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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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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필요 없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이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근 미래의 일들에 대해,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다룬 책이다. 저자가 인조지능이라 부르는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의 초기 버전이라 '지능'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도 대기환경, 교통흐름을 분석해 내일을 예측하고, 개인들이 웹상에 남긴 다양한 흔적들을 모아(검색, 블로그,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패턴을 찾고 인간의 지적 능력을 상회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GPS를 활용한 네비게이션시스템은  운전자들이 전국 어느 낯선 목적지도 쉽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분명, 편리한 세상이다.

 

  그럼 이런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인류의 미래는 찬란히 밝은 봄빛 세상일까. 현재까지 내려진 결론으로는, 알 수 없다, 정도가 가장 근접한 답변일 것이다. 저자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인공지능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인류의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나, [매트릭스] 같은 세상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물론 엘론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빌 게이츠 처럼 진심으로 인공지능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의 삶에 상상못할 편리함을 가져다 줄 것이라 예측한다. [백투더퓨처]의 미래 - 운전자 없는 자동차, 알아서 요리되는 가전제품, 인체에 맞춰 자동 조절되는 신발 사이즈 - 가 되려 인류의 실 미래와 가까울 수 있다.

 

  저자의 주장처럼, 인공지능이 지구를 정복하고, 인류를 말살하며, 인간이 로봇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미래는 도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인류를 거대한 위협에 빠트릴 수는 있다. 인공지능의 가장 현실적 위협은 그들의 업무수행능력에 있다. 그 탁월한 능력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 공포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연구소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수십 년 내 현재 화이트 컬러 일자리의 40% 이상이 사라질 거라고 예측했다. 100년전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공장 기계를 파괴하는 폭동을 일으킨 것)이 기계산업 발전으로 대부분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블루컬러 계층의 걱정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면, 현재의 인공지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여겨지고 있던 화이트컬러 노동자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물론, 미래의 일만도 아니다.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한 예로, 골드만 삭스에 '켄쇼'라는 금융 분석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업체가 있다. 이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연봉 5억을 받는 골드만 삭스 애널리스트 10명이 1주일 넘게 작업해야 만들 수 있는 보고서를 단 하루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애널리스트 10명 중 9명이 직작을 잃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는 사람이 채운다.' 는 명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젠 사람이 떠난 자리를 프로그램이 채운다.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의 결과로 알 수 있듯, 인공지능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아마, 근 미래에 인공지능이 대체 불가한 존재로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세상이 인류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저자의 말 처럼 한 가지는 확실히 예견할 수 있다. 수 없이 많은 (화이트컬러) 직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 그로 인해 한 동안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것, 말이다. 가뜩이나 좋은 일자리가 매년 사라져 가고 있는데, 썩 유쾌한 소식은 아니다. 저자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공지능으로 새로이 창출된 부를 효과적으로 분배하면 이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쎄다.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안하는 자본주의 세계가 미래인들 저자의 생각대로 움직여줄지...드디어 '각자도생의 시대' 서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일 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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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2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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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불균형 - 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미래 경제 전략
스티븐 로치 지음, 이은주 옮김 / 생각정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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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는 지구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G는 Good도 Great도 아니다. Group의 첫 글자다. G2는 Group of 2가 된다. 이 G는 여러 갈래로 확장된다. 서방선진 7개국 모임을 뜻하는 G7(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도 있고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신흥국까지 포괄해 만들어진 G20도 있다. 2011년 서울서 열렸던 바로 그 회의다. 돌아가서, <G2 불균형>은 G2 국가인 미국, 중국간의 패권다툼과 무역전쟁, 그로 인해 만들어진 불균형 상태를 어떻게 해결해 공유와 신뢰를 바탕으로 보다 안정된 미래를 만들어갈 지를 다룬 책이다.

 

  한 때는 일본이었고, 한 때는 독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중국이다. 미국에 대응할 만큼의 덩치를 갖춘 카운터파트너 국가 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무리 상대국이 바뀌어도 언제나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는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미국은 그만큼 압도적인 지위를 누린다. 제 아무리 이겨보려 해도 미국의 벽을 넘기는 불가능하다. G2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마치 G2라고 하니 중국이 어느새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 정치, 문화, 예술의 지위를 누리는 것 처럼 착각할 수 있으나  이 두 국가가 정확히 50:50의 기량을 나눠 가진 동일 체급의 선수는 아니다. 냉정히 말해서 어떤 국가도 미국과 대등할 수는 없다고 본다.

