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은 다시 야학을 나갔다. 빈 교실에 책상 두 개를 맞대어 서로 마주 보며 수업을 하도록  철저한 일대일, 개인수업 구조 배열이다.

내가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아도 되나요 ?”

그럼, 난 너를 꼭 합격시키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거 아니냐 ? “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다분히 의도된 자부심을 과장했다.

연신은 마주 앉은 변선생의 반 팔 샤츠 아래 뻗친 팔뜩에 시선이 갔다. 검붉게 그을린 근육질 팔뚝은 연필을 쥔 손가락이 움직임에 따라 힘살이 꿈틀댄다. 역동적이고 강인한  그의 근육을 보며  문득 연신은 심장이 쿵하며 메아리처럼 온 몸을 저릿하게 한다. 이런 느낌 처음이다. 어느 사람 앞에서 내가 수줍어 했던가.

그는 연신의 눈길을 느꼈는지

요새 농개활 운동 때문에 농촌에 들어가 농민들의 농사 개혁을 지도하고  있어.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스프링쿨러 시설과  유기농비료의 배양이나 시비방법 등도 가르치고 또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하지. 농업도 지금은 아주 첨단 산업형으로 바뀌고 있어. “ 하며 자신의 검붉은 팔뚝을 쓱 훑는다.

연신의 심쿵은 아직 그메아리가 끝나지 않고 그를 가만히 바라 본다.

, 한눈 팔지 말고 어서 계속해야지

연신은 화끈하는 얼굴을 숙여 이제까지 보던 국어 교과서를 다시 들여다 본다.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져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

-

-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忍苦의 물이

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지은이  (        )        제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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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속을 꼭꼭 채우며 연신은 한숨을 포옥 내쉰다.

 

.

 

고줄 자격 검정고시 결과는 국어, 영어, 사회, 과학 모두 합격인데 수학이 적정 점수애 미달되어 불합격이다. 변선생은 그래도 이 만큼이나 잘 했다고 칭찬이지만 연신은 또 한 해를 꿇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무룩했다.

연신아, 오늘 특별히 내가 맥주 한 잔 살테니 잠깐 들어갈까 ? “

변선생은 길가 생맥주 집 간판을 보며 묻는다.

아니요, 집에 예나가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가 봐야 해요

틀림없이 연신이 변선생의 가르침과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연신은 언제나 그에게 고자세이다. 이상하게 그에게는 당연하다는 듯 별로 미안하지 않다. 그 또한 이렇게 도도하고 경계하는 듯 거리를 두는 연신의 태도를 별로 개의치 않는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뱃심인지 그는 초조하지 않다.

찬바람나게 돌아서서 걷던 연신이 문득 돌아 본다. 아직 그 곳에 서 있는 그를 보자 낭패했다는 듯 얼른 다시 뒤돌아 걷는다. 그도 천천히 연신의 뒤를 따라 걷는다.

 

그 날 밤 연신의 몸은 뜨거웠다. 온 몸의 신경이 올올이 곤두서 와일드켓처럼 어둠 속의 사방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유방이 긴장으로 단단해지고 유두는 꼿꼿하게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격젼의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지도 않은 , 느끼지도 못 했던 낮선 곳에서 뜨거운 물이 고이고 있다. 답답함을 견딜 수없어  속치마, 적삼 바람에 활짝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싸하게 스치는 밤의 냉기도 그녀의 열기를 식히지 못한다. 한달음에 대문께로 나가 문을 연다. 철문에 매단 종이 파르르 떨며 맑은 쇳소리를 내지만. 텅빈 골목은 적막하다.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문을 닫으려는 순간 검은 뭉치 하나 담벽에서 튀어나와 보자기처럼 연신을 감싸 안는다. 기체처럼  무게감 없이 접근한 검은 뭉치의 힘은 연신의 육신을 거의 으스러뜨릴 듯 강력하다. 코 속으로 강하게 스며드는 둘풀의 비릿한 진액 냄새. 낮익은 냄새. 냄새 속 환상으로 몽롱하게 녹아든다.

내가 그이를 마주 안았던가 ? 그이와 맨 살을 비볏던가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그는 어디로 갔지, 내가 꿈을 꾼걸까  연신은 하체를 적신 뜨거운 물에 잠겨 모든게 비현실적이다. 옆자리 예나는 곤하게 자고 있다. 꿈을 꾸는지 방끗 웃기도 한다.

그래 아무 것도 변한 건 없어. 내가 꿈을 꾼거야.

