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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가 한번 맘에 들기 시작하면 그 작가의 책은 모두 사보게 된다.
그런 나의 습관때문에 게중에는 이제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실망하면서도 사서 보게 되는 작가의 책이 있다.
그러나 오쿠다 히데오는 어떤가?
그의 책은 늘 비슷한 소재만 가지고 나와 식상하지도 않으며 운신의 폭이 좁아 답답하지 않을 뿐더러 비교적 장르도 다양하다.
작가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다.
가독성도 뛰어나고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데다 사람의 심리를 표현해내는 능력도 제법이다. 또한 캐릭터 및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 및 구성도 좋다. 그 뿐인가?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쥐었다 폈다 하는 능력도 있는 것이다. 나는 기꺼이 그에게 내 마음을 주무르도록 허락하게 된다.
그의 책은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는 게 아니라 12시니까 점심을 먹고, 남들이 읽으니까 나도 읽어보자 싶은 기호지배 때문이 아니라 정말 내 의지로 읽게 된다.
<공중그네>를 읽고는 이렇게 유쾌할 수가,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서는 이토록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재미있게 쓰다니, <걸>을 읽고는 여자의 심리를 이렇게 잘알아?, <한밤중에 행진>은 오쿠다 히데오가 이렇게 영상적인 작가였나?, 그리고 <스무살, 도쿄>는 독자를 각자의 스무살로 확실하게 운반해내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 '역시 오쿠다 히데오야' 하면서도 '어랏? 오쿠다 히데오가 맞아?'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니 그의 작품은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풋풋하고 서툰 청춘의 모습. 스무살, 도쿄는 금새 읽히면서도 오래 여운을 남긴다. 나의 스무살을 추억하게 하는 여정을 열어준다. 구성도 좋고, 힘이 되는 문장도 많다. "실패가 없는 일에는 성공도 없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야. 그거야말로 살아 있다는 실감이란 말씀이야!" 라는 문장은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기에 실패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가볍게 잘 읽히지만,
묵직한 능력과 힘을 가진 작가.
그의 다음 작품도 역시 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