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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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어릴적에 동네 목욕탕에 한 달이면 한 두번은 꼭 갔다. 그 어릴적 목욕탕이 아직도 있다. 둘레가 개발되면서 이 목욕탕도 없어질 줄 알았다. 그래도 꿋꿋이 남았다. 수 년전 그 목욕탕에 가본 적이 있다. 옷장이 조금 바뀌긴 해지만 목욕탕 구조는 그대로였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옛 추억에 잠겼다. 탕 속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 목욕 끝나고 맛있게 먹었던 삼각우유가 떠오른다.

 

 추억이 새록 돋는 그림책이다.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힘이 그림책에 있다. 그것도 나와 동떨어진 곳이 아닌 가까이에서 시작한다. 오래된 장수탕에서 꼬마 아이는 선녀님을 만난다. 재미있게 함께 신나게 놀고 선녀님에게 요구르트를 선물로 준다. 꼬마 아이는 감기에 걸리지만 선녀님이 밤에 불쑥 나와 돌봐주며 낫는다는 이야기다.

 

 이 그림책은 익살스러운 인형이 참 머릿속에 남는다. 백희나 작가는 그림이 아닌 이런 입체 형태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책이 많다. 그림보다 이야기에 실감나게 더 빠져들기도 하며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곳곳에서 살아있는 표정들이 저절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목욕탕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겪은 일,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 같은 이야기를 나누면 재밌겠다.    (민들레처럼.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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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샤베트 - 개정판 그림책이 참 좋아 1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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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빵으로 널리 알려진 백희나 작가 그림책이다. 독특한 그림과 다양한 표현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기발한 생각들이 그림책에 녹아들어 정말 그림책 재미를 폭 느끼게 해준다.

 

 한 여름날 사람들을 에어컨을 씽씽 틀며 더위를 쫓는다. 너무 더워진 지구. 달이 똑똑 녹아내린다. 부지런한 반장 할머니는 큰 고무 대야를 들고 뛰쳐나가 달 방울들을 받는다.

 

 

 반장 할머니는 노오란 달 물을 샤베트 틀에 나누어 담아 냉동실에 넣어둔다. 갑자기 정전이 되지만 반장할머니 집에서만 노오란 빛이 새어 나와 사람들은 빛을 따라 할머니 집으로 모인다. 할머니는 달샤베트를 하나씩 나눠주고 사람들은 그걸 먹고 더위를 잊고 시원하게 잠든다. 그러다 이 그림책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달이 녹아 살 곳을 잃어버린 토끼가 할머니 집으로 찾아온다. 이런 깜찍하고 기발한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놀라며 정말 어떻게 하지 고민을 했다. 지구에서 살 공간을 마련해줄까? 다른 별을 소개해줄까? 어떻게 해야지 생각하니 참 재밌다. 아이들과도 여기까지 읽어주고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며 함께 읽어도 좋겠다.

 

 결과는 더 기발하고 놀랍다. 좋은 그림책 작가들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그림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이런 그림책을 만들어주는게. 참 고맙다. (민들레처럼.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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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능프로그램을 즐겨 봐요. 지칠 때 아무 생각없이 웃고 볼 수 있어 좋죠. 그런데 제목을 살펴보면 우리말이 눈에 띄지 않아요. 중국 글자말, 영국 글자말이 많고 가끔 중국글자말이 섞인 우리말 제목이 조금 보여요. 토박이말만 쓰자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말 제목으로 만들어진 예능프로그램이 더 늘었으면 해요.

 

<중국 글자말>

수요미식회(tvN), 삼시세끼(JTBC), 무한도전(MBC), 불후의 명곡(KBS2), 인간의 조건(KBS2), 복면가왕(MBC), 12(KBS2), 영재발굴단(SBS), 마녀사냥(JTBC), TV동물농장(SBS)

 

<영국 글자말>

힐링캠프(SBS), 라디오스타(MBC), 해피투게더(KBS2), 놀라운 대회-스타킹(SBS), 마이리틀텔레비전(MBC),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 개그콘서트(KBS2), 런닝맨(SBS), 해피타임(MBC)

 

<중국 글자말과 우리말>

우리동네 예체능(KBS2), 아빠를 부탁해(SBS), 냉장고를 부탁해(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JTBC), 우리 결혼했어요(MBC), 안녕하세요-전국고민자랑(KBS2)  

 

<우리말>

나 혼자 산다(MBC), 세바퀴(MBC), 진짜 사나이(MBC)

 

 요즘 사람들에게 TV 매체 영향은 매우 크고, 우리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커요. 가끔 TV를 보다 눈에 거슬리는 자막이 몇 개 보이긴 했지만 자세히 살펴본 적은 없어요. 잘못된 자막들을 정리해 방송국 PD에게 보내주면 좋겠다 싶었죠. 꾸준히 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즐겨 보는 프로그램을 보며 천천히 살펴보려고 해요.

