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 지음, 전승희 옮김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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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퀴어소설 한편을 읽었다.
500페이지 분량이었지만 나의 밤, 나의 새벽을 온통 할애한 덕분에 3일만에 완독하고

주말오전 서평을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의 제목인 '수영장 도서관'의 단서를 찾기 위해 나는 제법 긴 시간 이 책 읽기에 몰입했다. 
 
 '수영장 도서관'은 이 책의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동성애자들의 은어(隱語:argot)다.
즉, 어두컴컴한 지하 수영장의 탈의실을 그들은 그렇게 부른다. 
 
그곳에서는 그들만의 은밀한 세계가 존재한다.  
 
남성 동성애자들의 상상하기 힘든 세계를 이 책을 통해 보며 책을 읽는 중간 자주

혼란스러움의 공간에서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그 세계의 은밀함에 몇 번씩이나

거부감을 느끼며 책 읽기를 주저했지만, 마지막에는 부커상 수상자가의 독보적인

문체들에 완전히 몰입되어 완독 후의 성취감에 잠시 주말오전의 행복감에 젖어든다. 
 
부커상을 받은 최초의 퀴어소설 '아름다움의 선'의 작가인 앨런 홀링허스트는 

이 책 '수영장 도서관'을 1983년 집필한 이후 1988년까지 출판사를 찾지 못해 고전했다고 한다. 
아마도 책의 내용에 여성은 1도 등장하지 않는 남성 동성연애의 이야기가 그 당시

사회적인 상황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agenda 임에 분명했을 것이다. 
 
'수영장 도서관'은 영국 사회 전반, 나아가서는 근대 서구문명과 관련된 큰 문제를

핵심적이고도 섬세하게 성찰하는 작품이다.
20세기 영국 사회에서 동성애와 동성애자가 겪은 역사와 경험을 구체적이면서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동성애자인 20대 중반의 주인공  윌리엄은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공중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80대 노인 찰스(동성애자)를 심폐소생술로 구하는 데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런던 시내 신사 클럽인 '코리'의 회원인 두 사람은 얼마 후 이 클럽 수영장에서

조우하게 되고 찰스는 윌리엄에게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작품은 윌리엄이 찰스의 전기를 쓰기 위해 찰스가 준 자료들 즉, 그의 일기와 윌리엄의

현재 생활을 엮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영국 사회에서의

동성애의 역사, 거기에 스며든 근대 제국주의의와 특권층의 야만적인 사건과 마주한다. 
 
작품의 주인공 윌리엄과 찰스는 영국의 특권층 귀족으로 시대적 이질감은 있지만

국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윈체스터 칼리지와 옥스퍼드 출신이다. 
 
또한, 주인공 찰스와 윌리엄은 현재 영국 왕세자 찰스와 다음 왕위 계승 순위인

그의 장남 윌리엄의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 두 주인공들이

영국 지배계층의 서양중심 강자 위주의 세계관을 어느정도 체현하고 있다. 
 
작가가 작품에서 의도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영국 사회를 지속적으로 지배해온 강자와

다수 중심의 세계관과 구조에 대한 각성의 계기를 부여하며 한 동성애자의 경험과

각성이라는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영국 사회, 나아가 서구 근대문명의 근간인 강자와

다수 중심의 세계관과 권력구조를 성찰하게 한다. 
 
주인공 윌리엄은 찰스의 전기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고 수십년에 걸친 그의 일기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결국에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윌리엄의 조부는 현재는 몇 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의 회장이며 귀족인 백위스경이지만

과거 1950년대는 검찰총장으로 동성애 박해의 최고봉에 앞장섰던 인물로 찰스를

본보기로 감옥에 보냈던 장본인이며 그 덕분으로 귀족이 되고 현재의 특권과 지위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윌리엄의 부러울것 없는 방만한 현재의 동성애 생활의 배경에 동성애자 박해자였던

그의 조부가 있었다는 아이러니컬한 결말.........
찰스가 백위스경의 손자에게 자서전을 부탁한 의미.........
그의 절친 제임스의 체포.........
그의 미성년 동성애인 필의 외도.......... 
 
