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번 주에는 열심히 티모시 스나이더의 <블러드랜드>를 읽고 나서 나도 리뷰 대회에 참전하고자 했으나... 다 틀려 버렸다.

 

지난주에 인천에 갔다 오면서 데불고 온 책들에 그전에 도서관에서 <블러드랜드>와 같이 빌린 책들 그리고 <블러드랜드>를 통해 알게 된 바실리 그로스만의 편역책 <코미짜르> 마지막으로 앤터니 비버의 <아르덴 대공세 1944>에 빠져 <블러드랜드>는 결국 못 읽을 것 같다. 절망적이군 그래. 호기롭게 시작은 하였으나...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그린 이태리 작가 파올로 코시의 <메즈 예게른>을 근 1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책을 읽었으니 리뷰도 써야 하는데... 어제 <사피엔스> 그래픽 노블 리뷰를 쓰고 진이 빠져서 일단 보류 중. 빨리 쓰지 않으면 결국 못 쓰게 될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써둬야겠다 나의 기록을 위해서.

 

내가 애정하는 작가 마누엘 푸익의 몇 권 되지 않는 국내 출간도서 중의 하나인 <천사의 음부>는 을유문화사 세계문학 첫 10권 중에 하나로 나온 책이다. 아마 그 시절에 사둔 것 같은데 여적 안 읽고 버티고 있었다, 놀랍군. 책이 다 바래졌더라.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절판이 되었다고. 그 책을 산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역시 나의 기대작은 바로 히틀러의 마지막 발악이었다는 <아르덴 대공세 1944>. 밀덕들의 추앙을 받는 앤터니 비버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책들은 비싸고, 그래서 바로 절판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살 수 있을 적에 사두어야 한다. 냉큼 주문장을 날렸다.

 

소련이 혼자서 다 싸운 2차세계대전이 종반으로 치달을 즈음, 영국과 미국은 결국 스탈린이 그렇게 목 놓아 외치던 제2전선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서부 유럽 해방에 나섰다. 일단 상륙작전은 성공했지만, 연합군의 진격을 지지부진했다. 아마 스탈린이 동부전선에서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독일의 중부집단군을 궤멸시키지 않았다면, 연합군은 더 큰 위기에 봉착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말썽쟁이 조지 패튼이 이끄는 미 3군의 노도와 같은 진격이 시작되고, 팔레즈 포위전으로 서부 전선의 독일군들이 궤멸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마침내 독일의 심장부로 향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보급이다. 파리를 필두로 해서 독일군의 점령 하에 있던 각지를 해방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진격에 꼭 필요한 연료와 방대한 양의 물자 부족은 연합군 진격에 큰 문제를 유발했다.

 

패튼의 전차부대와 몽고메리의 영국군 앞을 가로 막는 장애물은 라인 강 정도였다. 저자가 정치군인이라고 매도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전쟁의 승리보다는 그동안 유럽대륙에서 나치 독일에 홀로 맞서 싸운 영국군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아마 전후 유럽의 새로운 질서 개편에 있어 영국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동한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후방의 든든한 보급과 물자수송을 위해 보다 안전한 항구 확보보다 오로지 진격 레이스에서 라이벌 패튼을 이기겠다는 오만에 가득했던 영국 육군 원수 몽고메리는 대담한 도박에 나서는데 그게 바로 노르망디 상륙 이래 놀고만 있던 연합군 1공수전단을 좀 써먹어야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마켓가든 작전>이었다. 영국의 붉은악마 1공수, 미국의 82공수 101공수사단을 동원해서 네덜란드로 향하는 일련의 다리들을 점령하고 영국 전차부대를 투입해서 전쟁을 1944년 크리스마스 이전에 끝내겠다는 몽고메리의 야심찬 계획을 정치군인 아이젠하워는 승인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연합군 공정부대들이 목표로 한 다리들이 너무 멀었다는 점이다. 영국군 전차부대가 중요 목표인 아른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려 104KM를 돌진해야했다. 게다가 연합군 정보부는 작전 목표 부근에서 휴식과 재정비하고 있던 독일 두 개의 SS기갑사단의 존재를 무시했다. 영국의 붉은 악마들은 악전고투 끝에 아른험 대교의 일부를 장악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재정비를 마친 독일군 기갑사단들이 출동하면서 결국 전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몽고메리의 도박이었던 마켓가든 작전은 엄청난 사상자 수만 남기고 실패했다.

