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쇼트리스트가 발표되었다. 그 정보는 인별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여튼 정보 하나는 빠르다.

 

롱리스트 12권 중에서 절반이 떨어져 나가고 이제 6권이 남은 모양이다. 이 중에서 한 권이 대망의 수상작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 소개된 작가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리아나 엔리케스와 프랑스 소설가 에리크 뷔야르 뿐이다. 후자는 그나마 공쿠르상 수상빨로 국내에 소개된 것 같다. 국내에는 두 권의 책이 소개되었는데 그 책들은 모두 읽었다. 서사가 너무 짧고 아예 모르는 부분들이 아니라 좀 아쉬운 느낌이었다. <콩키스타도르><콩고>도 읽고 싶다. 이번에 노미네이션이 된 작품은 2019년에 발표된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이다.

 

 

영어로 된 번역서를 찾아보니 달랑 80쪽이다. 왜 너튜브 리뷰어들이 책이 짧아서 아쉽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종교개혁 당시 천상에서의 평등이 아닌 현세에서의 평등을 주장한 토마스 뮌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리뷰를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열린책들은 이 책의 분량도 적은데 신속하게 번역해서 내야 하는 게 아닐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기존에 나온 책의 저자 소개에 책 제목이 나온 걸 보면 아마도 판권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데 말이다.

 

 

쇼트리스트에 오른 6권의 책 중에서 나의 우선 픽은 프랑스 작가 다비드 디옵이 2018년 발표한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영어제목 At Night All Blood Is Black)>. 디옵은 1966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세네갈에서 자랐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 반대가 아니었던가. 그의 책 중에서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된 책이기도 하다. 디옵은 대학에서 예술과 언어 부서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전문 분야는 18세기 프랑스 문학과 17세기 아프리카 연구라고 한다.

 


 

불어를 할 줄 알면, 저자가 출연한 프랑스 대담 프로그램을 좀 들어 보겠는데 아쉽다. 좀 들어 보니 어느 외계어 같다는 생각만 든다. 놀라운 건, 프랑스에 저자가 직접 출연해서 자신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예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닌가. 과거에 있었다면 나의 무지의 소산이고.

 

 

1914년 그레이트 워라고 불린 1차 세계대전에 230만 명에 달하는 프랑스와 영국 아프리카 식민지 출신 병사들이 참전했다. 그 중에서도 세네갈 출신 병사들은 유럽 전선에서 프랑스로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빌헴름 카이저의 독일군과 맞서 싸웠다. 히틀러 시대에 만연한 인종주의 정도는 아니었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프랑스 식민지 병사들을 두고 라인 강의 검은 공포라는 말로 선전을 해댔다. 나중에 참전하게 되는 미국도 40만 명 정도의 흑인 병사들을 동원했는데, 비슷한 시기 미국 남부에서는 짐 크로우 법으로 수많은 흑인들이 차별당하고, 인종주의자들에게 희생되고 있었다.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는 굉장히 어두운 색채의 전쟁 소설이다. 주인공이자 화자는 알파 엔디아예(발음은 내 마음대로 정해봤다, 나중에 번역이 되면 달라질 수도 쿨럭). 소설은 피와 살이 튀는 전장에서 내던져진 알파의 내적 고백으로 시작한다. 형제 이상이었던 전우 마뎀바 디옵이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내장이 튀어 나와 죽어 간다. 마뎀바는 알파에게 세 번이나 자신의 고통을 끝내 달라고 간청한다. 더 이상의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마뎀바는 알파에게 자신의 목을 그어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마치 번제물로 받쳐진 희생양처럼 말이다. 전장에서 자신은 인간이 아니었노라고, 알파는 고백한다.

 

알파의 후회가 이어진다. 마뎀바가 처음 부탁했을 때 그의 청을 들어주었어야 했다고. 나의 브라더가 산 채로 하이에나에게 잡아먹히던 늙고 외로운 사자처럼 죽게 만들지 말고, 그의 고통을 자신이 끝냈어야 했다고. 이보다 더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을까. 친구의 시신을 소중하게 자신의 코트와 셔츠로 단단하게 감싼 알파는 참호로 되돌아간다. 죽어가는 친구의 마지막 요청을 들어주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마뎀바에게 용서를 구하며.

 

참호에서 병사들의 두목인 아르망 대위는 독일놈들이 검은 아프리카의 쇼콜라 병사들을 야만적인 니그로, 식인종 그리고 줄루로 생각하고 두려워한다고 사기를 북돋는다. 그가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백인 프랑스 병사들 역시 쇼콜라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르망은 또 쇼콜라들에게 사기를 친다. 프랑스가 그들을 존경한다고. 훗날 식민지를 모두 잃은 프랑스는 세계대전에서 한때 그들의 조국이었던 프랑스를 위해 싸운 알제리 출신 병사들에게 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백인 제국주의자들의 허위와 위선은 그렇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소설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그렇게 친구를 잃은 알파는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며 복수심에 불타 폭주하기 시작한다. 독일군 진지로 넘어가 마체테로 적군을 죽이고 그들의 손을 잘라 오는 패기를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동료 병사들은 그야말로 용감무쌍하다며 칭송하지만,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알파의 영혼을 살인이 계속될수록 피폐해져 갈 뿐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나라 세네갈이 아니라, 자국을 수탈하고 억압하는 식민 모국 프랑스의 용병이 아니었던가. 도대체 그들이 그레이트 워라고 불리는 유럽 대륙에서의 패권 경쟁이 평생 자신의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던 알파와 마뎀바 같은 시골 청년들에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동료들은 그를 영웅이라고 칭송하지만, 알파가 네 번째 손을 가져오자 그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동료 쇼콜라 병사들은 전쟁의 광기에 물든 알파를 디몬 혹은 소서러라고 부른다.

