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반가워서 고마워서 하지요. 흔히 고마워서 하는 말 중 `감사(感謝)합니다.`라는 말이 있어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고맙게 여기다.`라고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써온 말이라 툭 튀어나오는 인사말이지요. 이 말을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옛부터 써온 우리말은 아니지요. 

 먼 옛날부터 써온 말은 `고맙습니다.`입니다. `고마-`를 앞가지로 놓고 `고마우이, 고맙네, 고마워, 고맙소, 고맙구마, 고맙군, 고맙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이녁한테 밝혔지요. <출처: 최종규블로그> 

 `고맙다`라는 더 깊은 뜻을 김수업 선생님 강연으로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단군신화는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땅에 있는 곰이 만나 단군을 낳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겨레는 하늘 위에 계신 분(천신)이 땅으로 내려와 아버지가 되고, 땅 밑에 계시던 분(지신)이 땅 위로 올라와 어머니가 되셔서 우리 겨레를 낳아 기르셨다는 믿음이 있었지요. 단군신화도 이 믿음이 빚어낸 이야기 중 하나예요. 여기서 `고맙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요.

 * 곰+답다 → 곰+압다 → 고맙다

 `고맙다`라는 말은 `당신은 곰다운 사람, 나에게 목숨을 주고 삶과 죽음까지 돌보며 이끄시는 곰(서낭)과 같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감사(感謝)`, 땡큐(Thank you)와 이런 깊은 뜻을 담은 `고맙다`와 견줄 수 있을까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도 `고맙다`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든 배웁니다. 선생도 아이들에게 배우고, 나이 많은 늙은이도 나이 어린 젊은이에게 배웁니다. 국회의원도 시골할머니에게 배울 수 있고, 대기업 사장도 아주 작은 공장 일꾼에게도 배울 수 있지요. 내 삶을 가꾸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이를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많이 갖고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남을 섬기고 배우기` 보다 `내가 잘났고 으뜸이라는 마음`만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여기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민들레처럼. 201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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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3-09 0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에서 `고맙다`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이야기입니다. 몇몇 분들이 으레 단군이야기에서 이 말이 나온 듯이 말하지만, 그리 옳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왜냐하면, `고맙다`라는 말은 훨씬 더 옛날부터 쓰던 말이었을 테니까요.

`고마`라는 말머리는 여러 다른 낱말하고 어울립니다. 이를테면 `검다`하고도 어울립니다. `검다`는 `어두움`을 가리키고, `어두움`은 모든 것이 태어나는 자리입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아기가 `어두움`을 보면서 자라듯이, `검다`와 `고마`는 한 뿌리로 이어지는 낱말입니다.

모든 것을 넉넉히 받아들여서 기쁜 마음이기에 `고맙다`고 말을 합니다. 이런 마음이니 너도 님(하느님,신)이고 나도 님이 됩니다. 이러한 얼거리에서 `고맙다`라는 말을 씁니다. ˝곰다운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다운 사람˝입니다. `검다`를 나타내고자 `곰`이라는 짐승을 빌어서 나타냈다고도 할 수 있을 테니, 이 대목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민들레처럼 2015-03-10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또 하나 깨닫습니다. 길잡이가 되주셔서 고맙습니다. 든든해요. ^^
 
수업 코칭 - 교사의 성장을 돕는
신을진 지음 / 에듀니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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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배움의 공동체, 수업비평 등 수업변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나 역시 수업이 자신없고 어렵다. 그동안 수업을 잘해보려고 여러 힘을 써봤다. 연수도 듣고 협동학습 등 공부도 해봤다. 혼자 수업도 찍어보고 고민도 해봤다. 수업컨설팅도 받아본 적 있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우선 컨설팅은 내 평소 수업으로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혼자 공부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홍성 학교혁신 모임에서 공부하고 있는 주제도 수업성찰이다. 수업이 바뀌려면 함께 고민하고 그러면서 내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는게 중요하다. 코칭과 성찰의 핵심은 바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수업코칭 단계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1.수업관찰하고 고민 나누기

2.수업고민의 배경탐색 및 목표설정

3.수업고민의 해결방법 모색

4.경험 정리와 이후 과제

 

