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려가볼까요? - 더 높이 오르지 못할까 두려운 날, 수평선 아래에서 만난 진짜 평화
최송현 저자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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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림 전체를 바라보지 못했을 뿐 우리 모두는 결국 신비롭고 거대한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일주일 전부터 틈틈이 읽고 있는 책, 다이버이자 작가인 최송현님의 『이제 내려가볼까요?』

아직 배우로 활동할 때의 이야기 조금,
그리고 다이빙을 막 시작했던 2012년부터
지금의 어엿한 다이빙 강사 최송현이 되기까지.

작가 소개에 있는 '더는 나를 잃고 싶지 않아 퇴사했다'라는 문구가 꽤 인상적이었다. 왜 회사는 나를 잃게 만들까? 내가 나로서 함께 더 잘 나아갈 수 회사는 없을까?



🖼
책은 페루의 '나스카 지상화'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행기에서만 내려다봐야 보이는 그 거대한 그림에서(네번째 사진 참고, 출처 : 위키백과).

사랑스러운 바닷속 세상, 그의 삶, 해양쓰레기 문제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 이 책의 본질은 최송현이라는 사람의 나스카 지상화이다. 성인이 된 지 20년이 지나서야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 그의 인생이라는 그림.

그래, 아직 나는 너무 이른 거겠지. 벌써 그 그림을 볼 수는 없을 거야. 이제야 연필로 스케치를 살살 하는 중일 테니. 열심히 그려나가야 할 때일 테니. 그럼에도 (아마 과거의 최송현님처럼) 파워 J인 나는 아직도 모든 게 계획대로, 순서대로 되기만을 바라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그냥 게으른 것일지도..)



💧
삶을 꾹꾹 눌러 담은, 398페이지의 긴 에세이이기에
아직 다 읽지 못했음에도 벌써 책 메모가 20개를 돌파!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개 파트만 살짝 가져와 보았다 ;)

"선택은 늘 그렇다. 옳은 선택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결과를 보고 나서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평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선택의 순간엔 너무도 명확할 것 같았던 결과가 예상과 달랐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_p.90 <포기할 수 있는 용기>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내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할 사람은 나 하나인 것처럼."

다이빙 리더로써 최송현님은 고민을 거듭한다.
오늘 바다에 들어가도 좋을까? 위험 요소는 없을까?
그렇다고 들어가지 않으면 이 분들의 시간을 헛되이 쓰게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러다가 사고가 생기면?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정답은 없다.
옳은 것들끼리 충돌할 때도 갈등은 발생하기 마련이니.
그저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을 할 뿐.



✅️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귀한 당신,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중단했던 자신을 미워하거나 자책하고 있다면, 당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평가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홀로 오롯이 맞서며 (...) 멈춰 설 수 있었던 그 용기를 이제는 스스로 칭찬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거 절대 쉬운 결정 아니었잖아요."

"내 결정이 옳은 선택이자 용기였음을 믿으면서."



🦭
"이렇게도 많은 걸 베풀었지만 자신을 아프게 하는 인간에게 바다는 대체 어떤 마음일까. 내가 해양 쓰레기를 줍는 건 결국 염치없는 이 관계에서 내 마음의 불편을 덜어내려는 몸부림이었다. (...) 제발 설거지라도 돕게 해달라는 것처럼" _p.341 <사막에서 탄생한 바다숲>

2년 전부터 종종 플로깅을 한다.
보통은 도심에서, 가끔은 산과 바다로.
특히 해안가에서 나오는 그 어마어마한 해양 쓰레기들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삽질하고, 칼로 잘라 분해해야만 겨우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들. 국적 불명의 페트병, 존재 이유가 아리송한 인형, 눈처럼 내려져 있는 스티로폼 조각들까지.

내가 플로깅을 하는 이유도 최송현님과 비슷하다.
"나 플로깅해요", "텀블러 써요", 비닐 안 받을게요"라며 티 내고 다니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겨우 이것뿐이니, 이거라도 하려고. 내 마음의 불편함을 덜어내려고.

말로만 하는 미안함은 소용이 없으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덜 나빠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
이 책에 대해 적으라면 핵심 내용만, 생각들만 정리해도 노트 4페이지는 나올 정도로 여러 생각과 이야기가 오가는 작품이었다.

한 사람의 긴 삶의 발자취인 만큼,
그냥 허투루 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읽은 책, 『이제 내려가볼까요?』였다 :)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소중한 당신, 이 길에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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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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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하는 방법도 모른다던데,
자신은 그 말을 깨고 싶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하는 방법을 연습해서 사랑하고 사랑받음에 더 감격할 줄 알게 된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_p.138


-
가끔 유독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날이 있다.
눈을 뜬 순간부터 공허함에 몸부림치는 날.
애써 잊은 척하며 살던 아픈 기억들이 눈 앞에 펼쳐지며
나의 발목을 잡고, 가슴을 돌덩이로 누른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무기력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날은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무언가 생산적인 것 대신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날씨도 부쩍 쌀쌀해진 요즘이기에 따뜻함이 필요했다.