 

독일군은 비록 팔레즈 포위전에서 엄청난 수의 피해를 입긴 했지만, 연합군의 상륙예정지롳 예상했던 파드칼레를 지키던 15군이 성공적인 철수를 해서 네덜란드 방어에 나서고, 마켓가든 작전을 저지하면서 전선을 교착상태로 접어들었다. 한편, 연합군은 벨기에의 중요한 항구인 앤트워프를 장악하고, 독일군들이 항구를 쓰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기뢰나 갖가지 장애물들을 제거하면서 비로소 물자보급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다음 전투의 무대는 아헨이었다. 아헨이 갖는 정치적 중요성은 대단했다. 그 이유는 바로 아헨이 독일 본토의 도시라는 이유에서였다. 히틀러 총통의 절대 사수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나치 정예사단이라는 친위대 부대들이 앞 다투어 미군의 공세를 앞두고 동쪽으로 철수하는 장면은 베어마흐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여기까지 내가 읽은 것들을 정리해봤다.

 

앤터니 비버 작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팔레즈 포위전, 마켓가든 작전 그리고 아헨 전투와 휘트르겐 숲 전투까지 다룬 다음에 본격적인 아르덴 대공세 썰을 풀 모양이다. 서두가 길기도 하구나. 하긴 그런 전반적 상황들을 이해해야 어떻게 해서 히틀러가 마지막 도박에 나서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테니. 그나저나 앤터니 비버의 최신작이라는 <아른험>(2018)도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충성스러운 밀덕들을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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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4-26 10: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매번 느끼는건데 어쩜 이리 레삭매냐님의 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신지~~
책에 대한 내용보다 오늘은 호모 북럽쿠스(제가 붙여봤어요 ㅎㅎ)에 대한 칭송입니다👍👍

레삭매냐 2021-04-26 11:11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호모 북럽쿠스 !!!

아마 요즘 낙을 붙일 곳이 책 밖에
없어서 더더욱 덕후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mini74 2021-04-26 18: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예전에 다큐 본 기억이 나요. 레샥매냐님 글이 더 재미있어요 소련이 혼자서 다 싸운 ㅎㅎㅎ책이 많이 비싸보입니다 ㅠㅠ

레삭매냐 2021-04-26 19:02   좋아요 3 | URL
2차세계대전 미군 사망자가 405,399명
인데 소련군 사망자 수는 적게 잡아도
8백 만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밀리터리 관련 책들은 하나 같이 비싸더
라구요... 아마 소수의 밀덕들을 타겟으로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2021423일 불금 저녁, 만국의 책쟁이들이여 단결하라!

 

그리고 나에게 온 책은 바로 바실리 그로스만의 <코미짜르>라고 쓰고 <인민위원>이라고 읽는 바로 그 책이었다.

 

나는 <삶과 운명>을 기대하고 있건만, 그 책은 언제 번역돼서 국내에 출간될지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고 만나야겠다 싶어, 서울책보고에 주문장을 날렸다. 그리고 오늘 도착했다.

 

책의 상태는 아주 메롱하다. 지난 번 아민 말루프의 <사마르칸드>의 상태에 만족해서 더 그런 걸까. 책은 갈색으로 변색되었고, 책의 겉투리도 아주 나달나달하구나. 아 슬프다. 너무 상태가 좋지 않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코미짜르>199028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래서 이렇게 책의 상태가 후진 걸까? 출판사는 세진출판사, 단가는 2,800. 내가 산 가격은 라떼 한 잔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돈 3,000원이니 정가보다 200원 비싸게 산 셈이다. , 배송료 3,000원을 잊어 버렸군.

