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무한도전-배달의 무도편은 오랜만에 마음을 움직인 뭉클한 방송이었죠. 방송 속살은 무한도전 일꾼들이 세계 곳곳 사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집밥을 전해주는 이야기예요. 아프리카 가봉 대통령 경호실장, 칠레 라면집 사장님, 미국으로 입양 간 여자군인,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까지 모두 저마다 대한민국을 가슴에 품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어요. 입양기관에서 만난 외국인도 오래 기억에 남아요. 한국말을 들었을 때 너무 아름다워 한국을 알고 싶었다고 해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말을 사랑하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 그만큼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 모습도 부끄러웠어요.  \

 

 일본 하시마편을 볼 때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죠. 일본은 우리나라 강제징용 사실을 쏙 빼놓은 채 하시마섬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렸어요. 열여섯에 강제로 끌려가 더운 탄광 안에서 속옷 하나 입고 일하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할아버지들. 그렇게 죽어가며 외쳤던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요.

 

 “아이고, 배고파라... 나 쥐나서 못살겠다.”

 

 그분들 넋을 기린 위령탑은 찾을 수 없는 외진 곳에 있었죠. 사망 기록도 모두 불태워 사라졌다는 사실을 듣고 너무 화가 났어요. 나라 잃은 서러움과 아픔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죠. 우리도 모르게 쓰는 일본말투 부터 하나씩 뿌리 뽑고 우리말도 바로 써야겠다는 생각도 해봐요.

 

무한도전 - 배달의 무도(2015.8.15/8.29/9.12 방영)

 

1. 버릇처럼 쓰는 영국글자말

 

. 3위 할 것 같은 질문 앙케트! 3위 할 것 같은 질문 조사!

. 아쉽, 가봉키드(?)인데 아쉽네, 가봉꼬마인데

. 기부 배틀 버금가는 해외배달 배틀 기부 싸움 버금가는 해외배달 싸움

. 남바원(?) 이렇게 하고 으뜸(엄지척) 이렇게 하고

. 레시피 전수 완료 조리법(맛길잡이) 전수(넘겨주기) 완료(끝냄)

. 스케줄상 아쉽게도 불발된 만남 어긋난 일정으로 아쉽게 못 만남

. 식신 준하가 보너스로 준비하는 한국의 맛 먹보 준하가 덤으로 차린 한국의 맛

. 자주 오는 듯 메뉴를 고르고 자주 오는 듯 음식(라면)을 고르고

. 제가 정말 스페셜하게! 제가 정말 특별하게!

. 기름 온도 체크 기름 온도 점검

. 동그랗게 마는 것이 포인트! 동그랗게 마는 것이 핵심(알맹이, 고갱이)!

. 단무지 없는 김밥 시식 타임 단무지 없는 김밥 맛보는 때

. 결혼에 골인커플도 여럿! 결혼에 성공도 여럿!

. 숙자 언니의 나이스 초이스 숙자 언니의 멋진 선택

. 클래식하게 예스럽게

.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자축하는 플래카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자축하는 현수막

. 밝은 목소리로 말 꺼내는 일본인 가이드 밝은 목소리로 말 꺼내는 일본인 안내원

. 너무 몰아주니 커트해주는 센스! 너무 몰아주니 잘라주는 슬기!

. 압도적인 고릴라의 비주얼에 난리법석 엄청난 고릴라 모습에 난리법석

. 짧지만 임팩트 있었던 만남 3세트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 3묶음

. 스펙타클한게 있겠지? 재밌고 굉장한게 있겠지?

 

. 지목해서 디스...? 가리켜 깎아내림...?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 무례)의 준말로 상대방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공격해 망신을 주는 힙합의 하위문화를 일컬어요. [출처: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들온말(외래어)들이 자꾸 만들어져서 답답해요.

 

. 박사장의 플레이팅에 이어 박사장의 음식놓기(음식꾸미기)에 이어 (박사장이 음식을 접시에 놓고)

 

요즘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플레이팅이라는 말도 많이 써요. 원래 뜻은 도금, 이예요. 국어말집, 지식백과를 아무리 뒤져도 공장 작업 기술로 쓰이고 음식을 접시에 담고 꾸미는 뜻은 없어요. 그렇다면 음식놓기’, ‘음식꾸미기라고 하면 어떨까요?

 

. 잘 몰라요아우라 발산 잘 몰라요기품(분위기, 느낌) 드러냄

 

아우라는 고상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뜻하며 독일어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국립국어원에서는 기품이라고 다듬어 쓰자고 했어요. 국립국어원이 다듬은 말도 중국글자말이 많네요. 아쉽죠. 더 좋은 우리말도 찾아봐야겠어요.

 

2. 바꿔 쓸 수 있는 중국글자말

 

. 아이고, 수고해라. 아이고, 애써라.

 

우리는 흔히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잘 합니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버릇처럼 쓰죠. ‘수고의 어원은 15세기 문헌에 슈고로 나와요. 이는 한자어 수고(受苦)’입니다. ‘고통을 받음이라는 뜻이죠. 지금 힘을 들이고 애를 씀이라는 뜻과 다르죠. 알고 보면 나쁜 뜻을 담고 있어 윗사람에 쓸 수 없다고 해요.