그래서 빠져든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에서
넘치는 따뜻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저도 정답을 찾고 있지만, 아마도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는 물음표를 지닌 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집니다. 최선을 다해.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르죠.”

“행복을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행복한 거 아닌가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이유가 있을 테니. 의미 없어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때로는 어떤 신호가 되기도 하듯이. 우리는 그저 오늘 이 삶을 여실히 그리고 생생히 살아가면 된다.”

따뜻하고 공감되는 문장이 너무 많아
어떤 페이지에서는 페이지를 넘기는 것보다 그 문장들을 적는데 시간을 더 오래 썼다.

윤정은 작가님의 이전 작품,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 이어지는 이 작품은 세탁소가 사라진 마을에 해은이 사진관을 시작하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도 아직 세탁소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본 책을 읽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하지만 세탁소도 꼭! 읽어볼 예정).)

🏵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마치 그 꽃말 같은 책이었다.
세탁소의 주인이었던 지은을 그리워하는 해은도,
여전한 마을 사람들도, 사진관을 찾는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도 결국 '행복'으로 나아간다.

“무엇이 됐건 나의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내가 옮기는 발걸음 끝에. 그 끝에 꽃이 피건, 빗물이 튀건, 자갈밭이건 상관치 않는다. 걸음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길을 모두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 길이 어떤 길이건 나답게 걸어간다면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_p.296



🖊
이제 해은은 사진관 문을 여는 매일이
행복하고, 기다려진다.

나에게도 그런 매일이 펼쳐질 수 있을까?
우리 동네에도 마음 사진관이 있었더라면.
아니, 어쩌면 내가 그 사진관을 찾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런 행운은 가만히 있는 이에게는 주어지지 않으니.

책을 덮은 지금, 여러 생각이 오간다.
그래도 조금은 따뜻해진 밤이다.


-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슬픔이 안녕할 수 있다면. 얼룩진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어 드립니다. 어서오세요, 행복한 마음을 찍어드리는 마음 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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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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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_P.163

아주 어릴 적 『달팽이 식당』이라는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조용한 산골 마을에 있는, 손님들에게 마음을 대접하던 작은 공간. 그 『달팽이 식당』의 오가와 이토 작가의 작픔, 『츠루카메 조산원』을 좋은 기회로 함께하게 되었다 :)

2013년에 『트리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되었으나, 원제 그대로 살려 다시금 우리 곁을 찾은 작품이다.



❤️‍🩹
“어느 쪽이 행복할지, 그건 스스로 결정하는 거야.” _p.29

하루아침에 사라진 남편을 찾아 떠돌던 마리아가
남쪽의 한 섬에서 당도한 츠루카메 조산원.
어릴 적부터 상처로 점철된 삶을 살던 그가 이 조용한 조산원에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온전한 삶을 살게 된 마리아는
그 남쪽 섬에 찾아온 초기의 목적을 이루고
비로소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간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거든. 그 사람이 좋으면 점점 호감을 사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_p.150



🙏
최근 작년에 신림동에서 있던 한 사건의 1심 결과 소식을 듣고 사건을 다시 보며 마음이 팍팍해짐과 동시에 세상이 잠시 두려워졌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런 세상이어도 『츠루카메 조산원』은 말한다. 타인과 함께하는 삶의 기쁨, 그 아름다움을. 상처를 마주하고, 뒤로한 채 앞으로 나아가라고. 삶을 살아가라고.

잠시 눈을 감고 떠올려본다. 내가 겪었던 팍팍하지 않은 세상을, 사람을. 그들과 함께 나눴던 웃음을.
그리고 그 힘으로 다시금 삶의 빛을 찾는 오늘이다.


“지금 이렇게 모두가 살아 있다는 것이 멋진 게 아닐까? (...) 지금 여기 있다는 자체가 말이야.” _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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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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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고, 좀비 세상에서 그려내는 사회의 모습에 치를 떨며, 그럼에도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책,『좀비 낭군가』.

황금가지 출판사와 브릿G에 대해서 처음 안 후 흥미로워서 자주 방문했었고, ZA(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도 유심히 봤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함께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었다.