연신은 예나의 뺨에 입을 맞춘다. 예나도 잠결에 엄마를 꼭 끌어 안는다.

 

예나야, 엄마가 오늘 가구점에 가서 예쁜 침대 사줄테니 이젠 건너방에서 공부도 하고 잠도 자고, 아가씨가 다 됐잖아

, 엄마 좋아요, 나도 이제 다 컷으니 독방이 필요해. 내 친구  민혜가 독방 쓴다고 자랑하더라구,  근데 엄마, “ 예나는 잠간 망설이며 엄마를 본다.

이상한데요, 밤마다 아빠 오셔요 ? “

연신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피이! 예나는 안 보고 일찍일찍 나가세요 ? 나 아빠한테 할 말 많은데

그는 밤마다 찾아 왔다. 문단속하고 불도 다 끄고 꿈 속으로 잦아드는 시간, 그도 살그머니 연신의 품 속으로 스며 들어 온다. 아무 말 없다. 다만 살이 부딪치고 비벼대고 빨아들이는 그 시간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연신은 들풀 냄새 가득한 벌판을 뛰고 구르며 그의 냄새에 흠뻑 취한다.

연신아, 나 이런 날을 몇 년이나 기다렸는지 아니 ? 몇 날 며칠이나 네 집 문 앞에서 밤을 새웠는지 아니 ?

그는 연신의 길고 윤기나는 검은 머리를 움켜잡으며 흐느끼듯  말한다.

아직 관능의 달콤한 여운 속에 나른한 연신이 졸린 목소리로 말한다.

선생님, 낮에 한 번 만나요같이 점심 식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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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07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감하고 가네요. 건필하세요 ^^
 


예나가 일곱 살이 되어 국민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다.

연신은 사랑스런 딸, 예나의 머리를 빗어준다. 미리 준비해 둔 분홍  드레스와 짙은 핑크 코트를 입히고

어깨에 가죽 란드셀을 메워 준다. 오른 쪽 가슴에 < 이 예나 >라는 이름표와 그 아래에 길게 느러진 하얀 손수건, 영락없는 햇병아리 학생이 된 것이다.

“ 예나야, 이제 넌 으젓한 학생이야. 선상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 학생이 되야 하는기라. “

“ 엄마, 알았다카이. 이젠 쫌 그만 하그라 “

제 언니 가영이의 되바라진 말투 따라 예나도 말투가 고약하다.

그러나 새 옷 입고 학교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반짝이는 눈과 벌름대는 콧구멍은  먼 초원을 향해 달리려는  어린 준마의 그 모습이다.

“ 가스나가 나대기는 , 얌전히 좀 기다리그라, 어매 옷 갈아 입고 나올게니.”

그 때 전화 벨이 울린다. 마을 금고에서 일하는 장주사이다.

“ 사모님, 큰 일 났어예. 사장님이 쓰러지서 병원으로 실려 갔어예 “

“ 음마 , 으찌 그리 되셨습니까 ? 어느 병원 가싰어요 ? “

“ 우선 가까운 늘사랑 병원으로 가싯습니다. 한 이십 분 됐실거로. “

“ 그걸 와 이제 알려주십니꺼 ? “ 연신은 소리를 빽 지르며 대답도 들을 새 없이 전화를 끊고


“ 할무이예 , 예나를 학교에 데리꼬 가 주소. “ 일하는 할매에게 예나를 부탁한다.

그리고  남편의 형인 시아주버님 댁에 전화한다. 동서가 전화를 받는다.

“ 행님 큰 일 났어예 예나 제아범이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답니다. 늘사랑 병원이라 합디더. 지는 지금 곧 가 보꾸마요 “

연신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만석씨는 응급수술을 하고 있었다. 서너 시간을 기다리느라 피를 말리는 긴 수술이 끝나고 수술실을 나오는 만석씨의 침상은 하얀 시트로 얼굴까지 모두 덮혀 있다.

주치의사 김형식 박사는 연신과 형님 가족 앞에 다가와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 죄송합니다. 병원에 왔을 때 이미 많은 피가 뇌 속에 차 있어 신속히 핏줄을 차단하고 고여있는 피를 뽑아내었으나 목숨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

만석씨의 사망 원인은 다량의 뇌출혈이라는 것이다.

오일장으로 치룬 만석씨의 장례기간 동안은 연신에게 시공이 아듣히 멀어져 간 무중력 우주 공간 같았다. 머릿 속은 텅 비어 아무 생각을 할 수도 없었고 모든 감각은 마비되어 느낌이 없었다. 곡기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여 홀쭉하고 창백한 볼에 눈만 퀭하게 번쩍일 뿐이었다.

