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 시게루의 일본 현대사 2 - 중일 전쟁부터 태평양 전쟁 전반까지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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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전, 야마오카 소하치라는 일본 작가의 <태평양전쟁>이라는 책을 읽었다. 아마 지금도 집 어딘가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일본 국민작가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저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통해 그가 얼마나 극우성향의 작가인지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침략군으로 동원된 일본군을 황군으로 부르며 찬양하는 모습에 기가 질려 버렸다.

 

적어도 미즈키 시게루는 그런 모습은 보여 주지 않아 다행이다. <일본 현대사> 두 번째 권에서는 대미 개전 과정과 개전 초기 승승장구하던 일본군의 전황에 대한 소개가 중심을 이룬다.

 

서방에서는 나치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두 번째 세계대전의 막이 오른다. 그전에 일독이 삼국동맹으로 파시즘 국가들이 세계를 집어 삼키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 정세가 그렇게 급박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주인공 미즈키 시게루의 일상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보면 사회 부적응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는 일이 없으며, 학업이나 일 모두 적응하지 못한다. 신문배달 일을 하지만 그것도 실패다. 왠지 나중에 군에 끌려가게 되었을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걱정이 될 정도다.

 

거대한 중국을 집어 삼키겠다고 나선 중일전쟁도 무모했지만, 태평양의 패권을 두고 미국과 맞장을 뜨겠다고 나선 주전론자들의 현실인식은 큰 문제였다. 그리고 결국 나라를 패망으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19406월 히틀러의 기갑부대가 프랑스를 석권하고 파리마저 점령하면서 동아시아에는 힘의 공백이 발생했다. 일본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프랑스령 북부 인도차이나에 진주하는데 성공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동아시아 확장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던 미국은 미국내 일본 자산 동결조치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일석유 금수조치를 취하면서 일본 군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립정책을 유지하고 있던 미국의 잠재적 공업생산력을 일본은 과소평가했던 게 아닐까. 말만 중립이었지 미국은 스스로 민주주의의 병기창을 자처하며, 유럽 대륙에서 히틀러를 가까스로 상대하고 있던 영국에 무기 원조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복잡한 대일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던 개전 전야,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반년이나 1년 정도는 미국과 용감하게 싸울 수 있지만 그 다음은 장담할 수가 없다고 했던 예언이 그대로 현실로 드러나게 된다.

 

당시 일본 내각에서는 원만한 대일교섭으로 개전을 원하지 않았지만, 외무대신 마쓰오카 요스케의 대미 강경노선으로 결국 그를 외무대신에서 사퇴시키기 위해 내각총사퇴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다. 전쟁보다 평화를 우선해야 하는 외무대신이 오히려 전쟁 충돌을 조장하는 장면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19411126일 미국 국무부장관 헐은 일본이 점령하고 있던 중국과 인도차이나 등지에서 조건 없이 철군하고 삼국동맹을 사문화하라는 이른바 헐 노트를 보내고 이에 격분한 일본 군부는 개전을 결정한다.

 

야마모토 이소로쿠와 나구모 주이치가 이끄는 연합함대는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분쇄하기 위해 진주만 기습에 나서고, 그렇게 전쟁이 시작됐다. 선전포고도 없이 시작된 전쟁을 환영한 이가 있었으니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였다. 선제공격을 당한 마당에 미국내 전쟁반대론은 설 자리가 없었다.

 

개전 초기 진주만 기습 성공으로 기세가 오른 일본군은 말레이 반도(싱가포르)를 필두로 해서, 바타비아와 필리핀, 홍콩 등을 석권한다. 물론 일본군의 대비와 전략 전술도 개전 초기 승승장구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유럽에서 히틀러와 싸우는데 전력을 다하는 바람에 동아시아 식민지 군대는 2선급이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필리핀 전선에서 미군을 격퇴한 혼마 마사하루 중장이 종전 후 바탄 죽음의 행진 사건 때문에 전범으로 교수형 당한 것에 대해 저자는 사령관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포로 수용 문제에 있어 일선 부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현지 사령관이지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일본의 남방 진출이 영국과 네덜란드의 오랜 식민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대동아 성전>이라는 선전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다. 일부 독립 세력들을 일본이 지원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설계된 철저한 프로파간다였을 뿐이다. 서구 세력을 무력으로 몰아낸 일본이 새로운 지배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일본이 남방에서 새로 확보한 영토들은 오로지 자원 수탈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피지배 계급의 반발은 명약관화했다.

