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1. 대단한 사람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성시대입니다. 안그래도 지난주에 방송된 ‘슈퍼스타 K3’는 아이와 함께 꼭 챙겨보기로 약속했죠.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짝퉁이라 불린 ‘위대한 탄생’보다 더 흥미롭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케이블 방송의 자유스러움이 심사위원이나 참가자 모두에게 잇점이 되는 것 같아요. 시청률에 너무 욕심내는 몇몇 그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감동과 자극을 주는 시간인 건 분명한 듯 합니다. 오디션 프로들을 보면서 느낀건데 우리들은 그들의 합격, 탈락의 여부보다는 독특한 사연, 드라마 같은 상황들에 현실의 아픔을 기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가 아니지만 우리와 같아 보이는 참가자들의 드라마에 중독되는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참가자들을 보면 가끔 민망한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도 꿈을 접기는 커녕 이곳저곳 오디션을 방황하는 것 같은 친구들을 봅니다. 꼭 연예인이 되고 싶은 열망은 누구보다 간절한 것 같은데 그 친구들 장기를 보고 나면 누가 좀 말려줄 사람은 없었는지 의문을 갖게 되요. 참가자의 여러 조건을 감안한다 해도 저 정도 실력이면 포기하는 게 맞다 싶은 사람들. 그런데 세상이 또 희안한 게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보란 듯이 성공을 하기도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때 찌질이라고 흉보았던 게 미안할 정도로 지금은 대스타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유재석만 해도 이십년 전엔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잖아요 ㅋ. 그런데 요즘 유재석은 단순히 예능 MC로서의 매력뿐만이 아니라 그냥 남성 연예인으로서도 섹슈얼리티를 어엿하게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청자들이 국민 MC에게 거는 기대에 맞추어 선한 이미지,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같은 소양도 그를 말하는 경쟁력이 되었죠. 이제는 그가 길가다가 무심코 할머니의 짐을 들었다 해도 ‘역시, 유재석’이라는 기사가 메인으로 뜨게 됩니다. 한번 좋은 이미지를 얻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성공하고 후광효과가 지속되는 시기엔 뭘해도 좋은 쪽으로 그를 보고 싶어지나 봅니다. 하지만 유재석도 잘 안 풀리고 무명일 때 내일은 뭐하지, 하면서 아침이 오는 게 싫었다고 하잖아요. 제 기억에도 친구 이휘재, 남희석, 선배 김용만, 박수홍이 잘 나갈 때 유재석은 주로 게임에서 두들겨 맞거나 물에 빠지거나 아니면 벌칙으로 특수분장을 하는 담당이었죠.(거의 신정환과도 비슷한) 그건 늦게 출발한 강호동도 마찬가지였는데 (이휘재, 신동엽이 실내에서 우아하게 방송할 때)야외에서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는 건 거의 유재석과 강호동의 몫이었어요. 그 지독한 세월이 그렇게 다져진 체력이 결국 지금의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탄생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강호동, 한예슬 사태를 보면서 느낀 건 새삼 유재석이 대단하다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알기로 개그맨들은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와 달리 (공채출신)기수 서열이 엄격한 집단입니다. 어느 호텔에서 개그맨이 돌잔치를 하면 그날은 개그맨 선후배 친목회와 다름없습니다. 공채 개그맨들은 일단 희극이라는 연기가 되어야 하고 개인기 있거나 그냥 말 잘해서 웃기는 예능 MC와는 달리 자부심이 강한 편입니다. 이들은 철저히 밑바닥부터 연기를 배워왔고 벌레나 동물역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웬만한 소품들은 직접 만들고 발명하면서 혹시 잘리더라도 무대디자인, 인테리어라도 할수 있을 정도였죠. 실제 개그맨들 중에는 연극영화과, 연극과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 이들은 이상하게도 못먹고 서러웠던 시절, 같이 월세방에서 아이디어 짜던 시절에 대한 육체적, 감성적 공유때문인지 의리가 강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유재석도 K본부 공채죠. 그러나 강호동은 그렇지 않아요. 스포츠라는 승부세계를 자신 정체성의 그 배경으로 합니다. 극단적인 비유겠지만 저는 찌질이로부터 출발했던 무한도전을 지금까지 그만두지 않았던 유재석을 무작정 ‘성실’에 가치를 둔 것이라면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겠다는 강호동은 새로운 승리를 위한 ‘도전’에 무게를 두는 쪽이라 생각합니다. 강호동은 유재석보다 야망이 많은 인물형이라는 것이죠. 저는 솔직히 아주 오래전부터 강호동보다는 유재석을 선호해온 시청자였는데 요즘 새롭게 발견한 사람이 있습니다. 새롭다고 하는게 미안해요. 거의 십년이 다 되어서 저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정말 제가 그동안 무심했구나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만든 사람이 있었어요.


#2.  웃기는 사람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 우연히도 친구가 이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왜 그 친구가 이 책을 저에게 보내주었는지는 묻지 않았어요.

청소년 소설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값진 작품을 만났습니다. 그래요, 이 책은 개그맨이 되고자 하는 어느 소년의 이야기였어요. 중학교 일학년 게리라는 소년이 주인공인데요.(런닝맨의 게리가 자꾸 생각나더군요 ㅋ) 스탠딩 코미디언이 꿈인 소년인데 학교에서 찌질이로 인식되어 그만 무얼해도 왕따를 당하는 캐릭터입니다. 공부에는 일찌감치 담을 쌓고 집에서 유머 시리즈만 불철주야 연구하는 친구죠. 그런데 그것이 거의 허무개그 수준이라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로 말입니다. 처음엔 저도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부모님도 무시하고 학교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도 게리의 농담에 웃지를 않았답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웃기지도 않은데 왜 웃길려고 할까, 고민에 빠지죠. 유일하게 재미나다 극찬을 하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그녀는 연하의 천재소녀라네요. 크, 천재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천재만이 감동하는 유머라니 이 얼마나 희극적인가요.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 책은 이 마지막 신을 위해 달려온 코미디 같아요. 빵 ~ 터집니다. 그동안 숱하게 실패했고 구박당했고 무시당했고 그래서 울고도 웃었던 이야기, 때로는 어디서 들었고 그래서 외워두었던 모든 개그소재들이 하나의 공연으로 연출됩니다. 그런데 왜 저는 눈물이 나던지요. 게리가 교내 장기자랑 대회에 출연해 마지막 참가자로 공연을 하는 순간이었거든요. 게리는 과연 많은 친구들을 그렇게 비웃던 선생님, 부모님을 웃기는데 성공했을까요?  

   정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의 휘날레입니다. 아니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구요. 장편이긴 한데 두시간이면 덮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이 책을 꿈이 있긴 한데 재능도 있는 거 같긴 한데 심지어는 도전도 해보았긴 한데 늘 실패하고 그래서 포기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감히,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되어요. 출판사는 이 책이 꿈이라는 것에 냉소적인 청소년들에게 읽히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꿈에 냉소적인 게 어디 청소년뿐이겠어요. 어른이 더하죠.  


;  
<출처 : 돌베게 출판사팀 블로그 / http://imdol79.blog.me/10113258146 >

    편집자가 진솔하게 출판의도를 말하는 동영상을 허락받고 가져왔어요. 동영상 말미에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노래가 흐르는데 그 노래를 듣자마자 또 울컥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책을 덮고 나니 김병만이 자꾸 생각나는 겁니다. 최근에 자서전을 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며칠 전 김연아의 아이스쇼를 보면서 저기에 김병만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저는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어제 주문했고 오늘 아침에 받아 오후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청승맞게 두어번 눈물까지 흘려가면서요.

   저는 한권의 책이 한사람에 오는 일을 절대 그냥 넘기지 않는 쪽에 속해요. 어떤 책이 우연히 저를 찾아왔건 제가 무심코 집어들었건 저에겐 그 책이 바로 지금 꼭 필요했다고 믿는 주의랍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몹시도 고기가 먹고 싶은 거라면 제 몸엔 단백질이라는 영양소가 필요한 것이었구나 생각하는 것처럼요. 책이 한가득 쌓여 있어도 분명 먼저 손이 가는 책이 있잖아요. 이 두 권의 책이 힘겨웠던 올 여름을 잘 마무리 하듯 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책이라 생각했어요. 다시 또 힘을 내자, 다시 걸어 보자, 이런 다짐을 하게 한다고 믿었어요.

인상깊었던 문장을 옮겨 볼께요.

   
 
불평 한번 안했던 건 유머였기 때문이야. 유머!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건 그 때문이야. 그래서 ‘유머’라고 하는 거라고.(‘humor'와 ’human'은 어원이 같다) 개가 언제 농담하는 것 봤냐?
 
   


  이건 슈니츠베리라는 할머니가 게리에게 하는 말씀이어요. 개는 유머감각이 없기 때문에 농담을 하지 않는다구요. 그러니까 유머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게리는 아주 의미있는 일에 시간을 쏟는 거라고. 이 책의 제목이 이제야 왜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인지 알 것 같았죠. 개 한 마리 안나오거든요 ㅋ

 

 #3. 눈물 흘리는 사람


손등으로 눈을 한번 훔치고, 코를 한번 시원하게 풀고는 다시 라면을 집어 입에 넣는데 봇물이 터지듯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라면 국물과 콧물이 입에 문 면발을 타고 턱으로 목으로 바지로 떨어져도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오열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고는 같이 울었습니다. ㅠ.ㅠ


김병만은 알려졌듯이 수많은 오디션, 공채 시험, 대학시험에 떨어졌었죠. 사글세방, 옥탑방을 오랜 세월 전전긍긍하던 어느날, 세워놓은 거울에 신문을 깔고 라면을 먹는 자신의 모습이 비치더랍니다. 그날이 오디션에 떨어지고 며칠 후라는데 크게 실망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앞길이 막막한 심정에 저렇게 울었다고 합니다. 용기가 없어 제대로 도전해보지도 못한 저였지만 라면 국물에 눈물이 떨어지는 날이 저도 있기는 했습니다. 희안한 건 꼭 라면 먹을 때 서러움이 겉잡을수 없이 밀려온다는 것인데 그래도 또 더 웃긴 건 그런 와중에도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훌훌 털어 넣는 다는 거예요. 포만감이라도 꾹꾹 채워 넣어야 살 수 있을 것 처럼요. 눈물 콧물 빠트린 라면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말도 꺼내지 마라, 뭐 이런.

   저는 사실 달인코너를 즐겨봐 온 시청자는 아닙니다. 실컷 웃다가도 어떨 땐 슬랩스틱 코미디라 은근히 비하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개인기 위주의 말 잘하는 개그맨이 더 눈에 띄잖아요. 김병만의 일편단심 개인기는 큰 경쟁력이 없겠다 생각했답니다. 참. 이 책에는 김병만이 말 잘하는 예능인이 아닌 감동을 주는 희극배우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차근차근 풀어 놓았어요.  저는 가수나 배우의 자서전보다는 개그맨의 자서전이 좋습니다. 몇년 전인가 박경림의 에세이도 그런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모두가 안될거라고 말했는데 자신의 치명적 단점을 극복하는 분들.

   얼마 전에 채널을 돌리다가 ‘키스 앤 크라이’에서 채플린을 따라하는 그의 스케이팅 공연을 본 적 있어요. 모습은 웃겼지만 그의 눈빛이 어쩐지 짠하더라구요. 부상을 당했던거죠. 공연을 마치고 발목이 아프니까 서있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고 끝까지 연기인 척 하더라구요. 그 심정을 겪어본 김연아 선수가 울더군요. 그래도 이정도는 늘 있어 온 일이니 나 괜찮다, 하는 그 표정 잊지 못하겠어요. 책에 보니 발목을 다쳤지만 그럼 다음 주 쉬라고 할까봐 이를 악물고 참고 견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더군요. 한 쪽 발목이 불안하니까 한동안 점프하고 착지할 때 다른 쪽을 썼대요. 그런데 그쪽도 아파서 어느날 병원에 갔더니 발목의 뼈가 두 쪽 다 부러진 채로 그것도 모르고 긴 세월 견뎌온 것이었대요. 그런데 수술을 하면 삼 개월 정도 다리를 쓰지 못하잖아요. 지금까지 수술을 안하고 버티고 있대요. 일을 쉬면 안된다구요. 언젠가 승승장구에 나온 그가 그랬어요. 아버지가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고 동생, 누나 모두 형편이 안 좋고 자기가 쓰러지면 안된다구요. 그런 형편을 아는 동료, 후배들이 모두 이제는 김병만이 아이디어 짜고 연습할 때 다칠까봐 제일 걱정한다구요. 김병만은 그런 자신을 스스로 미련한 놈이라고 말해요. 동생처럼 살며시 어깨를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ㅠ.ㅠ

   책에 보니 김병만의 코미디를 논문의 주제로 하신분의 평가가 있습디다. 김병만의 슬랩스틱을 이렇게 말하더군요.

