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전에 서평단 활동을 하던 블로그에 공지가 떴다.

요지는 간단하다.

 

서평을 젭알 K문고에 올려 달라는 거다. 참 웃기지.

서평 확인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서평 도서를 받고 리뷰를 K문고 사이트에 올리는 걸 디폴트로 시행하겠다는 말인가 보다.

램프의 요정에서는 선수들이 마구마구 올려 대는데 어디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플랫폼에서 서평을 애타게 찾고 있으니 말이다.

 

들어 보니 작년 서평 사이트를 개편하고 나서 현저하게 서평이 줄어든 모양이다.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아먹기 위해서는 서평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램프의 요정과 개인 블로그 외에는 다른 곳에 서평을 올리지 않는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여기저기 사용하다 보니 램프의 요정이 리뷰 올리기에 가장 편리해서가 아닐까.

 

K문고가 오프라인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 강자겠지만, 온라인에서는 밀리는 모양이지. 그리고 보니 나도 K문고에서 가끔 책을 사곤 하는데, 절대 그 사이트에 올리지 않는다. 아니 올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마 이유는 메리트가 1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램프의 요정에는 기존의 선수들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반면, 타사이트에서는 그런 게 불가능한 모양이다. 카카오가 국내 메신저 업계를 평정한 것처럼, 램프의 요정 역시 업계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책 구매하기 전에 사람들이 반드시 찾아보는 서평 데이터를 꾸준하게 축적하고, 또 선수들을 북플에 묶어 두는 전략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지 않나 싶다.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뱀다리] 작년 5월에 읽다만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를 다시 펴들었다.

참 읽다가 만 책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게다가 이 책을 절반이나 읽었는데 말이지.

 

히틀러 집단에서 그나마 온전한 정신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던 괴벨스가 선전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공황 위기를 거치면서 SPD와 공산당의 요새였던 제국 수도 베를린에 나치들이 침투하는 과정도 흥미롭게 읽었다.

 

1930년대 경제위기와 지극히 정치적 이유 때문에 배고픔에 시달리던 독일 사람들에게 히틀러는 진정 마지막 희망이었던 걸까. 민족의 구세주라고 착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썩은 동앗줄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지 않았을까.

 

엉터리 지도자를 불세출의 영웅으로 둔갑시키는데 성공한 장면이 어쩌면 이렇게 겹쳐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역사는 비극으로 반복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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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10 15:33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다른 곳에는 서평을 안 올리게 되더라고요.
K문고도 그렇지만 그래24도 서평 올리는 공간은 어째 알라딘보다 더 구린 것 같아요.
게다가 알라딘 이곳이 뭐랄까 이웃끼리 소통이 아주 활발한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3-02-10 17:04   좋아요 2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보니 예전에 창비 이벵에
책 받아 먹고자 한 번 올린 적이
있네요. 순전히 이벵용 블록인 줄.

소통이 재산이다. 암요.

독서괭 2023-02-10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온리 알라딘사용자라.. (오프라인으로 사는 일도 몇년간 없었고요) 알라딘서재에는 몇년씩 꾸준히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겠죠?

레삭매냐 2023-02-10 17:05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이루어진 커뮤너티를
단시간 내에 건설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입니다.

그런 고로 K문고 서평 프로
젝트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사료됩
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2-10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은 그래24에서 사도(카드 할인 혜택 때문에) 활동은 알라딘에서 합니다. 알라딘 서재가 편하고 이웃들도 많고 좋습니다^^

레삭매냐 2023-02-10 17:07   좋아요 2 | URL
전 이제 아예 책은 그래24에서
안 사게 되네요.

모든 책은 램프의 요정에서만
산다! 게다가 그래24에서 운영
하던 중고매장까지 줄어 들어
더더욱 선택을 안하게 되네요.

고객을 가두리에 묶어 놓는 효
과에서는 램프의 요정의 능력치
를 따라가지 못하지 싶습니다.

더 후하게 적립금을 뿌려 주시라.

물감 2023-02-10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디에서 오늘의 리뷰(맞나?)에 몇 번 당선되고 소액도 받곤 했었는데요, 반디가 문닫고부터는 알라딘만 올리게 되네요. 확실히 타사는 메리트가 없긴 합니다.

레삭매냐 2023-02-10 17:09   좋아요 1 | URL
우와, 추억의 반디입니다.
간만에 반디 사이트 들어가
보니 올해 다시 부활한다고
하네요.

예전에 반디에서 참 후하게
적립금을 뿌려 주셔서 감사
하게 받아 먹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반디 오프매장
이 있어서 간간히 이용하고
또 헌책도 팔고 그랬었는데
사라져 버려서 아쉽더라구요.

