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15 -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본격 한중일 세계사 1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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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 토요일에 왜 도서관에 갔더라? ,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었구나. 도서관에 방문한 김에 그냥 올 수가 없어서 서가를 뒤지다가 잠시 멈춰 있던 시리즈 책들 생각이 났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지? 일단 읽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굽시니스트 작가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두 권 빌렸다. 항상 이 시리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국사 공부하던 시절에 이 책이 있었다면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던 한국 근대사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다. 그리고 보니 그전에 타임빌라스 휘게문고에서 이 책을 보던 초등학생 생각이 났다. 좀 어렵지 않았을까나. 읽기 쉬운 만화인 줄 알고 덥썩 물었다가 후퇴하던 그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한중일 세계사 15편은 1894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두 가지 큰 사건들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는 동학농민운동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청일전쟁이다. 그리고 보니 역사 시간에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동학농민운동의 기본 성격은 조선 조정에 대한 반란이다. 아마 기존 세력에 대한 반감을 품게 만드는 그런 운동의 실체를 교단의 선생님들이 자세하게 설명하는 걸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동학은 더 이상 조선 백성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유교 이상과 혹은 서구에서 전래한 기독교 사상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고나 할까. 1864년 순교한 교조 최제우의 신원 운동으로 필두로 삼남을 중심으로 동학운동의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조선 후기, 사회적 모순이 극에 달한 가운데 민란을 위한 시발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정 때문에 고부민란이 발생하고, 동학 남접을 중심으로 편성된 농민반란군이 홍경래의 난 이래 82년 만에 정부군을 패퇴시키면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동학의 교단 센터가 위치한 보은을 중심으로 한 북접이 온건파였다면, 김제 부근의 원평을 중심으로 한 남접은 굽시니스트 작가에 따르면 래디컬정도가 되겠다. 접주이자 훗날 녹두장군으로 불리게 되는 전봉준을 필두로 손화중, 김개남 지도부가 편성되어 척왜양 기치 아래,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관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황토재전주에서 승리한 동학군은 전주성으로 쇄도하여, 공성전에 돌입한다. 하지만 신식무기로 무장한 관군의 저항에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가운데, 폐정개혁안 수용을 전제로 한 화약을 맺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한다.

 

진짜 문제는 위기를 느낀 고종이 자력으로 동학혁명을 진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하는 최악의 수를 두었다는 점이다. 인조와 더불어 고종이야말로 조선 최악의 군주가 아닌가 싶다. 텐진조약으로 청나라 군대에 조선에 출병하면, 이웃의 승냥이 같은 일본 역시 조선에 병력을 진주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었다. 청군의 출병이 조선 조정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면, 일본군의 그것은 순전히 조선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자의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왜 외국 군대가 출병한단 말인가.

 

척왜양, 봉건타파 그리고 외세개입 반대를 천명한 동학농민운동이 역설적으로 청과 일본이라는 외세 개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이 역사가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무능한 국가의 대계보다는 정권 유지에만 급급했던 고종의 판단 착오가 망국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청일전쟁의 기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10년 전 벌어진 갑신정변에 주목해야 한다. 자유주의 민권운동가로 알려진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의 영향을 받은 일단의 변법개혁가들(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홍영식 등)의 주도 아래 일본 공사관의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시도했다. 하지만 민씨 정권의 요청을 받은 위안스카이가 이끄는 청군이 창덕궁에서 일본군을 격파하면서, 이들의 정변은 3일 천하로 끝나게 됐다. 그리고 청의 북양대신 리훙장은 일본의 파트너 이토 히로부미를 톈진으로 불러 톈진조약으로 조선에서의 사태를 마무리했다. 양국이 조선에 출병할 경우 사전에 통보를 하고, 공동출병한다는 게 이후에 벌어진 사태에 대한 핵심조항이었다.

 

갑신정변으로 조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일소되다시피한 일본은 언제라도 다시 조선에 출병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조선 조정의 요청으로 청군이 동학군을 진압하기 위해 아산에 상륙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일본 역시 조선 출병을 결정하고 4,500여명의 병력을 제물포에 상륙시켰다. 일본의 외상 무쓰 무네미쓰는 전주화약으로 외국 군대의 출병 이유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722일까지 조선의 내정개혁이 선행되어야 일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무리수를 제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723일 오시마 요시마사 지휘 하의 9여단 소속 5천명의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하고 고종을 잡는데 성공한다.

 

일본은 흥선대원군을 꼭두각시 삼아 김홍집을 수장으로 삼아 친일내각을 출범시키고, 이른바 갑오경장을 실시했다. 이틀 뒤인, 725일 아산에 주둔 중인 청군을 증원하기 위해 파견된 청의 함대를 일본 연합함대가 기습공격하면서 청일전쟁의 막이 오르게 된다. 육지에서는 성환에서 오시마 요시마사가 이끄는 일본 육군이 청군을 격파하면서 초전부터 청군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청의 잔여병력은 평양으로 후퇴해서 지원군과 합세해서 일본군의 공격에 대비했다. 81일 일본이 청나라에 정식 선전포고를 하면서 비로소 전쟁이 시작됐다.