   
 
‘찰리 채플린’의 정교한 리듬과 타이밍의 절묘한 조화로 인해 생산되는 계산된 웃음과 ‘로완 앳킨슨’(미스터 빈)의 좌충우돌 사고뭉치 슬랩스틱, ‘배삼룡’ 선생님의 만담형태의 슬랩스틱, ‘심형래’ 선배님의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슬랩스틱이 모아진 희극적인 바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누구신지 참 잘 분석하셨네요. 그의 코미디를 보고 웃지 않고 운다는 이응진 PD는 ‘다른 곳으로부터 빛을 받아 그것을 반사해서 반짝이는’ 스타가 아니고 ‘스스로 발광하는 스타’라 말합니다. 모두가 ‘삶속에서 스스로 관찰하고 발안하고 학습하고 몸으로 작품을 빚어낸다’고요. 노력과 성실이라는 덕목으로 사람을 웃기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관객들은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밤새 흘렸을 땀과 눈물, 고통과 인내의 덩어리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것이죠. 그가 말하네요. 달인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그건 나도 모르겠다구요.

   
 
모든 건 다 끝이 있으니까요. 구체적인 구상을 한 건 아니지만 만약 개그콘서트에서 ‘달인’코너를 마무리 한다면 평소처럼 할 거 같습니다. 만감이 교차하겠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그를 관두는게 아니잖아요. 다른 코미디를 또 계속 할거니까요. 다음 코너를 위해서 또 열심히 웃으며 달려가는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학로 극장 무대 뒤 보조석에서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어둠과 정적과 고독과 그리고 엄청난 먼지와 함께 잠들었다는 그가 지금보다 더 엄청난 성공을 하길 바라요. 기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그가 이제는 훨훨 날아 달인적인 여유를 만끽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뛰지는 못하지만 쉬지않고 계속 기어서 왔어. 한 순간에 확 뜨는 사람은 중간에 여유를 부릴수 있겠지. 나는 기어서라도 내 목표까지 가는 거잖아.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를 '얼간이'라고 할께요.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거북이'로 부를께요. '얼간이'가 게리의 별명이라면 '거북이'는 김병만의 상징이어요. '얼간이'가 개그맨이 되고 싶은 한 소년의 성장과정이라면 '거북이'는 개그맨이 되어 가던 키 작은 청년의 도전과정이어요. '얼간이'는 소설적 허구인물이지만 '거북이'는 실제 인물이 자신을 말하네요.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코미디라는 꿈을 가졌다는 것 말구요. 꼭 언젠가 된다고 틀림없이 성공한다고 자신을 믿었대요. 한 명도 웃기지 못하더라도 그 한 명이라도 웃을 때까지 웃기고 싶었대요. 제게 그말은 한 명이라도 읽지 않더라도 그 한 명이 읽고서 감동할 때까지 쓰고 싶었다,로 들려요. 그러니까 누구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을땐 자신이 한심한 '얼간이'고 또 누구보다 느려터진 '거북이'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얼간이처럼 웃기는 사람, 거북이처럼 울게 하는 사람이 마지막엔 대단한 사람이 되는거 같아요.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여요. 그들이 얼간이고 거북이인게 오늘 제 서늘한 가슴을 벅차게 달랩니다.

 

  저는 요즘 마음이 조금 급해지려고 해요. 바로 가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죠. 추석지나면 금방 연말로 달려가는 것 같아서요. 오늘 아침만 해도 찬바람이 살짝 스쳐 지나가던걸요. 이번 가을엔 지난 여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자책하고 싶지 않아요. 슬퍼하고 싶지 않아요. 조금 늦었지만 한발 한발 거북이처럼 변함없이 기어가보려구요. 특별한 방법은 없는거 같아요. 그냥 얼간이처럼, 거북이처럼 다만, 꿈을 놓지 않고 계획대로 다가가는 것.

 

 

  혹시 당신도 나와 같이 얼간이로서 거북이가 되어 줄 수 있나요?   

  같이...갈 수 있을까요?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8-18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8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실력에 점수를 매기는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서 버거워요.
무한경쟁으로 달려나가는 듯 해서 더욱 힘들고, 당장 성과를 보이라고 하는거 같아서 정말 힘들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열망이 아닐까 싶고, 한사람님 페이퍼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그리고, 책이 결코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는 말씀에 절대 공감이예요.
몸이 필요한 영양소를 알 듯이, 우리 맘은 현재 필요한 부분을 알고 있는거 같아요. 억지로 바꿀 일이 아니죠.

아....... 얼간이와 거북이는, 정말 제가 되고픈 모습이네요.

한사람 2011-08-18 14:48   좋아요 0 | URL

제일 섬뜻했던 한마디는 저는 당신의 꿈을 사지 않겠습니다..였어요 ㅠ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할 줄은 몰라도 우리도 볼 줄은 아니까 평가할 수는 있잖아요
대놓고 그냥 집에가라, 다른걸 해라고 할 때가 필요한 말인지 알면서도
그때만은 참가자의 입장이 되더군요..

오늘은 어떤 성공한 분이 그래도 한 십년은 노력해봐야 되지 않겠냐는 말씀에 끄덕여요.
그럼 저는 아직 구년이나 남은 거거든요 ㅋㅋㅋ
우리 그렇게 얼간이, 거북이처럼 살아요 !

stella.K 2011-08-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뒤늦게 S본부의 기적의 오디션 보고 있습니다.
위대한 탄생에서 안 좋은 인상이 남아서 오디션 프로 잘 안 보고 있는데
이건 좀 끌리는데가 있더군요.
특히 지난 주 김갑수 클래스 보여주는데, 김갑수씨가 참 달리 보이더군요.
참여한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 줘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옛날 생각도 많이 나더군요.
저야 동호회 수준으로 연극에 참여한 건데, 연극이 얼마나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 끝내게 되서 보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암튼 한동안 좀 지켜보고픈 프로예요.

강호동은 좀 호방한 스타일이라 야망이 없진 않을 겁니다.
유재석은 인간적여서 저도 호감이 많이 가요.
그렇지 않아도 김병만 자전에세이가 나와서 눈에 띄긴합니다.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라능.
김병만이 채플린 분장하고 보니 이 사람의 최종 목적지는 채플린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얼간이 책은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한사람 2011-08-18 14:53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슈스케 하기 전까지 기적의 오디션을 주로 보았어요.
이미숙 편은 정말 후덜덜 ㅋㅋㅋ
많은 걸 차별화하려고 애는 쓰는거 같던데 시간대가 안좋아보여요

안그래도 김병만은 채플린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하더군요
원래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 연기학원을 다녔대요
젊었을때 사진 보니까 신동엽 필이 나더라구요 ㅋㅋ
그런데 모두들 키 작다고 연기 아무리 잘해도 너를 방송에서 안쓸거라고 했답니다.
학원 샘들까지도요.. ㅠ.ㅠ

얼간이 책도 뜻밖의 감동이었어요~

낭만인생 2011-08-1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감동입니다. 리뷰를 참 잘하시는 것 같네요. 읽을 거리가 풍성해서 좋습니다.

한사람 2011-08-18 14: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낭만인생님!!

하하하, 리뷰를 잘한다는 말 첨 들어봐요 ㅋㅋ 잘 쓴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ㅋ
이제 좀 문장력, 기타 글쓰기 위주의 리뷰를 줄이고 이런식의 편한 글을 써보려고 해요
풍성하다는 말씀, 감사해요~

(잠시 넘어 갔다가 왔는데...저와 같이 아이 키우시는 듯해요. 그래서 더 반가워요
얼간이 책도 읽어보신 듯한데 저와 느낌이 비슷했으면 합니다^^)

달사르 2011-08-1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적입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비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는데 슬쩍 책 이야기로 넘어가셨어요. 또 게리에 감정이입되어 게리가 했던 썰렁한 '유머'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혹시나 웃음이 나올 수도 있을까. 얼마나 썰렁하기에 오직 한 사람, 천재소녀만 웃었을까. 게다가 마지막 장면의 하이라이트는 뭘까..궁금궁금하면서 읽었는데,다시 김병만으로 넘어가셨어요. 아..글의 흐름이 너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서 계속 따라읽으면서 살짝 울까..생각했었어요. ^^

한사람 2011-08-18 22:26   좋아요 0 | URL

히, 하나만 알려드릴께요.
게리가 아빠에게 물었죠. "가발을 쓴 대머리 독수리 얘기 들어보셨어요?"
"지금 그런걸 들은 시간이 없구나"
"벌써 다했는걸요. 그게 다여요."

저는 '가발을 쓴 대머리 독수리'가 페이지 넘기면서 갑자기 너무 웃긴거여요.(아빠가 대머리였어요 ㅋ)
미치도록 큰 소리를 내면서 거의 뒹굴면서 웃었어요 ㅋㅋㅋㅋ
뭐, 대략 이런 식입니다.

다들 유재석, 강호동만 모델로 생각하는 것 같은 개그계에 김병만은 드문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게리처럼 하루종일 사람을 웃기는 것만 생각했을거 같았어요.

바보같이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웃으면서..울면서..그랬어요 ^^

cyrus 2011-08-1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재석은 정말로 노력형 대기만성 스타인거 같아요. 지난 주 무한도전에서 과거에 유재석이 MC를 봤던
동거동락을 리메이크하던데,, 동거동락이 제 기억으로는 2000년쯤에 처음 시작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 때도 유재석 나온 동거동락 참으로 재미있게 봤거든요. 연예인들이 하룻동안 같이 지내면서
다양한 버라이어티 게임을 즐긴다는 프로그램 자체가 그 당시에는 신선했거든요,
그리고 게임하면서 나가수처럼 연예인 한 명을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형식도 있었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때 유재석이 연예인들을 상대로 너무 깐족거린다거나 배려가 없는듯한
성의 없는 발언 진행 때문에 MBC 게시판에서 비난하는 글들이 있었어요.
지금의 유재석의 모습이라는 상상이 안되는 일이었지만,, 제 기억으로는 과거 유재석의 진행은
재미있으면서도 가끔은 상대 연예인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발언을 종종 했었거든요,
물론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했는거겠지만요,, 그런데 그런 진행의 문제점을
같이 합숙하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동료 연예인들도 간혹 지적할 정도로 심했어요.
이에 대한 연예인들의 복수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엔 방송을 진행해야하는 MC가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이율배반적이잖습니까? 유재석이 탈락하자마자 게시판에는 유재석의 진행이
재미있으니 부활시켜달라는 성원의 글이 올라오면서,, 다음 주 방송에서 MC로 복귀했어요.

막 쓰다보니 댓글이 길어버져버렸는데,, 결국에는 사람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라면 노력은 해야하는거 같아요.
그 때 유재석도 동거동락에서 탈락하면서 적잖이 당황했고 자신의 진행 자질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했을거에요.
유재석이 동거동락에 복귀할 때도 시청자들과 동료 연예이들에게 자신의 경솔한 진행에 대해서 사과했거든요.

부단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런 시행착오 역시 국민 MC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유재석뿐만 아니라 강호동, 김병만까지 정말 노력이 없다면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지 못했을거에요 ^^



한사람 2011-08-19 21:28   좋아요 0 | URL

ㅋ 저도기억나요 동고동락때 깐죽거리던 진행ㅡ머리도 바람돌이 ㅋㅋ 에고 여기가 바깥이라

-------------------------------------------------------------------------

예, 제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유재석, 강호동만 노력하는 MC인줄 알았는데..
진정한 희극인이 되기 위해 거북이처럼 한발 한발 기어온 김병만을 이제서야 알아보게 되었다는
그래서 참 무심했구나..싶은 미안함이었어요.

