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까요? 1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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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거의 책을 읽지 못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난 김용 선생의 <사조영웅전 2024> 30부작을 보느라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아예 사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마침 뉴욕타임즈 금세기 베스트 100선이 나왔고 부지런히 랭킹되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들을 사들였다. 베른트 하인리히와 조앤 디디온의 책들도 사서 읽고 모으고 있다.

 

어쨌든 그렇게 8월이 되었고, 어제 옆지기 도서관에 간다고해서 스피노자의 그래픽 노블과 오션 브엉의 책을 좀 빌려 달라고 했다. 나중에 빌려온 책들을 죽 살펴 보니 허영만 화백의 <커피 한 잔 할까요?> 시리즈 두 권이 있더라. 요즘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커피 만화를 빌려 오셨네. 나도 요즘 너튜브에서 카페 창업을 다루는 컨텐츠를 보고 있던 차라, 상당히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독서 슬럼프에는 역시나 만화/그래픽 노블이 최고다.

 

1974년에 만화가로 데뷔했다는 허영만 화백은 어느새 반세기 동안이나 만화를 그려오셨다. <식객>으로도 유명한데 이번 주제는 커피. 예전에 회사를 그만둔 이들의 로망이 치킨집 사장이었다면 이제는 카페 사장이 꿈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 장사가 레드 오션이라는 점이다. 컴포즈나 메가커피 같은 프차들이 저가 커피 시장에 뛰어 들면서 아메리카노 1,500원 공식이 탄생했다.

 

이렇게 저렴한 커피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나의 경험에 따르면 저가 커피들이 저렴한 이유가 있더라. 우선 맛이 좀 없다. 그래서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나는 괜찮은 카페의 라떼를 마신다. 그리고 우리 같은 직장인들에게 커피 주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스피드다. 밥시간이 꼴랑 한 시간이니 때문에, <2대커피>처럼 드립커피를 내리거나 그런 커피전문점은 이용할 수가 없다. 서둘러서 커피를 마시고 또 산업현장에 뛰어 들어야 하니 말이다.

 

<커피 한 잔 할까요?>의 중심에는 30년 커피 베테랑 박석 사장이 운영하는 <2대커피>가 있다. 아니 자식도 없고 커피에 미쳐 결혼도 하지 않은 사장에게 2대가 있을 리가? 그건 아니고 이화여대 부근에 커피집을 내려다가 엎어지고 간판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나 어쨌다나. 케세라세라 마인드를 가진 사장의 단면을 엿볼 수가 있다.

 

젊은 바리스타 강고비가 박석 사장의 수제자(?)로 영입되면서 카페 이야기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2대커피>는 커피 전문점을 추구한다. 박석 사장은 30년 베테랑 답게, 절대 원칙에 어긋나는 그런 사술과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막 <2대커피>에 입사한 강고비에게도 엄격한 룰을 적용한다. 자신의 원두를 모두 다 써도 좋으니,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를 내려 보라고 주문한다.

 

뭐랄까 박석 사장과 강고비의 관계는 중세 마스터-어프렌티스 같은 관계를 연상시킨다. 박석사장은 쉽게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는 레시피를 수제자에게 알려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의 방식이 아니다. 도제도 언젠가는 마스턱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에스프레소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라 동반되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박석 사장은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거의 날밤을 세우다시피 하며 연구해서 내린 에스프레소에 60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주는 박석 사장. 바로 이거다. 스스로 연구해서 자신만의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박석 사장은 얼핏 보면 고집불통의 꼰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 <2대커피>가 어쩌면 동네 사람들의 문화 진지가 되길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내린 커피가 맛없다고 불평하는 인간들에게는 과감하게 커피값을 받지 않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꼰대가 맞긴 하지만 또 완전 꼴통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커피만화를 보면서 허영만 화백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진심으로 취재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좋은 원두를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꼭 좋은 원두를 쓴다고 해서 좋은 커피가 나오는 건 아니라고 한다. 프차 커피에 질린 사람들은 이제 좀 더 전문적인 맛의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 가격도 문제가 아니다.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좋은 커피 한 잔은,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이 되어 버렸다.