 

선전은 볼셰비키의 나라답게 아주 자극적이고 선동이 넘쳐흐른다. 탄압과 수난의 작품이라니! 당장 집어서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이 친구는 한 번 딱 읽고 나서 보내는 것으로. 아 고민이다. 일단 책의 컨텐츠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련다. 오늘은 전세계 만국 책쟁이들의 염통을 쫄깃하게 맹그는 바로 그 책의 날이 아니던가.

 

, 인천 집에 들러서 쟁여온 몇 권의 책들이 있는데 고 녀석들의 영롱한 자태도 공개해 보련다. 다만, 당장은 귀찮아서 추후에 보여 드리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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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23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고에 59000원 한 권 있네요. (쩝) 메롱이면 어떻습니까 득템하신거예요.
표지 글귀들 저도 매우 혹하네요!😳 도서관에 있어야 하는데..!!

레삭매냐 2021-04-24 09:32   좋아요 1 | URL
지금 한창 읽고 있는데, 편역이라고
하네요. 아니 정본도 아니고 편역이
라니오...

너무 오래 전 책이라 아마 도서관에
는 비치되어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21-04-23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4-23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 포스만 봐도 선배님격인 책인데 ˝메롱˝하다고 표현해주시니, 혼맥하다가 그 귀여운 표현에 웃고 갑니다^^

레삭매냐 2021-04-24 09:34   좋아요 3 | URL
어제 저녁으로 포장 족발을 사다
먹었는데 어찌나 비루가 생각나던
지요 ㅋㅋ

저희 동료는 제가 추천한 그롤쉬
비어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하
더군요.

바람돌이 2021-04-24 00: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피에젖은 땅에 잠깐 소개됐던 책 같네요. 이런 책을 진짜 찾아내서 기어이 득템하시다니 정말로 책의 날 책쟁이 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상자는 당연히 레샥매냐님!!!

라로 2021-04-24 06:34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의견에 찬성!!! 알라디너들이라도 상을 드려야 할 듯요!!^^

레삭매냐 2021-04-24 09:35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피에 젖은 땅>은 못 다
읽고 결국 반납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블러드랜드의 개념과 바실리
그로스만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부족
하지만 짧고 강렬했던 그런 독서였습
니다.

책쟁이의 날 상!!!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1-04-24 08: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책의 날 기념 24시간 full 책읽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레삭매냐 2021-04-24 09:36   좋아요 2 | URL
책의 날 트웨니포 아워즈 릴레이
독서, 이런 거 하면 재밌을 것 같
네요 ㅋㅋ
 

얼마 전에 열린책들에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이 거의 천쪽에 육박하는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장바구니에 조용하게 담아 두었다.

그런데 어젠가 들어가서 찾아보니 절판되었다고 한다. 아예 서지 정보도 보이지 않는다.

 

이기 머선129?

당장 살 것도 아니지만 왠지 아쉬운 느낌이랄까 그것 참.

 

그래서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교보문고하고만 책의 날 콜라보를 진행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열린책들의 <신곡>은 교보문고에서만 판다는 말이다.

 

기독교 문화에 기반한 서양 사람들에게는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왠지 우리에게는 좀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도 최민순 신부님의 버전이 최고라고 해서 상권만 일단 구해서 읽다가 실패한 적이...

 

살 것도 아니면서 왠지 알라딘에서 팔다가 팔지 않는다고 하니 아쉽다.

뭐 그랬다고 한다.

 


- 덧달기 -

 

하도 궁금해서 교보에 가서 미리보기로 맛만 조금 봤다.

번역을 맡은 김운찬 역자가 2년 전 <신곡> 강의를 바탕으로 해서 새롭게 개역을 했다고 했던가.

 

고전읽기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그 당시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 내가 단테 알리기에리가 살던 시대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 주석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신곡은 나같은 가톨릭 교리와 용어에 대해 문외한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본문은 고사하고 주석 읽다가 나가 떨어져 버릴 지도 모르겠다.

