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서 교수의 새로 읽는 이야기 동양 신화 - 동양적 상상력의 근원을 찾아서, 중국편
정재서 지음 / 김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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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나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내 몸 안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같은 궁금증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동양의 신화들.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근원이 될 것만 같은 『정재서 교수의 새로 읽는 이야기 동양 신화』.

2010에 이어 2023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이 책은 정말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다. 읽는 내내 시간이 가는 줄 몰랐으며, 그 어떤 판타지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했다. 어쩌면 그 모든 이야기도 시작은 이런 신화였을 테니.


📖
하늘과 땅을 만들고 죽어서는 자연이 되었다는 거인 반고, 흙으로 사람을 만든 여와, 모든 것을 쓸어간 후 다시 시작하는 홍수 신화, 알에서 태어난 영웅과 민족의 시조들, 늑대에서 태어난 소수민족의 시조들, 신비로운 산과 낙원, 무릉도원까지.

중간중간 우리가 흔히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히브리 신화의 모세와 노아, 한국의 주몽 신화 등이 등장하며 그 흥미를 더한다. 서양 신화와 동양 신화의 차이에 대한 부분 또한 :)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민족의 시조는 왜 모두 남자일까'에 대한 답이었다. 성모 마리아처럼 결국 그 영웅과 왕을 신비로운 현상 속에서 낳은 건 여성인데, 시조로 추앙받는 건 그 아들뿐인 아이러니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에 작가님은 처음에는 모계사회로써 어머니가 시조로 숭배되었을 것이나, 후대로 가면서 남성 중심 사회가 되어 아들이 시조로 부각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단순 신화에 대한 소개를 넘어 작가님의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이러한 부분들이 매우 인상적인 책이다.


✒️
무엇보다도 읽는 내내 감탄했던 건, 이 책의 '디자인'. 표지부터 시작해서 이질감 없이 이어지는 내지 디자인. 정말 많은 삽화가 불규칙적으로 등장하는데(네모난 사진부터 누끼컷까지), 무엇 하나 어색하나 불편한 게 없다.

텍스트 박스부터 타이틀, 페이지 넘버링까지 👍
가끔 이런 책을 보면 디자인 욕구가 뿜뿜하다. (현실은 이런 작품 디자인할 일 별로 없고, 디자이너에게는 머리 쥐어짜며 일한 고통의 산물🤣 물론 그만큼 의미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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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마지막 날 아침을 깨워준, 새로운 2024년을 상상력 가득하게 만들어줄 책, 『정재서 교수의 새로 읽는 이야기 동양신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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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바게트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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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페이지를 꽉꽉 채우고 있는 실키 작가 특유의 유머와 그림체, 사회를 보고 담는 시선까지.

예전에 자주 가던 한 카페에서 요상하게 생긴 새들이 나오는, 재치 넘치는 『나–안 괜찮아』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드는 그 일러스트들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좋은 기회에 #현암사 서평단으로 함께한 실키 작가의 신작, 『김치바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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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거주하는 작가가 담아낸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차이가 주를 이루는데, 펜데믹 이후 유튜브의 여러 콘텐츠에서도 보았던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곳곳에 녹아있었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많은 이들이 느끼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찢어진 눈, 원숭이 흉내, 성노동자 취급), 각종 공휴일을 보내는 방식, 그리고 '비건'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

나는 플로깅을 하면서 함께 하는 이들 덕분에 비건에 대해 알게되었고, 비건 식당도 종종 찾게 됐다. 원래도 고기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소세지나 햄은 먹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약속이 있지 않는 이상 찾아 먹지 않는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폴로 베지테리언 정도? (사족보행 육류만 먹지 않는 단계)

그럼에도 주위에서 한 마디씩 얹는 말은 참 다양했다.
왜 하냐, 의미가 있냐, 너 하나 그런다고 아무도 안 알아준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겨우 소나 돼지 안 먹고(치킨은 놓을 수 없지), 동물복지 달걀 사 먹고, 오트 우유만 마신다고 해서 이런 소리를 듣다니(+ 텀블러와 빨대 들고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세상 사람들은 참 본인 일 아닌 것에만 관심이 많고, 말을 덧붙이고, 신경쓴다. 타인이 자기 시간과 돈 들여서 하는 일에 왜 본인들이 굳이 힘을 쓰는 건지 🙄


✒️
각설하고, 실키 작가는 온갖 편견과 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유의 그림체와 화법, 그리고 유머로. 나도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는, 전하는, 퍼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메시지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며.

"나는 네가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걸 알아. (...)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네가 그들과 다르다는 걸 어떻게 알겠니?" _『김치바게트』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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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편견 - 뇌를 속이는 편견의 함정과 탈출법
패멀라 풀러 외 지음, 이윤정 옮김, 한국리더십센터그룹 감수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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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나는 편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 우리는 매초 1,300만 건의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그중 약 40개만 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의 뇌는 들어온 정보를 이해하는 지름길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무의식적 편견이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며,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고, 개선하자는 이야기가 담긴 김영사의 신작 『무의식적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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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온라인 서점에서 어떤 책의 소개글에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책'이라는 문구를 봤는데, 『무의식적 편견』이 나에게는 그런 책이 되었다.

나는 내가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아니 없애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가까운 곳에 편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있고, 심지어 그 사람은 자신의 편견을 입 밖으로 내길 주저하지 않는데(눈빛이 이상하니 성격이 안 좋을 거다, 키가 작으니 뭘 하든 볼품이 없다 등), 덕분에 항상 그런 '편견'을 경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새로운 콘텐츠를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외적인 모습만 잠깐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려는 나를 발견한다. 나도 모르게 흠칫, 내가 잠깐 싫어지는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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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화자인 패멀라 풀러와 그가 속한 프랭클린코비사(프랭클린 플래너를 만드는)의 '무의식적인 편견' 강의와 그 시스템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우리가 왜 편견을 가지게 되는지(정보, 교육, 환경, 성격 등의 영향)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편견을 이겨내고 그에 대처하는 용기,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 관리 방법까지 이어진다.