 

허영만 화백은 박석-강고비 듀오와 연관된 사람들 간의 상호관계성을 통해 좋은 커피를 사람들에게 대접하려는 바리스타들의 고군분투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서사를 구축한다. 결국 커피도 사람이 만들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를 소비하는 것도 바로 같은 사람이 아니던가.

 

<2대커피>에도 물론 진상 손님들이 등장한다. MZ세대를 상장하는 강보기 같은 선수들은 진상 손님들이 시전하는 몰상식에 도전장을 내밀고, 항의하려고 하지만 노련한 박석 사장은 그네들의 사연을 들어 보고 그들을 내쫓는 대신 자신의 고객으로 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캐릭터를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은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게, 어쩌면 박석 사장의 인생철학이 아닐까? 그가 보여주는 똘레랑스와 삶의 여유야말로 내가 이 책에서 배울 점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허 화백의 커피 만화를 보다 보니, 나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근데 오늘은 너무 덥다. 날이 좀 선선해지면, 나도 따뜻한 스페셜티 커피를 한 잔 마시러 유명한 커피집 사냥에 나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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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4-08-21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ㅎ

레삭매냐 2024-08-21 10:47   좋아요 2 | URL
문득 이 시리즈를 드라마로
만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8-22 19:24   좋아요 2 | URL
드라마도 괜찮을 거 같네요ㅎㅎ
 
가장 파란 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9
토니 모리슨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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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을 읽을 때면 언제나 흥분이 된다. 그것도 문학계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주인공은 바로 토니 모리슨이다. 저자의 전작읽기에 도전하고 있는 중인데, 이 책까지 해서 발표된 11권의 소설을 모두 모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가장 파란 눈>은 나의 토니 모리슨 컬렉션의 화룡점정 격이랄까.

 

<타르 베이비>, <파라다이스> 그리고 <솔로몬의 노래>는 아직 읽지 못했다. 다른 책에 우선해서, <가장 파란 눈>부터 읽었다. 토니 모리슨을 좀 더 인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

 

책을 읽기 전에 <가장 파란 눈>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어서 <빌러비드> 때와 같은 그런 기피와 공포를 느꼈노라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이유 때문에, 솔직하게 말해서 작가가 인도하는 서사의 결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랴 전작읽기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꾸역꾸역 읽었다.

 

소설의 화자는 올해 9살 먹은 클로디아 맥티어다. 언니 프리다와 함께 살던 가운데, 그녀의 삶 속에 타인이 뛰어든다. 문제적 주인공의 이름은 페콜라 브리드러브다. 페콜라는 아빠가 집에 불을 지르고 난리를 피운 덕분에 맥티어 아줌마네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 때 아마 1941년 가을이었던가. 소설은 여름부터 시작해서 겨울과 봄을 지나 다음해 여름에 이야기의 종언을 맞는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소녀들은 비극을 통과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토니 모리슨은 자신의 고향 오하이오 로레인에 사는 가난한 흑인들의 삶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투사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노예해방령(1863)이 발표되었을 때, 울부짖던 흑인들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소유인 집을 가지게 되자 그야말로 쓸고 닦아 빛나는 정원을 만들어냈다지. 그런데 그런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를 게 없어 보인다.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초라한 셋집에서 출발해서 양옥집을 올렸다는 이야기는 우리네 소설에서도 많이 보지 않았던가. 지긋지긋한 가난과 계급의 문제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가 보다.

 

순수한 소녀 페콜라는 푸른 눈을 가지고 싶어한다. 왜 그들은 자신의 아름다움 대신에 자신이 가질 수 없는 타인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걸까. 어쩌면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는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저자가 후기에서 언급한 대로 그것은 충격이었다.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의 진가를 알지 못하고 결국 자기혐오에 도달하게 되는 그 지점이 나에게는 비극의 정수처럼 다가왔다.

