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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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이즈~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에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보고 기억하고 감시하는 펫과 같은 사물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이 이야기는 각기 다른 동물 모습을 한 반려 로봇 '켄투키'가 사용자들의 삶 깊숙이 파고들어 일상을 함께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기서 켄투키는 익명의 타인과 연결하고 접속해주는 매개적 존재다. 
 
놀라운 것은 이 켄투키를 소유한 사용자와 켄투키가 되는 사람은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켄투키 소유자는 상점에서 켄투키라는 인형 펫을 구매하고 켄투키가 되는 사람은 인형 대신 연결 암호 카드를 구입해서 자신의 컴퓨터나 태블릿에 설치한다. 
 
그리고 인터넷 서버를 통해 전 세계에 분산 되어 있는 소유자와 켄투키가 된 자는 자동으로 연결된다. 그들의 관계는 서버에 의해 자동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상대를 서로 선택할 권리는 없다. 
 
쉽게 생각하면 두 종류의 삶을 향유함과 동시에 삶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가져오는 엄청난 사건들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파괴해 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세상이 온다면 나의 선택은 어떤 쪽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침해 같은 개념들이 여러가지 사회 문제로 이슈가 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을 돌이켜보게 하는 내용의 책이다. 
 
여기서 켄투키는 '소유'를 넘어서 '익명'의 상태로 경계를 가로질러 '타자'가 되려는 유토피아적 세상을 꿈꾸고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술가 스벤은 동거녀였던 알리나의 모든 사생활을 켄투키로 감시하고 그 내용을 설치 미술의 영상으로 담아내며 공개적인 전시회를 개최하며 한 여자의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
즉, 저자는 알리나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시선을 '비예술가'라는 개념으로 규정한다.
알리나는 남자친구인 스벤에 의해 예술을 비웃을 수 있는 주체로서 반예술가의 입장이 된다. 
 
한편으론 켄투키를 통해 납치범에게 납치되었던 10대 소녀를 구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켄투키를 통해 현실은 부정적인 양상으로 전개된다. 
켄투키 인형은 토끼, 용, 까마귀, 두더지, 용 등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인형의 눈에는 카메라가 장착이 되어 있다.
여러 개의 눈으로 전세계를 한눈에 내다보는 유리창처럼 소유자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켄투키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관음증 환자도 있고, 아이들을 상대로 도착적 행위(소아성애증)를 하거나 납치를 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켄투키 소유자들은 켄투키를 학대하거나 파괴하고 전원이 꺼지지 않은 채로 생매장을 하기도 한다. 
 
소설에서 켄투키는 실재하는 사실 만큼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며 만질 수도 있는 무엇임과 동시에 부재하는 것의 실재다. 
 
전 세계 유행을 타면서 남녀노소가 켄투키를 펫처럼 동반하며 살고 있다.
여성의 몸을 보여주는 소유자를 켄투키의 눈으로 보는 존재는 어린 아이다. 
 
소유자와 켄투키가 된 자는 서로를 모른 채 펫과 주인으로 살면서
외로움을 타는 소유자는 인형의 눈을 통해 자신의 전화 번호와 집 주소를 가르쳐 주면서 알 수 없는 인형 눈 너머의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켄투키에 중독되면서 사람들은 실제로는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게 만든다.
이야기의 끝에서 켄투키와 인간은 서로를 부정하고 파괴함으로써 상품 자체를 부정하는 단계에 이른다.
상품은 신화의 영역에서 깨어나 사물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자기 부정을 통해 부재하는 것이 존재하게 되는 이 과정은 독자들에게는 순간적인 충격을 가져다 준다. 
 
만약? 혹시? 이런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상상이 독자의 마음을 괴롭히기까지 한다.  
 
시대의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형식과 문체를 만들어낸다. 
 
이 책 '리틀 아이즈'는 가상 세계의 첨단으로 미래의 소설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상상력을 발휘한 저자의 소재에 독자는 존경을 표하고 이야기를 통해 사전에 도래하지 않은 미래 세계를 거부하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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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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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시간~ 
 
이런 비참한 아니 슬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
물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만든 픽션이다. 
 
책을 읽고 내 생에서 결코 '소설' 이란 장르는 쓰지 못 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릭스펙토르가 소설에서 구현해낸 주인공 '마카베아'는  내가 여지껏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여성의 삶이다. 
 