 

참 올해가 단테 선생 서거 700주기라고 한다. 그리고 보니 도끼 선생도 읽어야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700년 전이면 조선시대도 아니고 고려시대 아니었나. 그리고 보니 고려시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물며 중세 이탈리아야...

 

집에 고이 모셔둔 최민순 신부님의 <신곡>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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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1-04-21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합본판은 번역이 한 번 더 개정됐다고는 하는데, 이 이전 판본은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으로 분권되어서 나왔어요.

레삭매냐 2021-04-21 15:00   좋아요 2 | URL
교보에 가서 미리보기를 보니 개역해서
새롭게 냈나 보더라구요 :>

아직 신곡을 읽지 못한 사람으로 한 번
만나볼까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다만 후덜덜한 분량에 소생의 무지함으로...

미미 2021-04-21 13: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점 한군데 독점판매 이런거 웃긴것 같아요. 마케팅 전략이고뭐고 책은 좀 안그랬으면 좋겠어요. (귀찮아서 알라딘만 이용하는 미미ㅋㅋ)

레삭매냐 2021-04-21 15:01   좋아요 2 | URL
언제부터인가 표지갈이한 리커버가
대세가 되었더라구요. 사실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죠.

그럴 시간에 아민 말루프나 타리크
알리 같은 양반의 저서들을 번역해
서 내주면 얼매나 좋을까 싶습니다.

붕붕툐툐 2021-04-21 14: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말씀에 완전 동감~ 좀 웃기다용~~

레삭매냐 2021-04-21 15:02   좋아요 2 | URL
뭐랄까, 색다른 맛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는 리커버판
이 대성공이었습니다 ㅋㅋ

잠자냥 2021-04-21 14: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보 가서 저도 좀 구경하고 왔는데.... 음... 살짝 사고 싶다가도 결국 신곡 안 읽을 거 같아서 포기하고 왔습니다. 이기 머선129 ㅋㅋ

레삭매냐 2021-04-21 15:03   좋아요 2 | URL
일단, 가격이 ㅎㄷㄷ하더라구요.

어쩌면 저랑 그리도 똑같은 심정
이시진요. 다 읽을 자신이... ...
 


 

올해가 고인의 20주기로구나. 그런데도 계속해서 그의 작품들이 발표되니 뭐랄까,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제발트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무런 생각 없이 무조건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받았다.

이건 하나의 즐거움이다.

 

제발트 작가가 귀한 작가들에게 바친 헌사라고 하는데...

한 번 휘리릭 펼쳐 보니 컬러 도색의 그림도 있고 뭐 그렇다. 익숙하지만 읽다만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이야기도 나오는가 본데... 그렇다면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선결 조건으로 발저부터 읽어야 한다는 말일까. 소책자 스타일의 책을 사들고 중세 스위스의 어느 전투에 대해 읽었나 어쨌나.

 

아침부터 두꺼비 알과 도룡뇽 관찰하느라 돌아 다녔더니만 벌써부터 피곤하다.

이럴 때 한숨 때리면 얼마나 좋을까. 파스칼 로즈의 읽다만 책부터 읽어야 하나 아니면 바로 제발트의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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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트의 새 책 역시 알고 보니 위험한 책이었다.

자신을 파괴해 가면서까지 글쓰기라는 악덕에 전염된 고트프리트 켈러니 로베르트 발저 같은 작가들에 대한 빈프리트 게오르크 제발트의 찬사라는 표현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해당 작가의 책부터 먼저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타자의 시선으로 본 감상 혹은 리뷰보다 내가 원전을 먼저 만난 뒤에 읽어야 한다는 그런 일종의 강박관념이라고나 할까.

 

고트프리트 켈러의 <초록의 하인리히>는 예전에도 어디선가 한 번 주워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제발트의 책에서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결국 그 책를 구해서 읽어야 한다는 운명일까나.