 

맥티어 가족네 세 들어 살던 헨리 워싱턴 아저씨를 클로디아와 프리다는 사랑했다. 하지만 초장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거라고 예언하지 않았던가. 맥티어 부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차이나와 마지노 라인을 끌어 들이고 결국 프리다를 추행하지 않았던가. 그런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일 뿐 아니라 과거에도 여전히 있어왔다고 페콜라의 아빠 촐리 브리드러브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아니 비극의 전조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촐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 자신의 이모할머니 지미에게 구조된 촐리는 자신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의 장례식날 백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성적 수치를 당한다. 맙소사! 그리고 비극은 대를 이어 전달된다.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에서도 등장한 것처럼 지미 할머니의 장례식에 즈음해서 공을 묘사한 흑인 여성들의 연대는 부러울 지경이다. 백인들은 흑인 남성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들은 자신의 배우자들이나 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녀들은 묵묵하게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식사를 차리고 온갖 살림을 도맡아 했다. 그들을 존중해 주는 건 동료 여성들과 아이들뿐이었다고 토니 모리슨의 목소리는 증언한다.

 

페콜라의 엄마 폴린이 백인 가정의 가정부로 일하면서 서서히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구축해 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촐리와의 가정에서 이룰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자신의 가정을 대신해서, 백인 고용주의 가정에 자신을 투사하는 장면은 페콜라가 가장 파란 눈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어려서부터 백인들에게 봉사하고 복종의 미덕을 배우면서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인식의 한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남쪽의 흑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41년은 이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소설의 말미에 등장한 1929년 여름의 자연 재해는 곧이어 터질 대공황의 전주곡이 아니었을까. 미국의 1930년대는 백인이나 흑인 모두에게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폴린은 로레인에 정착한 뒤에도 선주민들의 은근한 차별로 고생한다. 같은 흑인이면서도 흑인과 깜둥이는 다르다고 차별하는 건 또 무엇인지.

 

성적 포식자로 활동하는 소프헤드 처치가 길에 뿌린 전단을 들고 그를 찾아가는 페콜라의 모습은 현대판 주술사를 찾아간 백설공주의 계모처럼 느껴졌다. 동화에 등장하는 주술사들은 항상 어처구니 없는 대가를 요구하지 아마. 페콜라가 소프헤드 처치에게 가장 파란 눈대신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요구했다면 어떨까.

 

그렇게 나는 토니 모리슨의 데뷔작 <가장 파란 눈>을 읽었고 이제 5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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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7-31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니 모리슨 전작읽기!
특히 이 책, 따라 읽고 싶네요.
빌러비드하고 한권더 읽었는데,,, 다른 책은 기억이 안나네요
비러비드가 워낙 임팩트 있어서!

레삭매냐 2024-07-31 10:06   좋아요 2 | URL
<빌러비드>의 강렬한 임팩트~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일단 국내 미출간된 원서까지
컬렉션은 완성했지만, 어느
지점에서 전작 도전이...

그러하다고 합니다.

자목련 2024-08-01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니 모리슨 아직인데, 표지에 혹합니다!

레삭매냐 2024-08-01 10:41   좋아요 1 | URL
이번 신판이 구판에 비해 확실히
표지가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절판된 책들 그리고 미출간
소설도 나왔으면 합니다.

coolcat329 2024-08-01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오랜만이에요. 토니 모리슨 전작읽기를 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책만 사놓고 아직 한 권도 읽은 게 없지만 꼭 읽고 싶은 작가입니다. 첫 작품이 이 책도 읽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4-08-01 18:50   좋아요 2 | URL
오오 쿨캇트님도 토니 모리슨 선생
의 책들을 컬렉션하셨군요.

저도 책만 사 두고서도 미처 못읽
고 있답니다. 언젠가는 전작 읽기에
성공하겠습니다. 언제가는 기필코.
 
신 신 DIEU DIEU - 어느 날, 이름도 성도 神이라는 그가 나타났다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 휴머니스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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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만난 마르크-앙투안 마티외의 <신신>을 읽었다. 빌리기는 오래 전에 빌렸으나 읽지 못하고 뭉개고 있다가, 어제 반납 마감일에 도서관에 들고 가서 못다 읽은 절반 정도를 다 읽고 나서 개운하게 반납했다. 문제는 워낙에 읽다만 시점과 간격이 크다 보니 그전에 읽은 부분들이 기억이 흐릿해졌다는.

