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sweeter than day before (레삭매냐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나의 시답잖은 책읽기 기록</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08 Apr 2026 06:08:35 +0900</lastBuildDate><image><title>레삭매냐</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2340510337551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레삭매냐</description></image><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어디에도 에덴동산은 없다 - [머나먼 섬들의 지도 - 간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55개의 섬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164741</link><pubDate>Sat, 21 Mar 2026 22: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1647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838723&TPaperId=171647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32/65/coveroff/k44283872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838723&TPaperId=171647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머나먼 섬들의 지도 - 간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55개의 섬들</a><br/>유디트 샬란스키 지음, 권상희 옮김 / 눌와 / 2022년 07월<br/></td></tr></table><br/><br>일교차가 큰 어느 주말 나는 도서관에 들러서 희망도서를 대출하고, 지난달에 빌려서 읽다말고 반납한 유디트 샬란스키의 &lt;머나먼 섬들의 지도&gt;를 빌려다 다 읽었다. 나는 구간을 빌려서 읽었는데 이 책에는 모두 50개의 섬들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처음에도 그랬지만, 과연 동독 출신 작가 유디트 샬란스키는 과연 이 섬들 가운데 몇 군데나 직접 방문했는지 나는 그게 궁금했다.  &nbsp;  그런데 “간 적 없고, 아무로도 가지 않을 50개의 섬들”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를 고려해 볼 때 작가는 지도상에서 그리고 문헌과 기록으로만 그 섬들을 방문한 게 아닌가 하는 사유를 해봤다. 요즘처럼 너튜브가 발전한 세상이라면 세상에 안가본 적 없는 곳들을 탐험하는 인간 고유의 욕망이 담긴 콘텐츠를 참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문득 책에 소개된 50개의 섬 가운데 한 곳을 검색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게을러서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nbsp;  어려서 지리에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 지금은 작고하신 큰아버지가 어디선가 구해다 주신 &lt;아틀라스&gt;라는 지도책을 정말 소중하게 애지중지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엄격한 검열이 존재하던 시절이라, 북한의 인공기가 매직으로 죽죽 그어져 있었지.  &nbsp;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 구판에는 오대양에 존재하는 모두 50개의 섬들이 소개되었는데 개정판에서는 5개의 섬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관내 도서관에는 재개정판 책이 없어서 그 섬들은 만나지 못했다.  &nbsp;  아무래도 익숙한 섬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전유럽을 석권했던 풍운아 나폴레옹이 대서양의 외딴섬인 세인트헬레나라는 섬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미 그전에 유배되었던 엘바섬에서 탈출한 이력 때문인지, 이번에는 무려 일개 연대의 삼엄한 감시를 받으면서 세인트헬레나에서 6년을 보내고 나서 죽었다. 문득 어디선가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에서 비소 중독으로 서서히 죽음을 맞았다는 음모설을 읽은 기억이 난다. 어쨌든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에서 죽은 뒤, 19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조국 프랑스로 돌아오게 된다. 그 뒤 그는 앵발리드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nbsp;  오래 전부터 태평양전쟁 같은 전쟁사에 관심이 있다 보니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과 일본군이 격렬하게 맞붙은 장소였던 이오지마도 빠트릴 수는 없을 것 같다. 1945년 2월 23일, 6명의 미군 해병대원들이 일본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오지마섬의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게양하는 장면을 전쟁사진사가 카메라에 담았다. 나중에 이 사진은 연출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세계 전쟁 사진 중에서 어쩌면 가장 유명하고 극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오지마는 미군이 일본 본토 공습을 위한 불침항공모함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전략적 가치 때문에라도 막대한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만 했다. 일본군의 발악적인 저항은 수리바치산에 성조기를 꽂고도 한달이나 지속됐다.  &nbsp;  최근 미군의 이란 공격과 관련되어 다시 한 번 관심을 끈 섬이 바로 디에고가르시아다. 영국령인 디에고가르시아의 해공군 기지 사용 문제로 미국과 영국이 출동했다. 영국은 모리셔스를 독립시켜 주는 대가로 디에고가르시아가 포함된 차고스 제도를 영유하게 되었는데, 그 지역에 군기지를 설치하면서 그곳에 살던 500가구의 원주민들을 강제로 추방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세계의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영국이 배후에 있다는 점, 오래전 종식된 식민지배의 유산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nbsp;  유디트 샬란스키 작가가 소개하는 다양한 형태의 세계 각처에 흩어진 섬들에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세계 곳곳에 자신들이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통제할 수가 없는 그런 모양이다. 알려지지 않은 섬에 자신이 처음 상륙하겠다는 욕망을 가진 모험가들의 이야기는 대항해시대 이래 작가들의 매력적인 소재가 아닐까 싶다. 토막지식으로 툴레(thule)가 로마인들이 망하는 세상의 끄트머리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자동차 위에 매달고 다니는 그 툴레가 맞는 거지.  &nbsp;  코스타리카령이라는 코코섬에서 보물을 찾는답시고 무려 19년을 보낸 독일 출신 아우구스트 기슬러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어디선가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코코섬의 곳곳을 파헤친 의지와 집념의 사나이 기슬러의 무모한 도전을 어떻게 봐야할까. 가끔 그런 엉뚱해 보이는 도전들이 의외의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번 경우에서만큼은 포르투나가 그에게 미소를 보내지 않았나 보다.  &nbsp;  고립된 섬에 외래종의 도입은 낙원을 지옥으로 바꾸는 하나의 재앙일 수도 있다. 언젠가 너튜브에서 본 영상에서는 어느 섬에 살지 않던 토끼를 풀어 놓았다가 섬의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는 내용을 볼 수가 있었다. 굴파기를 좋아하는 토끼들 때문에 섬의 지반이 약해지고, 섭생이 가능한 풀들을 다 뜯어 먹는 바람에 섬이 황폐해져 버렸다고. 결국 섬의 생태계를 원상복귀 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들었다고 한다.  &nbsp;  고래잡이가 완전히 금지된 줄 알았는데, 포경이 지구의 어디선가에서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남극 근처의 디셉션섬에서 잡혀온 고래가 해체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를 보자니 그저 서글퍼질 따름이었다.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땔감으로 사용된 게 펭귄의 사체라는 사실에서는 망연자실해졌다. 인간 탐욕의 끝이 어딘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nbsp;  남극 대륙 근처의 로리섬에서 최후를 맞은 탐험대원 앨런 조지 램지의 장례식에서 스코틀랜드 대원 모두와 몇 마리의 아델리펭귄이 경례를 했다는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유디트 샬란스키가 작가였다는 점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nbsp;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공간은 태생적으로 외로운 곳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시에 축복이자 자연의 실험장이라는 작가의 지적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그런 섬이라는 곳이 낙원일 수도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32/65/cover150/k44283872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8326534</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암스테르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126581</link><pubDate>Mon, 02 Mar 2026 21: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1265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9477&TPaperId=171265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197/18/coveroff/89546894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9477&TPaperId=171265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암스테르담</a><br/>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02월<br/></td></tr></table><br/>&nbsp;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언 매큐언의 &lt;암스테르담&gt;을 읽었다. 기억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전에 &lt;암스테르담&gt;으로 이언 매큐언과 처음 만났다. 그리고 9년 전에 두 번째로 만나서 리뷰를 남겼다. 그리고 병오년 3월의 연휴에 지난달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린 &lt;암스테르담&gt;을 “다시” 읽었다.  &nbsp;  때는 1996년, 레스토랑 평론가이자, 사진작가 그리고 정원사였던 46세의 몰리 레인이 죽었다. 그녀의 장례식에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첫 남자는 성공한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클라이브 린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lt;저지&gt;의 편집국장 버넌 핼리데이다. 그 둘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몰리 레인과 연인이자 친구로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내온 사이다.  &nbsp;  몰리의 남편 조지 레인은 그녀의 외도를 알면서도 용인해 왔던가. 그의 입장에서 아내의 불륜 상대들이 장례식장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불쾌하지 않았을까나. 그 둘이 전부가 아니었다. 제 3의 남자이자 최근까지도 불륜관계를 가져온 영국 내각의 외무부장관 줄리언 가머니도 등장했다. 