영국은 이 소설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인 1983년 이후 동성애자 마녀사냥이 부활하였다.

1984년 이후 10년간 대처의 보수당 정권이 에이즈 유행을 빌미로 1988년 공공기관에서

동성애 장려활동 금지를 규정한 '섹션 28'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시대로 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동성애자 주인공 윌리엄은  절친 제임스의 체포에

당면하며 막강한 권력 앞에서 성소주자들이 할수 있는 일은 자신이 직접 부딪혀야만 한다는 사실,

나아가서는 현재의 권력구조에 안주할 수 없다는 연대의식을 통해 실천의지로 이어지며,

동성애 박해로 나타나는 사회구조의 문제에 대해 더 깊은 인식과 고민으로 종결된다. 
 
'수영장 도서관'은 익숙하지 않은 남성 동성애의 세계가 다소 충격적인 부담감으로

다가오지만 인간중심, 강자 위주 근대문명에 대한 반성과 인간다운 권리에 대한 기본적인

평등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지상의 모두가 공존공영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우리 사회의 노력에 작은 물결이라도

보태주기 바란다는 옮긴이 전승희의 말이 내 마음속에 계속해서 메아리 치기를 바라며

약자의 권리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본다. 
 
#수영장도서관 #창비 #앨런홀링허스트
#부드러운독재자 #주말독서 #퀴어소설
#장편소설 #독서 #책 #뉴욕타임즈 #부커상 #서머싯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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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데 쓴 시간들
오은경 지음 / 책구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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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아들의 엄마로 엄마이력 13년차의 작가의 육아일기^^조각난 이야기를 퍼즐처럼 이어가는 아이들과 삶은 사랑으로 충만한 나날이었을 것이다. 아들을 둔 엄마로 같이 공감하며 그때를 회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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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인류 - 균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나
박한선.구형찬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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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곧 감염병과의 투쟁의 역사다." 
 
2019년 11월 17일 중국 후베이성에 사는 55세 남성의 감염으로 시작된

중국 우한발 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 
 
2020년 한 해 이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 17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고 의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이지만  백신의 부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사망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한 공식적인 팬데믹은 단 세번 !!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 플루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코로나 19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금
이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패턴이 사고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이 만들어낸 사회문화적 갈등을
보다 슬기롭게 다루며 새로운 미래를 위한 사고의 확장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 인근 지역의 목욕탕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나왔을 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목욕탕에서는 들어가는 입구에 이런 문구의 안내문을 붙였다.
"OO 지역에서 오신 분들은 목욕탕 출입에 제한이 있습니다."
웃지못할 해프닝이지만 이러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있다. 
 
감염병의 장기전은 삶의 패턴을 바꾸어놓았지만
사고의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우리 사회의 친사회적 행동을 촉진하며 편견, 차별, 배제, 폭력으로 이어지며
타인에 대한 감시와 집단 사이의 미움과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코로나 19를 둘러싼 여러가지 희비극은 인류가 수없이 겪었던 사건의

재방송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인지시키며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의학과 과학의 전문분야에 문외한인 나같은 독자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을 통해 감염병의 연대기와 신종바이러스의 발생 원인과

행동면역체계의 진화와 바이러스에 대한 음모론과 공동체 기능의 회복을 통해 

신석기시대 이후 주기적으로 점철되어왔던 감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있다.
 
신석기 시대가 끝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감염병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균의 분류도 알아본 시간이었다.
또한, 종교적 문화현상과 사회적 거리두기 앞에서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는

종교적 규칙과 관행에 대해서도 이해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혐오에 있어서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인간!
감염병의 급증은 문화적 장치와 더불어 혐오와 역겨움에 대한 행동면역 체계의

진화를 가져왔다. 
 
세계의 역사는 감염병의 역사? 
 
기원전 430년 아테네 역병으로 10만명이 죽었다.
14세기에 창궐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 3분의 1의 생명을 앗아갔다.
15세기 이후 유럽에 유행했던 '매독'으로
미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가, 철학자 니체가, 음악가 슈베르트가,

대문호 톨스토이가 사망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원인도 발진푸스 때문이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은 2억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조선시대 세종26년에는 굶주린 백성을 집단 수용했던 진제장에 덮친

전염병으로 거리두기는 국가정책이 아니라 관습에 의해 행해지기도 하였다. 
 