막연하게 '무의식적 편견을 자제하자', '편견은 옳지 못해'가 아니라 '편견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로 시작해서 이를 인정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가이드북이자 워크북이다(열일곱 가지의 연습 문제가 실려 있다).

패멀라는 본인도 출산휴가를 가졌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출산휴가 이야기를 하자 반사적으로 침음했다는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한다. 단지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그들을 옹호하려 할 뿐, 편견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
공동 저자 마크 머피는 인생의 전반부 동안 자신이 모자라고, 성공이나 행복을 느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며, 앤 차우는 스스로를 "까다롭고, 남들이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평가했던 적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내가 왜 스스로 호감 가지 않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는지 긴 대화를 나눴다. (...) '나는 호감 가지 않는 사람'이라는 자기 제한적 편견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 제한적 편견은 스스로에게 한계를 지울 뿐이다." _p.53

자기 자신에 대한 편견. '편견'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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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번쩍이는 통찰이나 울림을 발견했기를 바란다. 그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라. 이 주제가 당신에게 왜 중요한지 이야기를 만들어보라. 그 연결 지점에서부터 행동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라."

조금 더 공정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의식적 편견』의 책장을 넘기는 걸 멈추지 않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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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장아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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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는 이야기 장아미 작가님의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가벼운 하이틴 로맨스 정도로 시작해서, 현대 사회, 도시에서는 희미해져 버린 가치들을 좇는다. 이 작품을 여는 첫 번째 아이, '희미'의 이름처럼. 어릴 적에는 느꼈으나 현실의 즐거움에 잊었던 희미의 첫 번째 친구 업처럼.


🗝
— "아무도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당연하지 않아?"

업은 정말로 '업'이었다. 잊어버릴 수는 있지만 없어지지는 않는 것. 아니 없어질 수는 없는 것. 풀린 스니커즈의 끈처럼 외면할 수는 있지만, 결국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


📖
새로 변해버린 준후를 살리기 위해,
죽어가는 신목을 살리기 위해,
잊혔으나 소중한, 한없이 친절한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위한 아이들의 소원과 삶.

"유년이란 관통하는 시기였으니까. 힘껏 밟고 도약한 이후에는 두 번 다시 내딛을 일이 없었으니까. 종착지일 수 없었으니까."

종착지가 아닌 나가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과 끝까지 함께하기 위해 이 밤에도 책장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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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 인생 키워드 쫌 아는 10인의 청년들
김소담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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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나는 일 년 넘게 무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겨우 2년 반의 회사생활을 마친 후였다. 처음에는 분명 계획이 있었다. 7월까지 여행도 다니고, 멀리 사는 친구들도 만나며 쉬다가 8월부터는 준비해서 가을부터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지. 그리고 그다음 연도 가을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심했던 가족들에게 조금 더 시간을 할애했고, 친구들도 만나고, 플로깅에 독서 모임, 각종 강연에 고양이 쉼터 봉사 등 나름 많은 걸 했다. 이 인스타그램도 그중 하나다. 딱 하나만 빼고 다 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 (가끔 프리랜서로 돈은 벌었다)

하고 싶은 '직업'이 생기기는 했다. 회사에 취직하면 붙게 될 그런 이름이. 하지만 쉬는 중 본 어떤 교양 강의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 나도 동사로 꿈을 꾸고 싶었다. 적은 나이는 아니라며, 그 나이에 그 경력으로 어디에서 일할 수 있겠냐고 말하는 주변인의 탓으로 돌리는 건 솔직히 비겁한 일이다. 그냥 1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얼마큼 노력해야 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숨어있는 건 나일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돈 문제도 있지만.


🌱
뭐, 어찌 되었든,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났다.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대학 - 안정적인 직장 - 결혼 - 출산 같은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르게'사는 사람들의 10명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이걸 구분하지 못하는 주변인도 있다)

나의 좁은 인간관계 속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은 정말 '모두'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경로를 밟고 있다. 대학, 혹은 대학원을 나와 공기업/대기업~중견기업/공무원 일을 하며, 차는 예전에 샀고, 집도 슬슬 마련하는 친구들이 있다. 집을 산 친구들의 다음 순서는 결혼으로 예정되어 있다.

내가 다소 따분한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든 친구의 삶 하나하나가 특별하고 소중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다른' 삶을 사는 이는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
"필요 이상의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나를 착취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지도 않은데... 이런 내가 잘못된 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종종 낙오자처럼 느껴지곤 했다." _이가인, 스토너스튜디오 대표

이 책은 유난히 '기대평'이나 '추천 글'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 속의 글들도 하나같이 주옥같았다. 대충 느낌표가 가득한 상투적인 이야기들과는 다른 기대평들이 담겨있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내 삶을 돌아보며, 나의 주변인에게도(이 책을, 사람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책을 건네주며 꼭 말하고 싶다. "뭣이 중헌디?"


✒️
겨우 기대평과 프롤로그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만 풀어놨는데도 1,300자가 넘어버렸다. 막 다 읽은 2장까지의 이야기도 한참이 남았는데🤣 그것은 다음 글로 살포시 미뤄야겠다.

어디 유명한 교수님, 연예인, 운동선수 같은 분들이 아닌 - 그들과 비슷하게 '다른' 길을 가지만 조금 더 나와 가까운 -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나의 하반기를 여는 책 중 하나이지만, 그들 중 최애가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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