 

흥미로운 이 그래픽노블의 공간적 배경은 프랑스다. 아마 시작이 인구조사를 하면서, 아무런 삶에 흔적을 지니지 않은 신이 등장하지 않던가. 세상에 신의 이미지는 정말 많지만, 아무래도 기독교권의 나라인 프랑스다 보니 여기서 말하는 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차용하게 되지 싶다. 그는 절대 제대로된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는 대부분 그의 뒷모습과 그가 전하는 메시지로 그가 신인가 아닌가라는 근원적 질문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래픽노블의 어디선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인간이 신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장을 보게 됐다. 좀 더 심오하게 파고 든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어느 시점에선가 모두가 소멸하게 되어 있지 않은가. 이런 시작부터 불완전하고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점이 흥미롭지 않은가. 신의 입장에서 본다면, 피조물의 한계라고나 할까.

 

사실 그런 고차원적 문제보다는 신의 등장과 더불어 그의 존재를 증명하러 나선 일단의 과학자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법적 소송 등이 흥미로웠다. 언제부터인가 사법이 우리의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되었다. 굶주린 늑대들처럼 법조인들과 결탁한 일단의 무리들이 신을 재판정으로 소환한다. 이런 부분은 좀 일종의 클리셰이라고나 할까.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무한의 존재라고 볼 수 있는 신을,인간이 고안해낸 법정에서 그의 실존을 판단하겠다는 것 자체부터가 무리가 아닐까.

 

더 흥미로운 건, 신을 소재로 한 책들이 날개 돋힌 듯이 팔려 나갔다는 점이다. 그동안 쓸거리가 없던 문학계에 신의 등장은 그야말로 축복이었다. 물 들어올 적에 노를 저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거의 모두가 나서서 신을 팔아 마케팅하는데 여념이 없다. 상품화가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신은 소위 말해서 팔리는 상품이었다.

 

보험이 대표적인 불안을 자극하는 장사라고 한다면, 어떤 이들에게는 종교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신의 이미지를 팔아야 하는 장사치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호재가 또 있을까.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게 설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사까지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 마르크-앙투안 마티외는 종교 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신의 부상에 한몫한 미디어가 마지막에 나서서, 신에게 자신의 존재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고 말하라고 사주한다. 대중에게 그렇게 이미지가 소모된 신은 미디어의 입장에서 볼 때, 더 이상 필요한 그 무엇이 아니었다. 시장에서 그렇게 소비된 상품은 퇴출되기 마련이다. 다만 그 시기와 방법이 문제일 뿐. 신의 부상이 극적이었던 것처럼, 퇴장 역시 극적으로 해결된다.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저자가 구상하던 서사의 결을 제대로 따라갔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복잡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대충 건너 뛰면서 그래픽노블을 읽었다. 당장의 살이에서 제시되는 문제들과 씨름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복잡한데 책마저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말이지.

 

그냥 나는 쉽게 소비하고 싶은 그런 그래픽노블은 원했지만, 나에게 <신신>은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 하지만 언젠가는 대면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들과 대면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당장에 뭘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고. 또 그렇게 다음으로 미루면서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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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2 - 비무초친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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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조영웅전>에 푹 빠져 산다. 마침 60부작 드라마 <사조영웅전 2024>가 상영 중이라, 드라마도 보면서 기존의 2017 사조영웅전과 비교도 하고 또 원작도 보는 삼박자 합이 기가 막히다. 이번 드라마 시리즈에서는 곽정의 몽골 행적이 몇 컷으로 처리되고 드러내 버렸는데, 원작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몽골 부분에 할애하고 있었다. 7년 전, 드라마도 현재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담아냈다.

 

