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넷플릭스가 다 해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초창기 시절의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DVD를 빌려 보는 그런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보너스도 영화 보면서 먹으라고 아마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 팝콘도 한 봉지 보내줬었자. 비디오나 DVD로 영화 보던 시절은 이제 지나가고 모든 게 스트리밍이 잡아먹었다. 모든 콘텐츠는 이제 소장보다 정말 시청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보고 잊어 버리게 되는. 물론 나처럼 여전히 소장에 목 매다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난 주말에 본 넷플릭스 <길복순>은 클리셰이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혹평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전도연이 맡은 전설의 킬러 길복순은 너무나도 뻔하게 쿠엔틴 타란티노의 걸작 <킬 빌>의 브라이드가 연상됐다. 특히 엔딩에서 엠케이엔터의 대표 차민규(설경구 분)와 싸우기 위해 일본도를 들고 엠케이 본진을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공통점은 아주 현란하게 펼쳐지는 폭력과 유혈이고.

 

어디선가 보니 액션 영화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또 액션을 뺄 수 없는 그런 장르영화가 아닐까 싶다. 일단 오프닝부터 화려하지 않은가. 일본 야쿠자 출신의 오다 신이치로(황정민 분)가 길바닥에서 깨어난다. 간사이의 호랑이(토라)라고 했던가. 열도 출신의 토라와 반도 출신의 여성 킬러 사이에 일합이 이루어진다. 간사이 호랑이는 살벌한 일본도로 그리고 우리의 킬복순 씨는 이마트에서 산 3만원짜리 도끼로 맞선다. 이것도 PPL로 봐야 하나. 참 마트 문닫을 시간이라 오다 씨에게 총알을 선사하고 깔끔하게 현장을 떠나는 복순 씨.

 

그리고 보니 넷플릭스는 국내 공중파 방송들의 막무가내식 PPL 대신 요소요소에 세련된 방식의 광고를 들이민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이네켄을 마시는 장면에서는 나도 당장 뛰쳐나가 하이네켄을 사와야 하나 1분 정도 고민을 했다. 물론 나의 게으름은 그걸 용서하지 않았지만 말이지.

 

엠케이 엔터 소속 전설적 킬러 복순 씨의 문제는 살벌한 킬러들과의 대결이 아니다. 아니 그녀는 절대 자신은 죽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트 문닫을 시간이나 딸 길재영의 사교육에 신경쓸 시간이 없을 테니 말이다. 킬러 세계가 <길복순> 서사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킬러 비즈니스 못지않게 빡센 육아 혹은 자녀 교육의 세계라는 게 아닐지.

 

아이돌들이 7년 계약이라는 마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복순 역시 재계약 시즌에 돌입했다. 그리고 은퇴를 생각 중이다. 아마 그동안의 업보로 자신들이 구원받을 일이 없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걸까? 엠케이 엔터의 또다른 실력자 차민규 대표의 동생 차민희는 철저한 비즈니스 우먼이다. 자기 회사의 에이스 복순 대신 새로운 인물들로 세대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뚝심으로 밀어 붙인다. 그렇다면, <길복순>에서 빌런은 차민규라기 보다 배후조정세력인 차민희가 아닐까.

 

한편, 재계약을 앞두고 차민규는 자사의 최고 에이스 복순에게 두 건의 의뢰 중 하나를 고르라고 말한다. 서울과 블라디보스톡. 아마 후자를 선택했다면, 안온한(?) 복순의 일상이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고의로 의뢰를 실패한 킬러는 업계에서 세운 규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전례를 따라야 한다는 건 안비밀이다. 사실 이 또한 엠케이 엔터가 군웅할거하고 무적자 킬러들의 난립을 막고 독과점하겠다는 선언의 다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다. 아 그렇구나, 독과점은 모든 사업가들이 꿈꾸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심지어 살입청부업계에서도.

 

데뷔를 앞둔 엠케이 인턴 김영지와 사건 처리에 나선 복순은 의도적으로 실패하고 그녀의 위기가 비로소 시작된다. 아니 이미 위기는 그전부터 시작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싱글맘인 복순은 딸 길재영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녀에게는 킬러 사업보다도 더 어려운 게 아마 아이 키우기가 아닐까 싶다. 이 또한 하나의 유머 코드로 읽어야 할까? 그만큼 아이 키우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영화는 말하고 싶은 게 아닌지.