 

남양군도 각지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주인공 미즈키 시게루 역시 이미 해군 장교로 선발된 형 소헤이에 이어 소집영장이 떨어졌다. 소헤이는 뉴기니 전선에서 고사포 부대원이었는데, 포로로 잡힌 미군 병사 처우 문제로 훗날 전범으로 처벌받았다고 한다. 군에 들어가면서부터 후임병 시게루의 고난이 시작됐다. 구 일본 제국 군대의 문제점 중의 하나인 일상적 구타가 시게루에게 이루어졌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게루의 대답이 예에~”처럼 늘어진다고 마구 두들겨 패대는 게 일과였다.

 

미즈키 시게루 작가는 팔라우부터 시작해서 웨이크섬, 알류션 제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태평양 전쟁의 거의 모든 전역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잘 나가던 일본이 해전에서는 미드웨이 그리고 육전에서는 과소평가했던 미군에게 과달카날 전투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하면서 역사의 변곡점에 도달했다. 많은 인구가 살고 있던 중국 대륙의 전투에서는 현지조달(이라고 쓰고 약탈이라고 부른다)이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솔로몬 제도 같이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전투는 중국 전선과 같은 현지조달이 전혀 불가능했다. 도쿄의 대본영에서는 이런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과달카날 비행장 점령에 투입된 미군의 실력에 대해서도 개전 초기 무기력하게 무너진 식민지 부대 전투력 정도로 과소평가한 게 문제였다. 이런 악조건을 이기고 일본군이 과달카날에서 승리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니었을까.

 

원래부터 솔로몬 제도 공략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던 해군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의 주장대로 2개 사단을 투입해서 비행장 점령에 나섰다면 전황은 또 달라졌을지 모른다. 이치키 지대, 가와구치 병단에 이어 2사단과 38사단을 축차적으로 투입하는 소모전으로는 도저히 압도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는 미군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보급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빈약한 보급과 말라리아 때문에 일본군은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를 수가 없었다.

 

시게루는 드디어 팔라우를 거쳐 뉴브리튼의 라바울로 전속된다. 일본 군부는 미드웨이 패전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허위 승전 사실로 호도한다. 심지어 과달카날의 패전도 후방으로의 전진이라는 말로 시민들을 속였다. 이런 상태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걸까. 공업 생산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일본의 생산력을 압도했다. 미해군의 활약으로 남방에서 자원 입수가 어려워진 일본이 남양군도에서 입은 손실들을 점점 만회할 수 없게 된 반면, 미국은 전함과 항공모함 그리고 전쟁 물자들을 생산해냈다. 태평양전쟁은 이미 이길 수 없는 전쟁 국면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뉴브리튼에서 저자의 종군 일기는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 만난 적이 있어서 낯설지가 않았다. 뉴기니를 거쳐 필리핀 해방을 목표로 삼은 맥아더는 원래 라바울 공략을 원했지만, 요새화된 라바울 공략이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치열한 전장에서 빗겨 나가게 됐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뉴기니 전선이나 필리핀 전선에 투입되었다면 아마 현지에서 옥쇄라는 이름으로 전사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전선에서 패배를 거듭하면서, 일본군은 발악적인 옥쇄전으로 미군을 상대했다. 항공모함 전력과 유능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잇달아 전사하면서 사실상 연합함대 소속 기동부대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일본의 전쟁지도부가 조기에 패전을 모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면, 무의미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폭주를 거듭하던 전쟁기계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는 학업이나 일에서 근성을 보여주지 못한 미즈키 시게루 작가가 전후에 이런 방대한 작품을 완성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선대에서 유래한 바보 같은 짓이 집안의 전통이라던 작가가 남긴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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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6-13 15: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만화로 볼 수 있는 일본 현대 전쟁사네요! 재밌을 거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3-06-13 17:40   좋아요 3 | URL
전쟁 이야기는 3권에서 끝나고,
그 다음부터는 저자 자신의 빈곤과
가난과의 전쟁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레이스 2023-06-13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데... 섣불리 덤벼들고 싶지 않은 그런 책이네요. 그래도 저장!