2023-02-10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1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ngri 2023-02-10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묘하네요. 굿즈며 북플도 그렇고 요정이 이것저것 일을 잘벌이기도하고 충성스러운 선수들 관리 포함 더 매력적인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3-02-11 09:23   좋아요 1 | URL
매출에서는 그래24에게 밀리지만
고객 충성도에서는 요정이 압도적
이지 않나 추정해 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어장관리는 탁월
합니다.

행인1 2023-04-08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찾아보니 알라딘은 공식 서평단 운영 안 하는 거 같던데
말씀하신 선수들은 어떻게 유입되고 관리되는지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3-04-10 19:50   좋아요 0 | URL
램프의 요정이 예전에는 공식
서평단을 운영했었답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요.

오랜 램프의 요정 토박이들의
재미진 놀이터라는 점이 유인
요소가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행인1 2023-04-15 18: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답글 감사합니다!
네 한 17년도쯤에 중단된 것처럼 보여서요
출간 마케팅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던 중에 블로그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지난 달에는 모두 16권의 책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 6권은 그래픽 노블, 약간의 치트키랄까.


일단 출근해야 해서 여기까지.


==============================================

 

기록을 살펴보니 작년 1월에는 모두 12권을 읽었다. 그리고 그 중에 7권은 <중쇄를 찍어라> 만화였다. 1년 전에는 그 책을 죽어라 읽었구나.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렇게 가는건가 보다.

 

이달에는 6권의 그래픽 노블을 읽었으니 작년보다 낫다고 해야 하나.

 

산 책들도 진열을 해야 하는데, 귀찮다. 나의 귀차니즘은 포스팅에서도 폭발하는가 보다. 리뷰 대회에 참전하고자 읽기 시작한 막상스 페르민 아재의 책을 세 권 읽었다. 그것 참. 여전히 오리엔탈리즘, 동양의 대한 막연한 신비주의 그리고 여성의 타자화는 불편했다. 반면, 탐미주의에 대한 접근 방식은 인정할 만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닝겡들이 아니던가.

 

지난달에 새로운 발견은 역시나 이사벨 아옌데였다. 칠레의 혁명 영웅 살바도르의 조카딸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작가의 책을 읽어 보니 칠레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만하지 않나 싶었다. 문득 그럴 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칠레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니 내가 좋아라하는 영면하신 루이스 세풀베다와 로베르토 볼라뇨도 칠레 출신이었지.

 

작년에 알게 된 정지아 작가의 소설집 <자본주의의 적>도 좋았다. 그리고 대망의 우리 달궁 독서 모임도 드디어 다음달에 다시 재개된다. 아 떨려! 지난 3년간 무고하셨는지, 그간에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털어볼 생각이 염통이 벌써부터 둑은거린다. 나의 시덥잖은 드립 시전에 깔깔마녀처럼 웃어줄 동지들과의 해후를 기대해 본다.

 

또 다시 미션이 떨어져서 다시 돌아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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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2-02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방어와 페르민의 책 세권이 같이 있군요 ^^

레삭매냐 2023-02-02 09:32   좋아요 2 | URL
방어는 즐거웠습니다.
잿방어 잡으러 가고 싶더군요.

막상스 페르민은 리뷰대회
참전하기 위해 읽었답니다 ㅋㅋ

건수하 2023-02-02 09:36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혹시 잠자냥님의 방어 키우는 남자(? 맞나) 글 보셨나요? 그게 생각나서 쓴 댓글인데 혹시 그 글 안 보셨으면 제 댓글이 무슨 말인가 하실 것 같아서 ^^

레삭매냐 2023-02-02 09:38   좋아요 1 | URL
네 잠자냥님의 글 읽었답니다 :>
ㅋㅋㅋ

방어는 알라딘 동지분 덕분에
읽게 되었지요.

거리의화가 2023-02-02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사벨 아옌데 작품은 둘 다 읽어보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3-02-02 09:33   좋아요 1 | URL
저는 지난 달에 일단
두 권 읽었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서 더 읽어
보려고 합니다.

마침 <영혼의 집>을 쟁여
둔지라 -

독서괭 2023-02-02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6권!! 많이 읽으셨네요^^ 아옌데는 저도 언젠가 꼭~~!

레삭매냐 2023-02-02 11:25   좋아요 2 | URL
이사벨 아옌데의 책들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 읽어야지 싶습니다 고저.