 

길재영이가 학교에서 벌이는 사건 사고는 복순이 마주하게 된 위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길재영의 세계에서는 또 다를 지도 모르겠다. 엠케이 차민희 이사는 의뢰에 실패한 복순을 제거하라는 오더를 날린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희희낙락하던 킬라 동료들은 엠케이의 공식 오더를 받는 순간 바로 돌변해서 복순을 죽이려고 달려든다. 아니 인생사란 이렇게 비정하단 말인가. 특히나 킬러들의 세계에서는 더더욱. 다구리를 당할 판이었던 복순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편으로 돌아선 인턴 김영지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다. 개인적으로 <길복순>에서 가장 마음에 든 액션 시퀀스였다. 그리고 피할 수 없었던 차민규 대표와의 일전에 나선다.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까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물어 보니 혹평이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킬 빌>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니까, 어쩌면 뛰어난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길복순>은 출발부터 타란티노의 <킬 빌>의 여전사 우마 서먼과 싸워야 하는 숙명이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아류작이 되었다. 그 외의 숱한 클리셰이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너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으려다 그만 이도저도 아닌 잡탕밥이 된 건 아닌지 좀 아쉽다.

 

[뱀다리] 영어 제목 Kill Boksoon이 지닌 의미도 아주 간단한다. 복순을 죽여라. 길복순의 언어유희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해 암시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복순이 천하무적이라는 설정이 아니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오다 신이치로와의 대결에서도 그리고 엔딩의 차민규 대표와의 대결에서도 언제든 상대방에게 당할 수 있다는 암울한 미래상 역시 어디 다른 영화에서 차용한 거라고 하던데, 귀찮아서 찾아보지는 못했다. 영화에 대한 나의 열정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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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4-19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것 봤어요!! 전 전도연 팬이지만 솔직히
그녀의 이미지가 <일타강사>에서 본 것과 그닥
변함이 없어서 실망했어요...
더구나 언급하신 모든 것들에
동의하고...
그리도 <킬 빌>을 넘어설 순 없겠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제가 높이 사는 것은
전도연 딸아이의 평범하지 않은
커밍아웃(?)이에요.
한국의 사고방식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괜히 좋더라구요.^^;;

레삭매냐 2023-04-19 15:24   좋아요 0 | URL
전도연 배우의 연기 변신 도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
해주고 싶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킬 빌>을 넘어서기란 진차 -

언급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사고가 유연해지지 않았나
추정해 봅니다.

페넬로페 2023-04-19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평이 많아 보지 않기로 했는데 레삭매냐님의 리뷰로 보고 싶은데요 ㅎㅎ

레삭매냐 2023-04-19 15:26   좋아요 2 | URL
저도 혹평 때문에 걱정을 하긴
했는데, 나름 갠춘하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

coolcat329 2023-04-19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길복순 봤어요. ㅎㅎ
제가 타란티노의 팬인데 여기서 너무 많이 보이더라구요.
시덥잖은 대화 나누다 갑지기 폭발하는 장면이나, 설정은 킬 빌이랑 참 비슷하죠.
후배 킬러 상대로 매직팬 가지고 싸울 때는 본 시리즈 맷 데이먼 싸움하고 비슷했구요.
근데 무엇보다 왜 이리 촌스럽게 보이는지요.
저는 많이 실망했답니다.

레삭매냐 2023-04-19 16:38   좋아요 1 | URL
앗 그리고 보니 인턴 킬러
와의 대결에 매직펜 뚜껑샷이
제이슨 본을 모방했나 보네요.
어쩐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싶었는데 말이죠.

어느 장면에서 참 시덥지 않
다해서 빵 터졌었는데... 기억
이 나질 않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04-20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이 나쁘지 않았다, 괜찮았다고 하시니 궁금하네요ㅎ

레삭매냐 2023-04-29 09:51   좋아요 1 | URL
호평 대신 혹평이 더 많은 느낌
이지만, 전 그런 대로 만족하는
것으로 :>
 
세상 끝의 세상 - ‘세상 끝’으로 내몰리는 고래와 그 고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ink books 8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써네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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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도 전에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자기 인생의 텍스트로 삼은 십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삼촌의 도움으로 지구의 끝으로 가서 포경선에 올랐다.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을 소년은 중년의 작가가 되어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는 2020416일 하늘의 별이 되었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이야기다.