감염병의 원인은 인구집중이다 !!!
 
감염과 관련된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는 이제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한 천사이며,인간에게 인간은 늑대다.'
 
이 책은 영원히 지속될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인식을 통해 삶의 방식과

새로운 일상의 등장 '뉴노멀'의 담론에 대한 지혜를 이야기 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논의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자연생태계 보존을 통한 사회적 혐오 탈피를 통한

의식적 노력과 광범위한 협력에 대해서~
무엇보다 바이러스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 본성과 휴머니티에 대해~
그리하여, 인간다움에 대한 다양하고 폭넓은 냉정한 성찰을 요구한다.
 
200년간 유행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
14세기 500년간 유행했던 페스트
19세기 100년간 유행했던 아시아 콜레라!
전염병의 역사는 그동안 계속 진행되어왔었다. 
 
세계는 앞으로도 신종 바이러스의 주기적 전염병들과
공생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인류와 감염균의 공진화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이 책을 통해 배운다. 
 
코로나 19의 0번 확진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균이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는지 많은 생각을 해 본 시간이었다.
 
백신개발을 위해 밤을 새워 연구하는 의사와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창비 #박한선 #구형찬
#부드러운독재자 #독서 #새벽독서
#책 #코로나19 #백신 #바이러스 
#과학 #의학 #연구 #코로나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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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다는 것 (양장)
김중미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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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있다는것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널리 알려진
김중미 작가님의 신작 '곁에 있다는 것'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소설이다.
가난한 이들의 연대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사회의 어두운곳에 대한 시각을 열게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지우, 강이, 여울이와 같은 허구적 존재들의 입을 빌려 현 사회의

실제적 사건들을 불러내며 그곳에 내재된 가난과 불평등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중미 작가님은 실제로 우리사회의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찻길옆작은학교'란

농촌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어떤 가난도 사회적이지 않은 가난이 없고,
정치적이지 않은 가난이 없으며,
법은 가난한 이들의 것이 아니며,
역사 속 어떤 시대도 가난한 이들의 편이었던 적이 없음을 이야기 한다.  
 
조세희 작가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의 중심인
인천의 '은강'이란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가난의 되물림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현재의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두운 곳에서 더 빛나는 별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자리를 비추는 연대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고 3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설 속의 주인공 지우와 강이와 여울이는
자랑하고 싶지 않은 가난의 역사를 함께한  부모님들의 흔적이 있는 인천의
빈민촌 은강에 살고 있다. 
 
은강방직의 노동자로 살았던 지우의 외할머니와 이모할머니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중인 은강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지우의 이모할머니는 은강방직의 해고 노동자로 현재까지도 해고 노동자들과 조합원을

 결성하여 은강방직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우의 아버지는 학원 강사로 일하며 지역의 인터넷 신문에 은강의 이야기를 쓰고 계신다.
지우의 엄마는 학교의 돌봄 보조교사로 일하며 언젠가는 은강에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더불어사는 마을을 꿈 꾸고 있다.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자신에게로 이어지는 삶의 시간들을 이야기로 쓰고 싶어하는

지우는 소설가를 꿈 꾸는 고3 소녀다. 
 
강이는 미혼모인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외할머니와 함께 살며 기초생활수급자다.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관광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며 엄마의 유언에 따라

간호사가 되기를 꿈 꾼다. 
 
여울이는 고등학교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하지만 서울의 일류 대학이 아닌 교대를

지망하는 소녀다.
현재 자신의 처지에서 성공해서 최상류층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꿈임을 알고 일찌감치

교사 정도의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인정이면 만족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돈과 명예, 성공은 자신들의 것이 아님을 부모의

세대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다. 
 