오늘 하루 종일 놀다왔네요..ㅋ
1박 2일도 육개월 후면 종영한다던데 무엇이든 정상에서 오래 그 상태를 유지하는것이
얼마나 힘든것인지 다시 깨닫게 되더군요

시루스님, 이제 개강을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하시느라 바쁠텐데
마음만은 편한 주말 되어요^^



가연 2011-08-24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달인 책은 읽어봤는데ㅎㅎ 이건 여담이지만.. 김병만씨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들어가기가 힘들구나, 혹은 서열이 엄격하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몰입하기가 어렵더군요 ㅎ 희극인들은 그렇게 심하다던데. 에휴

한사람 2011-08-24 21: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희극인은 몇몇 유명 인기 개그맨을 제외하면 아주 열악한 현실인듯해요. 그러니 김병만도 결국 운이 나쁜 건 아닌 것이구요. 언제까지 달인을 할 것이냐도 중요해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조연쪽으로 나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배우들도 코믹한 조연들이 많아서.. 판을 옮기면 것도 수월해 보이지 않아요. 다시 꽁트식의 코미디가 유행하지 않는 한 김병만은 자신을 뛰어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네요.

2011-10-31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31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1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2, 3주간 주말에는 산문과 에세이를 읽었다. 그런데 그건 비단 지난 몇 주 만의 패턴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계기다) 아무래도 가족들과 함께 있는 주부로선 주말에 지긋이 앉아 나만의 독서 시간을 이어가기가 힘든 형편이다. 그렇다고 책을 멀리하기엔 서운하다보니 툭툭 이야기가 끊어져도 상관없는 에세이류를 집어 들게 된다. 리뷰에 부담이 없는 책을 찾게 된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에세이는 어떨 땐 다 읽는데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어제 신달자 에세이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과 은희경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을 같이 덮었는데 리뷰를 따로 남기자니 작위적인 글이 될 듯하고 그냥 넘어가자니 허전하여 내 나름대로 비교형식의 페이퍼를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일었다.

   한 여름을 앞두고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비소설류이고 방식은 다르지만 내게 많은 위로가 되었던 글들이라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다. 내겐 글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습관이 어느덧 지금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된 듯하다.

   편의상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은 ‘여자’, <생각의 일요일들>을 ‘생각’으로 불러야겠다. ‘여자’와 ‘생각’을 동시에 덮은 한 ‘여자의 생각’ 인 것이다. ‘여자’가 마흔 이상의 여성을 집중적으로 위로한다면 ‘생각’은 글 좀 쓴다는 어리지 않은 여성을 위로한다는 느낌이다. 순전 내 느낌이니 아니다, 이 책들은 나이, 성별과 상관이 없다는 분들은 아마 나보다 사고가 유연한 분들일 것이다. 경험상 마흔 이상의 글 좀 쓴다는, 글을 쓰고 싶은 여성이라면 이 두 권과 함께한 올 여름이 결코 아깝지는 않을 터이다.  

 

                                          
  


 

 

 

 

 

 

1. 고궁 VS 레스토랑

우선,

‘여자’를 덮고는 제일 먼저 고즈넉한 고궁에 가고 싶었다.
‘생각’을 덮고는 파스타와 와인이 멋스런 작은 레스토랑을 가고 싶었다.

   고궁에선 봄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나리나 벚꽃이 피어난 상투적 장면 같은 분위기속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한나절 멍하니 벤치에 앉아만 있다가 오고 싶었다. 벤치에 앉아서 나는 어떠한 생각에 잠기고 싶을 터였다. 예를 들면 내가 어릴 때부터 집주소를 기억하던 그 모든 집, 나를 길러오고 내가 살아왔던 그 집들을 다시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나는 부모님과 가장 오래 살았던 집이 생각나 잠시 사진첩을 뒤적거리기도 했는데 신기한건 부모님도 부모님이지만 그 집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집의 구조가 훤한데, 그 집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퍼지는 거였다.

   와인과 스파게티를 하다가 말아먹은 뼈아픈 기억이 있어 사실 언젠가부터 와인 하는 집은 가지 않아왔다. 원가를 알면 술을 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을 읽는 내내 내가 좋아하는 페퍼잭 치즈와 진한 카베르네 쇼비뇽 한잔을 마시고 싶었다. 은희경 작가는 피노 누와를 좋아하시는 듯 한데 피노 누와는 여간해서 맛있는 브랜드가 드물다. 오랜만에 1865 까르미네르가 생각나는 거였다.


2. 합창 VS 가요

‘여자’를 넘길 때 남자의 자격 청춘의 합창단을 보며 뭉클했고
‘생각’을 넘길 때 불후의 명곡 재방송을 보았다.

   어르신들이 입을 벌려 노래를 하시는 모습은 왜 이리 찡하고 감동적인 것일까. 그들의 눈빛과 입모양에서 미처 못다 이룬 꿈의 계절을 엿본다. 그리곤 다시 꿈이 있었던 그 시절의 간절함을 느낀다. ‘여자’는 여자들의 못다 이룬 꿈을 들추어 낸다. 신달자님이 여성으로서 모진 풍파를 겪고 여기까지 오신 분이기에 목소리는 늘 큰 언니같고, 이모같고, 선생님 같고, 엄마같다. 그런 당신의 마음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시큰하다. 왜 참고 있다가 눈물이 한방울 나올 때 누군가가 울지 말라고 안아주면 더 크게 울음이 터져버리는 것 같은.

   <소년을 위로해줘>가 힙합 소년의 이야기인데 나는 책에서 아무리 힙합론을 주장해도 그냥 내가 그 시절 좋아했던 가요만이 생각난다. 이를 테면, ‘너를 처음 만난 날 소리 없이 밤새 눈은 내리고~’ 혹은 ‘혼자만의 사랑은 슬퍼지는 거라 말하지 말아요~’같은 가사가 입을 맴돈다. ‘생각’이 아무래도 <소년을 위로해줘>를 만나고 그에 빠졌을때를 떠올리게 하는 거였다.


3. 삼겹살 VS 아이스크림

‘여자’의 몇몇 중간에 삼겹살과 소주가 생각났고 잘 차려진 한정식의 밥상이 생각났다.
‘생각’의 몇몇 중간에 핑크빛 샴페인, 잭 다니엘(콜라탄)이 그리웠다.
달달한 아이스크림, 진한 초코렛도 먹고 싶어졌었다. 필라델피아 치즈케잌도.

   여름이라 반찬하는 것이 아주 고역이다. 불 앞에서 불쾌감은 물론이고 요리하면서 이미 식욕이 떨어지기 일쑤다. 복숭아, 포도, 수박같은 여름과일과 미숫가루, 토마토 주스로 식사를 때울 때도 있고 비빔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요리시간 자체를 줄이기도 한다. 그러다 갑자기 잡채, 굴비, 불고기 같은 밥반찬이 그리워 실제로 어느 비 억수로 쏟아지는 날 나는 잘 아는 한정식 집을 부러 찾아간 적도 있다. 밥먹고 나올 때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나는 선글라스를 낀 채로 운전을 했다. 빗속, 밤속을 뚫으며 내 입에서 나지막히,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한마디. 엄마... 내가 엄마를 불러본지도 어언 삼년이 지나 4년이 되가고 있었다.

   어느 일요일 외제 식품 사이트에서 구입한 초코렛류의 과자, 쿠키, 음료수를 풀어놓고 우리끼리 초코렛 파티를 했다. 먹다가 너무 달아서 콜라를 마셨고 갑자기 매운 맛이 당겨 떡볶이를 급하게 사다 먹었다. 이 모든 것은 그녀들의 에세이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들이 나로 하여금 패배감을 안겨준 건 처절한 다이어트, 체중조절의 불가능이었다. 많은 먹을 것들이 생각나 그걸 먹고 싶게 하는 책. 그러므로 책들은 본능을 자극하는 욕망의 메시지가 숨어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밖에, 
 

‘여자’가 강연의 형식을 빌린 면담이라면
‘생각’은 독백을 가장한 편지.

‘여자’는 어머니라는 여성이
‘생각’은 여자로서 친구가 떠올랐다

‘여자’는 재래시장에 가고 싶었고
‘생각’은 대형 쇼핑몰에 가고 싶었다

‘여자’는 여성이기에 외로움을
‘생각’은 글을 쓰기에 고독함을 달래주었다.

‘여자’는 다시 일어나라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생각’은 잠시 누워라 발목을 잡았다.

‘여자’는 지혜가 삶의 지구력이라 말씀하셨고
‘생각’은 지성이 개인의 우주력이 될 수 있다 말해주었다.

‘여자’는 트로트가 바뀌어진 발라드 노래, 예를 들면 백지영이 부르는 ‘무시로’를 다시 듣고 싶었고
‘생각’은 록의 재즈버전, 그러니까 박정현이 부르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자꾸 듣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여자’는 여자로 산다는 것의 고민을
‘생각’은 소설가로 산다는 것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었다.

‘여자’는 안성기
‘생각’은 박해일
둘 다 장동건, 이병헌은 생각나지 않았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문장이다.

   
 
- 우리가 익혀야 할 최고의 기술은 자기를 있는 힘을 다해 살게 하는 기술일 것이다.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 자기 자신의 문제를 소설 속에다 적나라하게 고발해놓고 현실에서는 결코 고치지 않는 사람들이 소설가가
  아닐까
.   -<생각의 일요일들>
 
   


 나를 있는 힘을 다해 살게 하는 기술이란 무엇일까. 그게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에 고개를 숙인다.
 혹시 리뷰쓰는 자는 그 책의 장단점을 리뷰에 적나라하게 고발해놓고 현실로 돌아오면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아닐까.

연휴가 끝나고 있다.  예전에 소원했던 사람과 좀 오래 대화를 했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웃기게도 이 나라, 우리 사회, 정치인, 스티브 잡스, 우리 교육, 김연아, 이외수, 베스트셀러, 워터파크, 기후, 과일 물가, 추석, 가을까지... 그냥 대충 머리에 떠도는 잡담을 오래 나누었더니 꽤 진지한 성찬이 된 느낌이다.  

결론은 사는게 억울하다고 징징대지 말자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우리 모두는 다 각자가 억울하니 그걸 내세우지 말자는 누군가 내 억울함을 특별히 달래주길 바라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실은 서로의 억울함을 달래주었던 건 아닐까..싶다만.

하루종일 매미가 울었다. 그런 소리 딱 일년만이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샘 2011-08-1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의 핵심을 잘 짚어낼 수 있는 리뷰네요. ^^
스포일러가 아닌데도 왠지 이 책들을 읽는다면 데자뷰처럼 기시감이 가득 들 것 같은데요.
신선함보다는 그들의 중년이 품고 있는 모습이 번연히 리뷰에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써 주시고 더운 여름 잘 나시길...
포도주 이름은 봐도 그게 그거 같더라구요. ㅠㅜ

한사람 2011-08-16 01:11   좋아요 0 | URL

히, 안녕하세요, 글샘님 ~
앞으로 이런 식으로 그냥 편한대로 두권을 가지고 비교를 해볼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재미나다 해주셔서 마구 용기를 얻고 있어요 ㅋㅋ

여름이 길거 같아요. 폭염은 아니더라도 끈기있게 더위와 싸워야 할거 같네요
여름엔 와인이 별로 안어울리긴 한데,
시원한 스파클링의 로제 와인 한잔에 냉동 치즈 케잌을 같이 하고 싶네요~

글샘님도 더위에 지치지 마시구요^^

2011-08-16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1-08-1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혼 여자였을 때의 전 과일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기혼 여자인 지금... 옆지기나 애들이 달라고 하지 않으면 제가 먼저 과일을 먹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특히 작은애 임신했을 때까지만 해도 환장하고 먹던 복숭아를 이제는 무척 기피하는데, 며칠전 그 이유를 깨달았어요. 분리수거하기 까다롭고 벌레가 많이 꼬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제가 기피하고 있었던 거죠... 주부의 비애가 입맛까지 바꾸나봐요.

한사람 2011-08-16 12:5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조선인님~

저두..수박 껍질, 포도껍질 모아서 버리는게 젤루 싫어요.
조금만 지나면 날파리 꼬이고 냄새나고..나가기는 싫고 ㅠ
지난번에는 아이가 자두를 먹다가 남겨서 그걸 먹었는데
하필 그 베어문 부위에 하얀벌레가 나오는거여요 흑..

