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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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클로버~ 
 
만약에 ~
OO라면~ 
 
학생들과 독서캠프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창비의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품들을 독서 과제 책으로 여러 번 사용하였다. 
 
일반 성인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연대적 배경과 감동을 책을 통해 여러 번 경험한 터라 창비의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은 믿고 보는 책이라고 할까? 
 
이번에는 나혜림 작가의 #클로버 다. 
 
할머니와 살고 있지만 수학 계산도 빠르고 어려운 환경 탓에 빨리 어른이 된 중 2 소년 현정인과 악마와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우유 대리점에서 일하던 정인의 엄마는 "엄마 밥값 하고 올께!"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싸늘한 죽음이 되어 돌아왔다. 
스쿠터를 타고 우유 배달을 나갔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이후 정인은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할머니가 리어카로 폐휴지를 주워서 고물상에서 받는 돈으로 생활하며 방 한 칸의 좁은 집에서 몇 년째 살고 있다. 
 
학교에서 354,260원짜리 제주도 수학여행 통신문에 잔뜩 귀가 죽은 정인은 아이들을 피해 학교 건물 뒤 쓰레기장 부근에서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와 마주한다.  
 
담임 선생님은 정인의 수학여행비를 학교에서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정인의 자존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 세 시간 학원가가 있는 지역에 위치한 '햄버거 힐' 이란 곳에서 시급 9,160원을 받고 알바를 하고 알바가 없는 날이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방 가득 폐휴지를 주워서 수거 업체 사장에게 간다.
그렇게 반나절을 주워서 받는  폐휴지의 가격은 2,000원이다.
 
알바로 일하는 햄버거 힐의 사장은 유통기한이 지난 빵과 패티를 날짜 태그를 갈아서 다시 냉장고에 넣으라고 한다.
유통기한이 지나도 2주는 멀쩡하다면서~ 
 
정인은 얼른 돈을 모아서 오토바이를 사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는 배달 알바를 하고 싶지만 딸을 사고로 보낸 할머니는 손주가 배달 알바 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데려온 고양이~ 
 
그러나 고양이는 휴가 중인 악마 헬렐 밴 샤하르가 변장한 모습이다.
 
동사무소에서 매번 라면과 햇반을 지원받아 생활하지만 복지사의 후원자와의 결연 제안은 가차없이 거절하는 정인이다. 
 
그런 정인에게 달콤한 악마의 유혹은 계속되고~
 
만약에 상상하는 일이 현실이 된다면~ 
 
학교에서 자신에게 모욕감을 주는 태주를 혼내 줄 수도 있지만
정인은 잠시 주저할 뿐 악마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식물을 좋아하는 같은 반 소녀 재아의 따뜻함이 있고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있으니깐........ 
 
구청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사용한다는 제보를 받고 나온  단속  공무원에게 모든 잘못을  알바생 정인에게 미루는 햄버거 힐의 사장~ 
 
분노를 참지 못해 햄버거 힐의 유리창에 돌을 던지던 날
할머니는 그 현장에서 트럭에 부딪혀 교통사고를 당하고 며칠 째 의식이 없다.
 
악마를 따라  땅 밑으로 떨어진 유혹의 세계 
 
정인이 태어나서 한 번도 마주하지 않은 물질로 가득한 신세계지만
흔들림의 끝에서 용기를 내어 다시 현실을 택해 돌아오는 정인~ 
 
비록 구차한 현실이지만 할머니가 있고 친구 재아가 있고 자신을 걱정해주는 복지사가 있다. 
 
나혜림 작가의 맺음말 첫 문장에는 이런 글이 있다.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종이와 펜과 불행한 어린 시절이었다."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소설은 픽션과 논픽션의 어우러짐으로 나오는가 보다. 
 
나혜림 작가의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다는 어린 시절의 불행이 소설의 탄탄한 밑바탕을 채워주고 있다. 
 
주인공 현정인의 아름다운 성장을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본다. 
 
오래전 돌아가신 허리가 굽었던 나의 할머니 생각에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을 경험하며 아름다운 한 권의 성장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책을 통해 얻는 감동은 나에겐 짜릿한 쾌감과 같다. 
 
