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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만고만하게

   이번 주는 이렇게 더위는 시작되는 거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하루건너 빨래 돌리고 널고 걷었더니 또 주말이다. 주부들에겐 반갑지 않은 아이들 방학도 시작되었다. 지난주부터 여기저기 캠프를 알아보고 방학특강 소식에 귀를 쫑긋거렸다. 언제부턴가 캠프도 다양해져서 영어, 체험학습, 역사탐방은 진부해진지 오래고 요즘은 멘토들과 함께하는 자기주도 학습이나 리더쉽, 선행학습, 논술캠프 같은 애매모호한 자아성취형 캠프가 유행이다. 들어가는 돈만해도 두세 밤 잤다하면 기본이 오십이고 일주일 넘겼다 하면 칠팔십이다. 아이들이 방학이라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학원방학인 7월말에서 8월초가 대목이다. 마찬가지로 물놀이라도 한번 다녀올 것 같으면 또 그때를 넘기면 시간에 좇긴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들 같은 시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미친듯이 막히는 것이다. 그 기간엔 유치원도 방학을 한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영화관, 동네 은행마저도 엄마를 대동한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물론, 사는 게 고만고만한 우리들 이야기다.

   돈 좀 있는 집은 당연히 해외로 애들을 빼돌리고(?) 자기들은 휴가를 가거나 아니면 아이들과 럭셔리한 리조트형 여름휴가를 떠난다. 우린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시간이 맞으면 동네가 멀고 동네가 근처면 시간이 안되고 다 되면 너무 비싸고, 돈도 적당하면 과목이 맘에 안들고...이런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다니던 영어학원외엔 암것도 하지 않기로. 그대신 집 앞에(정확히는 집 뒤에)있는 도서관에 출근하기로. 별스런 대안이 아니다 싶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로선 큰 결정이었다.

   도서관에 가선 보고 싶은 책을 읽고, 일정시간 선행학습을 하기로 했다.

   몇 가지 확인할 책도 있고 아이 문제집도 사줄겸 서점엘 갔다. 방학 때 풀겠다고 두 권이나 샀는데 다 풀 수 있을까. 그래도 문제집 살땐 기분이 좋다. 서점에 가면 온라인 서점과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눈에 띄는 건 한 달 사이 김제동의 책이 많이 팔린 모양인지 여기저기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 휴가철 권장도서코너에 황석영, 박범신, 최인호의 소설이 나란히 전시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2. 편안편안하게

    어제 박범신 작가님이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내 리뷰를 읽어주셨다. 트윗에 끙끙거리며 힘들게 리뷰올렸다고 앙탈(?)을 부렸더니 확인 차 그렇게 해주신 것이다. 내가 무거운 소설, 힘겨운 소설을 홀로 저항하듯 읽는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씀하셨다. 상처받고 떠나와 있는 내 심정을 들킨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다. (혼자서 한잔 해야겠다는 넋두리도 ㅠ.ㅠ) 소설 읽고 리뷰를 많이 써왔지만 그 소설을 쓴 작가가 내 리뷰를 읽고 직접 답을 해준 건 처음이었다.(읽어주실 줄 알았으면 더 공을 들일 껄 그랬나 싶기도 했다 ㅋ) 누가 쓰라고 해서 누가 보겠다고 해서 혹은 어떤 마감이 있어서 쓴 리뷰가 아니라 그냥 사람들은 이런 소설을 잘 읽을 것 같지 않아서 오기부리듯 작성한 리뷰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그 소설을 쓴 작가가 내 글을 읽고서 답을 해주셔서 눈물이 핑 돌았더랬다. 시인은 자기 시를 외우는 독자가 평생 한명이라도 행복하다더니 어젯밤은 내가 리뷰로 얻어낸 그 어떤 성과보다 기쁘고 가슴이 벅찼다. 바보같이 누구에게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웃겨 보일 것 같아서 꾹 참고 있다가 결국 이렇게 여기서 떠들게 된다.

   그래서.

   오늘 이런 책이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서점가면 제값내고 꼭 한두권 씩 책을 사게 되는데 오늘은 이 책이 걸렸다.


 1.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박진, 김남혁, 장성규 / 자음과 모음


이 책에는 문학이 문화산업의 일부가 되고 독서에 미치는 마케팅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져가는 상황에 대한 걱정과 비판도 담겨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어떤 소설을 선택해야 하는지, 바로 지금 좋은 소설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매번 다시 묻고 고민해야만 했다. 문학을 둘러싼 지금의 상황들은 이렇듯 별로 낙관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감동, 소설이 이끌어 내는 다양한 생각들과 진지한 고민들이 여전히 우리에겐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그래도’와 ‘그래서’ 사이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역시 이 책의 제목은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처음이 1Q84에 대한 토론인데 평론가들은 이런 평가를 내리는구나를 엿보면서 선채로 열페이지 정도 빠져들었다. 대놓고 문학동네의 상업주의 마케팅을 거론해서 흥미로왔다. 그러니까 평론가들끼리의 좀 자유로운 방식의 수다(그러나 기록을 전제로한)로 느껴졌다. 다른 소설을 말하는 방식도 솔깃하다. 주말을 견디는 확실한 준비 하나.  

    이웃분 중 한분이 내게 서평쓸 때 평론가의 글을 많이 읽으시냐 물어보았다. 난 평론가의 글을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편에 속한다. 도통 내가 뭔 말하는지 모르기만 하라는 식의 현학적인 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세계)의 차별화된 특권이거나 공부많이 한 자 특유의 습관인 것 같다. (그렇게 배워왔고 써왔으니) 하지만 독자로서 가장 맘에 안드는 건 빈번한 수동태형 문장과 이중 삼중 부정형의 문장들이다. 조지 오웰이 (같은 서평자로서) 대놓고 아주 잘못된 글쓰기 방식이라고 지적한 방법들에 속한다. 특히 평론가로서 등단한지 얼마 안되는 분들의 글이 더욱 그렇다. 가끔 계간지에도 그런 평론이 많은데 무슨 자기들 박사논문 읽는 기분이 들어서 사정없이 덮어버린다. 대신 좀 오래된 평론가의 글들은 자기문체가 확립되어 있어 산문으로서도 유려한 미학적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되어 부러 외면하지는 않는다.(물론 부러 택하지도 않지만 ㅋ) 지난주에 평론가 김주연의 <문학, 영상을 만나다>라는 책을 우연히 접했는데 이분 글이 쉬우면서 현학적인 내공을 편안하게 전달하는 것 같아 맘에 들었던 문장을 옮겨본다.



 2. <문학, 영상을 만나다>, 김주연/ 돌베게


로고스 중심주의란 로고스를 진리로 삼는 태도인데, 언어, 이성을 의미하는 로고스를 중시하는 하이데거의 담론에 데리다가 근접해 있느냐 하는 질문에 데리다는 이의를 나타냄으로써 경계의 초월/위반문제에서 독자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그 견해란 우리가 보통 ‘지금’이라고 부르는 ‘현존’presence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우리의 ‘앎’, 곧 지식의 기반을 흔듦으로써 실증주의의 견고함은 물론, 현상학의 섬세함에 모두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 결과 언어라는 질서는 극도로 불안해지며, 언어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의 문체가 지닌 고유성도 흔들린다. 의미와 문체가 모두 동요한다. 언어의 역할과 기능에 관심을 가진 데리다였으니 결과적으로 언어의 내부를 교란시킨 것이다. 이러한 태도와 방법은 서술을 통해 서술할수 없는 것을 암시한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그것과 바로 상통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더니즘과 그 연원으로서 계몽주의를 극복한다는 역사적 당위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이성의 맞은 편에 그 와해 이외의 뚜렷한 표상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에서 파악한다.

  
   데리다의 ‘해체적 글쓰기’를 비평한 글인데, 한숨을 쉬며 궁극적으로 나는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지난달 평가단 미션이 <데리다 평전>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 이와 어렴풋하게 비스무리한 생각을 하긴 했으나 이상한 방향으로 결론을 낸 내 자신이 퍽이나 한심스러웠다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설득을 한다는 것. 모든 걸 다 알고 모든 걸 말할 수 있어야 가능한.

   그런가하면 중견 평론가들 중에 편안한(하다고 생각하는) 글을 쓰는 남진우의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은 시라고 하였다>같은 수준(?)이면 소설가의 산문읽듯 부담안가지고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이 책이 나를 이끄는 이유는 결론을 내는 방식인데 대부분 객관적인 이론이나 철학자, 혹은 누구의 무엇을 잣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주관으로 주관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렇게 하기까지 물론 엄청난 공부를 했을 터이지만.



3.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은 시라고 하였다>, 남진우 / 문학동네


우파가 됐든 좌파가 됐든 이 나라에선 사적인 것을 희생하고 공적인 대의를 위해 이바지 하는 것을 높이 평가해왔고 소속원들에게 그것을 강요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 대중이 행진하는 방향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고종석의 소설은 우리에게 길들어진 사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물이나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준다. 느슨하고 평이한 듯하면서도 읽어나가다 보면 묵직한 감동과 함께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고종석의 이번 소설집은 최근 우리 문학이 거둔 중요한 수확이라 말한다.


고종석의 <제망매>에 대한 결론을 내는 방식이다. 역시 어려운 단어, 이해 안가는 합성어, 부담스런 수동태는 찾아 볼수가 없다. 고종석 작가는 현재 연재소설을 쓰고 있는데 가끔 발상의 전환을 자극하는 문장들을 (늘 그래왔듯이) 올려주신다. 그걸 '발상의 전환'이라고 정의내린 남진우 평론가도 근사하고.

 


#3. 시원시원하게



 

 

 

 

 

 

 

 

 

 

 <퀵> - 출연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고창석 / 감독  조범구

    별 생각없이 별 기대없이 본 영화가 역시 대박이다.  

   화끈, 시원, 쾌속, 폭발 !!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입을 벌린 채로 영화를 보고 나왔다. 두 명의 주연배우들을 어디서 보았나 했더니 <해운대>의 바캉스 커플이었다. 강예원은 <하모니>의 슬픈 역보다 코미디가 몸에 맞는 배우같았고 형사로 분한 고창석은 날로 비중이 높아지는 듯하다. 거의 주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인권도 매번 웃겨서 죽을뻔 하는 배우중 한명이다. 두어 번 박장대소를 책임져 준다.