 

일본군의 기습공격으로 평양성마저 패한 청군을 의주로 도주했다. 당시 일본군은 속전속결을 원했지만, 청군은 장기전으로 전쟁을 끌고 가서 열강이 개입해서 사태를 마무리해주길 바랬다고 한다. 이번 본격 한중일 세계사 15권은 <황해 해전>에서 청의 북양 함대가 일본의 연합함대에게 박살이 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일본 해군에 비해 장비나 수적으로 압도적이었던 청 해군은 포탄으로 부족으로 미처 훈련받지 못한 미숙련 수병들, 연료 부족, 군기 해이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어처구니없게도 열세의 일본군에게 패하고 말았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조한 북양 함대의 거함 거포들이 일본 해군의 속사 공격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와중에 청나라 정권의 실력자 서태후의 환갑잔치 비용과 이화원 건설을 위해 거액의 국방비 예산이 전용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일본 대본영은 연합함대에 북양함대를 격멸하고, 서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라는 전략 목표를 지시했다고 하는데 황해 해전을 통해 일본 연합함대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을 통해 청나라를 제압하고 한반도에 다시 진주하게 된 일본은 훗날 조선을 병탄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별다른 저항 없이 경복궁이 일본군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 순간, 어쩌면 조선이라는 국가의 존재가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망국을 향한 수레바퀴가 거세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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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14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다양한 대중서, 읽을 거리들이 많이 나와서 큰 복이란 생각을 해요!ㅎㅎ 저 학교다닐 때는 진짜 재미없는 책들만ㅋㅋㅋ 이 책 시리즈도 제법 많이 쌓였네요. 도서관 갈 때 한 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9-14 22:35   좋아요 2 | URL
한창 한국 근대사를 공부하던 시절
에 이런 훌륭한 보교재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생각해 봤답니다.

재밌고 유익하니 추천해드립니다.

coolcat329 2023-09-15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이 시리즈 정말 꾸준히 읽으시네요. 대단하세요. 이 책 초등생에겐 어렵더라구요.
저도 아이 초딩때 사줬다가 실패했답니다. 저라도 읽었어야 했는데 에휴...

레삭매냐 2023-09-15 09:06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전 지난 달에 의왕 타임빌라스
휘게문고에 갔다가 새로 나온
17편을 초딩생이 보다가 어렵다
는 말을 하는 걸 들었거든요.

당시 세계정세를 이해하기 위해
서는 또 별도의 공부(?)가 필요
한지라 쉽지가 않은 듯 합니다.

꾸역꾸역 읽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반역자와 배신자들 - 제2차 세계대전 속 논란의 인물들
이준호 지음 / 눌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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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나온 이안 부루마의 <부역자>란 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준호 작가의 <반역자와 배신자들>이라는 책이 나와 호기심에 나열된 인물들의 일대기를 읽게 됐다. 네이버 브런치북 시리즈 턴코트인가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는데, 기존의 10명에 책에는 4명을 추가해서 1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역사상 유명한 반역자와 배신자들 가운데서도, 2차 세계대전이라는 공간으로 한정했다. 광활한 공간인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습들을 엿볼 수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영웅일 수도 있지만, 상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반역/배신자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이 핵심이 아닐까 싶다.

 

먼저 가장 많이 나의 관심을 끈 인물은 바로 지난달에 읽은 <베를린 함락 1945>에도 등장하는 안드레이 블라소프 장군이었다. 소비에트 적군 출신으로, 스탈린의 무자비한 숙청의 피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아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쟁 중의 하나였던 독소전 초기에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파죽지세로 적도 모스크바까지 쇄도한 독일군을 상대로, 소비에트 엘리트 장군 출신 블라소프는 모스크바 방어전에서 독일군을 격퇴시키는 엄청난 무공을 세웠다. 아마 이 때가 그의 군인생 최고의 절정이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블라소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1942년 독일군에 대한 역습에 나섰다가 역으로 포위되어 결국 독일군의 포로 신세가 된 블라소프. 스탈린의 군부에 대한 대숙청에 진절머리가 나고 스탈린의 소비에트에 환멸을 느낀 블라소프는 독일군에 적극 협력하기 시작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이후, 독일군의 기세는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결국 모두가 알다시피 히틀러의 제3제국은 패망했다. 소비에트군은 그 누구보다도 독일에 협력한 히비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고, 그 사실을 잘 알던 히비들은 발악적으로 전투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의 마지막 순간까지 히비(Hiwi: 힐프스빌리게(Hilfswilige, 자발적 조력자)들로 구성된 자유 러시아군을 이끌던 블라소프는 소련군에게 체포되어 처형됐다.

 

앙리 필리프 페탱이야말로 문제적 인간이 아닐 수 없다. 군인으로서 페탱의 출발은 소박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끝낼 전쟁(1차 세계대전)을 통해 조국 프랑스를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하면서 영웅으로 거듭났다. 슐리펜 계획을 앞세워, 1871년의 영화를 재현하겠다는 독일군의 침공을 마른 전투에서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100만에 가까운 전상자가 발생했지만, 베르됭 전역에서도 페탱은 독일군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냈다. , 그전에 자신의 수하 부하로 애송이 장교였던 샤를 드골과의 만남도 잠시 언급이 되었던가.

 

모두에게 칭송받는 전쟁영웅이었던 페탱은 전후 프랑스 좌파들이 잇달아 집권하는 시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39년 초, 자신과 인연이 있던 프랑코 총통의 나라 스페인 대사로 부임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해, 독일의 전격전으로 프랑스군이 참패하고 파리가 독일군의 수중에 떨어졌다.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페탱을 말리지만, 조국의 위기를 못본 체 할 수 없었던 페탱은 인생에서 최악의 결정을 내린다. 독일군이 조종하는 비시 괴뢰정부의 수반이 되면서 군인이자 정치인으로 쌓아온 그동안의 업적을 무위로 돌린 것이다.

 

나치의 프랑스 지배와 정복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으로 끝났고, 드골이 이끄는 임시정부가 비시 정부를 대신하게 됐다. 졸지에 부역자 신세에 사형 선고까지 받은 왕년의 전쟁 영웅의 말로를 그냥 볼 수 없었던 드골은 직권으로 페탱을 종신형으로 감형시켰다. 어느 순간 엇나가기는 했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어느 장군의 말로가 씁쓸하게 다가왔다.

