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이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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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니포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책이라 생각하여 바로 신청한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목부터 눈길이 갔는데 책 첫 장을 펼치자마자, 재밌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우리나라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왜 극단적으로 벌어지게 되었는지, 정치의 팬덤화, 2030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 등 여러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왜 지난 정권이 실패했는지 모든 방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없는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에 논리적으로 근거를 대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듯한 글을 읽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 대신 해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계엄이 왜 위법인지 그 사유를 말하고, 전 정권이 오마주하고 싶었던 대상을 언급하면서 비판하는데, 정치 교양서가 이렇게 재밌었나 싶었다.

 

단순히 보수를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보가 대선에서 실패한 이유, 보수와 진보의 역사 등 다양한 면에서 우리나라 정치를 설명하고 있어 큰 흐름을 알기에 좋은 교양서이다. 다만, 작년 대선에서 4번의 득표율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적나라하게 적었는데, 이 부분은 좀 에둘러서 글을 쓴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어디 하나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글을 쓴 게 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의 역사를 큰 흐름으로 알고 싶으신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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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각본집 - 초판 종료
윤가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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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각본집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어떤 방향으로 걸을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윤가은 감독님을 좋아하다 보니 시놉시스도 읽지 않았지만 세계의 주인이 좋을 거란 건 확실했다. 영화를 보고서 한바탕 울고 나왔는데, 각본집 서평단이라니! 무조건 내가 선정되서 문장 하나, 대사 하나를 곱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각본집을 하나하나 뜯어먹었다.

 

각본집 자체를 읽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여운은 일주일이 넘게 갔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학교에서 인기있는 모범생 주인은 전교생이 서명한 성범죄자 주거 반대 서명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 서명 운동을 주도한 수호는 주인에게 서명을 부탁하지만, 주인은 거절하고 그 결과 싸움으로 번진다. 태권도를 잘하는 주인이 수호를 때렸는데, 수호는 서명만 하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한다. 주인은 왜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일지 영화와 각본집 둘 다 꼭 보고 이유를 알아내시길 바란다.

 

어떤 이의 신념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이 간단한 문장은 사실 깨닫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사실을 알고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어릴수록 이 간단한 사실을 빨리 깨닫고 자신의 잘못을 보다 쉽게 인정하며 사과한다. 옳은 일이라 생각해서 행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수호와 주인이는 성장한 게 아닐까. ‘세계의 주인에서는 미성숙하지만 직면할 줄 아는 용기 있는 학생들이 나온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이 각본집을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각본 마지막에 주인이가 받은 편지를 보면 피해자는 남녀노소 중 누구나 가리지 않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싶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만의 아픔이 있다. 그러나 그 아픔 속에서 영원히 고여 있기보다는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좀 더 단단해져서 자신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그런 용기 이는 모습을 보이는 주인이. 세상 모든 주인이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주인이 되기를 바라며, 이 서평을 보시는 분들은 한 번쯤은 세계의 주인영화와 각본집을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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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드그다 읏따읏따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6
김멜라 외 지음, 최다영 해설 / 열림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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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그다 읏따읏따

 

우정이라는 건, 사실 사랑의 다른 이름 아닐까.

 

생소한 제목에 눈길이 가고, 작가진들에 한 번 더 눈이 갔다. 무슨 글이길래 제목이 드그다 읏따읏따일까, 하며 책을 펼쳤는데 단편집들을 앉은 자리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페이지가 잘 넘어가면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다.

 


-드그다 읏따읏따는 다섯 편의 소설을 통해 다양한 우정을 보여준다. 이미 죽고 없어진 친구 딸인 이정을 지켜보는 양홍의 이야기, 오래된 연인인 선화와 헤어진 뒤 그녀를 저주하는 의 이야기, 덩치 큰 남자를 보면 공포를 느끼는 나와 트랜스젠더인 규오의 연애, 세입자인 양지와 집주인인 연주가 밤마다 러닝메이트로 함께 뛰는 이야기, 직장 상사였던 우 과장에게 차를 싸게 구입한 뒤 운전하게 된 미와의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우정을 보여준다.

 

어떤 소설이 가장 인상깊었다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모든 소설이 다 좋았고, 약간씩 울컥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우정이라는 소재로 동성과 이성, 젠더, 계급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의 우정을 그리는데 관계 안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는 것 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 가족 간의 관계를 그리는 김화진 작가님의 저주 참는 법도 참 좋았는데, K-장녀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그린 소설에서 울컥하지 않는 법을 모른다.(가족 소설만 보면 오열한다는 뜻) 심지어 엄마도 아닌(!) 아빠와 딸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괜히 아빠가 생각났다. 나도 아빠한테 이렇게 툴툴대는데, 주인공은 그래도 아빠한테 잘하네..하는 복잡미묘한 감상들이 스쳐지나갔다. 아빠가 다른 사람보다 를 더 참아준다는 부분은 공감이 가면서도 눈물짓는 부분이었다. 우정은 사실 서로가 용인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서로를 참아주는 것이지만, 가족 간에는 이게 더 넓은 부분까지 허용되는 걸 우리 모두가 안다. 그렇지만 그 미묘한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엔 어려운데 그걸 해낸 김화진 작가님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림 소설집이 좋은 이유는 독자가 다섯 편의 소설을 읽은 후 혼자만의 감상을 온전히 지켜낸 뒤, 각 작품별 해설을 맨 뒤에 수록해서 해설과 자신의 감상을 비교해보는 소소한 재미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흔한 소재이지만, 작가들이 흔하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볼 수 있다. 게다가 단편 소설집의 가장 큰 매력인 몰랐던 작가를 알아가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어 내 취향을 넓히는 한편, 알아가는 작가님의 이름도 많아진다. 벌써 여섯 번째 소설집인데 림웹진은 항상 주시하고 있는 편이라 다음 소설집이 벌써 기대된다. 여성이라면 우정에 관한 이 이야기들을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하며, 여성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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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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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로지 3권 보다