일터에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집에 갈 때 남아 있는 사람에게 수고하세요.”라는 말보다 먼저 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먼저 가겠습니다.”같은 인사가 좋아요. 동년배나 아랫사람에게는 애쓰세요.”애써.”라는 말도 좋겠죠. [출처: 표준 언어 예절, 국립국어원 2011]

 

. 첨언, 언제 또 가봐 덧붙인 말, 언제 또 가봐

. 가봉에서 절대 접할 수 없는 음식 가봉에서 조금도(죽어도) 맛볼 수 없는 음식

. 제작진 호출에 다시 모인 셋 제작진이 불러 다시 모인 셋

. 아드님을 예전부터 부르시던 호칭 있을까요? 아드님을 예전부터 부르시던 별명(이름) 있을까요?

. 단도직입 곧바로

. 칠레에 거주중인 남편과 둘째 아들 칠레에 사는 남편과 둘째 아들

. 멤버들 제일 먼저 출국하는 명수 구성원들 가장 먼저 떠나는 명수

 

멤버라는 말도 많이 써요. 국립국어원에서 밝힌 다듬은 말(순화어)은 회원, 구성원, 선수라고 하네요. 말이 잘 안사는 느낌도 들어 어떤 말이 좋을까 고민해봅니다. 동무들은 어떨까요?

 

. 한국말 능숙한 외국인 또 등장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 또 나타남

. 이건 시중에서 먹을 수 없는 맛이야 이건 쉽게 맛볼 수 없어.

. 이제 마카롱 음미하러 이제 마카롱 맛보러

. 매일 저녁을 먹으며 날마다 저녁을 먹으며

. 착하고 매일 같이 놀아서 좋아요 착하고 날마다 같이 놀아서 좋아요

. 어떻게 매일 재밌어요. 어떻게 날마다 재밌어요.

 

. 정차 중인 차들을 상대로 영업 중 서 있는 차들을 상대로 영업 중

. 우선 칠레말로 거는 아버님 먼저 칠레말로 거는 아버님

. 치밀한 작전 설계 후 꼼꼼한 작전을 짠 다음

. 금세 아이 같은 미소가 둥실 금세 아이 같은 웃음이 둥실

. 재석이 선물하는 저녁 식사 재석이 선물하는 저녁

.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고마운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 때마침 자택 귀가중! 때마침 집으로 돌아옴!

. 떨어져 있으면서 전하지 못했던 애정 떨어져 있으면서 전하지 못했던 사랑

. 공유할 수 있어 더 소중해진 추억 함께 할 수 있어 더 소중해진 추억

. 밀가루 옷 입은 닭고기 투하 밀가루 옷 입은 닭고기 넣기(퐁당)

. 박사장의 노고 덕에(?) 노릇노릇 잘 튀겨진 닭고기 박사장이 애쓴 덕에 노릇노릇 잘 튀겨진 닭고기

. 옆에서 항상 챙겨줄 수 없기에 옆에서 챙겨줄 수 없기에

. 저희가 주변을 알아보니 저희가 둘레를 알아보니

. 하시마 주변만 도는 배 탑승 하시마 둘레만 도는 배에

 

. 말은 서로 통하지 않지만 말을 서로 나눌 수(주고받을 수) 없지만

. 한국을 통해 경호팀을 꾸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사람으로 경호팀을 꾸리고 싶었습니다.

통하다는 또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려고 해요.

 

. 애정 넘치는 동생들 사랑스러운(사랑 가득한) 동생들

. 나탈리 눈에 포착된 실수 나탈리 눈에 들어온(잡힌) 실수

. 변수가 많은 하시마 입도 변수가 많은 하시마에 들어감

. 두 번 만에 입도하는 하시마 두 번 만에 들어온 하시마

. 일본에서 지난주에 공수한 겁니다. 일본에서 지난주에 가져온 겁니다.

. 철근과 콘크리트 뿐인 회색철근과 콘크리트 뿐인 잿빛

. 형이 제일 그리웠을 텐데? 형이 가장 그리웠을 텐데?

.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 속속 내오시는 어머니 잇달아 내오시는 어머니

. 드디어 등장핵심 소스 드디어 나타난 알맹이(고갱이) 양념

. 이제 마카롱 음미하러 이제 마카롱 먹으러

. 꿀 뚜껑 맛 가미 꿀 뚜껑 맛 보탬

 

. 임신 중인 딸을 위한 미역국 임신한 딸을 위한 미역국

‘-이라는 말도 많이 써요. 그는 수감 이다. 대학 재학 중에 입대했다. 그러던 중에 그가 왔다. 이런 말투는 영어 현재 진행형을 잘못 옮긴 일본 말투예요. ‘-대신 가운데를 써도 옳지 않아요.

 

*그를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하는 중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얘기를 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얘기를 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3. 틀린 말

 

. 좋겠다~ 아프리카에서 무슨 식사를 할까아~? 좋겠다~ 아프리카에서 무얼 먹을까?

 

식사끼니로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을 뜻해요. 무슨 음식을 먹음을 할까? 무슨 음식을 할까? 앞뒤가 안 맞아요. 아프리카에서 무얼 먹을까? 이렇게 바꿔야겠죠.

식사하러 가시죠.”라는 말도 많이 써요. 왠지 밥 먹으러 가시죠.”라는 말보다 높이는 말이라 느낄 수 있어요. 뿌리박힌 잘못된 생각부터 바로 잡아요. ‘식당대신 밥집이라 부르면 참 푸근하고 정겹죠.

 

. 리포터 완전 빙의 리포터로 바뀜

. 완전 감동이겠지? 정말 뭉클하겠지?

. 완전 기대 정말 기대

 

. 훈내 풍기며 본인 아이디어 핏대를 세우며 준하 생각

 

훈내뜻은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군내라는 말은 본래의 제 맛이 변하여 나는 좋지 아니한 냄새를 뜻하는데 훈내훈훈한 냄새라고 짐작해봐요. 그런데 흐름을 보면 그 뜻도 어울리지 않아요.

