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르는 분과 통하다

 

 

어떤 모르는 분이 새벽에 드디어 심판의 날이 왔다며 함께 힘을 모으자는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제가 울컥한 마음에 적어놓은 리뷰를 보시구요.

서재에서 글 남기고 글 받고 답하다 보면

아주 짧은 글이지만 순간 마음이 통했구나 느낄때가 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이지만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그래서 아침에

투표소를 한번 찾아 봤습니다.

늘 그렇듯 집앞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하더라구요.

선관위에서 내 투표소를 바로 알려줍니다.(설마 사기치는 건 아니겠죠? ㅋ)

아래를 클릭하면 다음의 화면이 뜨지요. 혹시 모르니 한번 확인들 해보시라구요.

 

https://si.nec.go.kr/necsps/sps.SpsSrchVoterPolls.nec

 

 

 

 

 

 

 

 

#2. 아는 분과 통하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투표율이 70%가 넘는다고 해요. 못해도 60 이랍니다. 그런데 우린 50 수준이죠.

지금 서울과 수도권에선 경합지역이 많아 개표하고 나서 자정이 지나야 당락이 결정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 내가 찍는 한표가 어떤 후보를 집에 돌아가게도 할 수 있는 것이죠.

더욱 더 젊은 층의 투표율이 중요한 이유겠지요.

이외수 작가는 투표율 70% 넘기면 긴 머리를 깎으시겠다고 했잖아요.(저는 긴 머리 스타일이 더 좋긴 하지만...)

 

어제 공개된 안철수 교수의 투표약속에선 미니스커트를 입고 노래하며 춤을 추시겠다고 ㅋㅋㅋㅋ

 

 

 

 

<투표는 밥을 먹여준다 - 안철수, 2012. 4. 9>

 

 

제가 원래 이런 글 잘 안남기는 - 그러니까 혼자 우아하게 고상한 척 잘 하는 알라디너죠 ㅋ - 거 여러분 들 아시죠?

하지만 오늘 모르는 분의 한마디가 제 손가락을 용기의 클릭으로 바꾸어 주네요.

 

 

내일 비가 올거라고 하는데,

저는 일찌감치 투표하고 와서 부침개나 부쳐먹을랍니다.

중간 중간에 소식 확인하며 그래도 책은 읽어야 겠죠.

 

 

오늘은 날이 날이니 만큼

 

이 책을 읽으려 하였으나 아직 안온 관계로 소개만 할까 합니다.

(안 읽어 본 책은 페이퍼에 올리지 않는다에서 안 만져 본책, 아니 안 읽어 볼 책으로 수정했습니다, 하하)

보트가 그 'boat'아니고 'vote 입니다.

책 이름은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젊은 층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낸 ‘락 더 보트Rock the vote’ 운동의 이름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로 말하면 개념찬 콘서트 바람이나 나꼼수 콘서트와 비슷한  것이죠.

 

그렇다면 20대의 투표율이 얼마가 되어야 그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를 고대하는 이들에게 ‘통쾌한 빅 엿’을 먹일 수 있을까? 70%? 80%? 총선과 지방 선거의 경우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대세를 바꿀 수 있다. 실제로 20대의 투표율이 50%가 넘었을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50% 이하로 떨어졌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엄청나게 높은 투표율도 아니고 20대 2명 중 1명만 투표해도 그 결과는 지금껏 경험한 것과 차원이 다를 것이다.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 터무니없는 대출금리 문제, 졸업 이후에 닥칠 청년 실업 문제 등 20대가 애써서 요구하지 않아도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대가 50%넘었을 때 노무현이 당선되었다 !!!!

지난 2007년 이명박을 선택한 국민이1,149만여 명이라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인 1,392만 여명이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지만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었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국민의 무관심, 혹은 방관의 결과가 오늘을 만들었던 것이죠...

 

 

찍는다고 꼭 되는 건 아니지만, 안 찍으면 싫은 사람이 될 확률이 많다.

사실 민주주의라는건 안 되어야 할 사람을 방어하는 시스템이고

법치주의는 법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하는 자를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우리는 안되어야 할 사람을 방어하지 못했고

통치하는 자를 구속하지 못했습니다.

선택이 꼭 올바른 사람을 지도자로 만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권력의 독선과 오만은 국민의 ‘투표참여’를 통해서만 바로잡을 수 있어요.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니까요...

(흠흠.... 갑자기 야당 대변인이라도 된 이 느낌은 조금 쑥쓰럽구만요 ㅋ)

 

 

 

 

우리 모두 내일은 무조건 투표해요.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만나요.

만날 때는

꼭 웃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게는 그것이 아는 분과 통하는 방법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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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4-1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꼭 투표해야지요.
우리집은 올해 대학생이 된 둘째까지 참여하니까 4표가 확보됩니다. 아자아자~~~~~~^^

한사람 2012-04-10 22:28   좋아요 0 | URL

하하, 4표씩이나 ㅋㅋㅋ
모두 한 사람에게 몰아주시겠죠?
저는 예전에 아버지와 의견이 달라서
앞에선 거짓말 했거든요 ㅋㅋㅋ


울보 2012-04-1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내일 류 손잡고 투표하러가려고요,,

한사람 2012-04-10 22:30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랑 같이 가려구요.
아이 학교에서 하는데 컸다고 안갈려나 모르겠어요.
어렸을때 대통령 선거날이었나
자기도 투표소에 들어가 보겠다고 떼를 써서
(자기도 찍는다고 ㅋㅋ)

창피했던 게 기억나네요.
세상에..그게 벌써 몇년전입니까 ㅠ

숲노래 2012-04-1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일이 있겠지요~

한사람 2012-04-10 22:31   좋아요 0 | URL

된장님~
이 동네는 부자들이 많아서
어떨지 모르겠어요 ㅠㅠㅠㅠ

2012-04-12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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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세대에 묻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 워낙 책 읽고 매번 충격 받는 스타일이라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 내용은 어렵지 않고 대담형식으로 서술된 경어체라 전달방법도 무척 친절하다. 예도 많이 들고 비교도 많고 추상적인 문구 없이 상황 정리도 명쾌하다. 주로 <시사 IN>의 이종태 팀장이 아젠다를 펼쳐내 어떻게 생각하시냐 질문을 하면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위원이 답을 하는 구성이다. 최근 시즌을 맞아 반 MB정서, 반 자본주의에 몰두해 있던 나로선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새롭다기보다 낯설었달까. 정확히는 당황스런 수치심이다. 이 책엔 한마디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진보, 좌파에 대한 일침이 한 가득이다. 당신들의 주장과 논리는 여기서부터 이렇게 틀려먹었으니 정신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하라는 말로 들린다. 마침 책 제목도 선거철을 맞아 무엇을 택할 것인지 - 결국 누구를 택할 것인지 - 묻고 있지만 덮고 난 심정이 책의 결론처럼 분명하지만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독자로서 개인적인 한계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나와 같은 세대들이 앞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주장을 면밀히 비교해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뭘 알아야 비교도 해 볼 것이니까.