 

출근 길 버스에서 <세상 끝의 세상>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소년 세풀베다처럼 지구의 끝, 파타고니아에 가볼 수 있을까라고. 이제 그러기엔 나이도 많이 들고 꿈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그냥 그래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문학적 경험이 실질적 체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살면서 얼마나 될까. 소년 세풀베다는 <모비 딕>을 읽은 다음, 벅찬 가슴을 안고 친구들처럼 여름방학을 대충 보내지 않고 스스로 고생길을 자처한다. 지구 끝으로 달려가는 마음이 그랬을까. 화물선 에스트레야 델 수르호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면서 선장에게 성실함을 인정받기도 한다. 감자 깎는데 이골이 난 소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구시대의 낡은 포경선에 올라 고래잡이를 체험한다. , 멋지다. 어린 시절에 그런 체험을 했다면 나도 그처럼 글쓰기로 승화시킬 수 있었을까.

 

30년이란 시간이 흘러 독일 함부르크에 사는 망명자 세풀베다는 불법 고래 포획에 나선 일본 국적의 니신마루 호 사건 취재에 나서게 된다. 왜 우리는 고래를 잡아선 안 되는가. 그것이 일단 불법이라는 걸 떠나, 고작 식도락이나 미용을 위해 자유롭게 바다에서 살고 번식하는 고래를 잡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오로지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오늘도 포경선들이 고래를 잡으러 나선다.

 

또 한편에는 첨단 시설을 갖추고 현장에서 잡은 고래를 가공까지 할 수 있는 니신마루 호에 저항을 불사하는 피니스테레(라틴어로 땅 끝이라는 의미의 합성어라고 한다) 호의 선장 호르헤 닐센 같은 이도 있다. 산 채로 잡혀 가죽이 찢기고 살이 갈리는 비극의 현장을 목도한 닐센 선장과 동료들은 범선에 폭탄을 붙들어 매고 현대문명의 잔혹한 이기인 니신마루 호와 동귀어진하려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프랑스 정보당국이 설계한 국가 테러로 무지개 선단의 운동가는 죽기도 했다지.

 

이 모든 사실을 글로 체화시킨 세풀베다의 진술은 독자의 가슴을 때린다. 토착 군부 세력에 의해 추방당한 저자는 수십 년 만에 환경을 보존하고 남태평양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사는 인간보다 더 나은 감수성을 지닌 ()고래들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위해 조국을 찾는다. 그리고 유랑 지식인은 끝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대의를 위해 싸우는 자신들의 행동이 어쩌면 이기적인 것이 아니었느냐고 말이다. 군사독재에서 벗어난 조국에 이미 준비된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대신 의도적인 유랑을 계속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사유가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더라.

 

자신들의 동료들에게 총탄을 쏟아 부은 니신마루 호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드는 범고래들에 대해 닐센 선장이 들려주는 말은 그야말로 전설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싸운 닐센 선장과 그의 동료 페드로 치코를 보호해주는 장면에서는 짠한 연대가 떠올랐다.

 

어쩌면 지난 며칠 동안 내가 읽은 세풀베다의 책들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한 사전 준비운동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칠레 앞바다에서 군인들의 묵인 아래 벌어지는 무분별한 고래 사냥, 어쩌면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남벌되는 아메리카의 아름다운 나무들... 아무리 개인적으로 윤리적 소비를 강조해도,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환경파괴에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묻게 된다. 세풀베다 작가가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면, 나는 어떤 존재일까.

 

그러니까 다 필요 없고, 초록빛 지구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진심으로 ‘세상의 끝에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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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4-17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 책은 딱 한 권 읽었지만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이네요.
세풀베다가 환경보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은 알았지만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어요.
지금이라도 인간이 정신을 차린다해도 이미 늦었다는 말 들은 적 있는데 그 때 참 슬펐습니다. ㅠ

레삭매냐 2023-04-18 20:22   좋아요 1 | URL
지구별을 위해 싸우던 전사
가 코로나로 영면했다는
소식을 멍했던 게 어느덧 3년
전이네요.

우리 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당장의 편리함 때문에
그러지 못함을 한탄할 따름입
니다.

얄라알라 2023-04-18 0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께서 권해주시는 책은 미지영역, 단번에 확 호기심 솟구치게하는 힘이 있는데 이런 일을 해낸 사람이 실존인물이라니 더더욱 놀랍습니다. 생뚱맞지만 아바타도 생각났어요...연대의.장면을.자꾸.상상하게 됩니다

레삭매냐 2023-04-18 20:24   좋아요 2 | URL
지구별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삶...