 

. 새하얀 백지 같은 비천만(?) 광희 새하얀 백지 같은 천만 아닌 광희

 

비천만도 없는 말이예요. 아마도 천만 관객 영화를 못 본 광희에게 천만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형돈이 말한 듯해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도는 이상한 말들도 이렇게 마구 말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본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4. 쓰면 안될 말

 

. 정말 가슴 아프고 현실적으로 와 닿는 사연 하나를 고르게 됐습니다. 정말 가슴 아프고 피부에 와 닿는 사연 하나를 고르게 됐습니다.

. 바라만 봐도 감동적인 바라만 봐도 가슴 찡한

. 양심적으로 솔직히

. 푼타 아레나스의 이국적 건물들 사이로 푼타 아레나스의 다른 나라(낯선) 건물들 사이로

. 열정적인 자기 소개 혼을 바친 자기 소개

. 어떤 요리보다도 폭발적인 인기! 어떤 요리보다도 엄청난(어마어마한) 인기!

. 강제적으로 해내야 했던 작업 할당량 강제로 해내야 했던 작업 할당량

 

지난 글에도 ‘-을 쓰지 말자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버릇처럼 너무 많이 쓰고 있어 고치기가 참 어려워요. ‘-을 찬찬히 돌아보면 그 뒤에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다는 사실 새삼 또 느껴요.

 

. 신용카드가 보편화되지 않은 동네 신용카드가 널리 퍼지지 않은 동네

. 대중화돼 있지 않던 양변기 널리 퍼지지 않던 양변기

. 칠레에선 먹기 힘든 한국식 닭강정 칠레에선 먹기 힘든 한국 닭강정

. 일본 최초 철근 콘크리트식 아파트 건설했다고 일본 최초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 건설했다고

. 명수 식대로 풀어내고 온 마음 명수 나름대로 풀어내고 온 마음

중국글자말에 를 붙여서 어설픈 말을 만든다고 이오덕 선생님도 말씀하셨죠. 온난화, 일원화, 형상화, 내면화, 간소화, 무력화... 정말 많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신 쓸 수 있는 우리말은 꼭 있어요. ‘-도 중국말투예요. ‘-을 빼도 말은 아름답게 흘러요.

 

. 음 스멜~ 스뎅(?) 스멜~ 음 냄새~ 스테인리스 냄새~

 

스뎅은 스테인리스를 일본식 영어로 발음한 말이예요. 어린 아이들까지 보는 예능프로그램에 이런 말들이 나오면 씁쓸해요. 그동안 받았던 좋은 느낌과 뭉클함이 사라질까 걱정도 들어요. 아직도 남아있는 일본말투는 뿌리 뽑아야겠죠.

 

. 선영 씨가 살아온 이야기와의 만남 선영 씨가 살아온 이야기와 만나

 

와의는 어찌자리토씨(부사격조사) ‘에 매김자리토씨(관형격조사) ‘가 붙은 것인데, 지금 꽤 널리 쓰고 있지만 이것은 일본말 との를 그대로 옮긴 거예요. ‘韓國との交涉을 옮기면 한국과의 교섭이예요. 그래서 이오덕 선생님은 ()’는 그대로 두고 를 붙이지 말고 움직씨를 쓰면 된다고 하셨죠.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아요. [우리 글 바로쓰기1, 128쪽]

 

* 노조위원장은 금일 중으로 김 회장과의 면담을 희망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은 오늘 안으로 김 회장과 만나길 바라고 있다

 

. 내리자마자 멘붕 내리자마자 짜증

 

멘붕멘탈붕괴라는 신조어로 나이든 어른도 알 정도로 널리 퍼진 말이죠. 이런 말들을 우리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처음에는 재미있게 쓰고, 젊은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는 말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말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잡아먹고 있어요. 모든 느낌말을 멘붕이라는 말로 싸잡아 말하죠. 당황스럽다, 짜증난다, 화난다, 울화가 치민다, 울고 싶다, 황당하다, 놀랐다, 식은땀이 흐른다 같이 느낌말들이 참 많은데 말이죠.

 

살펴보니 고쳐야 할 말이 많네요. 1012일에는 지난 17호 글과 편지를 무한도전 김태호PD에게 보냈어요. 워낙 바쁜 일꾼들이라 그 뜻이 잘 전해질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꾸준히 보낸다면 생각은 조금이라도 해보겠죠.

 

(민들레처럼. 2015.10.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삐약이 엄마 그림책이 참 좋아 25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이번 그림책은 진한 연필로 투박하게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 빛깔을 입히지는 않았지만 검은 빛깔로 악동같은 니양이 모습을 잘 살렸다. 소중한 생명을 나타내는 달걀과 병아리, 그리고 달은 노란 빛깔로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달걀을 꼴깍 삼켜 먹어버린 니양이는 시간이 지나자 점점 배가 불러온다. 니양이 뱃속에서 알이 자라더니 결국 응가로 삐약이를 낳는다. 응가를 누는 삐약이 모습, 정말 익살스러우면서도 재밌다. 아이들도 참 빠져들며 보겠다. 삐약이가 태어나며 당황하는 니양이 모습도 참 사랑스럽다.