 

영어 번역서로 160쪽 정도 되는 다비드 디옵의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는 그의 두 번째 소설이다. 첫 소설인 <1889, l'Attraction universelle>2012년에 발표됐다.

 

다음에는 에리크 뷔야르의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에 대해 디비 보자.

 

 

오늘의 점심 메뉴, 존슨네 고기국수.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유부만두 2021-05-14 10:2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멋진 소식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세상엔 작가와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고 많아서... 장수해야해요;;;; (홍삼을 마시며)

레삭매냐 2021-05-14 11:38   좋아요 3 | URL
도무지 스토리텔링의 세계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
나기 위해서라도 부디 장수만세!!!

잠자냥 2021-05-14 1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정보 빠르셔~ ㅎㅎ

레삭매냐 2021-05-14 11:39   좋아요 3 | URL
인별그램을 겟하고
여기저기서 퍼온 정보로
다가 구성해 봤습니다.

아마존 킨들 맛보기로 소설
서두를 본 것은 안 비밀입네다.

미미 2021-05-14 1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핫한 뉴스를 실어다 주셨습니다.ㅋㅋ👍<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빨리 번역되면 좋겠네요!!!전쟁때 귀,코...저런 기념물?들 많이 챙겼다는데 죽음에 대한 공포도 한몫했을것 같아요. 으..

레삭매냐 2021-05-14 11:40   좋아요 3 | URL
급한 마음에, 아마존에서 제공
하는 맛보기를 조금 읽었는데
정말...

해외 너튜버들이 작년에 읽은
최고의 책 중의 하나로 꼽는
이유가 있었네요 기래.

페넬로페 2021-05-14 1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신선하고 핫한 뉴스~~
감사합니다^^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
넘 기대되는 작품이예요

레삭매냐 2021-05-14 13:37   좋아요 3 | URL
이 책이 얼렁 번역이 돼서
출간되었으면 바램입니다.

분량도 적으니 속히 -

새파랑 2021-05-14 13: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정보력이네요. 전 항상 정보만 얻어가는데 ㅎㅎ 저기에 있는 작가는 아무도 모른다는데 반성합니다 ㅜ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1-05-14 13:38   좋아요 4 | URL
저도 에리크 뷔야르 외에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그런 작가들이랍
니다.

아,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들어는
보았군요.

세계문학은 정말 파고들수록 대단
하다는 느낌입니다.

바람돌이 2021-05-14 14: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고급정보를 알려주시다니요. 레삭매냐님 항상 감사!!!
저는 맨부커상 수상작들은 거의 다 좋더라구요. 올해도 설레면서 기다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05-14 16:14   좋아요 1 | URL
올해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이 어느 작가에게 돌아가게
될 지 궁금합니다.

다음달 6월 21일 발표네요.

coolcat329 2021-05-14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님 이런 정보 늘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

레삭매냐 2021-05-14 16:15   좋아요 2 | URL
부족한 정보가 도움이 되셨
다니 다행입니다.

mini74 2021-05-14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디비보자. 너무 좋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5-15 08:23   좋아요 0 | URL
에리크 뷔야르의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
위해서 토마스 뮌처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잘 디비~보도록 하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5-14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정보력 갑!!
지금 번역이 안 된 작품이라도 상 받으면 바로 번역되어 나오겠죠?
올해도 완전 기대!! 행복한 기다림 주셔서 감사해용~ 언제 상 받는지는 몰랐어요~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5-15 08:25   좋아요 1 | URL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상 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마이클
온다치의 <워라잇>이 여적 뭉개
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밤에 모든 피는 검은색이다>는
분량이 적어서 번역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외전인 인터내셔널은 봄이고,
본상은 가을에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니 분주한 하루였다. 지금은 SealCrazy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듣고 있다. 기타 사운드가 정말 죽인다.

 

어제는 퇴근하고 집 근처의 타잔목물공방으로 젓가락을 만들러 갔었다. 달궁 오프라인 모임이 스탑된 이래, 이런 모임은 아마 처음이지 싶다. 그것은 하나의 자극이자, 즐거움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녀석들을 만들고 싶다규!!!)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그렇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그런 존재인가 보다.