지난 일요일날 족구장에 가서
꼬맹이와 함께 야구를 하다가
이곳저곳에 널부러져 있는 쓰
레기들을 주워다가 재활용 봉
투에 담았습니다. 왜 그냥 쓰레
기들을 마구 버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 멈추
지 않아 볼랍니다.

젤소민아 2023-05-04 2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코로나로 세상을 뜨신 것 같더군요. ‘연애소설 읽는 노인‘도 그렇고 이분은 ‘세상‘의 본연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도 그렇고요. 소설에서 ‘환경‘에 천착한 그에게 경의를...그리고 명복을...ㅠㅠ

레삭매냐 2023-05-05 08:39   좋아요 0 | URL
말씀해 주신 대로 세풀베다 작가는
3년 전에 코로나에 걸려서 하늘의 별
이 되셨답니다.

좀 더 좋은 글을 더 써주셨어야 했는데...

세상의 본연 그리고 환경 이슈에 누구
보다 진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반 고흐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바라 스톡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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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주차를 할 수가 없어 이리저리 떠돌다 결국 아무 데나 차를 대고 램프의 요정을 찾았다. 그냥 아무 책이나 좀 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읽을 그래픽노블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해서 바바라 스톡 작가의 <반 고흐>를 만나게 됐다. 후딱 읽고 나서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67쪽까지 읽가 호출이 와서 잽싸게 램프의 요정을 벗어났다. 그냥 나오기가 그래서 이탈로 칼비노의 책 한 권도 샀구나.

 

예전에 고호라고 불렀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고흐가 되었다. 어쨌든, 그래픽노블 <반 고흐>는 훗날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화가가 되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뱅상?) 반 고흐의 말년을 다루고 있다. 화상을 하는 동생 테오에 빌붙어 살던 반 고흐는 새로운 작품활동을 위한 공간을 위한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아를로 향한다.

 

이곳에서 고흐는 자그마치 200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그의 정신건강은 그림에 몰두하는 만큼 소진되어 가기 시작한 모양이다. 문득 어떤 예술가가 지닌 천재성 혹은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위한 무언가는 계속해서 생성되는 게 아니라, 퍼내고 나면 소진되어 버리고 마는 게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전에 물감 살 돈이 없어 구질구질하게 살았던 고흐와 달리, 피카소는 평생 동안 돈 걱정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살지 않았던가. 그런 걸 보면 참,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다. 죽은 다음에 명예와 부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고흐는 성질머리도 고약했던 모양이다. 아를에서 머물던 호텔 직원과 싸우는 건 다반사였다. 자신의 모든 걸(영혼마저도!) 그림에 갈아 넣어야 했던 고흐는 얼치기 예술가들이 희희낙락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걸 참아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시간에 따라 풍경과 색감이 바뀌는 걸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빛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인상파 화가들의 영향력도 엿볼 수가 있다.

 

고흐는 평소에 독주인 압생트를 즐겨 마셨다고 하던데, 이 그래픽노블에서는 그런 점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화가들이 유곽을 찾아 허송세월하는 동안에도 그는 그림 그리기에 매진했다. 그도 물론 유곽의 고객이긴 했지만 말이다. 뭐랄까 일반인들과 다른 의미에서의 수도자라고나 할까.

 

고흐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 밖에 팔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런 그의 작품 활동에 가장 결정적 기여를 한 사람은 바로 동생인 테오였다. 아마 테오가 없었다면 우리는 고흐의 그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가 없지 않았을까.

 

한편, 고흐는 아를의 새로운 거처에서 화가들을 위한 일종의 공동체를 꿈꿨다. 자기가 아는 많은 화가들을 그곳으로 초청했지만 그의 초청에 응한 사람은 유일하게 그가 존경하는 화가였던 폴 고갱 한 명이었다. 고갱에게 많은 걸 배우기도 했지만, 성정이 달랐던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고흐가 남프랑스의 아를에서 만족했다면, 열정의 사나이 고갱은 열대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색채를 구하기 위해 마르티니크 행을 꿈꾸었다. 이런 둘의 결정적 차이는 결국 파국으로 이어졌고, 고갱은 아를을 떠나기에 이른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고흐의 종말로 가는 뇌전증에 의한 정신병이 발발하게 된다. 고갱이 떠난 뒤, 자신의 귀를 자해한 고흐의 소식을 들은 동생 테오는 파리에서 바로 형님을 찾아온다. 고흐는 환각에 시달리는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닫고 자발적으로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물론 그림에 미친 사내는 그곳에서도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그의 정신 상태에 대한 부분들을 읽으면서 아니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정신이 온전치 않은 작가가 그린 그림에 대해 그렇게 열광했단 말인가.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해바라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말이다.