 




 

 

 

 

 

 

 

 

 

 

    난 책의 경우엔 시시콜콜 따지고 드는데 영화는 대충 넘어간다. 재밌게 봤으면 몇군데 의아해도 그러려니 한다. 연기력, 연출력, 시나리오 등등 분석해가며 별점 주는 건 내 몫은 아닌 것 같다.(그럴 실력도 안되고 ㅋ) 이 영화도 흠잡고 싶지 않다. 이 정도면 대만족 케이스에 속한다. 왕추천 이올시다, 라 할 수 있다. 요즘 세상에 돈 만원도 안들이고 두어 시간 이처럼 스트레스 날려버릴 꺼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해리포터 안보길 정말 잘했고 딸아이와 하이파이브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예전엔 자주색 세피아같은 한물간 자동차만 폭파하더니 우리도 사정이 많이 좋아졌는지 불타는 자동차 종류도 다양해졌다. 스턴트맨들 고생이 많았겠다. 예고편으로 7광구를 보여주던데 분위기가 괴물분위기였다. 8월이 기다려진다(너무 기대하면 실망인데 ㅋ)  

 

이번 주말도 꽤 알찬 마음으로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야 휴가를 가건 캠프를 보내건 우리는 이렇게 그럭저럭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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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2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어디다 올리면 박범신님이 직접 보실 수 있나요?
부럽삼. 근데 소설 읽기의 자세는 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왠지 끌리는군요.
퀵이 그렇게 재밌다구요? 나두 그런 빨려들어갈 듯한 영화 한편 보고 싶군요.
주말 잘 보내요.^^

한사람 2011-07-22 20:06   좋아요 0 | URL

트윗에 떠들었는데 박범신 작가님이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물어봐주셨어요..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면서요 흐흐흑...
(황송하게도 저를 팔로 해주셨거든요)
그렇더라도 뭐 저 같이 널리고 널린 독자중 한 사람에게까지 답해주실까 싶었죠..

사이트 갈켜드리면서 이 잡문들을 어떻게 하나..얼굴이 확 달아올랐어요
(그리곤 벌받는 심정으로 회신을 기다렸어요)

<그래서,,,> 이 책 재미나요. 솔직하고 새롭고..

<퀵>은 진짜 대박 !!!!!
전 요즘 이런 영화가 좋아요. 보고나서 생각나는건 별로 없지만
한여름에 딱인 영화여요^^

스텔라님도 주말 잘 보내시고..무릎도 관리 잘하시구요~

stella.K 2011-07-22 20:12   좋아요 0 | URL
방금 문발리 그 동네에서 왔어요.
축하해요.
저는 잘 못 썼는데 그런 줄 알면 그쪽에 올리지 말걸 괜히 올렸다는 생각이 들어요.ㅠ
모처에서 백가흠 서평 이벤트도 미끄러지고, 기타 등등...
이래저래 이번 주말은 별로일 것 같아요. 흐흑~

2011-07-22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7-2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 댁은 해리 포터에 빠져있는 집은 아니신가봐요.
저는 해리 포터 전권을 두번 읽고, 해리 포터 dvd를 몽땅 가지고 있으면서 딸아이와 세번 이상 보고
이번 마지막 편 보기 전에, 전체를 한번 더 훑었더랍니다. 거기다 해리 포터 마지막 편 출판되었을 때
스네이프 교수로 인해 울고, 끝이 났다는 사실에 또 울고. 이번에 해리포터 영화 마지막 편을 보고나서
딸아이와 10년간 같이했던 무엇이 끝났다는 아쉬움에 또다시 서운해하고..... ^^, 아주 오버에 오버죠? ㅎㅎ

하지만 아무리 외국 것이라도, 저희와 오랜 세월을 했던 추억이 남아 서운해요.. 아주~ ㅠㅠ
한사람님 댁은 따님과 '퀵'을 즐겁게 보셨다니, 그것도 좋긴 하네요. ^^

한사람 2011-07-22 21:18   좋아요 0 | URL

추억이 깃든 소중한 영화네요..
영화이상의 인생이구요^^

저는 아이따라서 본 해리포터 영화중 두어편은 기억조차 나지가 않아요 ㅠ.ㅠ
참.. 그럴 수도 있더라구요

<퀵>은 기대를 안하고 시간때우기용으로 본 것이었는데
진짜 시간을 알차게 잘 때웠답니다.
집에서 예능보듯이 너무 크게 웃어버려서 창피했어요 ㅋㅋ


루쉰P 2011-07-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 축하드려요. ㅋㅋ 박범신 작가님이 직접 댓글도 남겨주시다니 말이죠. 작가가 리뷰에 글을 달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일까요. 생각만 해도 즐거운데요. 작품을 쓰는 필자도 머리가 부서져라 쓰겠지만 제가 볼 때는 한사람님의 리뷰도 그에 필적한 노력을 하며 쓰시는 거라 느껴져, 거기에 대한 댓가(?)를 받으신 듯해 무척이나 흡족하네요.

평론가의 글들을 싫어하신다는 말에 저도 대공감합니다. 조지오웰의 말처럼 자신들만의 특권의식을 위해 쓰는 듯한 진짜 뭔소리인지도 모를 소리를 지저분하게 늘어놓는 평론가들의 책은 정말 저는 싫어요. 물론 저보고 이해를 못하는 지식이 짧은 사람이라고 욕을 평론가들이 해도 뭐! 내가 이해 못해서 기분 나쁜 건데요. ㅋㅋ

하여튼 저는 한사람님의 리뷰가 참 좋은 것이 누가 봐도 그리고 배우지 못해도 이해를 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아요. ^^ 전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기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말이죠. 나중에 한사람님이 책을 내시면 제가 리뷰를 쓰고 작가가 되신 한사람님이 제 리뷰를 보고 칭찬을 해 줄지 일도 있지 않을까요? 희망은 사람이 살아갈 힘인 것 같아요. 화이팅! 한사람 작가님!!

한사람 2011-07-22 23:49   좋아요 0 | URL

가끔 제가 작가가 아니더라도 작가가 된듯한, 작가만큼 기쁜글을 남겨주시는 루쉰님^^

'그에 필적한 노력'이라는 부분에서 울컥증이 도지네요..
머리터져라 쓰신 작품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나름 머리터지면서 쓴 글..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누가 알아주니 더 좋은 것이네요

루쉰님은 사람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힘이 있어요
희망이라는 것도 결국 절망의 허상이지 싶다가도 다시 발걸음을 돌리게 되는.

고마운 마음으로 잘 간직할께요^^

cyrus 2011-07-2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작가분께서 직접 서평을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
저는 이상하게 평론을 잘 안 읽혀지더라고요. 평소에도 안 읽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
아직 평론의 묘미를 알기에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요? ㅎㅎ

한사람 2011-07-23 22: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연이 운좋게 진행되었어요

평론가들의 글이 대체로 어렵긴 하죠^^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들긴해요.
철학자의 글은 어려워도 기분나쁘지 않은데 평론가의 글은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어떤 작품을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고요
평가를 하려면 그렇게 될수 밖에 없지 않을까..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제가 위에 언급한 분들은
베베 꼬지 않고 그래도 페이지 넘어가게는 할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
 

 

#1. 올림픽의 눈물


평창 올림픽 유치 성공을 보면서 눈물이 터져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아마도 우리 민족은 주기적으로 저렇게 하나된 마음을 쏟아 붓고 그 성공을 확인하고 또 같은 마음으로 얼싸 안아야 내일의 희망을 다질 수 있는 민족이 아닐까 싶다. 그때 공감하는 감격의 환희와 뿌듯함의 카타르시스야 말로 다른 무엇이 아닌 긍지높은 대한민국의 한사람인 걸 위안삼는 행위임을 깨닫는다.

모두 같이 동시에 울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만 보면 우리의 그때 표정도 사뭇 다른 나라의 울컥과는 좀 다른 편인데 완전한 기쁨이라기 보다는 서러움에 복받치는 슬픔의 미학이 배어있다. 거기까지 올라오는데 고생했던 그간의 서러움이 목을 타고 동시에 올라오는 것이다. 많이 서러웠을수록 울음이 터지는 순간의 표정이 고통스러운게 아닐까. 이 심리 밑바탕에는 (식민지 국가, 분단국가로서)다분 오랜 열등감과 패배감등이 숨어 있는 듯하다. 어떤 핍박과 무시, 비난과 질타를 받아온 자 특유의 극적 해방감이 스스로를 옥죄던 열등감과 정면에서 대치하면서 스파크를 일으키는 순간의 본능적 고통일 터이다.

그러면서 자연 내 고생도 고생이지만 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뛴 동료의 고생에 눈물이 나는 것이다. 나는 우리네 고생방식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 얼싸안고 부둥켜 우는 성공의 습관만은 어느 나라보다 아름다운 관행이라 생각한다. 평창 올림픽이 2018년이니 그때가 되면 내 나이 오십을 바라본다. (그걸 자각한 순간 눈물이 싹 가셨지만 ㅋ) 지금의 내 세대는 올림픽 정신을 대학입시 다음으로 쑥쑥 함양하며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살면서 몇 번의 올림픽을 더 구경하게 될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살면서 겪어온 올림픽은 분명 미래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것을 부인하지 못할 듯하다.

내가 중학생 때 84년 LA 올림픽, 고등학생 때 88서울 올림픽, 대학생 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솔직히 그 이후론 이전보다 선명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2002년 월드컵까지 헝그리 스포츠정신은 개발도상국이라는 네이밍에 가장 부합하는 이데올로기였다는 생각이다. (그런면에서 전두환은 용의주도했다)

터져나오는 올림픽 눈물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먼저 84년 LA때 구기 종목사상 첫 은메달이었던 여자농구. 그때 중공을 물리치고 박찬숙이 공을 땅바닥에 꽂으며 동료들과 얼싸안고 부둥켜 울 때.(여름방학이었고 무지 더운 날 오후였다) 88년 양영자, 현정화 탁구 복식조가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모의고사를 앞둔 독서실 1층 동네 언니네 가게에서) 92년 스페인 몬주익-바르셀로나는 기억안나도 몬주익은 기억나네-광장에서 황영조가 마라톤 1위로 골인할 때.(알바하는 회사 회의실에서)

세 번의 얼싸안음을 마지막으로 나는 사회생활 이후엔 올림픽을 기억하지 못한다. 90년대는 나의 이십대였고 그땐 너무 바빴고... 하루하루가 올림픽보다 치열했으니까. 아마도 그렇게 나이들어 헝그리 정신을 잠시 잊고 한참 뒤 4강 신화에 놀라움과 우월감을 맛보았던 것 같다. 홍명보의 만세는 곧 대한민국의 만세였으니까. 우린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역대 모든 대회에선 항상 평소성적 이상의 기적같은 승리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기특한 이력이 있었다. 