제가 어렸을때 엄마가 복숭아 깡탱이만 드셨는데
이제 저도 그러고 있더라구요...
복숭아도 얼마나 비싼지..저는 수박이랑, 포도랑 복숭아를 주식으로 먹는 이유가
그게 밥보다 비싸서 ㅋㅋ 그런 이유도 있어요

에구..벌써 또 아이 점심 줄 시간이네요 으허헉..

보물선 2011-08-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나두 저 두권이 침대 머리맡에 있군.
근데 난,마흔은 넘었는데 글좀 쓰는 여자는 아니야.
나는 그냥 글 좀 읽기만 하는 여자로 해줘~ㅋㅋ

한사람 2011-08-16 17:06   좋아요 0 | URL

그렇지, 글좀 엄청 읽지 ㅋㅋㅋㅋ
에세이, 산문은 이상하게 쉬워도 진도가 안나가~~

그 두권을 덮은게 이렇게 속 시원할줄 몰랐어!

cyrus 2011-08-1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격합창단은 재방용으로 보는 편이에요. 남격이랑 나가수랑 편성시간대가 같더군요 ^^;;

한사람 2011-08-16 22:50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사실 런닝맨을 봐요 ㅋㅋ
남격은 저도 재방송으로 자주 보고요

불후의 명곡도 뒷부분에서 무도로 턴하다 보니..
재방송으로 보네요, 결론은 거의 주말을 예능으로 사네요 ㅋㅋㅋ

마녀고양이 2011-08-17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비판하고 고치지 않는.... 음, 찔리는군요. ^^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행동과 이상을 일치시키기 어려워 혼란스럽습니다. 강남좌파처럼요.

그나저나... 곧 추석이군요. 아이고, 돈 없는뎅. 아하하.

한사람 2011-08-17 09: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번 산문집이 소설을 쓰는 동안 같이 이루어진 작업이라 그런지
유난히 소설쓰는 작가의 이기심, 불안감, 고독함 같은 정서가 가득하더라구요

강남좌파의 교훈이 행동과 이상의 불일치군요 ㅋㅋ
저도 그 책이 궁금한데 평가단으로 선정될 확률이 있어서..잠시 미루어 두었거든요
요즘 참 정치인 책이 봇물터지듯 쏟아지는 것 같아요


오늘 아침은 어제아침보다 서늘하네요..
추석이 지나면 금새 연말이 되던데.. 올 추석상에는 과일하나, 생선 한마리가 엄청 부담이네요
예전에 엄마가 제사지낼때 평소에 보지 못하던 아주 좋은 품종의 과일만 사오셨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식으로 차례지내려면 거덜나게 생겼습니다

모두가 추석을 앞두고 우울해지지 말아야 하는데..

힘냅시다!!!
 

 


#1. 물타기이즘


   나이가 드니까 자꾸 어떤 사안에 협상을 하려드는 성향이 짙어진다.

   좋게 말하면 양쪽 모두 이해하려는 심정이 많아지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 속내를 감추는 것이다. 속으로는 이미 내부 판단을 마쳤으면서 바깥으로는 남들이 원하는 말을 하거나 그들사이 중간 어딘가에 맞추어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이다. 상대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므로 나를 틀렸다 지적하는 사람들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어떤 논란이 일게 되면 뒷짐지고 돌아가는 추이를 살펴보고 평화로운 결론을 내비친다든가 아니면 아예 침묵하는 것으로 외면한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솔직한 것이 자신의 경쟁력이 되지 않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감추고 돌리고 넘어가는 것이 가시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물론, 나라고 아니라 말 못할 것 같다. 그러다가 주기적으로 한번씩 옷을 벗을 때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벗은 나를 그다지 반기는 것 같지는 않다. 남들이 판단하는 내 가치는 남들의 것이라 늘 책에서 확인해왔으면서 나는 그렇다고 내가 말하는 내가 전부인 것은 아니라고 아무도 그렇게 믿지는 않을 거라고 우겨댄다. 어렸을때부터 나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쪽에 속했는데 이것도 마흔 넘으니 슬슬 물타기를 하고 싶다. 그런 팔자가 정말 삶의 행복에 도움을 주는 것인지 경험상 피곤하다 쪽에 무게를 두면서 생긴 현상이다.  


#2. 공정하니즘

   모 출판사는 최근 리뷰대회 공정성의 문제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해 수상을 많이 한 자는 리뷰대회에 수상토록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들의 초안이다. 신규 참가자에 더욱 수상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리뷰대회의 본질은 리뷰쓰기 장려가 아니라 출판 장려라는 마케팅 행사임을 파악할 수 있다. 상타는 놈이 그놈이 그놈이니 출판사로서는 메리트가 없는 장사인 것이다. 리뷰대회가 소위 일부 글좀 쓴다하는 서평자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긴 하다. 그동안 주로 상타는 놈쪽에 속했던 나로선 썩 기분이 좋은 건 아니지만 불공정한 처사라 대놓고 말하긴 거시기한 사안이다. 아마 나처럼 그동안 리뷰대회를 습관적으로 혹은 목적적으로 참여해온 분들이라면(더군다나 수상도 여러번 한 경험이 있다하면) 마치 덜 익은 단감을 한입 베어문 기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 되었을 당시 이미 그 출판사의 리뷰대회는 참여하지 않기로 작정을 하긴 했었다. 가진 건 없어도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인생이므로, 그동안 많이 해먹었으므로, 또 하필 그때 (재수없게)수상까지 한 죄인인지라 더 이상 뭐라도 써내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앞으로 황석영, 김훈 작가같이 대회와 상관없어도 내가 읽고 싶고, 이미 읽었고 또 기록으로라도 리뷰를 남기고 싶은 작품이라면 리뷰대회 기간이 지나고 난후 아니면 대회규정과 다르게 올려놓자,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 물론 그렇게 까지 내 자신을 정당화하고 나서도 기분은 드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내 돈 내고 책 사서 내가 읽었다고 내 마음으로 남겨놓는 리뷰까지 리뷰대회 눈치를 보며 숨어서 글을 올려야 하나, 내가 죄인도 아닌데 이게 뭔 짓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까놓고 얘기해 대회와 상관없이도 진심으로 적어놓은 내 몇 줄의 글을 읽고 내 이웃님들이 그 책을 여러 권 샀다고 하면 그 출판사는 누구 덕을 본 것인가. 이런 치졸한 보상심리까지 생겼지만 나는 안그런 척 했다. 나는 마이너고 그쪽은 메이저 니까. 혹시 내가 같은 메이저가 되는 불상사가 일어났을때를 위해 아니 그냥 더 이상 마이너로서 자존심 세우는게 쪽팔려 왼쪽 가슴에 묻어버렸다.(우연의 일치인지 그동안 빈번한 수상자로서 활동해온 사람들은 (앞에선)모조리 침묵했다)

   그런데 글 좀 쓰고 늘 책 좀 읽고 또 매번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공정성을 위해 수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면 그런게 공정성이라면 적어도 이곳 알라딘은 엄청나게 불공정한 방식이 된다. 알라딘이 선정하는 이달의 당선작, 내가 보기에 선정되는 사람들은 늘 되는 사람쪽에 속한다고 믿기에. 우선 나만해도 그러니까. 다시 말해 되는 사람은 누구의 범주인가. 인기서재라 검증된 자, 서재 메인에 자주 노출되는 자, 리뷰대회에 빈번하게 수상되는 자. 꼭 알라딘은 아니더라도 어느 한 곳의 파워블로거 혹은 파워북로거로 활동하는 자, 쌩쓰투를 많이 받는 자, 서재질을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자. (물론 이들이 서재질을 대충하는 사람들보다 글을 잘쓰고 더 유익한 글을 쓸 확률은 높다) 즉 자주 보아온 사람들이 자주 타는 것 아닌가 말이다. 충성고객을 우대한다는 측면도 있고 지난 한달간의 활발한 활동을 위로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 적립금으로 뭘 하겠나. 다시 이곳에서 책을 사보지 않겠나) 또, 특별히 당선작의 리뷰가 안당선작의 리뷰보다 월등하게 잘썼다고 여기지 않는 바이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앞서 말한 출판사로 보면 불공정한 처사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나같이 (1년 이상 활동하고)이달의 당선작에 늘 선정되는 자에겐 공정하고 (초보 활동자로서)힘들여 썼지만 그냥 거시한 이유로 선정되지 않은 자에겐 불공정한 방식이다. 옆동네 서점은 알라딘과 달리 매주 신규 회원 위주로 당선작을 선정하고 심지어 기존에 한번 수상한 사람은 육개월내 같은 상을 주지 않는다는 규정도 있다고 들었다.(물론 충성회원들은 다른 자체 대회에서 골고루 상을 나눠주기는 한다만) 신규 회원확보 차원에서 미끼를 던지는 것이 사내 방향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런면에서 알라딘은 그나마 덜 상업적인 것인가)

 

#3. 알라디니즘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자는 건 아니다.
   어떤 공정성이 적절한지 묻고 싶지 않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성은 철저하게 공정을 운영하는 쪽의 몫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가 배워온 기회의 분배, 심사의 공정, 능력위주의 평가 이런 것들은 우선되는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운영방향 아래에 놓이는 부수적인 것들이라는 것. 그러므로 그들은 모두 불공정하다. 누구나 불공정하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정함이다.

   나이들면 이 만연한 불공정한 세상사와 매사 부딪혀가며 내가 맞네 우기고 싶지가 않다. (나만 해도 저기서의 공정성에 피해를 봤지만 여기서의 공정성에 혜택을 입지 않는가)

   알라딘이 그나마 마음에 드는 건 아직은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의도적이건 계략적이건 아니면 습관적이건 어떠한 문제를 자기 시각으로 통찰하여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제 트윗에서 어떤 모르는 분이 남들이 지지하는 사람과 그 지지자는 잘도 비난하면서 왜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은 숨기고 밝히지 않는지 그것이 비겁하다는 글을 보았다. 뜨끔했다. 내가 숨기고 말하지 않아 와서 잘 아는데 다 나이들고 솔직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다.

   오늘은 내가 그동안 그렇게 줄기차게 부르짖어온 위선과 속물정신이 내 경쟁력이 된 것에 욕하지 않고 위로를 하고 싶다. 늘 착한척 위하는 척 좋은 척 하다보면 혹시 누가 아나. 정말 착해지고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될지.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하니 그냥 난 계속 위선하련다. 자기 학대나 파괴로 윤리성을 회복하려는 글 쓰는 자들을 종종 보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 일단 내 위선을 인정해야 상대의 위선을 인정해줄 수 있다. 상대가 위선인지 알아볼 수 있는 건 자기 역시 위선적이기 때문임을 명심하자.




 

배명훈. 개인적으로 작년에 읽은 단편집 중에 기억나는 <안녕, 인공존재>의 작가. 문학적인 스킬 보다는 일단 이야기의 소재면에서 타의 추종 불허. 상상력이 우주적이라는 것에 절대공감하는 작가이다. 씹기에도 딱 좋은 소설을 쓴다. <육식이야기>의 베르나르 키리니라는 벨기에 작가와 견줄 수 있는 유일한 기대주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이 논란속에서도 어찌 됬건 7만부를 넘었다고 들었다. 엊그제 조선일보 명사 칼럼에서도 이 책을 휴가지에서 읽었다고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려면 이런 소설을 읽으라는 글을 보았다. 화제성과 파워면에선 김애란 보다 떨어지지만 출판사로선 선방할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그리고 참고로, 이런게 위선이라는 말씀이다. 한번은 비판하고 또 한번은 띄워주고. 니고시에이터, 파워브로커로서 위의 글하고 이 책하고 끼워맞추듯 작위적으로 글을 편집하는 행위. 페이퍼의 제목을 보시라. (문장이라도 두어줄 옮겨다 놓고 싶었는데 아직 밑줄긋기 문장도 소개안된 어제부로 넘어온 소식이란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얼마나 출판사에 도움이 되는 위선자란 말인가 ㅠ)

   첨부터 계획한건 아니었지만 쓰다보니 이리되었다. 하도 적립금 행사를 홍보하길래 어쩔 수 없었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예판 적립금은 알라딘이 제일 많다. 이유가 뭘까 ㅠ) 그리고 주말이 되면 신간에 괜히 기웃거리게 되는데 내 생각에... 이것도 영화처럼 개봉날짜를 조율하는 건가, 뭐 이런 앞서가는 생각도 든다. 암튼, 알라딘에서 먼저 홍보하길래 카페에 왜 소식이 늦는거냐 질타를 한 쪽이라 오후에 전 온라인이 <신의 궤도>인 것이 괜히 찔렸다. 말만해놓고 책은 안사보는 웃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 정도?(당연히 이달의 당선작 알사탕으로 ㅋ)  그것이 내 위선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 되겠다. 쩝.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1-08-1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하나는 내가 했어요.ㅋ
솔직히 알라딘도 집계를 어떻게 내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열심인 서재인이 당선작을 내는 것 같긴한데
나는 당선작과 그다지 많이 인연이 없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고.
추천 많이 받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많이 못 받았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나의 경우는 그나마 추천을 많이 받아야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별것도 아닌 페이퍼에 추천도 받고 당선작도 되고 하는 것 보면 확실히 제 기준은 아닌 것 같긴해요.

