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또 언제.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회사에서 만원 이상 돈을 쓰면 만원 청구할인해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당연 나의 픽은 책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책을 살까 하고 책이 수북하게 담긴 장바구니를 뒤적인다.

그러다 오래 전에 나와서 사서 읽다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생각이 났다. 바로 이거지.

 

마침 근처에 케이문고가 있었지. 바로드림으로 해서 이런저런 쿠폰들을 쟁여서 단돈 천얼마에 데려왔다. 이것이야말로 책쟁이의 행복이 아닐까나.

 

그전에 읽던 책이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많은 이웃님들이 말해 준대로 정말 재밌구나 그래. 근데 왜 처음에 다 읽지 않았을까. 무슨 이유가 있겠지.

 

역사상 최고의 평전 작가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게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백수십년 전의 일들을 마치 옆자리에서 보고 쓴 것처럼 그렇게 생생한 중계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과연 츠바이크로구나.

 

수백 년 동안 유럽의 각지에서 앙칼지게 싸워온 맞수이자 숙적 부르봉 가문과 합스부르크 가문이 혼인으로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새롭게 등장한 호적수들인 섬나라 영국과 프로이센 그리고 러시아를 견제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의 루이 16세가 될 프랑스의 왕세자의 색시로 마리아 테레지아의 여식 15세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가 픽업됐다.

 

합스부르크 궁정에서 자라나긴 했지만, 엄숙하고 복잡한 의식 타령을 하는 프랑스 궁정에 맞지 않는 재기발랄함을 과시하는 왕세자빈의 등장. 츠바이크는 이미 혼인예식에서부터 불길한 징조들이 세 가지나 보였다고 보고한다.

 

정말 시기적절한 때에 맞춤 독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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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우리 시민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쏘주 가격이 궁금하길래 한 번 가격표를 유심히 봤다. 1,420원이더라.

그런데 주점에서 사먹는 쏘주는 가뿐하게 오천원이 되어 버렸다. 서민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말이지. 그러니까 최소한 세 배 이상이란 말이지.

 


물론 업소용과 일반 소매용의 가격이 다르다고 식당하던 친구가 말해 주더라.

출고가 오른다고 하면서 술집에서 먹는 쏘주의 가격은 천원씩 올리더니, 물가폭등에 놀란 정부가 출고가를 낮추라고 해서 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술집의 주인장들은 입 싹 닫고 여전히 오천원 가격을 고수한다.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메뉴판을 바꾸고 그러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나 뭐라나. 아니 가격 올리던 시절에는 종이로라도 써 붙이고, 안되면 매직으로 거침없이 오른 가격을 왕희지 글쓰듯 휘갈기던 양반들이 아니던가.

 

그나저나 명절 전에 시간 내서 삼겹살에 쏘주 한 잔 마셔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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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1-25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싶어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답니다. 츠바이크가 썼으니 뭔들 재미가 없을까요. 기대중입니다^^
전 술이 안받는 체질이라... 쏘주의 진정한 맛을 즐길줄 아는 분들이 넘 부럽네요. 가격 상관 없이요^^

레삭매냐 2024-01-25 10:38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무려 츠바이크가 쓴 작품이니깐요.

저도 아주 어려서는 쏘주 맛을 몰랐었
는데... 지금도 사실 잘 모른답니다 ^^
유퀴즈에선가 보니 쏘주는 술이 아니
라 화학물질이라고 -

transient-guest 2024-01-25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격이 올라갈 수는 있어도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구요. 미국선 마트에서 3불 정도 음식점에서는 10-11불 정도 받고 거기에 세금도 따로 나옵니다. 서민의 술이 아니죠ㅎㅎ 여기선 차라리 맥주나 와인 혹은 위스키가 저가형이 좋은 것이 많습니다. 위 사진은 마트가 아니라 님 냉장고모습인줄 알고 잠깐 깜놀했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4-01-25 10:41   좋아요 1 | URL
오래 전에 동부에서는 리쿼스토어
에서는 6불, 식당에서는 13불 정도
했었는데... 오히려 술값이 내려갔
나 보네요.

맞습니다, 일단 올라간 가격은 원
부자재 가격이 내려 간다고 해서
동반해서 내리거나 그러진 않지
요. 올라간 가격을 그대로 쭈욱~!