김연아의 금메달은 치고박는 경기가 아닌 우아하게 미끄러지는 경기에서도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과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고 미국보다 유럽에 가진 열등감도 많이 사그라 들었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청소년 시절 도저히 범접할 수 없었던 독보적 존재 카타리나 비트를 만장일치에 가깝게 이겨버린 김연아를 보니 어찌 가슴이 벅차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발표가 끝나고 비트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는데 나는 그 눈물에서 아쉬움과 슬픔, 미련과 후회보다는 그저 개인적으로 자존심이 상해 도저히 결과를 인정할 수 없어 하는 선진국 舊 피겨여왕의 오만함을 엿보았다. 어찌 우리가. 어찌 내가... 저들과 저 친구에게... 하는. 

 

#2. 중년의 눈물


눈물을 정리하고 다시 눈을 떠본다. 엊그제 덮은 책(데리다 평전)에서 데리다라는 철학자는 우리의 눈이 무엇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굉장히 시적인 말을 했다.(내 보기에 데리다는 철학자가 아니라 시인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동종업계로부터 ㅋ 비난을 받은게 아닐까) 눈물을 흘리는 순간은 곧 눈이 머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순간엔 눈물 흘리는 나도 그것을 바라보는 상대도 볼 수 없지만 그렇게 나 자신을 알 수 없는 순간이 바로 세상과 타자에게 마음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라 말한다. 이는 곧 내 눈이 멀어야 내가 아닌 내 앞의 타자, 그리고 그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인 것이다. 우리가 눈뜨고 보는 것은 세상이 아니고 실은 그들에 비친 나라는 것이다.


우린 요 며칠
각자 눈이 멀어 내가 아닌 타인들과 그리고 그들이 속한 우리 세상으로 한껏 열려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열어젖힌다는 것은 무엇인가.

타자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쩌면 나도 그래왔지만 마찬가지로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고생해온 남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아닐까.

서로가 네 탓이오 소리를 높이다가 이럴땐 모두 그래 당신도 수고했소, 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또 주말을 앞두고 있다.
이제 다시 눈을 떠 나를 바라본다.
조금은 더 달래고 싶은 마음에, 아직은 더 울고 싶은 마음에
달달한 에세이를 주문했고 마치 위로해 줄 사람이 내게로 달려오는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신달자님의 위로는 (주제넘는 말이지만) 통속과 신파속에서도 순수의 눈물을 건질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엄마를 잃은 내게 이분의 한마디가 네 고생 먼저 해본 내가 잘 안다는 말씀으로 들려온다.

감동은 무엇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만나는 감동을 마음으로만 삭이지 말고 자신이 다시 감동이 되는 일로 연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음속에 그 어떤 이야기가 있어도 좋다. 가능한 독하게 마음을 추스르는 이야기를 앞세워서 자신이 지금 하려고 마음먹은 그 일의 계기로 삼아라.  


자기를 일으키는 일이 곧 모든 마음속의 화를 잠재울 수 있는 일이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고 자신을 심술로 가득한 독 안에 가둬 둔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13p, 신달자, 민음사>

 

몇 년전 마흔을 앞두고 이분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때 많이 울었더랬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도록 사랑해 결혼한 남편을 먼저 보내는 순간이었는데 그때 작가는 이런 고백을 했다.

죽음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보았다. 숨넘어가는 일이, 숨이 딱 멎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나는 그때 보았다. 내가 말했지.

“우리 다음에 다 만나요. 우리 다함께 만날 거예요.”

그 말이 떨어지자 그는 순하게 눈을 감았다. 다시 만난다는 그 말에 그가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만나지 않으면 결코 죽지 않겠다는 듯이 죽음을 저항하다가 다시 만난다는 약속을 받고 그는 내 가슴에 안겨서 그 전쟁같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던 것이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215p, 신달자, 민음사 >


나는 저런 말을 돌아가신 내 부모님에 할 수가 없었다.(저 책을 읽은 시점은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였다) 생각해보니 그냥 ‘잘가라’는 말보다는 ‘다시 만나자’는 말이 참 따스하고 듣는 입장에선 외롭지 않게 눈감을 수 있겠다 싶었다. 먼저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따라간다는 생각을 건네지 못한 게, 그게 너무 후회스러워 가슴을 치며 울었던 거 같다. 이제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누가 죽으면 혹시라도 임종을 지킬 기회가 온다면 누구에게라도 저렇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누구라도 내게 저렇게 말해준다면 좋겠다.

그렇게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다시 만난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을 품고 순하게 눈을 감고 싶다.

주말을 견디자. 우리 모두는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쯤이야 얼마든지 키워내며 잘 살고들 있지 않은가. 그 이루어질 수 없어 보였던 모든 것들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렇게들 얼싸안은게 아니겠나. 국가의 희망과 개인의 희망을 동일시하는 이 민족주의적 가치관, 그것이 내가 지난시절 올림픽을 통해 배우고 쌓아온 정말 주장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서러운 방법이었다. 이번주까지는 배운대로 희망을 써먹어 보고 싶다. 나머지 서러움쯤이야 내게 달려오는 책들과, 그리고 이 글을 나누는 당신과 함께 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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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0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동계 올림픽 유치된 게 의외로 덤덤해요.
물론 그들의 수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겠는데,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엔 명암이 있다고,
88때 그 화려함 이면에 가난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치뤘다잖아요. 이도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저거 유치하느라 돈을 얼마를 썼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아직 실감이 잘 안납니다.

신달자씨가 또 에세이를 냈군요.
20때 시절에 참 많이 읽었는데...
그땐 에세이가 뭔지도 모르고 읽었던 것 같아요.
그다지 대접받던 분야도 아니고.
지금은 에세이가 좋아지는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40대 때 읽은 신달자씨의 에세이는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 올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한사람 2011-07-08 14:24   좋아요 0 | URL

ㅋ 저는 발표되던 순간에 아예 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같은데요 ㅋㅋ
제일먼저 트윗에 이외수 작가가 올려주시더군요
뱅쿠버도 적자였고..88 올림픽 때문에 노점상 철거된 것들도 생각났지만
그 순간엔, 기뻤어요 !!
(제 친구는 올림픽 꿈나무였는걸요~)

가끔은 신달자님 같은 시인이 쓴 여자만을 위한 에세이가 저는 좋더라구요
겉으로 보기와 달리 사연이 많은 분이더군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물선 2011-07-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진행하는 제주포럼에 신달자 선생님이 강연자로 오셔.
http://jejuforum.korcham.net

그래서 <나는 마흔에...>를 읽었어.
너무 기구하셔서 민망하기까지... 너무 그분의 힘든 과거를 다 알아버린것 같아서...

뵈면 그냥 막 좋아해 드릴라구~
따님이랑 동행하신대!
늙으막을 멋지게 보내시니, 복 받으신거겠지??

한사람 2011-07-08 17:31   좋아요 0 | URL

잠시 건너 갔다왔는데 시인으로서 인문학 강의를 하시는구나
어디서 들었는데 강연이 무척 감동적이라
다들 팬이 된다고 하던걸..부럽다 ㅋ

그책 좀 나이 들어서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야
허긴 어릴땐 그런 책들이 눈에 가지도 않지만~

주말 잘 보내!!!

마녀고양이 2011-07-0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중년이 주말을 견디는 방법'에 차마 댓글을 못 다는 것은,
한사람님과 동갑인 제가 이 글에 너무나 공감을 한다면.....
이제 빼도박도 못 하게 중년임을 자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한눈으로 홀끗거리며 갑니다. ^^

중년, 멋지게 견디시기 바랍니다.

한사람 2011-07-08 23:11   좋아요 0 | URL

그 심정 아주 잘 알거 같아요 ㅋㅋ
저도 중년이라는 호칭이 너무나 싫어서 일부러 붙여준다고 할까요
그냥 아무 감정없이 느껴지게 되길 바라면서요
죽는날까지 중년으로 살려구요 ㅋ

마녀고양이님이 저와 갑장인지는 몰랐어요
더 반갑고,
좋아요

좋은 주말 되어요^^

cyrus 2011-07-0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과 발표에 대해서 긴장을 좀 했는데,, 발표 전부터 확정된다는 기사 내용 때문에
확정 소식을 들어도 뭔가 김이 샌 느낌이 들었어요.

한사람 2011-07-08 23: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분위기가 되는 분위기였잖아요
솔직히 대통령까지 사활걸고 피튀기는데 거기서 안되었으면
어쩔뻔했어요~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발표되던 순간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ㅋㅋ
 

 


작가들에게 문학상을 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모르긴 해도 모두 잠든 그동안의 밤에 흘린 눈물이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로 화답하는 기분이 아닐까.

내가 아는 작가, 내가 읽은 작품이 상을 타면 괜스레 무언가 기여를 했다는 착각에 덩달아 벅찬 경우가 있었다. 바로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의 경우 나는 작가의 소감을 읽고는 같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를 울린 독자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니. 나를 울려온 작가가 그런 말을 하니 나는 가슴이 터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는데 나에게 책은,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마약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처럼 평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어떤 단정적인 문장으로 만날때 나는 그만 숨이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책 속의 추함이 현실의 추함을 따라잡는 법은 거의 없다. 책 속의 비참함이 현실의 비참함을 넘어서는 법도 거의 없다. 책은 내 아편이다. 술만큼이나.

- 고종석 일일연재, <해피패밀리> 제 1회 中에서

http://cafe.naver.com/mhdn/27416 

 
   


어제 늦게 연재소설을 시작한다는 고종석 작가의 첫 회를 읽게 되었다. 주제넘지만 그의 인텔리하고 히스테리컬한 문장들이 내 졸음을 가시게 만들었달까. 소설쓰시는 것도 반가웠고 연재까지 하시다니 좀 의외였다. 어쩐지 속세의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작가여서 그랬을까. 위의 저 두어 문장을 어디다 적어 놓고 싶은 유혹을 참고 잠이 들었다.