더구나 동시다발 당선작. 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이해가 잘 안되고 있어요.
이게 장려금이 낮았을 땐 그냥 진짜 장려금이려니 하고 알라딘 나름 인정있어 좋다. 했는데
당선작을 줄이면서 장려금을 높여 글의 퀄리티를 높이겠다 이러고 나오니 나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열등감이 화악 느껴지더군요. 특히 영화 리뷰에서 당선작을 못내고 있어요.
그럼 그전까지 썼던 건 뭐지? 그나마 바뀌기 전엔 한달이면 당선작은 20편 정도 뽑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바뀌고나서 10편만 뽑잖아요.
써 봤자 되지도 않는 거 써서 뭐하나 싶다가도, 어떤 영화는 정말 너무 괜찮아서 알리고픈 마음에 열심히 쓰긴 씁니다만, 쓰고나서도 기분이 참 찝찝하더군요.
장려금은 그냥 장려금일뿐이예요. 다음에도 좋은 글 쓰라는 뜻의.
그런데 알라딘 그렇게 퀄리티 따져 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무슨 리뷰집내서 책 팔아 먹을 일 있습니까? 잘 쓰는 리뷰어들 영화 평론가 만들어 줄 일있습니까?
정책 바뀔 때 당선작만 줄였다뿐 총 금액은 똑같다고 하는데 그게 더 우습다는 거 지금쯤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하는 건, 오히려 축하금이 낮고 당선편수가 많았을 땐 나름 알라디너들끼리도 분위기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책이 바뀌고 나서 알라딘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가 않다는 겁니다. 그것도 알라딘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저만해도 알라딘에 글을 남기는 건 습관일뿐 어떤 애정이 있어 남기는 건 아닙니다. 물론 권태로울 때도 되긴했죠. 하지만 꼭 저의 권태로만 미루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요.ㅠ

stella.K 2011-08-12 19: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동안 입바른 소리해서 소원해진 알라디너들이 몇있습니다. 제가 뭐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진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더군요.ㅠ

한사람 2011-08-13 12:18   좋아요 0 | URL

으앙~ 덧글을 길게 쓰다가 날렸어요 흑흑.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사실 알라딘의 공정성을 화두로 걸고 공론화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잘 받아 먹으면서 공정한가, 이러면 웃기잖아요 ㅋ)공정성이라는 게 자본을 가지고 공정을 운영하는 측이 정하는 문제라 거기에 상처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나름의 방어기제로 위선하겠다..뭐 이런 글이었는데 ㅠ.ㅠ

그래도 이렇게 솔직하게 의사를 내비치는 분은 스텔라님이 거의 유일하신거 같습니다^^

일단, 제 생각에 옆동네처럼 이 주가 아닌 이 달이다보니 아무래도 한 번에 눈에 더 띄게 되고
안 되었을때 상실감이 클 거 같습니다. 혹자들은 그까짓거 알사탕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
상주면 받고 안주면 안받으면 되는건데 뭘 목을 메나..하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매번 받는 제 입장에서도)이곳에서 열심히 활동을 한다고 스스로 생각해온 분들이라면
그것 또한 위선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글써오지 않았더라도 우연이라도 한번 받아본 다음엔 조금 생각이 달라지게 되있지요.
평소에 그런거 신경안쓴다 하면서 이곳의 이주에 볼만한 영화? 에 지원해놓고 떨어지니까 지우는 사람도 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리뷰는 잘 안써봐서(두어편?) 그쪽은 잘 신경을 안써왔는데
그러고보니 스텔라님은 영화리뷰도 책 리뷰 못지 않게 써오셨던거 같습니다. ㅋ
간혹가다가 좀 지났지만 많이 알리려고 싶은 마음이었단 뜻을 내비친 기억이 나네요ㅠ 이제야 속상한 맘을 알거 같아요..

또, 저는 스텔라님만큼 활동을 오래 안해서 그런지 당선편수와 알라디너끼리의 분위기같은건
생각도 못한 회원이네요 ㅋ 저는 부러 찾아가서 축하인사하는게 쑥쓰럽더라구요. 아시다시피 제가 글 남기는 이웃은 거의 정해져 있어서 ㅋㅋ 그분들이 상타면 그냥 덩달아 좋은 정도라 생각했습니다..




한사람 2011-08-13 12:50   좋아요 0 | URL

그리고..입바른 소리해서 사이가 멀어지는건..온라인의 한계인거 같습니다

민감한 사안에 관한 글을 쓸땐,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예로 들때도 있고..
또 스쳐지나가다 보아온 사람의 예를 들때도 있는데
(그 사람과 안좋은 사이라서 그런게 아니었지만)

그러다보면 그 글을 읽는 사람은 마치 자신을 지적하는 것 같고
나를 비난의 소재로 썼다는 느낌을 받고..
그런걸 일일이 확인하는 건 유치하므로 그냥 쌓아두게만 되는거 같습니다
(저도 양쪽의 일에 다 걸쳐본 사람이라..ㅠ.ㅠ)

얼굴보고 차한잔하면 금방 오해가 풀릴 일 일인데
여기선 오로지 글로만 만나니..
이해와 오해. 실망과 감사를 늘 넘나들며 사는거 같네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존중해주는 문화가 되도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수밖에 없는듯 합니다
(어떨땐 가해자도 반대로 피해자도 될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죠..)

cyrus 2011-08-1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텔라님 말씀처럼 선정 부분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합니다. 한사람님이 언급하신 모 출판사 이벤트 사건이
단순 특정 출판사에만 국한되는 사건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선정 과정에 대한 궁금중이
계속 축적하게 되면 선정의 공정성에 대해서 운운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잠잠하던 문제가 갑작스레
터진다면 알라딘 회사뿐만 아니라 괜히 선정되신 분들에게도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될 겁니다. 한사람님이
제기하신 부분은 한번쯤은 공론화해보는 것도 좋을듯해요 ^^

한사람 2011-08-13 12:33   좋아요 0 | URL

제가 볼때 알라딘의 이달의 당선작에는 (타사와 비교해)적어도 글을 못쓰는 분들은 당선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분량이나 밀도, 문장력, 시의성, 화제성, 신간과 구간의 비율등등 여러가지를 고려해봐도
안될 사람이 되는 시스템은 아니라 믿습니다.

만약, 문제 제기를 할수 있다면 스텔라님이 언급하셨던 것 처럼,

안그래도 적어진 당월 당선작 편 수에 분야별로 중복수상하는 것(이부분은 또 제가 괜히 이번에 중복수상하신 시루스님이나 기존에 중복수상 한적있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드릴까봐 염려스럽습니다. 사실은 저도 중복수상한 적이 있어서..할말은 없습니다. 그냥 주시니까 계탔다는 심정이었죠 ㅋ 제가 여러개 탔으니까 다른 열심히 한분이 못탔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ㅠ.ㅠ 또, 나누어 주기 식이 아니라 잘쓰는 사람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시스템이라면 이것이 더 공정한 것이다..그런 생각도 하거든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상의 선정기준은 밝혀봤자 서로에게 크게 도움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짜피 이곳의 공정시스템은 무슨 문학상처럼 순수 글쓰기 능력을 장려하는 차원이 아니고
상업적인 출판 문화를 내세우는 곳이니..까요..그리고 우리는 그걸 수용한 입장이니까. ㅠ


가연 2011-08-1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딱히 못느꼈는데... 저같은 사람도 당선되는 걸로 봐서는 상당히 공정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ㅎ;; 다른 곳에서 리뷰를 본격적으로 쓴 적도 없고 서재활동도 거의 못하고 서재 시작한지 세 달 정도에 이번에 뽑힌 글은 이 책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라는 내용의 글이라서 당선이고 뭐고 아무런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사실 어떻게 선정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참 궁금하기는 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는 않네요; 만약에 기준을 알게 되면 앞으로 쓰는 글들이 겉으로는 안그렇다고 해도 속으로는 내심 기준맞추어 쓰려고 할 것 같아서... 처음에 뽑혔을때는 솔직히 고백하건데 조금 으쓱했지만 지금은 되면 되는 거구... 안되도 내가 열심히 썼으면 내 글에 자추한번 날려주고 씩 웃으면 되는 거니까

한사람 2011-08-13 12:59   좋아요 0 | URL

가연님같은 숨은 실력자가 당선작을 내는 건 정말 공정한 일입니다 !
주례사 비평만 선정한다면 그건 알라딘 스럽지 못하구요 ㅋ

주제넘지만..제가 볼때 가연님은 인문분야 서평을 자신만의 시각, 색깔로 독특한 문체를 유지하면서도
책에 대한 장단점을 아주 쉽게 써주시는 분입니다. 인문쪽 서평을 어렵게 쓰는건 외려 더 쉽다고 봅니다. 많이 알아야 쉽게 표현할수 있죠. 저 역시 제가 쓰기 전에 혹시 가연님이 먼저 쓰셨다면
꼭 읽어보는 정말 드문(?) 분입니다.

저도 옛날에 당선작을 고르는 일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 배운건 일등은 절대성,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참가한 작품 중에서의 일등할만한 이유에 적합한
작을 선정하는 일이라는 것이었어요.
또 심사기준 같은게 미리 정해져도 늘 예외는 있습니다.
일부러 예외작품이나 기존법칙에 해당되는 작품을 조율하기도 하구요..
순전 공정의 법칙과 시스템을 운영하는 쪽의 몫이죠.

그런 모든걸 저 역시 세세히 알고 싶지도 않고..아는게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에 동감은 합니다..
지금은 어쨌든 제쪽이 무언가 내는 쪽이니까요
제가 파악한 것은 알라딘은 신규회원보다는 기존 충성회원을 더 존중해주는 편이다, 입니다.
(저는 사실 그게 맘에 들어서 이곳에 있는 것일지 모르구요)

사실 출판사들은 거의 전적으로 기존회원보다 신규회원에 열렬한 환영을 표시하고
기존회원은 특별히 신경 안쓰는 쪽이라 할수 있죠 ㅠ
출판사나 온라인 서점이나 그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활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들,
즉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이 언제나 문제를 제기하고 그로써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또 제가 말하고 싶었던건 각기 다른 공정성으로 인해 어떨땐 피해를, 어떨땐 혜택을 받는 것이
세상이니 그것에 연연해하지 말고..나대로 살겠다..뭐 이런 이야기 였습니다 ㅋ

가연 2011-08-16 20:49   좋아요 0 | URL
으아..ㅠㅠ 너무 부끄럽네요ㅠㅠㅠ 고맙습니다

쓰시고자 한 내용은 저 댓글 달고 잠깐 생각해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그때 한사람님께서 덧글을 남기고 계시는 것 같아서 썼다가 지우는 것도 이상해서 그냥 두었답니다 ㅎㅎ 나대로, 가 가장 좋은 거겠죠? 요즘은 저는 저대로 살기가 어려워서 에휴..

2011-08-15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08-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예스와 알라딘이 그런 차이가 있군요. 저는 최근에 이달의 당선작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요. 당선되실 분들이 다 당선되셨던데요! 글 잘 쓰면 다달이라도 계속 주는게 맞지요. ㅎ 저는 제가 좋아하는 분이나, 제가 찍었던 리뷰, 포스팅 등이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니까 괜히 덩달아 으쓱~해지던데요. 그리고 제가 모르는 분들도 당선작 글 읽으면서 한 분씩 알게 되기도 해서 좋았구요.