미미 2023-02-02 1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치트키로 그래픽 노블,시 제격이지요!ㅋㅋㅋㅋ
저자들이 이 사실을 알면 조금 황당하겠지만ㅋ

저도 이번달에 소개해 주신 그래픽 노블과 시집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요시타케 신스케를 알게되어 지난번 읽어봤는데
신선하더라구요. 그의 책들도 하나씩 클리어 해볼 생각입니다.

레삭매냐 2023-02-02 11:26   좋아요 1 | URL
그러합니다 -

생산자들에게는 초큼 미안
한 말이지만, 또 소비자의
입장은 다르니깐요 ㅠ

독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래픽 노블은 레알 치트키
입지요.

요시타케 신스케 미션 클리
어, 응원하는 바입니다.

잠자냥 2023-02-02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르민 색채 3부작도 치트키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3-02-02 14:41   좋아요 2 | URL
선수에게 딱 걸렸네요.
그러합니다.

잠자냥 2023-02-02 14:4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도 저 페르민 치트키 3종 덕분에 1월 독서량 확 늘었어요.
페르민에게 감사할 점은 그것뿐....ㅋㅋㅋㅋㅋㅋㅋ

북프리쿠키 2023-02-02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한강과 김태권의 십자군이야기도 치트키로 보입니다만. ㅎㅎ
이사벨 아옌데 읽어보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3-02-02 15:31   좋아요 1 | URL
네 그리하야 컬러링으로
그래픽 노블 6권은 미리
자수를 했습지요.

여적 리뷰를 안 쓰고 뭉
개고 있네요...

페넬로페 2023-02-02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 서재는 기본적으로 한 달에 10권 이상은 읽어야만 하는 곳인가 봐요~~
매번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이 24시간인데 ㅠㅠ
저도 더 분발해야겠어요~
독서모임은 언제나 좋습니다^^

레삭매냐 2023-02-03 09:06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그놈의 너튜브
세상에 빠져 사는 바람에
예전만큼 책을 읽지 못하
고 있답니다. 점점 더 책
에서 멀어지는 너낌적
너낌이...

독서모임 재개에 너무
신납니다.

그레이스 2023-02-02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외출했다 집에 와서 책정리 후딱 했습니다
언제까지 유지 될지 모르지만...;;
이상한게 그 책장에서 빼왔는데 다시 넣을 수 없다는 것! 자리가 빌때 마다 누군가가 그 빈 자릴 메꾸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제 책상 주변에 책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ㅋ

레삭매냐 2023-02-03 09:07   좋아요 2 | URL
저도 만날 책 정리를 최우선
으로 한다고 하지만, 책방에
발을 딛는 순간 결심은 바로
사라지게 되더라구요 ㅠㅠ

그냥 눈 딱 감고 내다 버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팔 책들은 팔구요.

제 이야기 하시는 것 같아
초큼 찔립니다.

서니데이 2023-02-03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달 읽은 책을 책표지가 나오는 달력으로 표시하니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한달 동안 여러권 많이 읽으셨네요.
요즘엔 책읽을 시간이 많이 줄어서
많이 읽기는 어렵더라구요.
사진 잘 봤습니다.
레삭매냐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2-15 17:29   좋아요 1 | URL
답글이 늦었습니다 :>

1월에 부지런히 그래픽
노블이라는 치트키를...

마음이 분주해서 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꾸
역꾸역 읽고 있답니다.
 


 

얼마 전부터 화초 재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산 녀석들은 제 때 분갈이를 해주지 않아, 죽고 말았다. 특히 고무나무 두 쌍은 좀 자란 뒤에 서로 다른 화분에 나누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서로 뿌리가 뒤엉켜 있더라. 좀 미안했다.

 

그 무렵에 같이 산 수국은 그야말로 불사조처럼 죽었다가 살았다가를 반복했다. 물론 나의 관리 미비였겠지만.

 

인천집에서 데려온 쪼매한 고무나무와 동네에서 산 스투키가 그동안 주력이었다. 스투키 녀석들도 한 화분에 있다가 너무 퍼져서 작년에 나누어 심었더니 화분이 다섯 개나 필요했다. 굳이 무얼 해주지 않아도 녀석들은 잘 자란다.

 

2년 전엔가 이목동 해우재 부근에서 해바라기 씨를 잔뜩 받아 왔는데 그 녀석들을 제법 재미를 봤다. 우뚝 자라서 꽃도 피우고... 두 번째 핀 해바라기에서 내린 노란 꽃가루가 지금도 고무나무 잎사귀에 묻어 있더라. 세 번째로 심은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있다. 집 근처 왕송호수에도 재작년에는 해바라기가 많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씨앗이 없는지 어쨌는지 거의 없더라. 그래서 씨앗 받는데 실패. 올해에는 좀 받아야지 싶다.