 

처음으로 도전한 나의 젓가락 깎기는 나의 예상처럼 그렇게 멋들어지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난 만족했다. 명상음악을 들으며, 나무를 깎는 동안 그야말로 무념무상이었다. 그러다 나무를 너무 많이 깎아 낭패를 보기도 했다. 우드카빙의 단점 중의 하나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거였다. 우리가 인생에서 하는 어떤 결정들처럼 말이다. 좀 거창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점에서 우드카빙은 우리네 인생의... 뭐 알아서 해석하시라.

 

타잔목물공방의 두목님은 두 시간을 예상하셨지만, 두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네. 집에 와서는 주차 자리가 없어서 고생했다. C'est la vie.

 

간만에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전리품으로 얻어온 보성녹차 막걸리는 참 맛있었다. 아 배불르다. 이제 자야지 아디오스.



이 두 권의 책들은 어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냥해 온 녀석들이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우루과이의 양심 에두

아르도 갈레아노 작가는 지난 2015년에 천국

으로 가셨다고 한다. 미처 몰랐다, R.I.P.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파랑 2021-05-12 0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젓가락 우드카빙 재미있을거 같아요. 그곳에서 인생의 배움을 느끼시기 까지~! (알라딘 우주점은 사냥터죠. 완전 좋음^^)

레삭매냐 2021-05-12 10:19   좋아요 3 | URL
젓가락 깎기는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더라구요.

젓가락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하셨는데 말이죠 ㅋㅋ

어제 업어온 녀석들은 컨디션이
상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영 꽝
이었습니다 에잉~ 퀄리티 판정
을 우짜 하는 것인지.

바람돌이 2021-05-12 09: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렇게 공을 들여서 젓가락을 만들면 그걸로는 절대 밥도 못먹고 반찬도 못먹고 그냥 장식용으로 둬야 할 거 같은데요. ^^ 나무를 깎아서 모양을 만들어 내는 과정 재밌을 듯하네요. 거의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듯요. ^^

레삭매냐 2021-05-12 09:42   좋아요 3 | URL
제가 한 젓가락 셋트가 다른
동지들의 그것 중에서 가장
후졌다는 건 안 비밀입네다.

두목님의 말쌈 대로 나무탓
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나중에 라면 먹을 때 잘
이용하는 것으로 ㅋㅋㅋ

미미 2021-05-12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젓가락 모양이 좋은데요?^^ (써보기만 한 사람) 문진도 보이는데 깎다 만 듯한 느낌이 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ㅋㅋ

레삭매냐 2021-05-12 09:52   좋아요 3 | URL
우왓, 네모진 모양의 무엇인가가
문진이었군요. 기록을 위해 기계적
으로 셔터를 누르다 보니 피사체가
뭔지도 몰랐네요 ㅋㅋㅋ

대충 깎은 것 같은데 엣지가 솟구쳐
오르는 것 같습니다. 저 정도는 저도
할 수... 쿨럭.

blanca 2021-05-12 10: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젓가락이라니. 근사합니다. ^^ <시간의 목소리>는 소설인가요?

레삭매냐 2021-05-12 10:13   좋아요 3 | URL
젓가락 우습게 봤다가 어제
된통 고생했답니다.

칼 다루기가 정말 조심스러
라구요. 아이들은 1/3 정도
가 다쳤다고 하더군요.

<시간의 목소리>는 333개
의 짧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
이집입니다.

페넬로페 2021-05-12 1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무를 깎아 뭔가를 만든다는게 쉽지 않을것 같은데~~
젓가락을 매끈하게 잘 만드신것 같아요^^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을 차단하고 사는것 같아 아쉬워요**

레삭매냐 2021-05-12 13:54   좋아요 1 | URL
저의 첫 시도는 무지 허접했답니다.

갈수록 균형감 있게 깎는 데 그만
실패했습니다. 삐뚤빼뚤 ㅋㅋㅋ
결 따라 깎기,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피엔스들은 고저 모여서 털고
그래야 제 맛이지효. 저희 달궁 두목
님께서 저의 저세상 드립이 그리우시
답니다.

coolcat329 2021-05-12 1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다음 도전 작품은 무엇인가요? 요리도구들 만들면 음식할때마다 뿌듯할거같아요.

레삭매냐 2021-05-12 13:59   좋아요 1 | URL
일단 도마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클라스 참가비가 7만원빵이었습니다.
디자인도 마음 대로 할 수가 있구요.

저는 찻잔을 추천했습니다. 숟가락
만들기가 생각보다 재밌다고 하시네요.

후보작으로는 버터 나이프도 뒤집개
도 있었습니다.

mini74 2021-05-12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젓가락은 도저히 못 쓸거 같아요 아까워서. ㅎ 저는 가끔 심난할땐 연필을 깎습니다. 그럼 아침에 아이가 짜증냈지요. 누가 연필 이렇게 못생기게 깎았냐고 ㅎㅎㅎ

레삭매냐 2021-05-12 15:41   좋아요 1 | URL
전 균일하게 깎는 건 아닌가봐요...
연필은 스테들러 연필깎기로 깎는
답니다. 균일하게 깎기에는 아무래
도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이 ㅋㅋㅋ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12 14: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 손은 생각도 못할 큰 일입니다 ㅠ 북플 통해서 매냐님 작품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요~ 젓가락 너무 예쁩니다 👏

레삭매냐 2021-05-13 09:12   좋아요 0 | URL
원타임 이벤트라 계속해서 유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평일에
시간 내기도 쉽지가 않네요.