입바른 소리는..하는 사람이 힘들어질 때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한사람 2011-08-16 22:05   좋아요 0 | URL

당선작과 상관없이도 잘쓰시는 분들이 많은 곳이 이곳, 알라딘인거 같아요
무엇보다 숨은 실력자들을 찾아내어 달사르님처럼 몰랐지만 많은 분들의 글을 알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인 것 같고요.

입바른 소리는, 아무래도 공개적인 곳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상호 상처가 동반된다는 것이 문제인데
무엇을 위한 소리인가, 누구를 위한 소리인가가 정의롭다면
또 누군가는 늘 하게 되어있는거 같아요. 윗글에 언급했지만
그나마 여기는 간간이 그런 분들의 솔직함, 쓴소리 같은 것들이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구요.. 그것도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비판의 재미같은 것에서 자유로와야 하는데..
그것의 균형은 운영측의 몫이라고 봅니다 ^^

마녀고양이 2011-08-1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겠지만,
하나의 현상을 보는 관점은 긍정이냐 부정이냐로 갈라질 수 있겠죠.
저는 가끔 입바른 소리라는게 부정적 관점과 너무 연계되어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절대 진리가 있는 상황도 아닐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냥 알사탕 주면 감사하게 넙죽받고, 당선되는 친한 알라디너가 있다면 가뿐하게 칭찬해주고
이렇게 살고 싶어집니다. 그래도 머리 아픈 세상 아니겠습니까. 한사람님, 멋진 글들이었습니다. 축하드려요~

한사람 2011-08-17 09:0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반가워요 ~
휴가는 잘 다녀오셨죠?

좋은 말씀입니다. 어떤 좋은 해결안이라도 모든이를 만족시킬 안은 없죠.. 괜히 드러내고 시끄러워지고
공론화했다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를 많이 봐왔죠, 아마 그런 경험들때문에 나이들면 주어진 상황에
어느 편에 서기보다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같아요..입장이라는 것이 양쪽 다 들어보면 다 옳고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더라구요 ㅠ

히, 그런데 저는 다른 곳보다는 이곳에서 사고의 전환, 자극을 많이 받아요 ㅋ
입바른 소리는 아주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들보다 눈에 띄잖아요
하나의 사실을 두고 이렇게 생각할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이 있구나를 보면서
그동안 제가 무심했던 문제들, 겉보기에 별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던 사안들을 근본부터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가만보면... 입바른 소리도 성향이라 꼭 안하고 못베기는 사람들이 있죠.
그분들도 마음이 그리 편한건 아닐테고..저도 예전에 한독설을 하던 사람이라
그 꼭 자기가 하고픈 말을 (어떻게든)하게 되는 어찌보면 성격적인 부분과 밀착되는거 같습니다..
저는 가끔이지만 익명이나 아이디를 바꾸어 마치 공정치 못한 세상에 독립운동한다는 듯
제도와 시스템을 비판하는 분들을 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익명일 경우 더 그 사람의 속내가 보이더라구요 ㅋ

모든 건 지나가지만, 그 지나가는 과정에서 우린 모든걸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가봐요

고마워요~ 예쁜 칭찬^^


 
<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안부


   좀 아팠다.

   지지난 주말부터 꼬박 일주일을 무력증과 우울증이 동반된 저질감성, 무지이성으로 보냈다. 이 책 저 책, 제대로 끝낸 책도 없고 글도 써지질 않았고 컴퓨터도 미덥지 못했다. 아이도 할머니댁으로 보내고 모처럼 혼자서 휴일을 즐길 수 있었는데 때마침 당도한 장마와 함께 나는 고독을 향해 깊게 침수하고 말았다.

   그동안 온라인 친구 한명이 신간을 보내주었고 우연히 지인이 된 한 분도 책을 보내주셨다. 평가단 책도 오고 어디서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는 곳에서 뜻밖의 책도 왔다. 모두 그 모진 비를 뚫고서 내게로 온 것들이었다. 책은 금방 쌓여갔고 높이가 올라갈수록 그들이 상관없는 남처럼 보였다. 내 마음이 떠나려는지 알고들 그러는지 공교롭게도 책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마음을 다친 것 같아 그냥 다시 마음이 내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종종 작가들 중에는(특히 시인) 마음을 다치면 며칠 끙끙 몸살을 앓는 분들이 있다는데 작가도 되지 못한 주제에 그런 건 꼭 빼놓지 않고 닮아 있다. 무엇보다 억울하게 명을 달리한 사람들이 안 그래도 쓸쓸한 내 가슴을 짓눌렀다. 자고나면 청천벽력같은 뉴스의 사상자, 피해자로 내 가족이 나오는 일을 나도 겪은 바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그 다음부턴 모든 죽은 사람의 일이 철저하게 죽지 않은 사람의 몫이 된다. 우리 집에 수해가 난 것도 아니었고 내 동생이 MT 갔다 죽은 것도 아니지만 나는 그들 이웃이라도 된 심정으로 내내 상중인 기분이었다.

   그래도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은 많았다. 아파트 주차장에 자동차가 줄었다. 소음도 줄었다. 공기는 덜 맵지만 더 무겁다. 어쩌면 휴가는 나처럼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인문평가단 활동을 한 뒤로 나는 솔직히 말해 소설이 점점 낯설어진다. 소설언어가 좀 허탈하다고나 할까. 차라리 드라마 언어가 사실적이라는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내 생각인데 소설을 오래 읽으면 작가가 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리뷰를 오래 쓰면 위선이 자신의 경쟁력이 되는 것 같다.



#2. 변심


   어느 출판사 대표님이 리뷰대회 심사와 관련해 기수상자들은 자신을 뛰어넘어야 수상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씀을 하셨다. 문학상의 예를 들며 신규 참가자와 동일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솔직히 말해 한번 일등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 그보다 더 나은 글을 쓰기가 매번 쉽지는 않다. 나는 내 스스로 그 이전 리뷰를 (조금이나마)뛰어넘었다고 생각하거나 그전 리뷰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썼다고 생각할때만 접수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아니다. 접수를 결정한 바에야 넘어보려 안간힘을 썼다, 가 맞을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하건 나는 가장 피곤한 경쟁자를 나 자신으로 생각했으며 내 글을 깨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 믿어왔다. 나는 꼭 대회 리뷰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내가 정한 엄정한 기준에 결격사유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며 글을 써왔다. 전에 소설 평가단 할 때 리뷰대회한다 하면 꽤 완성도 높은 글을 써내던 분이 평가단 미션으로는 채 두 장도 되지 않는 리뷰를 올리는 평가단을 우연히, 심심찮게 목격했다. 분량의 문제가 아니고 한눈에 보아도 민망할 정도였다. 바쁘셨을 터이고 그럴만한 사정이야 충분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좀 슬퍼졌었다. 혹자들은 리뷰가 뭐 그리 중요한 것이냐 반문할지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 평가단은 (읽고 싶은)책만 읽고 꽂아두는 것이 아니고 (읽기 싫은 책이라도)글로 써내는 것이 임무라 들었다. 또 평가단 뽑을 때 기준 삼은 것이 그 사람이 가장 잘썼다고 접수하는 리뷰로 알고 있다. 물론 매번 대회수준의 글을 서낼 필요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쪽팔리지 않는 글을 써내겠다는 자기의지는 버리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젠 좀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이기는 것에 지쳤다. 내 자신을 넘는 것만이 내가 나를 증명하는 길은 아니라는 생각. 내가 정한 기준을 무슨 자기검열처럼 옥죄면서 타자를 비추는 태도. 나는 이만큼 하는데 누가 나를 욕할 것인가 하는 과잉충실. 이런 것에서 좀 자유롭고 싶다. 나보다 나은 나가 아닌 내가 모르는 나, 내가 생각하지 않은 나, 나와는 다른 나를 찾아보자, 하는 식이랄까. 내 자신을 별로 이기고 싶지 않다. 아프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확실히 인문분야는 그러한 내 리뷰서사의 전환점을 가져온 것은 맞는 것 같다. 좋은 공부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3. 기준


   이번 달 추천 페이퍼를 쓰기 전에 고려해보고 싶은 것은 다양성이다.(다 적고 다시 읽어보니 낯 뜨겁다) 4번의 미션에서 주로 선택된 책들은 정치와 철학이었다. 이 분야가 선호도가 높은 건 다들 정치와 철학을 특별히 좋아해서 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컨텐츠로서 가장 주목을 받을 확률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전에 어떤 분이 세상에 회자가 많이 되는 책을 가장 먼저 읽고 싶은 건 당연한 이치라는 말을 했는데 그건 세상에 회자가 안되기 때문에 이런 책을 더욱 읽어야 하지 않느냐와 같은 논리에 불과하다. 기준을 세상의 회자에 둔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준은 누가 만드는가. 많이 보고 들은 책을 읽고 싶다는 건 광고 노출빈도가 많은 제품을 사겠다는 것이다. 광고는 자본이다. 자본은 권력이다. 결국 세상에 회자되는 순이 권력의 층위를 갖고 있다는 걸 인정하며 그것에 응대하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모르긴 해도, 세상에 회자가 되기를 바라는 책을 추천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읽기는 싫어도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야 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니까,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내가 읽기 싫은 책이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다음의 책들이 내가 읽기 싫은 책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1. 몸에 갇힌 사람들   -  수지 오바크 / 창비 ........ (사회과학 > 여성학이론)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요즘 하의실종패션이 유행이다. 예전에도 똥꼬치마니 핫팬츠는 있어왔는데 하의실종이라는 방송용어를 마치 새로운 트렌드인 것처럼 개념을 확장하는 언론의 관음증이 신물이 난다. 어제도 어느 여가수의 야구 시구패션이 볼성 사나왔다고 곧바로 기사처리하는 기자들의 수준이 곧 이 나라 언론의 수준이라는 생각을 하면 씁쓸해진다. 다같이 실컷 구경하고 즐겨놓고 그건 좀 문제있었다고 논란화 시키는 이중적 태도가 웃긴다. 특히 대상이 된 여자연예인에게 문제의 쟁점을 집중적으로 환원해놓고 사과까지 받아먹는 걸 보면 어째 페미니즘은 80년대 이전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공동의 상품이 된 여자 연예인의 육체에는 전혀 예를 갖추지 않는 이 분위기에 누구하나 저항할 의지없이 세상은 그렇게 얼굴이, 몸이 잘빠지고 볼일이다 주장한다.


이 책은 평가단 활동이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에 전혀 선택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예의라 할수 있다. 최근 젊은 작가의 단편에서 자신을 억압하는 신체에서 해방되기 위해 육체의 일부를 자르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읽은 바 있다. 인문이긴 하지만 여성학, 정신분석학의 하위에 놓여있는 책이라 관심이 가는 바이다. 목차를 보니 꽤 계몽적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다이어트와 성형이 일상이 되버린 오늘날 몸에 대한 사고전환은 여성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2. 상식의 배반  - 던컨 J. 와츠 / 생각연구소 ........ (사회과학 > 사회학일반)
   '뒤집어보고, 의심하고, 결별하라'  

많은 대중들이 선택한 것이 꼭 옳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심지어는 그 결정이 옳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어도 그렇다. 이 책이 7월 초에 출간되었기에 지난달 추천 페이퍼에서 간발의 차로 누락되었는데 벌써 판매량은 가시적인 듯하다. 그러므로 평가단에서 이 책을 먼저 읽고 평가한다는 것이 썩 (마케팅적으로) 의미성을 획득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시기적으로 월초에 출간되는 책들이 평가단 추천시기 때문에 가장 어색한 피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 지난달 초에 출간된 책을 한달 후에 추천하여 선정된 후 받아보고 서평을 썼을 땐 이미 이 책의 초기 운명은 지어졌다고 본다. 물론 알라딘 평가단이 책 판매량에 크게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선 신간의 의미가 퇴색해지는 건 사실이다. 한참 잘 팔리고 있(다고 보여지)는 책을 받아 읽다보면 좋든 싫든 아무래도 세간의 경향이나 초기 리뷰어들의 평가까지 서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왜 이 책이 높은 반응을 끌었는지 정도는 공동의 질문으로 남겨질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책의 제목을 잘 정한 것 같다. 원제의 명령동사형이 아니라 텍스트의 매스감이 매력있다. <상식의 배반>은 <긍정의 배신>, <확신의 함정>과 같은 우리가 순방향으로 늘 의지하는 딜레마에 대한 전복의지를 강렬하게 표명한 제목이다. 이런 식의 뒤집는 형식의 제목들은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무슨 시리즈처럼 트렌드가 되는 것 같아 베스트셀러를 겨냥한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상식을 의심하는 자세와 진실에 다가서는 몇몇 가능한 방법을 전해준다’는 그래서 ‘이 정도의 상식에서 벗어나도 내가 믿던 지식체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인문 MD의 소개가 솔깃함에 의지하고 싶다. 
 