재작년에 놀러 갔던 친구네 집
에 가보니 술장고가 다 있더라
구요 세상에나. 더부럽 -

예전에 저희 독서 모임 두목님
신랑께서 위스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덥썩 덤볐다가 그만 장렬
하게 전사했던 기억이 나네요.

transient-guest 2024-01-25 11:07   좋아요 1 | URL
한국제품이 많이 들어오면서 더 싸진 건 맞아요 스위스 어딘가에서 100유로 내고 소주 마셨다는 얘길 들은 적도 있거든요 ㅎㅎ 저도 더 어릴 땐 한국술 더 비싸게
먹긴 했습니다

Falstaff 2024-01-25 0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업소용 입고 가격은 1,700원 정도입니다. 업소에서 3배 받습니다. 예전엔 두 배 받았습니다만 세상에 안 오르는 게 있어야지요. 제가 마시는 쐬주는 마트에서 1,750원~1,900원 합니다. 진로 골드.

레삭매냐 2024-01-25 10:46   좋아요 1 | URL
진로 골드가 씨뻘건 오리지날인가요 ㅋ

그럼 일반 소매용 입고 가격은 더 싼가
보네요.

어제 마트에서 사과 한 봉지 샀는데,
15,000원이라고 하더라구요. 달랑 네
알 들었는데... 맛은 없었습니다, 에잉.

북깨비 2024-01-25 0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효리가 광고할때부터 처음처럼를 주로 마셨는데 최근에 화요를 마셔본 후로 다른 소주 못마시겠어요. 소주인데 소주같지 않은 아주 깨끗한 맛. 그래도 제 최애는 위스키입니다만.. 🥃😌

레삭매냐 2024-01-25 13:35   좋아요 2 | URL
아우 화요 쏘주~~~
주점에서 파는 건 너무 비싼 느낌
이랄까요. 사악한 가격 !

위스키 진차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크향 냄새에 반하신다고 하던데...
전 만날 싸구리 제이앤비안 버번 정도
만 마셔서 그런지 맛을 잘 모르는 -

호시우행 2024-01-26 0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게에서 음주하지 않아야 가격이 내릴까요,ㅠㅠ 음식보다 술팔아 돈버는 구조가 식당일수도ㅠㅠ

레삭매냐 2024-01-29 20:18   좋아요 0 | URL
쏘주가 너무 올랐어요. 두 병만 마셔도
만원이니...
식당하던 친구가 다른 건 모두 서비스
로 줘도 술만은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
구요.

다독다독 2024-01-27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주 좋아하는데, 이렇게 차이가 큰 줄 몰랐네요...;

레삭매냐 2024-01-29 20:18   좋아요 1 | URL
저는 집에서는 쏘주를 마시지 않아
항상 식당이나 주점에서 먹게 되는
데, 소매 가격을 보고 놀랐네요.
 


 

요즘은 인스타에서 짤을 보면, 대개가 너튜브 컨텐츠다. 인스타로 유입되어 본 프로를 찾아 나서는 거지. 오늘 본 영상은 미스터 비스트(그렇다 전 세계 최고의 너튜버라고 한다, 구독자수가 무려 2억명)의 마트에서 살아남기 컨텐츠를 시청했다.

 

꼴랑 하나의 영상을 봤지만, 대충 그의 컨텐츠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그동안의 행적이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너튜브는 14살 때부터 시작했고,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아프리카 오지에 우물도 파주는 그야말로 대단한 사업을 하고 있더라. 그의 나이가 올해 25세라는 건 안 비밀이다.

 

마트에서 살아남기는 매일 매일 마트에서 버티면 하루에 10,000달러 씩 현금으로 주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알렉스라는 남성이 선발됐다. 그의 백그라운드로는 아내와 아이 둘이 있다는 것 정도다. 무슨 일을 하는지 그런 개인 인포는 아예 배제되어 있는 상태로 프로젝트 고고씽.