레삭매냐 2023-06-13 23:58   좋아요 1 | URL
전 3일 만에 주파했네요 -

속이 다 시원합니다. 고고씽!
 
미즈키 시게루의 일본 현대사 1 - 간토 대지진부터 중일 전쟁 돌입까지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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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즈키 시게루 작가의 <일본 현대사> 시리즈의 존재를 알게 됐다. 나름 밀덕인 동시에 그래픽 노블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니 내가 이 책을 또 거두어 주지 않으면 누가 거두어 준단 말인가라는 생각으로 도전에 나섰다. 오늘 도서관에 방문해서 당당하게 이 책이 비치된 서가로 달려갔다. 총 네 권을 드는 순간, 손모가지가 나가는 줄 알았다. 그만큼 분량이 방대하다는 말이다. 일단 대여하기 위해 지난 주에 빌린 책들을 모두 반납하고, 부지런히 읽었다. 그래서 일단 1권은 도서관에서 모두 읽고 나머지 3권을 빌려왔다. 여유감 때문인지 1권 만큼 스피드가 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미즈키 시게루가 그리고 쓴 <일본 현대사>의 원제는 <쇼와사>라고 한다. 다이쇼 연간에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에서 태어난 만화가이지 평화주의자 미즈키 시게루는 1922년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해에 태어났다. 간토대지진은 1차세계대전 후, 흥청이던 일본 경제에 도래한 공황의 전주곡이었다. 아무리 미즈키 시게루 작가가 양심적인 지식인이라도 하더라도, 간토대지진 당시 희생된 한국 사람들에 대해 언급할 정도의 양식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저자는 숨 가쁘게 돌아가던 일본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과 동시에 일본 군부 세력들이 이른바 다이쇼 데모크라시라 불리던 사회 분위기를 군국주의 파시즘으로 몰아가던 당시 상황을 마치 라디오로 생중계하듯 그렇게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한 가지 특징을 말한다면, ‘생쥐인간을 투입해서 설명을 곁들이는 센스를 발휘한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준 요괴 입문을 도운 인물로 농농할멈을 배치하기도 한다. 아직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일단 패스.

 

조선을 1910년 병탄한 일본은 대륙진출의 발판으로 삼아 만주침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황고둔 사건으로 만주 군벌 장쭤린을 폭사시킨 일본군은 정예 관동군을 파견해서 중원 침략의 야욕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일본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일본군의 하극상은 아마 이 시기부터 일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군축회의로 태평양과 아시아의 패자로 부상하던 일본을 견제하던 서구 열강을 의식해서, 일본 내각은 확전을 극히 경계했지만 이른바 군부 내의 일부 모험주의자들을 제압할 수는 없었다.

 

경제 공황의 여파로 일본 각지에서 빈곤과 가난 그리고 굶주림이 만연했다. 다이쇼 연간에 활발하게 전개되던 노동쟁의는 치안유지법 같은 악법의 시행으로 일소되고, 사회주의 계열의 인사들이 대거 투옥되고 전향하면서 일본 국가의 군국주의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미즈키 시게루는 이런 쇼와 시대의 일상에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투영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구축해나간다.

 

일본 현대사를 살아낸 민초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미즈키 시게루는 집안의 차남이었다. 와세다 대학 출신 아버지는 은행 업무를 하다가 자기 멋대로 숙직 시간을 조정했다가 잘려 버렸다. 그 다음에는 영화관을 운영하다가 영사기를 도난당하는 바람에 사업을 들어 먹었다. 그 다음에는 시게루의 조부가 계신 오사카로 가서 보험업을 했다고. 이재에 밝았던 조부는 공황의 전조가 보이자 재빨리 재산을 정리해서 바타비아(지금의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사업을 일으켜 한몫 챙기는 사업수완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일본 국내 특히 그 중에서도 도호쿠 지방의 가난과 궁핍에 절망한 일단의 황도파 청년 장교들은 수시로 쿠데타 시도와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오죽했으면 작가가 전쟁을 치르면서 평생 다시는 과자를 먹을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을까.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생 아들을 강제로 배에 태워야 했고, 딸들은 유곽에 팔아야할 지경이었다. 이런 와중에, 조금이라도 우익 세력에 밉보였다가는 내각의 수장인 총리부터 시작해서 여러 대신들이 그들에게 테러당하는 일들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전권을 쥐게 된 군부는 내각과 일본 국가의 대외정책마저 멋대로 좌지우지했다.