세월호 사건과 마주하고 대통령 탄핵집회 현장의 시간을 함께하며
그들은 미래를 꿈 꾼다.
"우리가 약자인 것은 맞지만 그 약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손을 맞잡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슬픔, 기쁨, 노동, 공간........
무엇이든 나누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곳 은강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가진 청년들의 연대가 시작된다. 
 
가난이 가진 원심력의 대단함을 일찍부터 알아버린 그들이지만
눈 길의 가장자리가 더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가난한 사람들이 더 잘 보고 더 빛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그들~ 
 
가난을 상품화 하려는 구청의 시책에 반대하며 그들만의
세상을 꿈 꾸며 '자본'만이 최고 가치가 되어 버린 지금,
그들은 공동체를 통해 연대하기를 희망한다. 
 
가난이 사라지는 사회는 불강능해도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 꾸는 젊음에서
희망을 보게된다. 
 
소설속 주인공들과 함께 연대하며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느낀 순간이었다. 
 
#부드러운독재자
#곁에있다는것 #김중미 #스위치서평단
#소설추천 #독서 #독서모임
#창비 #기찻길옆작은학교
#책 #통영시 #경희음악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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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현대 예술의 거장
리처드 버클 지음, 이희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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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진스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이 책을 처음 받았을때 방대한 페이지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1,048page~~~ 
 
폴란드 출신 러시아의 비운의 천재 남성 무용가 니진스키에 대한
방대한 기록과 증언을 집약한 책이다. 
 
뜻하지 않게 생애 최초 최대 분량의 벽돌책 읽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 책을 완독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일상의 독서 루틴화가 필요했다.
이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나의 계획은 이러하였다. 
매일 80p 읽기,
매일 새벽 2시간, 늦은 밤 2시간!!! 
 
그렇지만 책의 내용이 '니진스키'라는 한 예술가의 인물에 대한 역사를 벗어나
이 책은 '발레'라는 예술 장르와 '음악' 이라는 예술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없다면 읽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책이었다.
 
다행히 나는~~~
학부와 석사를 음악으로 공부하고 현재도 음악을 業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대학시절 한 때 오페라에 빠져 오케스트라 음악과 성악의 조화로운 협업으로 거대한 오페라가 탄생하는 걸 눈여겨 본 터라 이 책은 나의 음악적 지평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 책이 되었다. 
  
책의 제목은 니진스키지만 '댜길레프'와 '니진스키' 란 두 인물을 중심으로 러시아발레와 음악과 그  시대적배경 등이 융합되어 탄생된 예술적 소중한 기록이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유튜브를 통해 니진스키 안무와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봄의제전' 과 드뷔시 음악의 '목신의 오후'를 찾아보았고 니진스키가 '페트라슈카'에서 삐에르로 분해 춤을 추는 영상을 찾아서 보기도 했다. 
 
니진스키가 댜길레프를 만나지 않았다면,
디아길레프가 니진스키를 만나지 않았다면.
발레역사에 이 소용돌이치는 역사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나는 무엇보다 이 책을 쓴 학자이자 비평가인 '리처드 버클'에 대해 무한대의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은 발레의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발레음악의 전문성에 대해
어느 전문가 보다도 정확하고 명확한 해석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광범위한 연구 영역이 그동안 몰랐던 예술영역에 대한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하며 개념들을 확장하고 있다. 
 
니진스키는  양친 모두 무용가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9세의 나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무용학교에 입학을 한다. 
작은 키에 내성적인 성격, 남성 무용가로서의 신체적 조건으로는 탁월하지 못했지만 놀라운 도약과 섬세한 해석력으로 현재까지도 전무후무한 춤 실력으로 '무용의 신'으로 남아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러시아의 미술평론가이며 후원자이며 발레단 흥행주였던 디아길레프의 눈에 들어왔다. 
 
디아길레프는 동성연애자로  그의 생에서 니진스키를 비롯한 많은 젊은 남성 무용수들과 예술적 동거를 한 인물이다.
 
음악가 중 러시아 출신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애자로 유명한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당시 예술인들 사이에는 동성애자들이 예술적 관계로 많이 엮여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의 만남은 발레 역사에서 하나의 획을 그은 사건이지만 그들은 동성애를 떠나 예술적 부흥과 창작의 불꽃을 피우며 위대한 역사를 탄생 시켰다. 
 