 

지난 가을 여주 강천마을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가서 채송화(?) 녀석들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넘들은 보통 봄에 꽃씨를 심는데 나는 주로 겨울에 심는구나 그래.

 

지난주에 안윤 작가의 책을 읽다가 네그리타 튤립 품종에 대해 알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튤립 구근을 좀 심어볼까 싶었는데... 이때다 싶어서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장을 날렸다. 이제 인터넷 쇼핑은 돈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걸 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 버렸다. 네그리타 구근 5개에 4천원 그리고 배송비 4천원 총 8천원이 들었다.

 


지난 금요일날 주문해서 그 다음날 바로 도착했다. 빠르기도 하여라. 그런데 지난 토요일 일요일 너무 바빠서 도착한 구근이 담겨 있는 택배 상자를 열어 보지 못했다. 너무 궁금해서 어제 일단 상자를 열어 보니 주황색 망사 보따리 안에 구근 다섯 뿌리가 잘 담겨 있었다.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정신이 없어서 일단 확인만 했다.

 


오늘 점심 먹고 나서 램프의 요정에 들러 책도 팔고, 이맛트에 가서 싸구리 플라스틱 화분도 하나 사고, 화분 받침대 그리고 분갈이용 흙을 샀다. 그리고 보니 책 팔아서 원예 도구를 산 셈이네 그래. 집에 와서는 네그리타를 다섯 개의 화분에 나누어서 하나씩 심었다. 그전에 아보카도 씨앗을 심었던 화분을 재활용하려고 아보카도 녀석을 캐어 보니 세상에나 뿌리가 난 게 아니던가. 예전에 수경재배하겠다고 도전했던 세 녀석 중에 두 명은 장렬하게 전사하고 하나만 살았네 그래. 정말 오래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니만 진짜였네. 고이 다시 심어 주었다.

 

울산에 사는 지인이 찾았다는 시흥의 이색 식물매장, 아프리카 식물을 전문으로 한다고 한다, -마이-포레스트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손으로 흙을 만졌더니 손에서 흙냄새가 나는구나. 평소에 흙을 만질 일이 없다 보니. 원래 분갈이용 흙은 그냥 노상에서 퍼오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마트에서 사왔다. 감자에 싹이 나서 못먹게 되었는데 그 녀석도 한 번 심어나 볼까나.

 


오늘 심은 나의 네그리타여 부디 무럭무럭 자라나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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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10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음식에 식물까지! 레삭매냐님은 진정 취미왕이십니다~!!

레삭매냐 2023-01-10 19:10   좋아요 1 | URL
고저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이죠 :>

길에 핀 씨앗들을 받아다가
심어서 꽃을 피우는 걸 보
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부디 잘 자라길.

chika 2023-01-10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튤립, 수선화 구근 받아서 그냥 흙에 묻어뒀는데 튤립은 다 녹아버리고 수선은 잎만 무성히 자라다가 끝내 꽃은 안피우고 그냥 져버렸어요. 구근뿌리는 한번 추웠다가 따뜻해지면 꽃을 피운다는데... 잘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레삭매냐 2023-01-10 19:11   좋아요 2 | URL
저도 작년에 수선화 튤립 꽃
피울 무렵에 사긴 했는데...

그 다음에 그만 다 죽어 버렸
답니다. 이번에는 아에 구근
에 도전 중인데 다섯 개 중에
한 두개는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chika 2023-01-10 20:47   좋아요 2 | URL
꽃사진 볼 날을 기대해보것슴다 ^^

그레이스 2023-01-12 00:01   좋아요 2 | URL
아직 1월밖에 안됐는데, 방치해놨던 화분에서 튤립 싹이 올라왔어요
꽃은 피울수 있을까 의심되지만 일단 지켜봅니다.
튤립구근은 한해밖에 못 산다던데...ㅠ
간혹 생명의 힘을 보여주기도 하네요

레삭매냐 2023-01-12 10:20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전 작년에 거의 꽃 필
무렵 튤립 샀다가 꽃을 멋지게 피우
고 장렬하게... 제가 아마 관리를 못
한 탓이지 싶습니다만.

자목련 2023-01-12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 님의 화분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저도 기대를 심어보아요^^

레삭매냐 2023-01-12 15:06   좋아요 0 | URL
저도 기대만빵이랍니다 -

부디 멋진 튤립이 피길
기대해 봅니다.
 

창비가 창피하다

 

오늘도 책쟁이는 출판계나 새로 나온 책들이 없나 하는 마음에 기사와 너튜브 세계를 넘실거린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하나 덥썩 문다. 옳다구나!

 

잠잠하던 창비가 또 한 건 올렸다는 소식이었다.

