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한 달 살기 - living for a month PRAHA
사라 지음 / 책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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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프라하 여행을 위한 완벽한 안내서

프라하에서 한달 살기 PRAHA - 사라 지음

여행자의 인생을 꿈 꾸는 사람이라면, 늘 #한달살이 에 대한 열망을 마음에 품고 있으실 겁니다. 일년에 몇일 되지 않는 휴가를 모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익숙한 우리라면, 한달의 일정을 어떻게 짜야 할지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지기 마련입니다만, 여기 느긋하게 #프라하의봄 을 온전히 즐기기에 완벽한 #프라하안내서 를 소개합니다. 체코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담은 사진이 가득한, 사진작가 사라 작가가 써내린 #프라하에서한달살기 입니다.


한달 살기를 위해 저자가 준비해온 모든 과정은 이게 좋다더라 , 이게 최고더라 식의 정보 나열이 아닌, 정말 살아보면서 느낀 #꿀팁 들이 가득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여행책 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에세이 북이라고 하고 싶을 만큼 아는 사람이 다녀와서 들려주는 조언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가만히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여행 계획 페이지는 다 채워져 버립니다. 


다시 프라하에 간다면 머물고 싶은 지역

...

7구역 Letna : 상점 편의시설이 많은 편이고, 레트나 공원과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있다.


여행의 날짜순대로 흘러가는 #프라하한달살기 한달살이에 들어맞는 느긋한 일정이 가득합니다. 하루 하루 가볼 만한 스팟들을 소개하며 담기는 역사의 이야기, 숨어있는 명소의 입구를 찾는 방법까지 작가의 시선이 닿는 마다 담긴 애정어린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달살이를 떠나는 것이 아니더라도 급하게 여행지를 둘러보기 보다는 온전한 시간을 들여 프라하를 즐기고 싶으신 이라면 책을 읽어 보는 만으로도 자신만의 루트를 개발할 있을 합니다. 하루가 끝날 마다 혹시 아쉬울까 덧붙여주신 more spot 통해 취향 가득한 여행 루트를 얼마든지 발견할 있으니까요.


보통은 여행 안내서를 구매하더라도, 책을 한번 다 읽기는 커녕 막상 닥치는 여행지에서는 한번도 꺼내보지 않을 때도 있곤 합니다. 프라하를 가보지도 않았고, 여행 우선 순위에 두지도 않았건만 <프라하 한 달 살기>를 마칠 즈음엔 내가 떠날 프라하의 봄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페이지 가득 터질 듯이 담긴 정보가 아니더라도, 남들은 하루만에도 끝내는 프라하 여행이라도. 정신 없는 일상 속 특별한 한달, 몇일간의 온전한 나만의 프라하를 꿈꾸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프라하 한 달 살기> 입니다. 


#낯선곳에서보내는오롯이나를위한시간 을 위한 한 달 살기를 계획하신다면, 

고루한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자의 삶을 꿈꾸신다면. 

#프라하한달살기 는 기꺼이 그 동반자이자 가이드로, 때로는 친구로 든든한 곁을 내어줍니다.

Day 20

다른 이름 없는 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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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
박혜림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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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을 가는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에 일년에 두세번 정도는 꼭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필자는 말한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대립하는 주제의 발생에서 "뭐, 그럴 수도 있지. " 라는 말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당백의 포용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결혼적령기:20대 중후반” 에 들어선 지금, 사회에서 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주제가 있는 듯 하다. 바로 결혼이다.

남자를 위해서도 살아보고, 나를 위해서도 살아보고 자식을 위해서도 살아본 박혜림 작가가 써 내린 <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에는 평행선마냥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 결혼과 육아에 대한 솔직한 대담이 담겼다.

이 책의 서평을 덥석 물어버린 것은 얼마 전 벌어진 기혼자인 친구와의 말다툼에서 시작한다. 제일 친한 우리끼리는 모든 것을 나누기 마련이라 개인적으로는 알고 싶지 않은 결혼의 실제를 많이도 마주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저 있는 현실 그 자체만으로도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너도 해보면 알아. 사랑을 담아 대답했다. 왜, 그렇게 살라고?