그전에 16세의 몰리를 만난 비트 제네레이션의 시인 하트 풀먼도 있었던가. 그들 사이에서 왠지 모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nbsp;  진짜 큰 사건은 조지 레인이 기자 출신 편집국장 버넌에게 전화해서 몰리가 남긴 아주 깜짝 놀랄 만한 사진이 있다고 제보하면서부터 이야기는 힘차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기자출신 답게 동물적인 감각으로 버넌은 조지 레인이 보여준 세 장의 사진이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lt;저지&gt;의 구세주가 될 거라는 점을 직감한다. 그건 바로 어쩌면 미래 영국 국가의 최고지도자 총리가 될 지도 모를 가머니의 비행을 폭로하는 사진들이었다.  &nbsp;  한편, 젊어서 상속받은 유산으로 호시절을 보낸 클라이브는 노년에 대한 걱정으로 안락사를 계획한다. 그리고 버넌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할 계획이다. 그리고 교향곡 작곡에 전념하던 클라이브는 자신의 사고틀 속에서 음악적 영감을 포착하기 위해 번잡한 런던을 떠나 등산으로 기분전환을 위해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향한다. 그전에 버넌은 자신이 구한 가머니의 사진에 대해 어려울 때마다 자신을 도와준 클라이브에게 털어 놓는다. 하지만 이 멜로디의 대가는 마치 다가올 버넌의 미래를 예시라도 하듯 그의 시도를 말린다.  &nbsp;  언론사에 포진한 고루한 문법주의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 마침내 편집국장의 자리에 오른 버넌은 가머니를 끝장내 버릴 복장도착자로서 드레스 입은 그의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그게 벌써 30년 전, 판매부수 증가와 수익창출에 눈이 먼 언론에 대한 이언 매큐언식 매서운 비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도 이미 언론은 대중의 알 권리라는 미명 아래, 이런 식으로 자극적인 기사 작성을 치열하게 내부적으로 고민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사진 공표를 앞두고, 버넌은 파렴치하고 위선적인 숙적의 부고 기사까지 점검하는 치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nbsp;  하지만 버넌 할리데이의 거의 성공할 뻔 했던 이런 시도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투사에 의해 저지당했다. 의사 출신 가머니의 아내였던 로즈의 정면승부로 단박에 뒤집혀 버렸다. 경매에서 낙찰 받은 가머니의 사진을 신문에 공개하기 전에, 로즈는 언론사를 불러 자신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로즈의 영민한 대처로, 미스터 가머니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버넌 핼리데이는 추잡한 스캔들에 매달린 파렴치한 언론인으로 “벼룩”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얻고 회사에서 권고사직이라는 형태로 해고되고 말았다.  &nbsp;  이언 매큐언은 마치 한 편의 심포니를 능수능란하게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처럼 숨 막히게 전개되는 서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몰리-클라이브-버넌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막역한 사이가 되었는지에 대한 과거의 조명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관계에 이질적인 요소였던 줄리언 가머니를 정상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버넌의 시도 그리고 사고를 소리로 변환시키기 위해 전념하는 클라이브의 창작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어그러지는지에 대한 과정들이 그야말로 폭풍처럼 몰아치고, 격랑 끝에 전도되어 추락에 도달해 버리는 저자의 연출이 대단했다. 내가 이런 이언 매큐언의 작법에 반해서 그의 모든 작품들을 읽게 되어 버렸던가.  &nbsp;  소설 &lt;암스테르담&gt;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이브 린리와 버넌 핼리데이는 결국 자기 파멸해 버리고 만다. 자신의 모든 걸 태워서 창조한 교향곡은 클라이브가 보기에도 표절에 불과했다. 결정적으로 순수한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그의 작업은 방해받았다. 심지어 친구 버넌의 고발로 경찰서 조사까지 받지 않았던가. 진작 마감을 넘기고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에서 리허설을 앞둔 상황에서 억지로 불후의 명작을 만들어낸다는 건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었으리라. 그런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몰리와의 재회였다.  &nbsp;  아내 로즈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줄리언 가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의 비난으로부터는 벗어났을지 몰라도 사실상 정치가로서 그의 운명은 더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승리자는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몰리의 남편인 조지 레인이었다. 이언 매큐언이 엔딩에 이런 강력한 한방을 준비해 두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차라리 그전에 읽은 것들을 모두 잊어 버려서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  &nbsp;  문득 한 책을 세 번 이상 읽은 게 몇 번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소설 &lt;암스테르담&gt;에서 노골적인 플롯의 전개 대신, 마치 이야기가 스스로 굴러가듯 그렇게 무심하게 배치한 이언 매큐언의 기법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걸작은 다시 읽어도 또 그렇게 재밌는 것 같다.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197/18/cover150/89546894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1971805</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환상 속에 그대가 만들어졌다 -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124686</link><pubDate>Sun, 01 Mar 2026 20: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12468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338&TPaperId=171246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3/19/coveroff/895460533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338&TPaperId=1712468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a><br/>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04월<br/></td></tr></table><br/><br>  &nbsp;  어느 책을 다시 읽게 되는 건 아무래도 운명이지 않을까 싶다. 무려 18년 전에 읽은 다니엘 글라타우어 작가의 &lt;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gt;를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그 때 밀레니엄 감성으로 에미 로트너와 레오 라이케가 빚어내는 이메일 사랑을 읽었다면,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nbsp;  나이가 들고 보니 사람들간의 관계는 아무래도 운명적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만남의 계기로부터 시작해서 내가 평생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과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항상 나의 예상을 벗어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다니엘 글라타우어 작가는 에미와 레오의 관계를 잘못된 이메일 수신으로부터 시작한다.  &nbsp;  잡지 구독 취소를 여주인공이자 웹디자이너 에미 로트너가 엉뚱한 이메일 주소로 보내면서 판타스틱한 이메일 사랑이 시작된다. 수신자는 언리심릭학자라는 레오 라이케.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실시간도 아닌, 시간차를 두고 마치 핑퐁 게임을 하는 것처럼 진행되는 이메일 주고받기는 독자에게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nbsp;  직접 대면으로 만난 사이가 아니다 보니, 어느 일방이 답신을 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끊어질 수 있는 아주 위태로운 관계였다. 물론 에미와 레오가 계속해서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런 위기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또 관계의 묘미란 게 그런 게 아니겠는가.  &nbsp;  나는 단박에 에미 로트너가 타고난 냉소주의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 1번, 2번 식으로 번호를 매겨 가며 쪼아대는 품새에서 그런 점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레오가 구사하는 독일식 유머도 딱히 호감이 가진 않았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사건들, 레오의 전여친 마를레네의 등장, 어머니의 죽음 같은 사건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갈등이 빚어지고 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에미와 레오는 가상현실적 사랑에 빠지게 된다.  &nbsp;  결국 둘은 손님들로 북적이는 후버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소설의 어디선가 지인들이 말해준 것처럼 에미와 레오가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순간 그들이 빚어내는 서사는 바로 종언을 고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레오는 “식별놀이”라는 미명 아래 여동생 아드리네를 동원해서 세 명의 에미 후보들을 선발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나는 어느 지점에서 레오를 요즘 말로 하면 영포티가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하기도 했다. 무시로 들어오는 에미의 공격을 능란하게 받아치는 재치가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nbsp;  와인이나 위스키에 취해 취중진담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런 연애의 실수들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를 게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전에는 보통 전화가 매개체였었는데, 이 책에서는 이메일로 진화했다는 점 정도를 변별점으로 들 수 있을까. 하긴 요즘에는 전화-이메일을 뛰어 넘은 메신저라는 아주 효과적이면서 치명적인 대체 수단이 개발되긴 했지만 말이지.  &nbsp;  에미와 레오는 결국 음성메시지라는 방법을 동원해서 서로의 실체에 다가서는 방식을 택했던가. 18년 전에는 마침 오디오 레코딩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메시지를 녹음해서 파일로 만들어서 보내는 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것조차 유치해 보이게 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서간체 소설로도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만 그 방식이 편지가 아닌 이메일이라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일방적인 방식이었다는 느낌이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메일 역시 즉답을 받으면 좋겠지만, 드라마 &lt;글로리&gt;에서 하도영이 말했다시피 무응답도 응답의 한 표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팔딱 뛰겠지만.  &nbsp;  에미와 레오 간의 소위 밀당은 에미의 남편 베른하르트가 둘 사이의 오간 이메일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다. 그동안은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베른하르트라는 변수이자 메기가 느닷없이 등장해, 레오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메일로 전달하면서 조금 당혹스럽게 리얼리티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던 에미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nbsp;  아 그전에 에미가 자신의 멋쟁이 친구 미아를 레오에게 소개시켜 주는 장면도 있었지. 에미는 왜 자신이 직접 레오를 만나지 않고 대리인으로 미아를 선택해서 레오와의 만남을 주선했을까. 아마 에미는 레오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거라고 예상하고 그런 시도를 한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레오는 에미가 던진 제안을 덥썩 물었고, 레오는 에미의 예상과는 달리 미아와 썸을 타기도 했다. 문제는 레오와 미아는 에미가 설정한 대로, 썸 이상의 선을 넘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을 에미가 설정한 거라면, 정말 대단한 연애의 고수가 아닐까.  &nbsp;  어쨌든 그 수많은 고민과 오해의 시간을 뛰어 넘어 에미와 레오는 결국 만나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그 둘은 과연 만났을까? 적절한 순간에 소설을 끝맺는 다니엘 글라타우어 작가는 마치 후속작 &lt;일곱번째 파도&gt;를 예상하고 이런 결말을 예비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nbsp;  나는 &lt;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gt;를 18년 전에도 너무 재밌게 봐서 당연히 후속작인 &lt;일곱번째 파도&gt;도 봤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리뷰 기록을 찾아보니 아무래도 그 책은 읽지 않은 것 같다. 그건 1년이라는 출간의 시간차 공격 때문이었을까? 이제라도 구해서 읽어봐야지 싶어졌다.  &nbsp;  처음 읽을 적에는 내가 마치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그렇게 공감하지 않았나 싶다. 에미와 레오의 감정들이 충돌할 때는 같이 공조하면서 흥분하기도 했고, 둘이 온라인 와인 데이트를 할 때는 그 정취에 취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덤덤할 따름이다. 그냥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관조가 섞인 무심한 감정이 들 뿐. 그래도 여전히 에미와 레오의 티키타카는 재밌고 유쾌했다. 물론 한줌의 씁쓸함도 빠질 수는 없겠지. 그렇게 내 삶에 스쳐 지나간 다양한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03/19/cover150/895460533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31910</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아무도 아무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 [레닌그라드 - 봉쇄된 도시의 비극 1941~44]</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123282</link><pubDate>Sat, 28 Feb 2026 23: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12328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030026&TPaperId=171232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985/17/coveroff/k43203002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030026&TPaperId=1712328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레닌그라드 - 봉쇄된 도시의 비극 1941~44</a><br/>안나 리드 지음, 육연정 옮김 / 마르코폴로 / 2025년 09월<br/></td></tr></table><br/><br><br>2월에는 이유를 모르게 마음이 어지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독서에 오롯하게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어제 마친 &lt;레닌그라드&gt;까지 두 권을 읽은 모양이다. 새로운 책들을 많이 시작했는데 완독하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다.  &nbsp;  마침 역전다방에서 독소전을 다루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영상 콘텐츠 교보재의 힘이라고나 할까.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대학에서 러시아 역사를 전공한 애나 리드가 다룬 장장 872일에 걸친 레닌그라드 포위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포위전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까지 광범위하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nbsp;  모두가 알다시피 파시스트 제3제국의 독일과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이 맞붙은 독소전은 장장 5년에 걸친 어느 한쪽이 쓰러질 수밖에 없는 절멸전이었다. 히틀러는 숙적 스탈린과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되는 2차 세계대전에 앞서 상호불가침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를 속이려는 기만전인 동시에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았다. 독일이 서방의 프랑스를 제압하고 나자, 다음 상대는 바로 동방의 맹주 소련이었다.  &nbsp;  히틀러는 가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군대를 동원해서 1941년 6월 22일 이른바 &lt;바르바로사 작전&gt;이라는 명칭으로 소련 침공에 나섰다. 서방과 소련의 정보부에서는 독일의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게 계속해서 경고 메시지를 날렸지만 자기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스탈린은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외면했고, 독소전 초기 속수무책으로 독일의 전격전에 연전연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nbsp;  북부와 중부 그리고 남부로 나뉜 독일의 기갑부대들은 파죽지세로 광활한 소련 영토를 휩쓸었다. 스몰렌스크와 키예프에서 기록적인 승전을 구가한 독일의 다음 목표는 바로 레닌그라드와 수도 모스크바였다. 빌헬름 리터 폰 레프 원수가 이끄는 독일 북부집단군은 겨울전쟁에서 소련에게 패해 막대한 영토를 뺏기고 복수전에 나선 핀란드군과 함께 9월 8일 레닌그라드를 포위하는데 성공했다.  &nbsp;  독일군의 진격은 소련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고, 당시 250만에 달하는 소련 제2의 도시 레닌그라드에 거주하던 250만의 시민 가운데 상당수가 피난길에 나서지 못하고 도시에 갇히고 말았다. 비극의 시작은 장기간의 포위전에 대비하지 못한 소련 정부의 패착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레닌그라드 포위전에 따른 전투 경과에 보다 관심이 있었지만, 저자인 애나 리드는 독일군의 가공할 공격과 포위전을 이겨낸 레닌그라드 도시와 시민들의 영웅적 서사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nbsp;  도시가 포위되기 전에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소장된 진귀한 소장품들부터 소개하기 시작했다고 했던가.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의 귀중한 유물들이 독일군의 포격과 폭격으로 모두 사라져 버리지 않았을까.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기아와 추위 때문에 전몰한 수많은 레닌그라드 시민들의 생명들과 비교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nbsp;  독소전 개전 다음해인 1942년 라도가 호수를 통한 아이스 로드로 소련 정부에서 준비한 식량과 보급품들이 레닌그라드 시민들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포위된 시민들이 당한 고초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소련 정부에서는 외부로 진실이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 극구 노력했지만, 카니발리즘을 비롯해서 레닌그라드에 갇힌 시민들은 단 한 조각의 빵을 얻기 위해 죽은 사람에게 배급된 식량 배급 카드를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 유명을 달리한 가족들과 한 공간에서 그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nbsp;  보통의 시민들은 절대적 식량 부족으로 매일 같이 죽어 나갔지만, 부정부패를 일삼는 당간부들은 상대적으로 호의호식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독일군의 관심이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 공략으로 이전되면서 레닌그라드는 공격을 통한 함락보다 포위전으로 도시를 말려 죽이겠다는 전략으로 전환되었다. 어떤 면에서 레닌그라드는 수도 모스크바를 대신한 희생양이 아니었을까.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소련군 지도부는 모스크바를 거의 공세종말점에 도달한 독일군으로부터 사수하는데 성공했고, 레닌그라드 역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독일에 대한 철저한 항전 의지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br>당시 레닌그라드의 상황에 대해 기록으로 남긴 올가 베르그골츠로 대변되는 문인들의 활약도 간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소련 당국은 전쟁에서 선전전의 효능성을 일찍이 파악하고,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시민들의 저항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음악계에서는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레닌그라드를 위한 교향곡 7번이 시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했다. 포위된 도시 레닌그라드에 남아 소방관 역할을 했던 쇼스타코비치의 이미지는 선전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이렇게 소련은 엄격한 검열과 통제로 봉쇄된 도시의 비극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파시스트 독일에 맞선 영웅적 도시의 저항이라는 서사에 방점을 찍었다.  &nbsp;  레닌그라드의 포위를 풀기 위해 소련군은 많은 병력을 동원해서 작전에 나섰지만, 그때마다 독일군의 맹반격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입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동부전선에서 스탈린그라드와 쿠르스크 전투로 전세가 바뀐 1944년 1월 27일이 되어서야 봉쇄를 풀 수가 있었다.  &nbsp;  독소전은 소련의 승리로 끝났지만, 무능한 지도자의 오판과 일선 지휘관들의 무모한 보병돌격전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복기해 보면 전쟁 자체부터 문제였고, 불필요한 소모와 인명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레닌그라드 포위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 혹독한 시련 뒤에도&nbsp;여전히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저자 애나 리드는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nbsp;  다시 중동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재 상황이 85년 전 봉쇄된 도시의 자화상을 재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대화와 타협 그리고 상호간의 양보로 긴장을 풀고, 갈등 상황을 조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985/17/cover150/k43203002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9851761</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드디어 그랜드 피날레 - [본격 한중일 세계사 20 - 1910 망국]</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69427</link><pubDate>Tue, 03 Feb 2026 21: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694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030432&TPaperId=170694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67/52/coveroff/k14203043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030432&TPaperId=170694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본격 한중일 세계사 20 - 1910 망국</a><br/>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08월<br/></td></tr></table><br/><br>  &nbsp;  무려 8년이라는 대장정 끝에 결국 굽시니스트 작가의 &lt;본격 한중일 세계사&gt;가 작년 여름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난 그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지난 다음에 마지막 &lt;망국&gt;편을 만날 수가 있었다.  &nbsp;  1904년 8월 1일에 시작된 일본군의 뤼순 포위전은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낸 다음인 1905년 1월 1일 마침내 러시아군의 항복으로 종결되었다. 일본에서는 군신이라는 노기 마레스케의 3군은 별다른 전략 없이 오로지 물량공세를 펼쳐 결국 승리를 얻었지만, 너무 사상자가 발생했다.  &nbsp;  그전에 러시아 내부에서는 극동에서 그동안 동양의 약소국이라 깔봐 오던 일본군에 연전연패한 차르 정부에 대한 불신과 염증으로 민중의 소요가 발생했다. 1905년 1월 22일 &lt;피의 일요일&gt;로 알려지게 된 사건으로 러시아 제국은 외부의 적 뿐 아니라 내부의 적들과도 싸워야 했다. 주러시아 일본 공사관의 주재 무관 아카시 모토시로라는 문제적 인물이 주도한 공작이 과연 1905년 러시아 혁명에 일조했을까라는 지적에 대해 좀 더 알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nbsp;  다음 무대는 나폴레옹 전쟁 이래 최대의 결전이라는 봉천 회전이었다. 일본군은 거의 20만에 달하는 육군을 동원해서 봉천에 포진한 러시아군 주력을 일거에 격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쿠로팟킨이 지휘하는 극동 러시아군은 일본군의 성동격서식 기동에 농락당해 우왕좌왕하는 등 초전부터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그런 전투였다. 러시아는 한수 아래로 평가한 일본군에 연전연패하면서 극동 러시아군의 사기는 추락했고, 내부 혁명으로 장기전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고 있었다.  &nbsp;  일본 역시 러일전쟁 개전 1년이 지나면서 전쟁물자 생산에 한계점에 달해 있었다. 1903년 일본 국가의 총예산이 2억 6천만 엔이었다. 군부는 총 전비로 4억 4천만 엔을 예상했지만, 최종적으로 19억의 예산이 소요되었다. 사상자 역시 10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 상태도 일본이 과연을 전쟁 수행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어쨌든 국운을 건 봉천회전에서 일본은 러시아군을 패퇴시키고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둘 수가 있었다. 물론 상처 뿐인 승리긴 했지만. 전세가 기울자, 러시아군 수뇌는 총퇴각을 선언하고 무의미한 희생을 피하고 후방의 톄링을 지나 시핑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아마 일본군 역시 공세종말점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nbsp;  러일전쟁의 최종 무대는 역시 동해였다. 지노비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이끄는 러시아의 태평양함대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추가 증원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뤼순 전투에서 만신창이가 된 일본 연합함대가 본국으로 돌아가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그냥 넘겨주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허송세월할 게 아니라 바로 출격에 나서서 일본 연합함대와 대결을 벌이던가 아니면 블라디보스톡으로 가서 훗날을 도모해야 하지 않았을까. 결국 진해에서 출격한 연합함대는 1905년 5월 27일 쓰시마 근방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러시아 태평양함대를 요격하기 시작했다. 총 38척으로 구성된 러시아 함대가 일본군의 공격으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으면서 러일전쟁은 일본의 완성으로 끝났다.  &nbsp;  일본의 조야는 청일전쟁처럼 전후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전쟁배상금과 영토 할양을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의 중재로 1905년 8월 29일 포츠머스에서 맺어진 조약에서 일본은 남만주 철도에 대한 이권, 조선의 일본 세력권 인정, 뤼순-다롄 할양과 남부 사할린으로 만족해야 한다. 무려 4년치 국가예산과 23만명에 달하는 전사상자에도 불구하고 외교전의 실패로 일본은 청일전쟁처럼 국가 재건을 위한 비용 마련에는 실패했다. 그것은 아마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 세력들이 극동아시아에서 일본이 너무 과하게 성장하는 것에 대해 이미 견제가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nbsp;  본격적인 대한제국의 망국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기에 앞서 어쩌면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근현대사에 “Why so serious?" 같은 걸그룹 노래 제목까지 곁들이고 언 듯 보면 약간 유치해 보이는 라임까지 집어넣으면서 헛웃음을 유발하는 굽시니스트 작가의 창작력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역사가 반드시 엄숙하고 진지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내가 예전에 &lt;국사&gt;를 배우던 시절에 이렇게 재밌는 교보재가 있었다면, 어렵고 외울 거 천지였던 한국의 근현대사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nbsp;  한국의 망테크 과정은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에서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고통의 연장선이었다. 동학과 독립협회의 잔당 세력을 규합해서 만들어진 일진회의 비상으로부터 시작해서, 훗날 공화정과 독립운동 세력의 핵심이 되는 상동교회 출신들을 중심으로 했던 이른바 ‘상동파’, 친일 관료들에게 포위된 무능력의 끝판왕 고종은 이렇다 할 저항 없이 자주 국가의 외교권을 넘겨주는 을사늑약(2차 한일협약)을 체결하면서 한국은 결국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해 버렸다.  &nbsp;  어쩌면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는 순간, 망국의 숙명은 결정이 난 게 아니었을까. 그후에도 고종은 1907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이상설과 이준 그리고 이위종을 파견해서 만국에 일본이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만행을 고발하고, 국권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외교권을 상실한 한국의 호소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nbsp;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일제는 대한제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고종 퇴위와 이어지는 정미칠조약으로 한국의 군대가 해산되고 내정권마저 상실해 버렸다. 해산된 군대가 기존의 의병 조직에 가담하면서 의병들의 무장투쟁의 차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3도 창의군이 결성되어 1908년 1월 서울 진격에 나섰지만, 일제는 정규군까지 동원해서 전국의 의병활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일본군은 특히 4천명에 달하는 조선인 헌병 보조원들을 동원해서 의병 색출에 나섰다. 그 결과 1908년부터 1909년까지 수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nbsp;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과 장인환-전명운 의사들의 더럼 스티븐스 저격을 필두로 한 수많은 의거들과 저항들이 있었지만, 망국의 수레바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lt;본격 한중일 세계사&gt;는 배드엔딩으로 끝나고 말았다.  &nbsp;  지난 8년 동안, 굽시니스트 선생의 &lt;본격 한중일 세계사&gt;를 통해 미처 모르고 있던 역사의 많은 부분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최근 읽고 있는 &lt;태평천국&gt;에 대해서도 그가 이미 다룬 부분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20권이나 되는 대작을 마침내 완성한 굽시니스트 작가에게 경의를. 리스펙.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67/52/cover150/k14203043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0675277</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아웅다웅 독기어린 로맨스 - [어쿠스틱 라이프 6]</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59750</link><pubDate>Sat, 31 Jan 2026 11: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597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72590&TPaperId=170597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290/74/coveroff/89546725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72590&TPaperId=170597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쿠스틱 라이프 6</a><br/>난다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06월<br/></td></tr></table><br/><br>예전에 가져다 읽다가 말았다. 왜 마저 읽지 않았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뭐 그럴 때도 있는 법이지. 오늘은 아예 작정하고 있으니 금방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아 지금 막 도서관에 상호대차를 신청한 굽시니스트 양반의 &lt;본격 한중일 세계사&gt; 마지막 편이 도착했다고 한다. 어서 그것부터 픽업해야 하는데 말이지.  &nbsp;  이 책은 무려 13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 때는 가요대전에 소녀시대가 나와서 &lt;더 보이즈&gt;를 부르던 시절이었나 보다. 아마 제식칼이도 한 팀에 있었겠지. 몇 권까지 나왔나 싶어서 찾아보니 &lt;어쿠스틱라이프&gt;는 모두 14권까지 나온 모양이다. 대단하구나 그래.  &nbsp;  질풍노도의 삼십대를 건너고 있던 화자 난다 작가와 그녀의 동갑내기 신랑 한군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무슨 대단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냥 우리네처럼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나가는 이들이다. 