작년 가을에 출간 예정이던 장강명 씨의 산문집에서 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비평에 대해 창비가 옹호하고 궤변을 했다는 문장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창비스러운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문구 수정을 요구하자, 당연히 장 씨는 거부했다. 그렇지 이게 바로 글쓰는 작자들이 사회에 보여 주어야 하는 기개지. 그러자 한발짝 물러선 출판사는 원문 그래도 출간하겠다고 하다가 션하게 통수를 날린다.

 

출판사에서 책은 내되, 채널을 통해 홍보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거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조시대도 아니고 내새꾸를 내새꾸라 부르지 못하는 호부견자(?) , 이게 아니었지... 암튼 그런 주옥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빡친 장 씨는 출판 계약을 해지하고, 담당 편집자도 출판사를 뛰쳐 나갔다고 한다.

아 정말 창비한 출판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한 편집자 양반이 새로 차린 출판사 <유유히>에서 장 씨의 책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의기투합한 2인이 거대 메이저 출판사에 엿을 멕인 거다.

 

팟캐스트? 아니 너튜브? <YGJYP의 책걸상>이라는 채널에서 아마 이 사실을 밝힌 모양인데 연초 공사다망하고 지금 몰입한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 마당이라, 아직 본 프로를 들어보지 못해서 전말을 상세히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링크연결 : https://www.youtube.com/watch?v=47rT18YHtbs

 

그리고 보니 신 씨 표절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창비에서 향후에 무언가 자리를 만들어서 그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베스트셀러 작가의 표절사태에 대해 의논해 보자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연히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가고 또 슬그머니 컴백해서 재미 좀 보려다가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고(, 그래 책을 냈쪄? 나무야 미안해) 고저 공짜책에 영혼을 판 서평단들의 서평공세만 난무하다가 시원하게 말아 먹은 추억이 떠올랐다.

 

또 창비가 창비했구나.

 

[뱀다리] 그나저나 나는 장강명 씨의 책들은 잘 읽지 않는데...

뭐라고 대차게 깠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렇다면 일단 사서 읽고 다시 팔아먹어야 하나.

,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이 있었지. 이건 시간이 좀 걸리는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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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3-01-04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시 신경숙 작가의 발언이나 창비 쪽 사람들의 쉴드는..어처구니 없더군요..또 시작했다니..정치나 문단이나 윤리는 실종됐고 밥그릇 싸움은 똑같네요.

레삭매냐 2023-01-04 23:38   좋아요 1 | URL
거대 자본으로 변신한 출판사
가 창작을 검열 혹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
는 모습이 수상한 시절과 정교
합을 이루는 장면이 쉬르레알리
스틱~하네요 참말로.

Falstaff 2023-01-04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 겁나게 썼다가 다 지웠습니다. ㅎㅎㅎ
영숙아 잘 먹고 잘 살아라! 올해 환갑이지? ㅋㅋㅋ 정신 차려. 독자들은 환장한다.

레삭매냐 2023-01-04 23:39   좋아요 1 | URL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잊고 살았는데...

정말 환장할 노릇이네요.

독서괭 2023-01-04 1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그런 일이 있었군요!! ㅠㅠ

레삭매냐 2023-01-04 23:40   좋아요 0 | URL
참 거시키합니다.

바람돌이 2023-01-04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창비정도 되는 출판사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하는데.....
장강명 작가 책은 2월에 출간된다는군요. 막 궁금해지긴 합니다. ^^

레삭매냐 2023-01-05 00:00   좋아요 1 | URL
결국 무엇이든 권력화되면 피할
수 없는 남용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갱숙 씨 비판글은 이너넷
으로 볼 수 있다고 하니 찾아 봐
야겠습니다.

명랑걸우네 2023-01-04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라이~~창비 진짜 창피합니다~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도 아니고 신경숙 얻으려다 독자포함 수백.수천을 잃는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요...

레삭매냐 2023-01-04 23:48   좋아요 0 | URL
라떼 꼰대들의 종특은
예전 성공의 단맛을 잊지
못한다는 겁니다.

표절 사태가 터지기 전,
밀리언 셀러 표절가가
벌어다 주던 꿀맛에 젖어
결사 옹위하다가 리리코
나락이 되는 거죠.

기묘한 방식으로 컴백했
을 때, 손절하지 않고 결국
사단을 내는군요.

잠자냥 2023-01-04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을 왜 놓지를 못할까요? 라고 댓글 달다 보니 책 많이 읽는 분들이 모인 여기서는 신경숙 안 읽지만 저 바깥(?) 1년에 1권 읽을까말까한 한국 독서 시장에선 여전히 네임드인 작가군요…. 에라이.

