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부슬비나 짙은 안개, 사나운 바람도 가리지 않는다. 일년 중 봄놀이에서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바람 부는 날을 빼면놀기에 좋은 날이 대단히 적기 때문이다. 빗속에서 노는 것을꽃 씻는 일이라 하고, 안개가 자욱할 때 노는 것을 꽃을 촉촉이 적시는 일이라 하며, 바람 불 때 노는 것을 꽃을 보호하는일이라 이름 붙인다. 옷과 신발이 젖을까 아까워하며 신병을핑계 대고 미루면서 미적미적 가려 하지 않는 자는 아래와 같이 벌을 받는다.
셋. 길을 갈 때에는 소매를 나란히 하거나 걸음걸이를 나란히 한다. 때로는 둘이면 둘, 셋이면 셋씩 동무하여 들쑥날쑥걸어간다. 그렇더라도 반드시 서로 돌아보면서 한 무리를 이루어야 한다. 만약 성큼성큼 걸어 앞서가면서 뒤에 오는 이와보조를 맞추지 않거나 느릿느릿 걸어 뒤처졌으면서도 앞에가는 이를 부르지 않아 일행을 흐트러뜨리는 사람은 아래와같이 벌을 받는다.
이가 있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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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는 다른 길을 두고 하필 구덩이를 파고 누워 곡기를 끊는길을 택하겠다는 것일까. 나는 제 무덤을 파고 산 채로 들어가서서히 굶어죽어가는 사람의 표정과 마음을 상상해본다. 어렸을 때
‘자신을 죽이다kill myself‘라는 영어 표현의 강력한 실감에 놀란 적이 있는데 (‘자살‘이라는 말은 ‘suicide‘가 그렇듯이 내게는 관념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그가 하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하늘을 보고 누워 자신을 서서히 죽이는 일. 이 죽음은 신이라는 가장 결정적인 관객을 염두에 둔 최후의 저항처럼 보인다. 불가능과 무의미에 짓밟힐 때 인간이 무책임한 신을 모독할 수 있는 길 중 하나가그것이지 않은가.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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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디자인
사와다 도모히로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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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은, 그저 한 번 감탄하고 지나갈 아이디어일 수 있다. 이를 넘어서 아이디어에 성찰과 배려가 담기면, 깊은 통찰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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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작은 것을 만들어서 차근차근 키워갑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디어는 지속 가능한 것이 되어 오래 살아남습니다. - P204

신체장애인, LGBTQ, 난민.…. 정의 자체가 다의적이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텐데, 저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수자란 ‘아직 사회의 주류에 올라타지 않은, 이어질 미래의 주역‘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P35

실은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소수자가 ‘운명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 P205

‘누군가를 우대하기 위해 핸디캡을 마련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다수자의 사회에서 바라본 것에 불과합니다.
그게 아니라 승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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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 그리고 무명의 시간

˝대체로 희망과 절망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는 멀리 있다.현실의 대부분은 희망도 절망도 아닌 그냥 무명의 시간인 것이다.˝

여럿이 마시는 사람은 희망이 소중하다고 믿는 사람이고, 혼자마시는 사람은 절망이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일까. 전자가 결국 절망뿐임을 깨달으면 귀가하다 혼자서 한잔더 할 것이고, 후자가 끝내 희망을 포기 못하겠으면 누군가를 불러내 한잔 더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마신 것이 희망이건 절망이건, 자고 일어나면 남아 있는 것은 부끄러움뿐일 때가 있다. 어젯밤 내가 느낀 감정들, 내가 과장해서 나 자신에게 제공한 그것들의 구겨진 포장지만 남아 있어서다. 대체로 희망과 절망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는 멀리 있다. 현실의 대부분은 희망도 절망도 아닌 그냥 무명의 시간인 것이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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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3-03-27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비싸서 살까말까 고민중이었는데 이런 주옥같은 술마심에 관한 글이!!!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옮겼어요. 배송비 아껴야 해서 다음 주문때 한꺼번에 😁 호두파이님 감사해요~

호두파이 2023-03-27 14:09   좋아요 1 | URL
제 눈엔 이런 구절이 잘 들어오네요ㅎㅎ;; 더 빛나는 문장들이 많으니, 북깨비님도 즐독하시길 😸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