 

그나마 로베르트 발저의 책 <산책자><벤야멘타 하인학교>는 보유하고 있어서 냉큼 찾아서 후자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유는 순전히 책이 짧다는 이유로 말이다. 요즘 너튜브 동영상에 흠뻑 빠져서 책읽기보다 그놈의 동영상 보기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몽골 제국의 호라즘 정벌이라든가, 금나라와의 전쟁, 2차 세계대전 비사, 히총통의 소방수 혹은 방어전의 사자라 불리던 발터 모델 원수 등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벽을 훌쩍 넘기기가 일쑤다.

 

너튜브에 그렇게 많은 동영상들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책에 대한 컨텐츠는 많이 없다는 느낌이다. 우리 책쟁이들이 리뷰에는 나름 공을 들이지만 또 컨텐츠 제작에는 관심이 없나 어쩌나. 물론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결국 컨텐츠 제작은 꾸준함과 얼마나 많은 컨텐츠들을 업로드했나가 아닌가 싶다.

 

파스칼 로즈의 책부터 마저 읽어야 하는데 좀 스텝이 꼬인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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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17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꺼비알과 도룡농 관찰이라뇽~ 호기심 발동합니다~ㅎㅎ

레삭매냐 2021-04-18 08:44   좋아요 2 | URL
덤으로 참가한 숲체험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동안 두꺼비들이 알을 낳지 않
다가 공원 조성하면서 만들어진
인공 호수에 알을 낳기 시작했다
고 하더라구요. 두꺼비 올챙이들이
바글바글했답니다.

coolcat329 2021-04-18 0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롱뇽, 두꺼비알...?ㅋ 취미신가요?

레삭매냐 2021-04-18 08:45   좋아요 2 | URL
취미는 아니고 우연히 얻어 걸리게
되었네요 ㅋㅋ 다만 날이 좀 추워서리.

어제는 아기 도룡뇽이도 관찰했답니다.
도룡뇽 올챙이는 개구리와 달리 앞다리
부터 나온다고 하네요 : 신기했습니다.
 



분단이라는 비극에 대한 하나의 르포르타주


미치게 읽고 싶은 책들이 있다. 아민 말루프의 <타니오스의 바위>가 그랬고, 이번에 만난 쿠쉬완트 싱의 <파키스탄 행 열차>가 그랬다. 어떻게 영문 파일을 구해서 떡제본으로 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영어책이라 읽지 않고 쓰담쓰담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국의 모든 도서관을 연결하는 상호대차 서비스인 책바다가 생각났고 <뜨거운 달><타니오스의 바위>에 이어 드디어 쿠쉬완트 싱의 <파키스탄 행 열차>를 만나게 되었다. 참고로 도서관에서 내가 사는 부근의 도서관으로 책이 오는 비용은 1,700원이었다. 물론 그 이상이라도 내가 원하는 책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낼 용의가 있었다. 책을 소유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컨텐츠를 읽는것이니까.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서론이 좀 길었다. 소설 <파키스탄 행 열차>는 뜨거웠던 1947년 여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은 1956년에 발표된 책이다. 국내에 몇 번 나온 적이 있는데 물론 절판됐다. 내가 책바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1947년 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그 해 인도가 식민종주국 영국의 오랜 압제로부터 해방되어 독립했다. 그렇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다.

 

영국 제국주의자들은 전통적으로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정책을 고수해왔다. 광활한 인도 대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구가 4억이나 되는 광대한 식민지를 현지인들의 협력 없이 통치하기간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거기에 종교라는 문제까지 살짝 얹었다. 힌두교도와 회교도 그리고 시크 교도가 평화롭게 어울려 살던 인도는 영국이 떠나면서 유혈 폭동의 공간으로 변했다. 힌두교도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 본토에서 상대적으로 소수파였던 무슬림들이 공격받기 시작했다. 간디 선생의 비폭력 노선은 분리 독립에 눈이 먼 이들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공허함 그 자체였다.