3. 사르트르와 카뮈  - 로널드 애런슨 / 연암서가 ........ (인문학 > 교양철학)
   '우정과 투쟁'


나는 사르트르도 카뮈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이 적어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식인이었다는 건 안다. 이 책이 궁금한 건 바로 지식인들은 어떻게 우정을 쌓고 또 어떻게 투쟁하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서로 생각이 틀리면 관계가 틀어지는 대표적인 직업이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러곤 살면서 좀처럼 화해의 기회를 만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작가라 생각한다. 그런데 서로 틀린 걸 확인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를 향해 비판의 일격을 가할 때 당사자들은 과감하게 우정을 버리는 것도 작가인지는 사실 긴가민가했다. 이들은 돈독했지만 사르트르는 카뮈를 “현실적 갈등과 동떨어져 있는 지식인”으로 규정했고 카뮈는 사르트르를 “역사의 방향으로 의자를 놓지 못한 자들”이라 비난했다. 세상을 안다는 것이 친구를 아는 것에 우선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라면 가급적 지식인의 삶은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도 작가가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불릴 때가 있었다. 우리로선 사르트르와 카뮈급의 거장이 부재하기에 예를들순 없겠지만(평론가들 끼리는 있었다고 들었지만) 찾아보면 논쟁사의 영역에 드는 분들도 있을텐데.

페이지를 보니 좀 두껍다.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4. 로드  -  테드 코노버 / 21세기 북스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여섯 개의 도로가 말하는 길의 사회학' 


길을 가던 인간이 불편한 진실 여섯 가지와 조우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세계를 연결하는 길을 욕망의 길, 변화의 길, 위험한 길, 증오의 길, 번영의 길, 혼돈의 길로 보고 있다. 테마가 좋았다. 프롤로그를 보면 문학적 통찰력을 느낄수 있는데 문장이 노련하다. 몇 문장 그대로 옮겨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분야가 대표적으로 건조체인데 여행의 느낌이 감지되어 그런지 본능적으로 끌린다.


- 모든 길은 사력을 다한 싸움의 이야기다. 이윤을 위한, 전쟁승리를 위한, 발견과 모험을 위한, 생존과 성장을 위한, 혹은 단순히 거주를 위한 분투의 역사를 담고 있다. 각각의 길과 도로는 이동하고 연결을 맺으려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다.

-이 책에서 나는 세계의 모양과 구조를 개조하고 있는 여섯 개의 길들을 제시한다. 이 길들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그 길위의 사람들, 그 길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중요성을 부여하는 여행자들과 함께했다.

-길위에 선다는 건 세상 속에서 가장 내가 또렷하게 살아있음을 느낀 방법중의 하나다. 도로 여행은 내 인생의 중심 줄거리였다.

-길을 주시하는 것은 역사를 들여다보고 인간의 진보와 한계를 측정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지난 세기에 국제 도로망은 로마인을 감동시킬 만한 것이 되었다. 우리는 거의 만장일치로 길이 유용하다고 공언한다. 길은 인간세계의 혈액순환계다. 그 길이 우리를 인도하는 곳은 어디일까?  
 
프롤로그 中에서




5. 인류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순간들  -  황광우 / 비아북 ........ (역사 > 세계사 일반)

이 책은 굳이 평가단이 추천하지 않아도 스테디셀러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함의하고 있다. 저자의 전작 <철학 콘서트>의 후광효과도 있을 터이고 저자가 언급하는 세계사의 명장면은 다분히 학습적이다.  

이 책이 끌리는 이유가 아이러니하게 그 부분이다. 저자는 인류의 출현, 일부일처제, 아테네 민주주의, 로마 공화정, 자본주의, 프랑스혁명, 노예해방, 상대성 및 빅뱅이론을 주요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한눈에 보아도 여기서 우리가 배우지 않은 역사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건 언제나 관점이고 결론이다. 사건의 배경을 연계하는 저자의 배경이다. 다음은 저자가 일부일처제를 말하는 방식이다. 선생님 같아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에 사람이 두 번째로 들어설 때의 강물은 원래의 물이 아니라 새로 흘러내려온 물이라는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 말을 통해 세상에 고정 불변한 것이란 없으며. ‘모든 것은 늘 변화한다’는 진리를 설파했다. 많은 이들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일부일처제도 그렇게 변하는 제도와 관습의 하나일 뿐이다. 일부일처제는 영원불변의 진리가 아니며 당연히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이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이 책은 초심으로 돌아가는데 유용할 듯하다.





내가 요즘 소설에 관심이 없어져서 그런건지 요즘은 눈에 띄는 소설들이 없는 것 같다. 주변에도 소설읽는 사람들이 없는데
작년 여름과 분위기가 판이하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걸까. 비록 나는 인문분야로 갈아탔지만 좀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아무래도 이번 남은 여름은 차가운 머리를 계속하여 유지해야 할듯 싶다. 

가슴마저 뜨거우면 못견딜 것 같아서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8-02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2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연 2011-08-0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번째 책은 저도 추천했네요. 지식인들은 불쌍한 사람들이지요.. 친구와 맞서도 자신의 신념을 꺾을 순 없을테니깐 말이지요, 한편으로는 가장 인간다운 사람들이지요, 고독하다는 점에서. 사람이 다 홀로 살아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서로의 짐을 바라보면서, 에휴. 몰라, 결혼을 하면 좀 달라질까요? 풋.

한사람 2011-08-02 18:15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이 알아도 세상을 편하게 살수는 없을 것 같아요.

생각이 틀리다는게 헤어질(?) 이유가 되는게 꼭 지식인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저 책이 만약 선정되면 또 좋으면서 끙끙댈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결혼은 꼭 해보시라는 ㅋㅋㅋ(우울증의 후유증입니다 ㅋ)

마녀고양이 2011-08-0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의 페이퍼를 접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숨막히게 어려운 일이구나 싶은 느낌을 가끔 받아요.
저야 글을 쓴다라는 생각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곳에 있으니까요.

내내 비가 오는 여름은 의욕을 뺏아가는거 같아요. 그래서 긴긴 휴가를 가나봐요...
아프지 마세요. ^^

한사람 2011-08-04 13:53   좋아요 0 | URL

제 페이퍼가.. 좀 부담을 드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ㅠ

저도 편하게 글쓰고 자유롭게 떠드는 곳은 있는데..ㅋ

이곳에선 책과 글에 관련된 이야기만 해서 그런지..
엄숙주의를 좀처럼 벗어나게 되지를 않네요

그나마 다행인건 리뷰는 예전의 엄숙주의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는 중이거든요^^

이번 여름은 무척 끈적끈적 한거 같아요
습도가 일정량을 오래 유지하네요...이런걸 불쾌하다고 하나요?
어떨땐 서늘한 공포로 느껴집니다 ㅋ

보물선 2011-08-0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그저 소설 나부랭이만~ (비하하는 어투는 아님^^)

아항~ 에세이,인터뷰집 뭐 이런것도 읽는구나....ㅋ

한사람 2011-08-05 17:51   좋아요 0 | URL

나도 소설 나부랭이만 집어 들었소 ㅋ
근자에 와서 이쪽으로 턴 한 경우지
뱁새가 황새를 좇아가려 하니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소

그런데 또 몇개월 하다보니 이쪽도 할만하오 ㅋㅋ

교고쿠도 2011-08-08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냥...스스로 검열 안 하고 순수히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면 안 되는 걸까요? 전 주로 그렇게 하는데...
우리가 읽어야 하는 책이라던지 등의, 어떤 의무감을 갖고 추천하기보다는 저는 그냥 제가 읽고 싶은 책들로 추천도서 페이퍼를 작성하고 있어요. 스스로 검열까지 해야 한다면 숨이 막힐거 같은 느낌...

한사람 2011-08-08 18:21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교고쿠도님~

저는 사실 평가단책 말고는 인문분야의 독서를 거의 안하는 쪽이어요
그래서인지 스스로 읽고 싶은 책들도 없는 편(?)에 속해요

읽어야 하거나, 누가 읽어보라고 한 책을 선택하는 쪽이었죠

그런데 평가단 이름으로 책을 추천할땐,
저 혼자만 읽고 말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아요
n분의 일이지만 제 추천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자유롭지가 못해요 ㅠ
아직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몇가지의 정보만으로 페이퍼를 쓰는 것에도 좀 웃기다는 생각도 하고요
이것저것 살펴보았다고 했지만 받아보고 막상 읽어보면 아닌 책들도 있었고요..

일차적으로는 제 판단을 믿지 못한다는 불신이 있구요
다음은, 소설처럼 재미나 경험을 위해 읽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고..
또 무엇보다..제 페이퍼를 통해
추천의 근거로 삼는 분들이 계시다는 판단때문에..(실제로 구매를 하시는 분도 있구요..ㅠ)

좀 엄숙한 내용이 되는 것 같아요..

인문독서를 좀 많이 했더라면..약간의 모른다는 자격지심도 있구요 ㅋ

교고쿠도 2011-08-08 19:34   좋아요 0 | URL
으앗, 완전 저와 달리 서평에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하시는듯...
사실 저도 그랬는데...저는 글쟁이로써 '글을 쓰는 것'에는 프로의 자부심을 갖고 임하려고 하지만(사실 프로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끄러운게, 글의 퀄리티는 전혀 프로답지가 못합니다) 평가단 도서를 추천할때는 책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어 보고 추천하는 것이 아닌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고 비교적 관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선호하는 주제의 책을 추천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인문사회분야 중에서는 빈곤,불평등,소수자문제, 그리고 철학에 관심이 많은데, 그래서 추천페이퍼 작성할 때는 주로 그러한 주제들의 책을 추천하곤 합니다. 물론 추천한다고 무조건 선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추천하고 있습니다. ^^

때로는 글이 정말 안 써져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많습니다. 건강 문제로 본의아닌 글쓰기 무기한 휴가(?)를 갖게 된 저는(그렇다고 해서 아예 안 쓰는것은 아니구요...아무래도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것들이 있다 보니, 한 달에 10편 이상 쓰던 것을 3~4편 정도로 줄이게 된 듯 합니다), 그것을 계기로 글쓰기를 약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괜히 스트레스 받아봤자 건강이 악화되는데에 일조할 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어깨에 짐 많이 올려두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쓰는게 좋다고, 제가 이런 말씀 드릴 입장은 안 되지만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흑.

(지금은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을 읽고 있습니다. 신간평가단 책들도 아직 완료 못한게 많은데...흑)

한사람 2011-08-08 22:57   좋아요 0 | URL

이번 평가단 활동이 끝나는 시점쯤에는 부디 많은 짐들이 내려져 있기를 바라요 ㅋ

빈곤, 불평등,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군요..
저는 특별히 관심있는 분야는 없는 편인데 ㅋ
어떤 책이든 문장의 완성도가 높은 글을 좋은 책이라고 여기는 습관이 있어요
그러다보니...관념적 사유를 유도하는 책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은 말씀, 잘 새기고
어떤 틀에 갇히지 않도록 노력할께요, 고마워요!

아이리시스 2011-08-0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르트르와 카뮈 보고 싶어요. 작품들도 많이 못 읽었는데 무슨 엄숙주의인지는 모르겠지만요. 한사람님을 보면 습작을 하고싶은 욕구가 솟다가도 저는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니 겁이 나요. 말씀처럼 글을 누군가에게 보이고자 쓰면 자신을 넘어서기 힘들어요. 의무적으로 써내는 것도요. 그러지 않았을 때 훨씬 나다웠는데 요즘 특히 나를 버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야 읽는 시간이 줄어서 쓸 거리도 줄었지만요. 역시 열심이시군요. 늘 자극이 돼요. 건강 챙기세요!^^

한사람 2011-08-08 22:53   좋아요 0 | URL

히히.. 글만으로만 보면 엄청 고민하고 뒤돌아서서도 책만 읽을 것 같고..
인문쪽 페이퍼는 완전 제 열등감에서 비롯된 일종의 방어의식 같아요 ㅠ.ㅠ

리뷰엄숙주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생각은 들어요
백편 정도를 스스로를 옥죄는 기분으로 써대었더니
이제는 맘편하게 쓰면 도통 리뷰를 썼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아요...