아침 신문에 동인문학상 후보작에 관한 기사를 보며 자연스레 어제 덮고만 두 문장이 어른거렸다. 고종석은 2004년도 동인문학상 후보(엘리아의 제야)를 거부한 작가였다.

작년에 독고준이라는 소설 리뷰를 쓰면서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 찾아본 기억이 난다.


   
 

 

"나는 조선일보가 수구 냉전 복고세력의 선전국일 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권력화를 가장 비도덕적으로, 현저히 정치적으로 드러내왔다는 판단때문에 집에서만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조선일보를 읽지 않는다" 

"심사위원단의 종신화와 상금의 파격적 인상, 그리고 상시적 독회 평가의 기사화를 뼈대로 한 세 해 전의 체제 개편 이래 한국문단에 대한조선일보의 아귀 힘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도저히 이 상의 수상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고 그 얼굴을 지면에 실은 데 대해 조선일보 쪽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심사독회에 올랐을 뿐 수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거부라니 내 꼴이 얼마나 우스운가, 그렇다고 제가 비판해온 문학상의 후보에 오른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는 꼴은 또 얼마나 우스울 것인가"

"나쁜 뜻이야 없었겠으나 결국 조선일보 지면은 나를 조롱한 셈"


- 2003. 12.25, 한국일보 고종석의 칼럼 '동인문학상의 생각'

 
   


그 외에도 동인문학상은 2000년 황석영, 2001년 공선옥 작가가 후보를 거부했던 적이 있었다. 독고준 리뷰를 쓸 때는 그의 동인문학상 거부 사실을 다시 책의 홍보 헤드카피로 활용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독고준 소설 앞에는 ‘동인문학상 거부 고종석’이 메인 카피였었다. 그는 아마도 작가하는 동안엔 거부사실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텐데 그럼 발표하는 소설마다 저 타이틀을 활용할 것인지 묻고 싶었다. 물론 그의 의견과 상관없이 출판사 마케팅 차원에서 적극 앞세우고 싶었겠지만 사실 독고준과 동인문학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은가.(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는 꼴은 또 얼마나 우스울 것인가, 라는 말만 안했어도...) 본인으로선 거부 사실이 사실이므로 기피하거나 숨겨야 할 사실이 아니었겠지만 어쩐지 뇌물을 안 받아 놓고 나 뇌물 안 받은 의원입니다, 하는 안보고 싶은 경우에 속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여, 그땐 독고준과는 별개로 침묵이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만 없었던 것으로 한다면(?) 나는 그가 수상작도 아닌 후보작을 거부할 때 인터뷰로 날린 저 멘트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또 하나 의문이 들었던 건 ‘도저히 이 상의 수상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이라는 부분인데 나로선 어떤 사람이 수상이 안되는 이름인지 알 수 없으므로(그해 수상자는 김영하 작가였는데 솔직히 고종석이 김영하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음이다) 그 어떤 사람의 기준이 몹시도 궁금했다. 독자 입장에선 솔직히 수상한 사람은 무언가 더 아우라가 크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작년에 같은 상을 수상한 김인숙 작가도 그러한 영역에 속해있다. 마치 영화제 주연상을 수상한 후 몸값이 올라가는 이치처럼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 상받은 작가라는 인식은 떡허니 선입견의 저장위치에 한 자리를 내주었다.

올해는, 누가 그 위치에 들어 오실런지. (사실 크게 궁금하진 않지만) 후보작들을 훑어 보니 그들 중 반은 내가 읽은 작품이라 나도 참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상작 발표는 10월이고 7월말까지 출간된 소설까지 후보작을 선정한다고 하니 앞으로 두세 편은 더 포함 될 듯 싶다. 현재까지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총 열세 편이다.(작년은 열여섯 편) 

 

 

 

 

 



 

    

 

 

 

 

 

 

 

 

 

 

 

  

 

 

 

 

 

 

 

 

 

지금까지 후보작은 권여선 소설집 '내 정원의 붉은 열매', 최제훈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같은 작가의 연작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김도연 소설집 '이별 전후사의 재인식', 강영숙 장편 '라이팅 클럽', 서준환 소설집 '고독 역시 착각일 것이다', 김숨 소설집 '간과 쓸개', 박민규 소설집 '더블', 박금산 장편 '아일랜드 식탁', 편혜영 소설집 '저녁의 구애', 윤영수 소설집 '귀가도', 염승숙 소설집 '노웨어맨'  

완전 소설집의 축제이다. 작년 수상작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도 소설집이었다.  단편 많이 읽는 축에 속하는 나도 서준환, 염승숙의 소설집은 낯설게 느껴졌다. 등단한지 3년된 최제훈 작가의 돌풍도 놀랍다.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 문서로 사기치는 능력이 남다르다 느꼈지만 두개의 작품을 후보로 올리셨다. (보통 후보작이 두개일 경우 이상하게도 수상확률이 낮은 편이지만 ㅠ.ㅠ) 

이들중 개인적으로 수상하였음 싶은 작가는 김도연 작가이다.  완전 내 기준, 그러니까 순수문학은 순수해야 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내 기준에서. (강원도 출신이고 작품에 유난히 눈내리는 마을, 눈 쌓인 배경이 많이 등장하는 덕이다)

눈에 띄는 작품 중에는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 이다. 작품의 제목에서 북쪽 향기의 내음이 났다.  

이야기는 함경북도에서 탈북해 벨기에로 밀입국한 청년 로기완을 쫓아 브뤼셀로 날아간 어느 방송 작가의 정체성 찾기라고한다. 다음 후보작이 선정되기 전에 읽어보고 싶다. (는 생각이지만 읽을 책이 쌓여있구나....ㅠ.ㅠ)

더불어, 이러한 논의에 언급되는 것 자체를 거부한 고종석 작가의 연재소설도 기대된다.  

(연재소설 끊은지 얼추 일년인데 다시 불을 지피는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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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07-0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연재소설 안 쓸거 같은 작가들이 쓰는 연재소설은 정말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당. 저도 고종석 일일연재 따라가볼까요? 접때 문동에서 허수경 일일연재 시작했더랬는데 한 두 번 따라가다보니 지쳐서 말았지 뭡니까. 일일연재 따라가면서 읽는 거 이거..독자도 대단하지 말입니다. 작가도 대단하지만, 독자도 대단하다! 에 한 표. ㅎㅎ

문학상..이 우리나라에 종류가 많은가요?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언급하신거 말고도 또 있을까요?
위에서 저는 더블이랑 저녁의 구애랑, 두 권이나 읽었네요. 히

한사람 2011-07-05 11:00   좋아요 0 | URL

어휴~ 작년에 몇개월 하루도 안빠지고 일수찍듯 해봤는데요
보통의 에너지가 필요한게 아니더라구요 ㅋ
완전 그 시간에 맞추어 하루 일정이 짜지던걸요 ㅋㅋ
첨에 멋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가 그땐 그 다음이 궁금해서 마치 드라마에 빠져들듯
그랬죠..

제가 생각하기에 연재소설에 더 적합한 작품이 있고
그냥 전작으로 더 감동적인 작품이 있는 거 같아요
몇 회 읽어보다가..스스로 결정했죠^^

이번은 몇회까지 갈지 모르겠는데..
저는 고종석 작가의 칼날같은 관념적 사유가 좋아서..그거 찾으려고 또 몇번은 클릭질을 할거 같다는 ^^

글구, 저도 문학상은 이름 외우는거 그거 두개가 다 일껄요?
 
<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고민의 흔적


7월의 추천 페이퍼를 쓰려고 하는데 아래의 댓글이 퍼뜩 떠올랐다. 잊고 있었는데  나도 참 뒤끝 작렬이다.

아래의 댓글을 보면 내가 추천한 책이 다른 분이 추천한 책보다 수준이 낮다는 것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소위말해 자신처럼 수준 높은 사람이 택하는 책과 내가 추천하는 책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뜻과 같다. 지난 달 <인지 자본주의>가 버거워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웃님 방에서 맞장구좀 쳤다가 (내가 생각하는)평가단 책을 추천하는 과정상의 문제점이 공론화 되면서 어떤 분이 이렇게 답을 단 것이었다.

   
 


한사람님이 선정하신 책과 내용물을 살펴본 결과, 한사람님은 그저 자기 수준보다 어려운 책이 온다고 불평하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엉뚱한 댓글을 달면서 '미션오류' 같은 퇴행적인 발언을 할 것이 아니라, 신간평가단을 탈퇴하시는게 맞지 않은가요? 고생하시길.                           - 예전 평가단이라는 어느 익명의 알라디너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추천한 책이 선정되지 않아 자기 논리를 만들어 투정부리는 사람이 되었는데 투정을 부린 건 사실이므로 부끄럽지 않으나 계속해서 책을 추천하는 페이퍼를 써야 하는 입장이므로 그냥 무시하자니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내가 택한 책이 곧 나의 수준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평가단이 있다는 사실이 나로선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 소설쪽 페이퍼 쓸 땐 어떤 책이 선정되어도 상관이 없었기에 거의 다른 분들을 따라하는 쪽이었다. 마음의 부담도 없었고 또 내가 생각하지 않는 책이 선정되어도 걱정이 되거나 실망이 되지 않았다. (소설분야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도 분명 어려운 소설이 있다. 그러나 소설은 다분히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 못한다고 해서 수준낮다고 비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문제제기를 한 쪽이라 또 누군가는 나를 주목하고 있을 거라는 소심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도 일단은 남들 보기 멋있고 근사하라고(?) 위화감 조성차원에서 부러 어려워 보이는 책위주로 페이퍼를 쓸 수는 있으나 그건 옳지도 아름답지도 못한 대응일 뿐일 터이다.   

여기서 한가지 밝혀둘 것은 어려운 책을 읽어낸 것과 어려운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임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극단적으로 말해 서평은 책을 안 읽고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평 마감 시간 때문에 책을 다 못읽고도 얼추 때려잡아 소설 완성하는 경우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할 사람 누구인가) 그건 내가 주로 긴 서평을 쓰고 있고 (기록차원에서)책의 컨텐츠를 부러 꼼꼼하게 파헤치는 쪽이라 누구보다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속된 말로 대충 넘겨보고서도 어느 정도 필력과 기존 독서량이 있는 사람은 언뜻 보기에 잘된 글의 서평을 쓸 수가 있다는 말씀이다. 즉, 서평을 잘 썼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그 책을 꼼꼼히 읽었고, 완벽하게 이해했고, 또 감동까지 받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임을 서로들 인지하자.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혹시나 나같이 남들 의식하는 평가단이 서평의 의무와는 상관없이도 (복합적인 이유로)어려워 보이는 책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읽기도 좋고 쓰기도 좋고 평가하기도 무난한 책이면 모두가 해피하겠지만 여러번 작업도 반복해보니 이젠 책받으면 절로 견적이 나온다. 이 책은 읽기는 수월하나 쓰기는 만만치 않은 책. 이건 읽기는 쉬워도 평쓰기가 난감한 책. 읽는 건 고충이었으나 보람과 감동으로 서평을 써내고 싶은 책. 뭐 이건 대략 읽기도 쓰기도 감히 토달기도 어려운 책 등등.  