 

포커스를 좀 더 좁게 만들어서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펀잡 지방의 마노 마즈라라는 마을로 가보자. 마노 마즈라에는 라호르와 수도 델리는 잇는 기차가 선다. 기차는 이제는 적대적으로 변한 두 개의 공간을 잇는 연결점이다. 평화롭던 시절에는 물자와 사람을 수송하던, 연착이 기본인 열차가 이제는 비극의 메신저가 되었다. 사건은 총과 칼로 무장한 강도 말리 5인조가 마노 마즈라 마을에 사는 힌두교도 고리대금업자 랄라 람 랄의 집을 습격하면서 시작된다. 끝까지 그들이 요구하는 금고 열쇠를 내놓지 않은 람 랄은 결국 그들에게 살해당한다. 하긴, 금고 열쇠를 줬다고 해서 그가 살아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무렵 온갖 비행으로 집행유예 중이던 시크교도 청년 주거트 싱(주가)은 무슬림 이맘 바크시의 딸 누란과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절도와 살인죄로 교수형당한 도둑 알람 싱의 아들이다. 거대한 체격을 자랑하는 주가는 말리 패거리도 두려하는 그런 싸나이다. 시크교도 주가와 다른 사람도 아닌 이맘의 딸 누가의 만남이 비극으로 이어지리라는 건 누가 봐도 뻔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중년의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치안판사 후컴 찬드가 등장한다. 민중의 공복이라는 고위 관료가 역설적으로 그들 위에 군림하는 장면에서는 며칠간의 선거 운동기간에만 굽신거리고 당선된 후에는 공복이 아닌 주인행세를 하는 무한루프의 반복이 떠올랐다. 인도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선전은 떠올랐다. 내가 소설을 통해 만난 인도식 민주주의는 정말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치안을 맡은 후컴 찬드는 날이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하는 마노 마즈라 일대에 사는 이들의 안녕과 안전에는 관심이 1도 없고, 오로지 술과 푸짐한 식사, 낮잠 같은 향락에만 집중한다. 어린 무슬림 가수 소녀(하씨나 베감)를 금전으로 착취하는 건 남세스러운 비밀도 아니었다.

 

랄라 람 랄이 살해당한 다음 날, 마노 마즈라에 영국에서 최상위 교육을 마치고 조국에서 사회사업을 하겠다고 하방한 인도인민당 출신의 이크발 싱이 도착한다. 시크교도에게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친절이 선택이 아닌 의무였던 모양이다. 부제 미트 싱은 청년 이크발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한다. 선량한 미트 싱이 보여주는 비위생적인 모습에 진저리치는 이크발의 모습은 문명의 충돌이랄까. 지식인 이크발 주변에 모여든 마노 아즈라 마을 사람들은 그로부터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묻는다. 인도의 앞날에 대한 민중들의 걱정과 우려가 드러나는 결정적 장면이다.

 

병행해서 만나고 있는 에드거 모건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에도 나오는 것처럼 영국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인도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타나서 현지인들을 위한 치안과 질서를 유지한다고 떠들어댄다. 그들의 교묘한 선전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영국인들이 떠나고 걷잡을 수 없는 폭력과 혼란이 이어지자 민중들은 그래도 영국이 지배하던 시절이 좋았다는 착각에 빠진다. 언제나 그렇듯 희미한 과거의 기억들은 기묘한 방식으로 탈색과 변색의 과정을 거쳐 현실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경찰 당국에서는 이크발 싱이 명백한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람 랄 살해용의자로 체포해서, 집행유예를 위반한 주가와 같이 구금한다. 치안판사 후컴 찬드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의 수호자들에게 진범 검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직 정치적 판단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진범들인 말리 패거리를 잡고서도 다른 이유로 이크발과 주가를 계속해서 잡아두고, 말리 일당은 풀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풀려난 말리 일당이 아무런 죄가 없기 때문에 치안판사가 놔준 거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교활한 후컴 찬드의 일승이다.