 

  <G2 불균형>은 세계의 소비자인 미국과 세계의 생산자인 중국의 상호 의존성을 깊이 다루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가 어떤 식으로 얽혀 있는지, 왜 싸우면서도 서로에 대한 의존을 멈출 수 없는지 설명한다. 그러면서 두 국가의 차별화된 경제 전략을 이야기한다. (비록 자본주의화되긴 했지만) 공산당 1당 체제의 계획경제시스템 속에서 체계적인 개발,관리 정책을 만들어가는 중국과,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신봉하며 결국은 시장경제 참여자들이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믿음으로 최소한의 개입만 담당하는 미국의 경제 전략을 비교한 글은 상당히 흥미롭다. <G2 불균형>은 이렇게 서로 의존적이며 전혀 다른 방식의 경제 전략을 사용하는 미국과 중국의 증폭되는 불균형 상태에 대해서도 말한다. 세계화가 만능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책 속 언급처럼)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라 국가간 무역이 세계 경제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지구촌 무역 개방은 부작용도 낳았다.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만성적 저축 부족 및 일자리 부족, 중국 뿐 아니라 세계 1202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발생했고 중국은 잉여 저축을 해결할 방법이 별로 없다. 이런 불균형 상태는 통화 조작, 불공정 무역 등의 의혹을 불러일으켰으며 급기야 세계 경제가 축소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불균형은 해결 가능할까. 알 수 없다. 다만 이 책이 나온 이후(국내 번역본이 2015년 12월에 출간되었으니 원서는 이미 오래 전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것이다) 일어난 중대한 변화가 있다. 바로 중국의 경제 경착륙 신호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6%대로 곤두박질 쳤고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채 부도가 난 수많은 기업들과 근로자들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오기도 했으며,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음에도 주가지수는 연일 폭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고, 중국이 미국에 그러하듯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까지 심하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G2라 하기엔 너무 부실한 경제 구조를 가진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어쩌면 중국은, 미국과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에 앞서 자국의 경제 경착륙(그로 인한 경제 붕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이 다룬 주제가 무색하게 일방적으로 한 쪽(중국)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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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2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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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신지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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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베이터>는 컴퓨터의 탄생과 (컴퓨터로 인해 폭발적으로 확장된) 인터넷의 발전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 책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컴퓨터와 인터넷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변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에 도달했는지 일목 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찬양서인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는 사람이다. 천재적 지능을 가진, 컴퓨터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일군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정교한 지적 능력과 숨막힐 정도의 노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열정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탄복하게 만들었다. (반복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이노베이터>가 천재들의 개인 능력에 대한 찬사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냐 묻는다면 그것 역시 정답이라 할 수 없다. 아주 정확히 말하자면, <이노베이터>는 개인간, 조직간의 협업(協業-Cowork)을 통한 혁신이 과학 발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룬 책이다. 책에 언급된 것 처럼 혁신의 핵심은 개별적인 천재를 양성하는 것과 협업적인 팀워크를 장려하는 것이 상반되는 행위가 아님을 깨닫는 일이다. 창의적 천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응용 엔지니어는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개념을 구체적인 장치로 구현한다. 테크니션과 기업가들로 이루어진 협업 팀들은 이런 발명품을 실용적인 제품으로만들어낸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 한 명의 천재가 중요한 기술을 발견(발명)해 인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은 꽤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발명이 특정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 적도 있지만 그건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한다. 대부분의 발견(발명)은 협업을 통한 혁신으로 완성된다. 위에 언급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 없이는 제 아무리 위대한 아이디어도 역사의 지하실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단순히 협업하자는 결심만으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 강인한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혁신을 이끌어 갈 이상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혁신은 지지부진해지게 된다. 혁신은 발전을 이끌어갈 위대한 천재와 그의 앞뒤에서 끊임없이 지적 자극을 주고 받으며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했을 때 이루어진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제외하고는 무엇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세상이다. 텔레비젼, 스마트폰, 청소기, 심지어 전자시계나 계산기에도 컴퓨터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유무선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인류는 24시간 전세계 어느 곳의 어떤 이슈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컴퓨터와 인터넷이다. <이노베이터>에는 현재의 컴퓨터(인터넷) 세상을 만든 역사 속 중요 인물들이 시계열적으로 등장한다. (무려) 1800년대 초반에 현대적인 컴퓨터의 기본 개념을 [주석]이라는 글 속에 풀어놓은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미분해석기를 고안한 '배니버 부시', 보편적인 컴퓨터에 대해 언급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최초의 컴퓨터 컴파일러를 개발한 '그레이스 호퍼', 프로그램 저장식 컴퓨터에 대한 보고서를 만든 '폰 노이만', 인텔이라는 위대한 기업을 만든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 그리고 '앤디 그로브', 인터넷 프로토콜을 완성한 '빈트 서프'와 '밥 칸'을 거쳐 우리가 너무나 익히 알고 있는 그 이름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까지, 책에 언급된 중요 인물들이 컴퓨터(인터넷) 발전에 끼친 영향과 그들의 무용담(?)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한 편의 위대한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700페이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울만큼 모든 챕터의 모든 등장 인물과 그들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사건, 상황이 독자를 강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이노베이터>는 컴퓨터의 'ㅋ' 을 몰라도 인터넷의 'ㅇ'을 몰라도 독자가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재미를 가진 책이다.