부끄러운 조각 좋게 봐주셔서 감
사합니다.
 


 

어제 그전에 보다만 영화 <화이트 타이거>를 마저 봤다.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엔딩타이틀을 보니 a film by 어쩌구 하는 걸 보면서 이게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구나 싶었다. 그래서 타이틀도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로 정정했다.

 

여기는 다시 델리다. 오늘 아침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스러운 샘의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읽었는데, 배우는 게 많다. 소설가가 될 걸 아니지만, 소설 소비자로서 무언가 영업 비밀을 하나 깨우친 느낌이랄까. 영화의 화자 발람 할와이에게 드디어 위기가 닥친다.

 

핑키 마담의 벌쓰데이에 술에 잔뜩 취한 마담이 마하라자 분장을 한 발람 대신 굳이 운전을 하겠다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달을 낸 것이다. 여러분, 절대 음주운전은 하지 마시라! 새벽 두시 경에 노상에 있던 어린아이를 친 것이다. 소위 미국에서 교육받았다는(심지어 핑키 마담은 박사님이시다!) 이들이 정당한 사고 수습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꼼수를 쓴다. 그러니까 뺑소니를 친 것이다. 물론 충성스러운 하인 발람은 앰뷸런스나 경찰을 부르자는 주인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고 수습에 나선다.

 

뭐 거기까지는 좋다. 소식을 들은 고향 락사만다르의 황새 아저씨와 장남 무케시/몽구스가 델리로 상경한다. 그리고 느닷없이 그동안 막대하던 발람에게 친근 모드를 시전한다. 굳이 발람이 끊었다는 맛있는 빤까지 제공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자술서를 하나 들이미는데, 그건 바로 뺑소니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조작된 자술서였다. 락사만다르의 가족들에게는 모두 말을 잘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등등 변호사를 동반한 황새 패밀리의 회유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마스터들에게 그렇게 헌신적으로 충성을 다했는데, 자신은 이제 교통사고를 저지른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갇히고, 전과자가 될 판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 막바지로 몰린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발람 할와이의 고뇌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예의 교통사고가 소리 소문 없이 무마되자 동생이라고 부르며 그렇게 친근하게 굴던 마스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로 다시 차가운 주인 모드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이런 마스터들의 행위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닐 것이다. 황새 아저씨의 이율배반적 행동에 진저리가 난 핑키 마담은 개판(shit)이라고 외치며 시아버지와 아주버님과 대판 싸운다. 그리고 자고 있는 발람을 깨워 뉴욕으로 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 좋은 NRI(Non-resident Indians) 아쇽은 발람을 구타한다. 이거 정말 사람 미치게 만드는구만 그래. 한 번 마스터는 마스터일 뿐이다. 아무리 포장을 한다고 해도, 마스터의 DNA는 바뀌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발람은 힌디 무비의 전형적이라는 어떤 서사를 완성하고, 미스터 아쇽이 노래 부르던 뱅갈로르로 가서 시작한 사업이 대성공을 거둔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에는 현대 인도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대부분의 인도 문학이 다루는 카스트 제도는 오히려 심각한 빈부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죽했으면 발람이 수탉장(the rooster coop)이 인도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말을 했을까. 법률적으로는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고질적 카스트 제도에 의한 차별은 인도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소이다. 그렇다고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위 카스트에서 순순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가 없겠지.

 

대놓고 농민들을 착취하는 지주 계급에 돈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무자비하게 정치 헌금의 상납을 요구하는 이가 위대한 사회주의자의 수하라는 점이 역설적일 뿐이다. 잘못 베팅했다가 낭패를 본 아쇽 일가가 위대한 사회주의자 양반을 만나 100만 루피 제공의사를 전달했더니만, 네 배로 뻥튀기해서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정치권에서 작금의 최악으로 치닫는 코로나 사태의 해결을 바라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그들은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1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황새로 대표되는 지주 계급은 하인들의 가족들을 볼모로 삼아 수탉장을 공고하게 만든다. 집안의 어르신이자 절대반지를 휘두르는 쿠숨은 발람에게 색시를 보내, 닭장에 가둘 생각만 한다. 미스터 아쇽은 발람의 대체(replacement) 운전사를 찾기 시작한다. 자신들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발람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델리에서 그를 시골쥐라고 부르는 하숙집 아저씨(으응?)는 해고는 죽음보다 무서우며, 종착지는 판잣집이나 노숙자 신세라는 말에 발람은 대오각성하기에 이른다.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그를 괴롭히는 가운데 시장에서 만난 걸인 할머니는 집요하게 발람에게 적선을 요구한다. 우와,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하고 팔짝 뛸 일이다. 내 문제도 감당이 안 되는데, 거지까지!!! 막판에 몰린 발람은 그야말로 버럭쟁이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도 못했던 일을 결행에 나서게 되는 거지.