위의 같은 평가단 익명자는 당연히 화제가 되는 책이 궁금하고 그 책을 읽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 말씀 하셨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우리 모두가 신정아, 고현정 에세이를 추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이번엔 (수준낮은)내 기준에서 여러 기준으로 범위를 확대해보기로 했다.  이른바 객관성의 확보가 중요다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것도 내 성향이 반영된 결과이며 궁극적으로는 내가 읽고 싶은 범위에 국한 되겠지만 어떻든 운영측에까지 투정을 부린 입장이므로 내 스스로 기준을 좀 엄격히 하고 싶다는 바램이다. 이 모든 건 내가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벌어진 상황임을 인식하고 앞으로 나부터 추천에 신중함, 객관성, 공신력, 다양성, 형평성 등을 고려해 페이퍼를 작성하겠다.(그러자니 죽을 맛이다)  혹시라도 내 페이퍼로 마음이 상하는 평가단 분들은 없기를 바란다. 나도 남의 글을 스쳐지나가는 입장에서는 콕 집어 나라고 하진 않았지만 괜한 자격지심에 흠칫거릴 경우가 있었다. 내가 예로 든 것은 당신과 나는 아닐 수 있으나 우리 모두일 수는 있는 일 아닐까. 나는 평가단이 무슨 벼슬인 마냥 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런 나를 웃기다고 해도 할 수 없다.

  

#2. 고민의 결과


1.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 이택광 / 자음과 모음 ................ (사회과학>문화이론)

이 책은 보기 드문 비평 에세이다. 무엇보다 표지에 끌렸다. 이 사진(손을 수리하는 손, 샤인 윌리스)은 <인지 자본주의>에도 실린 사진으로 인지가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기계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사진이라 하였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도 이 사진은 기억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에는 2004년 부터 2010년 까지 한국사회에 벌어진 일들을 통해 우리 사회 문화구조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심도높은 문화비평이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벤야민과 유영철과 신세경의 관계도를 한국적으로 그려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한다. 사실 문화란 말처럼 언제 어디서나 에두를 수 있고 쉽고 편하게 통속적인 장르적 언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일분 일초가 멀다하고 대중문화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있는 문화시민들이고 언제 어디서나 아무런 근거없이 우리끼리의 잣대로 대중문화를 비판, 추종, 수용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은 문화현상을 어떻게 제대로 비판하는 것인지를 친절히 가르쳐주는 실용성을 미덕으로 갖춘 듯하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문화비평이 곧 정치적 사유와 연결되었음을 주장한다. 대중문화야 말로 정치를 위해 발명된 하위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문화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여론에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꽤 지적이고 흥미로운 선택이 아닐까.  

http://wallflower.egloos.com/  이택광 교수의 블로그에 가면 어제 날짜로 임재범 퍼포먼스를 비판한 진중권에 대한 평가가 있다.

"역시나 진중권이라는 '잠수함의 토끼'는 뭔가 숨이 막힌다 싶으면 경고음을 울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나가수와 그에 이어지는 '폭풍감동'을 보면서 뒷맛이 떨떠름했던 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진중권씨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준 격이니 도리어 시원했을 수도 있겠다."(2011. 6.30)

나는 이 문장을 보고 더욱 그가 궁금해졌다.     

참고로 이 책은 자음과 모음에서 발간한 하이브리드 총서의 시리즈인 책이다. 그동안 지식인들에게 주목받았던 하이브리드 시리즈에 대한 소개를 첨부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181910515&code=900308 

 

 2. 아렌트 읽기  / 엘리자베스-영 브루엘 / 산책자.................... (인문학>현대철학)

내가 아는 한나 아렌트는 정치 철학자, 하이데거의 연인 정도에 불과하다. 한가지 더 있다면 자신은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는 유대인 대학살의 주범 아이히만에게 ‘무사유성’(thoughtlessness)의 혐의를 강력하게 추궁한 것인데 이는 주로 우리 사회에서도 조직과 나라를 앞세우며 민간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공직자들을 논리적, 철학적으로 비판하는 근거로 많이 인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 책이 출간되자 마자 로쟈님, 인문 MD를 비롯해 알려진 알라디너 분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던 것을 기억한다. 궁금하긴 했지만 내 수준에서 그들이 공통으로 추천하지 않았다면 감히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하여 일찌감치 7월에 추천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던 책이기도 하다.  

일반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은 이 책의 저자가 (제자로서) 아렌트의 사상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아렌트의 핵심 저서를 대표화하고 있다는 것인데 바로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정신의 삶>을  통해 그 사유의 흐름을 밀도높게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에 한명의 철학자의 책을 여러 권을 읽기 힘든 현실이므로 이 책은 실속면에서도 꽤 알찬 구성인 것이다. 아마도 아렌트가 제시하는 사유의 렌즈를 통해 작금의 (상식과 정의가 사라진)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기르는데 유용한 팁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아렌트가 말하는 전체주의는 ‘이데올로기와 테러에 기초한 신종 통치 형태’이며  20세기 중반의 전체주의 유산이 살아 있는 곳,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제국주의의 역사가 아직도 잘못 가르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종교적 이념의 영역 바깥에서 예를 하나 찾자면, 일본의 역사 교과서들은 한국의 잔혹한 식민화를 초래했던 일본의 1890년대 제국주의 역사를 부인한다. 동일한 역사 교과서들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중에 중국 동북부를 점령하여 1000만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민간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을 누락하고 있다.   -84p

그러나 추천에 비해서 네티즌들의 리뷰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언론기사나 온라인 서점들의 소개보다는 출판사의 보도자료가 가장 잘 정리되 있었다. http://flaneurs.tistory.com/73   



 3.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 폴 블룸 / 살림.............................. (인문학>심리학)

일단 이 책은 심리학의 하위분야에 속한다. 저자도 심리학자이고 부제가 '인간 행동의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쾌락의 심리학'이다. 심리학이 제목은 흥미로와도 뚜껑을 열면 난해하기로 대표적인 분야이다. 이 책도 직접적인 질문에 비해서 제시하는 답들은 상당히 본질을 추구하는 케이스라 쉽지는 않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철학, 신경과학, 아동발달, 행동경제학을 동원해 사람이 몰입하는 쾌락을 분석한다고 하니 다양한 잣대가 등장할 터이다. 언제나 잣대가 중요하다.

저자는 음식, 예술, 섹스, 물건, 영화, 이야기, 과학, 종교까지  인간이 추구하고 몰입하는 쾌락에 대해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이끌고 움직이는지 풍부한 실험을 제시하였다.

와인 연구는 자주 논란을 일으킨다. 한 종류의 와인에 상표를 다르게 붙이고 와인전문가를 비롯한 사람들의 맛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볼 수 있다. 어느 연구에서는 똑같은 보르도 와인이지만 한쪽에는 최고급 와인을 의미하는 ‘그랑 크뤼 등급’을 붙이고 다른 하나에는 일반 와인을 의미하는 ‘뱅 드 따블’을 붙였다. 와인 전문가들 가운데 40명이 최고 등급이 붙은 와인을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하고 12명만 낮은 등급이 붙은 와인을 좋은 와인으로 평가했다.   _82p

'본질주의'가 모든 원인의 답은 아니겠으나  사람의 심리를 대변하는  각종 '본질'에서부터 원인을 정리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추천한 언론은 꽤 많았는데 그중에 가장 성의있는 기사를 첨부한다.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04/2011060400227.html?b_zinefr 

 
 
4. 확신의 함정 / 금태섭 / 한겨례.................................... (사회과학>법과 생활)

이 책을 인문 MD가 자세히 소개할 때부터 눈여겨 보았다. 
http://blog.aladin.co.kr/bookeditor/4880832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건 제목때문인데 성격상 하나의 정답을 고집하고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과 많이 부딪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면서 더욱 실감하는 것이지만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이 정답인 듯하다. 그런면에서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좀 배웠다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유효한 충고가 아닐까. 논쟁을 하다보면 어떻게든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이차, 삼차 논리를 만들어 궤변을 늘어놓고는 상대를 몰아부치는 사람들이 있다. 법조인이라면 더더욱 누구보다 논리 만드는데 전공자들이므로 확신이라는 덫에 빠질 경우가 많을 듯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검사시절 다루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자신이 빠질 수 있었던 딜레마를 마치 소설처럼 전개하는 문학적 구성력이 느껴진다.  

조국교수와 소설가 공지영의 추천도 구태의연해 보이지 않았다.  

금태섭 변호사는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늘 겸손하다. 그러면서도 재치와 예리함을 잃지 않는다. 이 책도 그를 닮았다. 여러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 편견 없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쉽게 내린 결론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간의 얼굴이 지워진 법과 정의란 얼마나 공허한지 흥미롭게 전한다.    - 공지영

살인·강간·강도 등 중범죄는 사형집행, 형량상승, 거세 등으로 근절될 수 있는가, 체벌은 학생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가, 성매매는 금지되어야 하는가, 혼인의 충실은 형벌권을 사용하여 지켜져야 하는가, 문학과 예술의 표현에 형벌권을 통해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은 정당한가, 테러범에게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는 첨예한 사회적 논쟁사안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저자는 국내외의 사례와 문학작품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난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문학청년’의 기질과 소양을 가진 저자가 쓴 책이기에 술술 읽히고 흥미만점이다.   -조국

  

 5. 책의 미래 /  로버트 단턴 / 교보문고............................. (역사>문명/문화사)

마지막으로 요즘 전자책을 사용해 보면서 더욱 궁금해진 책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집에서 볼 수 있게 되고 극장이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다면 영화관에는 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 말했지만 세상은 영화관을 첨단의 멀티플렉스로 발전시키면서 시스템과 음향, 화질의 기회비용으로 화제를 돌려버렸다. 나같은 사람은 스마트 폰으로 조선일보 앱을 확인하는 것과는 별개로 꼭 야들야들한 신문 종이를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아날로그적 하루를 시작하는 쪽에 속한다.  오랜 세월 형성해온 습관의 힘을 거스르기는 늦었다고 생각된다.