 

 

 악명높은 '니양이'도 자기가 낳은 삐약이를 돌보며 '삐약이 엄마'가 된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된다는 것. 어버이가 되는 것은 그렇다. 아무리 모진 사람도 아이를 낳고 길러보면 부모 마음을 알게 된다. 사랑이 뭔지, 왜 자식이 맛있게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른지, 아이가 아프면 왜 내가 더 아픈지, 그 마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생명, 따뜻함, 그리고 사랑이 담뿍 담긴 참 재밌는 그림책이다.    (민들레처럼. 2015.10.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능프로그램을 즐겨 봐요. 지칠 때 아무 생각없이 웃고 볼 수 있어 좋죠. 그런데 제목을 살펴보면 우리말이 눈에 띄지 않아요. 중국 글자말, 영국 글자말이 많고 가끔 중국글자말이 섞인 우리말 제목이 조금 보여요. 토박이말만 쓰자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말 제목으로 만들어진 예능프로그램이 더 늘었으면 해요.

 

<중국 글자말>

수요미식회(tvN), 삼시세끼(JTBC), 무한도전(MBC), 불후의 명곡(KBS2), 인간의 조건(KBS2), 복면가왕(MBC), 12(KBS2), 영재발굴단(SBS), 마녀사냥(JTBC), TV동물농장(SBS)

 

<영국 글자말>

힐링캠프(SBS), 라디오스타(MBC), 해피투게더(KBS2), 놀라운 대회-스타킹(SBS), 마이리틀텔레비전(MBC),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 개그콘서트(KBS2), 런닝맨(SBS), 해피타임(MBC)

 

<중국 글자말과 우리말>

우리동네 예체능(KBS2), 아빠를 부탁해(SBS), 냉장고를 부탁해(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JTBC), 우리 결혼했어요(MBC), 안녕하세요-전국고민자랑(KBS2)  

 

<우리말>

나 혼자 산다(MBC), 세바퀴(MBC), 진짜 사나이(MBC)

 

 요즘 사람들에게 TV 매체 영향은 매우 크고, 우리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커요. 가끔 TV를 보다 눈에 거슬리는 자막이 몇 개 보이긴 했지만 자세히 살펴본 적은 없어요. 잘못된 자막들을 정리해 방송국 PD에게 보내주면 좋겠다 싶었죠. 꾸준히 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즐겨 보는 프로그램을 보며 천천히 살펴보려고 해요.

 

 가장 먼저 우리나라 대표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살펴봤어요. 살펴보니 출연자가 잘못 쓴 말을 고쳐주기도 하고, 프로그램 진행을 재미있게 해주는 역할도 해요. 그냥 볼 때와 다르게 찬찬히 살펴보니 고쳐야 할 말들이 보여요. 이런 말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영향을 줘요. 지난 8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가요제편을 살펴봤어요. 크게 네 갈래로 갈무리해봅니다.  

 

2015 무한도전 가요제 (2015.8.8. /8.22. 방영)

 

1. 버릇처럼 쓰는 영국 글자말

 

. 함께 할 뮤지션들도 속속 도착 함께 할 음악가(노래하는 사람, 노래꾼)들도 잇달아 도착

  뮤지션이라는 말을 요즘 많이 써요. 뮤지션은 국어말집에는 나오지 않고 영어사전에 나와요. 뮤지션(musician) 뜻은 음악가(연주가, 작곡가)예요. 국어말집에 음악가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이에는 작곡가, 지휘자, 연주가, 성악가 등이 있다.’라고 나와 있죠. 영어를 쓰면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부터 없애야겠어요.

 

. 듬직. 파트너 케어하는 준하. 듬직. 돌봐주는 준하.

. 인터셉트 가로채기

. 곧바로 스테이지! 곧바로 무대로!

. 리얼 앙탈이다 정말 앙탈을 떤다.

. 와썹맨(What’s up man!) 잘 지냈니?

. 토스 건네주기

. 라인업 공개 순서 공개

. 첫 공연을 피날레처럼 첫 공연을 마지막(마무리)처럼

. ! 이거 엔딩이야 ! 이거 (끝맺음)이야!

. 심상치 않은 오프닝 심상치 않은 시작

. 평창에 울려 퍼지는 소울보이스 평창에 울려 퍼지는 멋진 목소리

. 탄력있는 뒤태가 포인트 탄력있는 뒤태가 핵심(알맹이)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우리말로 바꿔 쓰면 더 느낌이 오지 않나요? 버릇처럼 쓰는 말들은 줄여야겠어요.

.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춤사위 마이클 잭슨을 감동되살이한 춤사위

  ‘오마주는 영화에서 다른 작가나 감독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경의를 담아서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일이죠. 이를 국립국어원에서는 감동되살이로 순화해서 쓰자고 밝혔어요. (2006.12.19.)

 

. 스웩 넘치는 스타일 가볍고 멋스러운(으스대며 멋스런) 맵시

 

  ‘스웩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찾아봤어요. ‘스웨그(swag)’라는 말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탄생시킨 말이지만, 현대에는 힙합 뮤지션이 잘난 척을 하거나 으스댈 때를 가리키는 용어라고 해요. 자유로운 소통이 강조되면서 엄숙함, 진지함에서 벗어나 가벼움’, ‘여유’, ‘’, ‘약간의 허세라고 설명하기도 하죠.

비슷한 말로 간지나다라는 말도 많이 쓰죠. 일본에서 쓰는 '(かんじ)'를 그대로 쓴 말로, 일본어는 '느낌', '감각', '인상', '분위기'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아이들이 간지난다’ ‘뽀대난다라고 말할 때도 그냥 아이들 말 인가보다 넘어갔지만 이제는 말해줘야겠어요.

