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데기 죽데기 (컬러판) - 작은 등불 1
권정생 지음 / 바오로딸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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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목숨은 모름지기 가장 밑바닥에서 엉망진창으로 견뎌봐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로 알게 된단다. 똥통에 들어가 보지 못하면 똥통 같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겠니? 그리고 이 더럽고 흉측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겠느냐? 너희는 그렇게 모질고 야무져야 한다." (19)

 

  따뜻한 동화 오랫만에 읽는다. 남편을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 늑대할머니는 사람이 되고 깊은 산골에 산다. 함께 할 아이를 만들기 위해 달걀을 정성스럽게 키워 밥데기, 죽데기를 만들고 서울로 원수를 찾아나선다. 늑대할머니를 알아본 황새아저씨와 함께 남편을 죽인 원수를 찾지만 이 할아버지 역시 불쌍하게 살아온 과거를 알고 용서해준다. 이 할아버지를 도와준 할머니 딸은 원폭피해자로 깜깜한 방에 오십년을 넘게 살고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유언으로 삼층 할머니를 도와달라고 한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정신대 피해자다. 할머니는 결심한다. 황새아저씨, 밥데기, 죽데기 똥을 갖고 똥떡을 만들어 주문을 외고 가루를 만든다. 이를 서울하늘에 힘껏 날아 뿌리니 도시에 있는 달걀에서 병아리가 태어나고 평화가 찾아온다. 힘을 다 쓴 할머니는 죽음을 맞는다.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가 오히려 흥미와 재미를 준다. 마지막 똥떡을 만들어 금가루를 뿌리는 장면은 이 동화에서 큰 울림을 준다. 곳곳에서 우리네 아픈 역사가 나온다. 늑대할머니도 복수를 벼르며 원수를 찾아나서지만 결국 모두 용서하고 사랑으로 삶을 끝낸다. 평화, 사랑, 그리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동화. 아이들과 함께 읽고, 권정생 선생님 동화를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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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7-19 0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동화 가운데 하나라고 느껴요.
이만 한 작품을 쓸 수 있는 동화작가가 요즈음에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해요.

민들레처럼 2015-07-20 02: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세상을 떠난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선생님 동화 더 찾아보려구요. ^^
 
교과서 너머 교육과정 마주하기 - 초등 4학년 교육과정 개발 사례
열 사람의 한 걸음 지음 / 살림터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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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교육과정 재구성을 몇 번 시도했다. 교과서 진도를 그대로 나가는게 가장 편하긴 하다. 그래도 뭔가 뜻있게 가르치고 싶어 학기초 잔뜩 고민해 앞 뒤로 갖다 붙이며 여러 교과를 통합해 가르쳤다. 진도대로 나가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부족했다. 교과서 내용 가운데 안 다룬 내용이 불안해 다시 가르치며 빡빡한 수업으로 아이들은 힘들어 하기도 했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벗어나 교육과정과 마주하려고 노력한 책이다. 초등학교 4학년 사례를 다루고 있었고 정말 많은 고민과 땀이 느껴졌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과서 재구성이 아니다. 순서만 바꾸거나 여러 교과를 통합한 수업도 아니다. 흔히 그렇게 하고 나도 해보면 그렇게 되곤 하지만 넘어서야 한다. 그 바탕에는 철학이 흘러야 한다. 교육과정관(내가 이 과목을 왜 가르치나?), 아동관(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나?), 학력 및 평가관 (진정한 학력이란, 그렇다면 평가는 어떻게 해야할까?)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친절히 소개해준다. 우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시작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국가교육과정 살펴보기(총론과 성취기준) -> 성취기준, 교과서 보며 주제 정하기 -> 통합수업 잠정 계획 만들기 -> 통합수업에서 포함되지 않은 교과교육과정 계획하기 -> 교육과정 지도 작성하기 -> 주제별 수업 디자인하며 실행하기

 

 교사들은 '국가교육과정'에서 정해놓은 '성취기준'을 달성해야 하는 법적 책임이 있다. 어찌보면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육내용 재구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글쓴이 주장처럼 국가교육과정이 '기준'이 아닌 '지침'으로 바뀌고 교사에게 보다 자율권을 준다면 보다 교사철학이 담긴 살아숨쉬는 교육과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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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삶의 리듬을 잇는 학급운영 지혜로운 교사 5
박진환 지음 / 우리교육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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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학급운영 책을 보면 어떤 좋은 프로그램이 있을까 살펴보며 학급에 바로 투입하기 바빴다. 이제는 프로그램을 왜 운영하는지 조금 알겠다. 그 바탕에는 철학이 있다. 박진환 선생님 학급에서는 이오덕 선생님과 발도로프 철학이 따뜻하게 흐르고 있었다. 프로그램 위주 이벤트 행사가 아닌 철학이 살아있는 이런 학급운영 다시 그려본다.