 

 

나와 같은 세대라 한정지은 것은 내 세대가 요즘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잊혀진 세대, F 세대이기 때문이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태어나 80년대 컬러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90년대 말에 결혼해 2천 년대에 아이를 낳고 지금은 학부모가 된 사십대. F는 ‘Forgotten’, ‘Fire’, ‘Facebook’, ‘Formidable members’를 두루 의미한다. 민주화 운동권 선배를 두었지만 데모는 하지 않았고 취직해서 결혼할 무렵에 IMF를 만났을 것이다. 사교육 열풍 속에서 아이가 걸음 떼기 시작했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보내었을 것이다. 집값이 자꾸 오르자 불안감에 무리하게 대출하여 집이라도 장만했다면 분명 이자에 허덕이며 ‘하우스푸어’로 전락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사십대가 2030세대와 합쳐지면 유권자의 반이 넘어가기 때문에 표심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생각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보았듯이 박빙일 때엔 이들이 보수로 기우느냐 야권으로 기우느냐가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할 때 이 F세대의 특성을 말해보라 누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뒤쳐지지 않는 삶’이라고 본다. 사실 사십대에 들어서 직장인으로서 서울 어느 구에라도 번듯한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한 부부라면 그 삶은 지난날 지겨운 경쟁에서 잘도 살아남은 축에 속한다. 대학입학, 취업, 결혼, 육아, 집장만에 이르기까지 그 이십 여 년의 세월은 분명 메인 프레임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이념투쟁이라는 추상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행복이나 실질적인 혜택 등의 실용적 가치이다. 그래서 명예나 도덕을 따지는 사람은 위선이라 여기며 속물정신이나 편법 등의 수법으로 성공한 사람을 크게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도 언제든 기회만 되면 그렇게 해서라도 한 계단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준화 속에서의 궁극적 차별화. 삼성을 욕하지만 삼성에 들어가고 싶고 이명박을 욕하지만 이명박처럼 재산을 불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들 많았는가.

 

 

역사의식과 사회참여도 도덕성, 지식수준도 386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 심지어는 머리가 나빠 공부도 못하고 날라리만 많은 세대라 - 운좋게 취직해 지금은 사회의 중진이 되었건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 이들에게 향후 십년은 이제 막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 붐 세대의 십년과도 다르며 결혼과 육아를 늦추고 있는 삼십대의 십년과도 다르다. 이들의 미래 십년은 정확하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돌입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그런데 지금부터의 십년은 F 세대의 자녀들이 성장해 성인이 되는 세월이다. 지출항목이 더 많아지고 커지기만 하는 시기, 평범한 직장생활로는 더 이상의 재산증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기이다. 여기까지 잘 달려온 세월에 미안해서라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고 어쩌다 추락할까봐 두려운 시기이다. 그 전에는 성장이나 발전도 중요했지만 지금부터는 복지라는 말이 아주 구체적으로 와 닿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 4년 동안 양극화 때문에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와 절망을 감추기 어려웠던 시기인 것이다. 보수신문은 지난 일년 내내 복지를 과하게 시행하면 나라가 망하는 수가 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복지포퓰리즘은 안 된다 주입해 왔다. 하지만 서민이라면 그 기사 때문에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중간하게 가난하면 복지혜택은 받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늘 재벌개혁하자는 불가능하고 진부해 보이는 진보쪽 보다는 '생애 맞춤형 복지'라는 그럴듯한 대안을 내세운 박근혜가 우리에게 더 유리한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방황하는 F 세대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복지교본을 툭, 제공한 느낌이다. 혹시라도 언뜻 구호만 보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무조건 옳고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라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F 세대는 공정 한가

 

 

불안한 F세대는 부자의 재산을 나누어 빈곤층에 나누어주는 식의 미국식 잔여 복지에 끌린다. 하향식 평준화는 아무래도 나의 추락을 방지해 줄 안전망으로 기능할 것 같기 때문에. 그러나 더 생산적인 의미의 북유럽 식 복지, 즉 퇴출당해도 실직수당이 보장되어 있고 직업 교육, 그를 통한 재취업이 보장되어 있는 선순환 식 복지도 흥미롭다. 언제 조직에서 나가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주장하는 복지는 북유럽식 복지이다. FTA 가 발효되면 농업, 제조업, 제약업 등에서 피해자가 생길 것이므로 악영향을 최소화 하려면 복지 국가를 만들어 피해자들이 재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FTA는 분명 해서는 안 되는 계약이었지만 비준까지 한 상태에서 폐기는 말이 안 되니까, 지금 상황에서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은 단순히 생활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구조, 생산체제와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패자부활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재벌이나 부자의 세금을 더 걷어서는 택도 없으므로 어쨌든 국민이 세금을 더 내는 수 밖에 없는데 장하준은 이를 두고 ‘복지 공동구매’라는 개념으로 복지를 재정립하자고 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탁아, 교육, 의료, 노후대비, 질병 등에 대한 보험을 온 국민이 공동구매해서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니 세금은 공동구매를 위한 자금임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새삼 박근혜가 치밀하다는 것이었다. 야권에서 누가 후보가 되건 박근혜보다 치밀하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이미 이슈만으로는 ‘보편적 복지’를 선점했다. 공식만으로는 아버지의 잘한 점, 이명박의 잘못한 점, 그리고 야권의 오류를 다 더해 복지 밑그림을 짜 놓은 듯 하다. 다만 큰 그림만 있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데 이 부분은 아마 상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준비된 시나리오를 척척 끼워 맞출 것이 분명하다. - 그러니까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게 전략인데 야권에서 박근혜 복지는 내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걸려드는 것이다 - 좌파가 더 공부해야 할 것은 새누리당이 기존에 잘못한 것들을 나열하여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것보다 자신들도 잘못한 것을 빨리 정리해서 그동안의 오류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꾸 우리가 한 잘못은 니들이 한 것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도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는데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 (그것이야 말로 도둑질은 나만 한 것이 아니라는 보수 프레임에 갇히는 꼴이다) 어차피 나도 잘못한 것이 맞다면 이걸 반복하지 않는 방안이 더 중요하다. FTA든 재벌이든 비리든 사찰이든 노무현도 했지만 이명박은 더 하지 않았느냐, 는 논리를 제발 거두어 주었으면 한다.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한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정부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박근혜보다 먼저 말해야 한다. 글쎄, 정치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이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인정하기 싫은 건 이명박 정부가 사악하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안 죽어도 되었을 사람이니 면죄부 주고 싶은 심정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을 박정희 시대로 끌어올려 결국 그의 딸인 박근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밀어붙이는 식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장하준은 우리가 외적 성장에 비해 내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외환위기 이후 지속, 강화되어 온 ‘신자유주의 논리화’의 결과라 말한다. 금융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그것이다. 좌파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도 결국 신자유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방법이 아니고 외려 재벌해체로 적대적 M&A를 불러와 엉뚱한 해외 큰손들만 재산을 늘리게 되었다 주장한다. 주주중심 경영도 결국 단기수익에 집착해 점점 신규 개발을 꺼리게 되어 국가적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양극화가 된 건 금융자본과 주주 자본주의가 문제인 것이지 재벌이나 이명박 때문이 아니라는 것. 모든 걸 박정희와 재벌 탓으로 돌리는 건 박근혜는 절대 안 되고 이건희만 물러나면 다 저절로 해결된다는 식으로 들린다. 그러다보니 야권의 주장은 늘 재벌해체이고 국가의 개입은 절대 안 된다는 식이다. 관치와 토건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재벌에 대한 분노가 얽혀 정작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혹시 이러한 주장들이 역으로 재벌옹호나 박정희 찬양, 혹은 박근혜 복지의 홍보의 수단으로 쓰이게 될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좌파도 우파도 잘못된 정책은 공정하게 비판했다고 보여 진다. 중요한 건 더 많이 알고 더 분석하여 더 적절한 대안을 구상하는 일일 터이다. 그런 면에서 F 세대들이 더욱 역사적 위치를 인식하고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더 이상 우리는 젊지만도 그렇다고 완전한 기득권층도 아니다. F 하면 퍼뜩 Fair(공정)이 떠오르는데 이는 언급되지 않았으니 우린 공정함을 주요가치로 내세우진 않았나 보다. 그래서 문득 F 세대는 공정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오늘 우리의 경제 현실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묻고 있다. 경제를 내세웠지만 결론은 경제민주화가 복지의 다른 말이라 가르친다. 복지가 향후 정치의 핵심이라 알려준다. 복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30년에 걸쳐 시행하면  북유럽을 따라 갈수 있다고 그 처음 5년을 누구와 시작할 것인지 묻는다. 아니 누가 되더라도 복지는 필연인데 당신들은 어떤 복지를 택할 것인지 묻는다. F 세대는,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F 세대여 돌을 던져라