그래서 좀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런 내적 친밀감은 혹시 나만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다.  &nbsp;  역시 노동자 신분이라 그런지 &lt;일의 기쁨과 슬픔&gt;이 가장 마음에 와 닿더라. 누구나 다 일은 하기 싫다. 하지만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우리는 노동시장에 참여해서 나의 노동을 팔고, 그 댓가로 돈을 받아서 먹을 것도 사고 주거 문제도 해결하고 또 약간의 유흥도 즐기는 그런 생활을 한다는 거지.  &nbsp;  그러니까 우리가 노동하는 이유는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말이지.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그에 부수적으로 따라 붙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 근심으로부터 정녕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걸까. 뭐 그렇다고.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는 난다 작가의 모습이 왜 그렇게 애처로워 보이는지. 참 어그 부츠 값도 내야 한다고 했던가. 한겨울에 쓰레빠를 직직 끌고 다닐 수는 없다고 신랑 한군에게 사자후를 토하는 작가의 모습이 너무 리얼리스틱하게 다가오더라. 뭐 그렇게 사는 거지 다들.  &nbsp;  그냥 나는 난다 작가가 그렇게 일상에서 픽업하는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더라. 거창하게 무슨 조국과 민족을 위한 거대한 담론보다는 이런 사소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서사 말이지. 캐롤 추천에 등장한 마이클 부블레가 정말 느끼하다는 거에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너끼남 마이클 부블레가 한껏 힘주어 느끼하게 부른 지금은 고인이 된 조지 마이클의 &lt;Kissing a Fool&gt; 커버를 아주 좋아한다네. "You are far~"로 시작하는 그 노래는 정말 크하.  &nbsp;  아무래도 동갑내기 부부다 보니 서로에게 날리는 독기어린 로맨스도 재미지다구. 난다 작가의 시어머니가 단 하나 며느리에게 부탁한 것이 남편 한군에게 채소를 먹이라는 지상명령이었다고 했던가. 짬뽕에 들어간 죽순을 오징어라고 속이고 먹이려는 난다 작가의 사투나 해물 밑장에 채소를 깔았지만, 교묘하게 해물만 샤삭 골라 먹는 한군의 아웅다웅 독기어린 로맨스라니 이 어찌 재밌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nbsp;  어지러운 집안 청소를 위해 S.O.S.를 쳐서 등장한 청소요정님의 에피는 또 어떤가. 과연 청소요정님은 프로다웠다. 난다 작가가 일주일 걸릴 일을 단 4시간에 아주 효율적으로 처리해 주시는 신공을 보여주셨단 말이지. 나는 겁시 나서 도저히 뚜겅을 열 생각도 하지 못하는 2주된 된장찌개를 거침없이 오픈하는 박력에 그만... 하지만 그 위대하신 청소요정님도 그건 버거웠던 모양이지.  &nbsp;  청소요정님은 냉장고에서 하루가 다르게 미라가 되어 가는 채소들도 과감하게 내 대신해서 정리해 주신다. 게다가 내가 돈 주고 산 것들이라 버리려면 반드시 동반하게 되는 죄책감으로부터도 거뜬하게 해방시켜 주셨다네. 이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물론 한군은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을 비용을 주고 대리하게 만드는 사치라고 비난하지만, 앞으로 집안일을 분담하자는 난다 씨의 제안에 결국 자신의 용돈을 허물어 청소요정님을 다시 부르게 되었다나 어쨌다나. 아 참, 음식물 쓰레기의 냄새 방지를 위해 비닐봉지에 잘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방식은, 회사에서 동료 여직원분이 하는 걸 보고 좀 충격을 먹었었는데 그런 방식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난 오늘 아침에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네.  &nbsp;  이직이 잦은 한군의 오피스 허즈번드에게 경계심을 품는 장면도 재밌었다. 이미 한군은 게임회사 개발자인 것 같은데, 기여워 같은 타이틀을 대신 셔틀해서 사다 주고 발컨이나 트롤링 같은 그 쪽 분야 용어를 설명해주는 장면도 재밌었다. 엔딩의 뷰티 부분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패스.  &nbsp;  엔딩에 보니 연재하던 중에 아기도 생겼다고 하는데, 혹시 다른 편에는 육아 로맨스도 추가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재밌고 즐겁게 봤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290/74/cover150/89546725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2907451</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부질없는 혁명의 트라이앵글 - [아가멤논의 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56926</link><pubDate>Fri, 30 Jan 2026 10: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569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4218&TPaperId=170569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0/32/coveroff/895460421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4218&TPaperId=170569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가멤논의 딸</a><br/>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우종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br/></td></tr></table><br/>&nbsp;<br>책장에서 두 권의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의 작품을 꺼내든다. 하나는 &lt;꿈의 궁전&gt; 그리고 다른 하나는 &lt;아가멤논의 딸&gt;이란 책이다. 언제 샀는지 검색해 보니 무려 14년 전에 산 책이다. 그리고 그 동안 난 이 책들을 읽지 않았다. 결심하고 &lt;아가멤논의 딸&gt;을 읽기 시작한다. 어제 하루 동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정말 작정하고 책읽던 시절이 잠깐 주마등처럼 그렇게 스치고 지나갔다.  &nbsp;  서론에 프랑스 편집자가 암담한 알바니아의 현실을 다룬 카다레의 &lt;아가멤논의 딸&gt;이 어떻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개가 등장한다. 희대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통치하고 있단 알바니아는 1980년대 당시 사상과 문화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카다레의 사회비판 소설이었던 &lt;아가멤논의 딸&gt; 역시 국경을 넘을 수가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서방으로 넘어가 금고에 잠자고 있던 이 책이 독재자가 죽고, 철의 장막이 걷혀진 뒤 발표가 되었나 보다. 이런 우여곡절을 품고 있는 책이라니, 놀랍군 그래.  &nbsp;  소설에서는 지도자라고만 나오지만, 엔베르 호자 시대 어느 노동절 퍼레이드에 초대받은 저널리스트 화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노동절 퍼레이드는 대단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이 행사에 주인공은 애인 수잔나의 빽으로 초대장을 한 장 얻게 된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공산주의 시스템에서 초대장은 특권의식을 상징하는 하나의 알레고리로 작동한다. 카다레는 소설의 초반부터 대놓고 당시 알바니아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가득 담긴 묵직한 어퍼컷을 날린다.  &nbsp;  참고로 수잔나는 당 고위 간부의 딸이다. 소설 초반에 트로이 전쟁에 나서는 그리스 원정군의 총사령관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 공주가 희생 제물로 바쳐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트로이 원정대의 앞길을 가로 막고 나선 아르테미스 여신의 분노를 잠재울 희생양으로 이피게네이아가 선택된 것이다.  &nbsp;  수잔나의 아버지는 어쩌면 지도자의 뒤를 이어 후계자가 될지도 모를 자신의 영달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딸 수잔나를 희생양으로 삼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노골적으로 수잔나의 희생을 요구한다. 가장 먼저 수잔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짝인 주인공과의 이별을 종용한다.  &nbsp;  텔레비전 방송국에 소속된 저널리스트인 화자는 자유주의적 견해를 지닌 양심적 지식인이다. 그런 화자의 태도는 친척 아저씨와 서로 다른 견해 차이로 앙숙관계를 형성한다. 요즘으로 치면 소위 세대간의 치열한 갈등의 전주곡이라고나 할까. 엔베르 호자가 주도하는 고립주의, 무신론 세계관으로 무장한 알바니아는 유럽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전혀 유럽답지 않은 시대에 뒤쳐진 국가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이웃 국가들은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는데 국가의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알바니아에서는 먹고사니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철지난 이데올로기 투쟁이 만연한 모양이다.  &nbsp;  화자의 과거 전력도 문제다. 철저한 감시 사회였던 알바니아에서 동료에 대한 밀고와 배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나의 생존과 평온한 일상을 위해서라면 누구도 무고할 수 있다고나 할까. 화자를 비롯한 3명이 취조를 당했고, 나머지 두 명은 먼 곳으로 좌천되었다고 했던가.  &nbsp;  도중에 어디선가 등장하는 &lt;대머리의 추락&gt;이라는 제목의 우화는 당시 암울했던 알바니아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에 다름이 아니다. 깊은 어둠 속에 추락한 대머리 남자는 독수리에 얹혀 비상하게 된다. 단 조건이 하나 있으니, 비행하는 동안 내내 날고기를 독수리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nbsp;  대머리 남자는 독수리와의 비행을 위해 많은 날고기를 준비해서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다. 문제는 날고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자신의 몸에서 살점을 떼어서 독수리에게 주기 시작한다. 나중에 그의 해골만 남았더라는 이야기. 전체주의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영혼과 육신마저 내줘야 한다는 우화는 마치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에 대한 르포르타주가 아닌가 말이다.  &nbsp;  엔베르 호자와 비슷한 결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 주가슈빌리도 이피게네이아, 수잔나와 같은 희생의 제단에 배치된다. 독소전 초기 스몰렌스크 전투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된 야코프는 1943년 4월 독일의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이 셋의 공통점은 모두 뚜렷한 목적을 지닌 정치적 희생양이었다는 점이다. 카다레 작가는 알바니아 사람들 모두가 독재자와 그 일당들이 선전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희생자였다는 말을 빗대어 말하고 싶지 않았나 싶다.  &nbsp;  다시 한 번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자기희생을 통한 구원의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묻게 되었다. 날고기를 공급해야 굴러가는 시스템이 가진 태생적 한계와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급함의 단면들을 &lt;아가멤논의 딸&gt;을 통해 엿볼 수가 있었다. 이런 사유 또한 부질없는 것들일지도.