 

첫날을 무사하게 버티고 나자, 미스터 비스트에 쇼핑 카트에 1달러짜리 만 장을 싣고 등장한다. 비스트는 알렉스에게 만 달러가 맞는지 세어 보라는 플렉스를 했던가. 마트에는 생활에 필요한 오만 물건들이 가득하고, 알렉스가 생활하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보니 전화나 인터넷 같은 필요가 구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비스트는 조건을 하나 제시한다. 마트에 진열된 제품 중에서 매일 만달러씩 체킹을 해서 마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비스트는 그렇게 선별된 제품들을 모두 기부한다고 한다. 처음에 제낀 건 바로 전자제품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멍멍이 사료 같이 현재의 알렉스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물건들이다.

 

프런티어 정신이 빛나는 미쿡인 답게 우리의 알렉스는 직접 비닐 등을 이용해서 샤워장을 만드는 기지도 보여준다. 그렇지, 바로 씻는게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지. , 그전에 알렉스가 자신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금액으로 대충 책정한 게 50만 달러 정도였던가. 패기 넘치는 알렉스는 챌린지 초반에 100일도 너끈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마트 뒤편에 있던 지게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알렉스는 챌린지를 좀 더 용이하게 해내기 시작한다. 마트에서 탈 수 있는 카트 차 같은 것도 찾아내서 마트를 질주하기도 한다. , 우리의 비스트 씨는 계속해서 컨텐츠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같이 알렉스를 찾아 오지는 못하고 무인도에도 가고 또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러 가기도 한다.

 

데이 30일 정도에 가족과 함께 만나는 상봉도 추진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알렉스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알렉스의 챌린지를 방해하기 위한 음모(?)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 암튼 결의를 다시 다진 알렉스는 계속해서 하루 만달러씩 벌어 나간다.

 

비스트는 사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컨텐츠 내 캉가쿨러 같은 PPL도 하고, 또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의 후원도 받았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아마 이 프로젝트를 통해 벌어 들이는 돈이 우리의 알렉스에게 주는 돈보다 더 많지 않을까. 게다가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의 공간 마트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관찰 예능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의 비스트가 마냥 그렇게 알렉스에게 호의를 베풀 수는 없었다. 순조롭게 이어지던 마트 생존 챌린지에 위기가 닥친다. 그건 바로 비스트의 셋업이라고 해야 할까. 마트 부지만 샀지, 전기세 내는 일을 까먹어 버렸다는 것이다. 마트에 전기가 나가자 바로 알렉스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전까지만 해도 6만 달러 어치 팔 물건들을 정해 두었지만, 마트 내 단전으로 냉장고들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냉동식품들부터 팔아야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비스트의 스탭들이 도움을 줘서 그것도 해결했다.

 

햇볕이 들지 않는 마트에서 생존 챌린지는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마트 뒤편을 공간에서 문을 열고 광합성을 하는 알렉스. 참 수영장을 만들었다가 사단이 나는 건 그전의 일이었던가. 그냥 눈요기로 컨텐츠를 시청하다 보니, 발생 사건들의 순서가 어땠는지 모르겠다. 암튼 마트에 만들었던 간이 수영장을 알렉스가 지게차로 터뜨려 버리는 대형사고 덕분에 한 차례 위기가 닥쳤다.

 

마트에 둘러쳐진 레드 라인을 넘어서면 바로 프로젝트는 종료되기 때문에 후문에서 광합성을 하면서 많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 알렉스. 결국 다수의 강력한 랜턴 세트를 발견하면서 다시 위기탈출에 성공한다. 마트 생존 챌린지의 기본은 역시 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도전이라는 기본적인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 싶었다.

 

챌린지 막판에 비스트 씨는 다시 알렉스의 아내를 투입하는데, 그건 결국 알렉스의 챌린지 의지를 꺾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생일이 다가온다고 하는데, 이미 목표했던 금액 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돈을 벌었고 더 이상 홀로 지내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알렉스는 45일차에 포기 선언을 하고 돈을 챙겨 사랑하는 아내와 마트를 떠난다.

 

개인적으로 알렉스가 마트에서 지내는 동안 외부인과 대면하지 못하고 단전 때문에 폭력성이 살짝 비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점들이 극단적으로 부각되었다면 이런 유쾌한(?) 챌린지의 지속이 어렵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우리 인간들은 그저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간단한 진리를 보여 주는 프로젝트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는 기획력과 인원, 자금 그리고 후원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구독자수를 가진 메가 너튜버의 파워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다음에는 아프리카 우물 파기 프로젝트를 볼까나.