 

. 에너지 공급 제대로 한 으뜨거따시 힘을 제대로 준 으뜨거따시

. 클래식한 춤 오래된

. 역시 베스트 역시 으뜸

. 계속되는 스페셜 무대 계속되는 특별 무대

. 리듬을 느끼며 파워풀하게 리듬을 느끼며 힘차게

. 헛간 문 오픈 헛간 문 열려

 

 

2. 바꿔 쓸 수 있는 중국 글자말

 

. EDM 신성(?) 아이유 도착 EDM 으뜸이 아이유 도착

. 긴급공수 빨리 가져옴

자막을 넣은 사람도 이 말이 애매했나보죠. 흐름상 신성(神聖)’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을 만큼 고결하고 거룩함인 듯해요. 뜻이 잘 전해지지 않아요. 그 이유는 여러 뜻이 있기 때문이죠. 신성(神性)은 신과 같은 성격이고, 신성(晨星)은 샛별, 신성(新星)은 희미하던 별이 폭발 따위에 의하여 갑자기 밝아졌다가 다시 서서히 희미하여지는 별이라는 뜻도 있데요.

공수도 비슷해요. 여러 뜻이 있어요. 공격수비, 손을 포개는 자세, 물 공급, 물건을 옮기는 일 따위가 있어요. 중국 글자말을 모조리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뜻이 애매해지는 경우 피해야겠죠.

 

. 고민, 대답 먼저 고민, 나중 대답

. 이게 제일 좋은 것 같은데? 이게 가장 좋은 것 같은데?

. 역시나 제일 빨랐던 태양 역시나 가장 빨랐던 태양

.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는 지디 처음으로 빙긋이 웃는 지디

. 주변에서 뭐라고 얘기 좀 들었어요? 둘레에서 뭐라고 얘기 좀 들었어요?

. 회의하느라 분주 갑자기 회의하느라 바쁨

. 급 재생한 음악에 맞춰 갑자기 튼 음악에 맞춰

 

급 회의, 급 만남 이런 말도 많이 써요. 틀린 말 인줄 알았는데 일부 이름씨 앞에 붙어 갑작스러운’, ‘매우 급한뜻을 더한다고 해요. 그래도 갑자기라는 좋은 말이 있으니 안 쓰면 좋겠죠.

 

. 무사히 사전공연 종료 무사히 사전공연 끝남(마침)

. 화분을 든 채 무대 암전 화분을 든 채 무대 불 꺼짐

. 점점 고조되는 무대 점점 뜨거워지는 무대

. 재개된 공연 다시 시작된 공연

.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라임 위를 유영하는 래퍼 준하 라임 위를 춤추는 래퍼 준하

. 댄스로 대동단결한 두 남자 춤으로 하나된 두 남자

. 언제 긴장했냐는 듯 쾌조의 스타트 언제 긴장했냐는 듯 아주 좋은 시작

 

중국 글자말은 짧다고 생각해 버릇처럼 자주 써요. 따져보면 그리 짧지 않고, 어렵거나 뜻이 잘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찾아보면 우리말이 꼭 있어요. 자꾸 쓰다보면 우리말이 입에 붙지요. 잊지 않고 써야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지지 않아요.

 

3. 틀린 말

 

. 자신감 하락엔 폭증(?) 파트도 한몫한 모양 자신감이 떨어진 건 갑자기() 늘어난 부분 때문에!

 

폭증이라는 말은 국어말집에 없는 말이예요. 한자사전에 폭증(暴增)갑자기 큰 폭으로 증가(增加)이라고 나와 있지만 이런 말을 써야 할까요? ‘폭증대신 갑자기() 늘어난이 어린아이도 쉽게 알아듣는 말이죠.

 

. 완전

완전 궁금. 정말 궁금해.

완전 막강 라인업이 된 거예요. 정말 좋은 짜임이 된 거예요.

기분 완전 굿 기분 정말 좋다

완전 절제된 팀이예요. 정말 절제된 팀이예요.

 

이런 말 많이 쓰죠. ‘완전 재밌다.’ ‘완전 웃기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이 귀에 박혀있어요.

 

완전(完全)’이라는 말을 국어말집에서 찾아보니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이라는 뜻으로 이름씨(명사)예요. 그런데 자꾸 어찌씨(부사)처럼 쓰여요. 다음과 같이 말이죠.

 

*이 요리는 완전 맛있다. 그 여자는 완전 미인이다. 이것은 완전 싸다. 이 일을 완전 끝냈다.

이건 틀린 말이죠. 고쳐보면

 

*이 요리는 완전 맛있다. 이 요리는 아주(매우, 정말) 맛있다.

*이 여자는 완전 미인이다. 이 여자는 아주(정말) 예쁘다.

*이것은 완전 싸다. 이것은 아주(매우, 정말) 싸다.

*이 일을 완전 끝냈다. 이 일을 완전히 끝냈다.

 

4. 쓰면 안 될 말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은어, 속어, 줄임말, 군대말 따위들이 많아요. 아이들도 참 많이 쓰는데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친근하고 편하다며 마구 쓰는 말들이 우리말을 잡아먹고 있지요.

‘-이라는 말도 참 많이 쓰죠. '-' 은 본래 '-' 뜻으로 쓰는 중국어 토예요. 이를 따라 일본사람들이 번역할 때 영어 -tic 음과 뜻에 맞추어 쓴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최남선 씨가 '소년' 창간호 표지에 처음 썼다고 하죠. 배웠다는 지식인들이 글을 쓰면서 마구 퍼진 잘못된 말버릇 이예요. 이 말을 많이 쓰는 까닭은, 우선 이 말을 쓰면 유식해 보이고 그리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말뜻을 얼버무려서 적당히 넘기려는 고약한 버릇이 든 때문이라고 이오덕 선생님도 말씀하셨어요. (바른 말, 바른 글-이오덕, 18)

 

. 파이팅! 힘내자!