 

서방의 군국주의 세력이었던 독일-이탈리아와 군국주의 파시즘 체제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긴밀해지기 시작한 일본은 본격적인 중국 침략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국제연맹에서 탈퇴해 버렸다. 만주의 풍운아로 알려진 이시하라 간지와 이타가키 세이지로 등이 주축이 되어 일으킨 만주사변으로 폭사한 장쭤린의 후계자 장쉐량을 내쫓고, 러일전쟁 이래 염원이던 만주를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이후에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를 내세워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우지만, 종전 때까지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런 일본의 군사적 모험에 아이들은 열광했다. 군부는 멀쩡한 청년들을 희생시킨 육탄3용사조작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나라 시민들의 민생에는 소홀하고 무능했던 정부가 국가 세입을 절반을 군비에 투입하며, 오로지 시민들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저자는 냉철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훗날 중일전쟁과 대미전쟁 그리고 패망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군사적 모험의 근원을 추적하는 미즈키 시게루 작가의 노고를 집대성한 것이 바로 이 <일본 현대사>. 우선 2,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놀라고, 몸으로 쇼와 시대를 살아낸 작가의 육성 증언에 감탄했다. 바로 2권 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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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3-06-12 0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2권밖에 못 읽었는데 참 인상적인 일본 현대사를 다룬 그래픽 노블이었습니다. 이어질 레삭매냐님의 좋은 리뷰 기다리고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23-06-12 08:32   좋아요 2 | URL
70여년에 이르는 쇼와사를 제대로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일본 출신 작가다
보니 한계도 뚜렷한 것 같습니다.

간토대지진이나 태평양전쟁 초기
필리핀 전선을 맡았던 혼마 마사
하루 중장에 대한 변호 등이 그
러하네요.

저도 2권까지 읽고 이제 3권 들어
갔습니다. 기대,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6-13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도 없고 1권은 품절이네요ㅠㅠ 4권 세트를 구입해야할까 고민입니다ㅠ

재밌을 거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3-06-13 17:37   좋아요 1 | URL
전 4권 독파 중인데 아마
오늘 중으로 다 읽지 싶습니다.

저도 궁금한 거이 왜 1권은
품절이냣!였답니다.

신종 마케팅일까요 -.-
재미는 확실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6-13 17:57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시다니 부럽습니다ㅜ 좋은 도서관이네요ㅜㅋ
 


모든 SNS은 결국 광고로 통한다.

요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너튜브도 결국 광고 수입으로 먹고 산다.

콘텐츠에 얼마나 자사의 제품들을 노출시키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노련한 시청자들은 광고가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해당 콘텐츠로부터 멀어지기 마련이다. 이건 거의 광고주와 시청자의 게임이 아닐까 싶다.

 

나도 그렇게 해서 결국 광고에 파닥파닥 낚이게 되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노브랜드에서 안사면 손해(?)라는 광고에 넘어가 결국 산 게 바로 노브랜드에서 파는 전동칫솔이다. 단가는 10,800. 더블에이 배터리 두 개로 구동할 수 있다.

배터리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충전식이면 더 좋을 텐데 그럼 그 가격이 나오진 않겠지.

 

오랄비 전동칫솔의 그것과 호환된다고 해서, 혹하는 마음에 하나 구입해 봤다.

오랄비 만큼의 강력한 칫솔질은 되지 않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타자는 소바바 치킨이다.

이건 아파트 엘베에 설치된 포미 광고판을 통해 알게 된 제품이다. 아니 인별그램에서 이수지 광고로 보게 되었던가.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어쩌면 무의식 중에 광고에 노출되어 있고, 결국 마트에서 물건을 사게 된다. 이런 식으로 광고의 노예가 된다는 말일까.