[뱀다리] 놀라운 점 중의 하나는 한국어 더빙까지 서비스한다는 점이다. 역시 자금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데 몇 가지 언어로 더빙을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참 그리고 알렉스는 비스트 씨에게 받은 상금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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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8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내용 인터넷 블로그에서 봤어요. 45일이나 있었다니 놀라웠어요.
전에도 특이한 기획을 많이 하는 것 같았는데, 유튜브에서 가장 구독자 많은 사람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삭매냐님, 주말 잘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2-10 16:13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너튜브보다 보니 너무 극단으로
몰고 가지는 않고 선을 지키는
게 보이더라구요.

특이한 기획이 또 뭐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12-10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징어게임 컨텐츠 만들었다는 그 유투버인가봐요.
저는 아직 본 적은 없는데 25살에 몸이 열개인 양 바삐 창의적으로 활동하네요

아이디어가 참신하네요.
마트가 얼마나 크면 그 안에서 생활이 다 가능한지^^

레삭매냐 2023-12-10 16:14   좋아요 1 | URL
역시 글로벌 원탑 너튜버답게
한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그 와중에 두 서너개는 기본이지
싶습니다.

기획과 자본의 힘, 무시무시하더군요.

미국의 마트는 우리의 그것과는 스케
일이 다르지요. 땅덩이가 넓으니 2층
3층 올리지 않고 단층으로 쇼부칩니다.
 


 

스트레이트에서 다룬 까까오 제국에 대한 콘텐츠를 봤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깨톡으로 천하통일을 이룬 까까오가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사실 주식의 세계로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까까오가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 지 미처 몰랐다.

 

2020년 까까오게임즈를 필두로 해서 까뱅 그리고 까페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숨가쁘게 공모 흥행과 상장을 해오면서 한 때 시총 기준으로 국내 3위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동시에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장 일정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높게 잡힌 공모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까페이의 스톡 옵션(44만주)8명의 까까오 임원들이 주식 시장에서 실행하면서 자그마치 877억원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속 상장의 어두운 그림자가 끼기 시작했다.

 

까페이에 이어 상장 계획 중이었던 까까오 모빌리티의 상장에 당장 제동이 걸렸다. 2021년과 2022년 잇달아 상장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누구나 사용하는 깨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해서 성장한 까까오 택시 호출과 까까오 대리는 그야말로 천하통일을 이루어냈다. 해외투자로 8,000억원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빠른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를 원했던 사모펀드 혹은 해외투자자들의 상황이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더 큰 문제는 의장까지 연루된 에셈(SM) 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주가 조작 정황이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면서 기세등등하던 까까오의 성장 전략이 멈추게 되었다. 아마 에셈 인수전은 10조원 규모라던 까까오 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위한 초석이 아니었을까. 아직은 검찰 수사 중이라 잘 모르겠지만, 만약 유죄로 판정이 난다면 까까오 그룹의 핵심인 까뱅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슷한 소프트파워 테크기업인 네이버와 비교해 볼 때, 각각 해외매출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네이버는 매출의 40% 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메신저 라인으로 그리고 북미에서는 웹툰이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 까까오는 해외 매출이 20% 정도라고 한다. 네이버가 실적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추구하는 반면, 까까오는 대규모 해외투자를 받아 진행하는 공격적 영업전략을 구사한다. 에셈 인수전에서도 실탄 마련을 위해 싱가폴 투자청과 사우디 국부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까페이까지는 쪼개기 상장 전략이 승승장구했지만, 20211210일 까페이 스톡옵션 먹튀 사태를 기점으로 해서 브레이크가 걸려 버렸다. 모기업이 까까오도 한 때 17층까지 달리면서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었지만, 지금은 5층에 턱걸이한 상태다. 까까오 모빌리티와 까까오 엔터테인먼트도 과연 언제 상장에 나서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까까오는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내부인사의 폭로로 사측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방만한 경영 같은 이슈들이 외부로 드러나게 되었다. 까까오가 망한다면 그건 골프 탓이라고 말할 정도라고도 하고,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같이 메가 프로젝트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서 현재 내부감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까까오가 구축한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해온 까까오가 과연 작금에 당면한 위기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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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1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카오가 아닌 까까오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네이버도 naver나 nhn과는 다른 것 같고요. 레삭매냐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레삭매냐 2023-12-06 10:59   좋아요 1 | URL
네이버에서 책 리뷰를 통해 세습하는
교회 실명으로 깠다가 블라인드 처리
되는 트라우마 덕분에, 혹시 하는 마
음에 까까오루다가.