“ 지어매, 내 숭늉을 진하게 끓였으니 한 모금이라도 마시게 “ 할매의 권에도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듯 멍한 시선만 보이는 연신이다.

그런 연신이가 우주 속 무중력 공백 속의  현실에서는 엄청난 용틀임의 변화가 있는 줄, 어찌 알았을까.

떠들썩하고 요란한 장례 의식이 끝난 뒤, 연신의 집은 믿을 수 없도록 적막과 고요로 무겁게 가라 앉았다.개 한 마리 얼씬대지 않았고 이웃들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연신은 기진하여 어두운 안방에 누워있고 예나마져 고양이 같이 가벼운 발자국으로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며 아버지의 흔적과 냄새를 찾는다. 할매도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그릇의 소음도 조심하며 가만가만 음식을 만들고 안 먹고 남은 숫한 음식을 공연한 죄책감으로 가슴을 조이며 몰래 두엄더미에 내다 버린다.


그동안 밖에서 시아주버니는 만석씨의 마을 금고를 차지하고 금융자산을 조사하여 명의를 바꾸고 그리고 상속인의 서열을 날조하여 많은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차지한다.

연신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때는 집 안의 식량이나 당장의 살림비용 마저 텅 빈 상태였다.

만석씨와 함께 산 이후로는 그가 항상 빈틈없이 만사를 배려해 주었으므로 연신은 일상 필요한 살림살이 비용이나 , 더구나 그의 재산 상태에 대해선  알 필요도 없었고 아는 바도 없었다.

연신의 살아 온 생애 중 가장 안락하고 행복했던 십 년 세월 가운데는 만석씨가 있다.

만석씨는 언제나 연신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고 완벽하게 감싸 주었다.

“ 아 ! 당신 , 나와 어린 예나를 두고 어찌 이리도 허망하게 떠나셨습니꺼 ? “

그와의 이별 앞에서 절망과 아쉬움으로 피를 토하듯 울부짖건만 아무 대답이 없다.

당장에 살 길이 막막해진 연신은 생각다 못해  큰아주버님을 찾아 간다.

“ 예나 아부지의 많은 재산은 다 우찌 된 것입니까 ? 우리는 우찌 살아야 합니꺼  “

시아주버니 대신 동서의 싸늘한 대답이 먼저 날라 온다

“ 아니, 자네는 냄편 잃은게 며칠이나 됐는데 벌써 냄편 보다 재산 부터 챙기는가 ? “

하지만 시아주버님 , 선기침을 흠흠 하며

“ 걱정 마시요, 제수씨 , 내가 이녁  살도록은 돌봐 줄꾸마 “

진정 없이 허울  뿐인  무뚝뚝한 대답이다.

시아주버니가 내어 준 몇 푼의 돈을 손에 쥐고 나오며 연신은 비로소 정신을 차린다.

연신은 서울서 사법고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동생 정연을 부른다.

“ 내 배운게 짧으니 으찌 알것나. 니가 매형의 재산일체와 그게 으찌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 봐 도고. “

정연은 누이의 부탁에 두 말 없이 내려 와 남겨진 서류랑 대조하며 실물을 살핀다.

며칠 후 전연은 누이에게 말한다.

“ 누나 정말 무섭십니다. 마치 매형이 이래 될 줄 미리 알고 꾸며낸 일처름 모두 치밀하게 처리됫십니다. 다만 이 집만이 남아 있지만 이것도 언제 날라갈지 모립니다. “

“ 매형과 누나의 가짜 인감도장도 모두 완벽하더만요. “

연신은 눈 앞이 캄캄했다.

‘ 내가 뭐 으쨋다고 ‘

남편 여읜 슬픔 이전에 내 처신을 찾고 살아갈 일이 사막이다.

“ 아주바님, 이러시면 안 되지요 내 남편과 그의 딸 예나의 재산 지분을 강탈하시면 안 되지요 “

연신은 다만 직선적인 항의 외에 방법을 몰랐다.

“ 에이 , 이 보게, 나는 자네를 내 동생 만석이가 엄청 싸고 도니 으쩔 수 없었고만 자네를 우리 가족으로 인정한 일은 전혀 읎네. 자네 에미의 해괴한 소문이 내 동상을 얼매나 힘들게 했는지 아는가 ?  자네 복은 여기 까정인게 이젠 보따리 싸게. 한영이와 가영이는 우리 사돈과 잘 타협하여 갸들 사는데 지장 읎이 한 자락 떼어 줄테니 그건 걱정 말드라고. “

연신의 무지개  다리는 만석씨이고 이제 그 무지개는 스러져 갔는가 ?