 

매국노의 대명사처럼 등장하는 노르웨이 출신 비드쿤 크비슬링의 이야기도 관심을 끈다. 나는 처음에 크비슬링이 그저 평범한 나치즘에 경도되어 나라를 팔아 먹은 정치인 출신 매국노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출발점은 노르웨이 육사 출신의 군인이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아르메니아에서 활약은 인도주의자였다. 이런 인물이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놀랍지 않은가. 물론 여자관계를 포함한 사생활은 좀 문제가 있었지만 말이다.

 

영국으로부터 훈장도 받은 이른바 소련통이었던 크비슬링은 소비에트 독재 치하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반공주의자로 변신하게 됐다. 조국 노르웨이로 귀국해서는 유사 파시스트 정당활동을 하면서 점점 더 오른쪽으로 치닫게 됐다. 노르웨이 국내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자,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나쁜 친구알프레드 로젠베르크(나치 이론가)를 만나게 되면서 선을 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전쟁 수행을 위해 스웨덴의 철광석 수입과 영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나치 독일이 베저위붕 작전으로 노르웨이를 침공하게 되고 크비슬링을 괴뢰 정권의 수반으로 삼았다. 베저위붕 작전이 궁금해서 어제 너튜브를 검색해 보니, 철광석 자원과 부동항 확보가 주된 요인이 아닌, 1년 뒤에 개시될 소련 침공을 대비한 작전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약체로 생각했던 노르웨이군의 치열한 저항으로 국왕 호쿤 7세와 정권 인사들이 탈출에 성공할 수가 있었다. 이 때 베저위붕 작전으로 입은 독일 해군의 손실로 독일의 영국 침공 작전에 차질이 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발칸 작전으로 소련을 제압하는 바르바로사 작전이 결국 실패하게 되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음 주자인 드라자 미하일로비치로 넘어가게 되는 건가. , 크비슬링은 전쟁이 끝나고 당연히 반역자로 체포되어 총살당했다.

 

서방에는 체트닉 지도자로 알려진 드라자 미하일로비치 역시 문제적 인간의 전형이다. 구 세르비아 출신 민족주의자 그리고 엘리트 군인이었던 미하일로비치는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다. 그리고 보니, 첫 번째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들도 상당히 많이 이 책에 등장하는 점도 눈에 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발생한 반독 성향의 쿠데타를 제압하기 위해 히틀러가 정예군을 파견하면서 그 결과 바르바로사 소련 침공을 6주 정도 연기하게 되었는데, 총통이 소련 공략에 실패하게 되는 후과를 초래했다. 당연히 유고군은 독일군에게 10일 만에 조국이 유린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그 다음부터 시작됐다.

 

미하일로비치가 이끄는 체트닉과 티토의 빨치산이 점령 독일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저항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서방 진영에서는 티토의 빨치산보다 체트닉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공산주의자로 알려진 티토보다 왕정 복고를 주창하는 민족주의가 미하일로비치가 서방 연합군의 취향에 맞아서가 아니었을까. 문제는 대독 저항에 미온적인 미하일로비치의 애매한 태도였다. 독일 점령군과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티토의 빨치산과 달리 체트닉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은밀한 지원 아래, 크로아티아 괴뢰 정부 소속의 우스타냐나 티토의 빨치산과 전후를 대비한 권력 투쟁에만 관심이 있었다.

 

결국 이를 알게 된 서방에서는 체트닉에 대한 지원을 끊고, 유고슬라비아 국왕 페타르 2세도 티토를 저항군 지도자로 추인하게 된다. 물론 체트닉이 많은 연합군 조종사들을 구출한 공로도 있지만, 저항세력의 주도권은 티토의 빨치산으로 넘었갔다. 전쟁이 끝나고 1년 가까이 도주하던 미하일로비치와 잔당들은 체포되어 총살당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티토의 카리스마로 유지되던 구 유고의 질서가 붕괴되면서 대 세르비아주의의 부활로 미하일로비치의 이미지가 반역자에서 민족의 영웅으로 변신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반역자와 배신자들> 최악의 빌런은 역시 카렐 추르다가 아닐까 싶다. <새벽의 7>, <유인원 작전>, 로랑 비네의 인프라 소설 <HHhH>, 리디체 학살 그리고 라인하르트 프리드리히. 역사에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체코 출신으로 동지들을 배신한 카렐 추르다야말로 저자가 꼽은 14인의 악인열전 중에서도 압도적 존재감을 자랑한다.

 

히틀러의 재무장과 인근 국가들에 대한 영토적 야욕으로 2차 세계대전의 위기가 고조되어 가던 가운데, 1938년 뮌헨 회담으로 신생독립국 체코의 운명이 결정됐다. 300만 소수 독일인들이 거주하던 주데텐란트 병탄을 줄기차게 요구해오던 독일에게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은 결국 전쟁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주데텐 할양을 허용해 버렸다. 그것으로 레벤스라움을 주창하는 히틀러의 야욕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1939년 체코슬로바키아를 통째로 삼킨 히틀러는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체코는 독일의 전쟁 수행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그런 존재였다. 독일 전쟁기계를 위한 병기창이었다고나 할까. 한편, 체코 지하 저항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히틀러는 보헤미아-모라비아 총독으로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제국보안대 수장을 지낸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를 프라하에 파견했다. 이 희대의 악당은 1942년 반제 회의에서 전 유럽의 유대인 전멸계획은 세웠다. “금발의 짐승혹은 프라하의 도살자로 불린 골수 나치 하이드리히는 히틀러의 기대에 부응해서 보헤미아의 소요사태를 일소하기에 이른다.