이래서 스크리닝이 무서운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12-05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2-06 10:59   좋아요 1 | URL
아이구 감사합니다 써니데이님.

그레이스 2023-12-06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원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쇄신하고 도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레삭매냐 2023-12-06 11:00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한국 최고의 소프트파워 테크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 최근 하
는 걸 보면 기존의 재벌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구독 서비스는 이제 수익 모델의 기본이 되었나 보다. 예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한 번 사면 평생 사용할 수가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서비스는 없어지고 대신 연간 구독을 하라고 권한다. 어도비 포토샵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니 왜 해마다 돈을 내야 한다는 거지?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대단한 기능들이 새로 탑재된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서비스만 필요한데 사용하지도 않는 기능들을 탑재하고 1년에 오십만원씩 내라니...

 

그런데 이제는 SNS도 돈내고 할 판이라는 기사를 보게 됐다. 놀랍군 그래. 사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서비스들은 알게 모르게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 광고들을 보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SNS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기업들이 어떤 집단인가? SNS에 노출되는 광고로 더 이상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회사들은 바로 광고비 집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를 진작에 알아챈 뉴욕타임즈 같은 회사들은 아예 소비자들에게 광고비를 직접 받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바꾸어 버렸다. 나도 가끔 NYT 홈피를 방문해서 현지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고는 했었지. 처음에는 무료였다가 언제부터인가 한달에 기사 5개만 보게 해주고, 지금은 전면 유료화를 시켜 버렸다. 물론 돈을 1원도 낼 생각이 없는 나는 더 이상 NYT를 찾지 않게 되었다. 내가 없어도 NYT는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라고 하니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북플이나 네이버 블록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애용하던 인스타마저도 유료 구독서비스에 돌입할 기세라고 하니 기가 막히는구나 그래. 소비자들이 만드는 컨텐츠들로 거저 먹던 인스타가 광고 매출이 현격하게 줄어드니 아예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과금하겠다는 게 아닌가 말이다. 이것 참,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인스타로 할 필요가 없겠는 걸 그래.

 

그전에 정말 잘 이용하지 않던 트위터도 일전에 개인신상 누출 파동으로 단박에 탈퇴해 버리지 않았던가. SNS까지도 돈을 내야 하면서 이용해야 하는지, 구독 서비스라면 일절 이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그런가.

 

아니 그렇지 않아도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과다한 광고에 대한 피로도로 SNS 하기가 꺼려지는 마당에 그런 광고를 보고 싶지 않다면 돈까지 내라고? 이건 아니지 그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사람들이 질려 버려서 SNS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걸 소위 마케팅의 귀재라는 잘난 분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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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2-04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그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 같아요.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하나 유료로 보는 중...ㅠㅠ)터무니 없는 유료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건 소비자들의 반응인데 달라는대로 내는 사람들이 꽤 있기에 이렇게 한다고 봅니다. 손해가 날 정도로 구독자가 줄어들면 다시 무료가 되겠죠. 안타깝게도 SNS중독자가 많아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현대판 노예제의 탄생 같아요.

레삭매냐 2023-12-04 22:16   좋아요 1 | URL
이래서 습관이 무섭지 싶습니다.

아마 구독의 세상에 입문하게 되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저도 SNS 중독이 아닌가... 그러면서
도 또 돈내라 하면 바로 끊어 버리겠
다고 이 연사 외쳐 봅니다!!! 카오

건수하 2023-12-04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스타그램이 무료라…. 비지니스 계정부터 유료화할 모양이군요. 그것도 아니라면 이
기회에 끊어야겠어요;; (북플이 유료가 되진 않겠죠?)

독서괭 2023-12-04 20:58   좋아요 2 | URL
설마요..! 북플은 마지막 보루..!

