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게리 - 건축을 넘어서 현대 예술의 거장
폴 골드버거 지음, 강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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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 건축을 넘어서~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800페이지 넘는 책 분량에  놀랐다. 
 
물론 2년 전에 을유문화사의 #니진스키(1,128페이지)는 이 책 보다 150페이지 가량이 더 많았던 책이었는데 기억으로는 아마 하루에 80~100페이지 씩 읽을 계획을 세웠는데  일주일 만에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책에 빠지면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6시간 이상 읽을 때도 있다.
그래서 200 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의 책은 한 자리에서 쉽게 읽어 버린다.
물론 책이 재미있고 몰입을 느낄 때의 기준이다. 
 
프랭크 게리는 박사 과정 때 잠시 들었던 미술관학 수업에서 그의 멋진 건축물과 만나면서 부터다. 
 
스페인에 가우디가 있다면 미국에는 프랭크 게리가 있다.
물론 그의 출신지는 캐나다이지만! 그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건축가다.
프랭크 게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많은 예술가의 어린 시절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기 보다는 평범함을 발견하는 예가 더 많다. 프랭크 게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1929년 2월 28일 폴란드 계 유태인 이민자의 후손으로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 때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고, 다양함이 혼재된 분위기는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서 사 온 잉어를 몇 시간이고  관찰했다. 
그러한 경험이 그를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 책에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 까지 그가 거쳐 온 삶의 발자취가 다 녹아있다. 
 
책의 저자 폴 골드버거는 1974년 봄 '뉴욕 타임스 '소속의 기자로 워싱턴D.CD에서 개최되었던 '미국건축가협회' 모임에서 처음 프랭크 게리를 만났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40년 이상의 대화를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위대한 거장의 삶을 책을 통해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여정이다. 
 
프랭크 게리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빌바오는 15세기 이래 제철소, 철광석 광산, 조선소 등이 즐비했던 공업 도시였다.
1980년대 들어 빌바오 철강 산업이 쇠퇴하고,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달으면서 도시는 점차로 침제되어 갔다.  
 
1991년 바스크 지방정부는 빌바오가 몰락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당시 1억 달러를 들여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였다.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7년 만에 이 건물은 완공된다. 
 
나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책을 통해 보면서 이것은 건축이 아니라 조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런 곡선의 건물이 탄생할 수 있는지 건축학적으로 둥근 공선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었다. 
 
박스형 건물이 대부분인 세상에 휘몰아치듯 역동적인 건축, 마치 건축이 아니라 거대한 조각물처럼 보이는 그의 작업의 근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러다가 언젠가 인터넷을 통해 체코의 댄싱 하우스를 보고는 게리에 대한 경이로움이 이루말 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만나는 순간은 나의 사적인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한 건축가로서  위대한 거장으로서 그는 인류에 공헌한 한 사람이다. 
 
그는 건축은 건물이 될 수도, 예술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능력을 가진 소수만이 건축을 예술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책을 통해 빌바오구겐하임 미술관 뿐 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파나마의 자연사 박물관,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 등 그의 작품이 어떻게 실현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순간은 한 사람의 생애가 아니라 지구상 건축물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을 더듬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프랑스는 게리에게 특별한 나라였다. 게리에게 프랑스는 완전히 다른 역사적 깊이와 너비로 건축물을 바라보게 한 곳이다.
그곳에 게리의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이 있다. 그리고 그가 디자인한 뒤틀린 육면체 모양의 가방과 금속 리본도 있다. 
3천 6백 개의 다른 모양의 곡면 유리판으로 된 건물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건물이 불로뉴 숲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작업이 중단 되었다가 극적으로 완공되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책의 리뷰 중에 "어떤 소설보다 마음을 잡아 끄는 매혹적이 이야기"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북 리뷰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 속 여행을 했다. 
 