 

이런 악당을 제거하기 위해 영국 정보부와 런던의 체코 망명정부는 이른바 <유인원 작전>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얀 쿠비스와 요제프 가브칙을 필두로 한 암살요원들을 프라하에 파견한다. 그리고 그전에 먼저 파괴공작을 위해 투입된 이가 있으니 바로 배신자 카렐 추르다였다. 그 역시 조국을 점령한 독일에 저항하는 전사였다. 하지만 쿠비스와 가브칙이 우여곡절 끝에 하이드리히 암살에 성공하고, 나치가 대대적인 범인 검거에 나서자 그만 막대한 현상금과 사면이라는 유혹에 눈이 멀어 그만 동지들을 배신했다. ‘새벽의 7인들이 성키릴과 성메토디우스 성당에서 벌인 처절한 사투는 영화에서 리얼하게 그려졌다. 얀과 요제프의 마지막 순간은 정말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언젠가 프라하에 가게 된다면 7인의 용사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한 성당을 찾아가 보도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드리히 암살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 고위직을 상대로 유일하게 성공한 표적암살 사례로 기록되었다. 나치의 보복으로 리디체 학살사건과 카렐 추르다의 밀고로 숱한 체코 레지스탕스들이 나치 독일군에게 처형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전후 처리과정에서 독일에게 할양되었던 주데텐란트를 다시 찾아올 수 있었으며, 체코 망명정부의 위신도 올라갔다. 인터넷의 어느 글에서 보니 이 사건이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들며 왜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영화를 만들지 않냐는 지적을 인상 깊게 봤다.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은 계속해서 영화나 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 승승장구하던 독일 제국의 승리에 베팅했던 카렐 추르다는 결국 독일의 패망과 함께 체포되어 처형됐다. 왜 동지들을 배신했냐는 질문에 배신자는 100만 마르크를 준다면, 너도 그랬을 거라는 말로 응대한다. 바로 영화 <암살>의 엔딩이 떠올랐다. 밀정 염석진은 조국이 해방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해방될 줄 알았다면 그랬(배신했)겠냐는 말과 너무 똑같지 않나.

 

군출신 행정가 카를 프리드리히 괴르델러의 행적은 책에 등장하는 다른 이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지금은 폴란드 영토가 된 포센 지방 출신의 괴르델러는 보수적 환경에서 자라났다. 책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처럼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기도 했고, 철십자훈장을 두 개나 받은 베테랑이었다. 전후에는 자유군단 소속으로 독일 좌파들과 대결하기도 했다.

 

쾨니히스베르크 부시장과 라이프치히 시장을 역임하면서 유능한 행정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파펜 이후,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 모양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히틀러가 수상이 되면서 역사가 뒤바뀌게 되었지만 말이다. 괴르델러는 뒤통수를 맞아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했고 베르사유 조약을 파기하고, 빼앗긴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극우 나치즘과 결을 같이 했지만, 반유대주의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괴르델러는 결국 히틀러를 암살해서 소련군이 서쪽으로 더 진군해 오기 전에 서방연합군과 종전에 협의하겠다는 이른바 <발퀴레 작전>을 가동시켰다. 그리고 수많은 인사들이 가담한 발퀴레 작전은 히틀러가 볼프샨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면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작전이 성공했다면 총리의 자리에 올랐을 지도 모를 괴르델러 역시 체포되어 194522일 베를린의 플뢰첸제 교도소에서 처형당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독재자의 폭주를 막고 조국을 파멸에서 구하기 위해, 독일에도 이런 양심가들의 저항이 존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 외에도 독일 출신으로 미국 할리우드 건너가 화려한 은막 스타가 된 마를레네 디트리히를 필두로 해서, 벨기에 출신 마지막 파시스트라는 별명의 레옹 드그렐(베를린 전투에서 독일인이 아닌 외국 의용군 출신 무장병력들이 소련군에 대항해서 더 악착같이 싸웠다), 귀족 출신 외교관이자 무솔리니의 사위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갈레아초 치아노 같은 인물들도 흥미를 끌었다.

 

처음부터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조국과 민족을 배신한 인물들도 있었지만, 페탱이나 블라소프처럼 한 때는 영웅으로 칭송받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역사전쟁이 연상됐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일개 너튜버들의 자의적 해석에 의지해서 무리한 일을 벌이는 모습에 안쓰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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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린이용) 생각하는 숲 1
셸 실버스타인 지음, 이재명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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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통 책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래서 이럴 때에 치트키로 보통 쓰는 게 그래픽 노블이다. 뭐 동화도 좋다. 아니 내가 이럴 때마다 읽는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도 좋을 것 같다. 아니 인생책이라 할 만한 윌라 캐더의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도 좋지 않을까.

 

오늘은 카페꼼마에 들렀다가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만났다. 50쪽 정도 되던가. 무려 천 만이나 되는 사람이 읽었다고(?) 혹은 팔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 나중에 알게 됐다. 그림책으로 글보다 여백이 더 많은 책이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어느 소년과 나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년은 나무에게 무언가를 끊임 없이 요구한다. 그 모습에서 아이 시절에 부모님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려서는 현미경을 사달라고 졸랐더랬지. 그렇게 얻어낸 현미경으로 많은 관찰들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그 다음에는 전축을 그리고 그 다음에는 30권 짜리 동아대백과사전을 사달라고 졸랐었다. 뭐 대충 그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정말 원했던 건.

 

소년은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그리고 나무 타기를 즐기면서 성장해간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대략 다섯 번 정도의 만남 정도였나. 두 번째부터 소년의 구체적 요청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다. 돈이 필요한 소년에게 나무는 사과를 내주었다. 나무에게 얻은 사과를 가지고 소년은 대처에 나가 사과를 팔아 돈을 벌었나. 그 다음에 장년이 된 소년은 집이 필요하다고, 이것 봐라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진다. 우리 어머니는 그걸 큰 도적이라고 표현하셨던가.