동생 정연이가 하는 말이,

사귀고 있는 아가씨가 있는데 그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한다.

정연은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녀를 따라 이민을 갈 것인가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 누나, 여기 있어봤자 , 똥밭이다 . 누가 우리를 옳게 봐줄까 말이다. “

“ 아직 그누마들의 손길이 안 간 몇 뙈기 논 밭이 있더라, 내 단대이 넘어가지 않게 손 봐 났다.

이걸 잽싸게 팔아 거두면 우리 미국 가서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될꺼로. ‘

연신에게 남은 건 소중한 딸 예나, 할매는 워낙 이 집 안에서 오래 살아왔으니 이 집 안의 소속이고 연신이 책임 질 일 없으니 그녀의  입지는 가볍다.


연신은 한밤 중에 그 곳을 떠났다.

예나에게 두툼한 겉 옷을 입히고 큼직한 가방을 든 채 가벼운 행장으로 야밤, 사랑하던 만석씨의 집을 떠난 것이다.하도 분위기가 으스스하고 삼엄하여 슬픔에 빠질 경황도 없었다.

학에 국어 과목과 영어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다.

본래는 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인데 삼양동 산동네에 몰려 사는 저학력 계층에게 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많은 시간을 쪼개어 야학에 모이는 각종 사람들을 열심히 지도했다.

도시에 나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연신은  학력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동생 정연도 미국으로 떠나기 전 누나 연신에게 간곡하게 총고했다.

이다호기심과 궁금함으로 이제 연신은 장로님의 기도 밀씀이 귀에서 멀어진다옆자리 인물에 급관심이 쏠린다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 연신은 살그머니 실눈을 뜨고 옆자리를 살짝 훓어 본다.

‘어멋 ! 변기섭 선생님이 ! .< 연신의 봄 >


변기섭 선생은 연신이 다니는 야, 공부해야 해. 지금도 늦지 않아. 야학이나 학원에 다니며 뒤떨어진 실력을 보충하고 검정고시를 보고 고졸 자격증만 따면 대학 갈 수 있어. 누나는 부지런하고 머리가 좋아서 결심만 하면 잘 할 수 있어. “

삼양동 산동네는 무허가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있고  주로 시골서 도회지로 나온 사람들이 처음 수월하게 자리잡는 곳이다. 전세나 월세가 비교적 헐했고 없는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사는 만큼 악을 쓰고 싸우는 소리도 자주 있지만 서로 도와주고 기대는 인정도 훈훈한 곳이다.

연신은 이 곳에  안방, 건너방, 손바닥만한 마당 건너 뜰아랫방까지  갖춘 조그만 집을 구입했다. 비록 무허가 집이지만 연신이 딸 예나와 함께 살기에는 넉넉한 공간이다.. 뜰아랫방이 맘에 들었던 건 거기엔 방과 부엌이 딸려 있어 수입이 불확실한 연신이 월세로 놓아 생활비에 보태 쓰기 위함이었다.

예나를 지역에 있는 학교로 전학시키고 연신도 시청에서 무료로 교육시키는 야학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연신은 문맹은 아니어서 중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 준비반으로 들어 갔다. 일년이 지난 후 이 시험에 합격했을 때, 자기 일처럼 기뻐핸 준 이가 변기섭 선생이었다. 그는 연신이 고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 준비도 도와 주겠다고 계속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그러나 그 후 연신은 동네 어귀에 있는 한 식당에서 허드레 일을 하기 시작하며 그 주인의 인도로 교회에도 나가게 되어 바쁘고 고된 생활에 공부는 등한하게 되었다. 사실 연신이 결정적으로 야학을 멀리 한데에는 어느 때 부터인가 변선생의 눈초리가 끈적하게 변해있던게 무척 거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학원에 나가는 둥 마는 둥, 일상에 쫒기는 바쁜 나날이 거의 일 년이나 지난 거다.

 

이 사람이 여길 어떻게 알고 왜 찾아왔단 말인가. ‘ 연신은 뜨악한 마음으로 눈을 내리깔고 아는체를 하지 않았다. 예배시간이 끝난 후 교육관으로 이동하여 성경공부를 하는 곳에도 그는 따라 왔다. 연신은 시선을 돌려 그를 무시했다. 새침하게 대하는 연신에게 그는 말을 걸어오지 못 했다.