전자책을 두어개 다운 받아 보면서 느낀 것은 접속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내 책은 없다는 물질적 소유감의 상실이었는데 책은 읽었다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가졌다는 인식도 중요한 상품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활자가 아닌 화면상의 글은 이상하게도 나중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일회성의 속성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화면상으로 확인한 뉴스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세대간 매체 노출빈도에 의한 감성적 격차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는 하버드대 도서관장이다. 제시하는 견해는 기술의 변화를 통한 매체의 혁명이라기 보다는 주로 책의 보존과 영구출판, 라이브러리 환경에 대해 미래비전을 언급하고 있다. 아무래도 도서관장이니 그 많은 책들의 관리와 운영 및 처리가 중요한 화두였던 것이 아닐까.  관장님이 말하는 '책 없는 도서관'이란. 그리고 그를 통한 자아 발견이란.

‘전자책’은 인쇄된 코덱스와는 달리 피라미드 모양의 여러 단계로 배열되어 있다. 독자들은 텍스트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가장 높은 단계를 대충 훑을 수 있고 일반 논문처럼 읽을 수 있다. 그 텍스트가 마음에 들면, 인쇄해서 책으로 제본할 수 있고제본기는 컴퓨터와 프린터에 장착될 수 있다, 사용자 정의대로 단행본 형태로 간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텍스트를 찾게 되면 아래 단계에 있는 추가적인 에세이나 색인을 클릭할 수 있다. 독자들은 책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문서, 참고서적, 역사기록, 도해, 배경음악 등 내 주제를 완전히 이해하도록 내가 제공하는 모든 것들 속으로 샅샅이 계속 파고들 수 있다. 결국 독자들은 그 연구주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연구주제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횡적으로, 종적으로 또는 대각선으로, 전자적 링크가 연결되어 있는 곳이면 어디나 클릭해서 읽을 것이다.  -114p

 

로쟈님은 이 책을 소개하면서 http://blog.aladin.co.kr/mramor/4891190 

'독서의 역사와 함께 책의 미래에 대해서 잠시 숙고해 보는 것도 독서가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쩐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더욱 종이책을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그건 꼭 손바닥안에서 보는 동영상도 있어야 하지만 가끔 표끊어서 극장에서 보아야 할 영화가 있듯이
사람은 그때그때 다양한 욕망을 기 등장한 매체로부터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전자책의 등장으로 전체 도서 매출은 늘어났다고 하니 이는 출판계에 희소식임이 틀림없다.
미래는 그렇게 한 분야가 쇠락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존하며 서로를 보완한 상태로 발전하는 패턴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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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2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2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7-0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즈음 소설이나 에세이쪽을 택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님 말씀처럼 두 권의 책중 하나는 그래도 대중적이고 읽힐만한 책이고,
하나는 디따 어려운 책이거나 별로 흥미롭지 않은 책이거든요.
이즈음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실제로 포기한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예술쪽 배송이 18명이고 보면.
쓸데없이 욕심을 냈다는 생각이 확듭니다.

지난번, 책 선정에 있어 주최측이 수위를 결정함에 있어서 거의 권한이 없는 것처럼
말해서 좀 실망했어요. 물론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그저 모든 것을 추천에 의존한다?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물론 모든 사람의 취향을 고려할 수 없다. 이것도 좀 그렇고.
그냥 대체로 모든 사람이 무난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수위로 잡는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보편적이 된다는 게 평가단에선 좀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하긴 이말처럼 애매한 말이 어딨겠습니까?
책을 많이 만지다 보면 감각이란 게 생기는 법인데 이것도 개인의 취향이라고 말해버리면
주최측으로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닐텐데. 한마디로 저의 느낌은 알라딘이 이 부분에 관해서는
손을 놔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초기 때 비하면 많이 체계를 잡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행정적인 거지 책을 보는 안목, 추천의
안목 이런 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사람님 추천의 수준은 결코 퀼리티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얼마나 일목요연 하게 잘 쓰시는데요?
그런데 비하면 전 정말 대충하는 거죠.>.<;;

한사람 2011-07-02 20:21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보편적? 이라고 생각되는 중간수준? 의 책을 추천하는 편이어요
것도 완전 제 수준에서지만..
인문분야는 에세이와 예술분야의 책과 살짝 겹칠때가 있어요
예를들면 어려운 에세이, 그리고 예술의 인문학적 해석.

그래서 전 애매한 것 같아서 사회과학쪽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거의 선정되고 있지 않지요 ㅠ.ㅠ
대부분 철학이나 정치쪽을 많이 추천해주시고 또 그 책들이 많이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읽고 싶기도 하고 소장용으로도 근사하고, 내용도 풍부하지만
그런 책들은 서평쓰기가 쉽지가 않아요. 어짜피 처음부터 훌륭한 책들이었기에
뭐라고 할말도 별로 없어요. 서평은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도 들구요

저는 좀 평가단 작업에 엄숙주의를 버리려구요..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는게 꼭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오늘 들더군요 ㅠ.ㅠ

교고쿠도 2011-07-02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8기때도 평가단 인문사회팀 안에서 약간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특정분야 편중(사회과학 책이 주로 선정되고 자연과학은 찬밥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개인적으로 저는 사회과학을 훨씬! 선호합니다)

항상 가장 논란이 많은 쪽이 인문사회인거 같아서, 7,8기 인문사회팀에서 활동했던 저로서는 그런것에 염증을 느끼고 9기때는 소설이나 실용/취미 분야를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다시 인문사회팀에 도전해 9기로 활동하게 되었지만...(그만큼 사회과학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

그런데 타인의 취향 or 선호에 대해 수준 낮다고 매도하는 것이 참 어이가 없는 사람이네요. 물론 어떤 책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고, 선정된 책이 마음에 안 들수도 있지만 타인을 저렇게 깔아뭉개는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즐겁게 책읽고 글쓰고 싶어서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는 건데, 저런 사람들 보면 스트레스만 쌓여요. 흑. (그러고보니 인지자본주의, 제가 추천한거라 왠지 죄송한 마음이...)

한사람 2011-07-02 20: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교고쿠도님
<인지 자본주의>가 쉬웠다는 분(추천하셨더라도 ㅋ)은 드물것 같아요.
제가 그 책때문에 걱정이 많아서 투정을 하는 바람에 괜히 그 책을 추천하신 분들이 맘 상하지
않으셨을까 모르겠어요. 어려운 책 읽어보겠다는 게 무슨 잘못이겠어요
그 분들에게 서운했다기 보다는
저 댓글을 쓰신분이 제 수준을 운운하는 바람에 자격지심에 괜히 저도 모르게
지난 달 미션이었던 <인지 자본주의>와 생각이 연결지어 진 것이지요 ㅠ.ㅠ

오래동안 인문분야를 하셨으니 제가 외려 조언을 받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겠는걸요
좋은 말씀 많이 새길께요..

앞으로는 책에 대한 마음을 좀 열어 보려구요^^
(마음을 비우는게 상책인 듯해요)

암튼, 댓글로 힘 주셔서 고마워요
(이런 글에 글 달기가 쉽지 않잖아요 ㅋ)

교고쿠도 2011-07-02 20:49   좋아요 0 | URL
사실은 인지자본주의, 제가 추천해놓고도 아직 리뷰를 못 썼습니다. 뭐랄까 항상 모든 글은 첫 문장이 잘 쓰여지면 그 뒤로는 편한 마음으로 쓸 수 있는데, 아직 첫 문장도 못 떼고 있어요. 그 외에 리뷰해야 할 다른 책들도 꽤 쌓여 있고...

때로는 제가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신간평가단이나 여타의 서평 활동들을 하고 있지만 저런 논란들로 인해 때로는 마음이 상할 때도 있고 염증이 느껴져서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제가 좀 예민한 성격이라 그런듯 합니다. ㅜ.ㅜ

사실 글 수준으로 보면 다른 신간평가단 분들보다 제가 좀 떨어지는데, 아직까지 글 수준낮다고 욕얻어먹은 적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사람 2011-07-02 22:22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책에 적응하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다 읽고는 그냥 내가 아는 부분만 쓰자고 결심했고 책에 어떤 패배감을 처음 느껴봤어요 ㅠ.ㅠ
하지만 그렇게 쓰고나니까 뭔가 지식이? 쌓인 것 같은 ㅋ 느낌은 들었어요 참~
인문분야가 그런가봅니다..

그리고 저는 글 수준 높은 사람들이 꼭 많은 지식, 높은 인격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요
글과 사람이 같지 않다는 것도 알구요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을 가공한 것이지, 절대 그 사람 자체의 수준이 아니어요..
특히나 문장력의 구성이나, 텍스트에 현학적인 표식만으로 글쓴이의 수준을 가늠하는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절대 글보고 그를 판단하지 않아요
(물론, 이런 저도 여기선 오로지 글을 보고서만 무언가를 판단하지만요 ㅠ.ㅠ)

만약 혹시나 상대가 쓴 글을 보고 그의 수준을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딱 그 수준인 사람인 것입니다.

cyrus 2011-07-0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교고쿠도님과 함께 활동하면서 평가단 활동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이제는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어서 만할 수 있었지만,, 나름 선정도서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어요.
논란의 중심에 끼어들려고(?) 해봤지만,,^^;; 그 때는 알라딘 블로그 활동한지 얼마 안 되었고,,
평가단 활동도 처음 해 본,, 짬도 안 된 독자라서,,ㅎㅎ;; 긍정적인 마음으로(?)
읽고 빠짐없이 리뷰를 작성했어요. 읽으면서 솔직히 어렵다는 것은 솔직하게 얘기했구요,,
물론 부족한 내공으로 인해 빈약한 소개에 대해서 사과의 내용도 적었구요,,

저도 교고쿠도님 말씀처럼 타인의 취향과 선호를 가지고 그 사람의 독서 수준과 연관되어 평가하는 것은,,
아닌거 같아요.