 

뭐든 말만 하면 아낌없이 내주는 나무는 무리한 요구에도 절대 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네 번째 노년이 된 소년은 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거 정말 선 넘는게 아닌가? 결국 나무는 통째로 자신을 내준다. 노인이 된 소년은 베어낸 나무로 배를 타고 떠난다. 순간, 나는 이 이야기에는 돌아옴과 떠남의 서사가 있음을 파악한다. 그리고 더불어 성경에도 등장하는 탕자 아들에 대한 서사도 동시에 연상됐다.

 

아직 끝나지 않았나? 뭐가 더 남았나 싶은 순간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 소년이 등장한다. 아주 바닥까지 긁어갈 셈인가.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 밑둥에 앉아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소년. 이거야말로 우리네 모습과 판박이가 아닌가 말이다. 배은망덕한 소년에 나를 대입하면, 그대로 해답이 된다. 나는 그걸 인정하지 않을텐가.

 

~’하는 짧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막을 새도 없이.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이었구나.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모에게 무언가 받아내는 걸 당연스럽게 여기는 소년이 바로 나였구나. 부모가 되어 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절절히 옳은 말씀이다. 지난 주말에 여주 곤충박물관을 오가느라 고생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 넉다운이 되어 누워 있는데, 평소에 그런 말을 하지 않던 꼬맹이가 운전하느라 수고했고 비싼 사마귀 곤충표본을 사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좀 찡했다. 나도 그동안 아낌없이 나눠 주는 나무들에게 충분히 받아먹었으니, 이제는 또 나눠줄 차례가 되었구나 싶었다.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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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9-05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맹이가 기특한 말을 했네요^^

저 오늘 읽던 소설에 자꾸만
돈 요구하는 딸 때문에 아버지가
‘그애는 돈먹는 하마‘라고 하더군요.ㅋㅋㅋ

이 책 어린이가 아닐때 읽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레삭매냐 2023-09-06 10:34   좋아요 1 | URL
낭중에 보니깐,
어른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더군요.

아해들이 보면 이해가 될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꼬맹이가 초큼 기특했답니다 냐하.
 
보테
위베르 지음, 케라스코에트 그림, 윤진 옮김 / 인벤션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매주 일요일마다 도서관에서 간다. 나에게는 주간행사가 되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이렇게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도서관이 유일하지 않은가. 우리 같은 책쟁이들에게 도서관은 축복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좋은 책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특정하게 읽어야 하는 책(?)이 없다면 나는 도서관에서 주로 금방 읽을 수 있는 그래픽노블들을 선호한다. 오늘은 위베르의 <보테>라는 특이한 그래픽노블을 만났다. 다 읽고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절판된 책이라고 한다. 오호 그것 참. 책쟁이 눈에는 그렇게 절판된 책들만 보이는가.

 

남쪽나라라는 곳에 모뤼(morue:불어 대구)라는 이름의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이 아가씨는 스스로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도 생선 벗기는 일만 해서 몸에서 대구 비린내가 나서 이름까지도 모뤼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녀는 어머니와 대모 밑에서 하녀처럼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았다. 약간 신데렐라 필이라고나 할까. 영주님의 행차 구경도 하고 싶은데 악랄한 대모는 그럴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핀잔을 주었던가.

 

자신의 이런 신세를 한탄하고 살던 어느날, 모뤼는 맙이라는 요정을 만나 자신의 신세를 말한다. 아 그 때 요정이 개구리 모양새를 하고 있었던가. 암튼, 맘씨 좋은(?) 요정은 모뤼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모뤼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그런데 요정의 축복을 살펴 보면, 그것은 상대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했던가. 다른 이들과 있을 때,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이었을까.

 

모뤼는 이 아름다움을 밑천으로 신분상승의 꿈마저 이루게 된다. 대모의 남편을 비롯해서 동네 모든 남자들이 모뤼에게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그래. 대모를 비롯한 여자들은 작당해서 모뤼를 해치려고 한다. 심지어 모뤼 모녀가 도망친 나무에 불지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무섭지 않은가. 못생겼을 때도 당하던 핍박의 강도는 아름다워 진 후에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결국 모뤼의 어머니는 나무에서 떨어져 돌아가시고, 모뤼마저 죽을 위기에 등장한 지역 영주 외드. 외드가 모뤼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니던가.

 

부엌데기에서 어느 순간 지역 영주의 부인이 된 모뤼는 이름마저 보테(Beaute: 불어 아름다움)으로 바꾸고 꿈에 그리던 신분상승을 성취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보테가 마냥 행복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맙 요정이 등장해서, ‘아름다움을 자극한다. 외드는 보잘 것 없는 영주이니 보다 나은 사람을 고르라는 유혹이었다. 징징대는 보테의 성화에 외드는 돈을 벌고, 영예를 얻기 위해 고난을 마다하지 않고 성을 떠난다.

 

보테의 초상화 제작을 맡은 화가마저, 화폭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가 없다고 좌절하고 스스로 목을 매고 만다. 이거야말로 아름다움의 축복이 아니라, 비극의 제조기가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제작된 보테의 초상화가 남쪽나라 막상스 왕의 손에 들어가고, 예외 없이 막상스 왕마저 아름다움의 포로가 되고 만다. 아니 누구든 보테를 보는 순간, 그녀의 아름다운 매력에 노예 같은 포로가 되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클리셰이 같이 들린다. 기존의 북쪽나라에서 온 왕비를 내친 막상스의 새로운 왕비 보테는 자신의 남쪽나라 백성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문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재원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자신의 여동생이 부정하다는 이유로 남쪽나라 궁정에서 내쳐져서 고국으로 돌아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자, 뿔이 난 북쪽나라 임금인 상글리에(sanglier: 불어 멧돼지) 왕은 남쪽나라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미남자에 남부러울 것 없었던 막상스 왕은 그저 새로운 왕비 보테의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나라가 망하던 말던 상관없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연출한다. 게다가 질투에 눈먼 막상스 왕은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은 물론이고, 대신들도 질투해서 어처구니 없는 패착을 저지른다. 그나마 자신의 누이 클로딘 공주(그녀는 보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름답지 못하다)의 조언으로 왕국이 유지되지만, 결국 전쟁에 패해 상글리에에게 죽고 만다.