. 출격준비하는 으뜨거따시 ... 파이팅 나갈 준비하는 으뜨거따시...힘내자

. 특별공연의 포문을 열어줄 무대 특별공연 시작을 열어줄 무대

. 선빵을 먼저

. 치명적인 정말 멋있는 척

. 성공적으로 첫 무대를 마치고 성공리에 첫 무대를 마치고

. 열광적으로 호응해주신 관객들 너무 뜨겁게 함께해주신 관객들

. 저도 음악적으로 장르가 여러 가지 때문에 섞기가 애매했지만 저도 음악 갈래가 여러 가지라 섞기가 힘들었지만

. 개인적으로 보자 단 둘이 보자

 

그냥 보면 문제라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어요. 찬찬히 살펴보니 여러 문제가 보이네요.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이런 자막을 자꾸 보고 쓰다보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질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참 많은 영향을 주는 예능프로그램은 더욱 중요하죠. 말이 살아야 우리 아이들도 삽니다.

 

(2015.10.11. 민들레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말 바로쓰기 16 – 접(接)하다 (우리말을 잡아먹는 한자말-1)

요즘 한자병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높아진다는 말을 해요.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한자가 우리말을 잡아먹는 경우가 참 많아요.

먼저 이름씨(명사)로 우리말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어요. ‘달걀’을 ‘계란’, ‘옷’을 ‘의복’, ‘아기’를 ‘유아’라고 말하는 거죠.

어찌씨(부사)로 잡아먹기도 하죠. ‘차차’를 ‘점차’, ‘서로’를 ‘상호’, ‘천천히’를 ‘서서히’처럼 쓰며 우리말을 사라지게 하죠.

움직씨(동사)와 그림씨(형용사)가 붙어 잡아먹기도 해요. 보통 중국글자말에 ‘~한다’ 또는 ‘~하다’가 붙어요. ‘일한다’를 ‘노동한다’, ‘빈다’를 ‘기도한다’, ‘나선다’를 ‘출발한다’처럼 말이죠.

이런 말들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뜻을 흐리게 만들어요. 그 가운데 ‘접(接)하다’라는 말을 살펴보려고 해요.

국어말집에서 뜻을 살펴보면

(1) 소식이나 명령 따위를 듣거나 받다.
<보기> 사고 보도를 접하다.
(2) 귀신을 받아들여 신통력을 가지다.
<보기> 그야 신을 접하게 되는데 쉽게 될 수야 없지요.
(3) 이어서 닿다.
<보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다.
(4) 가까이 대하다.
<보기> 나는 사람들과 접하면서 사람마다 다른 개성을 발견했다.
(5) 직선 또는 곡선이 다른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다.
<보기> 원과 직선은 접하다.

모자를 쓰고, 시계와 허리띠를 차고, 목걸이를 걸고, 겉옷을 입고, 신발을 신습니다. 이걸 모두 ‘착용한다’로 바꿔볼까요? 모자를 착용하고, 시계와 허리띠를 착용하고, 목걸이를 착용하고, 겉옷을 착용하고, 신발을 착용합니다.

어떠신가요? 어느 말이 뜻을 더 또렷이 전하고 있나요? ‘접하다’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잡아먹고 있어요. 접하다 대신 어떤 말을 써야하는지 살펴볼까요?

가) (이야기나 소식을) 듣다. 보다. 읽다.
- 소식을 텔레비전으로 접했다. (들었다. 보았다.)
- 신문으로 그 내용을 다시 접하니 (보니, 읽으니)
- 많은 자리에서 접했던 질문이다. (들었던, 듣던)

<둘레 글 보기>
*이렇듯 많은 광고를 접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기가인터넷이 무엇인가 궁금증을...(보니, 들으니, 읽으니) - 한국금융신문. 2015.07.11.
*매일 신문을 접하다 보면 선거 공약마다 주장하던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는...(날마다 신문을 읽다보면) - 국제신문. 2015.7.11
*가끔 신문과 라디오, TV광고를 접하다보면 호텔 객실을 분양한다는...(보면, 듣다보면) -금강일보 2015.6.25.
*젊은층들이 SNS를 통해 여러 소문들을 쉽게 접하다보니 공포심이 커진 탓으로 보입니다. (듣다보니, 보니) - TV조선. 2015.6.9.
*소비자 피해 사례를 접하다 보면 소비자나 해당 기업이나 그 누구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듣다) - 국제신문
*집단폭행을 당하고 돈을 털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직장에 갔다. (보고, 듣고) -한겨레 1991.
*그런 광고를 자주 접하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성형유혹을 억제하기 힘들 것이다. (없앰, 듣다) - 중부일보. 2015.5.26
*이런 뉴스를 접하다 보면 플라스마는 인류에게 해로운 것 같다. (없앰, 듣다) - 매일경제. 2015.5.11
*이렇게 주로 해외 난민 문제를 우리가 접하다 보니까 (듣다) - YTN라디오. 2015.6.19
*사망자가 추가되는 뉴스를 접하다보니 아무래도 불안하다. (보니) -부산일보. 2015.6.18
*곰을 사육하는 광경을 TV를 통하여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TV로 보고) - 조선일보