 

  언급한 것 처럼, 이 책의 주제는 협업을 통한 혁신이다. 이것은 짧은 시기, 한 세대 안에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이노베이터>의 컴퓨터처럼 수백년의 기간을 두고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장기간의 협업에 대해  폴 베어런(인터넷 패킷 교환을 고안한 사람)이 설명한 글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테크놀로지 발전 과정은 성당을 짓는 것과 같다. 수백 년에 걸쳐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 오랜 기초 위에 벽돌을 하나씩 쌓는데, 이 모두가 '내가 성당을 지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 달이면 이전 벽돌 위에 새로운 벽돌이 올라간다. 그러다 역사가가 나타나 묻는다. '자, 누가 성당을 지었는가?' 피터가 여기에 돌 몇 개를 보탰고, 폴이 몇 개를 더 얹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속여 자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각각의 기여는 그 전의 작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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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0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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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코리아 2016]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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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코리아>는 매 연말마다 다음해의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나오는 책으로 200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기획, 발간되고 있다. 어쩌면 책이라기 보다는 주간지나 월간지의 개념으로, 연간지(年刊誌)라 불려도 무방하지 않을까. SERI(삼성경제연구소), KDI(한국경제연구소) 등에서 나오는 미래 예측 보고서처럼 정교하진 않지만 단순한 가십으로서가 아니라 정리된 체계를 가지고 길게는 1년 후의 미래를, 트렌드에 한정해 그려보고 진단한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비슷한 컨셉의 트렌드 예측서로는 <라이프 프로젝트 : 20**> 시리즈가 있다.

 

  이런 예측서들을 읽을 때 마다 갖게 되는 불만은 확인할 수 없음에 있다. 책에서 예측했던 미래 트렌드가 실제 얼만큼의 확률로 현실화되었을까, 알 도리가 없다. 굳이 확인해보고자 한다면 이미 일어났고 거쳐가버린 지난 트렌드를 읽으려 과거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야 한다. (도대체 그럴 이유가 없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예측하는 것일까?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특징은 작년에 예측했던 올해를, 실제 일어난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정리해준다는 점에 있다. 그들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고 타당했는지 스스로 분석해 독자들에게 검증받는 것이다. 예측서에서 이런 식의 시도는 상당히 참신하다.(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라이프 프로젝트> 시리즈는 이런 검증이 없다. 예측만 한다.) 다만 그 정도가 과한 측면도 있다. 390페이지 가량되는 내용 중 189페이가 2015년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회고라니. (재미있는 것은 2014년에 예측한 2015년 유행할 트렌드 10선에 대한 회고에서 저자들이 잘못 예측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결론난 부분이다. 예측한 모든 트렌드가 실제 2015년에 일어났고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대체로 결론낸다. 대단한 예측력이거나, 훌륭한 끼워맞추기거나. 독자 성향에 따라 판단이 나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사소한 특징은 예측연도의 띠를 포함한 10개의 알파벳으로 10가지 핵심 키워드를 만든다는 것이다. 양의 해였던 2015년은 <COUNT SHEEP>, 말띠해인 2014년은 (DARK HORSES), 뱀띠해인 2013년은 <COBRA TWIST> 식으로 제목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모든 키워드는 이 단어에 맞게 창조(?)된다. 2016년은 원숭이 해로 이번 책의 소제목은 <MONKEY BARS>다. 제목을 만들어놓고 그에 맞춰 제작되는 키워드다보니 약간의 무리수도 발생한다. 한 예로 "1인미디어 전성시대"를 굳이 MONKEY의 N에 맞추려다 보니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로 번역하는 식이다. 귀여운 집착이 가미된 작명 방식이다.