레삭매냐 2023-01-04 23:56   좋아요 1 | URL
그짝에 있던 냥반들이
모두 공범이라 그랬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물고빨고 하던
비평가들이 자신들의 원
래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권위를 지키느라, 자기반성
이나 제대로 된 비판과 토의
없이 얼렁뚱땅 덮고 넘어 갔
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난리를 겪고도 네임드라...
진짜 네임드네요.

듀랜 듀랜이 부릅니다.

노아~ 노아~ 노터리어스 ~~~

Falstaff 2023-01-05 05:47   좋아요 2 | URL
돈이 되잖아요. 광화문 교보 앞에서 ˝난 신경숙 싫다!˝ 세 번 외치면 틀림없이 귀싸대기 한 방 얻어 맞습니다.
돈이 되기 때문에 작가에게 이렇게 저렇게 써달라, 여기까지는 이해를 하겠습니다. 어차피 막 가는 신자유주의 시장인데 뭘 더 바랍니까. 근데 표절범을 표절범이라고 얘기하지 말아달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아무리 ˝돈 되는 작가˝라고 해도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창비는 출판사도 아닙니다. 근데 안 읽을 수도 없고, 이렇게 저렇게 답답해요.
작년에 도서관 처음 간 날, 아빠한테 댕겨왔어를 대출하던 이가, 나 이거 읽는 사람이야, 하는 품으로 으쓱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ㅋㅋㅋㅋㅋ

얄븐독자 2023-01-05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장작가의 신작과 그 출판사를 알게 되어 기다려집니다 이런 출판사는 독자들이 힘을 실어주어야 할것 같네요
ㅊㅂ 책을 안보진 않지만 과거의 ㅊㅂ에 대한 이미지는 싸그리 지워버렸지요 ㅋ 그 사태때 되도안한 입장을 낸 미문을 잘 쓰는 비평가 양반의 신작은 여전히 잘 팔리는듯 싶은걸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레삭매냐 2023-01-05 09: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

어느 게시판에서 보니
창비의 원래 뜻인 비평도
못하게 하고 창작도 사라
졌다고 하대요.

이참에 출판사 이름도 바
꿔야 하지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모든 걸 잊는다고 생각하
나 봅니다. 예의 비평가의
모습은 밥그릇 지키기 위
한 비겁과 용렬의 표본이
라고 생각합니다.

새파랑 2023-01-05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창비에 저런 일이 있었군요. 저 창비세계문학 모으는거 좋아하는데 😅

표절은 정말 아닌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3-01-05 21:14   좋아요 1 | URL
아마 또 좋은 책이 나오면
사게 되겠지만...

실망스럽네요.
 
명량 : 일반판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김한민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황현필 작가의 <이순신의 바다>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국뽕을 배척한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협소한 내셔널리즘과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이순신의 바다>를 읽고 난 다음, 아무래도 <명량>을 봐야지 싶었다. 모두가 본다고 할 때 안보는 닝겡, 그게 바로 나다. 참고로 나는 아직도 <타이태닉>을 안보고 버티고 있다. <명량>9년 만에 보는 걸 보면 언젠간 또 보게 될 지도.

 

영화의 시작은 성웅 이순신이 원균의 모함에 가까운 장계를 받고, 자신을 1도 믿어주지 못하는 멍청이 임금 선조의 지시로 모든 관직을 삭탈당하고 한양으로 압송되어 고문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마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런 모욕을 당하면, 다시는 그 인간과 상대하지 않으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임진왜란 개전 이래, 조정으로부터 쌀 한 톨과 병사 한 명 지원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력갱생으로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왜군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둔 일선장수에게 이게 할 짓이란 말인가. 영화에 선조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지만, 결국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의 교지만 한 장 떨렁 나올 뿐.

 

정유재란이 발발하던 해, 칠천량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애지중지 기른 조선 수군이 일본군에게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하며서 지난 6년 동안 왜군이 넘볼 수 없었던 남해 바다가 그들의 수중에 들어가 버렸다. 아울러 육전에서도 남원성과 전주성이 차례로 떨어지면서 다시 한 번 임진년의 악몽이 재현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임진왜란에 참전한 다이묘들에게 약속한 조선 분봉 프로젝트가 사실상 나가리나면서 더 이상 조선 백성들을 상대로 한 선무공작을 포기하고 강경일변도로 나가기 시작했다. 무고한 조선 양민들을 학살하고 코와 귀를 베기 시작했다.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 초기에 등장하는 이순신의 차군관 배홍석과 휘하 무장들을 목을 베어 배에 실어 보내는 장면을 보라.