 

 학급운영은 계절흐름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리듬을 살려 운영된다. 월별로 주제를 갖고 학급운영을 하며 활동을 몇 가지 간추려본다. 다시 학교에 돌아가면 해보고 싶은 것들 꼽아본다.

 

 *전체 운영: 옛 이야기 들려주기, 책 읽어주기, 시와 노래, 자세히 그림 그리기(이호철), 가정방문, 글쓰기, 기록
 *월별 운영
-3월(만남): 친구 얼굴 그리기, 걸개그림 그리기, 자연만남, 진달래 꽃전
-4월(소통): 준비(자연,교사,아이), 콩깍지(친구), 태몽이야기(부모님-아이들), 김밥
-5월(관계): 아이 발 씻어주기, 가정수비대, 황토염색, 비빔밥
-6월(평화): 평화동화(파일참고)
-7,8월(세상): 부채만들기, 방학과제, 선생님과 여행
-9월(협동): 몸으로 부대끼기, 협동작품 만들기, 이야기 만들기, 무지개떡 만들기(지층)
-10월(나눔): 나눔장터
-11월(노동): 일하는 삶의 가치 배우기, 김치담그기
-12월, 2월(감사): 마무리 잔치, 전시회, 책만들기

 

 "주제와 교육과정을 아이들 삶에 연결하여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다." (27쪽)

 

 교육과정과 학급운영은 함께 가야 한다. 처음에는 수업 따로 학급운영 따로였다. 그러니 늘 이벤트식 행사가 되었다. 교육과정 속에서 철학과 혼이 담긴 학급운영을 해보고 싶다. 초임때는 왜 하는지도 모르고 좋다는 프로그램을 잔뜩 욕심내 했던 기억도 있다. 결국 아이들은 없고 내 만족감만 남았다. 내 욕심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바로 정답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여유와 머무름이 있는 학급살이를 다시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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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괴물 - 다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권재원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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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나면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이 좋은 글이다." (권정생)

 

 읽는 내내 마음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나를 돌아보고 지금 상황을 생각했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생각을 또렷이 정리했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끄집어 내주기도 했다. 현실을 분석해 그 숨겨진 원인까지 찾아내고 대안까지 세우는 힘, 글로 보여준다. 돌직구로 던지는 말들이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속에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애정이 없으면 비판도 없다.  

 

 1장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우리 사회와 교육, 그리고 교사에게 던져주는 이야기다.  지금 우리들이 무엇이 힘들고 어떻게 가야하는지 제대로 짚고 말한다.

 

 "배움은 계획에 따라 정해진 학습량을 달성해 나가는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다. 배움은 삶을 공유하는 것이며, 경험을 확장하는 것이다. 훌륭한 교사란 자신이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공유와 경험의 확장 과정에 함께 동참하여 학생과 더불어 성장해 나가는 존재다." (19쪽)

 

 그동안 나도 점수따기, 진도나가기에 급급한 수업을 했다. 배움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오덕 선생님 말처럼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라는 말도 떠오른다. 이 말은 교사가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더 깊게 부딪치고 느껴봐야겠지만 가르치려하기보다 아이들 속에서 배우려는 마음을 늘 새겨야겠다.

 

 "공교육은 직업인을 길러 내기 위한 교육이 아니다. ... 학교는 학생들이 현재 자신의 가능성과 역량을 확장시킴으로써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고 창조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 공교육은 학생들이 직업인, 인간, 시민 이 세 차원에서 미래를 열어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32쪽)
  "제발 교사를 그냥 두라." (38쪽)

 

 아주 우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교직에 들어선다. 그게 조건이든, 의미있는 가치든 많은 이들이 선생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능력있는 사람들이 교직에 들어오면 맥을 못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고 여기에서 보람과 희망을 느끼며 사회도 지지해줘야 한다. 혁신학교를 시작으로 이런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세월호 이야기는 내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끄집어 내주었다. 어른들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은 그들을 절망시키는 행위다. 맞다. 사회를 믿게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믿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도 이를 가려내는 비판적 사고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학생들에게 믿을 만한 어른이 되는 것, 이를 가려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사회를 바꾸는데 힘쓰며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복지에 대한 이야기도 뜻 깊다. 막연한 생각을 눈에 보이게 정리해준 글이 참 인상깊었다.