 

아니 아름다움이 이렇게 비극의 씨앗이 된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전쟁이 시작된 이유 중의 하나가 보테를 보게 된 상글리에의 억누를 수 없는 그런 욕망이 아니었던가. 전쟁 포로가 되어 자신의 딸 마린과 함께 북쪽나라로 끌려간 보테. 그리고 그런 보테를 잊지 못해, 남쪽나라에 남아서 클로딘 공주와 연합해서 북쪽나라에 대한 반란을 획책하는 외드 영주의 모습이 그저 애처로울 따름이다. 모든 걸 다 쥐고 흔들던 상글리에 역시 보테의 아름다운 저주에 걸려 패가망신하게 된다.

 

이 기이하면서도 오묘한 매력을 품고 있는 그래픽 노블 <보테>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아름다움이 어쩌면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런 말일까. 아름다움으로 모든 걸 이룬 보테의 신세를 보면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거두어 달라는 보테의 요청에, 맙 요정인 비꼬는 말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지적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희망하지만, 그 희망이 이루어지면 또 그것으로 족하거나 넘친다고 불평을 하는 게 우리네 인간의 모습이라고 요정은 말한다. 어쩌면 이게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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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9-04 16: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도서관가면 엄마는 책 읽고 그 옆에 아이들은 문제지 풀고 있어요 ㅎㅎ
같이 책 읽으면 좋을 텐데요.
이 책도 관심 가네요.

레삭매냐 2023-09-04 18:53   좋아요 2 | URL
우연히 얻어 걸린 책인데
아주 재밌게 읽었답니다 :>

저희 동네에 새로운 그림책박물관
이라는 곳이 생겼다고 하던데
주말에 한 번 가볼까 합니다.

미미 2023-09-04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쾌적하고 시원한데다 자리도 많은데 뉴스 기사 보면
카공족들이 민폐라고 하더군요. 도서관이 부족한 지역인지...

레삭매냐님 리뷰 읽으면서
얼마전에 본 <마스크걸>이 생각났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되씹게 하는 스토리네요.^^

레삭매냐 2023-09-04 18:54   좋아요 1 | URL
저희 동네가 책으로 유명한(?)
동네인데 몇 년 전에 도서관 리모델링
으로 홍역을 치렀답니다.

기존처럼 칸막이 열람실 유지를 해달
라며, 소송전까지 갔었죠.
도서관이 언제부터 독서실이 되었는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미미님의 말씀을 다시 곱씹어 보니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가 떠올랐
습니다...
 
베를린 함락 1945 걸작 논픽션 26
앤터니 비버 지음, 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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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 동안, 아돌프 히틀러가 세운 제3제국의 마지막 순간들을 읽었다. 2차 세계대전사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앤터니 비버는 전후 숱하게 풀린 수많은 자료들은 물론이고 개인의 서신, 일기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주로 소련군이 주인공이 되어 파시스트 정권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책을 읽는 내내, CNN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해 주는 전쟁 실황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전사를 좋아하는 취향 탓도 있겠지만, 올해 최고의 책 가운데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670쪽을 넘는 책이라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1943130, 청색작전으로 시작된 독일군의 코카서스에 대한 대공세는 스탈린그라드 포위전에서 독일 최강이라는 제6군이 통째로 괴멸되면서 동부전선에서 독일의 승리 가능성은 날아가 버렸다. 전쟁의 변곡점이라고 해야 할까. 이후 쿠르스크 전투(1943)와 소련의 바그라티온 공세(1944)로 전세는 완전히 연합군 측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소련은 대소전을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르는데, 조국을 침탈하고 산산조각낸 파시스트 짐승의 소굴로의 진격만이 남아 있었다.

 

히틀러는 마지막 전력을 짜내어 1944년말 아르덴 공세를 준비했다가 예비군마저 다 박살이 나면서 제국의 운명을 앞당겨 버렸다. 이 시점에서 한 때 윌리엄 로런스 샤이러가 천재가 아닐까라고 썼던 총통의 총기는 다 사라져 버렸고, 이후 거의 도박에 가까운 시도들이 이어졌다. 동서 양쪽에서 연합군의 전력은 독일의 그것을 능가했다. 결국 스탈린은 1월 겨울공세에 어마무시한 병력을 동원해서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를 해방시키고, 오데르-나이세 강을 향한 진격을 이어갔다.

 

하인츠 구데리안을 필두로 한 독일 정통 장군들은 쿠를란드와 동프로이센 그리고 브레슬라우 같은 거점 도시들에 포진해 있던 독일군 수비대를 철수시켜 독일 본토 방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탈린그라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히틀러는 이번에도 현지사수만을 부르짖을 뿐이었다.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압도적인 소련군의 보병은 물론이고 포병, 항공전력 앞에 동부전선에 투입된 독일 베테랑 전사들은 전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의미 없는 수비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적도 베를린의 진격과 붉은 깃발을 제국의회 의사당에 걸겠다는 신념으로 뭉친 소련군부 내의 갈등도 극에 달했다. 소련군의 수장 주코프를 필두로 해서, 로코솝스키와 코네프 원수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폴란드 혼혈이라는 이유로 로코솝스키는 일단 제외되어 북부전선을 맡았다. 독일군의 침공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소련군은 독일 민간인들에 대한 잔혹한 복수극을 벌였다. 이를 통제해야 하는 소련 군부는 이렇다할 제재를 하지 않았다. 전쟁 말기, 소련군의 심각한 기강 해이는 파시스트 짐승의 소굴을 격멸한다는 소비에트군의 대의를 실종시켜 버렸다.