 

 

저자들은 이탈리아 무시하지 말고 그리스 비난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탈리아가 마피아 조직만 있고 선진국하고 한참 거리가 멀 것 같아도 복지 수준은 OECD 중간이고 우리가 이탈리아를 따라가려면 십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 그리스가 최근 재정위기에 빠졌다고 국민이 게을러서 혹은 은행이 방만해서라며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주에 그리스의 은퇴한 약사 한 명이 국회의사당에서 약 100m 떨어진 아테네 중심가 신타그마 광장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해버렸다. 놀랍게도 그는 사회빈곤층이 아니라 94년 은퇴할 때까지 35년간 약사로 일하며 성실하게 연금을 납부했던 전문직 출신이었다. 긴축재정에 나선 그리스 정부가 복지 축소로 연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장하준은 보수와 수구언론이 마치 그리스가 복지를 시행하다가 재정위기가 온 것처럼 떠들고 있다고 반박한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복지와 아무 상관이 없고 단일 통화를 사용하지만 단일한 연방국가가 아닌 유로 존 때문이라 말한다. 유로 존에서는 화폐만 통합되었을 뿐 자유무역으로 인한 소득격차, 생산성 격차는 모두 각국의 소관이다. 쉽게 말해 관광업 발달한 그리스는 제조업 발달한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독일이나 프랑스, 국제 금융 자본가들은 그리스의 방만한 경영, 그리스의 내재적 결함이 재정위기를 초래했다고 18세기식의 청교도 윤리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 모습은 지난 97년 외환 위기 때 우리가 들었던 비난의 내용과 꼭 같다. 우리가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도 그런 줄 아는 것이다. 보수가 강력히 주입해온 가치들은 다시 우리가 보수적인 시각으로 남의 나라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 듯하다. 장하준은 같은 유로존 속에서 그리스를 도와주지 않는 유럽 국가(특히 독일)들을 강원도가 부도났는데 나라가 해결하지 않는 것에 비유하며 상당히 비윤리적인 행태라 꼬집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벌은 원래 성질이 나쁜 개인데, 누가 돌을 던져서 개가 미친 듯이 사람을 물려고 하면, 돌을 던진 사람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고 한 정승일 위원이었다.(장하준보다 더 예리하다고 느꼈다) 즉. 중소기업 단가를 깎는 재벌이 나쁘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주들이 자기이익만 생각하기 때문에 하청단가를 내려칠 수밖에 없는 경영방식의 근본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는 것. 인원감축하고 단가를 깎아야 주가가 올라가는 비정한 현실은 단지 대기업의 문제이기만 한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대기업에는 공정한 내실경영이겠지만 중소기업엔 불공정이 따로 없다. 이렇듯 금융자본과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하지 않고 단순히 공정을 주장하거나 불공정을 비난해선 안된다 말한다.

 

 

결국 이 책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좌파에 대한 따끔하고도 현실적인 충고. FTA 발효 이후 벌어질 현상에 대한 대책. 그 준비로서의 복지에 대한 개념 정립. 복지의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서의 증세에 대한 공감대 형성. 재벌을 공격하기보다 이미 커져버린 재벌을 잘 이용하자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잘 정리한 모습으로 탄생했다. 다행히 이 책의 장점은 너무 먼 미래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추상적인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전후 아프리카 가나의 절반에도 못 미치던 소득 수준에서 눈부신 신흥 공업국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국민의 힘을 모으면 복지 또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미래를 위해 국민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세금 더 내라는 말 하려고 이렇게 길고 복잡하였던 것인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완벽한 정부도 시행착오가 없을 순 없다. 정권의 말기엔 언제나 집권 정당과 현직 대통령이 모든 잘못의 원흉이었다. 이 책이 10년 뒤 우리 다음 세대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지금처럼 절망에 가득한 분노로 그 이전의 정부와 정책을 비난하지는 않도록, 부디 우리 아이들의 희망에 일조하는 정보가 되길 바란다.

 

 

선택이란 것은 늘 새롭게 느껴지지만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늘 같은 방식으로 하며 살아왔다. 선택이 새롭다기 보다는 선택으로 새로워지길 바란다가 맞을 것이다. 그러니 같은 방식, 같은 생각으로 선택을 해놓고 새로워지길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선택하기 전까지 집요하게 따지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년만이 아닌 십년 후, 이십 년 후까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아는 F 세대는 투쟁에 익숙하지 않고 누가 돌을 던지면 같이 동조하거나 아니라 생각했다면 침묵으로 고개를 돌릴 사람들이다. 고독한 독립투사보단 외롭지 않은 연대를 택할 사람들이다. 2002년의 삼십대는 이제 노란저금통의 추억으로 남았다. 십년이 지나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가 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나 분명한 건 그 공감대의 키워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지금 우리와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지난 십년을 반성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더 이상 우린 삶의 단기이익을 좇아서는 안 된다. 공무원이 꿈이라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우리의 책임이 있다. 개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박을 터뜨리는 심정으로 돌을 던지자. 개는 이미 개가 된 이상 우리가 아니라도 개의 삶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행운의 박을 향해 함께 던지면 돌도 빛나는 희망이 될 것이다. 그렇게 집어들어 선택된 돌이라면 F 세대가 앞장서도 될 것이다. 역사에서 잊혀진 세대가 이번엔 맨 앞줄에 서서 돌을 던져볼 기회인 것이다.

 

 

그렇게 모두 친구Fellow가 되어 파이팅Fighting하는 물결Flow이 되자.

세상을 향해 Follow me!, 한번은 이렇게 외쳐보자.

꼭 한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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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4-0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입니다. 저는 F세대라는 단어를 보고, '뭐지?'라고 생각했고, 60대말 7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을 알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Fail'입니다.
 

 

 

 

#1. 死 적인 이야기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낼 준비를 하면서 ‘SBS 김소원의 전망대’를 듣는다. 큐 사인 떨어지자 마자 시그널 음악도 인사도 없고 바로 새벽에 일어난 사건부터 말해준다. 말도 빠르고 잠시 놓치면 벌써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오늘 아침엔 수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이십대 여성이 장소까지 자세히 알려주며 강간당하고 있다고 신고를 했건만 경찰은 열 세 시간 후에 도착했고 여성은 토막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서늘한 이야기. 경찰의 늑장 대응은 물론이고 접수하면서 딴청을 피우는 식의 형식적인 질문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나는 왜 김문수가 생각나는 것일까...) 등골이 오싹해지는 아침이었다.

 

 

신문을 넘겨보니 엊그제부터 시작된 ‘김용민 죽이기 특집’은 처절하고도 추악해서 더 서늘해졌다. 김용민을 격려하는 이정희, 조국, 공지영 등 야권인사들의 이중적 잣대를 싸잡아 비난하는 참으로 일관되고도 전형적인 작태가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제대로 칼질이다. 예전에 신정아가 기자들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덕에 언론을 통해 스타가 되었지만 다시 그 기자들이 앞장서서 제대로 자신을 발가벗겼다고, 세상 사람들보다 언론에 분노하는 마음이 많았다고 하는데. 꼭 누구하나 죽거나 교도소 가거나 아님 사퇴를 해야 이 집단적 관음증이 끝나는 행태는 왜 갈수록 더 심해지기만 하는 걸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나는 좀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혹시 우리들 마음 속에는 누군가 갑자기 올라간 사람을 기회만 되면 다시 끌어 내리려는 준비 자세가 기본 운영 프로그램으로 셋팅 되어 있는 건 아닐까.