 

게다가 일본 수군은 이순신이 가까스로 수습한 12척의 판옥선들과 패잔병들이 집결한 해남수영을 위협하기 위해 50리 밖 어란진에 300여척이 넘는 대함대를 포진시켰다. 그야말로 국가존망의 위기가 다시 닥친 것이다. 숫적으로 열세라는 점을 잘 알고 있던 멍청이 임금 선조는 이순신의 수군에게 함대를 버리고 지상군에 합류하라는 교지, 왕명을 내린다.

 

이에 이순신은 신에게는 여전히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장계를 올린다. 이것은 명백한 군주에 대한 항명이었다. 조정에서는 왕명조차 거스르는 통제사에 비난이 들끓기 시작했다. 전쟁 내내 그랬지만, 중앙의 조정이 현장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저 전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문관들이 탁상공론만 해댈 뿐이었다.

 

이에 자신을 따라 종군한 이순신의 아들 이회는 아버지에게 모든 직을 버리고 낙향하자고 권한다. 그리고 군중을 휩쓰는 열패감과 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라는 말도 건넨다. 이미 임금에 대해 지방관이 올리는 망궐례조차 쌩깐 이순신은 전후 자신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전장에서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소설적 설정이겠지만, 장군은 충은 군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에게도 해당된다는 말로 아들을 설득한다. 조선이라는 성리학 이데올로기를 가장 중시하는 왕조국가 조선에서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성리학의 기초인 공맹사상의 기본이 되는 민본주의가 맞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적용 가능하지 않은 그런 판타지에 가까운 말이지 싶다.

 

한편, 자신에 앞서 간 전우들의 혼령이 찾아와 그에게 억울하다고 신원하는 장면은 정말 섬뜩했다. 기침하다가 각혈하는 장면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칠천량에서의 승리로 사기가 충천한 막강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장군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아니었나 싶다. 거제 현령 안위와 적전 도주한 배설을 비롯한 부하 장수들조차 장군에게 계속해서 후퇴해서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군은 한산에서 위용을 보여준 선봉에 세울 구선(거북선)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아무리 쪽수에서 열세라고 하지만, 선봉에서 왜선에게 충격을 가하고 등선육박전을 무용하게 만들 구선이야말로 치트키라고 판단한 게 아니었을까. 다만, 소수의 전선으로 300척이 넘는 왜군 함대에 저항하는 건 자살행위라고 판단한 배설 일당이 장군을 암습하고, 또다른 일당은 구선에 불을 지르면서 조성된 절체절명의 위기는 그야말로 절정으로 치닫는다.

 

1597917(음력), 울돌목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12척의 판옥선 함대와 해적단 구루시마 미치후사가 이끄는 133척의 선봉대(플러스 200여척) 사이에 결전이 벌어진다. 속도면에서 날렵한 일본의 주력선 세키부네에 비해 우리의 판옥선(평저선)의 속도를 비록 느렸지만, 적을 함포로 공격하기 위한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문제는 전장에서 이순신의 대장선만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왜적을 맞서 싸웠다는 것이다. 나머지 11척의 배들은 여차하면 튀려고 전투 초기의 열전은 관망만 하고 있었다.

 

왜군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차군관 배홍석의 아들 배수봉 역을 누가 맡았나 했더니 무려 박보검정색이었다. 이순신은 그에게 아버지의 의관을 내려 주고, 배수봉은 장군선에 타게 해달라는 청을 장군에게 올린다. 이에 장군은 격군이라면 탑승하게 해주겠다고 말하고 배수봉은 바로 승낙한다.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의 동력은 탑승한 격군들의 노질이었다. 무장과 병사들이 선상에서 함포를 쏘고 등선한 적군과 육박전을 벌였다면 배 아래의 격군들 역시 격전의 주인공들이었다. 그야말로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그리고 손에서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격하게 노를 저어댔다. 그렇게 구국의 대의 아래 나선 이름 없는 무명용사들에게 카메라 포커스를 맞춘 김한민 감독의 연출에 그만 주체할 수 없는 국뽕이 다시 차올랐다. 격군 예비대로 듬직한 체격의 승군들이 배치되어 있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은 왜군의 파상공격 앞에 만신창이가 된 이순신의 대장선이 거센 울돌목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찰나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백성들이 탄 포작선(?)으로부터 갈고리가 날아와 기울어지던 장군의 대장선을 소용돌이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죽을힘을 다해 거머쥔 밧줄 때문에 손아귀에서 피가 솟구쳐 올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인장부터 젊은이까지 한 마음으로 대장선을 구해낸 내러티브는 국뽕의 최고치였다. 이런 위대한 민중의 힘이야말로 이순신 불패 신화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투가 끝난 뒤, 격군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나누는 우리 후손들이 이런 걸 알랑가라는 장면 역시 최고였다.