작가가 구현해낸 이 비련의 여주인공은 리스펙토르에 대한 존경으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참 멋있어 보였는데
그 창작의 고통을 통해 만들어진 한 인물이 독자에게 이렇게 가슴을 때라는 무언가? 란 사실에 이른 새벽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그 울림으로 인해 막막한 시간을 보냈다.
책의 저자 클라라시 리스펙토르는 우크라이나 출신 여류 작가다. 
내전을 피해 브라질로 삶의 거쳐를 옮기면서 첫 장편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발표한다.
'별의 시간'은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다.
남편과의 이혼, 그리고 온 몸의 화상 등 순탄하지 않은 작가의 삶에서 태동한 소설은  한 천재 여류 소설가의 모든 면모를 보게 한다. 
 
책의 첫 머리에 슈만과 그의 사랑 클라라와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리고 독백처럼 이어지는 예사롭지 않은 문구들...
"나는 이것을 내 가난했던 과거, 매사에 절도와 위엄이 있었으며 바닷가재를 먹어 본 적이 없었던 시절의 기억에 바친다." 
 
그리고 마지막 
"이 책은 미완성인데, 왜냐하면 아직 답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정말 이 책이 미완성 이기를 바란다.
어떻게 이런 여인이 존재할 수 있나! 
 
삶에서 너무 많은 즐거움을 누리면 무서운 형벌을 받게 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백지의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마카베아! 
 
세상의 무지가 만들어낸 아주 순수한 영혼이다.
그녀는 소설 속 화자에 의하면 최악에도 최고에도 이르지 않은 채 비 인간적인 중간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존재는 빈약하고 삶에 대해 너무나 무능하고 해결책을 찾을 줄도 모른다. 
 
자신이 자기 안에서 어떤 식으로 부재하고 있는가? 를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할 뿐~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은 독자에게 충격적인 시간이고 작가의 천재성에 존경을 보내는 시간이다. 
 
마카베아는 어느 날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고 삶에서 처음 눈물을 흘리는 여인이다.
"그건 그녀의 첫 울음이었고, 그때 그녀는 자기 눈 속에 물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일찍 부모를 잃고 완강한 고모 밑에서 자란 마카베아~
무지의 경계를 넘어 순수함의 경지에 이른 여인이다.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마케베아는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야기는 종결된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녀는 '죽음' 이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한 영혼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죽음이라는 고통스러운 쾌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입과 입의 키스, 나는 그저 부활을 체험하기 위해 몇 번이나 상징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자다." 
 
그녀는 길가에 맥 없이 널브러진 채, 어쩌면 그 모든 감정들에서 벗어나 잠시 쉬면서,
하수구 근처 돌 틈에서 자라는 풀들을 보았다." 
 
그녀는 도로에서 뺑소니 차에 치여서 피를 흘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밟고 달아나는 차가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걸 생각하는 그런 여인이다. 
 
세상이 온통 무지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인 마카베아~
그녀를 그렇게 죽게 할 수는 없다고 마음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슬픔이 치닫지만
결말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이 책은 마케베아라는 인물을 등장시키는 소설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애매모호한 경계에서 원작자 리스펙토르와 소설 속의 작가 화자와 그리고 마카베아는 매번 마주한다. 
 
마카베아의 죽음으로 종결하고 화자는 어둠의 왕자가 승리했다는 표현을 묘사한다. 
 
"죽음은 자신과의 대면이다.
최선의 선택지는 죽지 않는 것 왜냐하면, 죽음은 충분하지 못한 것이고, 따라서 너무도 많은 걸 필요로 하는 나를 완성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작가 리스펙토르의 삶에 대한 철학적 서사다. 
 
그녀의 삶 가운데 일부를 떼어 내 형상화한 두 인물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언어로 재현할 수 없는 마카베아의 신비스러움은 비극이지만 너무나 선명한 비극이라 강렬한 빛처럼 다가온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빛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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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 긴축의 시대에 살아남는 투자 전략
이종우 지음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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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주식에 관심이 없으면 조금은 따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읽었던 책인데
우리나라 경제 전반과 외국 기업들에 대한 분석과 동향을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식은 나에게 머나먼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가끔 주위에서 이런 종목이 대세인데 한 번 관심을 가져 보라고 할 때도
건성으로 흘려보냈다.