 

 

 

#2. 私 적인 이야기

 

 

고 3때 같은 반, 대학교 같은 과 동창이면서 4년 동안 같은 조가 되어 숙제를 한 친구가 있었다. 당시 친구의 아버지는 방송사 편성국장이었다. 엄청난 요직의 인사인줄 나는 연말에 친구 아버지가 연예인 시상을 하러 나왔을 때 비로소 알았다. 국장님은 몇 년 후 계열사 사장으로 가셨고 다음 새로 생긴 무슨 무슨 위원회 고문인가 사장인가로 가셨다. 친구는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성형을 했고 2학년 때부터 제일기획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졸업하고 아버지 추천으로 영화제작사에 들어갔고 미국으로 필름 마케팅 관련 유학 비슷한(?) 걸 떠났다. 거기서 남자를 만나 결혼 비슷한(?) 걸 하고 또 이혼 비슷한(?) 걸 하고 돌아왔다. 비슷하다고 한건 늘 친구가, 유학인거야? 하면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결혼인거야? 하면 거의 결혼이지, 이혼이니? 하면 거의 그 수준이지, 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아버지의 막강한 후광에 힘입어 영화제작 관련 요직에 있다(고 한다).

 

 

그 친구와 흥청망청 1학년을 보내고 겨울방학이 되자 아버지가 쓰러지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89년, 90년) 친구의 용돈이 한 달에 오십 만원이었다. 친구는 당시 우리가 가장 선망하던 광고회사에 너무나 쉽게 인턴사원으로 들어가 명함을 지니고 다녔고 방송사 구성작가 알바를 하며 일주일에 24만원을 받았다고 너무 짜다고 불평을 했다. 당시 유행하던 예능 프로의 PD를 거론하며 그 PD가 자기 집에 와서 세배를 했다고 웃기다고 말했었다. 그때까지 그냥 친구들끼리 수다로 여기고 한동안 친구가 사주는 커피와 라면을 잘도 받아 먹었다. 어느 날인가 내 처지에 학교 앞에 커피가 오 천 원하는 카페에서 공강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살면서 처음으로 빈부격차를 실감한 순간이다. 카페이름도 안 잊어 먹었다. 올드 앤 뉴....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나도 알바를 할테니 연결 좀 시켜 달라 떼를 썼다. 당시 내 친척들이 좀 빵빵해서 전화한통이면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단지 엄마는 자존심 때문에 전화를 하지 않는 사람일뿐. 두 군데 연락이 왔다. 하나는 지금 SK 전신 유공, 그리고 이모부 회사의 하청회사. 나는 바보같이 유공을 버리고 하는 일이 재미나 보인 하청회사를 택했고 그 회사에서 공주님 대접을 받으며 알바를 했다. 친구와 내가 달랐던 건 친구는 알바비가 용돈이었지만 내겐 그게 등록금이었다는 것. 그때 나는 알았다. 친구와 내가 출발점이 다르다는 걸. 나는 좇아가는 사람이므로 죽어라 달려가야 한다는 걸.

 

친구는 학창시절 나를 많이 의지했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 내가 더 공부를 잘했다는 걸, 뭐라도 맡았을 거라는 걸 내 자신도 이 글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사회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와 연락이 끊어지고 언젠가 친구의 불행을 소식으로 들었을 때, 내 기분은 한마디로 나는 그의 친구인가, 하는 자괴감이었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 덕으로 잘나가더니 너도 별수 없구나... 이런 말을 속으로 읊조리고 있던 나. 친구의 불행보다 내가 이거 밖에 안 되는 인간이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의 무지막지한 충격의 슬픔. 나는 결코 그 친구가 잘 되길 한 번도 바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의 수치심. 이런 기억은 어쩌자고 한 평생 거울이 되어 따라다닌다. 원래 나보다 못했던 인물은 나중에라도 나보다 잘되면 안 된다는 심리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3. 思 적인 이야기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예전엔 투표하는 날 일찌감치 투표하고 나들이를 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것도 기억이 안 난다. 대통령 선거만 겨우 해주고(?) 국회의원 선거날엔 일을했거나 잠을 잔 것 같다. 그러니까 당연히 누가 우리 지역 국회의원인지 관심이 없었다. 세상이 바뀌었는지 사람이 변했는지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 요즘이 참 신기하다. 우선 나부터가 요즘 잡고 있는 책들에 놀랄 때가 많다. 차인표가 그랬던가. 도박을 하면 주변에 도박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봉사를 하면 주변에 봉사하는 사람만 만난다고. 그런데 책을 읽는다고 주변에 책 읽는 사람만 있지는 않아서 오프에선 좀 외롭다. 나는 오프에서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말 안한다. 다들 이상하게 쳐다 볼까봐. 다행히 학습지 선생님만 좀 알아주셔서(?) 두권씩 있는 책들을 드리고 있다. 그것도 주로 위로형 에세이루다가.

 

 

                                      

< 대표적 아젠다 세팅의 유형 >

 

1. 게이트키핑(gatekeeping) - 뉴스 결정권자에 의해 세팅될 아젠다가 취사선택되는 과정. 9시 뉴스의 헤드라인은 누가 선택하는가.

2. 프레이밍(framing) - 뉴스를 제공하면서 선택·강조·배제·부연을 활용해 미디어가 의도한 방향으로 대중의 인식을 유도. 조선일보를 포함한 수구언론들의 특장점.

3.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 - 대중은 자신의 의견이 소수에 속하면 표출하기보다는 침묵. 알라딘에서도 자주 목격.

4. 비열한 세계 신드롬(mean world syndrome) - 오랜 기간 폭력적인 영상물에 노출된 경우 대중은 영상물에 나오는 비열한 세계를 마치 현실처럼 여기게 되는 현상. 신드롬이 아니라 이젠 일상.

 

2002년 6월 여중생 심미선·신효순 양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는 한·일 월드컵에 묻혀 졌다가 끝나고 난후 사회 이슈로 부각되었다.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는 연쇄 살인범 강호순에 밀렸다. 2011년 3월 장자연 사건은 일본 대지진에 쓸려갔다. 알다시피 BBK는 서태지-이지아 이혼에 묻혔다. 이 책은 아젠다 세터(의제를 정하는 주체)가 대중을 향해 원하는 의제를 설정할수 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결론은 나의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미디어가 제공한 생각이라는 것. 익숙하다. 예전에 맨날 회의하면 아젠다가 뭐냐고 물어보던 상사가 있었다. 그 상사는 늘 메타포가 어떻고 미장센이 어떻고 프레임이 어떻고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런 용어들을 리뷰쓸 때 쓰고 있었다. 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왜 김용민은 죽어야 하는가, 말이다.

 

 

엊그제 성석제의 소설이 사은품과 함께 도착했는데 조금 뜬금은 없었지만 그래도 신선은 했다. 그리고 드물게 사인문구가 '강같은 평화' 라니, 하하. 꿈을 이루세요, 아름다운 봄날 가꾸세요, 이런 말 아니고 스케일 한 번 크시다. 예판을 구매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 이곳에 오래 살다 보니 적립금과 사은품의 추억을 버릴수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 사게 될 거 그냥 산다. 그리고 나중에 좋았다 나빴다 이야기 듣기 전에 미리 읽어버린다. 그게 속이 편하다.

 

 

 

 

- 인상깊은 갸녀린 글씨. 가게 간판 같은 명패?. 나는 걸스 제너레이션을 떠올렸지.