 

다시 한 번 이순신의 두려움에 대한 사고가 빛을 발한다. 아군의 두려움을 역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하지만, 칠천량 전투 이전까지 왜적이 가진 불패의 조선 수군 그리고 이순신에 대한 두려움마저도 꿰뚫어 본 장군의 혜안을 주목하자. 이순신의 장군선 홀로 구루시마의 선봉대와 혈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왜 왜군 수군 사령관 도도 다카토라와 시즈카타케 칠본창의 일원이자 용인전투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조선군을 패주시킬 정도로 유능했던 와키자카 야스하루(조진웅 분)는 응원대를 파견하지 않았을까. 한산에서의 패배가 뇌리에 각인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본대가 주저하는 사이, 전세는 역전되고 울돌목의 물길마저 바뀌면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승기를 잡았다.

 

역사는 장군이 모든 조건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압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륙병진하려는 왜군 수군을 울돌목에서 저지했다고 증언한다. 전역에 참여한 모든 병사들이 최선을 다한 덕분이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조건들의 합이 이룬 천운이기도 했다. 명량대첩으로 왜군의 해상에서의 서진이 좌절되었고, 육지에서의 전황도 지지부진해지면서 남은 왜군들은 순천과 사천 그리고 울산 등지의 왜성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노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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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3-01-02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박보검정색

레삭매냐 2023-01-02 19:30   좋아요 2 | URL
모 개그맨의 개구를
따라해 보았습니다.

stella.K 2023-01-02 1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유, 이 정도 가지고 국뽕이라 하시면 허리우드는요…ㅋ
타이타닉을 아직…? 하긴 전 헤어질 결심을 아직도 못 봤습니다.
우리 탕 자매님께서 이 사실을 알면 섭섭해 하시겠죠? 🤣
박해일의 이순신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최민식은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베테랑이라 금방 빠져들었지만.
갠적으로 전 김명민의 이순신의 가장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레삭매냐 2023-01-02 19:31   좋아요 3 | URL
오오 국뽕보다 더 심한 게
미뽕이라지요 ㅋㅋ

탑건 보고 나서 젊은이들
이 USMC에 마구 입대했
다는 전언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헤어질 결
심>도 안 보고 뻐팅기는
중이네요.

Falstaff 2023-01-02 1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황현필....

레삭매냐 2023-01-02 19:32   좋아요 2 | URL
황현필 ㅋㅋㅋ

mini74 2023-01-03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양화덕에 명량 배경이 된 곳에 사람이 엄청 몰렸다고 하던데요. 그러고보면 옛날 500원 지폐는 이순신장군이랑 거북선이었는데. 왜 학에게 밀린걸까요. 학익진의 그 학인가 싶다가도 ㅎㅎ

레삭매냐 2023-01-03 17:58   좋아요 1 | URL
오오 그랬군요.
영화나 도라마가 힛트치면
그 지역에 가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즁생들이
참 많은가 봅니다. 저는 당
최 그런 고랑은 거리가 있
는 닝겡이라서요.

맞삽니다. 예전에 500원
짜리 지폐가 있었지요.
고 지폐가 참 귀한 녀석
이었지요. 소생이 어렸을 적
에 짜장면 한 사발 먹으려
면 고 지폐를 지불해야 했
습죠.

서곡 2023-01-04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못미 배설장군입니다~ 아무리 허구라도요 좀 너무합니다

레삭매냐 2023-01-04 16:26   좋아요 1 | URL
영화에서는 허구적 설정이지만
실록을 보면(선조수정실록 31권
선조 30년 7월 1일), 배설은 칠천
량 해전 당시 아군을 버리고 한산
도로 도주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초기에도 왜적을 요격
하라는 의병장에 항명하고, 칠천
량 전투 후에는 신병 치료를 핑
계로 탈영해 전국에 체포령이 떨
어졌지요.

전쟁 후에 권율에게 체포되어
서울에서 참형되었습니다.

서곡 2023-01-04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습니까 제가 자세한 건 잘 모르고 배설장군 후손들이 항의했다는 부분만 꽂혔나 보네요 ㅎ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레삭매냐 2023-01-04 17:33   좋아요 1 | URL
저도 배설 장군의 죽음이
사실과 다르게 영화에서
묘사되었다는 것만 들었지
실체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가 오늘 조선왕조실록
기사들을 찾아 보고 알게
되었네요. 저야말로 감사
합니다, 서곡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