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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방구석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평점 :
[취미] :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주 전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의 주제가 '취미'였다.
그림그리기부터 베이킹까지 취미 부자인 사람,
게임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축구든 야구든 스포츠 경기는 가리지 않고 구장을 찾아다니는 사람 등, 무언가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날 이런 문장들로 글을 열었다.
'뭐 재미있는 거 없나?
없다. 도통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무언가에 그렇게나 열정적이어 본 적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다. 잊고 살았다.
나를 잃었다. 아니 애초에 있기는 했는가?'
⚽️
글쓰기 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제대로 읽기 시작한 이 책, 인스타툰이 생기기도 전부터 인스타툰 작가였던 방구석의 『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를 읽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채 다섯 페이지가 넘어가기 전에 이 책에 매료되었다. 작가가 자신을 칭한 '무색무취의 인간'이라는 표현에 눈을 뗄 수가 없어서.
💬
"취미를 말할 때 묘한 부담감이 있었다. 남들보다 잘하거나 아니면 잘 알거나. 그런 특별한 무언가에만 취미라는 말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_p.11
내가 딱 이랬다.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상대방 입에서 달달 나오는 온갖 와인의 종류, "저는 특히 피노 누아가 좋아요" 같은 말. 재즈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꼬리처럼 따라붙는 여러 재즈 아티스트들의 이름.
나는 그저 가볍게 좋아할 뿐 그들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뜻 그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남들보다 모르고, 많이 경험도 부족하기에.
작가는 그 부분을 콕, 아주 날카롭게 파고든다.
취미는 그저 좋아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
'나를 위한 책'이라고 말하면 딱 적당할 것 같다.
목차의 모든 게 내가 한 번쯤 해봤거나,
혹은 해보려고 하는 예비 취미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하는 독서, 식물 키우기, 공간의 변화, 영화, 산책. 하려고 조금씩 시도 중인 달리기, 그림, 글쓰기. 하다가 잠시 멈춘 여행, 수영(한 달 배운), 재즈와 술.
작가가 말하는 열 세 가지의 취미 중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염'을 제외한 모든 게 고스란히 있었다.
👟
결국 취미에도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그저 '어? 이거 재미있겠는데?'
'해보니까 재미있네', '더 잘하고 싶어, 더 잘 알고 싶어'
그리고 그렇게 와인 이름과 재즈 아티스트와 기법,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외우고 다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짠, 나는 이걸 좋아하니까
이 분야의 전문가야! 가 아닌.
내가 항상 간과하는 '과정'의 중요성이 이곳에도 있었다.
💫
사는 게 다소 재미가 없다면,
누군가에게 선뜻 내 취미를 말하기 어렵다면,
방구석 작가의 취미 찾기 대장정을 한번 따라가 보자.
"야, 너도 취미 가질 수 있어!"를 외치는 것만 같은 책,『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