코가 찡한 감동의 순간을 돌아 삶을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어두운 곳은 잘 보이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들은 애써 그곳을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선택은 인간이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우리 삶에는 항상 네잎 클로버와 같은 행운이, 희망이 존재한다.  
 
 
 
#부드러운독재자 #도서협찬 #클로버 #소설클로버 #장편소설 #나혜림 #성장소설 
#창비청소년문학 #청소년소설 #영어덜트 #독서 #독서모임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감동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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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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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챕터 하나 하나의 글이 참 멋지다. 
 
솔직히 TV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일부 유명인들에 대해 내가 참 무모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허지웅 작가의 글의 깊이가 참 깊다.
넓고 다양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휴일 연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밤을 새워 글을 읽고, 강의 계획서를 짜고,
한국 교육사를 정리하면서 일제강점기 식민지 한국 교육의 역사에 분노하고^^
 
미국에서 동생가족이 왔다.
내일이면 만나게 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참 아름답다. 
 
어수선한 시간에 마음의 정화를 가져다 주는 산문집이다. 
 
글을 간결하게 끝맺어서 읽기도 좋았고 많은 부분 내가 고민하고 공감하고 사유했던 내용들이라 접근하기가 좋았다. 
 
2020년 다리를 다쳐서 두 달 동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처음에는 화가 났고 답답했고 견디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고요가 찾아왔다. 
 
그 두 달의 기간동안 많은 따뜻한 이웃을 만났다.
염치없이 기대고 부탁하고
난생처음 많은 이들의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 
 
그때의 따뜻한 연대를 잊지 못해 나는 지금도 시간을 내어 그 분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부탁만 할까? 
불만을 가지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해 주었다. 
 
다리를 다쳤을 때 나는 그 분들에게 부탁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름다운 연대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그때의 교훈을 따뜻한 마음들을 평생 가지고 갈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다.
더 나아가 우리 국민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음에도 누군가 하고 있는 것들이 기둥이 되어 떠받치고 있기에 하늘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허지웅 작가는 이런 사람이구나........ 
 
그의 글 들은 미사여구가 하나도 없이 담백한데도 감동은 두 배가 된다. 
 
나는 책에 대한 편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타인의 해석'을 읽다 가도, 곱슬머리 김민철 작가의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같은 아름다운 문장의 글에 빠진다. 
 
리처드 세넷의 '짓기와 거주 하기'에 빠져 세계의 도시 계획에  몰입하다 가도 헤세의 '싯구'에 눈물 짓는 사람이다. 
 
허지웅 작가의 '최소한의 이웃'은 내가 이해하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배우게 한다. 
 
나는 그래서 책을 읽는다. 
 
내면의 마음에서 슬그머니 '자만'이 튀어나오기 전에 나를 깨우쳐 주고 
생각이 과하다 싶을 때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 속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최소한의 이웃은 작가의 지식의 깊이에 일단 감동을 받았다. 
 
그 내면에 쌓인 보물 같은 지식을 비롯한 사회의 다양한 스토리를 다 담아내어 주어서 책을 읽는 독자는 무한한 감사의 마음으로 책 한 장 한 장을 넘긴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이야기 하고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도 한다.
해박한 지식을 글 속에 다 녹여서 독자에게 200% 전달해 준다. 
 
이런 글 들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 진다.
세상이 그래도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가운데
나를 정화되어 간다.
 
누구에게도 칭찬받지 않는 일에 삶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희생했던 우리나라 병역의무를 지고 있는 청년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잊고 살았던 세월호에 대해 22세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대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직면했을 때 내게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중요한 일은 조용하고 겸허하게 이루어진다.
 
진실을 찾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되, 진실을 찾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까지........ 
 
마음 공부하기 좋은 글 들이 너무 많아 노트에 적어본다.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편안한 작가의 책을 한 권 만났다.
허지웅 작가의 글에 진심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글이 참 좋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어서....... 
 
우리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일 때 서로 돕고 함께 기다리며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참 좋은 말이다. 
 
매번 글을 통해 마음의 시야를 넓히는 행복한 순간에 머무를 수 있어서 좋다. 
 
내일부터 이틀간 동생들과 신나게 놀고 
 
연휴 끝나는 화요일 오전 9시부터는 새로운 학습자분들과 만나는 강의가 시작된다. 
 
