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동절이다. 그래서 쉰다.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어제부터 집안 대청소에 들어갔다.

50리터 쓰봉에 신발장에 들어 있는 안신는 신발들부터 정리했다. 왜 이렇게 버릴 게 많은지. 이번에 회사 이사하면서 불필요한 것들은 그때그때 정리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그리고 보니 어제도 회사에 가서 종이상자들을 왕창 내다 버렸다. 너무 오래된 그런 자료들.

 


오늘부터 이반 골이라는 작가의 <소돔 베를린>을 읽고 있다.

세계대전 이전, 잘 나가던 시절의 독일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독일 대학생 오데마 뮐러가 학창 시절을 보낸 본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소위 잘 나가는 인싸 대학생이었나 보다. 결투를 하다가 얼굴에 기스도 나고. 그러다가 솔메이트 빌헬름 반더도 만나고. 결국 모든 것을 끝장내기 위한 전쟁인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총동원령이 발령된다. 그 다음에는 다시 191811. 아마 종전시기로 보인다. 일단 여기까지 읽었다.

 

지난 달, 독서 실적은 저조했다.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달까. 책은 곧잘 사고 이 책 저 책 읽기 시작한 책들은 제법 되자만 막상 끝낸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권수 채우기 위해 안달복달할 필요도 없고. 뭐 그래서 그냥 되는 대로 읽었다.

 

어느 신문에 전임 대통령이 책방을 냈다는 기사와 함께 왜 그 시절에 도서정가제를 실시하지 않았냐는 어느 대학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절에, 도서정가제만 실시하면 모든 이들이 책 읽기에 미친 듯이 나설 거라는 출판계의 모든 문제들이 도서정가제 하나로 해결될 거라는 자가당착적인 망상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전국민 대상으로 책읽기 캠페인을 하던가. 지금도 책값이 비싸다고 책을 멀리하는 이들이 많은데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면 결국 구조적으로 책값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닌가 말이다. 책사기에 지갑을 열지 않는 이들이 도서정가제를 한다고 너도나도 책사기에 나선단 말인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 그러니 결국 다수가 책 읽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데, 먼저 해야할 일 대신 오로지 도서정가제만이 만병통치약인 양 말하는 이들의 논리가 참 궁색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같은 책쟁이들은 한푼이라도 책값을 덜 낼 수 있다면, 당연히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지 않을까 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책값만 유일하게 부가세 면제 대상이라는 점도 아예 잊고 있는 모양이다. 헛소리할 시간에 다수 대중이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읽게 만들 궁리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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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01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서점 가보고 싶은데, 멀더라고요… 전직 대통령이 서점지기라니 그것도 이런 시절에. 멋집니다..

레삭매냐 2023-05-01 14:47   좋아요 2 | URL
격공하는 바입니다.
아마 집 근처에 그런 서점이
있다면 가서 죽치고 있을 지
도 모르겠습니다.

stella.K 2023-05-01 0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한쿡이 책값이 싼 나라라고 하는데 요즘엔 별로 모르겠구요 중고샵이라도 번창했으면 합니다.
서울은 책들고 무슨 광장에서 모이라고 홍보하더라구요.

레삭매냐 2023-05-01 14:48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책값이 배송료 정책 때문에
더 오른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행사장
으로 뛰쳐 나갔겠지만 이젠
늙어서 그런 열정이 다...
책 들고 광장에 모여 보고
싶네요.

stella.K 2023-05-01 14: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더 늙으면 더 못 가십니다.
조금이라도 덜 늙었을 때 다니십시오.^^

cyrus 2023-05-01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출판사들이 책을 잘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기본을 안 지키는 출판사들이 있어요. 구판 내용을 고치지 않은 개정판을 정가(구간보다 인상된 책값)로 파는 것은 독자를 속이는 짓이에요. 그래서 저는 독자들이 그런 질 떨어지는 책을 사지 않도록 알려줄 수 있는 서평을 쓰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3-05-05 08:36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 브로가 말씀해 주신
부분이 어느새 출판사의 유행
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재개정판이 나오는 거에는 찬성
하지만, 역자를 그대로 기용해서
내는 걸 보면 과연 -

합리적 의구심이는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2023-05-07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회사 송도 이사가 어제 끝났다.