 

발람은 자신이 뭔 짓을 했을 때의 후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원래 락사만다르에서 보내온 조카 다람을 두고 혼자 튀려고 했으나, 그의 불쌍한 운명 때문인지 어쩐지 다람을 데리고 뱅갈로르로 튄다. 쿠숨 할머니의 편지 한 장을 들고 달랑 상경한 다람에게 다짜고짜 손찌검을 하는 못난 삼촌. 에라이! 그는 뱅갈로르에서 북부 인도의 어느 마을에서 일가족 17명이 몰살되었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된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이미 결행 이전의 판타지로 처리된 영상으로 시청자는 잘 알고 있다. 지주들이 파견한 청부업자들은 일가족을 소총까지 동원해서 처리한다. 너무 잔인한 장면들을 무음으로 처리해서 희화화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영화는 소설의 풍부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발람 역을 맡은 아르다시 구라브는 고뇌하는 영혼을 지닌 청년 역을 충실하게 완수했다. 그의 프로필을 뒤져 보니 거의 인도판 아이돌급의 스타였다. 소설에서 발람이 쇠파이프를 시멘트 덩어리에 내리치며 울분을 토로하던 장면이 있었나? 비굴하게 마스터들의 비위를 맞춰 가며 요리사, 발마사지사 그리고 운전사를 오가며 결국에는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하게 되는 팔색조 같은 연기를 펼친다. 미스터 아쇽 역의 라지쿠마르 라오 역시 NRI 지식인이면서도 결국에는 미국에서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조국에 남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게 결국 자신의 파국을 가져 오긴 했지만. 핑키 마담 역의 프리앙카 초프라는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건지. NYC 출신 박사님답게 거의 네이티브 뺨치는 실력의 영어를 구사한다. 결국 다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야반도주하는 장면으로 영화에서 아웃.

 

영화 <화이트 타이거>에는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노래와 춤이 1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도 놀랍지 않은가. 모든 발리우드 영화의 공식 같은 흥겨운 노래와 춤이 등장하지 않는다니 말이다. 영화를 딱 절반으로 갈라 전반부가 빛의 인도를 다뤘다면, 나머지 절반은 어둠의 인도를 그리고 있다. 소설도 만족이었지만, 넷플릭스 영화도 상당한 수작이었다.

 

됐고, 아라빈드 아디가의 다른 책들이 어서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사들일 텐데. 그리고 좀 더 심각한 차원에서 인도 사회를 그린 로힌턴 미스트리의 <적절한 균형> 같은 작품들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너무 방대해서 그게 과연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영화가 하는 일이 아니었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oolcat329 2021-05-07 1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밤 3분의 2까지 봤어요. 책 속의 문장들 그대로 많이 나오더라구요. 이 영화 추천할수 있는 점이 발리우드 영화 특징인 그 춤과 노래가 안나오는거죠! ㅎㅎ

이 책 읽고 미스트리의 <적절한균형>을 집어들기까진 했는데 , 너무 무거워서 다시 꽂아두었네요. 😅


레삭매냐 2021-05-07 13:08   좋아요 6 | URL
인도 관련 독서가 일천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만난 인도를 다룬
책 중에서 단연 로힌턴 미스트리
의 <적절한 균형>이 최고라고
말씀드리겄습니다.

버겁긴 하지만 완독하시고 나면
정말 뿌듯하시리라고 믿슙니다.

저도 어젯밤에 <화이트 타이거>
좀만 보고 자려다가 결국 엔딩
까지 달리게 되었더라는.

새파랑 2021-05-07 1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세는 인도 ㅎㅎ 재미있을거 같아요 ㅋ 저도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13:09   좋아요 4 | URL
인도 출신 작가들의 영어 쓰기
능력이 출중하야, 세계화에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한 것
같습니다.

인도 작가들이 좀 더 많이 소개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램입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1-05-07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발리우드 영화를 제대로 본 건 없지만, 춤과 노래 화려한 의상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던데 <화이트 타이거>는 보다 사회비판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인가요?
˝수탉장(the rooster coop)이 인도 최고의 발명품˝ 읽고도 바로 감이 오지는 않았어요. 실리콘벨리에서 대체육으로 주가를 올리는 분이 인도의 닭장을 보고 깨달으을 얻었다고 했던 에피소드는 얼핏 떠오르지만 그런 의미는 아닌듯^^;; 저도 더 찾으며 덕분에 공부해보아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15:55   좋아요 2 | URL
dark side of India
라고나 할까요?

발리우드가 춤과 노래로 인도의 비참한
현실을 감추었다면, <화이트 타이거>
는 날것 그대로의 인도를 생생하게 전
달합니다.

아, 주인공 발람이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바지를 내리고 길똥을 시전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웃기면서도 참 슬프더라는.

‘수탉장‘은 영화나 책을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답니다. 더 디테일하게 까면
스포일러로 욕을 먹을 수가 있어서...
 


 

작년에 읽은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가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 이런 건 구해서 바로 봐야 해!