 

 가장 먼저 우리나라 대표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살펴봤어요. 살펴보니 출연자가 잘못 쓴 말을 고쳐주기도 하고, 프로그램 진행을 재미있게 해주는 역할도 해요. 그냥 볼 때와 다르게 찬찬히 살펴보니 고쳐야 할 말들이 보여요. 이런 말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영향을 줘요. 지난 8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가요제편을 살펴봤어요. 크게 네 갈래로 갈무리해봅니다.  

 

2015 무한도전 가요제 (2015.8.8. /8.22. 방영)

 

1. 버릇처럼 쓰는 영국 글자말

 

. 함께 할 뮤지션들도 속속 도착 함께 할 음악가(노래하는 사람, 노래꾼)들도 잇달아 도착

  뮤지션이라는 말을 요즘 많이 써요. 뮤지션은 국어말집에는 나오지 않고 영어사전에 나와요. 뮤지션(musician) 뜻은 음악가(연주가, 작곡가)예요. 국어말집에 음악가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이에는 작곡가, 지휘자, 연주가, 성악가 등이 있다.’라고 나와 있죠. 영어를 쓰면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부터 없애야겠어요.

 

. 듬직. 파트너 케어하는 준하. 듬직. 돌봐주는 준하.

. 인터셉트 가로채기

. 곧바로 스테이지! 곧바로 무대로!

. 리얼 앙탈이다 정말 앙탈을 떤다.

. 와썹맨(What’s up man!) 잘 지냈니?

. 토스 건네주기

. 라인업 공개 순서 공개

. 첫 공연을 피날레처럼 첫 공연을 마지막(마무리)처럼

. ! 이거 엔딩이야 ! 이거 (끝맺음)이야!

. 심상치 않은 오프닝 심상치 않은 시작

. 평창에 울려 퍼지는 소울보이스 평창에 울려 퍼지는 멋진 목소리

. 탄력있는 뒤태가 포인트 탄력있는 뒤태가 핵심(알맹이)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우리말로 바꿔 쓰면 더 느낌이 오지 않나요? 버릇처럼 쓰는 말들은 줄여야겠어요.

.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춤사위 마이클 잭슨을 감동되살이한 춤사위

  ‘오마주는 영화에서 다른 작가나 감독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경의를 담아서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일이죠. 이를 국립국어원에서는 감동되살이로 순화해서 쓰자고 밝혔어요. (2006.12.19.)

 

. 스웩 넘치는 스타일 가볍고 멋스러운(으스대며 멋스런) 맵시

 

  ‘스웩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찾아봤어요. ‘스웨그(swag)’라는 말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탄생시킨 말이지만, 현대에는 힙합 뮤지션이 잘난 척을 하거나 으스댈 때를 가리키는 용어라고 해요. 자유로운 소통이 강조되면서 엄숙함, 진지함에서 벗어나 가벼움’, ‘여유’, ‘’, ‘약간의 허세라고 설명하기도 하죠.

비슷한 말로 간지나다라는 말도 많이 쓰죠. 일본에서 쓰는 '(かんじ)'를 그대로 쓴 말로, 일본어는 '느낌', '감각', '인상', '분위기'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아이들이 간지난다’ ‘뽀대난다라고 말할 때도 그냥 아이들 말 인가보다 넘어갔지만 이제는 말해줘야겠어요.

 

. 에너지 공급 제대로 한 으뜨거따시 힘을 제대로 준 으뜨거따시

. 클래식한 춤 오래된

. 역시 베스트 역시 으뜸

. 계속되는 스페셜 무대 계속되는 특별 무대

. 리듬을 느끼며 파워풀하게 리듬을 느끼며 힘차게

. 헛간 문 오픈 헛간 문 열려

 

 

2. 바꿔 쓸 수 있는 중국 글자말

 

. EDM 신성(?) 아이유 도착 EDM 으뜸이 아이유 도착

. 긴급공수 빨리 가져옴

자막을 넣은 사람도 이 말이 애매했나보죠. 흐름상 신성(神聖)’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을 만큼 고결하고 거룩함인 듯해요. 뜻이 잘 전해지지 않아요. 그 이유는 여러 뜻이 있기 때문이죠. 신성(神性)은 신과 같은 성격이고, 신성(晨星)은 샛별, 신성(新星)은 희미하던 별이 폭발 따위에 의하여 갑자기 밝아졌다가 다시 서서히 희미하여지는 별이라는 뜻도 있데요.