게리다움의 건축~
그의 게리다움에는 '카티아'라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이의 사용에 가치와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즉 게리에게 스케치와 모형으로는 성취할 수 없었던 비정형적 형태의 재현과 조작을 가능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기쁨이나 환희가 될 수 있고, 넘치는 빛의 교향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가치가 건축된 환경과 건물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지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후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드는 것이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을 통해 그의 삶과 철학을 따라가 본 시간이었다.
그와 40 여 년의 대화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폴 골드버거에게도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 
 
 건축은 건물이 될 수도 예술이 될 수도 있다.
프랭크 게리를 통해 그 실현을 확신한다! 
 
#도서협찬 #부드러운독재자 #건축가 #구겐하임미술관 #건축 #을유문화사 #월트디즈니콘서트홀 #루이뷔통 #루이뷔통재단 #프랑스 #디자인 #책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글쓰기 #에세이 #전기 #프랭크게리 #벽돌책 #새벽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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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을유세계문학전집 124
에두아르트 폰 카이절링 지음, 홍진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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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이 소설을 통해 19세기 후반 활동했던 독일 데카당 문학을 대표하는 
'에두아르트 폰 카이절링'의 오묘하면서 우울한 문체들을 만났다. 
 
이 책에는 총 세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하모니 
 
첫 번째 이야기 '하모니'는 이야기의 끝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까지도 전체적인 줄거리를 내 머리 속에서 종합해 보느라 조금 힘들었다. 
 
카이절링의 특징인 간결한 문체가 책에 집중하지 않으면 내용을 증발해 버리게 한다.  
 
무엇보다 지금 시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귀족들의 내적 붕괴가 가져오는 문화적 충격에  책을 읽고 한참을 카이절링 작품 속에서 서성이게 된다. 
 
유미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귀족부인 안네마리는 남편 펠릭스가 오랜 여행에서 돌아왔지만 반갑지가 않다. 오히려 자신과 동질적인 인물인 삼촌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런 아내에 대한 사랑에 질투하면서도 자연의 본성을 가진 하녀와 내연 관계를 맺는 펠릭스~
결국 안네마리의 자살로 이야기는 결말을 맺지만 
무언가 한대 맞은 느낌 이랄까! 책을 읽고 나니 !!!
 
카이절링은 세 가지의 이야기에서 '붉은 여인' 과 '하얀여인' 이라는 대립되는 여인상을 구현해 내고 있다.
붉은 여인은 자연적인 성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인이다.
하얀 여인은 문명화된 유미주의적 삶을 상징하는 여인이다.  
 
#파도
늙은 쾨테 백작과 결혼한 도랄리체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성에 초대된 시민계급 출신의 화가 한스와 사랑에 빠져 남편에게 이별 통보를 한다.
두 사람은 도주해서 바닷가 모래 언덕 위의 집을 빌려 살고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온 부틀레어 남작 가족을 만나게 된다.
도랄리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부틀레어 남작의 딸과 아들~
그리고 큰 딸 롤로의 약혼녀 힐마르까지~ 
 
도랄리체는 젋고 아름다우며,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적인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매력으로 모든 남성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화가 한스는 묘한 질투를 느끼게 되고 태풍이 부는 날 바다로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그녀는 늙은 귀족 남편을 버리고 젊은 화가를 택하면서도 주저하지 않는다.
남편에게 당당하게 이별을 통보하는 모습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는 파격적인 사건이다. 
귀족여성들 사이에서 바람기 있는 백작 부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지만  모든 문명화된 삶으로부터의 일탈과 자유와 모험을 위한 시도에 주저하지 않는다. 
 
남편 한스와의 갈등과 엇갈림은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자연이 남편을 앗아 감으로써 그녀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함께 홀로 남는다. 
 
그녀 곁을 모두 떠나고 마지막 곱추인 추밀 고무관이 그녀와 함께 남는 장면은 반전이다! 
 