 

요즘 에드거 모건 포스터 선생의 <인도로 가는 길>을 열심히 읽고 있어서 그런지 드라마로 만들어진 <화이트 타이거>가 왜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포스터 선생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인도로 가는 길>을 두 달 전부터 틈틈이 시큰둥한 마음으로 읽고 있는데, 드디어 사건이 최고점에 달하면서 너무 재밌어져 버렸다. 아니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 그래. 식민 종주국 영국의 젠체하는 모습에 참 밥맛이 없었는데 정말 온갖 쑈를 해가면서 마하바르 동굴을 구경시켜 주겠다는 선의로 출발한 여정이 억울하게 아델라 퀘스티드 양을 추행했다는 누명을 쓴 닥터 아지즈, 나라면 정말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뛸 판이었다. 암튼 그 사연에 얽힌 위선적인 영국인들과 자신들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그들에게 대항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이 완전 꿀잼이다.

 

다시 드라마 <화이트 타이거>로 돌아와서 주인공 발람 할와이는 뱅갈로르에서 아웃소싱 회사를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런데 그는 현재 지명수배 중이다. 자신의 주인이었던 미스터 아쇽을 살해한 혐의로. 뜨앗!

 

첫 장면이 요즘 하루에 30만 명 이상의 코로나 환자들이 발생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인도의 수도 델리에 있는 간디 선생의 조각상이다. 어때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과자쟁이 카스트에 속한 발람은 학교에서 빼어난 영어 실력을 보여주며 대성할 기미를 보여준다. 그렇다, 인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 스펙이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나중에 미국 유학파 미스터 아쇽이나 핑키 마담이 하는 영어는 정말 유창하게 들린다.

 

참 드라마의 초반은 인도의 밝은 빛을 조망해 준다. 난 아직 어두운 사이트까지는 못 보았다. 오늘 밤에 마저 볼 생각이다. 발람은 수탉장(the rooster coop)이야말로 수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가 창조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카스트라는 해괴망측한 계급 제도로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위계질서를 만들고, 그 안에 사람들을 가두는 것이다. 게다가 인디언 패밀리라는 시스템은 절대로 아래 계급의 사람들이 상층부 계급에게 반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 같은 시스템이다. 만약 계급 간의 하극상이 발생한다면, 지주들은 무력을 동원해서 가족을 몰살시키는 보복에 나선다.

 

드라마에서는 뒤로 손이 묶인 발람이 총살당하는 장면이 상상컷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때부터 비극이 잉태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할와이 패밀리의 지주이신 할머니는 어쨌든 발람의 등교를 막고 찻집에서 형 키샨처럼 일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 때부터 발람은 수탉장에 갇혀 가족들을 위한 돈벌이에 나서야했다. 그런데 현재의 사업가 모습과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 발람은 수탉장에서 평생 살다가 릭샤 운전사였던 아버지처럼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한다.

 

, 그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강가에서 화장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이야말로 초반의 밝은 인도를 상징하는 가장 강렬한 시퀀스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례를 맡은 이들이 화장을 위한 장작을 쌓고, 아버지의 발이 뜨거운 불길에 사그러드는 장면은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 견주어 볼 때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놀라울 지경이었다. 심지어 카메라는 상당히 많이 보여준다.

 

발람은 족장에 해당하는 할머니에게 300루피를 뜯어 운전 강습을 받고 고향 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주 황새의 세컨드 운전사로 채용되기에 이른다. 역시 배운 사람은 다르다고 미국유학파 미스터 아쇽은 발람에게 나름대로 인간적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의 형인 몽구스는 회초리로 가혹하게 발람을 체벌하고 폭언을 일삼는다. 하인들은 주인들에게 기어 오르지 못하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사회의 재화를 움켜잡은 이들의 천박한 주인근성의 발현이라고 해야 할까.

 

, 할 말이 많은데 벌써 밥시간이 되었부렀다. 일단 밥부터 먹고 나서 나머지는 다시...

아일 비 백.


=======================================================================================


사악한 과자쟁이 발람은 자신의 선임자가 황새 아저씨가 그렇게 싫어하는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선임자를 짤리게 만들고 결국 자신이 그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어쩌면 이 지점이 발람이 빛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그런 계기가 된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가난한 인도 농민들을 착취하는 수탈의 알레고리의 하부의 우두머리 격인 황새 아저씨의 집에서 선거 벽보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위대한 사회주의자주 총리 아줌마를 만난다.

 

문제는 주 총리 아줌마가 노골적으로 황새 아저씨에게 뇌물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황새 아저씨가 뇌물 200만 루피가 너무 많다고 하니, 주 총리 아줌마는 격분해서 대번에 250만 루피를 내놓으라고 횡포를 부린다. 먹고 먹히는 정글 같은 인도 사회의 분위기를 이 장면에서 여실하게 볼 수가 있었다. 학교 선생님의 예언 대로 발람은 어쩔 수 없이 정글에서 살아 남기 위해 화이트 타이거로 변신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황새 아저씨는 보다 큰 권력에게 뇌물을 쓰기로 결정하고 몽구스와 미스터 아쇽을 델리에 파견한다. 물론 운전사는 이제 소위 큰물에서 놀게 될 발람이다. 미스터 아쇽과 핑키 마담은 계속해서 발람의 영혼을 자극한다. 더 이상 하인으로 삶에 집착하지 말고, 객체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주문인 것이다. 그런 자극이 어떤 후과를 가져오게 될 지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보기로 하자.