리뷰만은 남들보다 제가 저를 의식하는 순간이 더 많아요..
그렇게..그냥 습관이 된거죠 ㅠ

요즘은.. 다른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해요
스스로 이때다 싶은 때가 와야 할텐데..
그런건 오지 않는거 같기도 하고
고민이 많아요^^


 

 

 #1. 흠모하기




이 책의 페이지를 앉은 자리에서 한 장씩 넘기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멈칫거리며 읽어보기론 고종석, 서경식, 알랭 드 보통, 데리다, 벤야민, 러셀, 아렌트...그야말로 그냥 내가 좀 아는 네이밍에 불과했다. 12년 5개월 29일... 218명이라... 이분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말해 이분이 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집어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늘 스쳐가는 서평가중 한사람에 지나지 않았을 듯하다. 죽어야 겨우 전달되는 진심이라니. 나도 참 무심한 독자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대신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이 분의 노고와 열정에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 그것이 뒤늦게나마 내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다. 
 



 

요네하라 마리 여사는 이십년 동안 하루에 일곱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마리여사가 15분에 읽은 책을 저자는 2시간 넘게 잡고 있었다고 한다. (<분노하라> 정도는 가능하겠다) 나는 속독하는 편도 아니고 책에 따라 문장에 따라 책 읽는 시간이 틀린 경우다. 얼추 에세이를 제일 빨리 읽고 장편, 단편, 인문 순으로 속도가 느려터지는 것 같다. 책이 어렵다고 꼭 늦게 읽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문장의 배열이 내 머릿속 사고의 체계와 코드가 맞으면 아무래도 익숙하니까 빠른 걸까. 쉬워도 안 넘어가는 책은 있다. 예를 들면 번역한 유명인사의 에세이 같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을 주로 담는 여행 에세이도 잘 안 넘어간다. 문제는 잡념인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예전보다 책 읽는 속도는 느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속독하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요즘 들어선 책 한권 덮는데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든다. 책을 읽는 건지 인생을 고민하는 건지 생각의 확장을 막을 길이 없다. 이 책은 전화부 두께를 자랑하는 일종의 사전이라 할 수 있는데 사전을 며칠 만에 다 읽을 순 없지 않은가. 마음의 여유를 머금고 잠시 소장의 기쁨을 만끽하며 읽는다는 즐거움보다는 가졌다는 소유감을 확실히 느껴보고 싶었다. 이 책이 이번 달 평가단 미션이었다면 어땠을까.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심정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기쁜데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 어쩌면 이 책은 서평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대신 사는 동안 곁에서 오래오래 아껴두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이 책을 펴내면서 소감을 밝히는 머리말이 에필로그처럼 수록되어 있다. 그는 자신이 교수가 아니어도 독자들이 흠모하고 찬양할 만한 인물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길라잡이 구실을 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사상가를 가이드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경지일까. 여행을 다 다녀보고 그곳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가이드를 떠올려본다. 살아 생전에 임한 그의 여정이 참 아름다웠다는 생각을 한다.

 

 

#2. 따라하기




무엇보다, 몸이 잘 안 깨어나는 날은, 이런 모습으로 원하는 곳을 향해 발짝 다가간다는 게 자신 없어져 그냥 집에 틀어박힌다.                                                                                             -81p


어쩜, 지금의 딱 내 심경이다.


 

 

 

우리집은 경기도 어느 멀쩡한 산자락을 깎아 만든 아파트인데 가끔 폭우가 쏟아지거나 천둥 번개가 심하게 몰아치는 날이면 인터넷도 불안하고 핸드폰 연결도 희미하다. DMB도 잘 안터지고 물론 와이파이는 안 잡힌다. 심지어는 케이블 TV도 지직거린다. 몇 번 통신사에 전화하여 단말기같은 걸 에어컨 상단에 부착하여 보았지만 이런 식으로 비오는 날은 소용이 없다. 이런 날은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다들 집에 있는 건지 거리엔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집에서 피리를 부는지 빗소리에 실려 동요 몇 자락이 들려온다. 도시에서의 고립감은 무엇으로 오는걸까. 고독하다고 고립되는 건 아니지만 고립되면 고독하다. 맥락없는 커피 한잔에 이 책은 잘 곁들여진다. 사실 지난 일요일 다 덮으려 했는데 개인적으로 온라인 테러를 겪은지라 오늘에서야 신문 삼일치를 읽으며 기운을 차렸다. 뭐랄까. 집중하기 힘들때, 그러나 그냥 있기는 한심할 때, 그렇다고 에너지를 뺏기고 싶지는 않을 때, 이 책은 무의식의 동무가 되어준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 ‘생각하는 일요일’이 아니고 ‘생각의 일요일’도 아니고 <생각의 일요일들>인데 일요일에 생각하는 것의 부담감을 많이 줄여준다. 일요일까지 생각해야 하는 힘겨움을 상쇄한다. 그 남은 하루라는 일요일의 절박함을 줄여준다.

소설가는 잡념도 푸념도 이런 식의 멜랑꼴리를 가지는구나, 싶은.

<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때 읽지 않고 출간후에 읽었다. 그런데 작가가 연재를 할때 후기처럼 남겨놓는 글은 가끔 읽었었다. 정제되지 않은 듯해 보이려는 솔직한 고민 같은 것을 엿본 느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것도 가공적이라는 생각은 들었다는 것인데, 이렇게 책으로 모아놓고 보니 작품이 되는 것이었다. 여백을 메우기 위해 배치된 사진이나 진짜 여백은 휴가지와도 참 잘 어울리는 전략이다. 만약 이 책이 잘되면 그건 기획과 마케팅의 승리가 아닐까. 물론 은희경의 기본 네임 밸류는 당연한 전제이겠지만.

은희경의 문장들은 잘 정제된 보석같은 느낌이 들곤하는데 이 단정감, 단아함이 꼭 모범생 작가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작가는 트위터라는 공간이 예전에도 있었다면 고독을 견뎌내고 그랬기 때문에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지 자문한다.

   
 
아닐지도 모른다. 이곳에서의 고독은 해소되는 게 아니다. 서로의 고독끼리 다정해져 고독한 채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해준다. 너도 나처럼 고독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이 고독의 본질이고, 나는 그것을 소설로 써보고 싶어했을 것 같다. 지금처럼.    -75p
 
   


트위터의 시공간이 고독을 해소해주는 것이 아니고 서로의 고독끼리 다정해져 고독한 자신을 받아들이게 해준다는 말씀이 참 과학적으로 들려왔다. 트위터가 참 묘하게도 세상에 떠드는 그들과 고독을 나누진 못하지만 그냥 나란히 배열된 고독을 구경할 수는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내 위에 이외수 작가가 떠드시고 내 아래 박범신 작가가 읊조리시는게 무릇 일개 독자인 나의 잡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지만 시간순으로 배열된 타임라인은 동일한 고독체의 전시장같다는 말씀이다. 내가 아무리 고독해도 이외수 작가, 박범신 작가와 다정할 순 없지만 우리가 각각 위치시킨 고독들끼린 다정해질 수 있다니. 그럼으로써 그들 작가들도 고독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니. 심지어는 그 고독의 본질을 소설로 써보고 싶었을 거라니. 미치겠다. 가끔 은희경 작가는 이런 철학적인 성찰의 지존을 보여주시는데 이번 산문들의 선물은 무겁지 않은 척하는 가벼움으로 위장된 꽤 튼실한 사념의 조직체들이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아까운 시간이지, 아무리 고독하다 울고 있지만.

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여지껏 서평쓰면서 생긴 일 중에 가장 폭풍같은 사건들이 나를 통과해 지나갔다. 과거의 많은 생각을 했다기 보다는 앞으로의 다짐들을 조직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뭔가 옷 잘 안 벗는 여배우가 화끈하게 대역없이 베드씬이라도 찍고 온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지금 벗은 내 몸뚱아리가 아니고 앞으로 어떤 작품에 출연할 지가 걱정 아니겠나. 글이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쓰는 이 글들이 나의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일까. 나의 글이 곧 나인 것은 아니지만 분명 나로부터 발생한 나의 것임은 틀림없다. 나의 글이 나의 모두는 아니지만 나의 모두는 나의 글인 날을 기다린다.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모든 것이 지나갈 때 우린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나를 이해해주지도 않는다. 슬픈건 나자신조차도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기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말했다.

‘소설가가 그 근처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소설가가 여전히 지식인이나 스승이어야 한다면 나는 소설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사상가를 흠모할래. 철학자를 찬양할래. 평론가를 존경할래.

그리고


소설가를 따라할래. 
이렇게 비가 끝도없이 퍼붓는 날이면.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1-07-2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 평가단 선정도서였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도 다 리뷰들을 썼던 모양인데, 저도 그냥 소장의 기쁨을 맛보고 있는 중입니다.ㅠ

근데 저는 은희경씨를 아직까지는 탑에 놓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내보이기에 좋은 작가? 그 정도인듯 싶어요.
오히려 한사람님의 오늘 글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ㅋㅋ

한사람 2011-07-28 22:09   좋아요 0 | URL

상상력 사전 같은 책은 리뷰쓰기 남감하죠 ㅋ
하루 이틀에 읽을 책도 아니고
이 책은 일단 두께가 백과사전이고 정말로 사전식으로 편집을 하셨네요
서평쓰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필독서라는 생각도 들구요

은희경 작가는 뭐랄까..
문장속에서 쉬크한 고민이 다시 문장으로 피어난 것이 좋아요

제 글이 좋아요??? ㅋㅋ

cyrus 2011-07-2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간 나면 <책만사> 읽고 있어요. 구입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특정 학자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쓴 책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직접 그 목록에
나열된 책들을 읽어보려고 해요. 사상가들이 워낙 많아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

윗쪽 지역은 물난리 때문에 정말 난리던데 침수 피해 없으시길 바라요.

한사람 2011-07-28 22:11   좋아요 0 | URL

맞아요 !!!
목록... 저자와 그의 작품을 한눈에 정리, 확인할수 있다. 그것도 일인데 잘 모아주셨죠

제가 사는 쪽은 이번에 큰 타격은 안입었네요
늘 경기북부 지역이 피해를 입잖아요
이번에 강남이 참 예외지만요..
덕분에 이쪽에서 강남으로 출근하시는 분들 완전 생고생이었어요 ~

마녀고양이 2011-07-28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온라인 테러라니.. 무슨 일 있으셨나요?
가끔 페이퍼에서 그런 글귀들이 보이던데. 온라인 세상도 오프라인 세상과 많이 흡사해요, 그죠?

인간은 모두 혼자이고 소외된 존재라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고
그것이 사실이기에 우리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고립되었기에 함께할 수 있는 묘한 역설... 저는 그게 즐겁답니다, 물론 이렇게 비가 와서야 진정 즐겁기는 어렵지만요.

한사람 2011-07-28 22:14   좋아요 0 | URL

좀 연루된 일이 있었어요 ㅠ.ㅠ
직접적인 가해자, 피해자 그런성질이 아니라 그냥 단순언급되는 건데도
저는 몹시 견디기 힘들더라구요..

고립되었기에 함께 할수 있는 역설, 이 말 참 멋지네요
그렇담 같이 있는다고 같이 함께 하는게 아니라는 뜻과도 상통할까요..
물리적인 형태의 동행이 꼭 동반자의 조건은 아닐지도 모르죠..

여긴 좀 비가 덜한데..그쪽은 어떤까요?

가연 2011-08-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 진짜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안고는 있지만.. 한사람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요. 리뷰쓰기가 참..ㅎㅎ 개인적으로는 신간평가단에 선정되어서 노출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ㅠㅠ 저도 구입하고는 찬찬히 읽고 있어요ㅎ

한사람 2011-08-02 18:11   좋아요 0 | URL

얼마나 좋았을까요?
리뷰쓰기 전까진요 ㅋㅋ

선물하기도 좋고 그냥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책이던데...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