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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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상식에 매몰된 사람을 보고 조소를 했던 적이 있다. 속으로 비웃고 있다가 어느새 불안감에 더 이상 웃지 못했다. 고등학교때로 기억이 난다. 처음 치숙을 읽게 된 것은 그저 단순한 계기였다. 소설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곤 상상도 못하고 그저 그 시대의 풍자소설을 좋아하던 고등학생은 책 한권을 들었었다. 이것이 자신의 사고 방식에 가장 영향을 미칠 책 한권임을 이때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한권의 소설로 삶의 많은 부분에 대한 인식이 변한 나로서는 시를 철학으로 독해해가는 강신주씨의 책을 읽으면서 삶을 변화시킬 그런 시를 찾고 싶었다. 

 많은 시와 철학자를 다루는 것은 자칫 핵심에서 벗어나 근처도 가기 전에 분량의 이유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양을 압축하여 작은 용지에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것도 저것도 안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기 떄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글쓴이가 제시한 해법은 깔끔한 것 같다. 강신주는 이 문제를 기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 지평에 시를 투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은 독립적으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철학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한 하나의 작가 안에서 시들이 하나로써 포섭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의 리라이팅 클래식 장자를 읽어서 그의 타자와의 소통 이론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 책은 강신주의 시와 철학으로 느껴졌다.  

 철학자가 철학 논문을 위한 논문,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 철학을 위한 철학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삶으로서의 철학, 자신에게 드러난 의미 그 자체를 포착하고자 하는 그런 철학적 노력이 엿보인다. 시는 삶과 가장 가까운 문학이다. 철학자로서의 자아가 타자로서의 시를 만나서 그 의미를 해석해 나아가는 자체가 일종의 그의 대화와 소통의 이론을 보여주면서 풀어가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작가에 의견에 따르면 철학은 일종의 어색해지기다. 삶에서 어색해지고 나서야 삶에 대해서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있기때문이다. 플라톤이 이데아의 세상으로 족쇄를 풀고 나간뒤에야 자신이 동굴안 죄수였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그러나 철학자는 어색해진 뒤에 반드시 다시 삶 속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개인의 삶에서 드러나는 의미에 대해서 아주 집중해서 언어로 포착하려는 시도가 바로 하나의 시이다. 시를 읽을 때 우리는 우리의 삶과 비교를 해보기도 하고 공감을 해보기도 하면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때떄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지 않고 읽기만 했을 뿐인데 이미 시가 저절로 꽃으로 나에게 오는 경우를 느낄 때가 있다. 철학적 지평이 풍부한 그에게도 이런 느낌었을까?  그의 시에 대한 철학적 해설을 보면서 시인은 그저 시를 표현했을 뿐이고 그 주인은 사실 시를 감상하는 철학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책은 몇시간이고 보게 된다. 물론 재미가 없다면 금방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신영복 교수의 [강의]와 김용규 교수의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 라는 책을 밤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강의]를 강의하는 노교수가 자신의 인간관계론을 고전을 읽으면서 다시금 반복해서 깨닫는 과정과 같이 자신의 타자와의 대화 소통 이론을 시들을 통해서 재확인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소설을 철학의 용어로 대중들을 위해서 쉽게 풀이한 김용규교수처럼 시라는 어려운 장르를 무려 철학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쉽게 풀어쓴 노력도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 좋아하는 두 책과 비슷한 형식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고 두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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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아름다움에 대해서...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2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향수 리뷰

향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최고의 답이 아닌 최고의 물음을 던진 작품으로 보인다. 향수에서는 두 가지의 큰 측면에서 미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듯하다. 우선 미적 판단을 단순히 시각적 감각에 대한 판단에서 후각적 감각에 대한 판단으로 바꾸고 또한 시각적 감각자료에 대한 판단이 미적 판단이 아니라 미적 판단에 의한 시각적 감각의 재구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한 진 선 미의 가치 서열의 체계를 무너뜨리며 모든 가치의 등가성 혹은 미적 가치의 절대성으로 전복시켰다.

우리가 보는 것은 보이는 그대로 있는 것일까? 혹시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단순한 해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른바 니체의 인식론적 관점주의로 봤을 때, 세계는 단순히 우리의 힘의 의지가 생산한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 향수에서는 우리가 시각 자료에 대한 판단으로 여겨왔던 미적 판단에 대해서 새로운 시점을 제공한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사실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것이다. 향수에서는 후각적 자료의 해석이 사실은 아름다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가장 의존하는 시각에 그 가치를 종속시킨다. 그럼에도 사실은 여전히 후각적 가치에 의해서 선 판단된 미적 대상을 우리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대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다. 오직 주인공만이 이 사실을 안다는 것에서 아름다움과 감각의 연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은 때로 성적인 것으로 때론 천박한 것으로 그 가치가 격하되어 항상 진리와 선이라는 가치 다음에 놓였다. 아름다운 여인이 죄를 저질렀다면 처벌을 받을 것이며 건장한 청년의 입에서도 여전히 거짓이 도사린다. 오히려 착한 사람을 아름답다고 말하며 지적인 사람에게도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허용하는 듯하다. 진리와 선은 아름다움을 내포하며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만 아름다움은 진리와 선을 능가하거나 포함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향수에서는 아름다움(여기서는 후각적 감각에 의해서 야기되지만)이 선뿐만 아니라 진리까지도 왜곡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좋은 향수를 몸에 두르자 성직자들은 성적으로 타락했으며 재판관은 무죄를 선고하며 주인공에 의해서 피살된 딸의 부모는 그를 용서한다. “그는 살인을 했을 리 없다.” 사실 판단에 앞선 미적 판단이 내린 결론이다.

시각은 흔히 3차원적이라고 불린다.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이 입증하듯 인간의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후각은 더욱 단순히 1차원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전히 향기가 남아있음에도 후각은 금새 익숙해져 그 존재를 알 수 없게 된다. 아름다움을 후각적인 무언가로 환원시키고 그 가치를 격상시키는 비상식적 행동들이 미에 대한 상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