 

 "우리는 교육이란 무엇보다도 교육받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것이며, 그 행복은 미래에 유보된 것이 아니라 교육받는 순간에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59쪽)
 "참교육의 평등. ..교사는 저소득층 자녀가 더 높은 성적을 올리게 하면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으며, 그건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교사는 저소득층 자녀가 덕성, 지성, 감수성을 함양하도록 할 수는 있다." (65쪽)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 공부의 동기가 가치(윤리적, 미학적, 영적, 지적가치)인 학생은 동기가 생계(취직, 소득, 혹은 출세)인 학생보다 열성적이고 긍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공부의 동기가 가치에서 출발한 학생은 설사 좌절하더라도 자신의 도전이 가치 있었음을 인정하고 차선책을 찾을 수 있지만, 생계에서 출발한 학생은 공부에서의 좌절이 곧 삶의 좌절이라고 느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심신이 황폐해지기가 싶다. ... 경쟁에 끌려다니지 않고 경쟁을 자신의 페이스에 끌어 담을 수 있는 강단 있고 주체적인 학생을 기르는 쪽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85쪽)

 

 우리 교육 문제점을 '인간자본론'에서 찾았다. 교육은 무언가 얻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교육을 시켜 더 많은 생산을 이루는 도구로 바라보기 때문에 지금 우리 교육도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아직도 그렇다. 그래도 희망은 교육에 있다. 진정한 교육평등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돈을 투자해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과 가슴이 채워진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바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이 그런 사람이 되야 한다.  

 

 2장 '학교라는 이름의 괴물'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 속살들을 그대로 끄집어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대안까지 말한다.

 

 "사람은 일하면서 배우고 놀이하면서 배운다. 그리고 이러한 배움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이 확장되는 경험이 바로 행복이다." (152쪽)
"교사도 사람인 이상 보상이 필요하며, 그 보상은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라야 한다. 교사로 늙고, 교사로 퇴직하는 것이 자랑스럽게 하라." (217쪽)
"자기에게 주어진 작고 소소한 일을 창조적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다른 거창한 일을 벌인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작고 사소한 아이디어들을 고민하는 사람 덕분에 학교가 움직인다." (227쪽)
"근본적 변혁을 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니라 그 순간순간 요구되는 변혁을 꾸준히 누적시키다가 어느 임계점에서 근본적인 변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309쪽)

 

 안전문제, 학교폭력, 교장승진제도 같은 학교현장 문제점을 하나 하나 들추며 말한다. 모든 문제를 간추리면 교육이 본래 뜻으로 돌아가자는 거다. 삶을 가꾸는 교육,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온 힘을 다 쏟고 이를 지지해주는 사회분위기, 위에서 내려오는 갑작스런 변화가 아닌 작은 것부터 하나 하나 만들어가는 아래에서부터 변화가 바로 학교 변화 시작이 아닐까 싶다. 

 

 3장 '여전히 뜨거운 감자'는 공교육 시장화, 전교조 비판, 진보교육감, 역사교육들을 다룬다. 비판하는 말들이 아프게 다가왔다. 전교조가 왜 이렇게 됬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대로 길을 잡고 바로 갔으면 한다. 애정어린 비판을 하는 사람들까지 하나 둘 떠난다면 정말 걱정이다. 또 하나 진보교육감 사용법을 읽고는 지금 충남 상황이 떠올랐다. 뜻있는 이야기는 첫째, 의제를 학교 현장에서 계속 만들고 선점해야 한다는 것, 둘째 교육전문가로서 소양을 갖추어 한다는 것, 셋째, 실천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교육감을 뽑았으니 뭔가 되겠거니 하는 생각을 버리고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충남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쉽지 않다.