성경공부가 끝나고 어린이 예배실에 들러 예나를 찾았다.예나는 간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이제 열 한 살이 되어가는 예나는 다리가 길쭉하고 살빛이 하얘 금방 눈에 띄었다.

예나야, 오늘 목사님 설교 말씀 잘 들었어 ? “

엄마, 난 다행이야

? “

요셉은 형제들이 많아 질투와 시기를 받아 죽을 뻔했고 애급의 노예로 팔려 갔잖아 ? “

나도 사실 , 한영이 오빠, 가영이 언니한테서 많이 맞았다. 아빠가 나만 예뻐한다고 가영 언니는 나를 마구 꼬집기도 했어. “ 예나는 심각하게 눈을 내리 깔았다.

, 그랫구나. 왜 그 때 내게 말하지 않았어 ? 아빠한테 일렀으면 걔들 혼 났을텐데.”

엄마, 언니 말이 맞잖아 ? 아빠가 나를 얼마나 귀애했는지 언니 오빠들에게 미안했어. 그래서 그냥 맞았어. “

기집애, 네가 몇 살이나 됐다고 어린게 그런 생각까지 했니 ? “ 예나는 엄마 말에는 딴청을 하며

아빠 보고 싶어, 고향 가면 아빠 거기 있지 않을까 ?”

변선생은 아직도 모녀의 뒤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따라 오고 있다.

집에 도착한 연신은  예나에게 쥬스를 한 잔 주며 책상 앞에 않아 숙제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그리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연신은  다시 대문 밖으로 나가 본다. 역시 그는 거기 있었다.

좀 짜증스런 맘이 났지만 꾹 누르고 그에게 다가 간다.그 둘은 나란히 경사진 동네 어구 길을 내려 온다.

사 월 정오가 살짝 지난 한낮의 햇볕은 밝고 따사로우며 이 메마른 산동네에도 듬성듬성 봄꽃들이 피어 있다.

문득 연신은 옛날 푸른 들판에서 소에게 먹일 꼴을  낫으로  써억썩 베어 낼  때 강하게 풍기던 풀냄새를 맡는다. 쌩뚱맞게 이 냄새는 뭔가. 옆에 나란히 걷는 그 남자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결에서 그 냄새는 연신을 어느 한 때, 싱싱하고 달콤한 환상으로 이끈다.

이 냄새! ‘ 코를 흠흠대며  중얼대는 연신을 보며 변기섭은  샤쓰를 펄럭여 슬쩍 냄새를 맞으며 씩 웃는다. ‘ 오데콜론 바꾸기 잘 했다

그리고 그참에 용기를 내어 말한다.

연신아 고졸 검정고시 날짜가 정해 졌어. 7 월 말 쯤인데 아직 세 달이 남았으니 우리 다시 한 번 더 노력해 볼까 ? 그 말을하려고 널 찾아 온거야. “

연신은 지나친 걱정으로 그를 경계헸던 자신의 행동에 얼굴이 확 뜨거워졌다. 믿어도 될까 ? 꺼려졌지만 시침을 떼고 관심 없다는 듯 심상하게 묻는다.

선생님 제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요 ?”

당연하지, 넌 틀림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여기까지 찾아 온거야

 변선생은 열열하게 말한다. 

연신은 그의 과장된 어투체 피식 웃는다.

그도 뒤 늦게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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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병폐, 돈의 위력 앞에 무너지는 좌절감. 만약 내가 억대 연봉의 

나가는 셀러리나 기업인이었다면, 또는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만 되었어도 , 변호사는 좀더 힘을

받고 자신감 있었을텐데. 내가 대통령   된다면 말빨이 서고 이슈화가 될까 ? 민주주의에서

< 인권은 평등하다 >   앞에서 사막의 모래바람 처럼  휘리릭 날라가는 사건이었습니다.


뒤끝 작렬하는  성격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아직 몸이 아프고 활동도 제한적인 나는 가슴과 

배와 허리를 커버하는 무거운 여전사밸트를 차고 딩굴대며 여러가지 궁리를 하며  공상조차 

하는겁니다.  생산업체에   공장에서 만든 미친  때문에 내가 죽을 뻔하고, 비싼 차값 

날렸으니   돌려  ! 하고  편지를 써봐 ? 또는 차를 샀던 딜러 앞에 매일매일 처량한 

얼굴로 나가    회사  사지 마요, 여기 차는  <급발진 >사고가 잦아 사람 잡기 

십상이랍니다. 내가 바로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요 . 하고 피켓 들고 일인시위라도 할까?  