 

그래픽노블 <반 고흐>는 그의 비극적 최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건너뛴다. 오로지 그림에 전념했던 화가로서의 모습에 치중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고흐는 대중에 영합하는 그림을 그릴 생각은 1도 없었다. 그의 이런 비타협적인 태도 때문에 생전에 그는 자신의 그림을 팔지 못했다.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어 창조한 그림이 타인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괴로웠을까? 현대의 피카소 혹은 고갱처럼 그림을 팔아 제법 돈을 만졌더라면, 고흐의 영혼은 과연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을까?

 

너튜브에서 보니 고흐의 그림에서 은 영원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그림들에서 별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미 고흐는 이생에 대한 미련을 포기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상당 부분 압축되고, 생략된 그래픽노블의 이미지만으로는 위대한 예술가가 구상한 생각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나 싶다.

 

오래 전에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이미지에 도취되어, A4에 꽉 차게 그의 이미지를 인쇄해서 모으던 시절 생각이 떠올랐다. 고흐가 광인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나는 여전히 그가 그린 <해바라기>를 좋아한다. 지난주에 마지막 남은 해바라기 씨 다섯 개를 화분에 심었다. 어떤 녀석이 고개를 들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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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4-17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을 생략한 작가의 의도가 마음을 울리네요.

레삭매냐 2023-04-17 11:01   좋아요 1 | URL
너튜브에서 우연히 고흐의 그림
을 3D로 처리한 영상들을 보았
는데 레알 퐌타스틱~했습니다.

엔딩은 여백의 미라고나 할까요.
 
템플러 - 솔로몬의 성전에서 프리메이슨까지, 성전기사단의 모든 것
마이클 해그 지음, 이광일 옮김 / 책과함께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근 한 달 걸려서 십자군 원정기에 팔레스타인에서 결성된 성전 기사단에 대한 서사를 다룬 마이클 해그의 <템플러>를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산 게 7년 전이라는 사실은 안비밀이다.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십자군 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섭렵해서 그런지 출발은 좋았다.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또 무슬림의 기원까지 다루면서 중근동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쟁의 단초를 마이클 해그는 독자에게 잘 전달해 준다. 무슬림이 발흥하고 나서, 수백 년 동안 큰 무리 없이 이어지는 기독교인들의 성지 예루살렘 순례를 이슬람 지도자들이 막아서면서 서방 기독교 세계에서는 성지 탈환이라는 소위 십자군 운동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잘 알려진 대로 교황 우르반 2세의 신이 그것을 원하신다라는 말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에 내로라하는 서방의 기사들과 다수의 민중들이 참여하면서 1099년 예루살렘이 기독교도들이 손에 떨어졌다. 뒤이은 숱한 양민들의 학살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과연 신이 그것을 원하셨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십자군 원정의 초기단계에서이 성공은 이슬람 세력의 분열도 한몫했다. 이집트의 카이로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로 양분된 이슬람 세계는 베르세르크급의 기독교 전사들을 우트르메르에서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다.

 

장기와 누레딘 그리고 살라흐 앗딘의 등장으로 드디어 이슬람 세계가 통일되고, 그들에게 역시 성지였던 예루살렘 혹은 그들은 알쿠드스라 부르는 성지탈환을 위한 지하드가 개시되면서 기독교도들이 지배하던 우트르메르에 위기가 닥쳐오게 됐다. 이에 불신자들의 무리로부터 성지 수호를 위해 성전 기사단이 창설되기에 이르렀다. 소위 템플러라 불리는 성전 기사단의 목적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성지 예루살렘을 목숨을 바쳐 지키자. 엘리트 군사 집단으로 구성된 수도자인 동시에 뚜렷한 목적 의식을 지닌 전사들이었다.

 

문제는 살라흐 앗 딘이 이끄는 통합 무슬림 세력의 매서운 파도가 템플러들이 지닌 각오와 전의 그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서방과 달리 우트르메르에서 병력 증강은 요원했다. 물자 역시 서방의 지원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만 했다. 서방 기독교 왕국에서 성전 기사단의 대의에 동참하는 많은 이들이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물적으로 부유해진 기사단의 자산을 훗날 역설적으로 그들이 파멸하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된다.