 교사들은 코칭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수업고민을 다음과 같이 함께 나누면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서로 좋은 점만 칭찬한다고, 그렇다고 잘못된 점을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수업 코칭에서 수업 교사가 힘을 얻도록 하고 싶다고 무조건 현재 상태가 최선이라고 지지를 보내거나 격려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으니 바꾸라고 야단을 치거나 평가를 하는 것은 더더욱 도움이 되지 않는다." (247)

 

 이 책에서는 일곱 명 선생님 수업 코칭한 사례가 나온다. 경계세우기, 관계, 수업목표, 수업내용 및 방법, 완벽주의, 소통 및 상호작용 문제같은 중요한 문제들을 보여준다. 수업을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목표대로 쭉 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 늘 이리 튀고 저리 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늘 갈등하고 싸운다. 더 힘든건 그냥 내용만 집어넣듯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문제는 있지만 보이지 않고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어렵다. 그래서 코칭, 성찰 등으로 스스로 문제를 찾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그동안 수업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지금 알아차린 것만 떠올려보면

 

 첫째, 너무 많은 양을 가르치려만 했다.

 

 둘째, 친절하지 않았다. (사고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서 안내 등)

 

"수학 등의 교과에는 절차적 지식의 특성을 가진 내용이 많아서 내용의 친근함 외에도 절차를 쪼개서 한 단계씩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 언제 어떤 상황에서 지식을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하도록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 자체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 내용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상호작용 측면을 통해 실제 교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188)

 

 셋째, 아이들을 믿지 않았다.

 

 넷째,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소통이 어려웠다

 

"수업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말로는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해놓고, 실제로 자신은 이전 수업 목표에서 주로 사용한 상호작용 방법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244)

 

"소통을 위한 중요한 조건, 즉 자신의 틀과 답을 내려놓고 먼저 듣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250)

 

 수업은 정말 어렵다. 혼자는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경험이 말해준다. 수업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함께, 스스로 찾기! 이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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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3-03 0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찾되 함께 찾는 길이란
바로 서로 즐겁게 가르치고 배우는 길이 되겠네요.

민들레처럼 2015-03-03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서로 즐겁게 가르치고 배우도록 마당을 펼쳐주는게 제 일이 아닌가 싶어요. ^^
 
자전거와 함께 살기 - 우리시대 우직한 바보 최종규가 선택한 즐거운 불편
최종규 지음 / 달팽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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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끝나고 따뜻한 책을 받아보았다. 가장 읽기 편하게 보이는 책부터 골라본다. 책 제목만 보고 '자전거 여행기'라 짐작했다. 읽다보니 자전거와 함께 산 이 년동안 이야기였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부터 책을 나르며 충주에서 서울로 나들이 한 이야기, 여기저기 전국을 돌아다니던 이야기까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아찔한 순간 나도 함께 욕하며 추운 날 자전거를 타고 갈때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읽었다.

 

 얼마 전 결혼한지 세 해째가 되는 날이었다. 결혼을 하고 후회한 적은 별로 없는데 하나 있다면 마음껏 여행을 못가본게 걸린다. 내가 딛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또다른 삶을 엿볼 수 있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군대를 마치고 무작정 동해안쪽으로 기차를 타고 걸어다니며 여행했을때가 생각난다. 내가 모르는 곳을 찾아다니는 기쁨이 참 좋다. 그러다 내가 할 일이 생기고 바뻐지며 그런 여행을 다시 가기 쉽지 않았다. 첫번째 제주도 자전거 이야기를 읽으며 어디론가 며칠만 훌훌 떠나는 꿈을 꿔본다. 아이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물론 이 책은 여행이야기가 아니다. 자전거로 삶을 붙잡고 살아간 이야기다. 책에도 땀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달렸던 이야기다. 자전거로 충주에서 서울까지 다니는 이야기에 놀랐다. 그것도 책을 잔뜩 싣고서 말이다. 가까운 동네가 아니고 차로도 몇 시간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간다니.

