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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외톨이 흡혈 공주의 고뇌 04 - S Novel+ ㅣ 외톨이 흡혈 공주의 고뇌 4
코바야시 코테이 지음, 리이츄 그림, 고나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4권 히로인은 이전에 여주 코마리와 엮였다가 건물에서 얼굴부터 떨어졌던 '카루라'입니다. 3권에서 개그캐였던 걸로 기억이 되는군요. 4권을 기약하며 크게 활약은 안 했었고, 이번에 6개국이 참여하는 무슨 회의에 참석했다가 코마리와 재회합니다. 재회는 했는데, 냉큼 친구 먹는 사이는 아니고요. 코마리는 원채 낯을 가려서 메이드(빌)가 억지로 회의에 참석 시키지 않았다면 오지도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을 사이죠. 그런 사이가 둘도 없는 사이로 발전할 줄이야 이때는 몰랐습니다. 천조낙토에서 새로운 오오미카미(대충 대통령쯤 됨)를 선출하게 되었는데, 카루라가 후보로 올랐습니다. 뭐 민주주의 국가이고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한다고 하니 어딜 보나 고생할 일은 없어 보였습니다. 상대 후보가 온갖 파렴치하고 음모를 꾸미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당이라는 걸 빼면요. 코마리 입장에서는 엮이고 싶지 않은 상황 0순위인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사태이긴 한데, 카루라가 미끼를 던집니다. 도와주면 3류 소설(코마리가 집필 중인)을 출간하게 해주겠다고. 코마리는 잊고 있었습니다. 여긴 마핵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이라는걸. 칼에 찔리면 부활도 못하고 죽어요. 그럼에도 코마리는 냉큼 달려들죠. 그리고 예정대로 개고생 합니다.
이번 4권에서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습니다. 카루라는 오오미카미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소박하게 과자를 만들며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게 꿈이죠. 하지만 집안 대대로 오오미카미를 배출해왔고, 엄격한 엘리트 지향주의인 할머니는 손녀인 카루라도 오오미카미가 되는게 당연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그 분위기엔 소박한 과자도, 조그마한 가게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여주 코마리는 곁에서 그런 장면들을 목격해 갑니다. 그리고 상대 진영 또한 대대로 오오미카미를 배출해 왔고, 이번 상대 후보로 등록된 동년배 카린은 어째서인지 카루라를 부모님 원수 보듯이 증오심을 내비칩니다. 후보 토론에서 카루라에게 온갖 치욕을 안겨주길 마다하지 않으며, 급기야 누명까지 씌워 배제 시키려 혈안이 되어 가죠. 할머니는 오오미카미가 되지 않을 바엔 내 손에 죽어라 그러지, 카린은 없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괴롭혀대지.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여주 코마리는 내편 하나 없는 고립무원에서 주저앉지도 못하고 나아가지도 못하고, 온갖 괴롭힘을 당하는 카루라를 보며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둘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친구 하나 없다는 것. 결정적으로 둘 다 무능력자라는 것. 그리고 모두에게 괴롭힘당하는 것까지.
카루라는 친구가 없습니다. 코마리도 친구가 없습니다. 코마리는 고립 되어가는 카루라를 보다 못해 도와줍니다. 진심으로 화를 내줍니다. 하지만 능력이 없기에 상대를 화나게 했다가 칼 맞으면 본말전도입니다. 그럼에도 카루라를 위해 진심으로 화를 내줍니다. 카루라는 코마리라면 자신의 비밀을 얘기해도 되겠다 생각합니다. 코마리도 자신의 비밀을 카루라에게 털어놔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서로 서로가 대단한 능력을 가졌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강하다고 허세를 잔뜩 부려 놨고, 그렇게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죠. 왜? 당연하잖아요. 장군직에 있는 둘이 허접이라고 밝혀지면 호전적인 부하들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을 테니까요. 근데 정작 코마리 부하들은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하고 있지만요. 카루라 직속 부하들도 다 알고 있기도 하고. 둘은 자신들의 비밀을 터놓습니다. 사실은 나는 허접하다는걸. 사실 그녀들의 약점이기도 해서 직속 부하들 외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큰일 나긴 합니다. 6개국은 서로 죽일 듯이 싸우고 있으니까요. 거기다 뒤집힌 달이라는 테러리스트들도 있고. 고립무원에서 둘은 친구가 됩니다. 그동안 많은 인연이 있었지만 진정한 친구는 카루라가 처음입니다.
맺으며: 이번 4권을 한 줄로 표현 하라면,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이라 하겠습니다. 온갖 권모술수를 까부수고, 뒤집힌 달 소속의 테러리스트와 목숨을 건 싸움. 진짜로 코마리는 마핵이 없는 지역에서 테러리스트에 의해 배에 바람구멍이 이따만 시 나버려 죽을 위기에 처하고, 죽어가는 코마리를 살리기 위해 카루라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일련의 장면들은 꽤 스펙터클합니다. 사실 코마리나 카루라를 무능력이라 언급은 했지만, 둘 다 사상 최강의 능력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능력을 쓰면 디메리트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어서 안 쓰는 것뿐이죠. 그럼에도 친구를 위해 과감히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같은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그래서 이번 4권은 코마리에게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싶었군요. 그동안 방구석에만 처박혀 지내면서 자신에겐 능력이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3권에서도 그랬지만 만천하에 능력 쓰는 걸 까발려졌으니 싫어도 이젠 양지로 나와야만 상황이 되었거든요. 코마리 입장에서는 양지로 나온다는 것은 곧 트라우마(학교 다닐 때 괴롭힘 당함)를 자극하는 일이지만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일지. 생각지도 못한 개그가 충만하고, 필력도 죽지 않아 글 하나하나에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실력이 여전히 좋은 4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