이번 주 내내 이삿짐 싸고, 정리하기를 반복했는데... 가서도 걱정이다.

 

어제 첫 출근이었는데, 느즈막하게 가서 헬게이트 오픈 꼴은 보지 못했다.

다만, 사무실에 이너넷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왓 더!!!) 일을 못한 판이었다. 세상에 만상에나.

 

그래도 아수라장 속에서 내 피씨를 찾아, 나머지 부품들과 공유기를 연결해서 상무님 방에 가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가 있었다.

정말 아스트랄의 연속이었다.

 

점심은 사쪼가 코스트코에 가서 사온 대형 피자와 섭 그리고 치킨 셋트로 그야말로 배가 터지게 먹었다. 피자는 너무 커서 한 조각 먹으니 이미 나가 떨어질 것 같았다.

 

어제 송금을 했어야 했는데,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해서 이사 가서 해야지 했다가 낭패를 봤다. 팩스도 보내고 그래야 하는데... 이너넷과 전기가 안되는 마당에 당연히 팩스복합기를 쓸 수가 없었지. 이럴 때를 대비하야 정말 오래 전에 준비해둔 웹팩스가 빛을 발했다.

 

게다가 5장의 수입면장 중에서 금액이 다른 한 건을 찾을 수가 없어서 유니패스에 들어가서 모든 서류들을 다 다운 받아서 하나하나 찾아봐다. 아놔~ 일이 끝이 없구만 그래. 그렇게 오후 3시쯤 내 일을 마치고, 본격적인 정리 작업에 돌입.

 

이 인간들이 종이와 서류로 보이는 것들을 모두 내 방에 때려 넣어서 발 디딜 틈도 없을 지경이었다. 믿을 수가 없군 그래. 일단 폐기할 것들과 책장에 넣을 것들만 대강 분류해서 넣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래도 뷰 하나는 끝장이더라.

 

다들 좀 일찍 가긴 했는데, 가기 전에 사단이 그거 마무리하느라 거의 6시가 다돼서 사무실을 탈출할 수가 있었다. 집으로 복귀하기 전에 그래도 송도 첫날인데 싶어서 램프의 요정에 들러서 찰스 부카우스키 양반의 시집도 하나 사고... 이거 생각보다 재밌더라. 원래 노리고 있던 커트 보네거트 아재의 <타이탄의 세이렌>인가는 누가 업어 갔더라. 이 동네에도 나랑 비슷한 책 취향을 가진 닝겡이 사는 겐가.

 

송도가 물가가 비싸긴 비싼 모양이다. 푸드트럭 버거하 9,800원이라니. , 램프의 요정을 가는 길에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뜯으며 후안 룰포의 <뻬드로 빠라모>를 읽고 있는 독서중독자 1을 발견했다. 동족을 만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카메라가 마려웠으나 동족인 독서중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싶어 참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을 잘 찾아 볼 수 없는 촌마을인 우리 동네와 달라, 마음이 흐뭇해졌다. 6,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집으로 카페로 식당으로 그들의 발걸음에 보기에 참 좋았더라.

 

그리고 나서 한 618분 정도에 송도 탈출에 나섰는데 예상 그대로 도로는 헬게이트가 이미 열려 있었다. 먼저 출발한 동료들에게 도로 사정을 물으니 교통사고까지 나서 멍멍이판이었다고. 송도국제교부터 신시아까지 빡쎘다. 여길 매일 같이 다닐 생각을 하니 좀 갑갑했다. 집에 다 와서도 톨게이트에 밀린 차들을 보고 한숨이 나왔지. 난 우회전만 하면 되는데 나의 앞길을 왜 이렇게 막는 거지.

 

그동안 걸어 다니고, 버스 타고 다니고 하다가 이제 짤 없이 매일 같이 두 시간 운전을 할 판이다. 거지같다.


