자의 여행 방법으로 페리,자전거,오토바이를 이용하는데 그마다의 여행 방식이 다른 것도 재미있었고 홋카이도 구석구석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는 점 역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더욱 설렜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이 책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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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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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시대를 이르는 말

🌿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의 에세이 《자연》에서 시작된 스무 명의 작가, 스무 편의 글을 한 데 묶은 에세이집.

이 작가들은 저마다 모두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으며, 분야 또한 제각각이다.
생태학자부터 시인, 저널리스트, 작가, 과학기술 전문가, 곤충학 교수, 조경가, 동물복지 활동가, 약초재배자, 건축가까지!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자연 소재의 이야기도 20인 20색이다.
나무, 곤충, 새, 연못, 바다, 숲, 늪지 등…

지금의 인간은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며 자연에 대해 그 어떠한 배려도 없다.
공짜로 무한정 주어진 자원인 양 우리 다음 세대에 대한 예의 또한 없다.

이 책은 그 점들을 심히 걱정하면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합쳐진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상기후가 계속되는 요즈음, 딱 읽기 적절한 책이었다.

🏷29p.
인간의 활동이 지닌 두드러진 특징은 대개는 항상 단기적 이득을 노린 편협한 시각에서 이루어졌으며, 지구에 미치는 결과나 우리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47p.
우리들의 어머니 대지는 무시당하고 기가 꺾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고 보살핀다.

우리가 누릴 자격이 없을 때조차 대지는 우리에게 그것들을 베푼다.

대지는 근본적이고 순수한 참사랑의 모범이다.

🏷67p.
땅은 우리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는 다른 박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외친다.

🏷86p.
《자연》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자신이 보다 광대하고 확장된 우주와 고독을 나누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63p.
"인간은 지상의 유일한 종이 아니다. 그런 척하고 있을 뿐이다."
이 재치 있는 말은 우리 종의 오만이 다른 동물들과 자연,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얼마나 심각한 해악을 끼쳐왔는지를 강조한다.

🏷181p.
하루 14시간씩 농장에서 살다 보면 가장 감동적이고 미묘한 자연의 모습을 포착할 기회가 생긴다. 잠자리 날개가 귓가에 스치며 위안을 줄 때 그 소리와 감각은 빠른 어루만짐, 부드러운 두드림이다.

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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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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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다.
내 인생책이 시집이 될 줄도 몰랐다.
신께서 죽기 전까지 단 한 권의 책만 가질 수 있다고 하신다면, 고민없이 이 책을 집어들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이런 글을 쓸 수가 있는 걸까.
그의 깊이에 장을 쉬이 넘길 수가 없었다.

여기서 이 분의 필명을 먼저 얘기하자면, 박노해.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뜻이다.
필명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1980년대 노동운동자였다.
스물 일곱 때 시집 <노동의 새벽>을 내어 '이름 없는 시인'으로 불렸으며 당시 독재정권은 이를 금지도서로 정해 탄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100만 부가 팔려 나갔다.

그렇게 7년의 수배생활 끝에 붙잡힌 그는 1991년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 때 당시 24일간 받은 끔찍한 고문의 고통을 여전히 안고 살아가는 그이지만
두번째 사진은 그가 사형선고를 받은 직후의 웃는 모습이다.

이 책엔 그 때 당시의 글도 담겨 있다.

🏷299p.
"이 사람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고자 사형을 구형한다"던
내 나이 서른일곱 살의 그날,
법정에는 울음과 고함이 퍼졌으나
난 환하게 웃었어요

가장 소중한 젊음을 어려운 시대의
내 조국에 바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이만하면 좋은 삶이고 죽음이라고
난 한 번 웃었어요

_<미래로 추방된 자> 중에서

그는 7년 6개월 만인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출소했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한 그가 남긴 말.

"과거를 팔아 현재를 살지 않겠다."

그렇게 그는 다시 전쟁과 기근의 여러 나라를 돌며 어려운 이들을 돕고 보살펴 왔다.

함께 울고 웃었던 동지들을 눈 앞에서 떠나 보내고
여지껏 홀로 남아 아픈 몸으로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쓴 별빛 같은 시 301편.

환갑을 넘긴 그는 현재 어느 산골마을의 작은 집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여전히 글을 쓴다.

그와 30년을 함께 한 만년필과 함께.

🏷54p.
우쭐해진 만년필이 그런다
난 만 년이 지나도 계속 쓸 수 있을 테니
그대가 쓰는 시와 생각과 마음씨가
만 년이 지나도 계속 살아있게 하라고

그래, 만 년의 도구로
백 년의 글을 쓸 순 없지

_<만년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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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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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미개척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관계다!" _ 버즈 올드린(우주비행사)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수많은 상담을 통하여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분석하고 정리해 이 한 권에 모두 담아내었다.

처음엔 다 달라 보였지만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타인에게서 인정 받고 싶은 욕구,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랬다.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심이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며 무리해서 감추고 산다던지 혹은 오히려 더 오버스럽게 행동해서 결국 사람들이 떠나가게 한다던지 각자의 성향에 따른 표출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겪어 왔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도 더러 있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인간들 나름 이유는 있었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알아서 고치던지 계속 그렇게 살던지.)

다만 내가 혹시 인간관계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지를 신경 쓰며 읽었다.
혹여나 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싶진 않기에.

🏷25p.
음식도 날것으로 먹으면 자칫 소화장애를 일으키듯이, 인간의 감정도 서로가 날것인 채로 부딪치다 보면 불필요한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84p.
바다에 파도가 거셀 때는 바닷속을 볼 수 없다.
잔잔할 때만 그 바닷속을 볼 수 있는 법이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92p.
세상을 구성하는 데는 모든 종류의 인간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해도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다.

🏷127p.
한마디로 말해서 머리도 나쁘고 가치관도 형편없는 위인일수록 좌충우돌하면서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고 다니는 것이다.

🏷151p.
인간은 사용설명서 없이 태어난다.
따라서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나를 이용해야 하는지 알 길을 모른 채 우리 인생의 드라마가 써지는 것이다.

🏷169p.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린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183p.
나도 내가 항상 마음에 안 들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는데 그걸 왜 남에게 바라는가.

🏷192p.
상대방이 내 마음 같으리라고 믿고 행동하는 이상 우린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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