공수도 비슷해요. 여러 뜻이 있어요. 공격수비, 손을 포개는 자세, 물 공급, 물건을 옮기는 일 따위가 있어요. 중국 글자말을 모조리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뜻이 애매해지는 경우 피해야겠죠.

 

. 고민, 대답 먼저 고민, 나중 대답

. 이게 제일 좋은 것 같은데? 이게 가장 좋은 것 같은데?

. 역시나 제일 빨랐던 태양 역시나 가장 빨랐던 태양

.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는 지디 처음으로 빙긋이 웃는 지디

. 주변에서 뭐라고 얘기 좀 들었어요? 둘레에서 뭐라고 얘기 좀 들었어요?

. 회의하느라 분주 갑자기 회의하느라 바쁨

. 급 재생한 음악에 맞춰 갑자기 튼 음악에 맞춰

 

급 회의, 급 만남 이런 말도 많이 써요. 틀린 말 인줄 알았는데 일부 이름씨 앞에 붙어 갑작스러운’, ‘매우 급한뜻을 더한다고 해요. 그래도 갑자기라는 좋은 말이 있으니 안 쓰면 좋겠죠.

 

. 무사히 사전공연 종료 무사히 사전공연 끝남(마침)

. 화분을 든 채 무대 암전 화분을 든 채 무대 불 꺼짐

. 점점 고조되는 무대 점점 뜨거워지는 무대

. 재개된 공연 다시 시작된 공연

.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라임 위를 유영하는 래퍼 준하 라임 위를 춤추는 래퍼 준하

. 댄스로 대동단결한 두 남자 춤으로 하나된 두 남자

. 언제 긴장했냐는 듯 쾌조의 스타트 언제 긴장했냐는 듯 아주 좋은 시작

 

중국 글자말은 짧다고 생각해 버릇처럼 자주 써요. 따져보면 그리 짧지 않고, 어렵거나 뜻이 잘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찾아보면 우리말이 꼭 있어요. 자꾸 쓰다보면 우리말이 입에 붙지요. 잊지 않고 써야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지지 않아요.

 

3. 틀린 말

 

. 자신감 하락엔 폭증(?) 파트도 한몫한 모양 자신감이 떨어진 건 갑자기() 늘어난 부분 때문에!

 

폭증이라는 말은 국어말집에 없는 말이예요. 한자사전에 폭증(暴增)갑자기 큰 폭으로 증가(增加)이라고 나와 있지만 이런 말을 써야 할까요? ‘폭증대신 갑자기() 늘어난이 어린아이도 쉽게 알아듣는 말이죠.

 

. 완전

완전 궁금. 정말 궁금해.

완전 막강 라인업이 된 거예요. 정말 좋은 짜임이 된 거예요.

기분 완전 굿 기분 정말 좋다

완전 절제된 팀이예요. 정말 절제된 팀이예요.

 

이런 말 많이 쓰죠. ‘완전 재밌다.’ ‘완전 웃기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이 귀에 박혀있어요.

 

완전(完全)’이라는 말을 국어말집에서 찾아보니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이라는 뜻으로 이름씨(명사)예요. 그런데 자꾸 어찌씨(부사)처럼 쓰여요. 다음과 같이 말이죠.

 

*이 요리는 완전 맛있다. 그 여자는 완전 미인이다. 이것은 완전 싸다. 이 일을 완전 끝냈다.

이건 틀린 말이죠. 고쳐보면

 

*이 요리는 완전 맛있다. 이 요리는 아주(매우, 정말) 맛있다.

*이 여자는 완전 미인이다. 이 여자는 아주(정말) 예쁘다.

*이것은 완전 싸다. 이것은 아주(매우, 정말) 싸다.

*이 일을 완전 끝냈다. 이 일을 완전히 끝냈다.

 

4. 쓰면 안 될 말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은어, 속어, 줄임말, 군대말 따위들이 많아요. 아이들도 참 많이 쓰는데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친근하고 편하다며 마구 쓰는 말들이 우리말을 잡아먹고 있지요.

‘-이라는 말도 참 많이 쓰죠. '-' 은 본래 '-' 뜻으로 쓰는 중국어 토예요. 이를 따라 일본사람들이 번역할 때 영어 -tic 음과 뜻에 맞추어 쓴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최남선 씨가 '소년' 창간호 표지에 처음 썼다고 하죠. 배웠다는 지식인들이 글을 쓰면서 마구 퍼진 잘못된 말버릇 이예요. 이 말을 많이 쓰는 까닭은, 우선 이 말을 쓰면 유식해 보이고 그리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말뜻을 얼버무려서 적당히 넘기려는 고약한 버릇이 든 때문이라고 이오덕 선생님도 말씀하셨어요. (바른 말, 바른 글-이오덕, 18)

 

. 파이팅! 힘내자!