그러던  하나님이 내 딜렘마를 가엾게 여기셨는지 기적처럼 완전 힐링 언어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문제 해법)

·         분을 삼키라 하네.

·         욕심을 버리라 하네.

·         그럼에도 감사하라고 하네.


사실 따지고 보자면  아무 이득도 없이 아픔만 남기고 꼬리를 내리며 물러서는 비겁한  

모습에 눈꼽 만큼의 회한이 없지도 않았지만, < 인간의 심판은 신께 맡기고 > 나는 고뇌에서 

해방되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치사해서 뒤는 돌아보지 않겠다 하고 침을  뱉었습니다.

 

그런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 거리에는 여전히 자동차들이 넘쳐 납니다. 내가 사고나던 직전

처럼 태평한 얼굴들입니다. 두렵고 개연성있는 날벼락 사고는 별로 사회 이슈화되지 않고 당한

사람이 재수없어 그런거 아닌가 정도로 흘려 넘어 가는듯합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급발진에 대한 사항을 리서치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놀랍게도, 자료가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사회면 신문기사에서도 여러  보고 ,  급발진 사고로 참혹하게 즉사한 사고를 목격했다는  이웃의 이야기도 들었는데, 미주알 고주알 시시콜콜 정보를 주던 인터넷에  문제에 대해선 

진지한 차원의 정보가 전혀  보입니다. 다만 믿거나 말거나 ~ 카더라의 쓰레기   , 

  그래도 건질만  정보는 어느 대학 교수가 말한 긍정적 분석 , “ 급발진은 컴퓨터 

오작동에 의해서 일어날 수있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틀림없이 있는데도 이슈화 

되지 못하는 이유를 나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사고를 당하면 거의 사망한다. 사망자는 컴플레인이 없고 보험상 명시된 사망 보험금만 

지급하면 끝난다.

2, 혹시 행운으로 살아난 사람이 법적 조치로 들어   ,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처리한다. 

이슈화 되기  조용히  다물라는 조건과 함께.

3, 언론은 거대 생산 업체의 위력으로 철저히 통제하여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는다.

4, 급발진의 실상을 심각하게 감지했을 , 생산업체는 자체 점검을 실시하여  당시 생산

라인에서 나간 차에 대한 추적조사를 하고소비자에게 < 리콜 통지서 > 보낸다.  ( 사항은 

 타당하고 바람직한 조치라고 생각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절대 브레이크 결함 때문이 

아니라고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5, 또하나 덧붙치고 싶은 사항은 , 우리 소비자들에게도 별로 믿고 싶지 않은 매우 불길하고 

꺼름칙한  정보이다. 이미 우리 생활은자동차 문화에 깊이 젖어있어 자동차를 빼면 당장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그런데  두렵고 아주드믄 이런 정보에 어떻게 천착한단 말인가. ‘ 아니, 구더기

무서워   담구나? 하며 자동차에 몸을 싣고 오늘도 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희귀하고 공포스러운그래서 믿고 싶지않은 <급발진 사고 당했습니다.  

그리고 요행 살아난  사람이  무서운사실을 침묵할  없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전제하며 글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럼 나로서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촉구하고 싶은걸까요 ?.

 

 중요성의 인식 -> 여론 공론화 -> 생산업체의 인지와 숙고 .그리고 개선입니다.

자동차 생산업체에서는 이와 같은 위급사항을 인정하고 이를  대비한 특별 장치를 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기술개발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얼마    자동 운전 장치로 드라이브하는  신세대 차가 나온다고 합니다.무척 

편리하고 모던하여 환영할 만합니다. 아마도 컴퓨터 조종장치가 오작동되어 착오가 생길 때를

대비하여 특수 제어장치도 갖춰져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하는 일에 완벽함

없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편리하고 실용적인 차가 나오기 까지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을 

잊어선  됩니다.  우리 소비자들은 과학의 편리한 利器를 잘 활용하여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추구하는 한 편또한 부정적인 어떤 위험요소나 안전사고의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면에서도 세심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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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은 커녕, 집에서  대낮에 요깔고 아파 누워 적도 없는 내게 병원은 정말 끔찍한 곳이었습니다. 아니 병원에 누워 있는 육신의 고통이 끔찍한 것이지요.