#무더운날들  
 
세 번째 이야기는 카이절링의 섬세한 묘사와 탁월한 상징적 공간 묘사가 정점을 찍는다. 이 작품에도 그의 특기인 두 여성 상을 내 세우고 있다. #하얀여인 #붉은여인 
 
주인공 빌은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떨어져 누이들과 휴가를 가는 대신 여름 동안 아버지의 영지에서 공부를 하며 보내야 한다.
가족들에게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여름을 같이 보낸다는 것은 최악이다. 
 
이러한 지루한 일상에 한 줄기 기쁨은 영지 근처에 사는 고모 집안의 소녀들이다.
빌은 사촌인 게르다를 사랑한다. 
그러나 커다란 사건 하나가 그의 삶을 혼란으로 가득 채운다.
아버지와 사촌 누나 엘리타(게르다의 언니)가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삼촌과 조카의 사랑이 나온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이런 로맨스는 흔한 사건이었는지!! 
 
엘리타에게는 약혼자인 사촌 벤트가 있다. 벤트에게 적대적인 아버지의 태도에 당황하고 어느 날 서재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를 움쳐 보게 되는 빌~ 
 
고모네 가족이 이사를 가고 아버지는 죽음으로 발견된다. 
 
빌은 아버지의 절망에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 
어두운 밤 하녀와 밀회를 즐기고 돌아오는 숲 에서 아버지의 시신과 마주한 그곳에서 
 
"우리가 겪어온 일들에 대해서도...... 네가 늙어 가는 남자에게 준 마지막 행복에 대해서도......"
삼촌인 아버지가 조카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면서 했던 대사!! 
 
아버지와 사촌누나 엘리타의 관계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귀족 인물들이 동일한 삶의 상황에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들 모두 삶에 있어 자연적인 욕망을 배제 당한 채 양식화된 귀족적 삶에 고통받고 있다. 
 
 
이 책의 세 가지 이야기는 유미적인 삶을 살아가는 귀족들이 내적으로 붕괴해 가는 과정을 통하여 쇠락하는 문명을 몰락을 보여준다. 
 
카이절링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 소설 속에 담겨져 그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처럼 여겨진다.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는 젊은 세대와 
문명화된 삶을 지키고자 하는 늙은 세대 간의 갈등 속에서 
철저하게 통제된 삶을 살아가는 귀족들의 내적 붕괴를 다루고 있는 
파격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카이절링의 문학에 완전 몰입 된 시간이었다. 
 
#부드러운독재자 #도서협찬 #독일문학 #세계문학 #소설 #카이절링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장편소설 #단편소설 #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독서모임 #책글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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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도 고맙다
김재진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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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도 고맙다~ 
 
문학의 장르 중에서  #시 의 세계는 나 같은 범인이 근접할 수 없는 난해함의 저장소라고 늘 단정 짓고는 했다. 
 
시적 언어 속에서 시인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음미하다 보면 언제나 결승점에 도달하기 전에 포기하고 마는 마라톤 선수를 상기하게 된다. 
 
시의 언어는 왜 이렇게 어렵지?
꼭 이렇게 난해한 언어로 독자들의 사고를 자극해야 시는 완성이 될까? 
 
#바람에게도고맙다 
 
나 같은 독자에게 이런 고마운 시집이 있을까!
읽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 단어, 아름다운 문장
읽는 순간 세상의 아름다운 감정이 나의 내면을 자극한다. 
 
시의 언어가 꼭 어려워야 사람을 감동 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재진 시인의 시집을 통해서 확인한다.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도 고맙고 벅찬 밤이다.' 
 
'모란의 낙화는 추락이 아니라 몰락이다. 화려하던 꽃잎은 시들고 메말라 바닥으로 떨어지고, 싱그럽던 향기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사람의 마지막 또한 마찬가지라 모란처럼 지는 죽음은 흔해도 동백처럼 단아하게 지는 삶은 많지가 않다.' 
 