레삭매냐 2023-12-04 22:17   좋아요 1 | URL
저도 위의 끄적 거리면서 바로
아니 이러다 북플도 유료로?
하고 호곡했답니다. 부디 젭알
그러지 않기만을. 키펀고잉 북플~

독서괭 2023-12-04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도비 1년에 50만원을 내라 한다고요? 너무 하네요 와;;;

건수하 2023-12-04 21:14   좋아요 2 | URL
포토샵 1년 50만원 세네요… 이제 일반인은 웬만하면 안쓰게 될듯;

레삭매냐 2023-12-04 22:19   좋아요 0 | URL
일단 대략적으로 질러 보고 다시
검색해 보니 월 62,000원 정도
하나 봅니다 세상에나...

그리고 취소 수수료가 사악하게
도 24만원이라고요.

그런 이유로 해서 어도비도 안녀엉 -
전 아주 기본적인 사진 사이즈 줄이
기 그리고 약간의 보정 정도만 필요
한데 무얼 1년에 오십만원씩이나...
됐다고!

cyrus 2023-12-04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인만 받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 인증마크를 일반인도 달 수 있다면서요? 노랫말처럼 이 세상에 짜가가 판을 치겠어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3-12-04 22:20   좋아요 0 | URL
아니 세상에 돈 내고 꼴랑 인증마크?
그게 뭐랍니까 기래.

전 필요 없으니 가비얍게 패스하갔습
니다. 인증마크 따위는 댕댕이에게나
주라고. 아주 웃깁니다 -

초란공 2023-12-04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포토걉, 캐드 같은 거 학생 계정으로 저렴하게 사서 사용했었는데, 어느 순간 더이상 사용을 못하게 하더라고요. 사용 유저가 줄어들면 결국 회사는 언젠간 망할겝니다. 기업용은 살아남겠죠? 회사에서 그럼 교육시켜야겠네요.

레삭매냐 2023-12-04 22:22   좋아요 1 | URL
포토샵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CAD
는 정말 빡시게 단속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도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정말 조심
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답니다.

페넬로페 2023-12-04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스타 하지 않는데,
제 주변에 그럴 자격이 없는데도 사진만 잘 올려서 인스타에서 독서 모임 진행하는 사람을 봤어요.
그 사진을 보고 신청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니까요.
유료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sns의 헛점도 많은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3-12-04 22:49   좋아요 1 | URL
우와~ 대단한 능력이시네요.
호기심에 예의 독서 모임에 한 번
가보고 싶더라는 :>

그렇죠 SNS 가 점점 더 자기과시용
에 장삿속에 물들어 가면서 현실계
와 괴리가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안의 화제라는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 정말 얼마 만에 극장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티켓 값은 15,000원이 되었고, 이제 정말 괜찮은 영화가 아니라면 극장 찾을 일이 없겠다 싶었다.

 

나는 영화에서 전두광이 이끄는 하나회 쿠데타군이 역적모의를 한 30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첫 해외여행으로 호주에 갔을 때, 군생활을 경복궁(경복 팰리스)에서 했다고 하니 외국 친구들이 그럼 니가 프린스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그랬다. 역사 전공자라 전국의 탑과 부도를 찾아다니던 나는 경복궁 야간 근무에 나섰다가 여주 현지에서 만나지 못한 고달사지 쌍사자 석등의 자태를 보고 감탄했었다. 라일락 피던 시절, 경복궁 근무에 나설 적에 향원정을 지나면서 풍기던 그 향기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책 리뷰할 때만 서설이 긴 줄 알았는데, 영화 리뷰에서도 원래 버릇을 버리지 못하나 보다. “야수의 심장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김동규 중앙정보부장의 대통령 저격으로 10-26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바로 계엄령이 선포되고 참모총장이었던 정상호 장군(이성민 분)이 국가 비상사태를 주관하는 계엄사령관에 임명되었다.

 

한편, 보안사 사령관이었던 전두광 소장(황정민 분)10-26 사건에 대한 합동수사부장 자리를 꿰차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를 한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육사 11기 동기였던 9사단장 노태건과 절친한 사이였던 전두광은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해서 군의 요직을 장악한 상태였다.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정상호 사령관은 수도경비사령관으로 강직한 참군인 이태신 소장(정우성 분)을 낙점하고 자리를 맡아줄 것을 수차례 부탁한다.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요직이기 때문에 군인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자리지만, 이태신은 계속해서 사양하다가 결국 수락한다.