 

하틴 전투에서 우트르메르 기독교 세력이 살라흐 앗 딘에게 궤멸적인 패배를 당하고, 뒤이어 88년 만에 성지 예루살렘마저 무슬림들에게 빼앗기게 되면서 성전 기사단은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성지를 빼앗긴 책임을 모두 성전 기사단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 항상 일이 이성적으로만 전개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지중해 연안의 아크레(오늘날의 아코)로 기사단 본부를 옮기고 이집트 맘루크 왕조에게 우트르메르의 마지막 기독교 세력이 말소되는 1291년까지 근 1세기 가량을 버티었지만 모든 기독교인들을 팔레스타인에서 죽이겠다는 무시무시한 무슬림 세력의 도전 앞에 중과부적이었을 따름이다.

 

<템플러>의 저자 마이크 해그는 성전 기사단이 맹활약을 펼쳤던 방어전에서 소수의 거점에 난공불락의 요새들을 건설하고 맹렬하게 불신자들에 맞서 싸운 성전 기사단의 활약상 묘사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병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의 전사들로 엄청난 수의 무슬림 전사들을 상대해야 했던 성전 기사단의 전투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점과 선의 확보만으로는 적진에서 저항 거점의 유지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살라흐 앗 딘에 맞선 사자심왕 리처드가 예루살렘 수복을 눈앞에 두고서, 예루살렘의 배후지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지 탈환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물러서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십자군 전쟁 초기, 유리한 상황에서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를 쳐서 확보해 두었다면 우트르메르가 좀 더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 그리고 성지 수복에 앞서 이집트와의 고리를 떼어 놓아야 한다는 전략은 좋았지만, 이집트 술탄의 역습으로 숱한 성전 기사단 전사들이 학살당하고 십자군 전쟁이 종언을 가져온 사실에 대한 지적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13세기 초, 프랑스에서 알비 십자군이 결성되어 카타리파 이단을 섬멸했다. 끝까지 저항하던 이단들을 모두 화형에 처했다. 교황에게 공식 인가를 받고 국가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무장과 자산을 지니고 성지 수호라는 대의명분 아래 활약하고 있던 성전 기사단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하나의 징조가 아니었을까.

 

중세 은행이 부재하던 시기에 성전 기사단은 금융과 무역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었다. 각지에서 답지하는 후원 자금을 관리하고, 성지에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서방으로부터 우트르메르로 수입업을 맡기도 했다. 한 때, 성전 기사단이 실질적으로 프랑스 재무부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십자군의 이집트 원정 당시 무슬림에게 포로가 된 프랑스 국왕에 대한 몸값 지불을 거절하기도 했다고 하던데, 혹시 이때부터 프랑스 왕들이 성전 기사단에 앙심을 품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성지 실지로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한 성전 기사단은 결국 카페 왕조 출신의 필리프 4세의 음모에 의해 와해되기에 이르렀다. 13071013, 필리프 4세는 성전 기사단의 단장 자크 드 몰레와 나머지 기사들에게 이단 혐의를 씌워 모조리 체포했다. 당시 필리프 4세의 수중에 있던 교황 클레멘스 5세의 성전 기사단 구명에도 불구하고 단장 자크 드 몰레가 화형에 처해지게 되면서 화려했던 성전 기사단 활동은 끝이 났다.

 

이젠 거의 신화가 된 성전 기사단의 비밀주의 덕분에 후세에 그 유명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비롯한 사이비역사 및 소설들이 범람하게 되었다는 지적이 가장 흥미로웠다. 음모론 신봉자들에게는 아무리 사료에 근거한 이야기들을 해도 그들이 듣지 않는다는 점 역시나 탈진실 시대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2001년 바티칸 서고에서 발견 <시농 양피지>의 존재다. 사실 성전 기사단에 대한 모든 저서들은 이를 기점으로 다시 쓰여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문서가 아닐 수 없다. 교황 클레멘스 5세가 성전 기사단원들이 재판에 회부되기 이전에 이미 이들에게 씌워진 이단혐의가 무죄라는 점과 이들을 사면 복권했다는 점이 <시농 양피지>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서유럽 각국에서 민족주의가 발흥되던 시기에, 세계주의자들이었던 성전 기사단의 존재와 자산에 눈독 들인 필리프 4세가 벌인 자작극이었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성전 기사단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프랑스에서 성전 기사단이 비참한 최후를 맞은 뒤, 잔존 성전 기사단원들은 잉글랜드와 에스파냐/포르투갈에서는 비교적 나은 대우를 받았다. 동방의 예루살렘에서 성지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싸웠다면 서방에서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무슬림을 몰아내기 위한 레콩키스타 무대에서 성전 기사단은 가공할 전투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무대를 옮겨 프리메이슨 조직으로 변신했다는 사이비역사 음모론도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역사에서 호사가들과 음모론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바로 성전 기사단의 화려했지만 비참한 최후의 서사가 아니었나 싶다.