나) (누군가를, 무언가를) 만나다
- 늘 아이들과 접하면서 (만나면서, 부대끼면서, 어울리면서)
- 한국 사람을 가까이 접하고 (가까이하고, 가까이 두고, 가까이 어울리고, 가까이 만나고, 가까이 사귀고)
- 나와는 다른 사람을 접하면서 (만나면서, 겪으면서, 부대끼면서)

<둘레 글 보기>
*인생의 전환점, 미국을 접하다. (만나다. 미국에 가다) - 제주일보 2015.6.12.
*박 교장이 ‘그분’을 접한 것은 지난해 3월 중순 (만난) - 중앙일보
*예술가와의 대담을 통해 예술을 접하다. (만나다) - 제민일보. 2015.3.31.
*요즘 아이들을 접하다 보면 웃어른에 대한 예의와는 너무 동떨어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나다) - 인터넷글
*간질 환자들을 접하다 보면 유소아 환자의 경우 심폐 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다. (만나면) –뉴스1. 2015.5.6.

다) (~을) 보다
-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풍경을 접하게 된다. (본다. 만난다. 마주한다)
- 자연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볼 수 있다. 만날 수 있다.)
- 아이들은 단순하게(꾸밈없이, 티없이) 자연을 접해야 한다. (만나야, 느껴야)

<둘레 글 보기>
*교장선생님은 “아침마다 학생들과 자주 얼굴을 접하다 보니 멀리서도 교장선생님을 부르며 반가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 대구신문
*이런 희귀한 사진을 접한 손씨는 목이 메어 그 사연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본)
라) (~을) 먹다. 맛보다. 마시다.
- 이 음식은 처음 접했다. (먹었다. 맛보았다.)

*그는 “미국에서 멕시코 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재미교포들은 자연스럽게...” (맛, 먹다) - 세계일보 2015.5.30.
*가봉에서 절대 접할 수 없는 음식 (맛볼 수, 먹을 수) - MBC 무한도전, 2015.8.21.
*와인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런 점들을 감안하며... (마시다) - 주간동아. 2015.5.4.
*한 번, 두 번 접하다 보면 특유의 깊고 시원한 맛에 푹 빠지곤 한다. (맛보다, 먹다) - 영남일보

마) (~에) 닿다
- 외부의 미생물과 접하지 않도록 (닿지 않도록)
- 도로와 접해 있는 논 (길과 닿은 논, 길에 붙은 논, 길과 가까이 있는 논, 길가에 있는 논)

<둘레 글 보기>
*해안가의 완만한 평지에 접하다 보니 1996년 이후로만 일곱 번의 귀순 사건이 발생해...(닿다 보니, 닿으니) - 서울신문. 2015.6.22.
*잦은 봄나들이로 꽃가루를 자주 접하다 보니 증세가 심해진 겁니다. (에 자주 닿다 보니) - MBC뉴스. 2015.5.5

바) (~을) 알게 된
- 노찾사를 처음 접하게 된 해 (안, 만난, 들은)
- 기타를 처음 접한 대학교 때 (알게 된, 배운)

<둘레 글 보기>
*네팔 히밀라야 커피를 접하다. (만나다. 알게 되다.) - 블로그 글
*골프를 치지 않는 일반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학문을 접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알게 되면, 공부하면) - 매일경제 2015.6.10

사) (무슨 일을) 겪다
- ~명상을 처음 접하면 (겪으면, 하면)
- 새로운 환경에 접해도 (~놓여도)

<둘레 글 보기>
*양식 문화를 접하다 우연히 한식의 매력을 알게 돼 한식으로 전향하게...(겪다) - MTN 2015.6.17.
*여성들의 실제 삶의 현장을 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겪을) - 한겨레
*인문학을 접하다 보면 협소한 사고가 확장되고 환기되는 변화를 경험한다. (겪다, 공부하다) - 서울신문. 2015.5.21.
*토론 후의 평가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접하다 보면... (겪다, 공부하다) - 경기일보 2015.5.21

아) (~을) 읽다. 보다. 누리다. 듣다.
- 책을 접하다. (책을 읽다)
- 영화를 접하다. (영화를 보다)
- 문화를 접하다. (문화를 만나다. 누리다)
- 대중음악을 접하다. (대중음악을 듣다)

<둘레 글 보기>
*좋은 작품을 자주 접하다 보면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추리소설이 인기장르로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읽다) - 한국일보 2015.7.6.
*점점 더 방대한 지식과 서적을 접하다 보니 현대에서 이 학문들을...(점점 더 넓은 지식과 책을 읽다보니) - 서울경제 2015.6.14
*1970년대 대중음악을 접하다 보니 (듣다) - 매일신문. 2015.5.13
*민중작가 이기원 작품을 접하다. (만나다. 보다) - 아시아투데이. 2015.6.9

(민들레처럼. 2015.8.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요? 눈에 보이지 않아 더 어려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말풀이로 풀 문제는 아닌 듯해요.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가 저번 글에서 ‘마음’과 ‘얼’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죠. 다시 생각해보니 동물에게는 ‘마음’과 ‘얼’이 없을까 궁금해져요.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있을 텐데 싶고요. 사람이 동물보다 위에 있다는 생각은 과연 맞는 말일까요? 우리가 모르는 세상 헤아리기 어렵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네요. 깊은 철학이 담긴 이야기라 살면서 더 찬찬히 생각해보려고 해요. 그래도 ‘넋’과 ‘얼’ 이야기를 여기저기 듣고 본 속살을 나름 갈무리 해봐요. 

