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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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

비행기 조종사인 정수와 만났지만, 유부남과 만난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사강은 그와 헤어진다. 지훈은 오랫동안 만났던 연인인 현정과 한순간에 헤어진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트위터에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이라는 계정을 접한다. 이 모임은 말 그대로 실연당한 사람들끼리 아침 식사를 한 뒤, 실연 기념품을 가져와서 서로 교환하는 일종의 ’당근’을 한다. 사강은 지훈의 기념품인 카메라를 가져왔다가, 필름에 지훈의 사진이 있음을 알고 지훈에게 사진을 주려 한다. 지훈과 만나 사진을 건넨 사강은 모르는 사이인 지훈과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떠난다. 그렇게 사강은 자신의 마음을 잘 다듬고 가라앉혀서, 정수와의 사랑을 흘려보낸다.


어떤 사랑이든 끝은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사랑했던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기억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헤어지는 순간을 계속 생각하면서그 순간 순간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 그러나 실연을 곱씹다 보면, 그와의 사랑이 마냥 아픈 기억만은 아니었다는 걸 느낀다. 좋았던 순간도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죽도록 힘들었던 순간은 가라앉고 점차 평안해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이 실연당한 사람들에게 뻔한 위로만 건네는 형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좋았다. 서로의 아픔을 담담히 풀어내면서, 내가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식이라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연애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내 지난 연애의 이별 중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봤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겨서 이 책의 많은 문장들에 공감을 하며 읽었다. 사랑이 끝난 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아픔을 겪지만 그 순간을 잘 보내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우리의 삶을 잘 그려낸 책이다.


다 읽은 뒤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 띠지의 문구에, 캐스팅을 찾아봤더니 윤사강 역할에 수지 배우가, 이지훈 역할에는 이진욱 배우가, 한정수 역할에는 유지태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는 걸 보고 캐스팅 디렉터의 안목에 놀랐다. 모든 배우가 너무 찰떡으로 잘 어울려서, 하루빨리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도 과연 원작의 결말을 따랐을지, 아니면 새로운 결말을 맞이했을지가 궁금하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은 아름다운 단어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책은 아니지만, 문장이 유려하고 술술 읽혀서 금방 읽을 수 있다. 현재 사랑을 하는 사람도, 사랑이 끝난 사람도 이 책을 읽어보면 모두 다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서 모두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띠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로서의 나는 띠지를 참 싫어하는 편이다. 책을 세로로 보관하다 보면 다른 책 모서리에 찢기기 일수고, 디자인을 해치는 느낌도 들어서 띠지는 무조건 버리는 편인데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의 띠지는 새로웠다. 패브릭 질감의 종이라서 잘 찢기지도 않고, 하얀 배경이라 이조차도 ’실연’을 띠지로 가시화한 것 같아서 처음으로 띠지와 함께 책을 보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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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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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올해 2월, mbc 유튜브에서 진행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체공녀 강주룡’을 읽은 적이 있다. 미용실을 가기 전 카페에서 읽다가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사연 있는 사람이 된 기억이 있는데, 그 책이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었다니! 게다가 ‘서른 번의 힌트‘에 ’체공녀 강주룡’의 등장인물인 옥이의 외전이 실린대서 단숨에 읽게 되었다.

읽다 보니 29회부터 2회까지 역순으로 수상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신기했던 게 2회면 거의 30년 전 수상 작가님의 글인 셈이다. 그런데 이 책의 모든 글에서 작가님들의 나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도 촌스럽지 않고 모든 세대가 아울러서 다 공감할 만한 글들이 많았다. 모든 글이 다 공감하기 쉬운 글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단편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인 ‘갑작스런 엔딩’이 없었다. 지난 겨울의 불법 비상 계엄이 배경인 글도 몇 편 있었고, 딸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글도 있었다. 그리고 노동자의 문제를 다룬 ‘체공녀 강주룡‘의 외전 격인 옥이의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좋은 글이 많았지만, 가장 애정하는 박서련 작가님의 ’옥이’를 소개하려 한다.

