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슬럿 - 젠더의 언어학 Philos Feminism 3
어맨다 몬텔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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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6 - 이탈리어에서 '세그레타리오segretario'라는 말은 장관처럼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올라 있는 남성을 말한다(대체로 남성이 전통적으로 맡은 역할이다). 그런데 여성형인 '세브레타리아segretaria'의 경우는 저임금 안내 직원(전통적으로 여성이 맡은 역할)을 나타낸다.

언어를 통제한다는 것, 통제된 언어의 기저에 도사린 불평등과 불균형한 지형적 왜곡.

같은 욕설을 써도 '~놈'보다 '~년'의 위계가 현저히 낮은 곳에 위치하며, 말이 그러하듯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상사의 위치에서도 '여성' 그 자체의 핸디캡.

어렸을 때 '엠창(mother f~)'라는 말을 쓰는 동급생들이 많았지만, 그중에 누구도 '앱창'이라는 말을 쓰진 않았다. 대체로 쓰는 놈들은 정해져 있었지만, 남중남고의 바닥도 아니고 소위 '중간층'이 이런 식이었다. 아닌가, 바닥이 이 정도로 두껍게 포진했던 것이었으려나?
(그리고 나는 소위 '헬창'이라는 표현이 위와 같은 난맥상의 범주에 포함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창'은 명백히 성착취에 근한 말이다.)

같은 욕을 덧붙이더라도 여성으로 지칭하면 더 큰 상처를 입힐 거라는 기대 심리는 이중으로 역겨운 것이다.

언어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퀴어'같은 단어처럼 여성 비하 욕설 또한 재전유 가능하며 어그러진 언어의 체계를 향해서 2019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전복하기를 시도한다.

언어의 위계와 권력관계, 성별 이분법적인 단어 범주, 여성 편향적 교정어, 쿠션어(와 #보컬프라이 ), 남자들끼리의 (추잡스런) '락커룸 대화', 문법 편력적 엄숙주의 등을 말한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중 #캣콜링 으로 97% 여성이 불쾌감과 위협을 느끼지만 '자신의 의도는 칭찬이었으므로 앞으로도 하겠다'고 지껄이는 백인 남성 인터뷰에선 🤢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도 많이 다르지 않아서 한 번 더 🤮

이 전복의 장에서 '욕설' 또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친교적 욕설(친구사이의 bitch, slut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절반 정도만 동의한다.

생화학자 양친을 둔 저자와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나 폭력적 상처를 입은 이들이 같은 '언어학적 경험'을 가질리 없으며, 욕설의 트라우마나 사회적 외부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나부터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흡연에 여남 차별을 두진 않겠지만, 누구의 담배 연기가 내게 덜 해롭지는 않다. 물론 남자의 빈도가 비교할 수 없게 높지만. 욕설이라고 해서 일상 접근성을 높이고 싶지 않다.

물론 욕설이 사라지긴 어려우니 저자의 긍정적 논의(재전유, 전복 혹은 환유)를 통하기를 희망한다.

#워드슬럿 #wordslut #젠더의언어학 #워드슬럿젠더의언어학#어맨다몬텔 #amandamontell #이민경 #아르테 #arte #에세이 #언어학 #페미니즘 #feminism #여성주의 #21세기북스 #젠더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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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폭풍의 집 : 배명은 공포 단편집 구구단편서가 7
배명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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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읽은 #인류애가제로가되었다 에서 처음 만난 작가의 공포 단편집.

경찰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니 공포가 맞고, 경찰이 볼 수 없는 존재들도 슬쩍 등장하니 오컬트에도 발을 걸쳤다.

가정폭력, 가부장 권력, 데이트 폭력, 아들 집착母, 성폭행 등 여성 혐오적인 세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배경은 대체로 산, 외딴 곳이며,
폐부, 라이터, 비, 물, 미친년 등이 자주 등장한다.

오랜만에 직설적이고 강한(?) 단어들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소설을 읽었는데, 내게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내가 접근하지 않는 웹소설계의 분위기인지, 세대차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포라는 장르에서 취하기 마련인 은유를 통한 확장이 이 소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께름칙한 여운의 열린 결말을 통해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공포의 잔상이 강하게 남는다. 여성이 당하는 폭력이 그중 여럿이었다는 점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해서 가닿지 못한 선이 여기저기 숨어있는 건 아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니면 이 사실 그대로의 면대면이 시류인 걸까?

#이갈리아의딸들 이나 #시녀이야기 가 판타지나 sf가 아닌 공포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선샤인은저너머에 와 결이나 층위 구성이 전혀 다른 느낌이라서 당황스러워서 이런지도 모를 일이다.

