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게 맑고 따뜻한 봄날이네요

4.3이 왜 일어나고 뭘 원했던가.
제주도민이, 어떻게 죽어갔던가.
그것을 모르고서는역사의 한 줄도 나가지 못한다. 그러지 않고는 제주도의 진짜 풍경을 보았다 할 수 없음을.
- P238

박진경, 그는 연대장 취임 때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는 발언까지 한 인물로,전임 김익렬 연대장의 증언록에 기록된 사람이다. - P82

그리고 국무회의 자리에서
"가혹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주4-3사건을 완전히 진압해야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미국의 원조가 가능하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는 무슨 의미인가.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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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슬픈 날, 아름다워서 슬픈 곳
난분분 꽃잎 떨어지는 날이 곧 올 시기다. 추위 뚫고 올라온 꽃잎이 봄햇살 무게를 못이기고 떨어지는 풍광이 슬프고 아름다울 것이다. 이 아름다운 날, 생각나는 일이 있어, 목울음이 자꾸 올라오는 계절이다.

˝제주도의 사월은 참으로 화사한 유채꽃으로 온 섬을 물들이지만 그것이 비린 아픔이란 것을 아는지.˝<제주4.3을 묻는 너에게> 14p

˝...통꽃으로 툭툭 떨어지는 그 잔인한 낙화는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목 잘린 채 땅에 뒹굴던 그 시절의 머리통들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지상의 숟가락 하나>79p

제주공항, 모슬포, 정방폭포, 곶자왈, 성산포, 제주의 곳곳. 멋모르고 웃으며 사진 남기던 장소들에 핏빛 절규가 흐른 일이 있었음이, 너무 늦게 마주한 것이 가슴 아프다.


*폭도, 빨갱이
˝거지 꼴의 그 허약한 노인, 아낙, 아이들이 이른바 ‘폭도‘였다. <지상의 숟가락 하나> 81p

˝젖먹이 아기도? / 절멸이 목적이었으니까.
무엇을 절멸해?/빨갱이들을.˝ <작별하지 않는다> 220p

˝...숨이 끊어진 젖먹이를 젖은 부두에 놓고 가라고 경찰이 명령한 겁니다. ... 그 여자 목소리가 가끔 생각납니다. 그때 줄 맞춰 걷던 천 명 넘는 사람들이 모두 그 강보를 돌아보던 것도.˝ <작별하지 않는다> 267p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 <작별하지 않는다> 317p

*옮기지 못하겠는...
사건의 발단과 과정을 따라가본다. 어이없고 가당찮은 비상식들이 수없이 이어진다. 의문과 울분과 한탄과 두려움으로 속이 아프다. 수사적으로가 아니라 정말 물리적으로. 그 모든것을 하나하나 옮기고 싶고, 또 옮기지 못하겠고, 하며 앓는다.

˝나는 바닷고기를 안 먹어요. ... 그 사람들을 갯것들이 다 뜯어 먹었을 것 아닙니까.˝ <작별하지 않는다> 225p
˝그해 고구마 농사는 풍작이었다. 송장거름을 먹은 고구마는 목침 덩어리만큼 큼직큼직했다.˝ <순이삼촌> 93p


*슬픔을 아는 아름다움

봄꽃의 슬픔을 말하는 나에게 지인은 꽃이 져야 열매 맺는 것 아니냐 한다. 지난 엄혹한 시기의 찬바람에 져 버린 그 많은 사람들이 맺어 남겨준 씨앗. 미약한 일이지만 잊지 않는 것으로 씨앗을 지켜보고자한다. 튼튼히 자라도록. 외면하지 않으려 노력한 이들의 마음씨에 기대어 건너가보려 한다.

˝잊지않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드러움을 잊지 않겠다.˝ <작별하지 않는다>
˝생의 모든 소중했던 굴곡들을 기어 통과할 때에, 저는 당신의 예술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슬픔을 아는 아름다움만큼 가치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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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02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 이군요.

호두파이 2022-04-02 23:11   좋아요 1 | URL
네, 몇 분 후면 또 한 번의 4.3이네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님. 의미있는 아름다운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4-02 23:16   좋아요 1 | URL
호두파이님도 그런 하루 되시길요
 

분단 이후, 우리는 대륙과 단절된 섬이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여행의 제한을 느껴 본 일이 없고 지도 상으로 대륙의 일부였으니 섬이라 생각해 본일이 없어서였다. 돌이켜보면 유럽과는 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대륙횡단열차가 있는데. 있는 줄도 모르는 금제가 놀라웠다.


그리고 여기. 조선 여성 최초로 대륙횡단열차를 탔으며, 1년 8개월여 간 세계 일주를 한 여행기가 있다. 땅에 분절이 없었으니 당시엔 특별히 놀라일도 아니었을 테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는 신기하기만하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중국, 러시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 스페인,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일본, 다시 부산. 대륙의 동쪽 끝에서 기차에 올라 대륙 서쪽 끝으로. 듣기만해도 설레는 이름들.

현장독서라는 단어를 접한 이후, 여행가는 길에는 반드시 걸맞는 여행기를 가져가겠노라 벼르고있다.
(앤 페디먼의<서재결혼시키기>에 현장독서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배낭에 이 책을 넣고 용산역으로 향하는 날을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100여년 전에 걷고, 보고, 느꼈던 현장에서 책을 펼치는 일은 어떤 경험일까.






...스위스를 보지 못하고 유럽을 말하지 못할 만큼 유럽의 자연 경색을 대표하는 나라가 스위스요. 그 중에도 제일 화려하고 사람 운집하는 곳이 이 제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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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2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두파이 2022-04-02 13:12   좋아요 1 | URL
저도 용산발 대륙횡단열차 타고 유럽까지 가보는 게 꿈이에요~ 그날이 오면 나혜석산문집 하나 들고 가려구요 두근두근
 

끝까지 읽고 다시 보니 또 다르게 읽힌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나보다.




어째서 어떤 슬픔은 발화됨으로써 해소되는지. 나는 그것이 늘 슬펐다. 그러나 그럼에도 말이 되지 못하고 남는 것들이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모국어로만, 침묵으로만 호명되는 것들.그러니 나는 아마도 다시 침묵 속으로. 평생을 배워도 다알지 못할 세계의 아픔에게로. 언제나 나보다 한발 앞서 그 아픔을 들여다보는 친애하는 예술에게로. 모든 것을 빚진, 아름다움에게로.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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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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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의 다정함을 소개하며 작가는 말한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 따위는 없다. 더 높은 인간과 그를 섬겨야만 하는 낮은 인간이 없는 것처럼.˝ 84p

고대 아이깁투스의 부바스티스 시민은키우던 고양이가 자연사하면 상복을 차려입고 눈썹을 깎아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 P71

부바스티스 시의 고양이 장례에 대한 내용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실려 있다. 부바스티스 시민은 고양이를 비롯해 여러 동물에게 예우를 갖췄다. 함께 기르던개가 죽으면 주민이 머리카락을 비롯한 온몸의 털을 깎았으며, 따오기나 매를 죽인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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