 

그외, 나는 지금 내게로 달려오고 있는 이런 책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생각에 관한 생각>은 오백페이지가 넘는다. 이 책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생각버리기 연습은 어쩌란 말이냐...였다. 오늘은 장하준의 <무엇을 택할 것인가>를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쉬워서 아쉽다. 이런 책들은 약간은 어려워 줘야 하는데 - 그래야 일년에 책 한권 사는 분들이 덩달아 살텐데 ㅋ - 대담집이이고 경어체라 자칫 깊이가 떨어져 보이는 단점이 있다. 경제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경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도서 분야가 경제의 하위분야라 하기 좀 그렇다. 어떤 데는 경제/투자/금융 이렇게 구분되어 있더라. 몰라, 경제가 그 경제가 아니잖아 !

 

 

 

 

덧붙임)

 

아이가 겨울에도 감기 한번 안 걸리더니 꽃샘추위가 길어지는 바람에 그만 감기에 걸려버렸다. 나는 아직도 겨울 점퍼를 벗지 못했다. 주말에 1박 2일도 파업 때문에 안한다고 하니 SBS 만 좋은 일 생기는 꼴이다. 이하이는 이번에 좀 점수가 올라갈까? 오늘 보코(Voice of Korea)를 보려 했는데 - 여기서 길 되게 멋있음 ㅋㅋㅋ - 하필 동시간데 GO 쇼를 한다고 해서 고민이다. 날씨가 좀 풀렸으면 좋겠다. 아이가 일진이 입는 노스페이스 점퍼 사진을 보여주었다. 25만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입고 싶어? 아니 일진이 아니면 못입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조금 슬펐다.. 마음이 풀어지는 주말, 모두들 달달해지는 주말 되시길 바란다. 참, 그러고보니 이번주엔 볼 영화가 없다. 지난주 건축학 개론을 봤는데 벌서 제주도에 그 바닷가 집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 이층집 지붕 잔디위에 올라가 하늘을 올려다 보는게 코스란다. 건물이 영화만드는 동안 급하게 만들어서 붕괴위험이 있단다. 다들 자제해주세요. 그런데 수지는 예뻤다. 하지원 영화 빨리 개봉했으면. 청춘들이여 바쁘신가(급하게 반말에서 수정 ㅠ), 중년인 나는 오늘도 꽃샘에 저항한다. 저항한다.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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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4-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민이 어케된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좋게 봐야 하나? 나쁘게 봐야하나?
오늘 뉴스에선 거의 나쁜 사람으로 몰던데...

성석제는 저도 샀는데 저런 글이 있었군요.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는 거네요.ㅠ
글치 않아도 한사람님 보내주신 선물 받아보면서 와우, 이건 정말 써프라이즈네 그랬어요.
그게 한겹이 아니고 무려 세 겹이었던 거죠.
전 엽서랑 책 안쪽 쓰신 글은 나중에야 발견했거든요.
그러니까 한 사람님한테 잘 받았다고 인사한 후에.ㅋ
그러니 딴 것에 마음이 갔던 거죠.ㅋㅋ
그렇게 하나하나 새롭게 발견해가는 기분 꽤 좋더라구요.하하

저 위풍당당 명패는 어떻게 해야좋을지 모르겠어요.
뒤에 뭘 붙여놓을 수 있게 해놓은 것도 아니고...
역시 사람은 될 수 있으면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야 되는가 봐요.ㅋ

전 아직 감기 안 걸렸어요.
봄의 실종인가 봐요. 바람은 연 3일째 불어대고.
암튼 그렇더라도 좋은 주말 되시길...^^


한사람 2012-04-08 17:51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오래전엔 책 안쪽 표지에 써있는 글 같은 건 확인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누가 준 책을 들쳐보다가 뜻밖의 말이 써있는 걸 본적이 있어요.
틀림없이 당신은 작가가 될 거라나, 하하하
그게 벌써 이십년도 더 되었는데 ㅋㅋㅋ

저는 제가 읽었던 책을 빌려주는건 잘해도 주지는 않아요.
보셨다 시피 책이 지져분하거든요 ㅋㅋ
지금까지 제가 읽어본 책을 준 사람이 딱 세사람이어요.
(스텔라님 포함해서...)
한권은 의외로 깨끗해서 보냈고,한권은 그 친구에게 꼭 필요한 것 같아서 보냈고..
글구 스텔라님이 첨이었어요.

그래서 책을 좀 정리하고는 싶은데
밑줄이 지져분해서 관둔 적이 많았죠. 요즘은 돈벌어서 빨리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만 합니다.
제일 넓은 방을 서재로 꾸며볼까 하구요 ㅋㅋ

김용민의 막말은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합작해서 작정하고
야권의 기세를 꺾어보려한 아주 좋은 아젠다였어요.
제가 보는 신문에서 삼일째 김용민이 일면에 사진과 함께 등장했죠.
이런 식의 세뇌에 안당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쨌든 막말은 막말이었으니까요 ㅠㅠㅠ
(아예 같이 방송한 김구라도 세바퀴에서 나가라고 하던걸요)

지하방송에서 떠들땐 십년후에 자기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게 될지 꿈에도 몰랐겠죠..
하지만 몇마디 말로 그 사람의 인격전체를 비난하는건 논리에도 안맞고
그걸 국회의원 자질로 확대해 사퇴압박하는 것도 너무나 구태의연한 듯 합니다.
(특히, 뒤로는 각종 불법과 편법으로 재산 불리고 기득권 유지한 세력들이
대놓고 가치관이 문제되는 위험한 사람이다 하는 꼴은 역겨워서 못봐주겠어요)
그래도, 야권이 비난의 돌을 함께 맞겠다고 하는 걸 보니(어제 SBS 토론에서 노회찬, 우상호
모두 잘못은 했지만 그 잘못을 가지고 사람을 구석으로 모든 것보다 같이 안고 앞으로 더 잘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그래서 모든 돌을 같이 맞겠다고...짠했어요 ㅠ)
나꼼수의 영향력이 투표에 미치는 효과가 크긴 큰가봐요.

오늘은 날씨가 풀렸더라구요.
김연수-김영하-성석제, 모두 보수언론에서 좋아하는 작가들이죠.
소설도 평이 좋더군요. 담주에 읽어보려구요.

새로 시작하시는 일 차질없이 잘 진행되길 바라요^^

가연 2012-04-09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거티브가 장난 아니더군요ㅎㅎ 신문 기사들 보면서 피식, 하고 웃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 적인 이야기들 중 두 번째 이야기가 맘에 드는데.. 저는 아직 정말 출발점이 다른 것 같다, 라고 여겨질만한 그런.. 부유한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끝을 애매하게 놓아두는 이유는, 이미 만났는데도 제가 모르고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으니ㅎㅎ 티비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들은 정말 딴세계에서 영화찍어서 방영하는 기분도 들고, 풋. 하지만.. 분명 그런 출발점이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 존재하기는 하겠지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뭐, 소시민적인 마인드를 가진 저로서는 그런 빽[..]이 있으면 좋겠다, 고 생각도 가끔 합니다만, 하하, 하지만.. 그런 부유한 사람들이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자신들이 부유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을거라는 것을, 부디 혼자만의 힘으로 되었다고 여기지 말기를.

한사람 2012-04-10 09:42   좋아요 0 | URL

저도 학교 다닐때까지는 잘 몰랐는데
사회 나오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
그런 비교가 되더군요.
우리집은 특별히 가난한 것도 아니었는데 주변에 부자들이 워낙 많아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이 많았어요.
아마 곁에서 부자들의 속성을 많이 보아서
냉소적인 성향으로 발전했지 싶습니다 ㅋ

이번 네거티브는 심하기도 하고
참 집중적이었죠.
거대언론이 하는 일이라는게
사실은 쪼잔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ㅠㅠㅠ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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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술을 좀 마셨다. 오늘도 바로 리뷰를 써야지 생각은 했지만 좀처럼 가슴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았다. 머리도 뜨겁고 눈도 시리고 목도 따끔거렸다. 몇 번이나 울컥한 심정에 물을 몇 잔이나 벌컥거리며 마셔댔는지 모르겠다.