결혼과 출산을 논할 때는 현실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하지만 다가올 미래는 그저 막연하게 잘 될 것이라 믿는 이들은 낭만주의자나 낙관론자에 더 가깝다.

...

지금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 덕분에 행복한 노후를 맞이했다는 것은 직접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다.

인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결혼에 대해 기혼자와 미혼자, 또는 비혼자의 입장은 그 어떤 정치적 논쟁 보다도 첨예한 대립의 양상을 띤다. 기혼자가 말하는 따뜻한 집의 분위기와 가정의 단란함은 싱글의 자유를 추구하는 누구에게는 족쇄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해진 바 없이 나를 위해 살아간다는 혼자족의 유쾌함은 그저 피터팬 증후군 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모든 입장 차이에서 당연하겠지만, 양쪽의 입장에는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리고 여기 [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 에는 그 인생을 살아온 한 여자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동시에 한 사업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가는 여성 대표의 삶을 모두 살아 온 작가 또한 그 모든 장단점에 대해 백퍼센트 솔직한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난보다 극복하기 힘든 게 바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의 대물림' 이니까

#비혼 과 #비출산 ,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은 솔직한 스스로의 경험과 허물없는 언니 동생간의 대화 형식으로 담백하게 담겨 부담 없이 진행된다. 대립의 여지가 있는 모든 논쟁거리들이 그렇듯,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상호간의 장단점은 아주 뚜렷하다. 모든 것을 얻어보기도, 모든 것을 잃어 보기도 했던 언니의 담담한 이야기와 현재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싶은 동생의 진솔한 속마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늘 어려웠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비로소 '기혼자' 와 '비혼주의자' 등의 제도적 관습의 추구 여부와 관계없이 서로를 온전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그제서야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함께 사업체를 운영해 나간다는 언니와 동생의 이야기는 저녁 노을이 지는 때의 술자리 대담처럼 칼칼하지는 않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불안, 경험, 현실과 이상을 그저 조곤, 조곤 이어나갈 뿐이다. 한 낮의 햇살에 조금 나른해져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 서로의 기호를 말하는 포근한 느낌이 날카로운 주제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다가오는 설날, 만날 일가 친척들의 반가운 얼굴 보다는 벌써부터 지겨운 결혼에 대한 잔소리가 들리는 듯한 지금. 한번 쯤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을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날 선 마음을 조금 동그랗게 만들어 줄 라떼 한잔과 함께 하는 오후, 책의 끝 장을 넘길 즈음엔 얕은 한숨과 함께 아주 약간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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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나한테 이럴 수가 - 아무도 말해 주지 않은 여행의 끝
주오일여행자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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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는 없었다. 늘 무엇인가로부터 간절히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으로 출국 비행기에 올라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늘 무엇인가는 이루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 무엇은 무료한 일상이 되기도, 막막한 미래였기도.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조금 내려앉은 나 자신. 아이러니 하게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가장 그리워 하는 것은 큰 변수가 없는 무료한 일상이요 그 안에서 아늑한 편안을 누리는 스스로의 모습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가끔은  끝나는 여행에 대한 야속함과, 가진 돈을 털어넣어 떠난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고는 했다. 일년에 두세번 여행을 떠나는 보통의 우리는 여행이 가진 힘을 과신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짧은 여행이 나의 일상에 큰 즐거움을 불어 넣어 주리라고. 이 여행에서만큼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것을 느끼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나는, 그러므로 언젠가는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 같다는 기대. 

 짧은 여행에도 이렇게나 많은 것을 기대하는 나에게, 2년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온 "주오일여행자"는 조금은 시니컬한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은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2년 가까이 여행을 했다고 해서,

내게 아주 원대한 꿍꿍이가 있다고 착각한다. 