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00/32/cover150/895460421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03255</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세상에 의인이 없으니 - [이처럼 사소한 것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54498</link><pubDate>Thu, 29 Jan 2026 10: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5449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936042&TPaperId=17054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938/68/coveroff/k47293604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936042&TPaperId=1705449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처럼 사소한 것들</a><br/>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br/></td></tr></table><br/><br>  &nbsp;  책장 정리를 하면서 남길 책과 떠나보낼 책을 고르느라 연초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읽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책들은 눈 딱 감고 정리했다. 그리고 클레어 키건의 &lt;이처럼 사소한 것들&gt;이 눈에 들어왔다. 그전에 교보문고에서 한 번 읽고 나서 동네책방 책모임 도서로 선정되어 결국 샀다지. 동네책방에서는 연독을 하는데, 읽다 말았나 보다. 그리고 정리 도서 대상으로 지목되어 어제 정리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었다.  &nbsp;  때는 1985년, 올해 39세의 석탄 목재상 빌 펄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시대적 배경에 대해 전혀 몰랐었는데 두 번째 아니 세 번째 읽으면서 그해 &lt;라이브 에이드&gt;가 열렸다는 걸 알게 됐다(1985년 7월 13일). 자수성가한 견실한 가톨릭교도인 빌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아일린과 다섯 명의 딸들이 있다.  &nbsp;  사실 빌 펄롱은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미시즈 윌슨의 도움이 없었다면, 비빌의 유년시절은 더욱 어려웠겠지. 어머니는 빌이 12살 되던 해에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빌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클레어 키건 작가는 현재 빌 펄롱의 삶을 파헤치기 전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그래야 나중에 빌이 하게 되는 일련의 행동들을 알 수 있고, 그의 심정에 동조할 수 있기 때문에.  &nbsp;  모든 가장의 삶이 그렇듯, 빌 또한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오늘도 일상의 짐을 묵묵하게 수행해 나간다. 자상한 가장은 아이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들에 대해 아내 아일린과 상의하고 또 아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선물을 고를 줄 아는 센스도 장착한 남자다. 동시에 클레이 키건은 실업수당과 실업자들의 수가 증가하는 불경기의 혹독한 시기였던 아일랜드의 현실에 대해서도 소설 곳곳에 힌트를 남겨 둔다.  &nbsp;  그리고 까마귀의 달이라는 12월이 시작됐다. 자기 사업체가 납품하는 수녀원에 들렀다가 빌 펄롱은 삶이 바뀌게 되는 일대 경험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일하는 소녀가 그에게 구조 요청을 했던 것이다. 그녀는 차라리 배로강에 빠져 죽고 싶다고 했던가. 하지만 빌은 소녀의 요청을 무시했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평판 좋은 세탁소에 대한 이야기가 그전에 등장한다. 아울러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소문도 작가는 잠시 언급한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모종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빌은 깨닫게 된다.  &nbsp;  이 사건이 잠잠하던 빌의 일상에 작은 파문을 던졌다. 고민하던 빌은 결국 아내 아일린에게 내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일린은 그들이 수녀원의 소녀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고 책임도 없다고 말한다. 물론 그건 빌이 원한 답변이 아니었다. 이미 다섯 딸들만으로도 빌과 아일린의 삶은 충분하지 않았을까.  &nbsp;  하지만 빌의 생각은 달랐다. 그 역시 미시즈 윌슨의 도움으로 아버지 없이 자랄 수가 있지 않았던가. 미시즈 윌슨과 네드의 도움이 없었다면, 빌의 어머니 역시 수녀원의 소녀 같은 신세가 되지 않았을까. 마음 따뜻한 가장이자 가난한 이들에게 땔감과 동전을 아낌 없이 나눠주는 의인 빌 펄롱의 인간적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nbsp;  그 사건 이후, 빌의 눈에 수녀원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사건은 12월 22일 일요일에 발생한다. 남들이 다 쉬는 일요일에도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야적장에 나가 납품할 물건들을 챙겨야 하는 빌의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게 다가오던지. 그리고 수녀원 석탄 광에 있던 엔다(세라 레드먼드)를 발견하게 된다.  &nbsp;  이런 일련의 자기 양심을 자극하는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빌 펄롱의 삶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무리 열심히 미사에 참석하면 뭘 하는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는 스스로를 그는 위선자라고 규정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즈음에, 빌은 케호 식당에서 주인장 케호 여사에게 지역공동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수녀원과 척을 지면 안된다는 조언을 듣는다. 케호 여사는 마치 앞으로 빌이 할 행동을 미리 알고 있다는 투로 빌에게 그런 말을 건네준다.  &nbsp;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른척하고 여느 때처럼 평소의 일상을 영위할 것인가? 아니면 불의를 보고 참을 수가 없었던 의인으로 거듭날 것인가? 사실 그동안의 그의 행적에서 이미 빌은 자신의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다만 시기의 문제였을 뿐. 평안한 위선자의 삶 대신,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한 의인이 되기를 자처한 빌 펄롱은 다시 수녀원으로 가서 엔다, 아니 세라를 구출해낸다. 그리고 맨발의 세라를 데리고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지신이 선택한 행동 때문에 앞으로 온갖 고초가 닥치겠지만, 최소한 그 순간만큼은 빌의 영혼은 구원받았으리라.  &nbsp;  지난번 독서 때처럼, 순식간에 책을 다 읽고 나서 결국 이 책도 나의 책장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분량이라 정리하기 전에 재독을 하고 결정할 수 있었지만, 모든 책을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또한 책과의 인연이 아닐까 싶다.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938/68/cover150/k47293604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9386807</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 [세상 끝의 세상 - ‘세상 끝’으로 내몰리는 고래와 그 고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49126</link><pubDate>Tue, 27 Jan 2026 09: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491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832622&TPaperId=170491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483/55/coveroff/k952832622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832622&TPaperId=170491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상 끝의 세상 - ‘세상 끝’으로 내몰리는 고래와 그 고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a><br/>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써네스트 / 2023년 04월<br/></td></tr></table><br/><br>  &nbsp;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다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읽을 때마다 그전에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들을 새롭게 픽업할 수 있고, 또 예전에는 그렇게 읽었었지라는 추억과 만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어쨌든 좋단 말이겠지.  &nbsp;  16살의 나이에 허먼 멜빌의 &lt;모비 딕&gt;을 읽은 소년 세풀베다는 헤이허브 선장 그리고 포경사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지구끝 파타고니아로 향한다. 그 때가 아마 1965년 정도였을 것이다. 당시 국가 칠레는 살바도르 아옌데의 선거혁명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nbsp;  포경사에 대한 낭만적 꿈을 품고 고래 살육의 현장에 도달한 소년은 향유고래가 사냥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소설에서 읽은 것과 냉정한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선원에 대한 꿈을 접었다. 포획당한 고래가 해체되는 모습은 왠지 칠레에서 벌어진 선거에 의한 사회민주주의 실험이라는 고래가 피노체트가 주도한 군부 쿠데타로 일거에 압살당하는 장면과 겹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nbsp;  대략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독일 함부르크에 정착하게 된 그린피스 대원 세풀베다는 지구끝에서 일본 포경선 니신마루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학생운동의 지도자 활동을 하다가 투옥과 수감생활 그리고 다시 재수감되어 종신형을 받았다가 독일 앰네스티의 지원을 조국 칠레를 탈출해서 독일에 정착하게 된 현재의 세풀베다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1979년에는 그는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혁명에 가담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는 단순한 저널리스트가 아닌 혁명가였구나.  &nbsp;  망명 이래 처음으로 조국의 땅을 밟게 된 세풀베다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산티아고에 오래 머무를 틈도 없이 그는 자신에게 연락을 취한 호르헤 닐슨 선장을 만나러 지구끝으로 향한다. 호르헤 닐슨은 피니스테레 호의 선장으로 조수 페드로 치코와 더불어 동포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세상의 끝, 피니스테레는 왠지 다른 지구끝보다도도 더 파타고니아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nbsp;  라틴아메리카는 컬럼버스의 항해 이래, 서구세계의 약탈지였다. 서인도 제도의 금과 은을 찾아나선 스페인 탐험가들과 그들의 후예들은 막대한 라틴아메리카의 자원들을 본국으로 반출했다. 세기가 바뀌어서는 그곳에 널린 다른 자원들에 눈독을 들였다. 자원 채취를 위한 환경파괴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조치였다. 그런 환경파괴로 인한 현지 인디오들의 삶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런 파괴와 착취의 연대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세풀베다의 증언이다.  &nbsp;  세풀베다들이 들른 어느 항궁에 산더미처럼 쌓인 톱밥들은 일본 제지공장으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하지만, 숲에서 베어진 나무들이 종이를 만들기 위한 톱밥으로 만들어지는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나무마저 이런대, 일본 포경선의 목표가 된 세계적 멸종위기종 참거두고래의 운명은 또 어떨까.  &nbsp;  부유한 이들의 입맛을 돋우는 식도락 재료로 필요해서, 혹은 값비싼 화장품에 들어가는 유지로 사용되기 위해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고래들이 희생되어야 한단 말인가. 대양의 유령선으로 위장해서 고래사냥에 나선 니신마루 호의 선장 다니후지는 잠재울 수 없는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아니 어쩌면 별미를 찾는 혹은 신비로운 향기를 내는 향수를 원하는 내 자신의 숨겨진 욕망의 발현일 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그런 욕망이 다니후지 같은 인물들을 위험한 난바다로 내모는 동인이라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 같다.  &nbsp;  조그만 범선 피니스테레를 몰고 고래 학살의 현장에서 거대한 포경선 니신마루 호에 호르헤 닐슨과 바다에서 나고 자란 페드로 치코의 돌진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무모한 도전에 일단의 참거두고래들이 응답해왔다. 이거야말로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연대가 아닌가 말이다. 닐슨과 페드로 치코의 안내로 현장에 도착한 칠레인은 사진 촬영을 포기한다. 그 때 칠레인의 경험이 훗날 &lt;세상 끝의 세상&gt;의 땔감이 되었다.  &nbsp;  표지에 실린 바다 위로 튀어 오르는 고래의 이미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대양을 누비며 사는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풀베다 선생이 묘사하는 파타고니아에 대한 글을 보면 언젠가 꼭 한 번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가 없다.  &nbsp;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483/55/cover150/k952832622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4835579</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우리는 이길 것이다 - [핫 라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44147</link><pubDate>Sun, 25 Jan 2026 10: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441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06068&TPaperId=1704414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5/99/coveroff/89329060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06068&TPaperId=170441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핫 라인</a><br/>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05월<br/></td></tr></table><br/><br>  &nbsp;  작년 12월부터 극심한 독서 슬럼프에 빠져 있다. 연말에 무리(?)를 해서 연간 독서 100권을 채울 수도 있었으나, 어느 순간 그게 무슨 의미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뒀다. 대신 너튜브의 세계를 자유롭게 주유했다. 그조차도 또 무슨 의미겠는가만. 돌고 돌아 다시 루이스 세풀베다를 읽는다. 독서 슬럼프 탈출에 이제는 코로나로 하늘의 별이 된 세풀베다 작가의 책들만한 게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nbsp;  그래서 서가에서 &lt;핫 라인&gt;을 집어 들었다. 집중해서 읽으면 하루면 되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생각으로. 하지만, 세풀베다의 책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파타고니아 아이센 출신의 마푸체 인디오 출신 조지 워싱턴 카우카만 형사가 인도하는 칠레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nbsp;  고향 아이센에서 거의 신기에 가까운 실력으로 사건을 처리해온 카우카만 형사는 일단의 소도둑을 상대하다가 곤경에 처한다. 우지 기관총을 들고 자신에게 덤벼드는 소도둑 우두머리의 엉덩이를 레밍턴 소총으로 무려 70%나 날려 버린 것이다. 좋지 않다. 결국 그는 칸테라스 “장군”의 미움을 받아 난폭하게 총기를 휘두르는 무식한 형사라는 낙인이 찍힌 채, 고향을 떠나 수도 산티아고의 한직으로 전보를 받는다.  &nbsp;  피노체트의 악명 높은 17년 군사독재에서 세풀베다의 조국 칠레는 마침내 해방되었지만, 정재계를 장악한 장군들의 위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렇게 스모그로 오염된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한 카우카만은 도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된 택시 운전사 아니타 레데스마와 사랑에 빠진다.  &nbsp;  나중에 밝혀지게 되지만, 1973년 9월 11일의 쿠데타와 상관없이 멀리 떨어져 살던 카우카만과 달리 아니타는 이른바 패배자 집단의 일원이었다. 남자친구는 끌려 가서 실종이 되었고, 자신 역시 군부에 끌려가 고문당한 희생자였다. 이런 복잡한 칠레의 상황을 알게 된다면 &lt;핫 라인&gt;에 대한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나 역시 세풀베다를 읽으면서 칠레의 암울했던 현대사와 만나게 되었으니까.  &nbsp;  칸테라스로 대변되는 기득권의 복수는 집요했다. 카우카만를 처리하기 위해 장군은 킬러를 파견해서 우악스러운 마푸체 인디오 출신 형사를 협박한다. 하지만 그들은 마푸체 인디오 전사의 후예였던 카우카만을 너무 쉽게 본 모양이다. 카우카만은 포크로 자신을 찾아온 킬러들을 응징한다. 다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구사하는 폭력을 뛰어넘는 거대한 폭력의 행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암시가 배어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nbsp;  자 이제, 망명했다가 귀국해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핫 라인”을 개설한 배우 부부가 등장할 차례다. 바로 지금부터 세풀베다 작가는 칠레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암울한 잔혹사를 배치한다. 민주화 이후 민중의 들끓는 욕망으로 대변되는 핫 라인과 과거 칠레 군부가 저질렀던 잔혹행위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결합되면서 우리의 히어로 카우카만을 위기로 몰고 간다.  &nbsp;  과거의 악으로 상정된 빌런 칸테라스는 세 명의 전문 킬러들을 고용해서 카우카만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없애 버리겠다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습관으로부터 칸테라스들은 벗어날 수가 없다. 과거에 그랬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다. 군사독재 콜라보들에게 부여한 광범위한 사면권은 오히려 국가통합의 저해로 작동했다는 것을 세풀베다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nbsp;  과거에 당한 고문의 심각한 PTSD를 겪고 있던 연인 아니타를 카우카만은 ‘우이냐’라고 부른다. 자기보다 압도적인 무력과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에게 무소용이지만, 하다못해 단발마적인 저항을 보여 주었던 칠레 야생 고양이들의 비유라고나 할까. 카우카만 역시 우이냐답게 칸테라스로 대변되는 권위주의 권력집단에 대한 일견 무모해 보이는 저항정신의 화신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지막 순간에, 아니타를 필두로 한 여성들의 연대가 보여주는 행진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부지런히 산티아고 거리를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차의 등장하는 엔딩까지 완벽했다.  &nbsp;  &lt;핫 라인&gt;에서 루이스 세풀베다는 간략하지만, 강렬한 메시지와 투박하지만 센스 만점의 파타고니아식 유머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지금 한창 떠내 보내야할 책들과 소장할 책들 분류에 정신이 없는데 &lt;핫 라인&gt;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책이다.  &nbsp;  [뱀다리] 그나저나 왜 루이스 세풀베다 작가들의 많은 책들이 다 절판과 품절의 운명에 처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5/99/cover150/89329060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59997</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영원한 물과 공기 속으로 - [창조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39841</link><pubDate>Fri, 23 Jan 2026 10: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398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5448&TPaperId=170398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9704/93/coveroff/893747544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5448&TPaperId=170398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창조자</a><br/>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19년 07월<br/></td></tr></table><br/><br>지난달부터 한창 책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책들을 왜 그렇게 쌓아 두었는지 모르겠다. 강력한 외부 압력에 직면하고 나서, 드디어 책탑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사가 책정리의 강력한 동인이었지만 이사를 다니지 않게 되다 보니 스트레스는 준 대신 잠시 방심했던 모양이다.  &nbsp;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lt;창조자&gt;는 무려 6년 전에 사서 쟁여둔 책이었다. 그리고 읽지 않고 있다가 이번 책정리 주간에 발굴(?)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무려 시집이었다! 내가 시집을 사서 쟁여 두었다고? 이거야말로 놀랄 노자가 아닌가 말이다. 난 시집을 잘 읽지 않거든.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산 시집이니 일단 한 번은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느낌 같아서는 어제 하루 동안에 바로 다 읽을 줄 알았지만,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읽게 되었다.  &nbsp;  도서관 사서 출신으로 비록 시력을 잃었지만 국립도서관 관장을 할 정도로 책을 사랑했던 우리 책쟁이들의 영원한 우상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책은 이러저러한 경로로 많이 구비해 두었다. 문제는 읽지 않고 있다는 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시집으로나마 위대한 선배와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nbsp;  시집 &lt;창조자&gt;에는 스페인 원어가 시집의 왼편에 그리고 한글 번역이 오른편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스페인어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대충 한글 번역과 궁금한 원어를 비교해 보는 맛이 있다. 왠지 "포에티카"라는 아마도 라틴어에서 유래했을 것 같은 스페인어는 멋져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nbsp;  보르헤스 작가의 마음을 오롯하게 알 수는 없지만 왠지 그가 구사하는 시들은 밤에 집필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사위에 어둠이 깔리고, 조용한 분위기에 달빛이라도 비춘다면 누구라도 가슴에서 피어오른 시상들을 글로 옮기고 싶지 않을까. 