 

핑키 마담에게 사타구니를 긁고 빤을 빨며, 지저분한 옷차림이라는 고유의 악습을 지적받은 발람은 드디어 각성에 나선다. 왜 자신의 아버지는 사타구니 긁는 게 나쁜 습관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을까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당장 시장에 나가 치약을 가서 그야말로 이빨에 피가 나도록 시원하게 양치질을 시전하기도 한다. 핑키 마담이 발람의 생활습관을 지적했다면, 미스터 아쇽은 미래의 사업가 발람에게 미래 인도에서 유망한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었다.

 

여기까지가 빛의 인도에 살던 발람 할와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핑키 마담의 생일 파티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점으로 발람은 어둠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잠자냥 2021-05-06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도로 가는 길> 저는 포스터 작품 중에 가장 재미없을 거 같기도 하고, 그 관점에도 동의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아직 안 읽은 책인데, 재미지단 말씀이군요?! 조만간 읽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6 13:49   좋아요 3 | URL
포스터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인지라
다른 책과 비교를 해볼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저냥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더군요.
고전이 괜히 고전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구해 놓은 영화도
볼 계획입니다. 아 그전에 먼저 <화이
트 타이거>부터 보구 나서요.

미미 2021-05-06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기존 인도 영화에다 넷플에서 새로 제작한 작품까지! 리뷰 읽어보니 두 작품 다 흥미진진해요!

레삭매냐 2021-05-06 13:51   좋아요 2 | URL
소설도 흥미진진했었는데,
드라마도 잘 만든 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의 인도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2018년부터 각색 작업을 해서
그런지 제법 완성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coolcat329 2021-05-06 1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반정도 보셨군요. 저는 초반 조금 봤습니다.ㅎㅎ
저는 앞으로 조니워커 블랙 보면 이 소설의 그 잊을 수 없는 장면 떠오를거같아요. 마침 집에 있는데 조만간 마셔야겠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5-06 13:52   좋아요 2 | URL
크하~ 오래전 인삼 뿌리에
꿀을 찍어 먹던 조워블의
추억이란 ... ...

영화 보기 전에 제가 썼던
리뷰를 다시 보기도 했답니다 :>

어제 밤에 보기 시작해서 그냥
달렸다가는 오늘 아침에 출근
하지 못할까봐서리... 아 참 보
면서 산 미구엘 비루 하나 깐 건
안비밀입니다.

바람돌이 2021-05-07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적에 영화 인도로 가는길을 참 힘겹게 봤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ㅠ.ㅠ

레삭매냐 2021-05-07 09:20   좋아요 0 | URL
소설도 초반에는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거작 전문인 데이빗 린이
<라이언의 딸> 이후 무려 14년
만에 만든 영화라고 하네요...

러닝타임이 아주 ㅎㄷㄷ입니다.
 



일단 허탈하네요.


국내 굴지의 IT 컴퍼니라는 네이것에서 이달부터 보름 동안 일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면 치킨 한 마리값에 상당하는 비용을 준다고 현혹해서 숱한 유저들을 꾄 이벵을 개시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로 파닥파닥 꿰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공짜 치킨이 먹고 싶었어요 아니면 책이라도 한 권... 인정합니다. 그래서 암것도 모르고 오늘까지도 부지런히 썼지요. 버뜨... 오늘 친절하신 이웃님이 예의 이벵은 어제부로 종료되었노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

 

이벵 종료의 이유는 치킨값을 벌어 보겠다는 어뷰징과 복붙이 너무 많아서 조기에 종료하게 되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닌 그럴 거면, 조건을 좀 더 빡시게 걸 것이지 달랑 글 한 줄, 사진 한 장도 오케이라고 허술하게 구성해놓고서 다른 선의의 유저들에게 빅엿을 선사하는 만행을...

 

그리하여 부리나케 검색해 보니 3일 동안 열심으로 글을 올려 주신 유저들이 완주한다고 했을 적에 드는 비용은 대략 90억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뒤쪽에 비밀이 하나 숨어 있었으니... 이 이벵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네이버페이 가입이 필수였다고 합니다. 전 뭐 그전부터 사용하고 있었으니 알게 뭐야였지만요.

 

3일 동안 달랑 천원씩 준 비용은 5억 원 정도. 그러니까 5억 짜리 마케팅이었던 거지요.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치밀하게 5억을 걸고 신규 네이버페이 이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한 게 아니었을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아 허탈하네요. 그냥 천원이라도 받아먹은 게(아직 입금은 되지 않았네요) 어디냐고 넘어가야 하나요...