 

"두 손을 쓰는 즐거움, 두 발로 움직일 수 있는 즐거움, 온몸으로 짜릿하게 맛보는 즐거움이 비로소 우리 세상을 알차고 밝게 가꾸는 밑거름이 된다고 느낀다. ... 자전거 타기로 모든 일이 풀어지지는 않으나, 자전거를 타는 우리들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라면, 얼마든지 차근차근 자기 자신부터 고쳐 나갈 수 있고, 내 이웃, 우리 식구, 내 동무들, 우리 마을과 일터를 조금씩 밝고 아름다운 길로 손잡고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234~235쪽)

 

 몸으로 살아가는 삶. 요즘 많이 생각해본다. 누리사랑방에서 책지은이가 손빨래를 하며 쓴 일기를 보고 빨래를 손수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때 대답은 이러했다. "빨래는 옛날부터 누구나 손으로 했을 뿐이에요. 그뿐입니다. 삶을 손으로 짓듯이 빨래도 손으로 하지요~" 자전거도 마찬가지겠지.

 

 나도 자전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까지는 자전거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학원 가는길은 꼭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야 했다. 처음에는 힘들어 쉬며 끌고 가기도 했지만 점점 다리에 힘이 붙어 나중에는 한숨에 넘어가곤 했다. 힘들게 올라도 내리막이 있으니 힘을 낼만 했다. 그 오르막만 오르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는 곳까지 편히 갈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힘든 오르막이 있으면 언젠가 편한 내리막이 온다는 쉽지 않은 깨달음도 얻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타고 더 커서는 자동차를 사며 자전거와 멀어졌다. 빨리, 더 빨리 가려고만 했다.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고 가는 곳만 중요했다. 요즘 아내가 운전을 하며 주변을 가끔 돌아보기는 하지만 온몸으로 느끼며 갔던 자전거 느낌은 사라져버렸다.

 

"아직은 게으름을 이기고 있기에 자전거를 탄다." (219쪽)

 

 자꾸 몸이 편해지려고만 한다. 삶을 온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페달을 묵직하게 밟으며 나아가는 느낌 오래간만에 다시 가져볼까? 벌써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2015.03.02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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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3-03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온 식구가 함께 조촐하게 마실을 다닐 수 있어요.
예전에 못 했으면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요~ ^^

나중에 아이와 함께 자전거 삶을 누려 보셔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새로운 사랑을 물려받으리라 생각해요~

민들레처럼 2015-03-0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새로운 마음을 깨닫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
 

 학교에서 쓰는 말을 살펴봅니다. 우선 학교(學校)라는 말도 한자어지요. 그래도 학교는 깊숙이 자리잡힌 말이라 바꾸기는 쉽지 않아요. 각종 연수회에서는 배움터, 배움마당 이런 말들을 쓰기도 합니다.

 

*동부소방서, 소방혁신 및 청렴실천 워크숍 개최 동부소방서, 소방혁신 및 청렴실천 배움마당열림

*2014학년도 하계 교육과정 연찬회(硏鑽會) 2014학년도 여름 교육과정 배움마당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2015년 겨울 연수회(硏修會)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2015년 겨울 배움마당

 

워크샵은 전문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살피는 모임, 연찬회 및 연수회는 학문 따위를 깊이 연구하기 위하여 조직한 모임을 말합니다. 이는 모두 배움을 일으키는 곳인 배움마당으로 바꿀 수 있지요. 마당은 .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 .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여기서는 뜻으로 씁니다.

 

학교는 부모님들에게 알려야 할 일들이 참 많아요. 늘 이것을 보내면 제대로 갔는지 걱정입니다. 다시 받아야 할 때는 더 걱정이죠.

 

*가정통신문, 안내장(案內狀) 부모님께 드리는 글, 알림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으레 부모님께 편지 한 통은 보내지요. 바쁘다보니 여기 저기 글을 가져와 쓰기도 합니다. 이런 글도 참 많았지요.

 

*만물이 약동하는 새봄을 맞이하여 학부모님 가정에 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얼마 전 길을 걷다 돌 틈에 난 새싹을 봤습니다. 이제 봄인가 봅니다. 잘 지내시죠?

 

이렇듯 우리말을 살려 쉽게 읽히는 솔직한 글이 마음을 움직이지요. 알림글보다 더 고민은 생활기록부에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 어떤 말을 써야할지 고민하다 이것 역시 여기 저기 가져와 글을 쓰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런 글들 잘 살펴봐야 합니다.