[뱀다리] , 시인이라기 보다 기인이라고 부르고 싶은 부카우스키 양반의 시집을 기대 이상이었다. 산문시인가? 미국 서점에서 가장 많이 털리는 작가라고. 아니 돈 주고 사가면 되지 또 털어가는 건 뭐람. 문득 원문시는 어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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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4-29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생하셨네요...주말엔 편히 책 읽으시며 힐링 하세요^^
저도 그 이름 어려운 양반 시집 눈팅하고 있었는데 기대 이상이시라니...ㅎ

레삭매냐 2023-04-30 08:34   좋아요 1 | URL
어느덧 그렇게 찰스 부카우스키
의 팬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이 제법
되지 싶습니다.

2023-04-29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04-30 08:35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

일찍 출발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늦게 가거나 나오거나
그게 답이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3-04-29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사무실 이전 하셨군요... 좋은 터에서 멋진 출발하시길 빕니다. 혹 다니다 보면 도로사정이 나은 곳도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분 전환하는 연휴 되세요!

레삭매냐 2023-04-30 08: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나마 노동절 연휴가 끼어
있어서 한 숨 돌렸습니다.

다른 방향으로 다리라도
하나 생기면 좋겠습니다.
공항과 남동공단으로 가는
화물차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stella.K 2023-04-29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송도가 물가가 비싸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과연 그렇군요.
보거가 그렇게 비싼 줄 몰랐습니다.ㅠ
그런 와중에도 책을...!
저도 부코스키 책 함 읽어봐야겠군요.
수고 많으셨네요.

레삭매냐 2023-04-30 08:36   좋아요 1 | URL
책쟁이의 숙명이지효 ㅋㅋㅋ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사들인다.

사람들의 물결을 보니 촌사람
기분이 그만 좋아졌답니다 헷.

고양이라디오 2023-04-30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님 저 송도 살아요. 웰컴두송도!!!!!!!!!!

레삭매냐 2023-05-01 09:29   좋아요 1 | URL
오오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괭이라죠님!

페넬로페 2023-04-30 09: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인천공항 다녀올 일이 있어 송도쪽 지나왔는데 완전 고층 아파트촌이더만요.
송도 기운받아 대박 나시기 기원합니다.
송도는 제가 좋아하는 성동일, 김광규 배우가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ㅎㅎ
제가 아저씨타입 좋아하나봐요~~
그 와중에 책방 들리시는 레삭매냐님은 진정한 독서가이십니다^^

레삭매냐 2023-05-01 09:30   좋아요 1 | URL
광규행임도 송도 사시나 보네요 :>
문득 궁금해서 나무위키를 검색해
보니 육군 중사 출신이라고 하네요.

책쟁이는 책방을 걸를 수가 없지요 헷.

새파랑 2023-04-30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송도로 이사 하셨군요 이사하는게 정말 일인데 고생하섰습니다. 알라딘 우주점 송도점 가보셔야 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5-01 09:31   좋아요 1 | URL
제가 이사한 것은 아니구요,
회사가 송도로 이사갔답니다.

책방도 이미 들러서 찰스 부
카우스키 아재의 책도 샀습죠.

coolcat329 2023-05-01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앞으로 출퇴근 힘드시겠어요. 근처에 책방 있는 걸로 위로가 되실까요?😥
올해는 저도 찰스 부카우스키 책 꼭 읽어보렵니다.
힘내세요!

레삭매냐 2023-05-05 08:37   좋아요 1 | URL
요 며칠 해 보니 출퇴근길이 너무
빡십니다.

그래서 탄력근무제를 적용해서
저는 7시에 출근하고 있답니다.
문제는 퇴근이 4시에 되지 않는
다는 치명적 결함이 크허 -

빡쳐서 며칠 전에 중고서점에
달려가 책을 세 권이나 업어
왔답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5-05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사가 송도로 이전하시면 출퇴근 하시나요. 그쪽으로 갈 일이 있으면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게 마음이 편해요. 가끔 차가 막히는 구간이 생길 때도 있어서요. 자주 가는 편은 아닌데, 프랜차이즈 등 많은 편이라서 생각만큼 비싸지 않은 곳도 찾아보시면 있을거예요.알라딘 송도점은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레삭매냐님,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5-06 09:50   좋아요 1 | URL
말씀해 주신 대로 매일 같이
송도로 출퇴근하고 있답니다.

