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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인문학 - 세계사 속 숨은 음주문화를 찾아 떠난 한 저널리스트의 지적 탐사기
쇼너시 비숍 스톨 지음, 임지연 옮김 / 오아시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서평을 쓰기 위해서 맥주를 사왔다고 하면 믿으실건가요..? 믿으시면 열정을 인정해주시고 안믿으시는 분들은 네 맞습니다. 그냥 마시려고 사온 거에요. 딸 필요는 없는데 마시고 있으면 말 다한거죠 뭐.. 술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내 책이다 하고 신청해봤습니다. 논문 쓸때도 술을 마셨고 운동하고서도 술을 기꺼이 마실 줄 아는 애주가인 제가, 이 책을 놓치게 된다면 그건 아주 큰 실책이니까요. 어디가서 술로 부심 부리는 분은 좀 안좋아하는데, 이 작가는 인정을 해줘야 겠습니다. 살아있는게 신기한 #쇼너지비숍스톨이 썼습니다. 숙취를 연구하기 위해 술을 마시다가 인문학과 역사까지 건드려버린 책, #술의인문학 입니다.

빙빙 도는 사이, 아주 잠깐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영웅은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책의 원제는 Hungover 로 이 남자는 오직 완벽한 숙취 해소를 위한 연구를 이어갑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100 가 넘는 돈을 들여 #숙취전문의사 에게 진료를 받고, 숙취를 테스트 하기 위해 스카이다이빙을 합니다. 카 레이싱을 하고, 온천을 가서 노폐물을 빼는 시도를 합니다. 주종을 가리지 않고 와인과 위스키와 칵테일, 맥주를 때려넣고 숙취에 좋다는 알약과 온갖 허브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인문학이 펼쳐지는데 이게 참 어색하지 않게 구색이 들어맞는 것이 이 책의 큰 묘미입니다. 왜 대학 다닐 때 술자리에서 갑자기 전공 이야기 나오면 지식인 된 것 같고 그렇잖아요. 그렇게 기분 좋은 이야기로 풀어지는 인문학과 역사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술과 님프의 섬을 떠나기 전날 밤, 엘페노르는 ... 지붕에서 미끄러졌든지 발을 헛디뎠든지 해서 떨어져 죽는다.
숙취 역사상 흔치 않은, 발을 헛디뎌 죽는 극적 장면이다.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쇼너지가 캐나다와 라스베이거스, 네덜란드와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지역의 술과 독특한 문화를 찾는 과정을 통해 그저 잊기 위해, 놀기 위해 마셨던 술의 역사까지 엿볼 수 있겠습니다. 맥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딘가로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지역의 맥주를 찾는다죠? 개인적으로 최악의 맥주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였던 것 같습니다. 아는 것 많은 , 그야말로 알 쓸 신 잡에 나와도 될 것 같은 주정뱅이 선배가 들려주는 온간 역사 이야기와 그리스 로마신화를 듣다 보면 어느 샌가 손에 술 한잔이 들려있을 겁니다.
각 지역을 옮기면서 그가 자리하는 각기 다른 술자리 문화를 보는 것은 여행 다니며 친구를 사귀기 좋아하는 저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어느 칵테일 파티에서, 어느 경기장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과 목욕을 하면서도 나누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자꾸 술냄새가 납니다. 도서관에서 텀블러에 소맥을 말아 마시는 기분이라니까요.

그저 술에 미친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술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음주 문화에 녹아든 인간사와 문화를 , 그에 함께 동반되는 인문학들은 평소와 다르게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숙취를 느껴보신 분들이라면 입에 미소를 머금게 될 숙취의 묘사는 물론입니다. 혹여 술을 좋아하시지 않으시더라도, ‘숙취’ 라는 단어의 기원, 술 이 가득한 통을 껴안고 마시고 토하기를 반복했다는 로마 귀족들을 떠올리면서 근처의 술쟁이를 떠올려보세요. 이전에는 귀한 사람이었나봅니다.
술의 나라 대한민국이 이 책에 등장하지 않은 것만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분은 #파워에이드해장 을 시도해보셨을까요? 헛개수에 상쾌환을 넘기고 #모닝케어 까지 빼먹지 않는 우리의 열정을 알았다면 술 알러지 반응까지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자부심을 부려봅니다. 덧붙여 우리 모두의 건강하고 가치 있는 음주 문화를 위해, 품격있는 음주 지식을 원하신다면. 이왕 먹기 싫은 술 알고나 먹고 싶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책이 그 자리의 큰 즐거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