 야심차게 떠난 여행. 카메라에 쌓여가는 감성이 가득한 여행지에서의 사진. 더듬 더듬이라도 늘어가는 외국어 실력들을 통해 분명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는 느낌이 받을 때가 있다. 몇마디라도 통하는 외국어를 내뱉다 보면 고국에 돌아가서는 정말이지 더욱 더 매진하여 외국어를 습득하리라 다짐하곤 한다. 그리고 돌아온 우리를 반기는 것은 나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 버린 세상 탓에 쌓여버린 업무와 현실. 과연 바라왔던 여행의 끝은 무엇일까? 

돌아오기 위해 떠나왔던가, 돌아보지 않기 위해 출발하였던가.. 시작과 끝이 이어져 돌고 돌기만 하는 것 같은 여행과 일상의 연속 속에서 분명한 것은 날짜가 또렷하게 찍혀있는 귀국행 비행기표 뿐일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나는 여행이 끝나면 내 인생에도 노란 화살표가 군데 군데 그려질 줄 알았다.

긴 여행을 마친 여행자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화려한 여행 사진만 남긴 채 모두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망했다.

여행이 끝나서 비로소 인생이 망한 것 같다.


솔직하고 담백한, 하지만 뭔가 찌질하지는 않은 이 묘한 글들을 읽어 내리자면 얼마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행을 다녔던 것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지루하다는 이유로 떠났던 여행에서 열심히 찍어대던 사진. 몇천만 화소의 카메라 속의 사진으로 담아내느라 놓쳐왔던 그 이들의 표정과 그 순간들의 색깔을. 지겨웠던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그다지도 좁은 화면에 집착했던 여행의 순간들. 

 낯선 음식을 먹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향신료들에 치이며 농담처럼 말하던 역시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야 라는 말들 속에서 나는 사실, 얼마나 여행을 경시하였던 것일까. 그러니 나는 떠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게 돌아오고 싶어서, 기꺼이 돌아올 곳을 위한 극적인 장치쯤으로 여행을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자조를 날려본다. 

 끝나지 않을 여행을 위해 떠났던 , 돌아오기 위해 떠났던 여행은 끝이 난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이고 아쉬움은 추억이 파놓은 가장 큰 함정이다. 


너는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이냐고,

네가 어떤 극을 살든, 우리는 언제나 네 옆의 조연일 거라고.

그걸로 의문 투성이인 우리 삶이 조금 나아지지 않겠냐고.


나는 여행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사랑한다. 홍콩에서 만났던 이상한 아저씨와의 아침식사, 16시인 비행기 시간을 6시로 착각했던 어느 여름날의 작은 공항.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그 순간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어차피 곧 이 여행이 끝나기를 알기 때문이다. 바가지 씌워져 먹었던 내륙지방에서의 해산물을 웃어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따뜻한 집에서 나를 기다리며 웃으며 돌아왔냐고 물어볼 엄마 아빠를 떠올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울고 싶은 마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진짜 "돈으로 산" 경험과 "돈으로 산" 고생을 한다. 그야말로 돈 주고 산 시간에서 진짜 울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달려야 하는 이 여행. 일상을 그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 결심을 다질 수 있었다면 그 여행은 헛된 것이 아니었던 것이라는 위로를 건네본다.


감성이 가득 담긴 여행 사진, 안가본 곳이 없는 여행자의 시선이 꾹 꾹 눌러담아진 < 여행이 나한테 이럴수가 > 는 끝도 없이 여행의 불만을 토해낸다. 왜 그대로이느냐고, 여행이 끝났는데도 왜 인생의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느냐고. 반짝거리는 조가비 모양의 화살표가 나타나지 않는지 물어보는 이 여행자의 푸념속에서 여행의 사랑스러운 단점들은 어느새 눈부신 햇살로 나타나고 만다. 그래도, 떠나야 하는 우리니까. 