2021년 12월 무엇에 홀렸는지 제법 큰 액수의 돈을 코인에 투자했다.
한창 코인이 정점을 찍을 때였는데 개미투자자는 역시나 이런 함정에 빠져든다.
투자하고 3개월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설마? 했던 전쟁의 악재가 작용했다.  
 
내가 투자한 코인은 90% 손실금을 가져오고 그러는 사이 어떤 종목은 상장폐지까지 되었다. 
 
삶에서 모든 것은 사전 분석이 필요하다.
알고 덤비자 ! 라는 교훈만을 남긴 채 휴지조각이 된 나의 코인은 지금도 잠들어 있다. 이종우 애널리스트의 이 책을 2021년 12월 이전에 접했다면 ! 
 
이 책은 이종우 애널리스트가 30여 년 동안 증권계에 일하며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을 한 권의 책에 녹여낸 투자 지침서다. 
 
주식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누구든 숙련된 투자자가 될 때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처음에는 지식이 필요하다.
주식이 무엇이고, 주가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1956년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7개의 상장 기업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7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코스피 시가 총액만 1,700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발전했다. 
 
이 책에 의하면 수익이 낮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에도 고성장과 중간 단계 성장, 그리고 저성장 시기가 있다.
재벌 기업들이 경제에 미치는 비중과 시중 금리의 변화 그리고 주식시장의 상승 폭에 있어 주가에 작용하는 요인들...
제조업의 시대와 반도체의 시장이 끝나고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을 분석하면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짚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웹툰 산업의 성장과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바이오산업의 성장! 
 
또한 성장주는 고착 되어 있는 주식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성장 산업이 바뀌기 때문에 어제의 성장주가 오늘은 대기업의 반열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것도! 
 
책에 의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주식시장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고 한다.
미국의 주식시장 성장세가 10년 동안 지속 되는 반면 한국의 주식시장은
성장세가 4~5년으로 그 기간이 짧다는 것도. 
 
요즘 다시 금리가 인상되면서 은행의 금리를 견디지 못한 대출금 전세입자가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인터넷 헤드라인으로
접하게 된다.
주가는 성장기에 가장 빠르게 상승한 후 성숙 단계에서 약해지기 시작한다는 진리를 알게 되었다. 
 
초저금리 시대 이자의 개념이 무너졌던 시대는 향후 다시 오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세 때 기독교사회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죄악시 했다.
그 와중에 유대인은 절대적 권위의 성경의 가르침을 교묘히 피해
대부업에 뛰어들었다. 
 
그러한 역사를 거치면서 금리가 한때 0%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바닥을 지나 0%까지 떨어졌으므로
다시 그 0%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향후 적게는 2%, 많게는 4%대를 유지하게 될거란다. 
 
가끔 경제 개념에 관한 책들이 따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깐
이 책은 정말 책 장이 잘 넘어갔다.
전 세계 대국 미국과 중국의 경제 역사와 대 기업들의 성장 이야기 
 
고착화된 저성장 이야기와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과
무엇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지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성장산업의 출현이 나라의 경제를 그리고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파하게 했고,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주식시장의 가까운 동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과 시장을 지배할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고
결론은 성장주에 투자해야 된다는 정석을 알게 된다.  
 
그런데 성장주는 코스피가 오를 때보다 상승이 더딜 때
더 많이 오르는 특징이 있다.
요즘 ESG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비재무적’인 지표가 기업 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이런 모든 내용이 다 담겨있다. 
 
주식을 통해 사회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는 좋은 기회였다.
주식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냉철한 시선을 독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담아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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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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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청각 장애인 부모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던 이길보라 영화감독의 책이다.
책을 읽고 싶어서 미국 여행 중에 출판사 서평에 신청을 했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와서 책을 받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움과 용기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단지 누군가의 자전적 에세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농인(청각장애인)의 부모를 둔 가정(코다)에서 자란 이길보라 감독은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8개월 동안 인도 등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을 통해 공부를 하였다. ‘ 
 
그리고 딸이자 감독의 시선으로 농인 부모의 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만들었다. 
 
그녀는 2016년 10월 한 일간지에 #나는_낙태했다 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불법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을 예고했을 때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기성세대가 걸어가지 않은 많은 길을 그녀는 용기를 내어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애의 역사가 곧 나의 역사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사회의 많은 편견과 맞서야 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모든 결정은 비장애인의 몫이었다. 
 