 

 먼저 ‘넋’이예요. 김수업 선생님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넋’을 쓸 수 없다고 하셔요. 최종규님은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기운’이며 ‘넋’과 ‘얼’은 ‘살거나 죽는’것이 아니라 어떤 몸(사람)을 빌어서 이 땅에서 ‘살다’가 다른 몸으로 가서 다시 ‘살’도록 하는 숨결이라고 합니다.

 

 국어말집에는 다음과 같이 나오지요.

 

*넋 [이름씨(명사)]

1) 사람의 몸에 있으면서 몸을 거느리고 정신을 다스리는 비물질적인 것. 몸이 죽어도 영원히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초자연적인 것이다.

보기> 억울한 넋을 달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넋이 나를 지켜 주는 것 같다.

2) 정신이나 마음

보기> 그 유물에는 백제의 넋이 살아 있다. 그는 여자 생각에 넋이 빠져 있다.

 

 주로 죽은 사람에게 ‘넋’이라는 말을 1)처럼 써요. 생각해보면 죽은 사람에게만 쓰는 게 아니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기운’이 맞는 듯해요. 살아있든 죽었든 사라지지 않는 게 ‘넋’이죠. ‘혼(魂)’이라 불리기도 해요. ‘넋’이 빠지면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없으니 ‘죽은 사람과 다름 아니다.’라는 말이구요.

 

*넋 빠진 사람, 넋 나간 사람, 넋을 놓고 있다

 

 그럼 ‘얼’은 무얼까요? 국어말집에는 이렇게 뜻풀이를 해놓고 있어요.

 

*얼 [이름씨(명사)]

1) 정신의 줏대

보기> 전통문화에는 민족의 얼이 담겨 있다. 엄마는 얼이 빠진 모습으로 쳐다봤다.

 

 ‘얼’은 ‘마음을 지키는 뼈대’예요. ‘얼’은 ‘마음’ 속에 있지만 ‘마음’과는 달라요. ‘마음’은 몸에서 비롯하지만 ‘얼’은 몸에서 나오지 않지요.

 

 ‘얼’은 ‘알’과 같은 말이에요. ‘알’은 새로운 목숨이 태어나도록 하는 씨앗입니다. 많은 짐승들이 알에서 태어나죠. 땅 위에 자라는 모든 푸나무들도 씨앗에서 자라요. 옛 신화에도 알에서 태어난 사람 이야기가 나오죠. 사람의 진짜 알맹이가 바로 ‘얼’이에요.

 

 ‘얼’은 ‘알다’라는 움직씨 몸통인 ‘알’이기도 해요. ‘알’은 ‘앎’이죠. ‘얼’은 아는 것, 알게 하는 힘이라는 뜻이에요. ‘생각’과는 달라요. 사람이 알 수 없는 저 너머 이야기를 아는 힘이죠.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 그런 힘이에요. ‘얼’은 몸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얼’이 있고 거기서 몸이 생겨나는 거죠. 사람이라는 목숨이 생겨나도록 열어주는 힘이며 씨앗이 바로 ‘얼’이에요.

 

 ‘얼’이 쓰인 낱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아요.

 

*얼간이: 얼+간+이 → 얼이 가 버린 사람

*얼뜨기: 얼+뜨+기 → 얼이 하늘 높이 뜬 사람

*얼빙이: 얼+빈+이 → 얼이 비어 버린 사람

*얼빠졌다: 얼+빠졌다 → 얼이 사람의 마음에서 빠졌다

*얼먹다: 얼+먹다 → 놀라서 어리둥절하여지다

*얼치다: 얼+치다 → 정신을 잃어버리다

 

 어른들이 죽으면 ‘돌아가셨다.’라고 하죠. ‘돌아갔다’는 무엇이 돌아갔다는 것일까요? 사람이 죽으면 몸은 썩어요. 몸은 땅에 묻혀 자연으로 흩어지죠. 마음도 몸에 비롯된 것이기에 자연으로 흩어져요. 하지만, 사람은 죽음을 뛰어넘어 ‘돌아가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것이 바로 ‘얼’이예요. 목숨이 시작된 곳, 하느님께로 ‘얼’은 돌아갑니다.

 

 그럼 ‘넋’과 ‘얼’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죽기 앞서 있는 게 ‘얼’이고 죽은 다음 있는 게 ‘넋’일까요? 최종규님은 이렇게 말하세요.

 

 “넋이 있어서 ‘산 목숨’이 됩니다. ‘얼’은 뼈대와 같은 구실로 ‘넋’을 지키는 구실을 합니다. 사람은 넋이 깃들면서 새 목숨이 되고, 새 목숨이 되면 ‘생각’을 지어서 어떤 뜻을 품고, 생각을 ‘마음’에 씨앗(알)처럼 심어서 어떤 일을 합니다.”

 

 무교에서는 넋이 깨끗해야 편안히 돌아간다고 믿죠. 그래서 제명에 죽지 못한 사람의 넋을 씻어주는 굿을 하기도 해요. 살아가며 ‘얼’에 때를 묻히고 흠을 내면 저승에 가서 ‘넋’에 묻은 때를 씻겨내는 아픔이 무지 크다고 하죠. 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그 가르침은 다르지 않아요.

 

다시 사람답게 사는 길, 되새겨 봅니다.

 

(2015.6.2. 민들레처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5-06-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쪼록 슬기롭게 말길을 잘 찾아보시기를 빌어요

민들레처럼 2015-06-0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길잡이가 되주셔서 고맙습니다.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