 

치솟는 물가 덕분에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게 된다.

비슷한 맛의 허니콤보 치킨이 드디어 2만원을 돌파했다. 응 그래 안 사먹어.

대체품으로 갠춘하지 싶어서, 이마트에 갔다가 보고는 냉큼 카트에 집어 넣었다.



집에 와서 에어프라이어로 돌려서 3조각을 먹었다.

140도로 6분 먼저 돌린 다음, 뒤집어서 다시 6분을 더 돌리라고 한다.

 

맛은 갠춘다. 다음에도 사먹을 계획이다. 맥주 안주로 그만이지 싶다.

단가는 7,900. 착하다.



책쟁이니 아무리 페이퍼라고 하더라도 책 이야기 한소끔 정도 -

이달 말에 잡힌 달궁 독서모임으로 두목이 치누아 아체베 작가의 데뷔작을 선정했다.

그 책은 예전에 읽어서 이번에는 다른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사바나의 개미 언덕>은 사두긴 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퇴근 후에, 차가 너무 막혀서 바로 출발하지 못하고 송도 트리플 스트릿을 배회했다. 날이 좋아서 계단에 앉아 책을 좀 읽었다. 아마 더 더워지면 더 읽지 못하겠지.



지난번에 당근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다.

천성적인 게으름 탓에 제대로 된 사용법을 익히지 않고 마구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그런데 사진이 계속해서 푸른색으로 나와서 무얼까 생각만 했다.

찾아볼 생각은 안하고 말이지. 그러다 화이트밸런스 탓이 아닐까 싶었고 바로 조정에 들어갔다. 나의 추측이 맞았다.



바로 셔터를 눌렀다.

주말에는 버스킹하는 분들이 있던데... 아직 주말이 아니라 그런진 몰라도 버스킹 연주하는 분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평일날은 그렇지 않은데 금요일 퇴근길은 빡셌다.

그래서 퇴근을 미루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집에 왔다.



집에 와서는 너튜브(보는 라디오)를 들으며 국순당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있다.

안주는 내가 좋아라하는 스테비아 토마토 네 알.

 

복귀 하기 전에 오피스 디포에 들러서 산 스테들러 수동 연필깎이로 톰보우 4B 연필을 깎았다. 두 번 돌렸는데 엄청 날카롭게 깎였다.

 

예전에는 책에 메모 하나 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연필로 잔뜩 메모를 하게 됐다.

책을 온전하게 소화하는 나만의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치누아 아체베의 책이나 좀 더 읽다가 자야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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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6-10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쟁이니 아무리 페이퍼라고 하더라도 책 이야기 한소끔 정도 -

˝아무리 페이퍼˝일지라도, 책 이야기가 가미된...아니 주를 이루는 ^^ 레삭매냐님의 페이퍼~덕후이십니다!

레삭매냐 2023-06-11 08:45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페이퍼에 무언가 거창한
이야기를 담아야지 싶었는데...

요즘에는 책을 잘 읽지 못하니 일상
이라도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써보려고 한답니다.

제가 네이버 블록도 같이 하는데,
반응은 알라딘 서재만 못하지만 훔
쳐 보는 이들은 훨씬 더 많더라구요
ㅋㅋㅋ

2023-06-11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3-06-12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800원의 전동 칫솔 가성비 좋은 것 같아요.
소바바 치킨은 바로 검색, 맥주 안주로 그만이라니, 금 관심 상승합니다. ㅎ
<더 이상 평안은 없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네요. 요즘 저도....

레삭매냐 2023-06-13 17:36   좋아요 0 | URL
그렇죠 ! 가성비가 짱이더라구요.

소바바 치킨은 그야말로 맥쥬가
술술 ~ 오늘은 치킨데이닷 !!!

마저 다 읽어야 하는데 오늘 또
이디스 위튼의 <버너 자매>를
사는 바람에.

고양이라디오 2023-06-13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송도 생활 적응 잘하고 계신거 같네요ㅎㅎ

레삭매냐 2023-06-13 21:06   좋아요 1 | URL
제가 원래 인천 사람인지라 -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6-13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누아 아체베 좋았습니다.^^
읽기 쉬운 영어로 쓰여있어서 원서읽기로도 좋았어요

레삭매냐 2023-06-13 23:5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 원서, 땡기네요.