디아길레프는 니진스키를 위한 많은 작품을 시도하였고 후원하였으며 안무가로서의 앞길도 열어주었다.
사랑하는 연인으로 혹은 예술적 천재성을 지지하면서~
 
대학교때 음악을 전공하면서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음악 '불새' ,'봄의제전', '페트라슈카' 등을 암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러한  발레음악 등이 이러한 발레 공연을 위해 의뢰받는 과정에서 탄생되는 역사를 다시 배우며 이 책의 유효성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듸뷔시, 스트라빈스키, 슈트라우스, 차이코프스키, 바하, 쇼팽,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소로그스키 등의 음악이 발레에 사용되고 피카소와 같은 화가가 무대 장식과 발레 의상을 담당하며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내 지식으로 알고 있는 저명한 예술가들이 책에 등장인물로 나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댜길레프와 니진스키가 활동하던 그 시대에 그들이 협업했던 많은 예술가들은 유명한 인물이었으며 현시대에 영향을 미치는 예술가들이었다. 
 
러시아발레단의 유럽진출 그리고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남미순회공연차 떠나는 배에서 알게된 헝가리 대부호의 딸 무용수 로몰라와 돌연 결혼을 하면서 댜길레프와 니진스키의 관계는 끝이났다. 
 
니진스키의 부인 로몰라는 니진스키를 한 남자로 사랑하기 이전에 그의 천재적 예술에 반해서 그에 대한 팬심으로 그에게 접근을 하였다. 
 
사실 니진스키가 로몰라(그녀도 동성애 기질이 많은 여인임)와의 결혼으로 그의 후원자이자 연인인 디아길레프에게 발레단에서 추방당한 이후 니진스키의 예술적 행보는 날개가 꺽인 셈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쓴 버클은 니진스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니진스키는 태어나서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발레를 배우고, 10년은 무대에서 춤을 추고, 30년 동안은 그에게 찾아온 조현병으로 빛을 잃고 살았다." 
 
책을 읽고 나니 무엇보다 공감이 되며 쓸쓸한 여운으로 남는 문구다.
 
예술에 대한 끝임없는 사랑과 연구에 대한 신을 능가하는 천재성은 신의 질투로 인해그에게  정신병을 가져다준다.
니진스키 일생에서 그의 부인 로몰라가 그의 춤을 추는 기간을 단축했을수는 있어도(결혼으로) 그녀는 평생 니진스키 옆에서 그를 간호하며 최선을 다한 아내로 나는 기억한다.  
 
톨스토이를 사랑했던 천재 무용수 니진스키!
그의 드라마틱한 일생에 감동의 물결이 일며 책을 다 읽고 나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름다운 예술가 니진스키!
예술을 사랑한 디아길레프!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디아길레프는 니진스키에게 그러하였듯 그의 생애 많은 동성 연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이런 예술가에 대한 사랑이 그의 생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베네치아 그의 묘지에는
"우리가 휴식할 동안에도 영원히 활기를 주는 곳"
그의 사후 그의 업적을 대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디아길레프가 이끌던 발레단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전적으로 독창적이 되기 위해
창작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달렸던 천재 무용수 니진스키!
"예술이 인간관계 때문에 희생을 당하기 시작하면
예술과 관련이 있는 모든 희망은 잃게 될 것이다."
니진스키 ~ 그의 아름다운 생애에 경의를 표한다. 
 
희망, 절망, 투쟁, 가난, 영웅적인 행위로 점철되었던
니진스키 삶의 동반자 로몰라~
그녀는 37년간 그와 함께했고 30년동안 그를 간호하고 먹여살린
제2의 엄마 역할을 한 가장 위대한 내조자였다.  
 
벽돌책 분량 만큼이나 읽고 난 후 여러 생각에 잠기는 주말을 맞이하고 있다.
이른 새벽, 늦은 밤
11일간의 여정이 막을 내린다.
이 책과 함께 했던 일상의 루틴화에 이제는 수정이 필요하다. 
 
공허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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