 

저자는 신성한 소비에트 군대가 미국의 렌드리스 법안으로 자국에 지원된 미국산 스튜드베이커 트럭(15만 대)과 보급품의 위력에 대해서도 애써 축소하려고 했다는 점도 냉철하게 지적한다. 사실 나치 독일군을 추격하고 패퇴시키는 과정에서, 소비에트군 보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독일 영토로 진격할수록 자국으로부터 보급선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보급차량의 수요는 절대적이었다. 서방의 이런 막대한 군수품과 차량 지원이 없었다면, 최전방 150만에 달하는 대병력에 병참지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장에서 자신들의 공적은 부풀리되, 서방의 조력에 대해서는 깎아내리라는 게 스탈린과 소련지도부의 일관된 방침이었다.

 

앤터니 비버는 이 책을 처음 발표할 때, 카라신 소련 대사가 심각하게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쓰고 있다. 대조국전쟁은 소련 역사에서 신성이 되어야 하는데, 동프로이센과 슐레지엔 각처에서 벌어진 집단 강간 같은 전쟁범죄를 눈감아 달라는 표현이었을까. 앤터니 비버는 소련의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사료를 바탕으로 해서 전쟁 막바지에 벌어진 다양한 형태의 비극적인 드라마들을 <베를린 함락 1945>에 기록했다.

 

나는 오래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통해 당시 동프로이센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해 간략하게 만난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 앤터니 비버는 보다 방대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동부전선의 최후는 물론이고, 시시각각 베를린 포위를 좁혀 오는 소련군의 전략 전술에 대해 입체감 있게 그려냈다. 역설적이게도, 연합군의 독일군에 대한 유화정책 때문인지 동부전선에서는 소련군을 상대로 악착 같이 싸웠던 반면, 서부전선의 독일군은 상대적으로 그런 전투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미 독일군이 전투력과 의지를 상실했다고 섣부르게 판단한 소련 군부는 마지막 대공세에서 포즈난 포위전과 젤로 고지 그리고 슈프레강 전투 등지에서 의외의 손실을 당했다. 사실 소련 장군들은 베를린 함락이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전쟁 막판에 무리한 병력 운용을 했다가 많은 병사들이 베를린 시가전을 포함한 전투에서 전사하고 부상당했다. 연합군 사령관인 아이젠하워가 거의 전쟁이 끝난 마당에 미군 병사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주력한 것과는 천양지차가 나지 않는가.

 

동프로이센과 슐레지엔의 나치 대관구 지도자들은 국방군은 물론이고, 현지에서 급조된 국민돌격대들에게 압도적인 전력의 소련군에게 고작 판처파우스트 같은 소화기로 무장하고 끝까지 제국과 총통을 위해 싸우라고 하고선 자신들은 후방으로 도주해 버렸다. 지도자가 나서서 방위전에 나서도 간신히 버틸까 말까한 마당에, 자신들만의 안위를 걱정하는 황금 꿩들의 이런 작태야말로 히틀러 종말극을 장식하는 희비극이 아니었나 싶다.

 

19447월의 불발된 쿠데타 시도로 독일국방군을 믿을 수 없게 된 히틀러는 SS제국지도자 하인리히 힘러에게 힘을 몰아 주지만, 게슈타포나 운용하고 마르틴 보어만과 총통의 후계자 자리만 경쟁할 줄 알았던 음모가 힘러에게 구데리안 같은 전략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엉터리 지도자들 때문에 독일의 수많은 민간인들이 고스란히 전쟁의 피해를 입어야했다.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하고 무장도 하지 못한 히틀러 유겐트 소속 분견대 소년들이 동부전선에서 독일 정규군을 상대로 단련된 소련 정예병사들에게 상대가 되었겠는가. 앤터니 비버는 이런 애송이 병사들을 전선으로 내몰아 죽게 만든 나치 지도부들의 광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훗날 독일 국가의 재건을 위해서라도 이런 소년들과 청년들의 무고한 희생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었다.

 

1945416일부터 시작된 소련군의 마지막 공세 앞에 독일 수비대는 속절 없이 무너져 버렸다. 복수심에 불타는 소련군은 끝까지 저항하는 무장친위대와 블라소프가 이끄는 히위들에게 일절의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전쟁 말기에 가서는 순혈주의를 자랑하는 나치의 무장친위대의 절반가량이 외국 의용군이었다는 사실이 참 놀라울 뿐이다. 히틀러의 최측근들마저 등을 돌리는 마당에 단마르크, 노르게 연대에 소속된 볼셰비즘에 대항하는 나치 이데올로기의 세례를 받은 타국의 젊은이들이 소련군을 상대로 끝까지 싸웠다는 사실은 역설 그 자체였다. 어쩌면, 이런 점들이 이데올로기 전쟁의 처절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전쟁 말기의 연합군 레이스에 대한 기술도 흥미로웠다. 소련군은 얄타에서 미영연합군과의 약속과 달리 폴란드에서 자유민주국가를 세울 의도가 전혀 없었다. 스메르시와 NKVD의 수장 베리야가 선제적으로 지목한 자유 폴란드군들은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빈과 프라하는 적군의 수중에 들어갔고, 덴마크는 가까스로 영국군이 진주하는데 성공했다.