 

나중에 소설과 영화 장르에서도 성전 기사단의 서사는 무한반복된다. 특히, 인디애너 존스 시리즈 3탄인 <최후의 성전>에는 성배를 지키는 800살 먹은 성전 기사단원의 등장이 기억을 소환해냈다. 나치는 금으로 만든 화려한 성배를 들었다가 바로 죽었고, 우리의 히어로 인디애너 존스는 예수 그리스도가 목수였다는 점에 착안해서 허름한 나무로 만든 성배로 죽어가는 아버지 헨리 존스를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근 한 달 걸려서 드디어 다 읽었다. 십자군 전쟁에 대해 내가 모르고 있던 사실들과 성전 기사단의 전체 모습에 대한 고찰이 마음에 들었다. 뭐 이런 재미에 계속해서 책을 읽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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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12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로 기사단에 대한 내용을 접했는데 기독교, 이슬람 등 종교가 과연 무엇인지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십자군 원정의 첫 목적도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재미로 읽기에는 좋았던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3-04-12 11:46   좋아요 1 | URL
시오노 할머니의 ‘게스타이‘는
어린 시절에 죽어라 읽었답니다.

저도 십자군 이야기도 읽었구요.

나중에 극우 본색을 들어낸 다음
에는 싹 손절했습니다.

책들을 읽으면서도 쫌 이상하다
싶었는데, 결국은 사고를 치더군
요.

종교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그 종교를 가지고 무언가 하겠
다고 나선 이들이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새파랑 2023-04-12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템플러 하니까 하이 템플러 다크 템플러 이런게 떠오르네요 ㅡㅡ
전 역사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잘 안가지던데 역시 레삭매냐님의 독서 범위는 십자군 원정처럼 광범위 하십니다~!!

레삭매냐 2023-04-12 16:50   좋아요 1 | URL
오옷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
다크 템플러의 유래가 성전
기사단에서 ~~~ 놀라운 연결
점이 아닐 수 없네요.

저자에 따르면 훗날 템플러
에 대해 어두운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하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역사도 좋아하는 종목이라
열심히 읽으려고 한답니다.

얄라알라 2023-04-16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년 숙성해두셨다가 1달 동안 꼭꼭 씹어서 드셨으니 굉장한 보양식이 되실 듯!

레삭매냐 2023-04-16 17:46   좋아요 1 | URL
산 책은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읽는다!는 모토 대로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
 


지난 2주 연속으로 천안을 다녀왔다.

그랬더니만 좀 힘들어서 지난 주에는 어디 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것으로.

 

원래는 꼬맹이 때문에 칠보산으로 생선구이를 먹으러 가려 했으나, 도서관에 들렀다가 너무 늦게 나오고 거리가 제법 있어서(차로 30분 정도) 도저히 배가 고파서 일단 생선구이는 패스. 사실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한 소끔 얹고.

 

대신 동네카페 이벵으로 당첨된 부대찌개 집 냉삼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 거긴 멀지 않아서 금방 푸슝~ 바로 대령해 주신 찬란한 나의 냉삼 2인분.



예전에 자주 가곤 하던 집인데 주인장이 두 번인가 바뀌고 나서는 잘 안가게 됐다. 주차도 그렇고.

 

그전에도 냉삼들을 구버 먹길래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나도 이번에 공짜 냉삼에 도전해 본다. 공짜로 먹기가 미안해서 조그만한 목소리로 부대찌개 1인분을 주문했는데 싸장님이 부대찌개 1인분도 싸비스로 주라고 하셨단다. 지화자~~~

 

아니 냉삼이 이렇게 맛있었던가!!! 인천에서 냉삼하는 친구네가 있다고 하던데 요즘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서 공치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날은 가게 술 싸장님이 혼자 다 마신다고 호기롭게 그러셨더라고. 에휴 참, 인플레이션에 너무 경기가 안 좋은가 보다.