 

  책을 펼치면 잡지처럼 간단히 훑고 지나가기엔 의외로 몰입되는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 신기하다. 2015년 예측에 대한 회고만 읽어보더라도 2016년 현재의 내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간 트렌드도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하다. 그러니 2016년에 대한 예측이야 말해 무엇하랴. '소분시장'(싱글족을 위한 시장), '대리외상'(부정적, 충격적 뉴스등에 의한 심리적 외상),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등 처음 들어보는 용어만도 한가득이다. 새로운 용어와 낯선 대외 환경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제법 유쾌한 지적 자각이 일어난다.

 

  책에 의하면 2016년은 "플랜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과잉근심사회", "1인 미디어 전성시대",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연극적 개념소비", 미래형 자급자족", "원초적 본능",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취향 공동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중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 강화되어 오고 있는 트렌드도 있고(체계적 육아법, 1인 미디어 등), 최근에야 떠오른 트렌드도 있다.(연극적 개념소비, 원초적 본능 등) 대부분의 트렌드가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들을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이제 앱은 트렌드 연구에도 빠지지 않을 필수항목이 되었다. <트렌드 코리아 2016>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2016년의 트렌드는 앱(어플리케이션)이 이끌어간다'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의외로 책을 펼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먼 미래가 아닌 이미 현재가 되어버린 2016년을 예측했기에 더 강하게 몰입되는 건지도 모른다. 어디 저자들 말처럼 되나 두고 보자, 소심한 의심도 생기지만 책에 설명해놓은 다양한 단어들을 사전으로 검색해보고, 이런 저런 앱들을 깔아 실행해보며, 트렌드 정보를 익히다 보면 적어도 현재의 트렌드에 뒤쳐진 사람은 아닌것 같아 위안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약간의 자부심이 생길지도 모른다.(나는 이런 용어와, 현상과, 앱을 알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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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7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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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 경제로 보는 우리 시대의 키워드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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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혹은 경제학은 더 이상 전문가들만 다루는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이론 속에서만 존재하는 학문도 아니다. 좋건, 싫건 경제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있다. 물가에 대해 정확한 지식은 없어도 기름값, 우유값, 채소류 및 생선 육류값의 증감은 매일 피부로 느낄수 있다. 환율을 배우지 않아도 해외여행이나 직구(해외직접구매) 등을 통해 자연스레 환율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기도 한다. 자본을 이해 못해도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대충이나마 알고 있으며, 조세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도 소득세, 재산세, 취등록세, 부가세 등의 납부를 통해 세금이 우리 가정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손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렇듯 경제는 어느덧 공기처럼 우리 곁에 늘 맴도는 무엇이 됐다. <경제로 보는 우리시대의 키워드 경제 E, (이하 경제 E)> 는 어느새 우리의 삶과 떼놓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된 경제를 나름의 키워드를 통해 이해해보려 만들어진 책이다.  아니다. 역으로 경제를 통해 우리 시대를 분석, 파악해보려 한 책이라 보는 편이 더 맞겠다.

 

  책은 3개의 부로 나뉜다. 1부는 이해에 대한 것(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을 다루고, 2부는 목적에 관한 것(누구를 위한 것인가)을 다루며, 3부는 수단에 관한 것(무엇을 할 것인가)을 다룬다.각 부는 여러개의 세부적인 장으로 나뉘는데 그 속에서 언급되는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경제를 통해 이 시대를 이해하려 하고, 이 시대가 누구를 위한 시대인지 파악하려 하며, 보다 나은 시대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들의 많은 고민과 염려, 이해와 예측이 책 속에 가득하다.

 

  경제는 어렵다. 고정된 학문이 아니라 생물처럼 살아 숨쉬며 계속 형태를 바꿔나가 하나의 명확한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수학도, 역사학도, 통계학도, 논리학도 아니지만 또 그 모든 학문의 합이기도 한 경제는 어떤 식으로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현재 시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쉬운 경제학 책들이 즐비하게 출간되어 있다.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책들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이 책 <경제E> 도 한 발 당당히 담글 것 같다. 물론 책 속 소주제 중 하나조차 실제 수십권의 책을 읽고 제대로 전공 삼아 공부한 후에라야 온전히 이해가능한 것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딱 그 정도의 깊이를 가진 책이지만, 재미도 상대적으로 그 얕은 깊이에서 나온다. <지적 대화를 위한 옅고 얕은 지식> 같은 책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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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6 1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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