 

 요즘 생각을 하며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부쩍 든다. 학교라는 공간은 더 그렇다. 문제를 못 느끼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왜?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겠다.  (2015.7.9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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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돌아왔다 - 킹콩샘과 아이들이 엮어가는 작은학교 이야기
윤일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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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일호 선생님을 만난건 작년 여름 글쓰기연구회 연수였다. 글쓰기회보를 받아 본지는 꽤 됐는데 연수를 가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늘 그렇지만 부딪치고 시작하면 절반은 해낸거다. 어렵게 딪은 한걸음이 나에게는 큰 뜻으로 다가왔다. 내가 그렸던 선생님들을 만난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첫인상은 옆집 형님처럼 편했다. 생활한복과 구수한 말투가 좋았다. 학교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때 장승학교를 일궈오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수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참 반가웠다. 언제든지 궁금한게 있음 연락하라는 이야기에 이것저것 전자편지로 보내 물어보기도 하고 홍성으로 모셔 학교 일군 이야기도 알차게 들어보기도 했다. 든든한  학교 고민을 들어주는 선배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때도 느낀 거지만 참 닮고 싶은 형님이자 선배 선생님이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다' 장승학교 철학이다. 요즘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과정 세우기'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시작이 바로 철학세우기다. 프레네와 이오덕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바로 그 흐름과 닿아있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되는게 바로 철학이다. 함께 탄탄하게 철학을 세워나가는 모습 배우고 또 배웠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그러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는 수업이 잘하는 수업이야?'하는 물음이다. '그러니까 어쩌라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수없이 던지다 보면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왠지 다른 교사보다 수업을 더 못하는 것 같다. 수업을 잘한다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하는 생각보다는 자꾸 주눅이 든다." (141쪽)

 학교자랑만 늘어놓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학교를 만들지 고민이 담겨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면서 행복하게 지낼까, 어떻게 수업을 잘 할 수 있을까, 밤새 회의하고 애쓰는 선생님들 모습이 그려졌다. 두렵기도 하다. 나도 지금 꿈꾸는 학교를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수없이 부딪칠 문제들, 사람들 관계들이 무섭다. 그래도 현실에 묻혀 적당히 살아가는 모습은 아니다. 힘들어도 뿌듯한 길을 걸어가야지 싶다. 

우리학교 (이산하, 장승초3)

우리 학교는 좋다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다
우리 학교에 전학 왔다
전학 와보니 좋다
우리 학교만 계속 다닐 거다 (154쪽)

 정말 아이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가 어떤 학교일까 생각해본다. 장승학교는 선생님들 힘만으로 만들어진 학교는 아니다.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학교, 그런 학교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마을에 오래 사셨던 분들과 마찰과 오해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는 마을사람들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 함께 하기 시작했다. 자기 자식만을 위해 좋은 학교를 보내는게 아닌 함께 아이들을 어떻게 잘 키울지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있었다. 그게 바로 장승학교 힘이다.

 "지금은 조금 부족하고 힘들더라도 아이가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작은 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정작 어른이 되어 선택을 해야 할 때, 책임을 져야 할 때,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어른으로 자라게 해서는 안 된다. 내 아이를 믿자. ...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 것인지 두려움을 넘어서 아이들을 존중하고 믿어주자.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만큼, 둘레 어른들이 믿는 만큼 그렇게 자랄 것이다." (237,239쪽)

 그렇다. 스스로 설 수 있게 만드는 힘. 바로 그 힘이 아이에게 있다는 믿음,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 돌아보면 아이들을 믿지 않았다. 믿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한구석에는 내 기준에 맞춰 아이들을 끌어오려고만 했다. 아이들이 킹콩이라 부르며 함께하는 관계를 만들고, 아이들 목소리, 글 하나를 소중히 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그려본다. 

 작은 학교를 일군 이야기가 책에 살뜰히 담겨있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며 담백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마음을 건들이며 스르륵 읽고 어느새 끝장을 덮었다. 덮고 드는 생각은 아, 나도 가고 싶다. 그렇게 즐겁고 뿌듯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학교들은 왜 이럴까? 정말 아이들과 함께 즐거이 커가는 학교를 나는 만들 수 있을까?

 한참 논문에 파묻혀 있다 마음을 추스리게 했다. 지금 아이들을 만나지 않는 연구실이 참 좋고 편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아이들을 신나게 만나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몇 가지 있다. 문집만들기, 그리고 지리산 종주다. 아이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천왕봉 정상에서 함께 힘차게 고함을 외쳐보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2015.05.12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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