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에서 우연히 발자크의 묘를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나의 목표는 마리아 칼라스와 짐 모리슨의 묘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날아온 어느 아줌마가 발자크의 묘를 찾는다는 말에 같이 동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카메라로 발자크의 묘지 사진을 찍었다. 그게 나와 발자크 인연의 시작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발자크의 책은 하나도 읽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판에서 뛰려면, 역시 발자크 정도는 읽어줘야지 하는 마음에 <나귀가죽>과 <고리오 영감>을 꾸역꾸역 읽었다. 기록을 살펴 보니 <루이 랑베르>는 읽다만 모양이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사촌 퐁스>를 만났다. 이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번주에 집어든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작 <발자크 평전>은 소설보다 더 재밌는 평전이다. 아니, 발자크의 삶이 그랬다고 해야 할까.
과연 발자크는 자신의 천재성도 가지고 있었겠지만, 시대가 만든 천재가 아닐까 싶다. 왕정, 프랑스혁명, 나폴레옹의 제정, 다시 왕정복고 그리고 7월 혁명으로 귀족정의 잔재를 씻어내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절을 산 증인의 생생한 증거들이 <인간희극>에 담겨져 있다.
사실 <고리오 영감>을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19세기 프랑스, 특히 파리와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없어서였다. 발자크의 책들을 만날수록 그가 살던 시절이 어떠했는지 점점 더 궁금해졌고, 그의 작품들의 가진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구할 수 있는 발자크 책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츠바이크의 평전은 결점투성이, 빚쟁이, 구제불능의 속물근성에 찌든 극우 왕당파라는 발자크의 실체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포착한 위대한 문학 천재라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가 없지 않나 싶다.
11월에는 그렇게 발자크를 읽는다.
이건 오늘 낮에 먹은 수제돼지갈비다. 원래는 갈비탕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에서 갈비탕을 팔지 않고 포장만 가능하다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돼지갈비를 먹게 됐다. 점심특선으로 1인분에 12,000원이다. 놀랍지 않은가!!!
밑반찬으로는 파절이에 게장 무침, 채소 샐러드 그리고 열무김치가 기본 제공이다. 아 과일 사라다도 있구나. 무엇보다 이 집 파절이 소스는 가히 예술이다. 그 다음에 사람이 되기 전에 마늘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바로 셀프 코너로 달려가 마늘 한움큼을 스뎅 종지에 참기름을 둘러서 불판에 올린다. 참기름이 자글자글 끓는 소리가 예술이다.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요즘 대충 점심값이 만원 정도 하지 않나. 돼지갈비에 보너스로 냉면도 주신다. 고기가 구워지기 전에 냉면이 나와서 후루룩 한 대접을 때렸다. 얼추 배가 부르다.
고기를 굽고 모자라는 야채와 마늘 따위를 부지런히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결론은 너무 맛있게 먹었다라는 거다. 다 먹고 나서 근처 지지대 노송림을 거닐었다. 어떤 식당의 갈비탕은 한사발에 14,000원이란다. 뭐지? 우리가 먹은 것보다도 비싼데? 갈비탕이 그렇게 푸짐하지는 않잖니.
너무 먹어서 배를 꺼트리기 위해 근처를 거닐다 보니 <꾸러기텃밭놀이터>라는 곳을 발견했다. 어린이집에서 온 아해들이 아주 신나게 뛰어 놀더라. 배추랑 무가 심어진 밭 위에 놀만한 공간들을 배치했다. 어떤 아해들은 배추와 무를 캐느라 정신이 없더라.
한쪽 공간에 프라이팬 부속들이 널부러져 있던데... 그걸로 삼겹살을 구버 먹는 것인가?
지난번에 야매 캠핑 갔다가 구운 삼겹살 먹다 보니 그렇게 맛나던데... 삼겹살은 원래 야외에서 먹는 거이 최고지 않나 기래.
유치원 삼겹살 데이 행사는 과연 어떤지 궁금했다.
<레드 웨이브>가 휩쓸 거라는 미국 중간선거 전망은 예상대로 되어 가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40년 만에 최악이라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상하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예상되었지만, 민주당이 비교적 선전하는 모양이다.
양심적인 미국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상황에서 GOP에 몰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통 중간선거가 여당에 대한 심판의 측면에서 DEM에 불리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