아체베 선생의 첫번째 책이
이달 독서 모임의 책이라
다른 책을 구해서 읽고 있답
니다.
 


새로 회사 둥지를 옮긴 송현아에 비치된 곰두리 녀석이다.

아주 인기여서 사람들이 그 앞에서 많이 사진을 찍는다.


종종 너튜버들로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띄더라.

확실히 너튜브 세상이로구나.



어제도 먹었는데, 감자탕 집에서 파는 냉면이다.

단가는 만원.


예전에 산본에서 먹던 유0냉면은 9천원이었는데,

고기 한 점 볼 수가 없었다.


이 동네는 만원이긴 한데 제법 먹을 만하다.

먹을 적에는 배불렀는데 저녁이 되니 배가 고팠다.



난 요즘 열시 출근에 7시 퇴근한다.

그래서 아예 저녁도 먹고 집에 간다.


저녁으로 먹은 떡볶이의 자태.



떡볶이랑 같이 먹은 튀김스.

단가는 떡볶이보다 비쌌다 고마.


오징어는 갠춘했지만 다른 녀석들은.


재미진 게 여자 두 분이 오셔서 떡볶이

만 한 접시 먹다가 느닷 없이 다 안 묵

고 어디로 튀어 가셨다.


알고 보니, 옆에 핫플인 <드렁킨 타이>

에 앉아 계시더라. 그렇다면 떡볶이는

애피타이저 시츄?



점심에 회사 동료들이랑 홍보석이란

중국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셋이 의기투합해서 간짜장을 주문했다.


그랬더니만 개별 짜장을 볶아 주시지

않고 이래 큰 사발(?) 노나 먹으라고

짜장을 한 사발 주셨다. 와우 ~~~

또 이런 건 처음 봤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 좀 일찍 끝나서

부랴부랴 달려간 의왕 타임빌라스

이터스 -


실컷 먹었다.


튀긴 또띠야보다 나는 그냥 레귤러

또띠야가 좋은데 -



내가 웃기는 게, 아보카도는 좋아하지

않는데 또 과카몰리는 조아라~한다.


웃기지 아니한가.


타바스코 소스는 가져다 놓았는데,

왠지 매운 게 땡기지 않아서 손도 대지

않았다는 건 안 비밀.



다른 건 몰라도 타임빌라스에서

조경 하나는 끝내 주게 했더라 -



이터스에서 실컷 먹고 카페 포듐이라는

곳에서 아이스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단가는 6,800원~! 이게 실화냐.

그래도 맛은 있더라.



현충일 오전에 동네 고랑치기 공원으로 출동했다.


금계국이 너무 멋지게 피어 있었다. 찰칵 -



꽃밭에서 열일하는 꿀벌이 사진을 하나 찍었다.


어려서는 꿀벌이를 무서워했는데...

인류에게 꿀벌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새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 꽃은 천인국이라고 한다.


바람이 불어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고.



나리 꽃밭이다 -


집에도 친구들이 있다. 이제 지는가 보더라만.



오늘 점심에 먹은 비엣남 볶음면이다.


이름이 뭐였더라. 여튼 맛나게 먹었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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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6-08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볶음면 완전 고소해보이고 고랑치기 공원 꽃들 참 예쁩니다! 이제 9천원 이하 밥은 찾기 어렵더라구요. 그렇다 해도 그 동네 물가가 어마어마하네요. 특히 커피! 아이스라떼가 6800원이라니ㅠㅠ
10시 출근, 7시 퇴근이면 집에 언제쯤 오시나요? 저는 6시 퇴근인데 땅 하고 집에 가도 8시여서 밥을 먹는 동시에 책 읽은 적도 있었답니다! 바쁘더라도 잘 챙겨드셔요^^

레삭매냐 2023-06-10 09:27   좋아요 1 | URL
라떼값이 비싼 건, 그냥
동네가 아니라 쇼핑몰이어서
그런게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

비엣남 볶음면은 처음 먹어 보
았는데 맛있더라구요 ~ 자꾸 생
각나는 그런 맛이라고나 할까요.