 

비도 좍좍 오고, 속상한 5월의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잠자냥 2021-05-04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일기 맨날 쓰라는 그 이벤트였나요? ㅋㅋㅋㅋㅋㅋ 천원ㅋㅋㅋㅋㅋㅋㅋ 웃퍼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5-04 11:37   좋아요 3 | URL
그렇지효...

원래 미션 컴플릿하면
16,000원이었었는데 네이것이
85억이 너무 아까웠던 모양입
니다.

어뷰징 따위는 핑계고,,,
뜨거운 시장의 반응(으응?)에
놀라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미 2021-05-04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럴수럴수입니다!! 어찌 이런일이~저도 도전했는데 어제 그만 깜빡해서 일기는 역시 노트에 써야 제맛이라며 씁쓸한 합리화를 하던 참이었어요.
5억짜리 신규노림 마케팅에 저도 한표를!와...

레삭매냐 2021-05-04 11:40   좋아요 3 | URL
네이버 블로그가 마케터들이
활개치는 잔치판이 된 이래,
점점 뷰(view) 수가 떨어지는
걸 단박에 만회해 보고자 하는
기획이 아니었나 추정해 봅니다.

왠지 불O리스가 연상된다는.

글마저도 모두 돈으로 연결시켜
버리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다시
한 번 경악하게 되었습니다.

syo 2021-05-04 1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악 저 정신없이 귀여운 그림은 누구의 솜씨입니까 ㅋㅋ

레삭매냐 2021-05-04 11:50   좋아요 2 | URL
원래는 저희 동네에 있던
<내 치킨 내놔라>의 박스
포장을 도용 하려 했으나,
그 사이에 치킨집이 망해
버렸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찾은 이미지
를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
보았습니다.

스캐너가 있었다면 고퀄의
작업을 시전할 수 있었으나
카메라로 비가 추적추적 오는
가운데 촬영을 했더니 퀄이...

페넬로페 2021-05-04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황당한 내용이며
정말 허탈할 것 같아요~~

저 그림이 너무 예뻐요~~
귀엽고 귀여워
그냥 레삭매냐님!
16000원 받지 마시고
며칠 살려두심이 어떨지요, ㅋㅋ
속상하신데 죄송해요
근데 저도 참여했어요, 흑흑^^
인간이 안하던 짓 하면 이렇게 낭패를 보나 봐요^^

레삭매냐 2021-05-04 11:53   좋아요 4 | URL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자사의 준비부족으로 3일만에
막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그래도 자기들은 잘못이 없고
어뷰징한 놈들이 문제니 다른
놈들도 모두 같이 징벌을 먹어
라는 배짱 영업의 진수를...
역시나 우리의 네이것!!!

저는 치킨에 눈이 멀어서 참가
했습니다, 쿨하게 인정할랍니다.
공짜 치킨이 먹고 싶었습니다 -

그림 칭찬 감사합니다 ㅋㅋ

새파랑 2021-05-04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이거 끝났나요? 책 한권 받아볼꺼라고 했는데 ㅜㅜ

레삭매냐 2021-05-04 17:24   좋아요 3 | URL
저의 치킨 or 책의 꿈은
훨훨 날아가 버렸습니다.

마상하여 오늘 저녁메뉴
는 치킨으로 하였습니다.

개시 공지는 화려하고
줄기차게, 대신 종료 공지
는 아무도 모르게 살짜쿵.

네이것이 네이것했다고
합니다. 그랬다고 합니다.

mini74 2021-05-04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 치킨 내놔라 ! 검색어 1위 운동 할까요 !그 와중에 치킨이 너무 귀여워서 한창 봤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1-05-04 17:30   좋아요 3 | URL
그리하야 오늘 저녁은 옛날통닭에
산미구엘 비루를 뜯기로 했답니다.

저희 동네 치킨집 <내 치킨 내놔라>
는 압도적인 코로나의 여진으로 그
만 폐업하고 말았네요. R.I.P.

붕붕툐툐 2021-05-04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병아리가 진짜 파닥거리네요~ 귀엽~~
저도 낚시 바늘에 걸려 파닥파닥. 현실을 부정하며 오늘도 블로그에 일기를 썼다지요.. 이런 미친 네이버 세상... ㅠㅠㅠ

레삭매냐 2021-05-05 10:00   좋아요 1 | URL
현실 부정...
드이어 오늘 공지가 뜨더군요 :>

개시 선전은 화려하고 장대하게,
종료는 뒷북처럼. 뭐 그랬다고 합니다.

숨이 깔딱거리는 블록 서비스를 살려
보기 위해 무언가 해야겠는데...
85억은 아까웠던 것으로.

근데 계속 써야 할까요? ㅋㅋ

단발머리 2021-05-05 20:06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 이벤트에 참여는 안 했는데 네이버에 일기 쓰고 있었거든요. 저같은 경우도 같이 화내는 거 맞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것!!!!!

율별엠제이 2021-05-05 0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낚였었죠. 에잇...

레삭매냐 2021-05-05 10:00   좋아요 1 | URL
치킨의 유혹이 그만큼
강했던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