 

우연히 육본에서 하나회 무리를 이끌고 다니면 제 세상 만난 것처럼 행동하는 전두광을 마주하게 된 이태신은 대통령 저격사건을 빌미로 불필요한 수사를 일삼는 그에게 경고한다. 어쩌면 이 순간, 그는 이태신을 자신이 꾸미는 군사반란에 가장 방해가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회유할 수 없다면 바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에 선출된 최한규(정동환 분)의 신정부가 출범하기 전날인 1212일 거사일로 결정한 군사반란 도당은 전두광의 사저인 연희동에 모여 군통수권자인 계엄사령관을 10-26 사건에 엮어 체포하고 정권을 찬탈하려는 역모를 꾸민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그들에게는 아무런 명분도 없었고, 그들의 선배처럼 하극상을 벌여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욕망을 그대로 영화에서는 보여준다.

 

쿠데타에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으로 보이는 수경사 사령관 이태신과 헌병감 그리고 특전사령관을 전두광의 생일이라며 연희동 요정으로 유인한 뒤, 반란군은 계엄사령관 체포에 나선다. 아군 끼리 무력 충돌까지 불사해 가면서 결국 반란군들은 정상호 장군 체포에 성공한다. 국방장관은 미 대사관으로 도주하고, 전두광은 대통령 최한규의 사후 재가를 받기 위해 관저를 찾지만, 대통령은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라며 계엄사령관 체포에 대한 재가를 거부한다. 계엄사령관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태신과 일행은 원대복귀해서 전두광의 쿠데타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육본을 비롯한 모든 군부의 통신감청에 성공한 반란군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장면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하나회 반란군들이 똥별이라고 부르는 육본의 장성들은 서울 시내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그나마 이태신이 휘하 장병들을 동원해서 무력진압에 나서지만, 이미 군부대에 독버섯처럼 퍼진 하나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누가 먼저 서울로 전투병력을 투입시키냐의 경쟁에서 영화는 사활을 건 시간싸움의 정수를 보여준다. 2공수의 서울 진입을 막기 위해, 이태신은 전력을 다한다. 서울로 진입하는 모든 다리에 통행체증을 유발시켜 공수부대의 진입을 막는다. 그리고 이태신은 부평의 8공수에게 긴급연락을 해서 최대한 빨리 서울로 진공해 달라는 간절하게 부탁한다. 다른 수경사 예하 사단들에게도 SOS를 치지만, 상대적으로 2공수에 비해 기동이 느렸고 지휘관들이 주저하는 바람에 타이밍이 놓쳐 버렸다. 서울에서 대규모 교전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 참모차장이 서로 회군하자는 신사협정을 맺고 8공수를 회군시킨다.

 

이렇게 몇 번의 군사반란을 막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있었지만, 진압군은 번번이 기회를 날려 버렸다. 헌병감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육본의 장성들은 자신의 안위만 걱정해서 육본 벙커를 버리고 수경사 사령부로 도주한다. 전두광이 2공수를 동원해서 빈집이 된 육본 벙커를 탈취하면서 제대로 붙었더라면 벙커 점령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말에서 다시 한 번 좌절감을 느꼈다.

 

육본의 장성들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노태건은 자기 휘하 전방 부대에서 2개 연대를 빼서 서울로 진격시키고, 2공수 여단장 도희철은 쿠데타 성공에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부대를 서울에 진입시키는 결정적 행동에 나선다.

 

이태신이 자신의 사령부에서 절대적인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군사반란군과 맞서기 위해 전차중대를 이끌고 소수의 병력으로 출동하는 장면에서는 숙연해 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조국이 반란군들에게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는 사자후에서 다시 한 번 배우 정우성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이 배우가 정녕 내가 알던 <비트>의 같은 배우란 말인가.

 

군사반란에서 결정적 장면은 국방장관 오국상(김의성 분)이 반란군에게 체포되어 전두광의 손을 들어주는 장면이었다. 스피커 대결에서 오국상은 수경사령관 이태신을 직위 해제시키고, 군사반란을 막기 위한 이태신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버렸다. 재가 승인을 받기 위해 의기양양하게 대통령 최규한을 협박하러 나선 하나회 반란군들에게 대통령은 계엄사령관 체포안 승인 시간을 적는 것으로 소극적 저항을 보여준다.