물론 허구의 이야기겠지만, 곽정이 테무친 대칸의 몽골 통일에 한몫한다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테무친 대칸이 어릴 적 맹우이자 라이벌이었던 자무카와 왕칸을 격멸하고 결국 몽골의 지배자가 됐다. 이렇게 실제 역사에 가공의 인물을 슬쩍 끼워 넣으면서 무협소설의 재미를 배가하는 기술을 김용 선생의 전매특허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근 천년 전의 일에 대해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훗날 대칸 섭정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테무친의 4남 툴루이를 곽정의 의형제로 삼고, 대칸의 막내딸 화쟁의 부마가 되는 과정이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결국 그에 대한 보상으로 대칸이 곽정에게 많은 금품을 하사하는데, 곽정이 중원 장가구에 등장해서 마구 돈을 쓰는 장면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소설을 보고 나니 바로 이해가 됐다. 도대체 꼬마 소년이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지? 그리고 영웅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탈것 아닌가. 한혈보마의 내력을 지닌 소홍마를 등장시켜 곽정의 파트너로 만들어준다. 아마 요즘으로 치면 벤틀리나 람보르기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장가구에서 곽정은 운명의 연인 황용(이하 용아)을 만나게 된다. 나중에 드러나게 되지만, 용아는 동해 도화도에 칩거 중인 동사 황약사의 딸로 무공 실력은 고수들에 비해 모자라지만, 어려서부터 익힌 여러 지식과 잡기 그리고 임기응변에 능한 그런 캐릭터로 그려진다. 연인 곽정을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불속에라도 뛰어들 그런 기세를 지닌 주인공이다. 용아는 왠지 <의천도룡기>에 나오는 장취산의 짝 은소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국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이런 방식으로 슬쩍 베끼면서 소모하는 걸까.

 

몽골 파트를 제외하면, 새로운 드라마는 원작과 거의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장가구에서 비무초친에 나선 목역(양철심)과 목염자 부녀를 만나고 또 이 작품에서 악역을 자처하는 완안강(양강/소왕야)과의 악연도 시작된다. 자신을 돕다가 라마승 영지상인의 독사장에 당한 왕처일 선배를 구하기 위해 조왕부에 용아와 뛰어든 곽정은 한바탕 소동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 가운데 완안강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고, 양철심-포석약 부부는 18년만의 꿈같은 해후도 맞이하게 된다. 그들의 행복한 만남은 해피 엔딩이 아닌 비극으로 마무리되지만 말이다.

 

강남칠괴 사부들은 곽정을 중원에 내보내면서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그들은 고수들이 넘실거리는 강호에 철부지 어린아이를 내보내는 심정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지만 또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로소 강호에 나가봐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시절에 강호에 출진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치러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싸워서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튀라는 말을 제자에게 남긴다.

 

어떻게 보면 비겁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병법에도 삼십육계가 나와 있는 것처럼 실전에서 내가 상대하는 상대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만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자신의 실력이 상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대결에서 물러나면 살 수 있겠지만 만약 살수로 공격하는 고수를 상대하다가 애꿎은 죽음을 당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들의 눈은 정확했다. 10년을 곽정에게 무공을 전수했지만, 아둔한 이 청년이 깨친 무공 실력은 강호에서 데뷔전을 치르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강호에 나오자마자 바로 완안홍열 휘하에 포진한 다수의 고수들과 목숨을 건 혈투에 휘말리게 되었다. 몽골 사막에서 체력 단련을 하고 강남칠괴 선배들에게 수련을 쌓은 게 1단계 수업이었다면, 이제부터 실전 2단계 수업이 시작된 셈이다. 뭐랄까 이건 마치 게임에서 미션 클리어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조왕부에 잠입한 곽정이 양자옹이 애지중지하던 각종 보양식을 먹이면서 12년간 기른 뱀의 피를 빨아 먹으면서 단박에 내공치가 올라가 버렸다. 이건 또 일종의 치트키라고 해야 할까. 작가가 준비한 치밀한 빌드업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노고가 수포로 돌아간 양자옹이 곽정의 피를 빨겠다고 덤비는 장면은 그야말로 코미디처럼 다가왔다. 아니 지가 무슨 뱀파이어도 아니고 말이지. 문득 여기서 착안한 뱀파이어 무협 드라마는 어떨까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조왕부 산하 네 고수와 백타산 바람둥이 구양극까지 가세해서 곽정과 용아를 위기로 몰아가던 순간, 조왕부 마른 우물 지하에 숨어 있던 완안강의 비밀 스승 매초풍(매약화)이 등장하면서 밀리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된다. 주화입마에 빠진 매초풍을 돕던 곽정은 우연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바람에 매초풍의 손에 죽을 위기에 처한다. 숨막히는 무공 대결에 이은 이런 극적인 상황전환까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드라마에 등장한 귀운장 육승풍에 대한 이야기를 매초풍이 들려준다. 황약사의 제자들은 모두 풍자 돌림이고 죽은 자신의 남편 진형풍과 매초풍이 황약사의 2-3번째 제자이고, 육승풍이 4번째 제자였다고 알려준다. 죽은 남편 진형풍과 사랑에 빠져 스승의 구음진경 하권을 들고 오지 몽골로 튀어서 비전을 수련하다가 강남칠괴들과 곽정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금나라 장종의 여섯 번째 아들이라는 조왕 완안홍열의 존재 역시 허구의 설정이다. 몽골 사신으로 파견되어, 부족간의 이간책으로 몽골인들의 분열을 획책했고 일찍이 테무친의 몽골사단이 훗날 금나라의 위협이 될 거라는 점도 파악했다. 자무카와 왕칸을 부추겨서 테무친의 배후를 치게 한 것도 알고 보면 결국 조왕의 계략이었다. 송나라의 충신 악비가 남긴 병서인 무목유서를 찾으라고 완안강과 수하들에게 닦달해대고, 또 자국에 대항하는 송나라와 몽골의 동맹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분쇄하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는 인물이 바로 완안홍열이었다. 그리고 보면 양부 홍열과 양자 강의 콤비가 빌런 2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드라마가 재미라면, 원작은 드라마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교보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곽정의 무공이 어디까지 도달하게 될지 그리고 곽정-용아 커플의 모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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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27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별점은 세 개네요.
아직도 중국에서는 60부작도 있군요. 예전 80년대만 해도
드라마 100회한다면 막 서로 축하하고 난리였는데
지금 미니시리즈 16회도 너무 길다하여 12회로 끝나는 드라마도 많이 있더군요.
주말 드라마도 30부가 최장이구요.
김용 번역연구회가 있다니 대단한가 봐요. 읽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ㅠ