어쩐지

그때나 지금이나 나아진게 도통 없는 세상이니까


또다른 여행을 위해 일상을 달려오고 있는 당신. 끝나는 여행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출근 시간을 부정하는 우리를 위해 이 여행자는 나지막히 말한다. 

혹시 이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때는 정말 큰일 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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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하영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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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읽기에는 손 끝이 시린 계절이다. 하지만 마음도 덩달아 시린 이 때에, 책이라도 없으면 이 계절의 건조함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선듯하게 다가오는 추위에 옷 깃을 여미기 바쁜 요즘, 마음의 위로를 건네는 책을 추천한다. 보통의 삶을 살아왔고, 작은 위로를 툭 건네는, 신하영 작가의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다.



보란 듯이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제목의 책은 끊임없는 사랑에 대한 서술로 이어진다. 현재의 사랑에 대해, 과거의 이별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에 대해. 언젠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친구에게 건넸던 조금 더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그 말이 참 무책임했다는 생각이 든다. 멋모르고 시작한 사회에서 , 제일 먼저 잃어버린 것은 나에 대한 사랑이었다. 방향도 모르고 내지르는 발걸음에 , 이제는 많은 주변인의 언어들이 섞여 들어 요즘은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헷갈리곤 한다. 그 친구는 아마, 나 자신을 보며 토닥 토닥을 할 여유도 없었던 거겠지. 그리고 슬프게도, 나 자신을 사랑하기 어려운 때에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받는 것도, 하는 것도 어려운 사랑은 모든 일련의 행동들이 모여 다듬어집니다.

다만, 애정을 원한다면 거기에 맞는 구색을 갖춰야 하지요.


한파가 깃들어 턱턱 막히는 숨 말고, 사랑이 어려워 치닫는 호흡에 신하영 작가는 사실 모든 순간 존재했던 사랑에 대해 조곤 조곤 이야기 하며 숨을 고르라고 말하는 듯 하다.


"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인 삶에서 겁내고 두려워했던 모든 것들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게 아닌지요.

괜찮아요. 그러니 계속 가세요.


소담한 사람이, 연필로 눌러 쓴 것 같은 글들을 읽어내리고 있자면 너무 큰 것을 이룰 것이라는 핑계로 가장 소중하게 돌봐야 할 주변의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말 소중하게 보내야 할 , 두번 다시 없을 인생의 순간들에 나중만을 기약하며 너무 많은 것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가족과 떠나고 싶었던 여행지들을 둘러보다가도 나중에 제대로 가야지 하며 넘겨버리던 페이지들이 떠오른다. 나중에 제대로, 라는 것은 어쩌면 현재에 대한 막연한 불평이 담긴 말일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날들이 모여 우리를 만들었으니, 결국 보통의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먼 미래의 제대로를 점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된 보통의 오늘 날의 순간들이다.


춥고, 외로운 계절. 다가오는 모든 것에 날을 세우기 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당신과 나.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는 기꺼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깊은 공감의 시간을 선물한다.



저의 말들이 위로가 되셨나요?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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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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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는 진부할수록 즐겁습니다. 뻔하디 뻔하다는 말이 목끝까지 차오르지만,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눈 깜빡할 순간에 반해버리는 대목이라던가, 두 사람이 은근하게 손을 맞잡는 부분. 책을 덮을때까지 반복되는 로맨틱 코미디 멜로의 클리셰 속에서도 사랑은 언제고 그 분홍을 빛내는 듯 합니다.. 이제 코끝으로 느껴지는 겨울의 시작에서, 조금 색다르지만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영국의 한복판에서 침대를 나눈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낸 베스 올러리의 소설, #셰어하우스 입니다.




침대를 나눈 남녀의 이야기라니,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책의 제목과 같이 두 주인공 리언과 티파니는 집을 임대하고 임차한, 셰어 하우스라는 철저한 이해관계 속에서 만남을 시작합니다. 야간 근무를 해야하고 주말에는 다른 일정으로 바쁜데다 돈은 필요한 집주인 리언과 낮 근무를 하고, 돈은 없는데 집도 없는 형편의 임차인 티파니는 2교대로 ,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며 #동거 를 하게 됩니다. 


