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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나인 -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이래 가장 중요한 법
셰리 보셔트 지음, 노시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평점 :
624 페이지로도 부족할 만큼 기나길고 거대한,
그리고 끝나지 않는 연대기이자 전쟁의 기록.
오랜 시간을 들여 꼼꼼히, 펜과 노트를 옆에 두고 공부하듯이 읽어야만 하는 책. 어느 한 페이지 놓칠 이야기가 없다.
작가 셰리 보셔트는 서문에서 말한다.
"『타이틀 나인』이 한국의 차별금지법 논의와 운동에 이바지하길 바라며, 특히 법·교육·페미니즘·인권 분야의 여성·성소수자·연구자·활동가들에게 유용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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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영화 <서프러제트>, <히든 피겨스>가 계속 떠올랐다. 치열했던 여성 참정권 운동, 여자 화장실이 없는 NASA에서 일한 흑인 여성의 삶.
그 용기 있는 여성들이, 또한 그들과 함께한 용기 있는 남성들이 이 책에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1969년, 55년 전부터
2022년, <타이틀 나인> 법이 50주년을 맞기까지.
열여섯 편의 이야기는 그 하나하나가 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기록들이다. 분노하고, 나아진 사회를 돌아보며, 더 나아질 미래를 꿈꾸며. 이 모든 사례들이 대부분 교육계, 학생들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더욱.
영화까지 갈 게 있을까? 비교적 큰 사건, 사고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내 지난 삶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끔찍한 기억들이 몇 있다. 감정이 닳아 없어질지언정, 아마 평생 내 기억 속에 자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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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바이든 정보의 교육부 장관 미겔 카도나는 <워싱턴 포스트>에 이런 말을 남긴다.
"드디어 최후의 승리자가 된 기분이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싸울 필요가 없었어야 했다." _p.475
그 해 상반기, 주의회에서 발의된 반트랜스젠더 법안은 110건. 6월 중순까지 13개가 통과됐다.
'반'트랜스젠더. 한국 사회에서는 나름 개방적이라고 여겨지는 미국 사회에서도 소수자를 향한 공격과 배척은 끝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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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슥슥 넘겨보던 책 옆에 펜과 노트를 가져다 놨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그 긴 역사를 읽어볼 예정이다.
한국은 아직 미국보다 한참 뒤에 위치해 있다. 이전에 읽었던 『김치 바게트』에서도 나오듯이, 시간이 지난다고 더 나은 방향으로만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어떤 돌은 때로 엄청난 힘을 가진 자의 손에 들려 저 뒤로 던져지기도 한다.
오늘도 세상과 투쟁하고 있을, 혹은 이미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있을, 무너져 내린 이들을 응원하며, 나의 작은 손이 더해질 수 있는 곳을 찾아본다.
+ 전자책 TTS 기능을 이용할 이들을 위한 표지 설명조차 인상적이었다.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그 정체성을 매우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