 

*과학적 탐구력이 우수하며 준법성이 뛰어남 과학 시간에 관찰을 뛰어나게 잘 하며 규칙을 잘 지킴

*바른 생활 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으며 책임감이 강해 신뢰를 주고 매사에 명랑한 생활을 하며 급우 간에 인기가 높음 학교에서 바르게 지내며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 믿음을 주고 늘 밝게 지내 동무들이 매우 좋아함

 

늘 쫓겨 서둘러 쓰게 되는 글이지만 아이들 소중한 발자취입니다. 이리 생각하면 글 하나가 달리 보이겠지요. 조금만 애쓰면 더 쉽고 또렷하게 아이들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잘못 쓰는 말버릇이예요. 으뜸 버릇은 차려입니다. 이 말은 일본말 교스케(, 정신차렷)을 그대로 옮긴 것이죠. 일제시대에는 교스케()’라는 일본말로 구령을 붙였고, 해방이후 교스케를 우리 발음으로 읽은 기착(氣着)’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러다 너무 일본말 같다고 군정청 문교당국은 기착차려로 바꾸도록 공문지시를 내린거죠. 그렇다면 차려는 우리말일까요?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본말 교스케를 그대로 옮긴거예요. 우리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며 어디서 왔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차렷라는 구령 속에는 군대식 억압교육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거죠.

 

*차렷 바로, 바로서요

*부동자세 가만히 있어요

*주목 여기보세요

*집합 모여요. 모입시다.

*기립 일어서요

*착석 앉아요

*정렬 줄 서세요

*원위치 제자리

*일렬횡대 옆으로 한 줄로 서요

*일렬종대 앞으로 한 줄로 서요

 

내가 가장 많이 있고 가까이 있는 곳에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학교(배움터)에서 쓰는 말들을 더 살펴 갈무리 해봐야겠어요.

 

(민들레처럼. 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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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까지 어떤 말을 쓰고 살았을까요? 글쓰기회 겨울배움터에서 우리 말 공부를 시작하고 공부하다 우연히 최종규님을 만났습니다. 누리사랑방에서 이오덕 선생님 책 갈무리한 글을 읽었지요. 쉽고 아름답게 읽히는 글에 빠져들었고 깊이 있는 글에 또 한번 놀랐어요. 누리사랑방에 있는 우리말 바로쓰기 글들도 보았지요. 이것 말고도 아이 키우는 이야기, 사진이야기, 헌책방 이야기 등 곳곳에 읽을거리가 많았어요. 하루 아침에 쓴 글은 아니었지요. 아마도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차곡차곡 쓰고 모아둔 듯 싶어요. 그도 그랬지요.

 

한 걸음씩입니다. 꼭 한 걸음씩입니다. 아주 더디다고 할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좀 느린 듯 보일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아직 모자라거나 엉성할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지만 한 걸음씩입니다.” -생각하는 글쓰기 70-

 

 나도 한 걸음 내딛어보렵니다. 내가 쓰고 있는 말들을 돌아보고 말결을 천천히 다듬어 보렵니다. 나는 꿈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세상이 더 나아지는데 내가 보탬이 되는거지요. 그런데 내 말투 하나 바꾸지 못하는데 어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거창하지요. 생각해보면 우리말을 바로 써야겠다는 마음은 크지 않았어요.

 

 요즘 우리말을 쓰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딸 소율이와 이야기할 때입니다. 차안에서 늘 자기가 듣고 싶은 노래만 떼쓰는 딸에게 아내는 김동률 노래를 켜고 이렇게 말했지요.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야. 이 가수 노래 좋지?”

엄마, 가수가 뭐야?”

, 노래하는 사람.”

, 그렇구나.”

 

 네 살 딸아이에게 어려운 한자말을 쓰면 다시 풀어 말해줘야 합니다. 두 번 이야기 안하려면 아주 쉬운 우리말로 얘기해줘야 하지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어려운 말을 쓰면 아이들은 꼭 다시 물어보죠.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선생(가르치미)이기에 쉬운 말을 써야 돼요. 처음에는 어려운 한자말을 자꾸 써야 어휘도 늘고 좋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찌 그리 어려운 말을 쓰려했을까요.

 

 어려운 한자말,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요즘은 처방전을 친절히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막 휘갈겨 썼죠. 그런 처방전을 보면 의사가 전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내용이 궁금할 때가 많아요. 말은 내가 남보다 뛰어나다 자랑하는 수단이 아니죠. 한글이 있기 전 어려운 한문을 배운 일부만이 지배층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던 아픈 역사가 우리에게도 있어요. 말은 못 배운 시골 할머니도 많이 배운 대학 교수도 서로 통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그리해야 서로 더불어 살며 마음이 어우러지는 그런 세상이 되겠죠. 배운 사람, 돈 있는 사람만의 세상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쉬운 우리말을 살려 써야겠어요.