휴일에 읽기에 만족할 만한 공포소설은 아니었다.

#폭풍의집 #폭풍의집배명은공포단편집 #배명은 #황금가지 #브릿지 #한국소설 #공포소설 #단편집 #공포 #호러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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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닛
매기 오패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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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200 『햄닛』 - 매기 오패럴, 홍한별 옮김
⭐⭐⭐⭐
짧게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아들 햄닛을 잃고 4년 후에 #햄릿 을 무대에 올린 것에 착안해서 쓴 작가의 상상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고전 자체의 감동에 그치지 않고 해석하고 재창조하여 새로운 가지를 틔워내는 작품들. 이를테면 #신곡 이나 #서유기 #천로역정 #레미제라블 같은.

(아, 그러나 나는 <햄릿>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부인 애그네스를 중심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탁월한 영감을 물려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그 자신 스스로 남편을 골라 결혼한 그 애그네스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흐른다.

장갑 장인인 아버지의 폭거에 총기를 내뿜지 못하던 윌리엄이 애그네스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인간적인 해방을 맞이하며 런던의 유망한 극작가가 되는 그 너머에 이어진 넓은 궤적이다.

그리고 <햄릿>에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하여 그 자신과 원전을 크게 회전시키는 결말까지.

경험으로 삼고 그저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로 내몬다.

#햄닛 #매기오패럴 #홍한별 #hamnet #maggieofarrell #문학동네 #셰익스피어 #영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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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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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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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읽었다. 그동안 번역된 작가의 소설(#보기왕이온다 #즈우노메인형 #시시리바의집 )중에서도 가독성이 가장 좋았다. 오랜만에 읽은 추리소설이라 등장인물이 죽을 때는 반가운 기분도 들었다.

민속과 추리, 사이비 종교와 농촌 문제, 환경오염 등의 요소가 잘 얽혀있다. 마지막 하나의 사족을 빼고는 만족스럽다.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가 '20년 후 여섯 명의 죽음'을 예고한 8월 25~26일의 무코이 섬을 방문한 외지인들, 그리고 섬의 '고유한 저주(?)'를 품고 사는 노인들(주민)들의 갈등과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소설 전체가 미스터리 장르의 특징을 은유하고 있다. 이게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미덕이다.

갈등과 사건, 죽음과 트릭을 암시하는 영능력자의 예언이 지배하는 밀실(섬). 날씨와 분위기의 관계, 틀린 적이 없는 슬픈 예감과 더불어 ㅡ
이야기의 큰 줄기는 끝나가는데 이상하게 많이 남은 나머지 페이지들에서 느껴지는 '무모한 반전'의 예감과 슬그머니 피어나는 기묘한 불안... 까지!

소설 속에서도 두어번 등장하는 #요코미조세이시 #미쓰다신조 #교고쿠나츠히코 의 특징을 모으려 한 건지, 이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구성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연결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이것도 여름 소설로서 장점.

그런데 소설의 마지막은 (아마도) 작가 스스로 공들인 것에 비해서 큰 임팩트는 없었다. 소설의 다른 요소와 겹치는 마지막 트릭이 없더라도 충분히 완성된 이야기인데 오히려 사족을 붙인 셈이 되었다.

#예언의섬 #사와무라이치 #이선희 #아르테 #21세기북스 #일본소설 #추리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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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의 노래 -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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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인 저자의 글과 그림(수채화)를 함께 수록한 에세이집인데, 글의 배치가 행렬이 나눠진 시에 가깝다.

화가로서 그린 수채화는 나의 무지와 호기심을 함께 자극할 정도로 신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학교 미술 시간에 종이의 때를 밀어내던 기억으로는 범접하지 못할 감각과 이미지가 주는 기쁨 같은 것들이 서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한다.

이 출판사의 표지를 일일이 찾아보고 확인하지 않아도 꾸준히 표지 작업을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에 관한 별다른 해설을 하지 않아도 수채화라는 예술의 특징을 보여주며 수채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에세이인지 시인지 일기인지 모를 생각의 단상들은 유명 작가 중에 화가 없고, 유명 화가 중에 작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 시켜준다.

한국형 감성 에세이의 미진한 부분들, 뜬구름을 가리키는 방식들이 반복된다. 산책의 배경도, 산책하는 이의 사연도 알 수 없다. 글들이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도 않는다.

당사자만 아는 단상들을 우리는 '일기'라고 한다.

그림과 글이 주는 인상이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산책가의노래 #이고은 #에세이 #잔출판사 #도서출판잔 #잔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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