사람 몸의 딋편 , 센터이며  로타리 , 모든 신경과 감각과 힘의 작용이 오고 가며 끈임없이 움직이는 ,척추의 마디가 부서졌다는 것입니다.  말이 마디이지 통증은 최악이었어요. 다리 ,어디를 움직여도 아악 소리나게 아팟고 소변은 엉덩이 밑에 까는 납작한 변기인데 그걸 넣으려면 엉덩이를 들지도 못해 누군가가 받쳐 주어야 했지요. 인격은 없는 생체적인 육신의 덩어리일 뿐이었어요. 통증을 다스리기 위한 진통제는 더욱 지독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몰핀을 수액으로 흘려 넣었는데 메스껍고 울렁대며 환상 같은 것이 어른대 무서웠습니다.몰핀을 사양하니 다른 종류의 경구제로 바꿔 주는데 또한 무지하게 독해서 안이 종이짱처럼 파삭파삭 마릅니다.

그래도 악랄한 통증을 잠시라도 잊게 되면, 나는 이빨을 갈고 눈을 부릅뜨며 망할 놈의 차사고의 경위를 세세히 이백 짚어 봅니다. 아무리 냉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봐도 결론은 이건 과실이 아니야, 오히려 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순발력과 자기 희생 정신을 보인거야  그럼 100% 과실은 뭐냐 ?

나는 , 또는 때때로 급발진 이라는 차사고의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언제나 크게 떳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안개만 피우고 스러졌습니다. 그런데 그게 내게 생긴 사고인가 ? 맞아 확실히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가속이 붙으며 차가 달린다면 그게 글자 그대로 급발진이 아니냐 ?  나는 너무도 격앙된 분노에 눈믈마져 흘러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걸 규명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골절상은 약도 없다는거 아닙니까 ? 저절로 뼈가 붙을 까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계시라고 하며 허리에 여전사 갑옷 같은 널찍하고 묵직한 브레스를 질끈 채워주고 겨우 걸음 연습을   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퇴원 후에도 건강을 체크업하는 가정방문 간호사와 휘트니스 트레이너가 집으로 방문해 주어 차츰 마음의 안정도 잡혔습니다.

나는 소속 보험사로 전화를 걸어 사건 경위를 말하며 사고는 결함이 있어  사고가 예정된   원인이 있으니 차값을 배상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년간의 관록있는 에이젼시는 보험사에서 차값을 물어주는 규정에 없고 다만 년도와 마일리지를 감안한 중고차로서의 가격으로 배상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분명 운전자의 과실이 아닌 차의 결함 때문에 사고가 났는데 그런 처사는 부당한 어닌가요 ?”

그렇다면 변호사와 의논하고 제조회사에 수를 넣어 보세요

나는 필라시에서 유능하고 역동적이며 비교적 정직하다는 유망한 교툥사고 전문 변호사를 소개 받았습니다 . 사건 경위를 진지하게 경청하곤 이건 승산있는 건수라고 접수해 주었습니다. 그리곤 주가 지난 실망스럽게도 이메일로  텍스트를 보내 왔습니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얘기입니다.

이유는 사고 원인을 규명할 있는 브레이크 전문 메카닉을 찾을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대단히 비중있는 이라야 하는데  현재 미국 안에선 찾을 수없고 유럽 쪽에서 초빙하려면 높은 수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사건 규모에 비하여 타산이 맞는다는 얘기.

이런 뜯어 먹는 소리 ! 신경이 머리 꼭대기 까지 뻘겋게 달아 올라 뚜껑이 덜그럭 됐습니다.

여기 증인이 이렇게 눈시퍼렇게, 총명하게 살아 있걸랑. 증인이 필요해. 차는 밑이 갈려나가 근거도 찾지 못한다면서 ? 증인 밖에 있어 ? “

딸이 무식하고 고집스런 어매를 타이르듯

엄마, 재판에서는 본인 보다 객관적 증거가 필요해요. 자리에 나간 사람들의 말은 거의 안정하지  않고 신용할 있는 물증을 요구해요 . 그리고 토요타 회사가 어딘가 ? 기라성 같은 변호사들이 장벽을 치고 자사의 이익을 위해 도밸만 개떼들 처럼 도사리고 있는데 정도로 어디 이빨이나 들어 가겠어  ?”