'깨달음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인생의 시간이란 길이로 잴 수 잇는 것이 아니라 내용으로 측정 된다........굴곡의 경험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면 잠 안 오는 밤 또한 유용한 수업이다.' 
 
'깨달음이란 그런 것이다. 내 밖에 있던 어떤 것이 내 안으로 들어와 바깥과 안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모든 어려움은 대상을 존재 상태로 두려 하지 않고 소유하려 하기 때문에 생긴다.'  
 
'혼돈이란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가 심할 때 일어나며 이 상태에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다.' 
 
김재진 시인의 '바람에게도 고맙다' 를 읽으며 내가 느낀 사실이 있다. 
 
시는 어렵다가 아니라!
독자가 읽었을 때 해석이 어려운 시를 그동안 내가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짧은 문장 한 줄에서도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쉽고 이해하기 쉬운 시적 언어로도 충분히 독자 내면의 울림을 자극하고 포착할 수 있다.  
 
'겨울이 깊으면 어디선가 숨죽인 해 봄이 움튼다. 왔다 싶으면 그 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꾸며 계절은 또 한 번 순환할 것이다. 항상 그대로이지 않는 것을 가리켜 무상이라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정말 순환하고 변화한다. 그런 순환 속에서 꽃이 피고 꽃이 지듯 한때의 친구가 적으로 바뀌고, 적이었던 존재가 친구가 되는 일은 흔하고 흔한 인간의 일상이다......' 
 
'증오와 저주의 언어는 저항을 부르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타인을 향해 던진 저주와 증오는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모든 것의 속도가 빨라진 지금, 미움이 부메랑 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사랑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을 줘야 한다.' 
 
책을 읽고 있으면 작가가 쓴 글을 통해 독자들은 사고의 세계를 걷게 되고 때로는 감정의 위안을 받는다. 
 
글쓰는 작업이 육체적 노동의 작업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어떻게 공짜로 얻어질 수 있는가! 
 
김재진 시인의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일상에 잊고 있던 아름다운 문장들을 소환해 내기에 충분하다.
잠시 휴식하고 현란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담백한 사랑스러운 문장들 속에서 독자는 마음의 정화를 경험한다. 
 
시의 세계에 대해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수용하는 자세를 가르쳐 준 책이다. 
 
아름다운 문장과 함께 한 줄 카피와 함께 곁들여진 그림들이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시인의 솔직한 언어의 풀어냄에서 그 정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 상 위에 올려 놓고 가끔씩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음 다듬기에 좋은 시집이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제목부터 감성적이다. 
 
#부드러운독재자 #바람에게도고맙다 #김영사 #김재진 #시 #시집 #책 #독서 #시인 #에세이 #산문 #그림 #우화 #사랑 #위로 #공감 #유화 #공감에세이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김영사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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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사실과 당위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
로레인 대스턴 지음, 이지혜.홍성욱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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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수 세기 동안 철학자들은 자연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자연은 단순한 사실이며, 그 '사실'을 '당위' 로 바꾸려는 인간 행위의 강요나 투영을 받아들일 뿐이라고 본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스위스 알프스의 눈사태나 미국의 허리케인을 보도하는 신문은 '자연의 복수' 라는 표현을 머리 기사로 실었다. 
 
자연은 인간 평등의 보증자로서 인간을 해방하기 위해, 인종주의의 근간으로서 인간을 노예화 하기 위해 ~ 
 
그렇다면 
왜 자연의 도덕적 공명은 완강하게 지속 되는가? 
 
자연은 모든 것이 너무나도 교묘하게 고안돼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 동안 자연의 권위는 다양한 명분을 지지하는 데 동원되었고,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는 매우 많은 형태로 비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짧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읽고 있는 동안 내 뇌 속의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몰입해서 읽는다고 사실 머리에 지가 날 지경이었다. 
 
오랜만에 현대 과학 사학자의 거장 로레인 대스턴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자연과 연관된 철학적 논의들 앞에서 나의 무지가 속속들이 드러난다. 
 