레삭매냐 2024-07-17 10:48   좋아요 1 | URL
드라마 팔로우업하다가 책의 진도가
늦어져서 결국 못 다 읽고 반납해
버렸네요.

드라마는 갈수록 재밌어지네요.

철혈단심 30부작 가운데 22회까지
따라갔답니다.

stella.K 2024-07-17 11:02   좋아요 1 | URL
ㅎㅎ 이제야 답글을 다시다닛! 그래도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4-06-30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한다는 홍보는 봤는데,,, 너무 길어서 시도 못했습니다 ㅋㅋ

레삭매냐 2024-07-17 10:49   좋아요 1 | URL
일주일에 다섯 편씩 방영 중인데
너무 재밌어서 어제도 새벽까지
봤답니다 :>

못본 편들은 만화로라도 봐야 하나
어쩌나 싶습니다.
 
사조영웅전 1 - 몽고의 영웅들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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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우연히 신필이라 알려진 김용 선생 탄생 100주기를 맞아 다시 제작되었다는 <사조영웅전> 시리즈를 보게 됐다. 세상에나, 그 옛날에도 읽지 않고 버티던 무협지 <영웅문>을 이제 다시 읽게 될 줄 누가 알았나 그래. 고려원에서 그 시절에 나온 영웅문 1탄의 부제가 아마 <몽고의 별>이었지. 왜 그렇게 제목을 붙였는지 원작을 보면서 알게 됐다.

 

일단 드라마를 5편까지 다 보고 나서 도서관에 가서 원작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드라마와 원작의 시작점은 상당히 달랐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곽정의 탄생 비화와 몽골에서의 활약에 대한 비중이 상당했지만, 드라마는 몇 컷 정도로 죄다 걸러 버리고 중원에 데뷔한 시점에서부터 다룬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부분들은 모두 플래시백으로 처리해 버린 점이 원작과 상이했다.

 

이래서 원작을 봐야 한다고 하는 걸까? 원작은 연대기순으로 남송 임안부 우가촌에 살던 곽소천/이평 부부와 양철심/포석약 부부의 비극적 삶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진칠자 중의 한 명인 구처기 도사가 송 조정의 세작들과 내통하려던 금나라 밀사들을 처치했지만, 그 때 구처기에게 습격당한 금나라 장종의 6번째 아들 완안홍열이 포석약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데 성공해한다. 그리고 그는 송의 관리 단천덕을 조종해서 곽소천/양철심 의형제의 집안을 박살내고 포석약을 납치해서 금의 수도 연경으로 향한다.