빛이 없는 곳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은 마음이 허할 때 복기해야지
참 따뜻한 책이다.
 
#부드러운독재자 #통영시 #도서협찬 #김영사 #최소한의이웃 #허지웅 #산문집 #에세이 #산문 #독서 #독서모임 #허지웅에세이 #좋은글 #공감 #책일기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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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니 주얼리 이야기
손누니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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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니 주얼리 이야기~ 
 
바쁜 일상에서 책을 통해 멋진 세상을 만나고 멋진 사람의 삶을 엿 본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누니주얼리이야기 의 작가 #손누니 의 삶이 너무 멋있어서 책을 완독한 후에도 #NOONEE 라는 디자이너와 그가 만드는 반지가 궁금해진다. 
 
어학연수로 간 아일랜드 골웨이에서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길거리 판매 '코리안 라이브 주얼리' 그리고 어학연수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의 소개로 이탈리아 여행길에서 들린 이탈리아 금속공예 장인 '파우스토 마리아 프란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파우스토 마리아 프란키 밑에서의 1년간의 도제생활~~ 
 
누군가의 삶이 참 드라마 같다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손누니'라는 인간의 고군분투한 삶의 과정이 나 같은 독자의 눈에는 얼핏 행운처럼 비쳐지기도 한다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린다. 
 
무엇보다 진취적인 행보에 매끄러운 필력에 나는 더 후한 점수를 손누니 디자이너에게 주고 싶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디자이너는 눈이 온 날 세상에 태어났다고 부모님이 지어준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 한다. 
 
'반지는 손 주인의 심정을 드러내는 장식이다. 손에 맞춤 하게 자리를 잡았을 때, 반지는 비로소 빛난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iF본상 수상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녀의 행보가  여성전문인으로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화려한 이력 뒤에는 남들을 능가하는 노력과 도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글을 통해 마주한다. 
 
아무리 창대한 것도 미약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그녀의 말이 "우연은 준비된 마음을 편든다'는 한 구절로 멋지게 종결되고 있다.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것은 자신의 안에 단단하게 자리 잡고 그 중심에서의 모든 경험은 자신의 브랜드를 탄생하는 로드맵이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가 너무나 멋지다. 
 
어린시절 힘든 수업 시간을 만드는 작업으로 견뎌낼 수 있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만들고  또 만들면 좋아하는 일이 마침내 잘하는 일이 되고 그 일이 자신의 삶이 된다는 것을 그녀의 삶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부모님의 집 담보로 삼청동 작은 한옥에서 시작한 '누니 주얼리'는 한남동을 거쳐 지금은 플리그십 스토어의 대표가 되었고 세 군대의 백화점 부티크 매장에 입점해 세계굴지의 명품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꿈과 현실, 예술과 대중,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가장 본인 다운 길을 만든 누니 주얼리 대표 손누니 디자이너의 삶을 글 속에서 만나고 나니 다음에 서울에 올라가면 '누니 주얼리'를 꼭 방문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학원 수업을 마치고 네 시간 만에 완독해 버렸다. 
 
금속 공예가 이전에 그녀의 필력은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마력이 있다. 
 
누니 주얼리에서 만드는 반지들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그녀는 말한다.
"도전하고 탐구하고 고심하는 디자이너의 루틴을 지키는 일이 성공의 비결이다," 고 
 
자연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반지 디자인의 텍스처로 사용한 누니 주얼리의 컬렉션은 10여종이다. 
 
결혼 반지로 제작되는 그녀의 반지들에는 아름다운 반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반지 하나하나에  스토리텔링이 있어 더 멋지게 빛이 난다. 
 
커플의 사랑이 영원에 가 닿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디자인 한 '리프스루 타임(시간을 넘어서)' 
 
결혼 생활에 대한 부부의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디자인 한 '라이크 어 트리(관계) 등......... 
 
선택의 순간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웬만하면 '하는' 쪽에 섰다는 그녀는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키워왔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주얼리를 통해 비로서 나답게 반짝이는 법을 배웠다. 꿈이 실현되는 누니 주얼리에서 모두가 자기 답게 반짝이는 순간을 맞이하기를 기원 드린다." 
 