 

 

보다라는 감각은 참 이상하다. 외부기관인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기에 왜곡될 일이 없다 생각하지만, 그래서 어떤 감각보다 왜곡될 수 있다. 누군가 조작한 걸 보고 직접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진실이라 믿는 사람도 있고 보기 싫은 것은 잠시 눈을 감고 회피하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낼 수 있으니까.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보다라는 감각을 직면해야 하는 사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사람,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마음 속으로 추억을 보는 사람 등 다양한 보다가 나온다.

 

다섯 편의 소설 중 가장 인상깊었던 소설은 가장 처음에 나오는 김남숙 작가의 모토부에서. 자신의 남편이 자신을 폭행한다는 걸 직면하지 못해서 자꾸만 잠수를 탔다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나타나고, 남편인 진호가 본성은 착한 사람이라 옹호하는 언니. 자신의 고통을 회피하는 언니를 보며, 나는 글이 막힌다. 나의 상담사는 내가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본다면 막힌 글이 써질 것이라 한다. 이런 나를 지켜보며 옆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애인 우형’. 가정폭력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쓴 글은 처음이었는데, 묘했다. 자신의 가족이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가해자를 옹호하는 걸 지켜본다는 건 나도 함께 서서히 늪에 빠져가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인 내가 그런 기분을 느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보다라는 건 다른 감각보다 더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감각이기에, 소설은 다소 추상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 한 번만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소설도 있지만, 왠지 모를 여운이 자꾸만 남는다. 자꾸만 곱씹게 되어서 이해의 영역은 재독할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하다 앤솔로지는 트레싱지가 커버인 책이기에 전자책보다는 바스락거리는 책표지의 물성을 느끼면서 읽는 게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다른 앤솔로지보다 보다가 계속 생각나는 걸 보면 여운이 짙은 편인 게 분명하다. 적확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 여운을 같이 느껴보고 싶은 분들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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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의 섬 - 불을 품은 소년
TJ 클룬 지음, 이민희 옮김 / 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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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의 섬

 

힘든 고난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하리라.

 

줄거리

불사조를 품고 사는 아서는 마르시아스 섬으로 돌아와 집을 짓고 자신과 비슷한 마법적 존재들을 데려와 키운다. 그의 연인인 라이너스와 함께 여섯 아이를 키우던 중, 정부 기관은 적그리스도인 루시를 탐내기 시작한다. 정부 기관은 아서로부터 여섯 아이를 모두 데려오기 위해, 아서가 아이를 키우기 적합하지 않은 인물임을 검증하려고 마블모라는 사람을 보낸다. 정부의 속내를 눈치챈 아서는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자신과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마법적 존재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서평

모든 빛의 섬은 읽으면서 참 뭉클해지는 책이다. 마법적 존재들과 일반인들이 섞여 살지만, 마법적 존재들은 존재의 희귀성 때문에 학대받고 전시된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위험해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다.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주시한다. 어떤 행동을 하면 무슨 이유든 갖다 붙혀서 이럴 줄 알았다며 손가락질한다. 차별받는 이들에게는 이게 일상이다.

 

모든 빛의 섬에는 소수자들이 많다. 불사조, 설인, 적그리스도, 노움 등 다른 사람과 다른 존재들이 마르시아스 섬에 모여 산다. 이들을 키우는 아서는 동성애자로 라이너스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틀린 존재라 규명하면서도 그 편견을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걸 티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본인들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서의 호텔방을 도청하고 아서가 위험한 존재임을 전세계에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 인사들의 언행을 읽다 보면 진절머리가 난다. 이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더 그렇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사람들이 함께산다. 나와 다른 존재라 해서 틀린 것이 아닌데, 장애인 시위를 탄압하는 서울교통공사, 퀴어 페스티벌을 죄악시 여기는 교회들,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들 등 우리 옆에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려 노력하는 사회의 일부를 보는 기분이다. 판타지 세계관이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한 가지 울림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정부 기관이 루시를 탐내며 루시를 조종하기 위해 다른 아이들까지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아서에게, 아이들이 자신들은 언제까지 보호받을 수 없고 항상 차별 속에서 살고 있었기에 맞서 싸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이 된다. 그렇기에 마냥 보호하고 품 안에 감싸기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걸 아서도 깨달으면서 진짜 가족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통의 소설과 달리 아이들도 상처가 될 수 있는 현실을 알아가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모든 빛의 섬1권인 불을 품은 소년을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내용 이해가 쉽고, 끊기지 않는 전개를 보여준다. TJ 클룬은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세상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이며 모두 함께 사는 세상임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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