 

 

오늘 오전(2012. 4. 3) 주진우 기자의 트윗엔 “쌍용차에서 22번째 비명을 들었습니다.”라는 멘션이 올라왔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한 조합원이 또 투신을 한 모양이었다.(작년까지 열 몇 명이었는데...그새 또 늘었다) 원래는 지난달 말에 사망했는데 부모도 배우자도 없어 뒤늦게 알려졌다고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조중동엔 저녁때까지 기사 한 줄도 뜨지 않았고 언론에 대서특필된 건 한국계 미국인 남성이 총기난사로 학생들을 몇 명이나 죽였다는 기사였다. 방금 전 메인 페이지를 확인하니 총기난사 기사 바로 아래에 김용민 후보가 (인터넷 방송에서)몇 년 전에 한 말을 문제 삼아 지겨운 자질론을 들이대며 무슨 시국사건처럼 보도하고 있다. 오늘 업데이트된 봉주 10회의 내용이 천안함 합조단의 보고서 일부가 조작이라는 내용에 황급히 보복대응한 기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침 총기난사로 숨진 피해자를 실어 나르는 사진 밑에 ‘테러’라는 제목이 들어간 기사 타이틀과 함께 절묘하게 배치된 김용민의 사진은, 지나가다 언뜻 보면 무슨 연관이 있나 싶어지기까지 한다. 적지 않은 세월 나도 조선일보의 프레임에 갇혀있던 사람이라 이런 기사를 보고 바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너무나 잘 안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나꼼수 죽이기 프로젝트는 참 디테일하고 꼼꼼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다. 어쩜 그리 내가 아는 한 사람과 똑같은 행보인지 알면서도 매번 새로운 오늘이다.

 

 

중요한건 오늘 쌍용자동차 해고자 한 분이 자살한 소식 같은 건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니 뉴스로 안쳐줄 뿐만 아니라 뉴스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지방에서 상경해 어렵게 취직한 회사에서 한 십 오년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해고를 당하고 삼년동안 무직으로 살았던 한 남자가 빨갱이 소리나 들으면서 주변으로부터 냉대를 받다가 결국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진 일 같은 건 주진우 기자나 트윗으로 올려주지 우리 사회 메인 언론들은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다는 거다. 그 정도 억울한 사람은 명함도 못 내밀기 때문인 걸까. 그런 자살쯤이야 너무나 흔해서 일까. 어쩌면 돈 있고 권력있는 자들은 아예 피해자들이 다 죽어버려서 시끄럽고 귀찮게 하지 말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 하게 되었다. 반도체에서 한 2조를 빼내어 집집마다 LG 대신 삼성으로 냉장고를 바꾸어 주라는 이건희의 발상을 보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서다. 실제로 약 7년 전 내가 사는 아파트 건너편에 삼성 브랜드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세워질 무렵, 일조권을 침해받은 아파트 단지에 일제히 최신형 지펠 냉장고가 선사된 일이 있었다. 가시는 발걸음에 한 치라도 피곤한 일이 생기면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방식, 돈으로 안 되면 주먹으로, 주먹으로 안 되면 법을 만들고 바꾸어서라도 자기들 재산을 불리는 일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었다.

 

 

이 책은 돈과 땅, 그리고 힘을 가진 자들이 더 가지고 더 불리고 더 오래 해먹기 위해 불철주야 혈안이 된 사건들만 쫒아 다닌 한 기자의 피같은 현장기록이다. 현장을 찾아 직접 발로 뛰어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진상을 파헤친 기자라 그런 것인지 김어준, 김용민, 정봉주의 글보다 온도는 더 높았다. 아직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몸의 체온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늘 하는 일이 그러므로 어쩌면 주기자는 남들보다 고온으로 일상을 살아갈지 모르겠다. 나라도 뻔히 피해자를 만나고 일이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 두 눈으로 똑바로 확인했는데 기사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는 꼴을 본다면 혈압은 매번 정상이 아닐 것이다. 시기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 된 후 출간이고 얼마 전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기소청탁 건으로 맘고생이 심했던 탓인지 행간에 비치는 울분도 상당해 보였다. 같은 사람을 욕해도 언어는 모두 다르다. 김어준이 냉소와 조롱이라면 김용민은 은유와 모사이다. 정봉주가 유머와 풍자라면 주진우는 단연 디테일과 증거다. 이 책을 생각보다 빨리 읽지 못한 것은 팩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많은 증거와 디테일한 정황묘사 때문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주기자의 실전 이야기, ‘일단 가본다, 일단 해본다’의 취재기법을 가진 그의 체험 삶의 현장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주기자가 가장 먼저 칼을 간 대상은 이 나라 검찰조직이었다. 주기자는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이 박은정 검사에게 기소청탁을 한 사실을 나꼼수에서 처음 말할 때에도 목소리 톤이 올라가 있었다. 이 나라에선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검사가 기소를 하거나 죄를 묻지 않으면 죄가 안 되기 때문이다. 무슨 뇌물을 무슨 목적으로 얼마를 주었건 검사가 묻지 않으면 그건 아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 뇌물도 주지 않았어도 검사가 물으면 죄다. 묻겠다는 건 죄를 잡겠다는 것이기에 일단 불려 가면 설령 죄가 없어도 어떻게든 죄인 취급을 면할 수는 없다. 무죄판결나기 전에 이미 하이에나처럼 물어 뜯어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여론은 의구심을 확산해 놓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살아있는 권력뿐이다. 그는 검찰조직에서 법과 양심, 진실과 정의는 철저하게 출세보다 하위개념이라 꼬집는다. 그런 검찰에도 천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독재천재를 총수로 둔 삼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이 콕 집어 삼성소설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조정래 작가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랜동안 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는 그 기자가 주기자다) 소설에 대기업에서 승진에 목숨 건 인물이 공무원의 이삿날 이삿짐을 날라주며 청소는 물론이요 화분을 옮겨다 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주진우 기자가 일러준 실제 인물의 이야기였다. 삼성은 검찰(과 경찰, 기자)에 하도 떡값을 뿌려 놓았기에 검사들은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독립시킨다 하면 권력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외려 정권의 개가 되길 자처하는 집단. 민주주의 보다는 독재를 사랑하는 집단. 우리나라에서 가장 염치 없으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집단. 주기자가 10년 넘게 피의자로 불려 다니면서 깨달은 검찰은 올라갈수록 더 유치하고 확실하게 더럽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러나 오늘도 고소를 무릅쓰고 짱돌을 던진다는 주기자는 자기가 쓰는 기사가 대단한 특종은 아니라 말한다. 조금만 열심히 다니면 누구나 쓸 수 있는데 기자들이 눈치만 봐서 그렇단다. 다들 명절에 오십만원, 백만원씩 받은 게 켕겨서 그렇단다.  예를 들어 경찰과 매춘업주가 결탁하고 검찰이 묵인하는 것은 너무나 오래된 관행인데 내가 봐도 굳이 여수까지 가서 여자 몇 명 구하자고 경찰 간부들을 잘라야 할까, 이런 생각을 어찌 안 하겠나 기자님들이. 다른 맛있고 돈 되는 사건들도 많아 죽겠는데.