좋아하는 일은 완벽히 준비된 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어려운 순간에도 그저 할 뿐이다.
마냥 하고 하염없이 가고 계속해서 한다.
이것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세다....... 
 
이 책을 읽게 되어 행운이다.
너무 멋진 여성의 삶과 마주한 시간이다. 
 
누니 주얼리~
나에게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부드러운독재자 #누니주얼리 #손누니 #김영사 #신간 #책추천 #책스타그램 #주얼리 #주얼리디자인 #주얼리디자이너 #주얼리브랜드 #웨딩 #웨딩밴드 #에세이 #에세이추천 #독서 #북스타그램 #도서협찬 #신간도서 #독서모임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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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조형근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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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정의'  
 
학생들을 가르치며 대학 강단에 서다 보니 하나의 개념을 정립하는데 무수한 방법적 논의라는 절차와 비유가 뒤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정의' 라는 개념적 접근에 잠시 망설였다. 
 
모든 개념은 항상 열려 있다.
개인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개념의 정의가 달라지는 사례를 무수히 봐 왔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내용을 어렴풋이 느끼기도 했지만 사회학자가 쓴 글들의 난해함이라는 선입견에 책을 받고도 즉각적으로 책을 손에 잡지 못했다. 
 
일상의 산재해 있는 일에서 탈출하고 싶어 책의 머리말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생각들이 좁혀지며 책 속에 몰입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사회학자 조형근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우리 사회에 대해 정치에 대해 다소 무 감각적이고 무관심한 나와 같은 독자들을 일깨움의 시간 속으로  초대한다.  
 
잊을 수 없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투쟁에서 경쟁으로 달려온 86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합리적 보수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20대 남성의 보수화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 우파의 혁신 가능성에 대해서도 탐색한다. 
 
대학 강단에서 강사로 지내다 50대에 정규직 교수가 되었으나 1년 만에 그 직책을 버리고 대학을 떠나온 그의 삶이 글속에 녹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 조형근은 글을 쓸 때만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정의로운 사람이다. 
 
매의 눈으로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제대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광복 이후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50대 이상은 한국전쟁을 꼽지만 40대 이하는 세월호 참사를 꼽는다. 
 
세월호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권력과 보수언론의 유족 폄훼는 대국민 촛불시위로 이어졌고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엄중한 정치적 사건의 결과를 낳았다. 
 
조롱 받는 지식인에 대해  한탄하며 지식인이 존중 받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머리말에 "세상은 참 뜻대로 안된다. 삶도 그렇다. 이 책이 세상을 비판하는 시론이면서 나를 성찰하는 고백록이다." 고 했다. 
 
"글을 쓸 때면 정의를 찾게 된다. 내 삶이 글처럼 정의롭지 않다. 그 격차를 부끄럽게 고백하되, 그 사이 긴장과 모순을 잊지 않으려 애쓰는 수밖에 없다." 
 
작가는 이야기 한다.
진보나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이들 대다수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사회에 대해 정치인들에 대해 그동안 분노했던 나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글에 몰입되어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누군가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필력을 이용해 사회를 고발하기도 한다. 이런 지식인들이 많아진다면 사회는 우리나라는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문체부가 발표한 국민 의식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 한다." 는 질문에 81.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통일 시기 서두를 필요가 없다." 는 응답에도 61.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양극화의 고통을 인식하면서도 남한 단독의 현대사를 긍정하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이 책은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 사회를 직시하는 조형근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 로 가득하다. 우리가 말하지 못했던 사회의 부조리를 정치의 부조리를 정권의 부조리를 속 시원하게 성토하고 있다. 
 
조형근 작가의 글은 한 마디로 살아있는 '정의' 다. 
 
그래서 독자는 이 글에 매료될 수 밖에 없다. 
 
#부드러운독재자 #나는글을쓸때만정의롭다 #창비 #도서협찬 #사회학 #세월호 #진보 #엘리트 #지식인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논평 #논단 #독서모임 
#글쓰기 #연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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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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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디틀레우센을 만나다~

며칠 아름다운 문장들에 빠져서 나의 밤과 새벽을 몽땅 그 문장들에 투자한다.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글을 쓰는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코펜하겐 삼부작 '어린 시절'은 디틀레우센의 회고록 중 가장 아름다운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책을 통해 그녀의 어린 시절을 함께 따라가 보는 여정은 중독에 가까운 몰입의 시간이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삶의 이야기와 ''의 세계를 향해 간절한 감정들을 숨기고 살아가야 했던 그녀의 애환이 글 전체를 압도한다.