 

이 때, 이평과 포석약은 각각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구처기는 각각의 아이들에게 송나라 휘종과 흠종이 포로로 잡혀간 정강지치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곽정과 양강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곽정은 몽골 초원으로 흘러가 그곳에서 자라게 된다.

 

그 전에 구처기 도사와 강남칠괴로 알려진 강남의협들의 대결도 벌어지는데, 드라마에서는 이 부분이 상당히 적은 분량으로 다뤄졌다. 이평을 인질로 잡은 단천덕은 구처기의 추격을 피해 법화사 초목대사의 슬하에 숨어 있었는데 오해가 빚어지는 바람에 구처기 도사와 강남칠자들의 대결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쨌든 서로간의 오해를 풀고, 강남칠괴는 곽정을 맡고 구처기는 양강을 맡아 18년 뒤에 가흥의 취선루에서 무예 대결을 하자는 내기를 한다.

 

한편 몽골에서 자라게 된 곽정은 당시 몽골 초원을 휩쓸던 테무친(훗날 징기즈칸) 대칸과 묘한 인연을 맺게 된다. 이것 또한 송--원나라로 이어지는 격변의 정세를 겨냥한 김용 선생의 소설적 장치가 아닌가 싶다. 한족 출신 소년이 몽골에서 발흥 중이던 테무친 부족의 일원처럼 행동하면서 남다른 의협심을 기르며 언젠가 아버지의 원수 단천덕을 죽여 복수하겠다는 아주 클리셰이의 전범적 진행이 아닌가 말이다.

 

역시 주인공답게 곽정이 다른 건 몰라도 불우한 이웃을 돕고, 강호의 의리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인물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역경과 고난을 딛고, 무공을 익혀 천하오절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그런 입지전적 인물이 바로 곽정 아니겠는가. 드디어 몽골 초원에 등장한 강남칠괴로부터 무공 수련이 시작되고, 테무친의 4남 툴루이와는 의형제로 맺어질 정도로 끈끈한 관계가 잇달아 등장한다.

 

테무친의 몽골 부족 통일전쟁이 계속되던 긴박하면서 흥미로운 전개도 역사성과 더불어 통속무협 소설의 감칠맛처럼 작동한다. 사조 3부작 가운데 마지막이었던 <의천도룡기>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주원장 같이 실제 역사에 등장하던 인물들을 적절하게 섞으면서 가독성을 높이는 신필 선생의 작법이 다른 건 몰라도 역시나 재미 하나만큼은 최고조로 뽑아내는구나 싶었다.

 

훗날 테무친의 4영걸로 알려진 철별(제베)를 곽정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전쟁터에서 테무친의 목에 화살을 먹인 원수 철별을 모두가 잡아 죽이겠다고 나선 살벌한 상황 속에서 어리버리한 곽정이 돕겠다고 나서 대칸의 주목을 끄는 장면으로 이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이 정도 관계 설정을 해놔야 나중에 중원에 대한 몽골 침략이 본격화되었을 때, 대칸과 곽정이 맞짱을 뜬다는 극적인 판이 짜여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풍쌍살/동시철시로 알려진 매초풍-진현풍과의 무시무시한 대결도 흥미로웠다. 이 부분은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고, 강남칠괴와 곽정이 동시 진현풍을 죽여서 매초풍과는 원수 사이라고만 들었는데 원작을 보니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오래 전에 이 부분을 만화로도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 사투에서 강남칠괴와 곽정의 분전으로 진현풍을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5형제 장아생이 한소영과 곽정을 구하려다가 장렬하게 산화한다.

 

곽정의 무공 수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느닷없이 전진교의 장문인인 마옥 도사가 등장해서 곽정에게 호흡하는 법, 잠자는 법 등을 가르쳐 주면서 곽정의 수련이 배가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에도 등장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이해가 되었다.

 

일찍이 김용 선생의 무협 소설에 등장하는 지나친 중화중심주의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아직 초반이라 그런 진 몰라도 그런 부분은 등장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경계하고 책을 읽는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저러나 다른 것들은 차치하더라도, 역시나 통속 무협소설답게 재미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구나. 읽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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