물론 나같은 소설이나 산문 그리고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글거릴 지도 모르겠지만. 데이빗 설로이 같은 외국 작가들 역시 시인을 꿈꾸다가 소설가로 전향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걸 보면 시는 어쩌면 작가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nbsp;  워낙에 방대한 독서를 통해 우리 같은 범인이 따라갈 수 없는 지혜와 지식을 쌓은 보르헤스 선생이 구사하는 시구들은 주석이나 해설이 없으면 따라가기조차 버겁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책 뒤에 실린 주석이 많은 도움이 되었단 말이지. 잘 모르지만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알게 된 후안 파군토 키로가 같은 인사의 이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예전에 사르미엔토의 &lt;파쿤도&gt;를 사서 읽다 만 기억이 났다. 그리고 율리시즈의 고향 이타카를 왜 "이타케"로 굳이 번역했는지 궁금했다. 이타카 정도는 알 수 있지 않나.  &nbsp;  예전에 지인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했다고 하는데, 2부 &lt;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gt; 부분을 읽다 보니 과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공기를 좋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접하는 문학은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 주기에 더 흥미롭고 재밌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nbsp;  무려 80년 전에 &lt;카몽이스&gt;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15세기 전설적 인물인 포르투갈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에 대해서도 이 시집을 통해 알게 됐다. 그는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항해로를 발견한 바스코 다 가마의 일대기를 그린 대서사시 &lt;루지아다스&gt;의 저자라고 한다. 그의 일대기를 보니 어쩌면 포르투갈의 돈키호테 같은 모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보이지 않게 타오르는 불"이라는 시가 있는데, 제목 한 번 기가 막히지 않는가.  &nbsp;  누가복음 23장에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형을 받은 도둑에 대한 시도 인상적이었다. 유대인인지 이방인인지 우리는 그의 정체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절망의 순간에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인정하고 최후 심판의 날에 구원의 안식을 얻게 된 신화적 인물에 대해서도 호르헤스 선생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회개한 죄인이 가진 천진함을 작가는 예리하게 짚어낸다.  &nbsp;  마지막에 배치한 &lt;골렘&gt;은 짧지만 강렬한 시집의 대미를 장식한다. 유대교 신비주의 카르발라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라니. 그저 단순하게 게임에 등장하는 돌로 만들어진 강력한 몬스터라고 생각했는데, 호르헤스 시집은 기존에 내가 품고 있던 사고를 단박에 혁파해 주었다. 히브리 신비주의자들은 아담이 최초의 골렘이라고 주장하고, 누군가 모세 5경에 나오는 네 단어를 찾아 발음하면 골렘(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집의 제목도 '창조자'일까. 그리고 시인은 몇몇 단서들을 제공한다.  &nbsp;  <br>호르헤스 선생의 시들을 읽으면서 리뷰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들을 담을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이것저것 쓰다 보니 오히려 빼야할 거리들을 걱정하게 되었다. 시집의 어디선가 읽었는데, 시인들의 업은 우리네 삶을 언어로 바꾸는 거라고 했던가.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자신의 임무를 묵묵하게 수행하고 있는 시인들에게 경의를.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9704/93/cover150/893747544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7049317</link></image></item><item><author>레삭매냐</author><category>나의 북글</category><title>잊어야만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 [세상 끝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13611</link><pubDate>Sun, 11 Jan 2026 10: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23405103/1701361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033558&TPaperId=170136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45/47/coveroff/k962033558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033558&TPaperId=1701361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상 끝의 기록</a><br/>존 버거.장 모르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01월<br/></td></tr></table><br/><br><br>6년 전에 읽은 존 버저와 장 모르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 책이 &lt;세상 끝의 기록&gt;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난 그 시절에 중고서점에서 구한 책으로 읽었지 아마. 그리고 어제 이번에 새로 나왔다는 뉴스를 듣고 다시 한 번 읽게 됐다. 그렇지 클래식은 모름지기 다시 읽는 법이지.  &nbsp;  물론 6년 전에 읽었던 기억은 모두 휘발해 버리고 새로운 느낌으로 장 모르의 사진과 글들을 만나게 됐다. 솔직하게 말해서 사진이 많아서 금방 읽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나도 한 때 사진을 찍어 보겠다고 해서 장 모르가 말하는 사진의 핵심이라는 우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다. 좋은 사진가라면 항상 카메라의 조리개를 열고 언제라도 셔터를 누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찰나의 순간은 항상 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또 전문 사진가도 아닌 사람에게 그런 일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싶다.  &nbsp;  대선배 장 모르에 의하면 사진에는 모름지기 즉흥적인 놀라움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찰라를 포착하는 것만큼, 그 이상의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필름으로 사진으로 찍을 수밖에 없던 시절의 아주 아련한 이야기들이다. 이제는 누구나 휴대폰에 부착한 카메라로 순간을, 찰나를 포착해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어쩌면 기계의 성능보다 사진가의 의지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nbsp;  나는 개인적으로 사진은 기록을 위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존 버저와 장 모르가 협업한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lt;세상 끝의 기록&gt;은 참 클래식의 반열에 올릴 법한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장 모르가 들고 다니던 카메라의 피사체가 된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촬영을 허락했을까라는.  &nbsp;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낯섬이 필요하지 않을까. 너무 익숙한 것들은 작가의 피사체로서 어떤 의미를 감소시키지 않나 싶다. 누구나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무엇을 건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서 장 모르는 세상의 곳곳을 주유하며 자신의 관찰에 기반한 사진들을 기록했다.  &nbsp;  <br>그가 방문한 곳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곳은 아마 북한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스위스 국적은 민주진영 뿐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들도 방문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었다. 북한은 일단 아무나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냉전이 열전이던 시절인 1962년에 방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열심히 찍은 사진들은 북한 정권의 검열 아래 사라져 버렸다고. 체제 경쟁이 한참이던 시절, 자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현실을 담은 사진을 서방세계에 내보내고 싶지 않았겠지.  &nbsp;  비슷한 일은 십년 정도 뒤인 1971년에도 소련에서 발생했다. 열심히 소련의 곳곳을 촬영했지만 서슬퍼런 KGB에게 기껏 찍은 필름들을 뺐겼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20년이란 시간이 지나, 개혁개방으로 서방세계로 대문이 열린 소련에 방문해서 당시 뺏긴 필름들을 찾아 보려고 했지만, 장 모르 작가의 노력을 실패했다고 한다. 그 때는 그런 야만의 시절이었다. 하긴 지금도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들이 그것을 원하지 이들에 의해 세련된 방식의 검열로 방해받고 있지만 말이다.  &nbsp;  1980년대 미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니카라과에서는 산디니스타 정권이 우익 콘트라 반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장 모르는 내전으로 파괴된 마나과에도 방문해서 기록을 남겼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의미 없는 사진들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귀중한 시대정신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닐 수 없다.  &nbsp;  장 모르가 이런 역사의 현장만 카메라에 담은 건 또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자기 막내 아들의 결혼식장에 참석해서 보기만 해도 유쾌해지는 그런 사진들도 찍었다. 가족여행으로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을 방문해서 댄스파티가 열린 어느 시골 마을의 흥겨운 정경도 기록으로 남겼다. 이런 게 바로 사진의 힘이 아닐까 싶다.  &nbsp;  이제는 예전처럼 사진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 버렸지만, 다시 한 번 장 모르의 사진들을 보다 보니 한컷의 마음에 드는 찰라의 순간을 포착해 보겠다고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전국을 누비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그 때는 문화유적에 대한 사진들을 열심히 찍었었지. 지금 다시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던 그 시절의 동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nbsp;  아 &lt;세상 끝의 기록&gt;은 병오년 새해 내가 처음으로 다 읽은 책이다.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45/47/cover150/k962033558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945478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