독자는 글 속에서 매혹 되고 그녀의 삶에 스며든다.



'어린 시절은 관처럼 좁고 길어서,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


글 문장들을 음미해 보는 시간은 독자들에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선사한다.


그녀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삶 속에서 태어난 ''는 그녀를 시인으로 소설가로 인정받게 하는 모태가 되었을까?


글을 쓴다는 것은 아름다운 작업이다. 한 문장의 글로 전 세계 독자들을 감동 시키는 

위대한 일을 한다.

디틀레우센의 글은 독보적인 아름다움 속에 그녀만의 바르고 냉정한 시선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벌써 내 마음을 아찔하게 흔들어 된다.


'아침이면 희망이 있었다. 희망은 내가 감히 만져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어머니의 부드럽고 검은 머리칼 속에, 금세 사라질 듯 반짝이는 빛처럼 어려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던 소녀는 삶의 비뚤어진 사고의 길을 인내로 견디고 

아름다운 여정으로 떠나는 의지를 선택한다.


어린 시절 사회주의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보던 책을 통해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글을 깨우쳤지만 그 시대 여자들의 삶에서 그것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이었다.


여자가 글을 쓰거나 시인이 된다는 말은 세속의 세상에서는 '금기어'로 자리 잡았지만 

그녀는 불행 속에서 언젠가 자신이 시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나쁜 냄새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각각의 유년기는 특유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디틀레우센의 어린 시절을 따라가 보는 시간은 암담함 이란 단어로 표현해 볼 수 있다.


공장에서 해고를 당한 아버지로 인해 가족은 실업수당으로 겨우 하루를 살아가고 어린 그녀의 감정들을 이해해 줄 사람은 가족들 중에 아무도 없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어린 시절 삶에서 그녀는 항상 '시인'을 꿈 꾸고

 습작 노트를 통해 결과물을 채워간다.


아버지가 없는 시간 집안에 다른 남자를 불러들여 갑자기 들이닥친 아버지를 피해 외간 남자를 옷장 속에 숨게 했다는 이야기를 이모와 서슴없이 나누는 어머니의 삶을 들으며 그녀의 어린 시절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은행의 도산으로 평생 저축한 500크로네 전재산을 잃은 그녀의 외할머니는 그 돈이 자신의 죽음 후 묘지로 세상에 다시 남겨지는데 쓰여지길 원했지만 그 꿈은 죽어서 한 줌의 가루로 항아리 안에 봉안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그녀의 어머니가 물려받은 재산은 살아 생전 할머니가 덮었던 이불 한 조각이다.


그 이불은 어린 외손녀에게 물려지고 그녀는 어두운 밤 그 이불에서 할머니의 냄새를 맡고 장례식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결국 쏟아내게 하며 그제서야 그녀로 하여금 무슨 일이(할머니의 죽음) 일어났는지 받아들이게 한다.


'초월적인 행복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헛된 노력을 한다

나는 부풀어 오른 가슴 속에 달콤하고 갈망에 찬 샘 하나를 지니고 다니네!'


그녀의 어린 시절 삶은 이 한 문장으로 종결된다.


'나는 진실을 드러나게 하려면 이따금씩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견지성사를 받고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가정 형편과 그녀의 부모는 앞으로의 삶에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그녀는 10대의 나이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내 어린 시절의 마지막 봄은 춥고 바람이 세계 분다. 먼지 같은 맛이 나고, 고통스러운 출발과 변화의 냄새가 난다.'


그녀의 어린 시절 삶은 이러했다.


'이 세상 속의 나는 이방인 같다.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짓누르는 문제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출간 후 50여 년이 지나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10 선에 선정된 그녀의 이 회고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그녀의 아름답고 냉정한 문장들 속에서 한참이나 길을 헤맬 것이다.


코펜하겐 삼부작 2권이 벌써 내 눈 알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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