한사람 2011-07-02 22:26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이 지난번에 인분분야셨죠^^
가끔 리뷰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 그때 서로의 추천책을 보고 책을 택하고 그랬던거 같은데요 ㅋㅋ

불만이라는 게 없는 사람은 없을 거 같고 문제는 드러내느냐의 여부와
드러내는 방식인것 같아요
저는 좀 솔직해보자고 마음을 열였던 것이 외려 부작용을 가져왔던거 같습니다..
저도 시루스님처럼 이번이 처음이었다면 그냥 구경만하고 있었을 거 같고
딴에는 몇번 했다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거 같아요..

아마도 저 글을 쓴 분은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그냥 저의 마음을 상하게 하려는 목적이 컸던거 같습니다
원하는 바는 이루었으니 글이 효과를 본것이죠
그런데..저도 소싯적에 독설을 많이 해봐서 알지만..그게 다...
부메랑이 되어 저에게 돌아오더군요..언젠가는요..

네오 2011-07-0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칼을 가셨군요^^ 책선정이 후덜덜하네요~ 한사람님의 인문학을 보는 시선응축에 대한 감각에 진화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시네요 ㅋㅋ

한사람 2011-07-02 22:29   좋아요 0 | URL

좋아라~
네오님의 칭찬을 받으니 어깨가 으쓱하네요..
인문분야 책 좀 읽었다고 진화라는 소리를 들으니 그간의 맘고생이 확 다 날아가는걸요 ㅋㅋ

안그래도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수준낮다는 말 들어서
더 속상했나봅니다..
결과적으로 저 분이 저를 성장 시키셨네요 ㅋ

네오 2011-07-02 23:08   좋아요 0 | URL
지금 인문신간 페이퍼 작성중인데 한사람님 책들중에 고르고 싶은게 많네요~ 아~ 그리고 저 위에 "시선응축에 대한 감각에 진화하는 속도" 이렇게 써놓고도 이것이 문법적으로 맞는 말일까라고 한참 고민했어요 ㅋㅋ 그래서 다시 수정할려고 했는데 이미 한사람님이 저 창피한 글을 보셨으니 그냥 놔둘래요~ 얼마나 제가 부족한지를 보려고요^^

그런데 너무 마음 상하지 마세요~ 이러한 경우에는 전 그냥 쿨하게 넘어가는 편이긴한데 뭐 그때마다 다르겠죠~ 컨디션이 않좋으면 험담한 블로거하고 붙고싶고 좋으면 웃어넘기면서 주위사람에게 하소연하고 ㅋㅋ

늦었지만 문학동네 리뷰대회 수상 축하드려요~

한사람 2011-07-02 23:01   좋아요 0 | URL

잠시 다녀왔는데 다행히 저와 같은 책이 한권 있더군요 ㅋㅋ

문법에 전혀 저촉? 되지 않아욧~

저는 사실 중간의 인간관계보다는 호불호가 분명한 편에 속해요..
온라인에서도 제 문법, 제 댓글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이 있는지
저런 테러를 가끔 당하곤 합니다..
나름 정중하게 예를 갖춘다고 생각하는데도 저런일은 운명처럼 저를 따라다녀요..ㅠ.ㅠ
그냥 넘기고 허허 웃고 그러자 하다가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가 대충 그려지거든요..
거의 누군지 어떤 위치에 있는 분인지도 알거 같구요
(사실 그래서 한번 더 상처를 받아요)

온라인 결벽증같은게 있어서 아무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살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니까.. 제가 맘 바꿔야죠

리뷰대회는 네오님도 수상하셨잖아요 ㅋ
저는 언젠가부터 아는 분이 상탔다 해도 인사도 안하고 또 축하안해 주셔도 안서운하게 되었어요
이번에 네오님 리뷰를 보았는데 저와는 완전 다르게 해석하시는 걸 보고 어떤 기준을 어떤 과정을 통해
배우셨을까 궁금했어요, 그런 글은 쓰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써지는 글이 아니죠(그저 감탄할뿐)


네오 2011-07-02 23:25   좋아요 0 | URL
지금 계속해서 페이퍼 업데이트중요ㅋㅋ 이택광 교수님 책 추가요~ (금태섭의 책 훌륭하죠? 그런데 이미 리스트에 작성해서 일부러 제외시켰어요 ㅋ)

음~ 그런 상황에 대해서 한사람님의 마음 충분히 동감합니다~ 저는 논리적으로 엉망인 사람이라 누군가가 저의 논점이 잘못됐네요 그러면 저는 아무말 못하는데요 ㅎㅎ 그리고 댓글을 길게 쓰고 싶어도 저는 무진장 오타가 속출하는데 알라딘의 댓글기능은 계속해서 스크롤을 왔다갔다해서리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짧게짧게 쓰는거라 부디 양해를 바랄께요 꾸벅꾸벅~

아~ 리뷰리뷰 진짜진짜 한사람님한테 상담받고 싶어요ㅠㅠ 그냥그냥 요새에 글이 너무 안써져어요!! 한사람님하고 해석방법이 다르긴 하더라고요 ㅋㅋ 혹시 소설평론가들 글 보세요? 저는 처음봤을땐 완전 짜증이었지만^^(완전 일반대중하고에 거리차때문에요) 자꾸자꾸보면 문학평론은 이렇게 해야하는구나라고 생각이 어떤때는 들더라구요~

한사람 2011-07-03 00:38   좋아요 0 | URL

리뷰도 자기 패턴이 생겨서 그걸 벗어나기가 힘든거 같아요
저는 최대한 제가 느낀 것들을 쪼개어서 그걸 세심하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둬요
설사 제 느낌이 틀리거나 남들과 똑같거나 말도 안되고 너무나 개인적인 것일지라도 그걸 잡아내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힘든건 매 리뷰마다 결론을 내고 있다는 거여요
언제나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적고 끝내려고요
물론 결론의 방향은 비슷한 쪽으로 흘러가게 되지만
저만이 내리는 결론이니 그걸로 만족해요
결론이 없으면 저는 리뷰를 쓰지 않거든요

그리고 저는 평론가의 글보다는 사설이나 소설가의 산문 같은 것이 더 좋아요
네오님의 글이 저는 문학평론가의 뉘앙스가 느껴졌었는데
거기다가 독특한 작법이 있으시잖아요

저는 완전 그런 기본같은 건 없고 그냥 보편타당한 대중의 감성에 지극히 호소하는 위주라서
절대 제가 무언가를 느끼지 않으면 글을 쓸수가 없어요..
저는 전에 네오님, 왕을 찾아서 리뷰 좋았습니다^^

루쉰P 2011-07-03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한사람님의 리뷰에 반가운 손님들이 많이 늘었네요. ㅋ 그러나 저러나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군요. 타인에 대한 수준을 지적 하는 사람들은 무슨 신인지 아니면 '신의 리뷰'를 쓸 수 있어서 그런 건지, 그냥 주는 책이나 쓰라는 무슨 리뷰 하청 업체라고 생각지 이해를 못 하겠네요. 평가단이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자유가 주어지지 않고 그냥 맞춰서 쓰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전 그런 거 싫어하거든요. ^^ 어디다 껴 맞추고 하는 것은 취미가 아닙니다.
그래도 한사람님은 리뷰에도 쓰셨고 댓글에도 쓰셨지만 책을 현미경으로 낱낱이 파헤쳐 조근 조근 씹어서 다 소화를 시키시고 쓰는 스타일이신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 ㅋ) 맞지도 않는 책을 쓰시는 것은 꽤 힘드실 것 같아요. -.-
문학동네 리뷰 상 받으신 것 축하드리요. 여기는 비 엄청 오네요. ㅋ 저 비에 모든 상처 다 씻어내시기를 ^^
전 요줌 서재를 안 들어와서 밑에 있는 한사람님 리뷰도 다 읽어 볼려구요. ㅋ

한사람 2011-07-03 10:48   좋아요 0 | URL

여기도 비가와요. 오늘은 비때문에 마음이 잠잠해 질듯해요^^

아주 오래전에 블로그 초창기 시절에 저만 아는 어떤 이웃분이 우연히 유명해지셔서
많은 이웃이 생기자 이상하게도 저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저같이 그분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당연한 거였는데
저는 꼭 여학교때 단짝 친구가 다른 친구를 사귀기라도 하는 것처럼
싫더라구요 ㅠ.ㅠ 유치하죠?

그런데 그분은 자신이 유명해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부담스러웠는지 얼마안가서 블로그를 접고 잠수를 타셨어요..
그분의 글을 볼수 없다는 슬픔이 생각보다 크더라구요
그런데 그 서운함을 잊어먹을 만한 시기에 우연히 제 블로그에 방문하시곤
그때 인사도 없이 문을 닫아서 마음에 걸렸다고 해주시더군요, 울컥 눈물이 핑돌았어요


저는 많은 분들과 많은 양의 교류를 일상에서 주고받는 것에 많은 경계를 하는 쪽에 속해요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잡고 라고 할까..
제게 용기 주시고 관심가져주시는 이웃분들이 참 고맙고 가서 손이라도 잡고 싶지만
일부러 거리를 두고 적정선의 친분만을 유지하려고 꽤 애쓰는 편이어요 ㅋ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지만요..)
그것이 더 진득하고 오래가는 관계임을, 살면서 깨닫는 중이어요

아마도 제 서재에 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은 저를 오래동안 지켜보시던 분들이 대부분일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이 많은 분들이라 저의 이런 성향을 짐작하시고 섣불리
아는 척하기가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걸 알기 때문에 꼭 루쉰님처럼 아는 척을 해주시고 발자국 남겨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가끔 루쉰님이 보는 그대로 마음 그대로의 글을 남겨주실때 저는

너무 좋아하지 말자, 너무 좋아하지 말자 ~~~~

그런답니다^^
그건 참 피할수 없는 행복인 것 같아요~

2011-07-05 0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5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07-05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다 어려워보여요!