 

한편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기차에 시크교도들의 시신들이 실려 오기 시작하면서 마노 마즈라 마을 역시 눈먼 분노와 차별이 들끓기 시작한다. 제발 이성적 판단을 하라는 족장 반트 싱이나 부제 미트 싱의 고언은 설 자리가 없다. 오로지 시크교도들의 복수를 위해 회교도들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복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넘실거린다. 설상가상으로 진실 이상의 가짜 뉴스들이 횡행하면서 그야말로 불난 집에 가스통을 던지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조상 대대로 마노 마즈라에서 살아온 회교도들은 눈물을 머금고 마을을 떠날 결심을 한다. 이에 대응해서, 일단의 자경단 무리들이 나서서 떠나는 회교도들에게 잔혹한 복수를 다짐한다.

 

힌두교도와 회교도 그리고 시크교도들의 정치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인도 소설과 달리 카스트제도에 대한 비판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인도 독립 당시, 비등하던 종교적 갈등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쿠쉬완트 싱의 <파키스탄 행 열차>를 통해 그런 지식의 갈증이 조금은 해소된 그런 느낌이다.

 


분리 독립이라는 정치인들만의 대의를 위해 종교 갈등을 극단적으로 조장한 결과, 1946년부터 인도 각지에서는 피로 피를 씻는 폭력이 난무했다. 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민족대이동을 강제 당했다. 그런 강제이주 와중에 몬순 때문에 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설에서처럼 신생국가 인도와 파키스탄을 오가는 기차는 희생된 엄청난 시신들을 실어 날랐다. 수트레즈강도 학살되어 죽은 수많은 시신들로 가득했다. 이것은 소설이라기보다 시대의 참상에 대한 르포르타주처럼 다가온다.

 

저널리스트, 변호사, 외교관 그리고 직업 정치인이었던 쿠쉬완트 싱은 격동의 1세기(99세에 사망)를 살면서 인도에서 영국의 식민지배와 분단의 비극을 직접 경험하고 그것을 <파키스탄 행 열차>를 통해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다. 30년 전의 번역이라 그런지 표기는 조악하고, 오탈자는 난무했다. 그럼에도 쿠쉬완트 싱이 다루고 있는 비극의 재현이 갖는 성취는 기대이상이었다. 한 세기를 산만큼 소설과 단편, 에세이 등 다양한 저술이 존재하는데 국내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엔 그의 대표작이라는 <델리>(미리 수배해 두었다)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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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4-17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하라 주실거이요, 찾으라 얻을것이니...이런 성경구절 있죠? ㅋ 딱 이런 경우네요~~대단하세요~

레삭매냐 2021-04-17 15:00   좋아요 2 | URL
평생 원하는 책만 읽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뭐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러
고 있지만요 ㅋㅋ

바람돌이 2021-04-18 0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바다 서비스 진짜 대단해요. 저도 검색해보니까 읽고 싶은 책 전국 도서관 목록이 주르륵.... 제가 항상 도서관 갈때 제일 세금 내는 보람을 느낀다고 얘기하는데 책바다 서비스는 그 최고봉인듯 합니다.

20세기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분쟁 대부분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뿌려놓고 간 것인데 그 분쟁의 씨앗들이 아직도 여전히 확대재생산 되는걸 보는건 항상 너무 힘들어요.

레삭매냐 2021-04-18 08:43   좋아요 1 | URL
어디에서 보았는데 도서관 말고는 우리가
비용을 내지 않고 그렇게 수 시간씩 자유
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다고
하네요. 저도 바람돌이님의 말씀처럼 도서
관 관련 세금납부에 대해서는 대찬성입니다!

또한 현재 예전 식민지였던 아시아-아프리카
각지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서구 열강의 책임
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킹우니 2023-08-1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과제를 하게돼서 이 책을 꼭 읽어야하는데 책바다서비스를 처음이용하는데 승인절차가 꽤 걸리네요,, 급하게 구해야하는데 책배달을 시켜야하는상황이네요 흙ㄱ 혹시 영어파일을 구하셨다했는데, 어디서 구했는지알 수있을까요? 영문으로라도 빨리 읽고싶어서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