옥이는 ‘체공녀 강주룡‘의 등장인물로, 노동운동을 하던 여공인 강주룡이 죽은 뒤 옥이가 강주룡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말하면서 강주룡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10장짜리 글이지만 10장을 읽는 동안 눈물이 가득 고였다. 우리가 노동자로서 누리는 모든 권리는 과거의 이 사람들에게 빚진 것을 안다. 이들이 행동하자고 말할 때, 밥 벌어 먹기 힘들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않아서 생기는 외로움을 안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말릴 때의 절망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기 위해 외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주변인 시점으로 쓰인 글인데 정말 짧은 글이지만, 가슴이 먹먹해진다. 최근 폐막한 음악극 ’태일’을 푹 빠져 있어서, 더더욱 이 글이 마음이 갔을 수도 있다. 박서련 작가님의 ‘체공녀 강주룡‘도 한 번 꼭 읽어보시고, 이미 읽으셨다면 서른 번의 힌트의 ’옥이’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박서련 작가님 외에도 라인업을 살펴보면 유명한 작가님들이 여럿 계신다. 우리가 잘 아는 장강명 작가님, 최진영 작가님, 강화길 작가님 등 유명한 작가님들이 많으신 걸 보고, 한겨레 문학상의 혜안은 어디까지인가 감탄하며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30년이나 된 문학상인데, 한겨레 문학상의 수상작을 한 권밖에 못 읽어본 게 못내 아쉬워 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도장깨기로 정했다. 여기까지 이 서평을 읽으셨다면 함께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도장깨기를 하자고 권유하고 싶다. 2회~29회 수상 작가님들의 글들만 실려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읽고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작가님들의 짧은 글을 읽으면서 내 취향을 알아가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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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강양구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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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책 제목을 보고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가진 SF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무도 날 속이지 않았지만, 표지가 너무 예쁘고 뭔가 주인공의 외모같은 일러스트라서 괜히 속은 느낌이랄까. 책 표지와 서평 가이드를 다시 읽고서, 책을 펼쳤을 때는 SF 소설들에 대한 서평 모음집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장을 읽고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18권의 SF 소설을 소개하지만,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기보다 소설의 세계관이 가진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런 문제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하다가 지구가 정말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정전, 단수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소설들을 보자니, 이게 과연 허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우리 모습일 수도 있다. 이런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디스토피아가 닥치지 않도록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런 재난이 닥쳐 있거나, 닥칠지도 모르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최근에 읽은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는 책이 떠올랐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정보라 작가님의 연작 소설집인데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해양 생물들이 고통받아, 에피소드별 해양 생물이 등장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책이다. 환경 오염이 심각한 건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나 하나 양심 있게 행동한다고 해서 뭐 달라지나 하는 생각을 가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 하나쯤이니까, 나는 다르게 행동해도 된다.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내가 행동함으로써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니’에게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은 이와 같은 환경 오염 문제 뿐 아니라 인종 차별, 혐오에 관련된 문제들도 많이 언급하면서 우리가 생각해보면 좋을 주제들이 있는 책 18권을 소개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세계관에서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끝없이 던지는 책이다. 어떤 방향이 옳고 그름을 말하지는 않는다. 생존을 위한 행동에 옳고 그름이란 없으니까. 다만,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물 부족, 현재도 만연한 혐오와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대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독자가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이다.

굉장히 친절한 책이라고 느낀 부분이 18권의 책 소개와 18명의 작가 소개가 끝난 뒤 책과 현실이 맞닿아 있는 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관련 책들을 더 나열한다. 단순히 18권을 읽어봐야겠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책들이 가지치기로 뻗어나가서 북킷리스트가 한가득 늘어나게 한다. 독서 모임으로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은 뒤 소개된 책에서 한 권을 고르는 것도 방법일 듯 하다. SF 소설의 세계관과 현실의 문제에 대해 보다 사유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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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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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시간을 거슬러 살아가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니, 소재부터가 너무 흥미로워서 단숨에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나서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벤자민 버튼 정도의 느낌을 생각하고 읽었는데 이렇게 스케일이 크고 각 잡힌 SF소설이었다니! 요즘 많이 읽었던 SF 소설은 과학이 첨가된 사랑, 감정 위주의 소설이었다면 ‘엔트로피아‘는 과학에 치중된 소설이다. 그렇기에 상상 그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주고, 시간이라는 개념을 재창조하는 소설이다. 책 뒷표지에 써져 있는 우다영 작가님의 추천사가 딱 어울리는 책이다. “가여운 김필산, 어서 이 놀라운 책을 쓰렴.”