농인 부모는 소리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듣는다고 한다. 
그들에게 소리는 온몸으로 듣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많은 사회의 부당한 현실과 직면하게 되었다. 
 
미등록 아동에 대한 이야기도 이해하게 된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
미등록 아동은 바로 불법 체류자의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배운 아이들
그러나 그들에게는 신분증이 없다. 여행보험 가입이 안되어 학교 수학 여행도 가지 못하고 한국에서 입시를 칠 수도 없다. 
 
그들은 '불법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방안'에 따라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강제출국 유예기간이 종료되어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철거 대상이 된다.
그들은 미등록 아동에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한국의 모든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성인이 되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된다. 그들은 고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가 없다. 
 
이길보라 감독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글쓰기 공부방에서 글쓰기 공부를 했다.
그리고 한국 예종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네덜란드에서 석사 공부를 했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여정처럼 보이지만 참 쉽지 않은 여정이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부모는 농인에 길거리에서 호떡을 구워 파는 노점상이었다. 
 
월트 디즈니의 말에
"우리가 세상에서 꾸는 모든 꿈은 추진할 용기만 있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일상에서 삶에서 우리는 매번 용기를 내어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들은 수 만가지다.
누군가 성공해서 현재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나는 그 사람의 멋진 용기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길보라 감독의 멋진 용기에 응원을 하고 싶다. 
 
이길보라 감독도 책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글을 쓰는 일은 재능보다, 성실함보다 '용기'에서 비롯된다."
관습과 지식과 정치와 경제와 윤리의 체계를 의심하며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가 작가이며 글방은 이러한 위반의 대가를 치룰 용기를 '함께 기르는 공간'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은 이길보라 감독의 개인적 가족사의 서사에서 나아가 사회적 통념에 대한 비판 의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경계에서 올바름을 선택해야하는 사유와 만난다. 
 
내가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다.
국회로 나가서 하는 정치만 정치가 아니라는 사실 
각자 현재의 자리에서 자기 분야의 일을 공정하고 현명하게 처리해나가는 각자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이야기 한다.
왜 세상은 미래세대가 구해야 하냐고!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기억하는가! 
 
툰베리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일종의 발달장애아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진 소녀는  이후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절망감에 빠졌다.

하지만,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밖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 행동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 휴학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그 결과 2019년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고,
2019년에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선정되었었다. 
 
돌아보니 세상에는 참 용기 있는 미래 세대가 많다. 
 
이길보라 감독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느낄때 당신은 가장 무지한 상태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겸손을 배우게 해 주는 대목이다. 
 
그녀가 영화 도가니가 나왔을 때 충격을 받고 본인의 부모에게 특수 학교에서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냐고 물었더니 그녀의 부모는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는 장애인이니깐! 어쩔수 없는 일야야" 라고 대답한다.
참 슬픈 말이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병들어 있었는지 범인들은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분노가 치밀어 눈물이 나는 책이다.
한 번쯤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부드러운독재자 #도서협찬 #창비 #이길보라 #영화감독 #다큐멘터리 #독서 #독서모임 #책 #글쓰기 #책방 #칼럼 #에세이 #픽션 #논픽션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고통에공감한다는착각 #환경 #불법체류자 #환경운동가 #청각장애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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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너
임국영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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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너 
 
20일이 넘는 미국 여행에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손에 잡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었는데 아파트 문 앞에서 며칠 동안 나를 기다려준 책~ 
 
처음 이 책 서평을 신청했을 때 젊은 뮤지션들의 고군분투기라고 생각했다.
신인작가라고 하기엔 글이 너무 좋다.
글쓰기를 잘하지 못하지만 그동안 독서의 힘 때문에 글의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책을 읽을때는 고민이 앞선다.
내가 시간을 들여 이 책을 다 읽어야 하나?
독서에 편식이 없다고 늘 자부하지만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책은 책을 읽는 몰입감을 상실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국영 작가의 소설 #헤드라이너 는 이틀만에 완독해 버린 책이다. 총 8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진 단편집이지만 이야기들이 다 연결되고 있다. 
 
솔직히 첫 번째 이야기 '볼셰비키가 왔다'는 마지막 문장을 끝내면서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이야기를 제대로 끝맺지 않은듯한?
물론 나의 이해력 부족이겠지만! 
 