도로는 그야말로 헬이구요.
그래서 저희는 탄력근무제를
적용해서 7시 퇴근으로...

문제는 정시 퇴근이 쉽지 않
다는 거죠 ㅠㅠ 일을 더 하게
되는 치명적이 크헉

감사합니다.
 


과연 넷플릭스가 다 해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초창기 시절의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DVD를 빌려 보는 그런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보너스도 영화 보면서 먹으라고 아마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 팝콘도 한 봉지 보내줬었자. 비디오나 DVD로 영화 보던 시절은 이제 지나가고 모든 게 스트리밍이 잡아먹었다. 모든 콘텐츠는 이제 소장보다 정말 시청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보고 잊어 버리게 되는. 물론 나처럼 여전히 소장에 목 매다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난 주말에 본 넷플릭스 <길복순>은 클리셰이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혹평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전도연이 맡은 전설의 킬러 길복순은 너무나도 뻔하게 쿠엔틴 타란티노의 걸작 <킬 빌>의 브라이드가 연상됐다. 특히 엔딩에서 엠케이엔터의 대표 차민규(설경구 분)와 싸우기 위해 일본도를 들고 엠케이 본진을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공통점은 아주 현란하게 펼쳐지는 폭력과 유혈이고.

 

어디선가 보니 액션 영화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또 액션을 뺄 수 없는 그런 장르영화가 아닐까 싶다. 일단 오프닝부터 화려하지 않은가. 일본 야쿠자 출신의 오다 신이치로(황정민 분)가 길바닥에서 깨어난다. 간사이의 호랑이(토라)라고 했던가. 열도 출신의 토라와 반도 출신의 여성 킬러 사이에 일합이 이루어진다. 간사이 호랑이는 살벌한 일본도로 그리고 우리의 킬복순 씨는 이마트에서 산 3만원짜리 도끼로 맞선다. 이것도 PPL로 봐야 하나. 참 마트 문닫을 시간이라 오다 씨에게 총알을 선사하고 깔끔하게 현장을 떠나는 복순 씨.

 

그리고 보니 넷플릭스는 국내 공중파 방송들의 막무가내식 PPL 대신 요소요소에 세련된 방식의 광고를 들이민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이네켄을 마시는 장면에서는 나도 당장 뛰쳐나가 하이네켄을 사와야 하나 1분 정도 고민을 했다. 물론 나의 게으름은 그걸 용서하지 않았지만 말이지.

 

엠케이 엔터 소속 전설적 킬러 복순 씨의 문제는 살벌한 킬러들과의 대결이 아니다. 아니 그녀는 절대 자신은 죽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트 문닫을 시간이나 딸 길재영의 사교육에 신경쓸 시간이 없을 테니 말이다. 킬러 세계가 <길복순> 서사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킬러 비즈니스 못지않게 빡센 육아 혹은 자녀 교육의 세계라는 게 아닐지.

 

아이돌들이 7년 계약이라는 마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복순 역시 재계약 시즌에 돌입했다. 그리고 은퇴를 생각 중이다. 아마 그동안의 업보로 자신들이 구원받을 일이 없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걸까? 엠케이 엔터의 또다른 실력자 차민규 대표의 동생 차민희는 철저한 비즈니스 우먼이다. 자기 회사의 에이스 복순 대신 새로운 인물들로 세대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뚝심으로 밀어 붙인다. 그렇다면, <길복순>에서 빌런은 차민규라기 보다 배후조정세력인 차민희가 아닐까.

 

한편, 재계약을 앞두고 차민규는 자사의 최고 에이스 복순에게 두 건의 의뢰 중 하나를 고르라고 말한다. 서울과 블라디보스톡. 아마 후자를 선택했다면, 안온한(?) 복순의 일상이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고의로 의뢰를 실패한 킬러는 업계에서 세운 규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전례를 따라야 한다는 건 안비밀이다. 사실 이 또한 엠케이 엔터가 군웅할거하고 무적자 킬러들의 난립을 막고 독과점하겠다는 선언의 다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다. 아 그렇구나, 독과점은 모든 사업가들이 꿈꾸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심지어 살입청부업계에서도.