. 출격준비하는 으뜨거따시 ... 파이팅 나갈 준비하는 으뜨거따시...힘내자

. 특별공연의 포문을 열어줄 무대 특별공연 시작을 열어줄 무대

. 선빵을 먼저

. 치명적인 정말 멋있는 척

. 성공적으로 첫 무대를 마치고 성공리에 첫 무대를 마치고

. 열광적으로 호응해주신 관객들 너무 뜨겁게 함께해주신 관객들

. 저도 음악적으로 장르가 여러 가지 때문에 섞기가 애매했지만 저도 음악 갈래가 여러 가지라 섞기가 힘들었지만

. 개인적으로 보자 단 둘이 보자

 

그냥 보면 문제라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어요. 찬찬히 살펴보니 여러 문제가 보이네요.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이런 자막을 자꾸 보고 쓰다보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질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참 많은 영향을 주는 예능프로그램은 더욱 중요하죠. 말이 살아야 우리 아이들도 삽니다.

 

(2015.10.11.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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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무게 휴먼어린이 고학년 문고 1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휴먼어린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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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개는 다르다. 우리는 생김새도 다르고, 사는 방법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 단지 그렇게 다를 뿐이다.

개에게도 목숨은 하나밖에 없다. 죽고 싶지 않을 거다. 만약 죽게 된다면, 몹시 두렵고 아프고 또 슬플 거다. 그런 건 개나 사람이나 다름없다. 내 생각은 그렇다.˝ (101쪽)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 주인공 수용이가 들개 악당을 만나며 일어난 이야기다. 들개 `악당`은 황사장을 공격해 목숨을 잃게 될 위기를 맞게 된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수용이와 친구 한주는 애를 쓴다.

이와 다르게 현실은 들개 `악당`은 사람을 해친 동물일 뿐이었다. 바쁜 경찰관들에게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악당이 잡히지 않을거라 안심했지만 결국 황사장이 현상금 오백만원을 걸어 잡히게 될 위기에 처한다. 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세상,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수용이는 용돈을 털어 고기와 수면제를 사서 먹인 후 멀리 보낼 계획을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부모님이 알며 경찰이 오고 함께 있는 모습을 본다.

˝탕!˝

내 마음도 쿵! 내려 앉았다. 안돼, 안돼 마음 속으로 외쳤다. 악당의 슬픈 눈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 결국 죽음을 맞는 악당, 악당을 꼭 끌어안은 수용이는 처음 따뜻한 악당의 숨결과 무게를 느낀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저마다의 자리가 있어. 나와 너 그리고 `악당`에게도 말이야.˝

악당과 보낸 시간들을 뒤로 하고 묻어주며 `커엉 컹` 짖는 소리를 듣는다. 생명, 따뜻함, 용기, 슬픔을 모두 느낀 이야기였다. 참 오랜만에 읽는 어린이책이지만 결코 어린이책만이라 볼 수 없는 이야기다. 어른들은 어린이 마음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산다.

(민들레처럼.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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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의 비닐우산 우리시 그림책 6
윤동재 지음, 김재홍 그림 / 창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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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런 책이 좋은 책이다. 언젠가 그림책 공부를 하다 기억난 제목이 눈에 띄어 도서관에서 꺼내보았다. 먼저 그림이 눈과 가슴에 들어온다. 한 편의 애니매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며 금새 빠져든다. 그림은 영이와 할아버지시선으로 번갈아 바뀐다. 책을 읽다보면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학교 앞 문방구에 어느새 나는 서있다. 그렇게 내가 들어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이 주는 힘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윤동재 시인이 쓴 시집 '재운이'에 나온 시로 만든 그림책. 시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준다.  

 

 "미친 영감태기 아침부터 재수없게 또 우리 담벽에 기대어 늘어졌노."

 

 마치 옆에서 소리치는 것처럼 실감나게 내 귀에 박힌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거지할아버지는 잠들어 있다. 나도 걱정된다. 그래도 나라면 그냥 지나갔을꺼다. 하지만 영이는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살며서 비닐 우산을 씌워 드리고 학교로 뛰어간다. 영이 뒷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비가 그치고 말갛게 개인 하늘 아래 담벽에서 비닐 우산이 꼿꼿이 세워져 있다.

 

"할아버지가 가져가셔도 괜찮은 건데..."

 

 영이 말에 가슴이 찡하며 따뜻해진다. 그 기운이 오래 내 몸을 감싼다. 참 좋은 책을 만나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에게도 꼭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남을 배려하라는 백마디 잔소리보다 이 책을 한 번 읽어주는게 훨씬 낫겠다.   

 

(민들레처럼.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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