저자는 자연의 질서로부터 도덕적 질서나 사회적 질서의 모델을 찾으려는 시도의 역사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졌지만 논문적 성격을 가진 학술적 담론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하나의 큰 명제 앞에 다다른다.
대체!
자연이란 무엇인가? 
 
뱀의 본성은 무엇이고?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이러한 것이 우리가 마음 속에 그리는 자연이다. 
 
이 책에서는 자연을 특정 자연과 지역적 자연, 보편적 자연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자연에는 수많은 의미가 겹겹이 존재한다. 시대와 맥락에 따라 자연은 우주의 모든 것, 또는 태생적인 것, 자연발생적인 것, 토착적인 것, 물질적인 세계 등 
자연에 관한 복잡한 의미를 역사적으로 추척 한다면 끝이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 이 책의 광범위한 의제들을 모두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지, 이 책은 자연으로부터 도덕이나 법의 기초를 끌어 내려던 많은 시도를 비판하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는 여성의 열등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자연을 소환한다.
아이스토텔레스는 자연이 남녀의 차이를 보이는 식의 생명체로 만들었다고 하면서 남자와 여자를 비교하고 그러한 성향의 차이를 자연에 의존한다. 
 
책의 저자는 물론 여성이다.
여성의 지성을 폄하하기 위해서 자연을 사용하는 여러 사례들에서 그 가설들을 정당화 하려는 역사적 논쟁들에 대한 반발적 사고를 충분히 책에 담아내고 있다. 
 
특정 자연은 '개는 충실한 동물이다'라고 할 때 연상되는 자연이다.
지역적 자연은 한 지역의 생태계를 다른 지역의 생태계와 구별해 주는 자연이다.
자연법칙은 보편적이고 신성해서 손상될 수 없는 규칙이다. 
 
저자 대스턴은 인간이 만든 어떤 것보다 자연이 다양하기에, 우리가 원하는 종류의 모든 질서를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자연은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나 문화의 다양성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규범을 지지하는 질서를 자연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자연과 도덕의 본질은 무척 다르지만,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규범을 논할 때 자연에 의지한다.
그러나 저자는 규범이나 자연이나 신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 기반한 이성에서 출발해야 함을 제안하면서 책의 결론을 마루리한다.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왔을 때 어렴풋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시사적인 면을 조금 인지하게 되지만 여전히 나에겐 어려운 책이었다. 
 
한번 쯤은 이런 지독한 명제 앞에 자신의 사고를 몽땅 주입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도덕의 자연화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고 해야 할까? 
 
이 정도의 인식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과학철학자의 생각을 따라가 본 시간이었다. 
 
#부드러운독재자 #책 #도덕을왜자연에서찾는가 #철학 #과학 #로레인대스턴 #과학책 #자연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 #김영사 #지식 #법
#여성작가 #평등 #남녀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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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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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대학과 대학원 제자들의 종강
그리고 기말고사 문제 출제, 각 기관의 강의 마무리 등
한 해의 마지막을 분주히 마무리해야 될 시점에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장편 소설책 한 권을 잡게 되었다. 
 
일에 파묻혀 살면서 나에게 주는 가장 큰 보상이 책 읽는 시간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일상의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내 주위의 모든 풍경이 정지된 느낌을 받는다. 
 
일주일을 예정하고 잡은 책인데 4일 만에 완독 했다. 
 
13세기 고려시대 말!
몽골의 지배를 받던 우리 민족은 말이나 모피 같은 물품과 함께 고려의 여인을 공물로 바쳐야 했다.
고려 귀족 가문이 몽골 지배층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딸을 타국에 공녀로 보냈다.
공물로 여인을 바치는 악습은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와서 몽골이 멸망한 이후 명나왕조때에 와서도 힘없는 나라 조선은 전쟁을 막기 위해 11세~18세의 소녀들을 명나라에 공녀로 보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처녀들을 끌고 가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1337년 '이곡'이 원나라의 몽골 황제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소설을 착안했다고 한다. 
 