 

데뷔를 앞둔 엠케이 인턴 김영지와 사건 처리에 나선 복순은 의도적으로 실패하고 그녀의 위기가 비로소 시작된다. 아니 이미 위기는 그전부터 시작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싱글맘인 복순은 딸 길재영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녀에게는 킬러 사업보다도 더 어려운 게 아마 아이 키우기가 아닐까 싶다. 이 또한 하나의 유머 코드로 읽어야 할까? 그만큼 아이 키우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영화는 말하고 싶은 게 아닌지.

 

길재영이가 학교에서 벌이는 사건 사고는 복순이 마주하게 된 위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길재영의 세계에서는 또 다를 지도 모르겠다. 엠케이 차민희 이사는 의뢰에 실패한 복순을 제거하라는 오더를 날린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희희낙락하던 킬라 동료들은 엠케이의 공식 오더를 받는 순간 바로 돌변해서 복순을 죽이려고 달려든다. 아니 인생사란 이렇게 비정하단 말인가. 특히나 킬러들의 세계에서는 더더욱. 다구리를 당할 판이었던 복순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편으로 돌아선 인턴 김영지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다. 개인적으로 <길복순>에서 가장 마음에 든 액션 시퀀스였다. 그리고 피할 수 없었던 차민규 대표와의 일전에 나선다.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까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물어 보니 혹평이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킬 빌>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니까, 어쩌면 뛰어난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길복순>은 출발부터 타란티노의 <킬 빌>의 여전사 우마 서먼과 싸워야 하는 숙명이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아류작이 되었다. 그 외의 숱한 클리셰이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너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으려다 그만 이도저도 아닌 잡탕밥이 된 건 아닌지 좀 아쉽다.

 

[뱀다리] 영어 제목 Kill Boksoon이 지닌 의미도 아주 간단한다. 복순을 죽여라. 길복순의 언어유희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해 암시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복순이 천하무적이라는 설정이 아니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오다 신이치로와의 대결에서도 그리고 엔딩의 차민규 대표와의 대결에서도 언제든 상대방에게 당할 수 있다는 암울한 미래상 역시 어디 다른 영화에서 차용한 거라고 하던데, 귀찮아서 찾아보지는 못했다. 영화에 대한 나의 열정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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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4-19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것 봤어요!! 전 전도연 팬이지만 솔직히
그녀의 이미지가 <일타강사>에서 본 것과 그닥
변함이 없어서 실망했어요...
더구나 언급하신 모든 것들에
동의하고...
그리도 <킬 빌>을 넘어설 순 없겠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제가 높이 사는 것은
전도연 딸아이의 평범하지 않은
커밍아웃(?)이에요.
한국의 사고방식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괜히 좋더라구요.^^;;

레삭매냐 2023-04-19 15:24   좋아요 0 | URL
전도연 배우의 연기 변신 도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
해주고 싶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킬 빌>을 넘어서기란 진차 -

언급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사고가 유연해지지 않았나
추정해 봅니다.

페넬로페 2023-04-19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평이 많아 보지 않기로 했는데 레삭매냐님의 리뷰로 보고 싶은데요 ㅎㅎ

레삭매냐 2023-04-19 15:26   좋아요 2 | URL
저도 혹평 때문에 걱정을 하긴
했는데, 나름 갠춘하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

coolcat329 2023-04-19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길복순 봤어요. ㅎㅎ
제가 타란티노의 팬인데 여기서 너무 많이 보이더라구요.
시덥잖은 대화 나누다 갑지기 폭발하는 장면이나, 설정은 킬 빌이랑 참 비슷하죠.
후배 킬러 상대로 매직팬 가지고 싸울 때는 본 시리즈 맷 데이먼 싸움하고 비슷했구요.
근데 무엇보다 왜 이리 촌스럽게 보이는지요.
저는 많이 실망했답니다.

레삭매냐 2023-04-19 16:38   좋아요 1 | URL
앗 그리고 보니 인턴 킬러
와의 대결에 매직펜 뚜껑샷이
제이슨 본을 모방했나 보네요.
어쩐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싶었는데 말이죠.