 

 

삼성전문가가 된 것도 모든 기자가 물러서 있었기에 자신이 조금만 해도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란다. 김어준도 지적한 바 있지만 이건희가 물러난다고 삼성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기자 역시 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씨등 오너만 삼성에서 떼어 놓으면 더 훌륭한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은 주기자에게 앞날을 책임지겠다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는데 이 책을 읽으면 삼성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이 나라의 중요인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주기자는 삼성의 비자금 수법을 폭로한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많다고 했다. 비록 삼성에 누릴 것을 얼마간 누리고 나왔지만 ‘사회를 위해 자신의 편안함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평가했다. 꼭 지금 나꼼수 멤버들이 그렇다. 좌파도 우아하게 강남으로 가는 길이 없지 않다. 글빨과 말빨이 있는데 지금보다 편하게 사는 방법이 왜 없겠는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슬펐던 건 바로 그들 가진 자들은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지인과 친척들 중에 대기업의 프레임에 속한 사람들이 많다. 나도 한때 사업 망하기 전까지는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모님이 찍는 후보에 표를 던진 사람이었다. 돈을 더 벌게 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자연스레 그들 세계에서 행해지는 방식대로 살게 된다. 더 조용하고 더 편한 호텔. 더 수준 높고 더 깨끗한 음식. 더 고급이고 더 우아한 옷. 돈이 많아지면 자연 돈 없는 사람들과 무엇이든 같이 하고 싶지 않게 된다. 오로지 단 한사람 이건희만을 위한 단독 슬로프를 보라 - 도로공사가 이건희 길을 안 닦은게 이상하다 - 말로하면 현실이 되는 그들이다. 이건희가 그 정점이요 극단이라고 하지만 그 나머지 추종자들도 그를 욕할 자격은 없다. 그건 쌍욕하면서 투표소에서 이명박을 찍은 심리와 똑같다. 그리고 특별히 이들이 처음부터 오만하고 허영심 많아서 라기 보다는 돈맛을 봤더니 오만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더 맞다. 알고 봤더니 돈으로 안 되는게 은근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어려운 사법고시를 통과한 검사들만 하는 게 아니다. 돈으로 생긴 우월감은 자연 도덕에의 불감증을 초래한다. 검사들이 스폰서의 지원으로 매번 룸살롱에서 술 마시고 골프 치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처럼 세금 안내고 장부 속이고 횡령하고 하는 것들은 점점 일상이 되는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비자금 빼돌려 투자하고 먹튀하는 건 일종의 능력이다. BBK는 기업가로서 이명박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일상에 불과하다. 무엇이 문젭니까? 그 정도 머리도 안쓰고 어떻게 사업 합니까? 그럴 사람들이다. 필요하면 조폭도 부르고 그들에게 청부 폭력도 시키는 것이 꼭 대기업 오너들만 하는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벤처 사업가는 90년대 말 벤쳐 붐을 타고 코스닥에 상장해 유망기업이 된 후 지금은 어엿한 중견기업의 사장이 된 사람이 있다. 그도 처음엔 순수했고 열정과 자존심으로 뭉친 말 그대로 장래 촉망받는 벤쳐 사업가였다. 지금은 한강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시원하게 생일파티를 한다. 조선일보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사업가의 칼럼은 항상 그의 몫이다. 내용은 언제나 같다. 수출은 희망적이며 기술은 세계최고이며 대기업과 공조는 자기네 장점이라고. 보수 프레임에서 메인의 위치에 오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안착하면 또 그렇게 굳건하고 탄탄할 수가 없다. 이른바 검찰, 경찰, 정치, 언론의 커넥션이 구축이 되었다는 뜻이다. 슬픈 건 일단 올라가면 무슨 자동 제어장치 처럼 알아서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촌오라버니 중에 대기업 임원이 세 명 있다. 그들 모두 학창시절 때부터 성격 좋고 사람 좋고 몇 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자들이었다. 그들에게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은 불온서적이다. 그들은 나꼼수같은 종북좌파들의 괴담방송은 듣지 않는다. 일단 가지게 되면 사는 동안 어떻게든 가진 것을 부풀려 놓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메인 스트림이 해온 방식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슬픈 건 그들 앞에서 누구도 그러한 방식을 욕하거나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려 어떻게 하면 나도 그 틈에 끼어 뭐라도 얻어 먹을까를 생각하면 했지. 대통령이 사기꾼인데 뭐하러 도덕찾고 법따지고 할 것인가. 좋은 자리 있는 동안 한 몫 챙기면 그만이다.

 

 

주기자는 검찰과 삼성 외에도 종교와 언론, MB와 친일파의 속성도 잘 정리했다. 모든 특징은 이명박으로 통하는데 그 중에서 ‘친일파의 애국백년사’는 우리나라 보수의 뿌리와 정체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실마리라 생각된다. 종교가 조폭과 연대하고 언론이 거짓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보수의 도덕불감증의 연원은 결국 친일파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일은 결국 박정희와 수구언론을 상징한다. 반미친일은 반공친미로 발전했고 오늘날 이명박까지 이르렀다. 한마디로 나라 팔아 자기 챙긴 협잡꾼 들이 권력위에서 외려 나라 살리자 하는 형국이었다. 친일파가 주장하는 것은 빨갱이로 대변되는 김대중 죽이기와 대안논리로 내세우는 박정희 찬양이다. 이는 오늘날 보수 프레임에서의 종북좌파와 박근혜의 대립구도로 요약된다. 친일파의 불감증은 주기자가 지적했듯이 어쩔 수 없어서 일본을 도와 준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신대를 모집하고 징병을 부추긴 파렴치함에 있다. 지들 가진 자들만 잘 먹고 잘살면 나머지 국민은 피 눈물을 흘려도 되는 태도가 오늘날 속물과 위선, 염치불구와 안하무인의 보수를 잉태한 것이다. 독립운동 유가족들은 하나같이 못먹고 못사는데 친일 끄나풀 들은 대대손손 떵떵거리면서 사는게 우리나라이다. 그래서,

 

 

주기자는 기자생활이 독립운동이라고 말한다. 기자의 결론은 더 서글프다. 지극히 평범한 당신도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명심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약자이고 저들은 강한 자들이니까. 약자는 평생 살아온 터전이라도 지금 당장 나가라고 하면 때려 맞으면서 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용역깡패 피하려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게 된다. 재수 없어 불에타서 죽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미군기지가 들어온다고 해군기지가 세워진다고 잘 살고 있던 마을을 하루 아침에 떠나야 한다. 삶과 터전이 무너져서 시위라도 하면 바로 빨갱이라 손짓하고 억울하다 자살해봐야 신문에 한 줄도 안 나온다. 단순 교통사고 사망자는 이름과 나이, 사는 곳, 사고 경위까지 나온다. 내가 살고 있던 동네에서 아무리 더 살고 싶어도 내일 그 곳이 개발될지 어떨지 이 놈의 나라에선 이명박과 그 측근만 안다. 제기럴, 조폭을 세탁한 때 아닌 철거회사만  밤이고 낮이고 호황인 시절이었다. 아! 정말로 무식하고 탐욕스런 쥐새끼들이 코끼리처럼 판을 치는 시절이었다.

 

 

우리가 이명박을 뽑은 건 우리의 탐욕 때문임을 인정하자. 우리는 그가 국가를 잘 경영해 다 같이 잘살게 되는 나라를 만들어 주길 기대했지만 그는 보기 좋게도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오로지 자기네 식구와 측근들만 잘사는 것이 가능하다 증명해보였다. 삼성의 절대 안 들키는 돈을 받은 검찰과 기자들. 이명박이 눈감아준 검찰과 정치인. 종교가 눈감아준 조폭. 조폭이 뒤를 봐준 건설사. 삼성과 언론에 동조한 지식인.... 주기자는 ‘친이인명사전’을 작성해 끝까지 추적하겠다 말했다.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알고 나꼼수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 말했다. 수줍은 꼴통, 열일곱의 심장을 가진 기자는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라 말한다. 약한 사람들이 당할 때 옆에서 같이 욕이라도 해주고 비록 진흙탕이지만 같이 범벅이 되어 싸워주면 그놈들도 흠칫 당황한다고 주장한다.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자살소식에 얼마나 더 아파해야 하는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지 마음에도 비가 온다고 한다.