어제는 좀 느즈막하게 나왔는데
8시 좀 넘어서 집에 왔답니다 -
차가 너무 막혀서 길에서 시간 버
리느니 차라리 ㅋㅋ 그랬다고
합니다.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필드 2023-06-08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사진이 너무 이뻐요 ^^ 맨위에 사진은 곰돌이였군요 스누피인줄 알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이네요 땅콩 토핑 된 볶음면도 짜장면도 맛있어 보이구요 ^^

레삭매냐 2023-06-10 09:28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전 곰두리라고 생각
했는데 어쩌면 스누피였을 지도 :>

지금은 6월이 되었지만 5월이 달래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엊저녁에도 간짜장 먹었네요.

새파랑 2023-06-10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맛집킬러 레삭매냐님이십니다~! 뭔가 사진도 잘 찍으신다는 느낌입니다 ㅋ (좋은 카메라?ㅋ)

전 간짜장이 맛나보입니다 ㅋ

레삭매냐 2023-06-11 08:41   좋아요 1 | URL
사진은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요 :>
그리고 보니 사진도 책으로다가.

이번에 올린 사진들은 모두 핸드폰
으로 찍은 거구요, 얼마 전에 당근
으로 들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도
곧 방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간짜장 제대로 하더라구요. 맛났답
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6-13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간 중국집 간짜장 너무 맛없어서 실망했는데 맛있는 간짜장 먹고 싶네요. 꽃사진이 좋네요^^ㅎ

레삭매냐 2023-06-13 21:07   좋아요 1 | URL
간짜장이 중화요리의 기본일진대,
의외로 잘하는 집이 없더군요.

꽃 시즌이 다 지나가서 아숩네요 기래.
 
그래픽 노블로 읽는 모파상의 전쟁 이야기
기 드 모파상 원작, 디노 바탈리아 지음, 최정수 옮김 / 이숲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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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 드 모파상을 읽는다. 어떤 작가와의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예상하지 못한 그런 계기로 촉발된다. 지난 주말 도서관에 들렀다가 <그래픽 노블로 읽는 모파상의 전쟁 이야기>이란 책을 만났다. 모파상이 쓴 전쟁 이야기들을 그래픽 노블화한 작품이었는데, 대출은 안되고 관내열람만 된다고 한다. 그러니 도서관에서 나가기 전에 다 읽어야 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모두 8개의 전쟁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고 도서관 탈출 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터지던 1870, 모파상은 칼리지를 졸업한 20세의 열혈청년이었다. 조국애로 피끓는 청춘은 당연히 자원입대해서 침략군에 맞서 싸운 모양이다. 전쟁 당시 그의 활약을 궁금했지만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달랑 한 줄만 기록되어 있었다. 에밀 졸라의 <패주>에서도 다뤄지고 있지만, 바당게 휘하 아래 프랑스군은 몰트케가 이끄는 프로이센군에게 말 그대로 박살이 나고 말았다. 전략과 전술, 보급 그리고 신무기 모든 면에서 나폴레옹 시절 그랑 아미라 불리던 프랑스군은 프로이센군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모든 국토가 프랑스 사람들이 야만인이라 불리던 유린되고, 자산은 약탈되었으며 학살이 벌어졌다.

 

바로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해서 모파상이 쓴 8개의 단편의 무대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만난 <두 친구>에서 프로이센군의 점령 아래, 낚시를 나갔던 친구 모리소와 소바주는 모래무지 낚시를 하다가 간첩으로 몰리게 된다. 교활한 프로이센군 장교는 자신에게 프랑스군의 암구어를 알려 주면 살려 준다는 말로 유혹했지만 모리소와 소바주는 적군 장교의 제안을 거부하고 의연하게 총살당한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지만, 프로이센군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보통의 프랑스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 나는 이 그래픽 노블을 보고 나서 바로 모파상의 단편집을 찾았다. 그리고 4편의 원전을 읽었는데 극화를 맡은 디노 바탈리아 작가가 거의 완벽하게 원전을 그래픽 노블로 만들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물론 단편이 워낙 짧은 탓이기도 했지만 원전과 아주 흡사해서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도 느낄 수가 있었다.