‘엔트로피아‘는 1800년을 사는 선지자의 이야기다. 그는 마땅히 부를 이름도 없고 부모도 없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만을 기억한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는 각자 별개의 이야기다. 미래의 이야기를 로마 시대의 사람에게 들려준 선지자는 이야기를 마친 뒤, 부모를 찾아 갓난아이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세 이야기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공통적으로 ’시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님을 말하고, 두 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시간을 멈춤으로써 영생을 누리는 것에 대해 말하며, 세 번째 이야기는 각기 다른 시간대의 자신들이 서로 만나는 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에 대해 말하는 선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 어떠한 ‘존재‘로 느껴진다. 시간은 멈춰 있고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미래는 내가 하는 거에 따라 바뀔 거라 믿으면서. 선지자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자신이 이미 미래를 보고 왔기에 바뀌지 않을 것이고 운명은 결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로 미래는 바뀌지 않고 운명은 정해져 있는 걸까? 선지자의 세 번째 에피소드은 ’두 서울 전쟁’을 읽다 보면 미래는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냐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하냐에 따라 미래는 바뀔 수 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믿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다. 선지자는 이야기를 할 뿐,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한 독자의 몫이다.


기존의 SF와 달리 과학에 치중된 소설이라 혹시 하고 작가 소개를 읽었는데 작가님이 역시나 물리학을 전공하셨다. 얼마전에 읽은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과 비슷한 결로 과학적인 개념들이 많이 사용되었지만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은 과학이 도구로 사용된 책이라면, ‘엔트로피아‘는 과학이 목적 그 자체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다루고 있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여러 번 보면 매번 새로운 해석이 떠오르고, 사람들의 해석이 전부 제각각이기에 독서 모임용 책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에 좀 더 집중되어 있고 사람들의 해석이 전부 다를 수 있는, 독서 토의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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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지옥 - 녹차빙수 컬트 단편집
녹차빙수 지음 / 구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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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지옥



오컬트물을 좋아한다고 많이 말했는데, ‘진짜‘ 컬트물을 읽은 건 처음이다. 그동안 동양풍 오컬트물이나 기담류를 많이 읽었는데, ’경성지옥’은 서양 느낌의 컬트물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새벽에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읽다 보면 괜히 오싹해지는 ‘경성지옥’은 사람들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다른 단편집들과 달리 표제작이 책 맨 뒷 장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색다르다.

’경성지옥‘은 단편들이 한국적인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양의 기담보다 서양의 컬트물 느낌이 나는 글들이라 기이한 느낌을 준다. 요즘 문학계의 표절과 알고리즘을 다룬 ’나의 세그웨이 트윈테일과 동생’, ‘우주에서 온..’처럼 인간 사이에 숨어들어간 외계 생명체와 인간과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 등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소재들이 많다. 생각하기 쉬운 소재로 글을 쓴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가 큰 일인데,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리스크가 큰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시기 때문이다.


또한 ‘경성지옥‘을 읽다보면 묘하게 책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끝이 났었는데, ‘경성지옥’의 책들은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이야기가 끝이 난다. 그리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만약 나라면..? 상상력이 그닥 풍부하지 않은 나인데도,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될 것 같은지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그리고 ‘점례아기 본풀이’처럼 한국민속 무당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선도 있어서, 무당에 대한 단편선인 ’혼모노‘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의 단편들을 읽고 나면 해결된 게 없어서 찝찝하다는 기분이 주로 들었다. 컬트물을 읽었을 때의 주된 감상이라고 하니,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아니면 작가의 생각이 주입된 듯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여름 맞이 ’진짜’ 컬트물 입문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 (대신 이 찝찝한 기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신 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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