당시 딸을 낳으면 타국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딸의 존재를 숨기고 키웠기에 가까운 이웃조차 이웃의 딸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절이 와서 조선 제일의 미녀를 차출 하기 위해 집집마다 뒤져서 공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던 시절 딸을 보내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조선의 아버지들은 일부러 딸의 얼굴에 칼 자국을 내고 뇌물을 바쳐 사절의 탐욕을 채우고 자신의 딸을 대신할 누군가를 보내기 위해 험악한 일들을 자행했다. 
 
이야기는 1426년 조선, 13명의 소녀가 제주의 숲 속에서 사라진 슬픈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에서 제일가는 수사관이었던 민종사관은 제주 숲에서 사라진 처녀들의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제주로 갔지만 행방이 묘연해 지고 그의 딸 민환은 1년이 지난 시점에 아버지의 죽음을 통보 받는다.  
 
민환은 어느 날 복선이라는 여자가 보낸 불에 탄 아버지의 사건 일지를 전달 받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민환은 남장을 하고 제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는다.
제주!
민환에게 제주는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다.
또한 그곳에는 신 내림을 받은 동생 매월이 무당인 노경 심방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민환의 기억은 과거로 돌아가 있다. 5년 전 아버지는 고집스러운 동생 매월의 버릇을 고쳐준다는 명목으로 매월을 제주 숲에 버리고 오고 이후 매월과 민환은 기절한 상태로 숲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날 서현이라는 여자의 시체가 제주 숲에서 발견된다. 
 
민환이 제주 노원의 노경 심방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또 다시 현옥이라는 소녀의 시체가 숲에서 발견되고 그곳에서 술 꾼 유선비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를 찾아 사건 일지를 적어가며 추적해가는 민환의 행보가 아슬아슬하면서도 감동적이며 이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있던 동생 매월과의 감동적인 연대가 이어진다. 
 
책의 저자 허주은은 책 머리에 동생과의 화목하지 못했던 10년 간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가 단지 역사적 슬픈 사건을 들추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독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것은 민환과 매월 자매의 화해의 모습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 내림을 받은 동생을 두고 제주를 떠나 목포에 정착한 민환과 매월은 5년 간 편지로 간간히 소식을 주고 받았지만 5년 만에 만난 이들 자매 사이에는 많은 오해가 얽혀있다. 
 
민환이 제주 옛 집에서 만난 아버지를 닮은 문총장과 그의 딸 채원~ 
 
아버지의 단서를 찾아 떠나면서 마침내 발견한 아버지의 시체와 범인의 단서가 되는
#안개 와 #노을 이라는 단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 전개는
주말 하루 200 페이지 분량의 담은 뒷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4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 한 권을 완독 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 #위안부 라는 이름으로 팔려갔던 한국 여인의 아픈 역사는 이보다 훨씬 이전 시대에 공녀라는 명칭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나가는 순간을 목격하며 분노하고 감동 받는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교훈과 함께 자매의 끈끈한 화해의 장면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 자매의 연대와 따스함이 있어 이 소설은 더욱 빛난다. 
 
민환은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목포로 돌아가지 않고 제주에 남는다.
사랑하는 동생 매월과 함께 삶을 함께 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소원대로 두 딸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집으로 가야지" 
 
마지막 민환이 매월에게 한 대사가 오래도록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이라! 
 
아름답지만 스산한 풍경이 책을 읽는 내내 펼쳐진다.
강대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인간 조공 문화!
자기 딸 만을 보호하려는 아버지가 희생양으로 선택한 위험 !
민환과 매월 자매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조선 시대 사대부 집안에서 배웠던 의무와 속박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를 선택한 주인공~ 
 
세계가 먼저 주목한 K 스토리!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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