 

사실 그동안 말로만 12-12 군사반란에 대해서만 들었지, 영화 <서울의 봄>을 보기 전까지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무지했었다. 사실 반란군들의 계획은 엉성하기 그지없었고, 수차례 그들의 계획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지만 진압군 장성들의 대응 부재로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는 군사반란을 성공시키고 나서 의기양양하게 반란군들이 찍은 사진이 그 후의 모든 것들을 대변한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하다 보니 아무래도 많은 허구가 개입된 것도 사실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할 수 있는 반란군과 이태신군과의 세종로 대치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무언가 터질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빌드업을 가져간 김성수 감독의 연출이 돋보였다. 아무런 명분 없이 권력을 탈취하는데 혈안이 된 깡패 같은 군인집단의 수장과 압도적인 세력을 과시하는 그들을 막아 보겠다고 혈혈단신으로 나선 외로운 의인이라는 선악의 대결구도가 좀 진부하긴 했지만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설적으로 영화의 제목은 <서울의 봄>으로 되어 있지만, 진짜 서울의 봄은 1979년이 아니라 1980년이었다. 그러니까 감독은 아직 오지 않은 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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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27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람료 그쯤 할 거 같더니 과연ᆢ ㅠ 이 영화는 예전에 봤던 남산의 부장들인가? 그 영화를 생각나게 하네요. 거기서 이성민 배우 박통을 연기했는데 싱크로가 높았는데. 그때 전두환 역을 누가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황정민은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네요.
역사 전공하셨군요.^^

레삭매냐 2023-11-27 18:29   좋아요 1 | URL
코로나를 기점으로 해서 가파르게
상승하던 영화표가 결국 1.5를 찍
었네요. 믿을 수가 없다는.

전두광이는 정말 혈압상승하게
하는 그런 주범이었습니다.

닷슈 2023-11-27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보고 싶네요 근데 저는 그간 매냐님이 여성이라 생각하고있었다는 근데 군을 다녀오셨군요

레삭매냐 2023-11-27 18:30   좋아요 1 | URL
여군은 아니구요... 암튼 그랬다고 합니다 ㅋㅋ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습니다.
대략 12월 12일의 9시간을 다루었다고
하는데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밀도가
상당합니다.

그레이스 2023-12-06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저희 아이들이 이 영화 예약하더군요.
저는 영화관 다녀오면 머리가 아픈 사람이라,,, 나중에 혼자 봐야겠네요

레삭매냐 2023-12-06 09:50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저도 정말 오랜 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 봤답니다.

근데 오늘은 또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이 개봉한다 해서
회사 끝나고 가서 볼까 어쩔까
생각 중이랍니다.

그레이스 2023-12-14 00:17   좋아요 1 | URL
아이들이 보고와서 예매해주겠다고 하고 남편도 보자고 권해서 보고 왔어요. 황정민, 연기 정말 잘하더군요.
보는 내내 씁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다 알고 있던 내용에 픽션이 추가되었고, 전두광이 너무 부각되어서, 이 군사반란을 뒤에서 기획했던 두 인물은 뒤로 물러나고, 함께 했던 반란군들도 다 바보처럼 보이는게...;;
이 현대사를 모르는 세대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기겠다고는 생각됩니다.
왜 유령예매가 많은지 알 것 같았어요.

레삭매냐님 리뷰 덕분에 영화 볼 생각 플러스 했습니다.~^^


레삭매냐 2023-12-14 09:54   좋아요 1 | URL
저도 영화 보고 나서 요즘 너튜브에
범람하는 자료와 분석들을 보고
있는데...

반란인 시작된 다음 9시간 정도 동안
진압군이 반란군을 제압할 수 있는
기회가 한 10번 정도 있었다고 하더
라구요. 반란군의 모의도 치밀하지
않았는데, 상대의 선의만 믿고 9공수
를 부평으로 되돌려 보낸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이젠 <노량>의 시간이 도래했네요.
다 아는 이야기지만, 트레일러만
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그레이스 2023-12-14 14:06   좋아요 1 | URL
그게 영화의 매력이죠.
두통만 아니면 즐길텐데,,, 노량!
또 다른 정보를 얻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