 생활에 필요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위해 시작한 포스트잇 쪽지의 대화는 조금씩, 조금씩 더 서로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기 마련입니다. 전화나 메세지로 1초만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21세기에, 한글자 한글자 눌러쓴 쪽지로 통하는 마음은 조금 더 강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티파니와 리언의 시작.  그들은 씁쓸한 서로의 처지와 상처를 바라보게 됩니다.


냉장고 문에 이마를 잠시 얹었다가 종이 쪼가리와 포스트잇 노트들을 손가락으로 훑어본다. 


엄청난 양이었다.


농담, 비밀, 이야기들. 


두 사람의 인생이 천천히 펼쳐지고 있는 광경. 


두 사람의 인생이 바뀌어 가는 광경.



아니면 뭐랄까, 


동시에 똑같이 바뀌는 장면이랄까.


다른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분홍 분홍한 사랑의 이야기 속에, <셰어하우스> 가 가지는 또다른 매력은 사랑의 상처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것입니다. 최근 대두대는 #데이트폭력 중 비교적 눈에 띄지 않아 그 심각성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은 더 많은. #가스라이팅 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것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책을 읽어온 분들도.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정의를 덧붙입니다.


가스 라이팅 Gas-lighting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피해자가 스스로 그 상황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서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오랜 기간 누군가와 사랑과 이별을 반복해왔던 여주인공 티파니는 어느 순간 자신이 자기 스스로를 격하시키고 있으며, 사실도 아닌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해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또다른 사랑을 시작하기에도 겁이 날 정도로 스스로를 황폐화 시켜온 그 관계를 끝내기 위해, 그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마침내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스스로만의 생각으로 이뤄내기에 이릅니다.

사랑이 뻔한 이유는, 아름다운 사랑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정한 누군가와, 더욱 사랑스러운 당신. 서로를 믿는 신뢰와, 그보다 더 강한 각자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치유되는 서로의 상처들. 그동안은 조금 막연하게 첫사랑의 누구누구로, 필연적인듯 우연적인 듯 한 사건들의 발단으로 치부되곤 했던 사랑의 장애물들은 사실 우리 마음의 불안정함이었던 건 아닐까요? 



 스스로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한발자국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티파니와, 최악의 상황에서도 모두를 보듬기 위해 너른 어깨를 기꺼이 내어주는 리언의 관계에서. <셰어하우스>는 사랑보다 더 큰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해결 방법에만 집중해.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오는 기억이 힘겨울거야. 


하지만 이 일은 중요해. 있는 힘을 다해야 해.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올바르게 사랑하는 법을 찾아 헤메이기도. 적어도 나에게 맞게 사랑하는 방법이라도 알기 위해. 혹은 내가 나를 사랑하고 보듬는 법을 알기 위해 사랑을 배우기도 합니다. 서로 함께 살아가면서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해 나가는 리언과 티피를 통해, 그리고 각자의 상황과 마음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그 개인을 통해 조금 더 곧은 마음으로 서로를 위한 사랑을 하는 달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절박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열리는 법.


<셰어하우스> 중


 밤낮없이 남을 위하느라 스스로의 행색을 살필 틈도 없던 리언과 형형 색색의 독특한 옷을 걸치는 180센티의 티피가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이 순간들은 #베스올러리 특유의 익살스러운 문체와 만나 더욱 유쾌하고, 즐겁게 다가옵니다.


부쩍 느껴지는 겨울 냄새로 옆구리가 조금 시려워진 요즘. 외로움에 시작하는 관계 보다는 , 스스로의 마음을 한번 더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진정 필요한 사랑의 요소들을 발견하고 싶은 당신에게, 셰어 하우스는 뻔하디 뻔하지만 가슴 따뜻한 #연애소설 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절박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열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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