그런데 '태의 열매', '악당에 관하여' 등등 '비둘기' 공원의 비둘기' 편을 읽을 때는 몰입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작가님의 글에 완전히 몰입이 되어서! 
 
소설을 읽으면서 글은 작가의 경험에서 어느 정도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일까?  
 
이 책 전반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부분이 참 불편한 부분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볼셰비키가 왔다' 는 뮤지션의 한 단원이 아침에 죽음으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자다가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서 일어난 질식사다.
같이 음악 활동을 했던 맴버들이 장례식장에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하고 나타난다.
그들은 조문을 왔다기보다는 무대를 찾아온 듯했다. 
 
장례식장에서 평소에 고인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연주해 달라는 곡을 연주해주면 안되겠냐?는 제안을 한다.
물론 이들은 이 말 한 마디에 고인의 어머니로 부터 쫓겨나지만~
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아버지가 등장한다.
화자의 기억에 가족에게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무능력한 아버지~ 
 
그러나 이 소설의 내용 대부분에서 아버지를 부정하거나 모방하면서 결국에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밟으며 각자의 신화를 써내려간다. 
 
소설에서 음악에 잠재한 신화의 가능성은 양가적이다.
잠재된 저항과 해방의 가능성을 삭제하며
'자유'를 탈취한 그런 아버지들로부터 승계된 신화는 폭력의 다른 이름인 동시에 삶에 대한 열망을 지탱해주는 생존 수단이다. 
 
이 소설에서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우리 모두의 질문이 된 바를 상기한다.
우리는 대안 없는 미래와 폭거 없는 신화가 동시적으로 부유하는 세계에 있다.
이 세계에서 변질된 채로 미래를 탈환할 방법을 찾는다. 
 
연유를 짐작할 수 없는 부친의 폭력과 광증~
주인공들은 그런 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늘 상상한다.
그러나  폭력으로 무능력으로 무장 된 아버지에 대한 살해나, 아들로서의 의무도 수행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픽션의 세계이니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해 본다. 
 
"소설이 놀라은 지점은 가장 거짓일 것 같은 대목에서 작가가 겪은 경험이 뭍어 나온다는 것이다.
믿어줬으면 한다.
나는 돈을 주웠다.
한 달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비둘기, 공원의 비둘기'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두러지는 작품이다.
책을 읽으면서 매일 돈이 발견된다는 그 공원을 상상해 보았다.
물론 상상만으로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라며 혼잣말을 하게 되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화자는 도서관으로 출퇴근 하는 나날의 일상을 보내면서 도서관 주변의 산책로를 떠돌아다닌다.
칸트의 산책로와 교토에의 철학의 길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공원에서 매일 같이 돈을 줍는다^^ 
 
공원은 게임이고 메뉴얼이 있었다.
여기서는 소설 작가인 화자의 이야기와 그가 구상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전개된다.
화자의 소설이자 소설 속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가 생성되는 공간인 공원의 경계는 흐릿하다. 
그래서 독자인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지?" 하고 다시 앞장을 넘겨서 다시 읽으며 작가의 의도 속에 완전히 몰입 된다.
글쓰기는 삼라만상을 '문화'로 소비하고 소비한 것을 다른 생산의 원료로 삼는다. 
 
소설에서 '나'는 공원에 관한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고발 당한다.
여기서 공원은 터무니 없는 룰이 적용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비밀을 누설한 댓가로 '나'에게 가해진 징벌의 유형에 의해 사후적으로 누출된다.  
 
'나'의 죄는 공원이 소설 창작의 방법론으로, 상상력으로 전환했다는 데에 있다.
공원의 비밀을 깨달은 '나'가 "지금 딛고 선 곳이 비밀의 문턱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공원이 지닌 비밀의 문턱이 곧 우리가 딛고 선 세계가 지닌 비밀의 문턱이기도 하다는 은밀한 진실이 전달된다. 
 
8개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다.
'굿바이 레인보우'에서는  가게 폐업을 하는 마지막 날 한 손님이 찾아온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마지막 파티에 오기로 한 사장님은 새벽이 되도록 오질 않는다. 
 
우연찮게 마지막 폐업파티 자리에 동석하게 된 손님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헤어진 연인을 이 식당에서 마지막으로 기다리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물론 이야기의 반전은 더 흥미롭다. 
 
이 소설 속에는 분노하거나 저항하는 것에 민감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유약 하다는 것이다. 
각 챕터마다 독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임국영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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