어느 장면에서 참 시덥지 않
다해서 빵 터졌었는데... 기억
이 나질 않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04-20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이 나쁘지 않았다, 괜찮았다고 하시니 궁금하네요ㅎ

레삭매냐 2023-04-29 09:51   좋아요 1 | URL
호평 대신 혹평이 더 많은 느낌
이지만, 전 그런 대로 만족하는
것으로 :>
 


지난 2주 연속으로 천안을 다녀왔다.

그랬더니만 좀 힘들어서 지난 주에는 어디 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것으로.

 

원래는 꼬맹이 때문에 칠보산으로 생선구이를 먹으러 가려 했으나, 도서관에 들렀다가 너무 늦게 나오고 거리가 제법 있어서(차로 30분 정도) 도저히 배가 고파서 일단 생선구이는 패스. 사실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한 소끔 얹고.

 

대신 동네카페 이벵으로 당첨된 부대찌개 집 냉삼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 거긴 멀지 않아서 금방 푸슝~ 바로 대령해 주신 찬란한 나의 냉삼 2인분.



예전에 자주 가곤 하던 집인데 주인장이 두 번인가 바뀌고 나서는 잘 안가게 됐다. 주차도 그렇고.

 

그전에도 냉삼들을 구버 먹길래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나도 이번에 공짜 냉삼에 도전해 본다. 공짜로 먹기가 미안해서 조그만한 목소리로 부대찌개 1인분을 주문했는데 싸장님이 부대찌개 1인분도 싸비스로 주라고 하셨단다. 지화자~~~

 

아니 냉삼이 이렇게 맛있었던가!!! 인천에서 냉삼하는 친구네가 있다고 하던데 요즘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서 공치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날은 가게 술 싸장님이 혼자 다 마신다고 호기롭게 그러셨더라고. 에휴 참, 인플레이션에 너무 경기가 안 좋은가 보다.



이건 어제 저녁의 기록이다.

저녁으로 잡채를 실컷 먹고 나서 음쓰를 버리러 나갔다. 그리고 토스 만보기 100원을 벌기 위해 미션 장소로 이동 이동. 그리고 내친 김에 오천보도 찍을 속셈이었다. 사실 해보니 만보는 쉽지 않더라.

 

일단 근처 경찰서 옆에 있는 공원으로. 그 다음에는 동네 미술학원을 거치게 되었다. 지점토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또 이런 거 좋아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보니 한겨레의 김태권 작가가 이런 스타일의 종이인형들 만들어서 칼럼 같은 걸 쓰지 않았나. 그 양반은 왜 십자군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 않는지... 아주 오래 전에 온라인 연재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한 십자군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뭐 그렇다고.



60원째를 벌기 위해 동네 성당 옆/교촌치킨 옆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거기에도 삼겹살집이 있었는데 손님이 달랑 2명 있더라. 손님과 알바생이 나란히 앉아서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내가 근처에 가니 손님인 줄 알고서 벌떡 일어서셔서 좀 미안했다. 난 그냥 지나가는 과객이고, 궁금해서 가게 안을 들여다 본 건데. 미안해라.

 

맞은편의 교동짬뽕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장소가 너무 외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그리고 보니 나에게 전화 걸어서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징징대는 나까마 친구는 어제하고 오늘 손님이 좀 들었다고 좋아했다. 물론 진상 상대하느라 진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삼계탕에 들어간 마늘이 익지 않았다고 타박을 했다나 뭐라나. 난 쌩마늘도 잘 먹는데.

 

이 사진은 순전히 diocese 라는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그리고 뭔 뜻인지 궁금해서 사진을 찍었다. 대충 보아 수원 교구 소속이라는 말 같은데... diocese 다이어시스로 발음하고 역시나 뜻은 교구란다. 어제 한 단어 배웠다네.



아침에 차 타고 가면서 본 꽃나무인데 뭔 꽃인지 궁금해서 밤에 찾았다.

벚꽃일 확률이 36%라고 하고 그 다음에는 박태기꽃 그리고 그 다음에는 배롱나무꽃이라고.

배롱나무는 아직 철이 아니니 벚꽃이거나 박태기꽃 같은데...

 

밤에 찍은 사진인데, 아주 멋졌다. 이래서 밤에 꽃구경을 가는 건가?