이건 어제 저녁의 기록이다.

저녁으로 잡채를 실컷 먹고 나서 음쓰를 버리러 나갔다. 그리고 토스 만보기 100원을 벌기 위해 미션 장소로 이동 이동. 그리고 내친 김에 오천보도 찍을 속셈이었다. 사실 해보니 만보는 쉽지 않더라.

 

일단 근처 경찰서 옆에 있는 공원으로. 그 다음에는 동네 미술학원을 거치게 되었다. 지점토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또 이런 거 좋아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보니 한겨레의 김태권 작가가 이런 스타일의 종이인형들 만들어서 칼럼 같은 걸 쓰지 않았나. 그 양반은 왜 십자군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 않는지... 아주 오래 전에 온라인 연재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한 십자군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뭐 그렇다고.



60원째를 벌기 위해 동네 성당 옆/교촌치킨 옆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거기에도 삼겹살집이 있었는데 손님이 달랑 2명 있더라. 손님과 알바생이 나란히 앉아서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내가 근처에 가니 손님인 줄 알고서 벌떡 일어서셔서 좀 미안했다. 난 그냥 지나가는 과객이고, 궁금해서 가게 안을 들여다 본 건데. 미안해라.

 

맞은편의 교동짬뽕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장소가 너무 외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그리고 보니 나에게 전화 걸어서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징징대는 나까마 친구는 어제하고 오늘 손님이 좀 들었다고 좋아했다. 물론 진상 상대하느라 진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삼계탕에 들어간 마늘이 익지 않았다고 타박을 했다나 뭐라나. 난 쌩마늘도 잘 먹는데.

 

이 사진은 순전히 diocese 라는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그리고 뭔 뜻인지 궁금해서 사진을 찍었다. 대충 보아 수원 교구 소속이라는 말 같은데... diocese 다이어시스로 발음하고 역시나 뜻은 교구란다. 어제 한 단어 배웠다네.



아침에 차 타고 가면서 본 꽃나무인데 뭔 꽃인지 궁금해서 밤에 찾았다.

벚꽃일 확률이 36%라고 하고 그 다음에는 박태기꽃 그리고 그 다음에는 배롱나무꽃이라고.

배롱나무는 아직 철이 아니니 벚꽃이거나 박태기꽃 같은데...

 

밤에 찍은 사진인데, 아주 멋졌다. 이래서 밤에 꽃구경을 가는 건가?

물론 사진은 뽀샵 처리를 좀 했다.



이건 오늘 램프의 요정에 책 팔러 갔다가 살까 하고 구경한 조지 기싱의 책이다.

아마 오래 전에 다른 버전으로 구해서 읽다 말았던 것 같은데... 분량이 제법 두꺼워서 패스했다. 내가 책이 없어서 못 읽는 건 아니잖니.

 

오늘은 두 권의 책을 팔아서 7,700원 땡겼다.

이 돈으로 로또나 사야 하나. 그리고 보니 그동안 온라인 사이트에 쟁여 두었던 천원으로 오늘 천원 어치 로또를 하나 구입했다. 그게 맞겠어 그래.

, 900원 짜리 그림책도 하나 팔았어야 했는데 까먹고 램프의 요정에 가져가지 못했다.

또 팔 책들이 어디 없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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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4-10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고급 어휘를 구사하셔서, 제가 사전을 종종 찾아보게 만드시는 레삭매냐님의 ˝음쓰˝! 이거 너무 반가운거 있죠^^

레삭매냐 2023-04-11 09:52   좋아요 1 | URL
부족한 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날이 더워지니 벌레들이
창궐하야 음쓰~를 빨랑
내다 버리지 않으면 벌레
들의 파튀가 -

오늘도 책 팔러 갑니다!!!

그레이스 2023-04-14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삼겹살 파김치 우와!
저녁 먹고 났는데, 잘못 먹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

레삭매냐 2023-04-15 10:00   좋아요 1 | URL
저희는 어제 저녁으로 거하게
먹으려고 했으나 꼬맹이가 펑크
를 내는 바람에 국시로 때웠답
니다.

대신 새로 생긴 삼겹살집 구경
하러 갔다가 냄시에 그만...
다음에 가볼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