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 인생 키워드 쫌 아는 10인의 청년들
김소담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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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나는 일 년 넘게 무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겨우 2년 반의 회사생활을 마친 후였다. 처음에는 분명 계획이 있었다. 7월까지 여행도 다니고, 멀리 사는 친구들도 만나며 쉬다가 8월부터는 준비해서 가을부터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지. 그리고 그다음 연도 가을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심했던 가족들에게 조금 더 시간을 할애했고, 친구들도 만나고, 플로깅에 독서 모임, 각종 강연에 고양이 쉼터 봉사 등 나름 많은 걸 했다. 이 인스타그램도 그중 하나다. 딱 하나만 빼고 다 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 (가끔 프리랜서로 돈은 벌었다)

하고 싶은 '직업'이 생기기는 했다. 회사에 취직하면 붙게 될 그런 이름이. 하지만 쉬는 중 본 어떤 교양 강의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 나도 동사로 꿈을 꾸고 싶었다. 적은 나이는 아니라며, 그 나이에 그 경력으로 어디에서 일할 수 있겠냐고 말하는 주변인의 탓으로 돌리는 건 솔직히 비겁한 일이다. 그냥 1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얼마큼 노력해야 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숨어있는 건 나일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돈 문제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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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찌 되었든,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났다.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대학 - 안정적인 직장 - 결혼 - 출산 같은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르게'사는 사람들의 10명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이걸 구분하지 못하는 주변인도 있다)

나의 좁은 인간관계 속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은 정말 '모두'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경로를 밟고 있다. 대학, 혹은 대학원을 나와 공기업/대기업~중견기업/공무원 일을 하며, 차는 예전에 샀고, 집도 슬슬 마련하는 친구들이 있다. 집을 산 친구들의 다음 순서는 결혼으로 예정되어 있다.

내가 다소 따분한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든 친구의 삶 하나하나가 특별하고 소중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다른' 삶을 사는 이는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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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이상의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나를 착취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지도 않은데... 이런 내가 잘못된 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종종 낙오자처럼 느껴지곤 했다." _이가인, 스토너스튜디오 대표

이 책은 유난히 '기대평'이나 '추천 글'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 속의 글들도 하나같이 주옥같았다. 대충 느낌표가 가득한 상투적인 이야기들과는 다른 기대평들이 담겨있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내 삶을 돌아보며, 나의 주변인에게도(이 책을, 사람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책을 건네주며 꼭 말하고 싶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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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기대평과 프롤로그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만 풀어놨는데도 1,300자가 넘어버렸다. 막 다 읽은 2장까지의 이야기도 한참이 남았는데🤣 그것은 다음 글로 살포시 미뤄야겠다.

어디 유명한 교수님, 연예인, 운동선수 같은 분들이 아닌 - 그들과 비슷하게 '다른' 길을 가지만 조금 더 나와 가까운 -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나의 하반기를 여는 책 중 하나이지만, 그들 중 최애가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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