 

 한자말이 우리말을 풍부하게 했다지요. 나도 그리 믿었지만 아닙니다. 되려 한자말은 우리말을 잡아먹었어요. ()이라는 말은 뫼, , 갓이라는 토박이말 셋을 잡아 먹었지요. 어떤 사람은 너절한 말들을 또렷하게 만들었다고 좋아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런 을 지키는 사람을 갓지기라고도 불렀죠. ‘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를 말하지요.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습니다. ‘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하지요.

 

 옛 우리 조상들은 붉은 빛을 띠는 말이 참 많았어요. 붉다. 불그스름하다. 불그죽죽하다. 불그레하다. 발그레하다. 그런데 적색(赤色)이 이 말들을 다 잡아 먹었지요. 우리 겨레의 아주 작은 마음결과 숨결까지 빼앗긴거죠.

 

 촌스럽게 왜 그래. 글로벌 시대에 우리말을 꼭 써야해? 말은 도구일 뿐 편하게 쓰면 되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지요. 영어, 한자말을 쓰지 말자는 말은 아닙니다. 꼭 써야 할 때 쓰자는 말이예요. 영어와 한자말은 외국사람과 대화할 때 쓰면 됩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우리말을 쓰면 되지요. 어렵고 아리송한 한자말 대신 쉬운 우리말을 쓰자는 얘기예요. 우리말을 다 잡아 먹은 잘못된 말투를 바로잡자는 것이구요.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우리말은 우리 겨레의 얼과 혼, 문화가 담겨있어요.

 

 이렇게 우리말을 살려 바로 써야 하는 이유를 써 보았어요. 나도 내 생각이 부족해 글로 적바림해봅니다. 내 삶부터 잘 가꾸고 잘못된 말투부터 배우고 고쳐야 겠어요. 그러면 말결, 삶결도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그리하여 세상도 그리 나아지겠지요.

 

말 한 마디 자그마한 구석을 알뜰히 가구는 동안 우리 삶 모두 알뜰히 가꾸게 되고, 말 한 마디 자그마한 대목이라고 업신여기며 내팽개치면 우리 삶 모두 대충대충이 되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업신여기는 셈입니다.” -생각하는 글쓰기 35-

 

(민들레처럼.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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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2-23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야 스스로 배워요.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지 못하면 스스로 배울 수 없어요. 저도 이를 두고두고 느끼면서 깨달아요.

곰곰이 살피면,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도구)이 맞아요. 다만, 생각을 담는 그릇은 아무렇게나 다루거나 엉터리로 쓰면 제대로 `말`을 부리지 못할 테고, 내 생각을 말에 옳게 실어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생각을 담는 그릇`인 말을 제대로 바라보고 살펴서 제대로 쓰고 사랑할 때에, 내 생각을 제대로 밝힐 수 있으니, 우리는 말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룰 때에 비로소 생각도 삶도 제대로 선다고 할 수 있어요.

연장(도구)은 `편하게` 써야 하지 않고 `제대로` 써야 한다고 느껴요. 제대로 쓰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잘` 쓸 테고, 잘 쓰는 모습이 바로 `편하게` 쓰는 모습이 될 테지요. 처음부터 제대로 쓰려 하지 않고 엉성하게 쓰거나 엉터리로 쓰니까, 잘모된 버릇을 고치지 못한 채 엉터리가 되고 말지 싶어요.

언제나 즐겁게 한 걸음씩 힘차게 내딛으시리라 믿어요. 즐겁게 이 길을 걸어 보셔요~

저도 아이들한테는 `가수`라는 말은 안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라 쓰는데, 큰아이가 이제 여덟 살이다 보니, 동영상에 나오는 `가수`라는 말을 듣고는 ˝아, 가수가 노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로구나.˝ 하고 알아채더군요 ^^

민들레처럼 2015-02-2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제대로 써야지요. 제가 아직 아는 게 없어요. 글 쓰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때가 많지요. 모자란 글과 생각 살펴주셔요. 많은 도움과 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천천히 즐겁게 이 길 걸어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