 

스탈린의 소련은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으로 폐허가 조국의 재건을 위해 포로가 된 독일병사들을 이용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소련군이 아닌 서방의 연합군에 대거 독일군이 투항하는 걸 사전에 막고자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동프로이센과 슐레지엔 각지에서 소련군이 저지른 만행 때문에 무장친위대들은 소련군에게 투항해서 처형당할 바에야 죽을 때까지 싸우는 선택을 했다. 아무리 소련의 제7국이 독일군을 상대로 선전전을 했어도, 동부 전선에서 소련군이 행한 일들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후, 독일 일반 국민들의 반소감정이 치솟은 이유를 그들만 몰랐단 말인가.

 

저자는 서두에서 소련군이 미군보다 앞서 달렘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물리학 연구소 접수에 전력을 다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스탈린은 서방에 파견한 스파이를 통해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전후 동맹국에서 냉전 경쟁국으로 바뀌게 될 것을 예상했던 걸까? 뒤쳐진 핵개발을 위해서라도 독일의 최신 핵기술이 필요했던 스탈린은 독일의 과학자들과 실험실 시설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연합군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오토 한 같은 인물들을 먼저 체포해서 영국의 팜 홀로 이송했다. 앤터니 비버는 소련군이 독일에서 뜯어간 시설과 설비들이 정작 소련에서 활용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기술한다.

 

그동안 1945430일 자살한 히틀러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소련 정보부에서 휘발유에 타고 남은 총통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스탈린이 그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아닌 주코프 원수에게까지 20년 동안 비밀로 했다는 점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히틀러 제3제국의 마지막 순간을 다룬 67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대서사를 짧은 리뷰에 담기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앤터니 비버의 전작인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아르덴 대공세 1944>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이 최고였다. 미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 주었고, 7년 대전쟁의 마지막과 그 후과로 벌어진 비극을 다룬 대가의 조명은 그저 탁월했다. 5년 전에 나온 마켓가든 작전을 다룬 <아른헴>의 출간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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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8-28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벽돌책을 완독하셨다니 수고하셨습니다.
게다가 앤터니 비버라니 더 부럽습니다.

외부로 드러난 전생사도 흥미롭지만
거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스파이전 양상도
전쟁의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 같아요.


레삭매냐 2023-08-28 14:47   좋아요 1 | URL
<스탈린그라드>와 <아르덴>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현대전에서 정보와 선전전의 중요성
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2023-08-28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8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8-28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침 제가 어제 영화 <오펜하이머>를 봤어요. 미국은 독일이 핵실험을 했다는 것을 감지 하거든요 근데 하이젠베르크가 먼저 성공하지는 못했나봐요.
이 책이 그당시 독일의 상황을 알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레삭매냐 2023-08-28 15:29   좋아요 2 | URL
제가 여기저기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핵분열 현상을 독일-오스트리아 과학자
들이 먼저 발견해서 핵무기 연구를 선도
했지만...

현실계에 극히 소량으로 존재하는 우라늄
농축 기술의 부재로 결국 독일이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하이젠베르크 들은 미국이 먼저
핵무기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 차원의 압도적
지원과 물량 공세로 우라늄 농축에 성공하
고 3기의 핵폭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윌리엄 샤이러의
<제3제국>을 읽기 시작했는데, 오펜하이머-
베를린 함락 1945-제3제국 이렇게 이어지는
서사라고나 할까요.

서니데이 2023-08-28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리뷰를 읽으니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2차 대전 관련된 내용은 1세기도 되지 않았는데, 가끔 아주 오래전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시기가 흑백사진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8-29 13:29   좋아요 1 | URL
와우, 놀라운 지적이십니다.
채 100년도 되지 않은 역사가 이렇게
멀게 느껴질 줄이야...

책값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8-29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글을 잘 쓰면 이 두꺼운 역사책이 CNN 생중계처럼 느껴질까요? 레삭매냐님께서 통으로 깊게 이해하고 흐름 보여주시니, 저 역시 CNN 방송 보는 것 같습니다. 끝까지 싸운 ‘독일군‘ 중 타국의 젊은이들이 다수였다니,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이데올로기로 인한 전쟁의 처절함을 알고 싶지 않아도 보여주네요. 잔혹하고 슬프네요...<제3제국> 리뷰도 곧 만나겠네요. 덕분에^^ 호강합니다.

레삭매냐 2023-08-29 13:31   좋아요 1 | URL
제가 개인적으로 전쟁사를 좋아해서
인진 몰라도 아주 술술 읽혔답니다 :>

아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복습을,
그리고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걸 배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무장SS 의용군이 베를린 전투에서
거의 발악적으로 싸우는 모습이 참...

<제3제국>은 과연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분량이 거의 이천쪽에
육박하는지라. 열심히 읽어 보갔습니다.

coolcat329 2023-08-29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레삭매냐님 오랜만이에요.
저도 이 책 샀답니다. 벌써 읽고 리뷰를 남기셨네요. cnn 중계 전쟁 실황을 보는 거 같다니 역시 작가가 실력파군요. 언제 읽어야 하나 그것이 걱정입니다.

레삭매냐 2023-08-29 13:42   좋아요 1 | URL
쿨캇트님 반갑습니다 :>

저의 팔월은 이 책과 함께 한 모양입니다.
다 읽고 나니 진이 빠져서 다른 책들을
멀리 하고 있더라는 ㅋㅋㅋ

다 읽고 나시면 정말 뿌듯하시리라 믿
습니다.

그레이스 2023-09-04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벽돌책 보고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 읽어야 할 책들 사이에서 어찌 읽어내나 싶네요

레삭매냐 2023-09-04 18:58   좋아요 1 | URL
저도 다 읽는데 한 열흘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난 달에는 이 책을
읽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만족하지 싶습니다.

읽을 책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지요 고저.

잠자냥 2023-09-26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틀러의 최후를 확인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