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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하영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긴 글을 읽기에는 손 끝이 시린 계절이다. 하지만 마음도 덩달아 시린 이 때에, 책이라도 없으면 이 계절의 건조함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선듯하게 다가오는 추위에 옷 깃을 여미기 바쁜 요즘, 마음의 위로를 건네는 책을 추천한다. 보통의 삶을 살아왔고, 작은 위로를 툭 건네는, 신하영 작가의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다.

보란 듯이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제목의 책은 끊임없는 사랑에 대한 서술로 이어진다. 현재의 사랑에 대해, 과거의 이별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에 대해. 언젠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친구에게 건넸던 조금 더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그 말이 참 무책임했다는 생각이 든다. 멋모르고 시작한 사회에서 , 제일 먼저 잃어버린 것은 나에 대한 사랑이었다. 방향도 모르고 내지르는 발걸음에 , 이제는 많은 주변인의 언어들이 섞여 들어 요즘은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헷갈리곤 한다. 그 친구는 아마, 나 자신을 보며 토닥 토닥을 할 여유도 없었던 거겠지. 그리고 슬프게도, 나 자신을 사랑하기 어려운 때에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받는 것도, 하는 것도 어려운 사랑은 모든 일련의 행동들이 모여 다듬어집니다.
다만, 애정을 원한다면 거기에 맞는 구색을 갖춰야 하지요.
한파가 깃들어 턱턱 막히는 숨 말고, 사랑이 어려워 치닫는 호흡에 신하영 작가는 사실 모든 순간 존재했던 사랑에 대해 조곤 조곤 이야기 하며 숨을 고르라고 말하는 듯 하다.
"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인 삶에서 겁내고 두려워했던 모든 것들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게 아닌지요.
괜찮아요. 그러니 계속 가세요.
소담한 사람이, 연필로 눌러 쓴 것 같은 글들을 읽어내리고 있자면 너무 큰 것을 이룰 것이라는 핑계로 가장 소중하게 돌봐야 할 주변의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말 소중하게 보내야 할 , 두번 다시 없을 인생의 순간들에 나중만을 기약하며 너무 많은 것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가족과 떠나고 싶었던 여행지들을 둘러보다가도 나중에 제대로 가야지 하며 넘겨버리던 페이지들이 떠오른다. 나중에 제대로, 라는 것은 어쩌면 현재에 대한 막연한 불평이 담긴 말일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날들이 모여 우리를 만들었으니, 결국 보통의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먼 미래의 제대로를 점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된 보통의 오늘 날의 순간들이다.
춥고, 외로운 계절. 다가오는 모든 것에 날을 세우기 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당신과 나.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는 기꺼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깊은 공감의 시간을 선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