딸의  달래는 자조하는 듯하는 하는 속에서 나는 하나의 커다란 메이트릭스 세계를 깨닫고  힘에 부치는 거대한 벽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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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975 년의 겨울로 인해 모든 것이 확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그 해 겨울로 인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할레드 호세이니 장편소설  < 연을 쫒는 아이 > 에서의 서문이다.
  그 해 겨울,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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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아프가니스탄이 공산화가 되기 이전 부자 아버지 바바와 충직한 하인 알리와 사는 아미르, 아미르에게는 
 알리의 아들이기도 한 아주 친한 놀이 동무 하산이 늘 곁에 있었다.하산은 아미르 도련님에게는 하인이며 친구이고
 길거리에서 불량 아이들을 만날 땐, 완벽한 수호자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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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다니지 않아 책을 못 읽는 하산을 위해 역사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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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신나는 놀이는 연 날리기 행사였다. 아미르는 연을 날리고, 하산은 끊어져서 떨어지는 연을 쫒아가서
 주어 오는 소년들의 가슴 뛰는 행사. 각오한대로 아미르는 
  끝까지 남은 우승자가 되고 하산은 마지막 까지 겨루다
 떨어지는 파란색 연을 쫒아 달려 간다. 

Kite_runner 하나.jpg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하산을 찾아나선 아미르는 
 외진 골목에서 사악한 불량배 아세프 일당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하산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마땅이 
 달려가서 하산을 도와 주어야 하겠지만 아미르는 두려움과 소심함으로 끝내 하산의 슬픈 눈을 외면하고
 돌아 나온다. 자신이 형편 없는 겁쟁이이고 비겁자라는 자책은 엉뚱하게 하산의 얼굴 보기를 회피하고 
 결국에는  도둑의 누명을 씌어 하산 부자를 쫒아낸다.
 그리고 더욱 커진 죄책감은 가슴에 응어리로 남고.
 소련군이 들어와 무력 공산화가 진행되자 아미르는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서 밑바닥 부터 다시
 적응을 시작하고 소설가로서, 자리를 잡는다.
 어느 날 받은 전화 한 통, 옛날 아버지의 친구였던 사려깊고 다정했던 라힘 칸, 그가 아프간에 와달라고.
  곧 달려가 만난 라힘칸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부탁을 한다. 텔레반에게 총살당한 하산에겐 10 살 된
 아들이 있는데  지금은  어느 고아원인가에 있으니 찾아다 달라고, 아미르는 의아하고 거절하고 화를 낸다.
 왜 내가 그 위험한 텔레반 지역에 들어가 그 애를 구해야 하는데? 라임칸은 아버지의 비밀을 말한다.
 하산은 바로 너의 이복 동생이라고, 그러니 응당 하산의 아들 소랍은 너의 조카가 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과거 하산의 앞에서 보였던  비열함, 죄책감, 그리고 하산과의 이별을 눈믈을 흘리며 슬퍼하던 아버지,
 드디어 하산에 대한 죄책감을 벗을 수 있는 기회,망서리던  아미르는 소랍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땅 ,
 위험한 텔레반 구역 카불을 향해 떠난다.
 
 이 소설에서의 핵심은 비겁함과 용기이다. 비겁함은 일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과 
 그것을 잊지 않고 언젠가는 그 죄책감을 벗어낼 수 있는 용기의 소중함.
 그리고 이슬람 교에서의 가장 큰 죄악은 거짓이고 또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명예이다.
 바바는 하인의 아내를 범하는 일생 일대의 실수를 갚기 위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고아들을 위한
 고아원을 설립하고 또 어쩔 수 없이 하인 신분으로 자라는 아들 하산을 무한히 사랑하고 배려했다.
 그러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숨겼다.
 또, 이 소설에서는 아프간의  사회적 배경이 텔레반의 공산화 과정으로 그려진다.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어 초토화되고  잔인하고 광적인 인명 살상과 그로 인한 가족의 와해가 가난과 
 질병으로 이어져  풍요하고 자유로운 삶이 처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이 적나나하게 그려진다.
 우리는 현시대에서 생생히 눈으로  보았다.
 중국의 문화 혁명이라는 홍위병들의 난동, 월남 패망 후의 호치민의 킬링 필드,
 아프간의 공산화와 동족간의 전쟁, 또 눈 앞에서 벌어지는 한 미치광이 김가 삼 대 세습으로 인권상실의 북한 땅.
 아직도 이런 미치광이들의  인명 살상과 인종 청소라는 말이 존재하고 있는 이 시대
 그런데 이 나라에는 철 없이 날 뛰는 친북파들의 선동과 그에 놀아나는 우민들.

 아프간인으로서는  처음 영어로 쓴 소설로 많은 많은 찬사와 촉망을 받은 우수 작품으로
 섬세한 문체와 잔잔한 스토리의 흐름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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