 

실제 전투에서 압도적인 패배를 당한 프랑스군의 영웅적(?)인 활약상 대신, 모파상의 고향이었던 노르망디까지 진출한 프로이센군을 상대로 사보타주와 유격전을 벌이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모파상은 사실주의적 접근으로 묘사한다.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밀롱 영감은 자그마치 16명의 프로이센 창기병들을 처치했다. 완벽할 수도 있었을 밀롱 영감의 활약은 마지막 습격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고 피투성이인 채로 발견이 되면서 마무리된다. 바댕게의 제2제정이 무너지고 제2공화정이 들어서면서 정부와 부르주아들이 치욕적인 강화조약을 도모하는 동안 프랑스 민중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무너뜨린 적군에 대항해서 이런 유격전을 시도했다는 점을 모파상은 문학으로 증언한다. 그런 점에서 증언문학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탐쟁이 주인공이 등장하는 <발터 슈나프스의 모험>에서는 본대에서 낙오한 프로이센군 병사의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사랑하는 아내와 네 자녀를 고향에 두고 전선으로 끌려온 발터 슈나프스는 프랑스 정복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어떻게 하면 살아서 집에 돌아갈 궁리만 할 뿐이다. 모파상은 결국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의 본질이 국민국가간의 영토전쟁의 탈을 쓰고 있지만, 보다 많은 이윤을 올리기 위한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의 전쟁이라는 점을 냉철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전장에서 싸우다가 총탄에 맞아 부상당하고 죽는 실체 역시 그들이 아닌 무산자 계급의 시민이 아니던가. 배가 너무 고파 프랑스 사람들의 식탁을 습격했다가 그들에게 포로가 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어찌나 짠했는지 모른다. 모파상식 유머라고 할까.

 

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집에 의탁된 네 명의 프로이센 병사들을 화형에 처한 소바주 아주머니의 이야기도 울림이 컸다. 소바주 아주머니 역시 최후를 앞두고 구질구질한 변명 따위는 하지 않고, 의연하게 총살대 앞에 선다. 당시 프로이센군의 총살대가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또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외국 침략군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 얼마나 컸는지 알려주는 일화였다.

 

어제 모파상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비곗덩어리>를 읽고 있다. 지금까지 한 절반 정도를 읽었는데 역시나 전쟁이 불러온 비극에 대한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과 추태를 폭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단편 역시 원전과 거의 유사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위기에 순간마다, 자신들이 경멸하던 비곗덩어리에게 자신들을 구원해 달라며 손길을 내밀지만 또 그렇게 위기가 지나간 다음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귀족과 부르주아지들의 역겨운 모습을 모파상은 기가 막힌 필치로 포착해낸다. 전쟁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들이 국가 위기 상황이 닥치면 프롤레타리아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다시 평화가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위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었다.

 

모파상의 단편들을 읽다가 너무나 유명한 <목걸이>를 읽었다. 제정 붕괴 후 전쟁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우 민족주의가 득세하는 와중의 혼란상과 다시 공화정을 엄습한 천민자본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쁘띠 부르주아 계급의 실체를 직격한 작품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이달에는 모파상을 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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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6-06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파상도 그래픽 노블이 있군요~! 모파상 좋습니다~! 단편들도 좋지만 장편들도 좋더라구요. <벨아미> 생각이 납니다 ㅋ

레삭매냐 2023-06-06 20:59   좋아요 1 | URL
그래픽 노블로 만나고 다시 원전
을 읽게 되는 선순환이라고나 할까요.

<벨아미> 그렇지 않아도 서가에서
보고 낭중에 봐야지 싶었답니다.

coolcat329 2023-06-07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비계덩어리랑 두 친구에요. 사랑 이야기보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네요.

레삭매냐 2023-06-13 21:08   좋아요 0 | URL
결국 모파상 단편집은 못 다 읽고
반납하게 되었네요 ㅠㅠ

다음 기회를 노려 보겠습니다.
<비곗덩어리>도 마저 읽었어야
했는데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책
들을 빌려야 해서 눈물을 머금고
그만.

저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을 다
룬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