물론 사진은 뽀샵 처리를 좀 했다.



이건 오늘 램프의 요정에 책 팔러 갔다가 살까 하고 구경한 조지 기싱의 책이다.

아마 오래 전에 다른 버전으로 구해서 읽다 말았던 것 같은데... 분량이 제법 두꺼워서 패스했다. 내가 책이 없어서 못 읽는 건 아니잖니.

 

오늘은 두 권의 책을 팔아서 7,700원 땡겼다.

이 돈으로 로또나 사야 하나. 그리고 보니 그동안 온라인 사이트에 쟁여 두었던 천원으로 오늘 천원 어치 로또를 하나 구입했다. 그게 맞겠어 그래.

, 900원 짜리 그림책도 하나 팔았어야 했는데 까먹고 램프의 요정에 가져가지 못했다.

또 팔 책들이 어디 없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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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4-10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고급 어휘를 구사하셔서, 제가 사전을 종종 찾아보게 만드시는 레삭매냐님의 ˝음쓰˝! 이거 너무 반가운거 있죠^^

레삭매냐 2023-04-11 09:52   좋아요 1 | URL
부족한 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날이 더워지니 벌레들이
창궐하야 음쓰~를 빨랑
내다 버리지 않으면 벌레
들의 파튀가 -

오늘도 책 팔러 갑니다!!!

그레이스 2023-04-14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삼겹살 파김치 우와!
저녁 먹고 났는데, 잘못 먹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

레삭매냐 2023-04-15 10:00   좋아요 1 | URL
저희는 어제 저녁으로 거하게
먹으려고 했으나 꼬맹이가 펑크
를 내는 바람에 국시로 때웠답
니다.

대신 새로 생긴 삼겹살집 구경
하러 갔다가 냄시에 그만...
다음에 가볼라구요.
 

이제 이틀 전이 된 3월에는 모두 16권의 책들을 읽었다.

지난달의 키워드는 그래픽노블, 루이스 세풀베다 다시 읽기였나 보다.

 

마지막 날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었다.

다음에는 바로 <갱부>를 읽기 시작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권은 소세키 읽기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다음에는 <풀베개><우미인초>가 대기 중이다. 그리고 보니 소세키의 <>도 있을 텐데 못찾겠다.

 

어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고생했다. 이럴 수가...

핸드폰이 없으니 갑갑했다. 배터리 교체하러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오늘 아침에 해결할 수가 있었다.

 

어제부터 조지 손더스의 새로 나온 책 <패스토럴리아>를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불편했다. 그전에 읽은 <1210>의 리뷰를 쓰지 않은 이유가 있나 보다.

그나저나 그 책은 어디에 가 있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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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02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의 3월독서 엄청나네요~!! 부럽습니다~!! 레삭매냐님 따라서 세풀베다 책을 한권 사봤습니다 ㅋ

레삭매냐 2023-04-02 09:01   좋아요 1 | URL
그래픽노블을 주로 읽어서 권수
를 늘려 먹었네요 ㅋㅋㅋ

루이스 세풀베다 강추합니다.

cyrus 2023-04-02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많이 읽으셨네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3-04-02 09:01   좋아요 0 | URL
꼼수를 좀 부려 보았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10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ㄷㄷ 엄청 많이 읽으셨네요. 저렇게 달력에 책 보이게 하는 거 어떻게 하나요? 어플인가요? 저도 알려주세요ㅎㅎ

<우리 딴 애기 좀 하면 안돼?> 레삭매냐님 서재에서 봤나보군요. 저 책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3-04-10 19:18   좋아요 1 | URL
독서슬럼프라, 그래픽노블을 주로
ㅋㅋㅋ

넵, 북캘린더라는 어플이랍니다 :>
제가 이것저것 사용해 봤는데
갠춘해서 애용 중이랍니다.

그러셨군요. 라즈 채스트의 다른
책인 <뉴욕> 이야기는 기대만
못해서 쩜 실망했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10 20:25   좋아요 0 | URL
뉴욕은 그럼 안봐도 되겠네요ㅎㅎ

전 어플 북적북적 쓰고 있는데 북캘린더가 더 좋아보이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