브릿G를 통한 ZA 문학상이어서 그런지 참여한 일곱 작가님의 이력이 특히 눈에 띄었다. IT 노동자, 매거진 에디터, 웹소설 작가, 칼을 쓰는 일을 하는 이, 생태학을 전공한 작가 등. 잊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
조선을 배경으로 진주 남강 민요를 베이스로 한, 이 책의 메인 제목이기도 한 <좀비 낭군가>, 성추행 트라우마에 이를 갈며 망치를 베개 밑에 품고 잠들던 <침출수>.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하며 즐겁게 읽은 <메탈의 시대>, 생존 영화 한 편 뚝딱 본 것 같은 <삼시세킬>, SF와의 기묘한 조화가 인상적인 <화촌>.

인간과 좀비 그리고 구원이라는 결코 얽힐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의 이야기 <제발 조금만 천천히>, 마지막으로 파도와 섬, 동화 같기도 전설 같기도 한 <각시들의 밤>까지.

마지막 작품인 <각시들의 밤> 장아미 작가님 작품은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이후 두 번째인데, 작가님만의 색이 확실하게 보여서 읽는 내내 즐거움이 더해졌던 작품이었다 :)



🔨
_<침출수> 中
"법원까지 놈을 끌고 간다 해도 별 소득이 없을 거이다. 세상은 양승태가 엉덩이를 만졌을 때 왜 격렬하게 거부하고 항의하지 않았느냐고 외려 도아에게 따질 것이다. 그리고 양승태가 내뱉은 말들은 술김에 내뱉은 농담 정도로 정리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둘 사이에 연애 감정은 없었느냐는 질문이 돌아올지도 몰랐다. 도아가 찾아본 수많은 케이스들이 증명하는 사실이었다. 도아를 도울 사람은 도아 자신밖에 없었다."

"도아가 양승태의 추행에 침묵한 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어서였다. 치명적인 강간 상해를 당하지 않는 한 이 나라의 법은 도아가 아닌 양승태의 보호막 구실을 할 터이므로, 확실한 승부를 찾을 때까지 놈과의 싸움을 늦추었던 것이다. 사실 도아는 한순간도 놈을 머릿속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머리맡의 망치와 수많은 불면의 밤이 그 증거였다."

"도아는 하고 싶은 게 뭐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망할 망치를 머리맡에 두고 살면서부터 인생이 방어적으로 변해버려서 무얼 하고 싶은지 잊고 살았다. 그래서 뭘 하고 싶어 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궁리해야 했다."


: 도아의 이야기가 정말 인상 깊었던 작품, <침출수>. 양승태의 끔찍한 만행과,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도아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리고 동시에 도아의 안녕과 미래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던 작품이다. 현실에 분명 존재할 또 다른 도아들의 것도.



🎸
_ <메탈의 시대> 中
"아빠는 내게 항상 사람 좀 되라고 하셨는데 결국 나는 제대로 된 사람도, 제대로 된 좀비도 되지 못했다. 사람과 좀비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발을 걸치고 있었다. 그게 좀비가 되기 전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무연하기도 했다."

: 시작은 살짝 의아했으나 뒤로 갈수록 주인공 밸지의 행보를 응원할 수밖에 없던 작품. 홍대를 거니는 주인공의 모습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한참을 읽었다. 그 웃픈 상황이, 엔딩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영상화가 되어도 꽤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
이후 작품에도 좋은 문장과 이야기가 많았는데, 글이 이미 지나치게 길어진 탓에 다른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글로 정리해 보아야겠다.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책, 『좀비 낭군가』였다 :)



*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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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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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해체되고, 삶은 팍팍하다.
정말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어린 나이에는 세상과도 같은 부모를, 형제를 잃은 그는 생존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꿈, 그건 그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을 것이다.

돌베개 출판사 전 대표, 임승남 작가의 에세이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이는 씨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성시키는 일이었다. 감옥에 한번 들어오고 나면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본격적으로 도둑질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_p.54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데는 아주 많은 힘이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결국 편한 길을 추구하기에,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기에. 아주 작은 습관조차 바꾸는 게 너무나도 어려운데, 삶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그는 어땠을까. 어떤 노력을 해도 그 지난한 시간을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확한 이름도, 생일도, 나이도, 글도 모르던 그는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름을 스스로 짓고, 삶으로 나아가 타인의 삶을 담는 이가 된다.


🪪
나는 그것이 알고싶다나 궁금한 이야기 Y 같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편인데, 그곳에서 한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길에 버려져 보육원에서 이름을 받았고, 친구들에게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달라 말했다던 사람의. 그는 본인의 불행했던 환경을 탓하며 범행을 정당화하려 했다.

실제로는 그 같은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악이라는 구렁텅이는 사람을 점점 더 깊은 구렁텅이로 끌어들여 벗어나지 못하게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임승남 작가님의 이런 삶에 더욱더 큰 울림을 받은 2023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책이었다.


"어떤 인생이라도 지금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싫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면, 그것은 올바른 인간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_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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