 

 

오늘 우리 가슴에 내리는 비가 그저 약자들의 젖은 옷자락으로만 버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살면서 봄비가 내릴 때 나는 우산위로 하나둘 떨어지던 빗소리가 좋았다. 여름 소나기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가을비처럼 을씨년스럽지도 겨울비처럼 쓸쓸하지도 않은 것이 이상하게 어떤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약자들에겐 다행히 희망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마지막 가능성이 있다. 진실이 뜨거운 것이라면 그 뜨거운 맛을 꼭 거짓된 자들이 맛보기를 소원한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나는 이렇게 쫓아가서 욕을 할 주제는 못된다. 하지만 당신들이 골치 아픈 "주기자를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야" 이렇게 떠들 순 있다. 생각보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보수들이 갈등하는 건 언제나 자기 혼자 깨끗해서 무엇하느냐는 것이었다. 다들 입다물고 속이고 빼돌려서 잘 먹고 잘 사는데 혼자 아무것도 안 챙기면 무엇을 얻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진실은 뜨겁고 거짓은 시리다. (하필 이 책에서 마지막이 최진실의 이야기이다...) 심장이 따스하고 죽음은 차가운 이유다. 살아있는 한 우리 심장은 적어도 진실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살아서 숨쉬며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볼 줄 안다면 저 위에서 군림하는 거짓된 자들의 심장에 진실이라는 비수는 꽂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도 잠못들고 있는 내 부끄러운 영혼의 고백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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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5-1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기자를 주기지 말아주세요~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차트랑 2012-05-12 00:4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요...
저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만,
저의 페이퍼 하나가 당선되었답니다 ㅠ.ㅠ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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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가 강으로 추락할 때 사람들은 그가 하늘로 승천했다고 말했다. 마술은 실패한 것일까 성공한 것일까. 마술사는 제이의 몸을 토막 낸 다음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 뼈를 발라냈을 것이다. 피로 범벅된 뼛조각에 다시 살을 입혀 제이를 소생시키고 밧줄을 태워 하늘로 올려 보냈을 것이다. 관객들은 제이가 밧줄을 사용해 승천하는 묘기를 신기한 듯 지켜보았을 것이다. 티벳 신화에 의하면 밧줄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장치였다. 밧줄을 타고 왕래를 하는 사람은 초능력을 가진 선택받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밧줄이 끊어진 뒤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건 오직 죽은 자의 영혼만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밧줄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고 믿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누군가 올라갔다가 내려왔으면 좋을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비록 마술이라도 누군가 실종이 되거나 충격을 받아도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모른다. 마술은 실패한 것도 성공한 것도 아닌, 꼭 성공해야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왜 하필 제이였을까. 제이는 분명 선택받은 사람인 듯하다. 비록 어리지만 자신도 일찌감치 그걸 알고 있었다. 제이는 자신의 영혼을 이탈시켜 다른 존재의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갇혀있는 개의 붉은 눈을 보고 눈물이 맺히고 밧줄로 묶여진 의자에서도 사물이 느끼는 고통의 무게를 체감했다. 친구들에게 흉기를 휘둘렀지만 그 고통이 바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지만 그가 느끼는 분노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를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저 하늘에서 누군가 제이에게 밧줄을 묶어 놓았다면 그건 고통의 탯줄, 그 속박의 운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제이는 고통 하는 존재들과 소통하는 자유를 누렸지만 과거에 속박당한 채 자신이 저지른 모든 행동의 결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밧줄은 자유이면서 동시에 구속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제이가 쇠바늘의 바리케이드에 몸이 잘려 나갈 때 그만 내게도 달려있던 보이지 않는 밧줄 하나가 툭, 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 우리는 신들이 밧줄을 매달아 만들어 놓은 꼭두각시는 아닐까 하늘에선 우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 위해 인형극을 연출한 건 아닐까, 하는 섬직한 생각이 들었다. 내면을 지탱하는 무언가가 끊어지고 나니 비로소 그 장면은 먼 훗날 우리의 마지막은 아닐까 싶었다. 어차피 삶이라는 이 길의 끝에서 죽음과 마주칠지 알면서도 달려가는 나, 그리고 당신, 그리하여 멈추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인생이 제이를 닮았다고 느꼈다. 제이가 느낀 고통의 무게가 소름끼치듯 선명하고 둔중하게 다가왔다. 우리도 혹 제이와 보이지 않는 밧줄로 연결된 존재들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묘기를 연출한 마술사는 제이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죽어야 함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마술사로 분한 소설가는 제이의 죽음을 구경한 관조자 동규도 죽었다고 알려 주었다. 제이의 죽음은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끔찍한 마술 현장의 관객이었던 우리는 남겨진 동규의 절망과 충격을 헤아리지 못했다. 소설가는 동규의 고통을 배려하지 못한 자괴감에 괴로워했다. 제이가 죽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지만 동규의 죽음은 우리 모두가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제이라는 배우의 이야기가 아닌 제이가 출연하는 공연을 관람한 동규의 이야기이도 한 것이다. 소설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도 결코 마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마술의 고통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고 중얼거리는 듯 했다. 나아가 사람이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면 사람답지 못하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하는 듯 했다.

 

 

 

제이(提耳)는 ‘귀에 입을 가까이하고 말한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나 제이의 속삭임은 이제 폭주족의 굉음이 되어 최후의 비명으로 남았다. 환청이나 이명이 아니고 화인처럼 선명하게 각인되는 슬픔의 낙인으로. 오늘 우리가 슬픈 것은 우리 존재가 모두 고아(孤兒)와 같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고아(苦我)로 살아갈지 모른다는 예감 때문이다. 제이가 이승과 저승 사이를 이어주는 밧줄이었듯이 소설가는 신음하는 고아와 그에게 손을 내미는 세상을 이어주는 단단한 밧줄이길 소망한다. 소설이 사라진 시대, 소설가의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네 고아 같은 지독한 고통을 될수록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고아인 우리를 이승의 부활로 이끌어줄 가장 튼튼한 밧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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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2-04-0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역시.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에서 이 작품 읽어줬는데
처음 부분과 제이와 동규가 만나는 부분을 읽어줬어.
마지막을 못들었는데, 혹시 마법사 이야기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으이.

너의 한자 명명 솜씨는 최고야!
어릴때 서당을 다닌게야??
논어를 읽으면 잘 읽을 사람이야.^^

서평 잘 봤어. 등긁어 준 느낌이야~

보물선 2012-04-04 18:36   좋아요 0 | URL
난 요즘 나온 논어는 너무 방대해 보이고
신정근 교수의 <마흔, 논어...>를 봐볼까 해^^
(마음은 원이로되, 쉰은 되어야 읽을 수 있을라나...ㅋㅋ)

가연 2012-04-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서두를 마술사 이야기로 시작했었던가요. 저는 다 못읽고 프롤로그부분에 해당하는 마술사이야기만 읽고 내려놓았는데,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부활하기 위해서는 일단 죽어야 한다..ㅋㅋ 하지만 왕이 보고 즐거워서 마술사가 다시 살려줄거라고 하면서 칼로 베어버렸던 신하는 끝내 못살아났으니... 부활하려면 선택받은 사람이어야 하나봐요, 풋. 끝까지 못읽어서 어떻게 내용이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