음..근데 한사람님의 꼼꼼하신 추천서를 읽으니 왠지 한 권 정도는 도전해보고 싶기도 합니닷!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는 좀 많이 끌립니다요. 이런 류의 페이퍼, 괜찮은데요. 앞으로 종종 이런 페이퍼, 올려주시와요~ 뒤끝작렬..ㅋㅋ 귀엽사옵니다. ^^

한사람 2011-07-05 19:43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저는 어려워 보이는 레벨에 속하는 책은 그래도 제하고 추천한 거랍니다ㅋ
문화비평이다도 제목이 끌려서 그렇지 들여다보면 어려울거 같기도 하구요 ㅠ.ㅠ

소설은 어느 정도 책 받아 보기전에 수준? 을 예상할수 있는데
인문쪽은 제목과 저자만 보고는 알수가 없어요
심지어는 추천과도 많이 다르고
정말 뚜껑 열고 부딪혀 봐야 하더라구요

근데 이런 페이퍼는 어떤 것이옵니까?? ㅋㅋ

뒤끝 페이퍼를 말씀 하시는 겁니까??? ㅋ

달사르 2011-07-06 15:27   좋아요 0 | URL
히..둘 다?
짤막하게, 한 분야에 해당하는 여러 종류의 책에 관한 소개글, 괜찮아요.
그러니까..이게, 그 무슨 평가단의 추천책을 뽑아놓은거로군요. 근데, 평가단이 아닌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거 같애요. ^^

한사람 2011-07-06 16:22   좋아요 0 | URL

예..이런 추천의 페이퍼는 더 신중을 기해서 작성해야 함을 절실히 느껴요..
더 완벽하게 하려면 실제 서점에 가서 책도 들추어 보고 한 다음이라야 하겠지만
여전히 책은 다 읽어보지 않고서는 알수가 없죠..

사람과 같은 거 같아요
겉으론 멀쩡해도 겪어보면 전혀 다른 사람인 경우가 많듯이요^^

윈터 2011-07-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9기 인문/사회/과학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해'라고 합니다. 저는 평소에 출판, 유통에 관심은 많았지만, 실제로 그 과정에서 어떤 책을 추천하거나 리뷰를 쓰는 등의 활동을 직접 해보는 게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게 좀 새롭네요. 실제로 어떤 책을 읽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도 중요하지만, 추천하기에 좋은 책, 리뷰를 쓰기에 적당한 책... 등등을 선정하면서 고민하는 것 자체가 큰 공부가 되네요. 며칠 전부터 한사람님의 고민(?)을 읽다 보니 인사드리고 싶어져서 글 남겨봅니다. ^^

한사람 2011-07-07 21:5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해님, 닉이 흥미로와요 ㅋ
같은 분야군요, 반갑구요

고민자체가 공부가 된다는 말씀이 무척 소중하게 들리네요
가끔 원치 않았던 책으로 고생은 하지만
읽고 써내고 나면 얻는 건 있더라구요
특히 이 분야가 공부하는데는 좋은 것 같습니다

같은 고민 계속 같이 나누어요^^
 

  

#1. 그들은

 아침에 올 상반기 베스트 셀러 도서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 참고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24/2011062402200.html
 ) 

아쉽게도 이곳, 알라딘의 통계는 반영되지 않은 결과였다. (4대 서점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음. 온라인으로는 들겠지만)

놀라웠다. 놀라워.  

가장 놀라웠던 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제외하곤 올해 신간으로 50위 권에 든 한국소설은 김진명의 <고구려>와 정유정의 <7년의 밤>이 유일했다.(솔직히 김진명 작가 다시 보았다) 그외 가뭄에 콩나듯 <허수아비춤>, <덕혜옹주>등 작년에 베스트 셀러가 된 작품들이었고 100위 권에 최신작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의외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소설을 이렇게들 안읽으시다니... 대부분 소설은 일본, 미국 대중소설이었고 그 판매부수도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슬펐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꿈이 참 어이없어 보였고, 새삼 고현정, 신정아, 백지연이 대단해 보였다. (정확히는 고현정의 피부, 신정아의 남자들, 백지연의 미모가 대단한 것이지만) 그렇게들 욕하더니 신정아 책의 판매부수를 보라. 우리는'정의'만큼 그녀가 궁금했던 것이다.  김제동의 책이 많이 팔린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체로 유명해지고 볼 일이 아니던가. 그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마케팅에 의해 한번도 화제성을 창출하지 못하고 먼지 날리고 있을 순수문학 작가들이 안스럽다는 말이다.  

어제, 문학동네 편집부장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김남일의 소설 <천재토끼 차상문>은 참 좋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던 차에 하필 현빈이 시크릿 가든에서 한번 품에 안아주었더니 그 다음날로 하루에 이백권씩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김남일 작가가 위암으로 투병하고 있던 터라 그 소식이 너무 반가워 현빈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만약 현빈이 그 책 말고 다른 책을 가슴에 품었다면 그 책 또한 비슷한 운명이었으리라. 그렇다면 그건 현빈의 공이 아니고 현빈손에 그 책을 쥐어준 김은숙 작가의 공일 터인데, 앞으로 편집자들은 드라마 작가들과 연계를 하는 것이 어떠한가, 싶을 정도다.  

또 한가지, 작년에 이어 상반기 2위인 <정의를 무엇인가>는 끝까지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고 하며, 그 책을 사는 이유는 정말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정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사고보는 보상심리의 일환이며, 니가 사니 내가 산다식의 패션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1위인 <아프니까 청춘이다> 역시 저자인 김난도 교수가 다름아닌 서울대 교수인 것이 위로가 되었다고 하며, 이러저러한 분노를 치유하기 위해 스님 시리즈가 합이 십만부 이상 팔려나간 것이라고 한다. 이 틈에 한국소설이 위치할 곳은 그저 사람들이 많이 보았기에 나도 한번 보아야 할 것 같은 초대형 베스트 셀러 정도에 국한되며(3년째 엄마를 울궈먹고 있는 사람들은 독자인가, 출판사인가) 신간 같은 건 좀 두고 볼일로 미루어 지는, 확실히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생길 때까지 안 읽어도 큰 상관없는 책으로 전락한 듯하다.  

 

#2. 나는  

상반기에 내가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는 세어 보지 않았다. 그런 건 잘 안한다.
그런데 내 맘대로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국내작가의 베스트를 뽑아 보고 싶었다. 
 (마치 그들의 리스트에 항거라도 하는 심정으로 ㅠ.ㅠ)


 

  

 

 

 

 

 

 

천운영의 <생강>이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주제가 너무 무겁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하나, 제목이 주제와 조금 동떨어져 보인다는
낯설음도 무시 못 할 것이다. 안타깝다. 정말 수작이었는데.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칼날과 붓끝이 예리한 소설이다. 워낙 고정독자가 많아 초기 마케팅에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쉽지 않기 때문에 이도 오래 확산될 것 같지는 않다는 예감이 드는 건 뭘까. 연말까지 롱런하시길 빈다.
글쓰기 하는 분들은 꼭 최일남의 에세이를 한번씩 읽어 보셨음 싶다. 국어라는 언어의 위대함을 새삼 확인할수 있을 테니까
박숙희의 <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마치 문단에서 버려진 소설처럼 이 책을 읽었다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다. 재미도 괜찮고
문장도 매력있다. 대형출판사와 유명작가에 밀린 작품이라 안타깝다.


그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서경식의 <언어의 감옥에서>와 시집<오늘 아침 단어>도 좋았다. 사실 시집은 올해 끝까지 독파한 적이 거의 없고 내 의지로 집어든 신간이 없지만, 만 하루 동안 정들었던 시집이라도 읽었다고 생색은 내고 싶다. 무엇보다 제목이 마음을 끌지 않는가. 물론, 오늘 아침 나의 단어는 '베스트 셀러'였음이다.   

<언어의 감옥에서>는 처음으로 논리의 아름다움이 눈물을 자아낼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의 리뷰를 쓸 때 나는 살짝 설레기 까지 했고 다 쓰고 나서 무언가 내 논리의 틀을 깨부순 느낌이 들었다.

 

 

 

 

 

 

많은 책을 읽었던것 같은데,  

막상 꼽으려고 하니 기준도 애매하고, 주제넘는다는 생각도 든다. 또 내 독서의 취향이 무척 편향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걱정되는 건, 누군가는 저런 베스트 셀러의 목록을 확인하곤 그 안에 든 책을 또 의무방어전 치르듯 서점가서 집어 들 것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다 읽었다 하니 행여 뒤질세라 피곤한 심정으로. 그럼 알려진 책은 더 잘 팔리고 반대로 뜨지 못한 책은 더 묻혀지게 될 것이다.  

 

하여튼, 베스트 셀러의 소식은 언제나 우울하다.
언제쯤 베스트 소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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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6-25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현빈이 아니라 김은숙 작가에게 고마워해야죠.
어떤 사람은 드라마에 특정 책이 클로업 되서 나오는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아직 그게 나쁘게 생각되진 않아요.
그렇게해서라도 좋은 책이 알려지면 좋은 거 아닌가?
어떤 면에선 어쩔 수 없는 방법 중 하난 것 같기도 하고.

조경란 작가가 베껴쓰기 보다 좋은 책을 소리내서 읽어보라고 했는데
최일남 선생님 책 소리내서 읽어보기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잘 보고 갑니다.^^

한사람 2011-06-25 21:36   좋아요 0 | URL

그렇게라도 알려지면 좋죠
이번에 독고진이 뭐하나라도 터뜨려 줄줄 기대했는데..
그냥 시에 그치고 말았죠..따라하는 느낌이 들까봐 안그랬을수도 있고..
그래도 윤필주 정도는 책 한권 읽고 있어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ㅠ.ㅠ

베껴쓰기보다 읽어보라는 말씀이 새롭네요, 그러고보니
최일남 작가의 글을 소리내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거 같아요
몰랐던 국어가 너무 많았어요^^

달사르 2011-06-2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생강>은 제 손에 있군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무언지 알기에 기대를 갖고 있는 책인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군요. 아쉽네요..

음...저 시집이..자꾸 눈에 들어옵니다용~ ^^

한사람 2011-06-26 01:06   좋아요 0 | URL

요즘 시집들 중에는 <이별의 재구성>말고는 읽어본게 없어요
소설은 읽겠는데 저는 시가 어렵더라구요..
<오늘 아침 단어>는 제목때문에 생각을 좀 하게 되네요..
맘에 드는 시가 많습니다^^

cyrus 2011-06-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어의 감옥에서>가 이전 책들보다는 크게 알져지지 않은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 역시 이 책을 읽었을 때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들을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한사람 2011-06-26 15:40   좋아요 0 | URL

앗, 시루스님 오랜만이어요^^
공부하느라 바쁘죠? 곧 방학이네요~

아마도 <언어의 감옥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일동포에 대한 편견때문에
쉽게 집어들게 되지 않는 책인 것 같습니다..
평가단 말고는 읽어봤다는 사람 찾기가 힘든데 역시 시루스님이 안목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